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8.22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 농사일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으로 한 후 농사일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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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를 넘는 기온이 계속되더니 어제부터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한결 쾌적한 기분으로 천일결사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에 시작한 종송과 예불이 끝나고 5시 정각이 되자 스님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정토행자들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10차 천일결사 제2차 백일기도 중 69일째 정진을 하는 날입니다. 이제 백일기도의 3분의 2 지점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회향하는 날까지 빠지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곧바로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을 한 후 경전을 함께 독송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부처님이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제자가 된 수바드라의 이야기를 계속 읽고 있습니다.

천일결사 기도를 마치고 스님은 경전에 대한 해설과 더불어 정토행자들에게 수행의 귀감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었습니다. 먼저 부처님이 돌아가신 후 우리는 무엇을 스승으로 삼아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기도 잘하셨습니까? 긴 장마가 지나고 아직은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더위가 한풀 꺾인 것 같습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가을이 다가옵니다. 이미 들녘에 벼꽃이 피고, 열매가 영그는 것을 보면,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됩니다. 무성하기만 했던 나뭇잎들도 아랫부분을 보면 낙엽이 조금씩 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말씀하셨듯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이 우주가 영원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성주괴공(成住壞空)하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은 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생로병사(生老病死)하고, 우리들의 생각과 마음은 생주이멸(生住異滅)합니다. 늘 생기고 머무르고 흩어지고 사라짐을 반복합니다.

부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에 하신 말씀도 ‘세상은 덧없다, 부지런히 정진하라’입니다. 여기서 덧없다는 표현은 집착할 바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 그 무엇에도 고정 불변하는 실체가 없고, 항상하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모든 존재는 관계맺음 속에서 이루어지고, 그 관계맺음이 변해갈 뿐입니다. 이는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라는 말이 아니라 세상에 애착을 갖거나 미움을 갖거나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法)과 율(律)이 너희들의 스승이 되리라

이번 주에 읽은 경전에서는 부처님의 마지막 제자가 된 수바드라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다음 주에 읽을 경전에는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는 내용을 읽게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열반에 드시기 전 아난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난다여, 너는 지금 이런 걱정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의 스승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면, 세상에는 그분의 말씀만 남아있을 뿐 우리의 스승은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여래가 없는 세상에서의 스승은 바로 여래의 가르침과 행(行)인 법과 율이다.’

여래의 가르침이라는 것은 진리로서의 법(法)을 뜻합니다. 이런 가르침을 모아둔 것이 바로 경전입니다. 여래의 행이라는 것은 부처님께서 일상적으로 살아가신 모습을 뜻합니다. 이는 곧 부처님의 인격을 의미합니다. 이런 부처님의 행을 정리해놓은 것이 바로 율(律)입니다.

‘법(法)과 율(律)이 너희들의 스승이 되리라.’

바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나와 함께 있어도 율(律)을 지키지 않는다면 나는 그 사람을 모른다. 나와 떨어져 있어도 율(律)을 잘 지킨다면 늘 나와 함께하는 것과 같다.’

이는 부처님과 함께 있어도 수행자로서의 행과 인격을 갖추지 않으면 사실 부처님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고, 부처님과 떨어져 있어도 수행자로서의 행과 인격을 갖추면 부처님과 늘 함께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입니다. 즉, 경전을 많이 알고 믿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어떠한 삶을 사는지 여부입니다. 행동을 어떻게 하고, 말을 어떻게 하고, 마음을 어떻게 가지고 일상을 살아가지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계율을 스승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

