스님의하루

2020.8.23. 예비 법사 교육(화엄반 수련), 온라인 일요명상
“칭찬받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예비 법사 교육인 화엄반 수련과 일요 명상수련이 온라인 생방송으로 열렸습니다.

천일결사 기도를 마치고 밭으로 나갔습니다. 벌써 산 너머로 해가 뜨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산 아랫밭을 둘러싼 벚나무 가지를 쳐주었습니다. 밭에 심어놓은 작물이 나무 그늘에 가려 잘 자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나무에 올라가 톱으로 가지를 쳐주고, 밭에 떨어진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오늘은 거사님 세 분과 묘당 법사님, 남자 행자님 한 분이 스님을 도와 함께 작업을 했습니다.


밭을 빙 둘러싼 나무들의 가지를 다 쳐주어야 해서 울력이 계속 연장되었습니다. 오전 10시 30분에 화엄반을 위한 온라인 강의가 잡혀있었는데, 울력이 끝나지 않아 강의를 오후로 미루고 계속 일을 했습니다.

몹시 더운 날인데도 불구하고 모두들 작업을 착착 진행했습니다. 햇살이 구름에 가렸다 비쳤다 했는데도 땀이 많이 흘렀습니다. 땀은 작업복 상의를 다 적시고 바지까지 적셨습니다.

묘덕 법사님이 콩국수를 참으로 준비해 와서 한 그릇씩 먹고 또 작업을 했습니다. 나뭇가지가 밭으로 넘어지지 않게 밧줄을 걸고 잡아당기며 하기도 했습니다.


“거사님들, 정말 수고 많이 하셨어요.”

스님은 거사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11시가 넘어서 울력을 마쳤습니다. 사용한 도구를 정리하는데 밭 위로 햇살이 비쳤습니다.

“밭이 훤해졌네요.”


일을 마치고 늦은 아침 겸 점심 공양을 했습니다. 직접 키운 가지, 고구마순, 깻잎, 고춧잎에 고추장까지 더해 슥슥 비벼 먹었습니다.

점심 공양을 한 후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온 스님은 오후 1시부터 예비 법사 교육인 화엄반 수련에 참석했습니다.

지난 5월 9일 문경수련원에서 제4기 법사 교육에 입재한 33명의 행자님들은 지난 4개월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체가 모이지는 못했지만 온라인으로 충실히 교육을 받아 왔습니다. 오늘은 스님을 모시고 중간 점검을 받는 날입니다.

법사 교육 행자님들은 그동안 공부를 하면서 의문이 나는 점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을 했습니다. 한 분은 학습과제를 받을 때마다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부담이 있다고 질문했습니다.

칭찬받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학습과제를 받을 때마다 부담이 있습니다. 그 마음을 살펴보면 초등학생처럼 ‘참 잘했어요’라는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항상 칭찬에도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마음을 관리해야 할까요?”

“지금 질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제 불교대학 공부를 제대로 하네요. 사실은 여러분이 불교대학에서 배웠던 강의 내용은 제가 말을 쉽게 해서 그렇지 굉장히 깊이가 있는 내용입니다. 제가 설명을 쉽게 하니까 초심자들도 ‘이제 다 알겠다’ 하고 졸업은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분처럼 법사가 되어서 대중을 가르칠 정도까지는 자기화가 안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법문이 자기화가 안 되고 들을 때만 끄떡끄떡 하고 넘어갔는데, 지금 질문자는 대중이 질문하면 대답을 해줘야 한다는 입장에서 다시 공부를 하니까 깊이가 더 깊어지고, 질문거리도 더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옛날부터 ‘가르치는 것이 제대로 배우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배워서 아는 것은 사실 안다는 착각이지 진짜 아는 게 아니에요. 내가 직접 남에게 가르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르치다 보면 막히는 게 생기고,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보면 나는 법문을 들으면서 그렇게 생각도 안 해 본 것들을 질문합니다. 그걸 계기로 공부를 제대로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점점 법사가 되는 거예요. 공부가 다 되어서 법사가 되는 게 아니고, 법사가 되면 공부가 다시 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칭찬받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마음입니다

질문자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 일어나는 게 고민이라고 했는데, 저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요. (모두 웃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누구나 비난받는 것보다는 칭찬 듣는 걸 더 좋아합니다. 법륜 스님도 비난하는 것보다는 칭찬이 훨씬 듣기가 좋아요. 비난이 더 듣기 좋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칭찬을 너무 좋아하고, 비난은 너무 싫어하면, 즐거움과 괴로움을 되풀이하게 된다는 거예요.