수행자라면 말과 행동으로 남을 해치거나 손해 끼치거나 괴롭히지 않고, 죽어가는 생명을 오히려 살려주고, 가난한 자에게 베풀고,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즐거움이 되도록 말과 행동을 해야 합니다. 다른 이를 욕하거나 사기 치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고, 늘 진실을 말하고 부드럽게 말하고 위로의 말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행자는 늘 맑은 정신을 유지하며 살아야 합니다. 술 먹고 취하거나, 마약을 해서 취하거나, 오락 게임에 빠지거나, 스포츠에 열광해서 난리를 피우는 모습은 수행자의 인격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재산이 많다고 하더라도 사치하지 말고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아무리 지위가 높고 아는 것이 많고 인기가 있더라도 사람을 대할 때 교만하게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항상 겸손하게 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마음이 들뜬 행동을 하는 것은 수행자의 자세가 아닙니다. 수행자는 늘 마음을 편안히 갖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수행자라면 어떤 일을 당해서 흥분해서 마음이 들뜨거나 실망을 해서 마음이 가라앉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을 겪더라도 항상 차분하고 지혜롭게 대응하는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직업을 갖고 있다면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지만 동시에 상대방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나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손해를 끼치는 직업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삶의 자세와 관련된 부처님의 많은 말씀이 있습니다. 이것을 모은 것을 율(律) 또는 계율이라고 합니다. 수행자는 계율을 청정히 지켜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사상을 익히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삶의 자세가 바로 계율입니다. 계율은 우리의 삶을 속박하거나 금욕주의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계율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삶의 자세를 알려줍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율(律)이 너희들의 스승이니라’라고 말씀하신 겁니다.

오늘날 여러분도 ‘부처님이 계시지 않는 세상에 산다’ 이렇게 말할 게 아니라 우리가 계율을 청정히 지키면 늘 부처님과 함께 사는 것과 같습니다.

‘아난다여, 걱정하지 말라. 여래는 육신이 아니라 깨달음의 지혜이니라. 육신은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깨달음의 지혜는 영원히 너희와 함께 하리라.’

부처님께서 마지막에 하신 이 말씀을 우리는 늘 명심해야 합니다.”

이어서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부처님 당시의 일화를 들려주었습니다. 경전에서 자주 접해보지 못한 이야기여서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부처님이 어떤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우리 곁에 살았던 훌륭한 인격을 가진 분이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 찬다카 비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부처님은 찬다카 비구가 뭐라고 말하든 거기에 대꾸하거나 비난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찬다카 비구가 뭐라고 하든 그저 들어주고 간섭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이를 ‘묵빈대처(默賓對處)’라고 합니다. 백 마디, 천 마디를 하는 것보다 그것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이 가장 잘 대응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을 대하는 자세

찬다카는 부처님이 출가하실 때 말을 데리고 쫓아왔던 왕자 시절 부처님의 말몰이꾼 시중입니다. 부처님이 출가한 이후에 부처님을 대신해서 고향으로 돌아가 부처님의 소식을 전했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신분적으로는 천민이었고, 출가하기 전 왕자 시절에는 부처님의 시봉이기도 하면서 친구처럼 같이 지낸 사람이었습니다. 부처님이 출가하기 전 세속적인 일상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사람입니다.

부처님이 6년 고행 후 성도(成道) 하시고 카필라바스투를 방문했을 때 석가족의 많은 친족들도 출가하게 되었고, 왕족의 시종들 중에도 출가를 해서 비구가 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이발사였던 우파리였습니다. 우파리는 결국 계율을 가장 잘 지키는 사람이 되어서 부처님의 십대제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부처님의 말몰이꾼이었던 찬다카도 출가하여 비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찬다카는 출가한 이후에도 과거 오랫동안 부처님을 가까이서 모셨다는 이유로 조금 거만하게 행동을 했나 봐요. 계율도 잘 지키지 않고, 대중들의 말도 잘 안 들었다고 합니다. 또한 말버릇이 안 좋았는지 말을 함부로 하고 화도 잘 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시빗거리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출가한 비구가 말을 저렇게 하는가?’ 하는 비난이 많았다고 해요. 아마도 찬다카 비구는 부처님의 고민거리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묵빈대처(默賓對處),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 하라

부처님께서는 열반에 드시기 전에 대중들에게 ‘찬다카가 아무리 험한 말을 하더라도 그것으로 시비하지 말라’고 부탁을 하십니다. 그런 말버릇과 행동은 찬다카가 고치지 못하는 업식이라는 것을 인정해 준 겁니다. 대중이 한두 번 겪은 것도 아니고, 마음이 악해서 그런 것도 아니니 누구도 찬다카에 대해서 대꾸를 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그것이 찬다카가 스스로 깨우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신 겁니다. 괜히 대꾸해봐야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 밖에 생기지 않으니 침묵으로 대하는 묵빈대처를 부탁하셨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부처님께서는 숨 넘어가는 순간까지 세속에서 자기를 보좌했던 마부를 많이 아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부처님과 같이 인격이 훌륭한 분 주변에도 늘 말을 잘 듣지 않고 말썽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 주변에도 이런 인간들이 있었구나’ 하고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웃음)

그러니 여러분들도 수행자는 늘 좋은 환경 속에서 산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많은 장애가 있는 가운데서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고, 그들을 깨우치고 교화하고 개선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렇지 않고 내 마음에 드는 사람들만 챙기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은 모두 내쫓으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세상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자연에는 본래 이런 모습도 있고 저런 모습도 있고, 이런 존재도 있고 저런 존재도 있습니다. 꽃에도 약이 되는 꽃도 있고, 독을 품은 꽃도 있습니다. 생물 중에도 약이 들어있는 생물도 있고, 독이 들어있는 생물도 있습니다. 벌레 중에도 농사짓는데 도움이 되는 벌레도 있고, 농작물을 해치는 벌레도 있는 겁니다.

그런데 한 부분에서 해로운 존재가 또 다른 부분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해로운데 저 부분에서는 그 해로움이 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거예요. 음식을 썩게 만드는 박테리아가 안 좋은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박테리아가 모든 생명의 근원입니다. 그 박테리아가 모든 생물을 해체시키고 다시 재생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모이면 그 속에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뭐든지 다 그대로 두라는 뜻은 아니에요. 깨우침이 필요한 곳에는 깨우침을 주고, 교화가 필요한 곳에는 교화를 하고, 또 못하는 것은 못하는 대로 넘어가고, 도저히 안 되는 사람들은 조금 거리를 두기도 하고, 이렇게 조정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찬다카도 말썽을 부리지만 상가에서 쫓아낼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조금 골치 아프긴 하지만 그렇다고 깨우쳐주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니까 그저 침묵으로 대하라고 말씀하신 겁니다. 침묵으로 대하는 것이 오히려 찬다카에게는 깨우침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묵빈대처(默賓對處)입니다.

묵빈대처(默賓對處)는 미워서 왕따를 시키거나, 괘씸하다며 외면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있지만, 가까이서 말을 할수록 결과가 더 나빠지니까 거리를 조금 두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받아주는 거예요. 살다 보면 이렇게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이 묵빈대처를 잘 배워두시기 바랍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이야기여서 더욱 가슴에 다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9월에 개강하는 온라인 정토불교대학을 주변에 널리 알리자고 당부하면서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앞으로 2주 후 온라인 정토불교대학이 개강을 합니다. 이번 불교대학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때는 신청자가 너무 많을 경우 장소를 어떻게 마련할지 걱정을 해야 했는데, 온라인에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참여해도 괜찮습니다. 정토회는 수익을 얻고자 하거나 사람을 많이 모으고자 홍보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고자 불교대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심한데, 이때 마음공부를 해서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살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온라인 불교대학을 주변에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생방송이 끝나고 스님은 곧바로 작업복을 갈아 입고 농사일을 하러 산 윗밭으로 나갔습니다. 오늘은 모란을 심었습니다.

스님과 행자들은 씨앗을 한 대야씩 들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어제 미리 비닐에 구멍을 뚫어두어서 바로 씨앗을 심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구멍이 한 줄에 5개씩 뚫어져있다가 4개로 줄어 있었습니다. 가장자리에 한 줄 더 심을 수 있었습니다. 구멍 간 길이를 잘 계산했다면 5개도 심을 수 있는 폭이었습니다.