칭찬이 듣기 좋은 이유는 수행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원래 인간 존재 자체가 그렇습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여기에 너무 놀아나서는 안 되겠구나’ 하면서 거기로부터 빠져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칭찬에도 좀 여여하고, 비난에도 여여해야 합니다.

내가 어떤 말을 할 때 칭찬을 받을 것이라 기대를 하면, 비난을 받았을 때 괴로움이 굉장히 증폭됩니다. 반대로 ‘내가 이 말을 하면 엄청난 비난이 올 거야’ 이렇게 미리 알고 얘기했을 때 비난이 오면, 기분이 좀 나빠도 그렇게 큰 충격은 아니에요.

제가 만약 정부를 비판하거나, 북한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엄마가 아이를 세 살 때까지 키워야 한다는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벌떼같이 덤벼들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 말은 얘기해야 되겠다 싶어서 얘기했을 때는 댓글 폭탄이 떨어져도 그걸로 인해 괴롭지는 않습니다.

칭찬에 인색한 것이 세상입니다

우리들의 생각은 세상 사람들의 생각과 항상 똑같지 않습니다. 제가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르게 들릴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칭찬과 비난에 덜 연연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냥 자기 생각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거예요. 제가 통일 이야기를 하면, 저를 좋게 보는 사람은 ‘스님임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생각하고 국민을 생각해서 통일 얘기를 한다’ 이렇게 보는 반면, 저를 나쁘게 보는 사람은 ‘스님이 왜 그런 얘기를 하느냐?’ 이렇게 봅니다. 제가 즉문즉설에서 육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애를 안 키워본 스님도 저렇게 아이들을 위해서 좋은 얘기를 한다’ 이렇게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애도 안 키워본 스님이 뭐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하냐?’ 이렇게 보는 사람도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칭찬을 받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걸 알고 살아야 되는데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한다는 거예요. 자기가 한 좋은 일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칭찬해 주기를 원하고, 자기가 한 나쁜 일은 비난이 적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은 칭찬해주는 것에 인색하고, 비난해주는 것이 더 많은 것이 이 세상이라는 거예요.

질문자는 칭찬은 더 많이 받고 싶고, 비난은 조금 받고 싶겠지만, 세상 사람의 일반적인 경향은 칭찬은 적고 비난이 많습니다. 질문자도 스스로를 한 번 점검해 봐요. 일상적 언어습관을 살펴보면, 다른 사람에 대해서 칭찬이 적고 비판이 더 많을 거예요. 그건 법륜 스님도 똑같아요. 법륜 스님도 같이 살아보면 칭찬보다는 지적을 많이 할 겁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그래요.

자유와 행복에 이르는 길

이런 걸 이해한다면, 지적은 가능하면 적게 하고, 칭찬받고 싶은 생각은 좀 내려놓는 것이 좋겠죠. 왜냐하면 아무리 내가 칭찬을 받고 싶더라도 세상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치를 자꾸 공부를 하다 보면 저절로 이런 결론이 나는 거예요.

‘남을 비판하는 건 좀 줄이고, 남으로부터 칭찬받고 싶은 생각은 좀 버리자.’

이렇게 생각하고 살면 세상의 경계에 덜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칭찬받고 싶은 마음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건 질문자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거예요. 칭찬받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사람을 부처라고 부르는 것인데, 질문자가 그렇게 되었다는 얘기는 질문자가 부처가 되었다는 얘기예요. 우리는 그런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죽을 때까지 거기에 도달 못 하면 어때요? 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예요. 화엄경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보살에게 있어서 정토란 이미 완성된 세계가 아니라 완성을 향해서 보살이 활동하는 국토다.’