스님은 가장자리에 구멍을 뚫어서 한 줄 더 심었습니다.


사람들은 누가 이렇게 구멍을 뚫었는지 궁금해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구멍을 뚫었나요?”

구멍을 뚫은 행자가 손을 들었습니다.

“구멍을 뚫다 보니 폭이 좁아 보였어요.”

스님이 말했습니다.

“여기 보세요. 가장자리에 한 줄 더 심을 수 있겠죠. 누가 했는지 찾는 건 혼내려는 게 아니라 다시 가르쳐주려고 그런 거예요.”

누구인지 궁금해했던 다른 행자들이 말했습니다.

“스님, 저희는 누구 잘못인지 밝히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시비를 하면 뭐해요. 시비해서 나한테 이익되는 것도 없는데요. 나한테 이익이 되면 시비를 하죠.”

금세 한 줄을 다 심었습니다. 오늘 심은 모란은 내년 봄에 싹을 틔운다고 합니다. 또 3년이 지나야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모란꽃이 지고 나면 씨를 받아 기름을 짤 예정입니다. 행자들은 빈 땅에도 모란을 심을 수 있도록 땅을 뒤집어 거름을 주고 스님은 아랫단으로 내려갔습니다.

아랫단으로 내려간 스님은 가지를 땄습니다.


가지 윗부분을 가위로 툭툭 잘랐습니다. 빠르게 가지를 다 딴 후 바닥에 떨어진 가지를 바구니에 주워 담아 나왔습니다.


가지를 딴 후 수박밭으로 가보았습니다.

“수박이 익었나 볼까?”


줄기가 마른 조그만 수박과 얼굴만큼 자란 수박을 땄습니다. 두드려보니 통통 제법 맑은 소리가 납니다.

“수박이 잘 익었는지 한번 잘라봅시다.”

스님은 낫을 닦아 수박을 갈랐습니다. 씨앗은 아직 까맣게 여물지 않았지만 수박 속이 빨갛게 익었습니다.


스님은 먹게 좋게 썰어서 행자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습니다.

수박을 한 입 베어 무니 달고 상큼한 수박 물이 입안 가득 찼습니다. 연하고 물이 많았습니다. 스님이 활짝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 맛에 농사짓지!”

대롱대롱 매달린 호박은 땅 위에서 편하게 자랄 수 있도록 자리를 올려주었습니다.


농사일을 마치려는데 스님은 또 덩굴을 발견했습니다.

“얼마 전에 싹 벴는데 또 이만큼 자랐네.”

스님은 밭 입구에 있는 덩굴을 베다가 울타리를 따라 안쪽으로 계속 낫질을 했습니다.

“아이고, 끝이 없다.”

한참 풀을 베다 일을 마쳤습니다. 수확물을 들고 밭을 내려왔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손님이 찾아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후에는 후배가 교수를 정년 퇴임한다고 해서 잠시 다녀오고 원고 교정과 각종 업무를 본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 내내 농사일을 하고, 오후에는 예비 법사 교육 대상자를 위한 화엄반 수련을 온라인으로 진행한 후 저녁에는 온라인 명상수련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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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여래심

묵빈대처라는 처방으로 자신의 부족함 잘못을 깨닫도록 이끄시는 부처님의 자비에 두손 모읍니다...

2020-09-10 21:34:45

자재왕

한 번 들은 내용인데도 다시 읽으니 참 재미있습니다. 묵빈대처, 잘 배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2020-08-28 05:14:04

장선이

안녕하세요?스님께서 농사짓는곳이 어디신가요?
즉문즉설하시는것도 존경스럽고
멋찌신데..농사짓는 모습은 더 멋찌십니다.도와드리고싶은데
저 말고도 다른 신도분들이 많으시겠지요?^^앞으로 삶이
흙과 함께 하고프네요
감사합니다(())

2020-08-27 08: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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