다른 말로 하면 이런 뜻입니다.

‘보살에게 있어서 수행은 이미 완성된 인격이 아니라 완성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는 과정이다.’

이렇게 관점을 갖고 공부를 해 나가면 굳이 이렇게 스님을 찾아서 물을 필요가 없어요. (모두 웃음)

지금 여러분은 온갖 데서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잖아요. 수행법회에서도 법문을 듣죠. 금요 정기법회에서도 법문을 듣죠. 일요일 명상수련에서도 법문을 듣죠. 법문이라는 게 대중들에게 하는 법문이 다르고, 법사를 위한 법문이 다르고, 이런 게 아닙니다. 법이라는 것은 늘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다만 대상에 따라서 이렇게도 얘기되고, 저렇게도 얘기될 뿐이에요. 그러니 법사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서 충실히 공부하시면 아무런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래도 오늘처럼 스님이 몇 달에 한 번씩 얼굴이라도 좀 보여주고 여러분에게 법문을 해주는 것이 크게 어려운 건 아니에요. 요즘은 온라인으로 법문을 하니까 많은 노력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법문을 해달라고 요청을 하시면 기꺼이 임하겠습니다.”

질문한 행자님은 스님의 답변을 듣고 환하게 웃었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뉴스에서 보는 전광훈 목사의 말은 이해도 되지 않고, 공동체에 해를 끼친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하 만물은 서로 이해되고 공존되어야 한다는 것을 사회 문제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나요?
  • 주변에 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에게 불교대학 입학을 권유했는데, 설득이 어려웠습니다. 전법을 할 때 어떤 자세로 해야 하나요?
  • 다른 법사님들에 비해 경험이 다양하지 못한 제 자신이 법사가 되기에는 부적합해 보입니다. 법사 교육을 시작한 지 4개월이 되었는데 크게 달라진 게 없어서 조급한 마음이 듭니다.

답변을 마친 후 스님은 조금 지친 기색을 보이며 법문을 마쳤습니다.

“오늘 제가 약간 더위를 먹은 것 같아요. 보통은 농사일을 하루에 2시간씩 하는데, 오늘은 아침 6시부터 11시까지 5시간 동안 땀을 흘려서 몸이 조금 지쳤어요. 원래는 2시간 동안 법문을 하려고 했는데 30분 일찍 마치겠습니다. 다음에 또 뵐게요. 공부 열심히 하세요.”

합장을 하고 인사를 한 후 ‘아차!’ 하면서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열심히 하라고 하면 안 되지. 대충 하세요.” (웃음)

법사 교육 행자 33명도 스님에게 합장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교육을 마치고 스님은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저녁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명상수련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후 벌써 20주째 진행되는 명상수련입니다.

오늘은 방송실 무대의 뒷배경을 새 단장했습니다. 같은 배경으로 법문을 계속하니까 지루하다며 배경을 바꾸자는 제안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주말을 이용해 목공에 재능이 있는 행자님이 이틀에 걸쳐 뚝딱뚝딱 새로운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스님은 밝은 연두색 배경을 뒤로하고 환한 웃음과 함께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날씨의 변화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날씨는 일정하지 않습니다. 비가 많이 오기도 하고, 가뭄이 들기도 하고, 아주 덥기도 하고, 아주 춥기도 합니다. 늘 변화합니다. 이런 날씨를 두고 우리는 비가 적게 왔으면, 비가 많이 왔으면, 날씨가 따뜻했으면, 날씨가 시원했으면 하고 바랍니다.

수행이란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오히려 주어진 자연조건에 우리가 잘 적응하는 게 더 유용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종교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도록 해주는 믿음과 행위를 뜻해요. 그러나 수행이란 어떤 상황이 오든 좋아하고 싫어하는 희로애락에 물들지 않고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해서 지혜롭게 대응하는 것입니다. 주어진 환경에 때로는 적응하고, 때로는 변화를 위해서 노력하고, 때로는 피하기도 하고, 이렇게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자기 삶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인생에는 우리가 원하지 않고 예기치 않았던 일들이 자주 일어납니다. 그럴 때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침착하게 우리의 삶에 유용하도록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 수행자의 자세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지금 전 세계가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너무 두려워하거나, 반대로 무시하지도 않고, 잘 연구해서 적절하게 극복해 나가는 것이 또한 수행자의 자세입니다.”

이어서 지난주에 외국인이 영어로 질문한 내용 두 가지에 대해 답변했습니다. 그중 한 분은 명상을 하면 할수록 점점 고독감을 느끼게 된다고 질문했습니다.

명상을 하면 할수록 고독함을 느낍니다

"As I keep increasing my mindfulness and meditation practices, a feeling of solitude increases. Consequently, I feel no motivation to get engaged in routines that used to define my self-identity. Is this intense feeling related to this practice or this is another illusive mind game?
깨어있기와 명상의 빈도를 늘려 갈수록 더 고독함을 느끼게 됩니다. 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짓고 있던 일상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것을 느낍니다. 이 강렬한 느낌이 수행과 관련된 것인가요? 아니면 또 하나의 망상일 뿐인가요?”

“깨어 있기를 지속했을 때 제일 첫 번째로 나타나는 증상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혀로 맛보는, 이런 감각에 대해 마음이 쉽게 흥분하거나 가라앉는 현상이 점점 약해져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이 비교적 편안해집니다. 쉽게 말하면 흥분하지도 않고 깊은 침울에 빠지지도 않게 됩니다.

‘뭘 해야 한다’, ‘뭘 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어떤 의지로 자기를 억제하고 있었는데, 거기로부터 점점 자유로워집니다. 그러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게 된다는 게 아니라 필요한 일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가게에 가서 어떤 물건을 살 때를 한번 생각해 봅시다. 그 가게에 아무리 많은 종류의 물건이 있든, 아무리 홍보를 잘하든,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가 꼭 필요한 것을 사 오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갔다가 그 주위에 많은 물건들을 보고 순간의 끌림에 의해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서 과잉 소비를 하기가 쉽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많은 것을 사고 싶은데 돈이 부족해서 자기의 처지를 비관할 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은 물건을 가져다 놓아서 선택을 어렵게 만드냐고 불평을 하기도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광고를 보고 순간의 끌림에 의해서 물건을 살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사다 놓고는 별로 쓸모가 없는 경우도 많고요. 앞으로는 인간의 욕구를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해서 개개인에게 맞춤형 자극을 주는 광고로 소비욕구를 더 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 명상이란 이런 삶의 자세를 갖는 것과 같습니다.

‘누가 어떻게 광고를 하든, 주변에 다른 물건이 많든 적든, 이런 것은 그냥 세상의 조건일 뿐이고, 나는 필요한 것을 편안하게 사 온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고, 또 우리는 거기에 대응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많은 일들에 대해 일일이 다 대응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하지도 못하면서 늘 그것을 다 하려고 하기 때문에 늘 ‘능력이 부족하다’, ‘세상에 일이 많다’ 뭐 어떻다 하면서 불평을 하게 되는 겁니다. 꼭 필요한 일이라면 하기 싫어도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면 하고 싶어도 멈추어야 합니다. 욕망에 따르기보다는 필요에 의해서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 사람들 중에는 두 가지의 극단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 결혼해서 남편이나 아내가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둘째, ‘남편으로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한다’, ‘아내로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한다’ 이런 지나친 사명감을 갖고 늘 자신을 긴장시키고 옥죄이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자유가 없다’, ‘속박받는다’ 하면서 괴로워합니다. 이런 사명감에 너무 얽매여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 질문자가 말하듯이 자신을 지나치게 규정짓는 것으로부터 좀 자유로워지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질문 내용에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라고 표현했는데, 수행 차원에서는 어떤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바람직한 증상은 아니에요. 그것은 숨겨진 다른 욕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 더 자기를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이 외에도 한 가지 질문에 답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마음을 콧구멍 끝에 주시합니다. 호흡을 하는지 한번 체크해 봅니다. ‘호흡하고 있구나’ 하고 느껴봅니다. 호흡한다는 것은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것입니다. 밖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든 거기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몸에서 어떤 감각이 일어나더라도 거기에 마음을 뺏기지 말고,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의 좋은 구상이 떠오른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의미를 부여해서 마음을 뺏기지 말고, 다만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것만 알아차립니다.”

죽비 소리와 함께 고요한 정적이 흘렀습니다. 오늘은 35분 동안 명상을 했습니다.

탁! 탁! 탁!

시간은 금방 지나갔습니다. 다시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명상을 해본 후 소감이 어떻습니까?”

실시간 댓글창에 소감이 올라오는 동안 스님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일상을 간단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 6시부터 밭 주위에 나뭇가지를 다듬는 작업을 했습니다. 4시간 동안 땀을 흘려서 육체적으로 상당히 피곤했습니다. 명상 중에 졸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졸음은 없었습니다.”

곧이어 수십 개의 소감이 댓글창에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다리가 너무 저려서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조금 졸았고, 긴장해서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알아차리며 다시 힘을 뺐습니다.’
‘잡념이 많았습니다.’

외국인이 올린 영어로 된 질문도 올라왔습니다.

저의 불안한 심리를 알면 알수록 더 불안해집니다

“Meditation has helped me become more aware internally. But I tend to get nervous easily, and becoming aware of my nervousness early often seems to amplify it. How can I get around this?
명상을 통해서 저의 성찰이 깊어진 것 같습니다. 저는 쉽게 불안해하는 데요. 쉽게 불안해진다는 것을 알면 알수록 더 불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불안해질 때는 ‘안 불안해져야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현실은 계속 불안해지니까 자꾸 실패를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불안해질 때마다 ‘아! 불안해하고 있구나’ 이렇게 불안한 상태를 알아차립니다.

보통 우리는 어떤 외부의 조건 때문에 불안해진다고 생각하는데, 불안한 상태를 이렇게 자주 알아차리게 되면 ‘나의 내면에 쉽게 불안해하는 마음의 습관이 있구나’ 하고 알게 됩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보통은 어릴 때 엄마가 많이 불안해하면 아이에게 그것이 전이됩니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작은 일에 자꾸 불안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어릴 때 어려움에 처해서 크게 놀랬던 일종의 마음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을 수 있어요. 즉 트라우마 같은 것이 형성되어 있는 겁니다.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원인을 밝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불안 심리가 어떤 외부 환경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 그런 요인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겁니다.

내 속에 있던 불안 요인이 어떤 자극을 받아서 ‘지금 또 불안하구나’ 이렇게 알아차리게 되면, 불안감이 증폭되지 않고 가라앉게 됩니다. 명상 중에 불안한 마음이 일어난다면, 불안한 마음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불안한 가운데도 호흡 알아차림을 유지하게 되면, 불안함에 끌려가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연습을 자꾸 하게 되면 일상에서도 불안감을 쉽게 잠재울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답변을 하고 명상수련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시청자들에게 합장으로 인사를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아이고, 오늘은 몸이 많이 피곤하네.”

다리를 휘청이며 자리에서 일어난 스님은 법사단장, 농사 담당자와 내일 일정에 대해 논의한 후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결사행자 자자 수련이 온라인으로 열릴 예정입니다. 저녁에는 유튜브 즉문즉설 구독자를 대상으로 공개 생방송이 진행됩니다.

  • 온라인 일요 명상은 유튜브에서 다시 보기 하실 수 있습니다.

▲ 영상 보기

전체댓글 37

0/200

김현숙여래심

어떤 상황에도 들뜨거나 처짐없이 맘의 평정심 유지하며 지혜롭게 대처하는 힘을 기르겠습니다

2020-09-15 19:49:16

정옥

알아차리겠습니다

2020-09-11 17:28:01

성옥헌

감사합니다
내면의 불안을 놓아버리는것(자각) 하겠습니다

2020-09-03 17:29:43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