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8.16. 북미 온라인 즉문즉설, 온라인 일요 명상
“농사를 지을 때 벌레를 죽이는 게 괴롭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북미 지역에 살고 있는 정토회 회원들을 위해 온라인 즉문즉설을 한 후 저녁에는 일요 명상수련을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하늘은 이미 아침 노을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모두들 붉은 하늘을 보며 놀라워하는데, 가냘픈 그믐달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스님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산 아랫밭으로 갔습니다. 밭에 도착하니 해가 완전히 떴습니다.


행자들은 배추에 물을 주고 스님은 울타리 주변에 무성한 풀을 벴습니다.

“한 손으로는 풀을 잡고 낫을 비스듬히 세워서 한 번에 베면 잘 베어져요.”


스님은 순식간에 풀을 벴습니다. 밭 안쪽 울타리 풀도 베고 물을 받기 위해 만든 연못 주위에 풀도 벴습니다.


햇살이 뜨거워 오늘도 땀이 많이 났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온 스님은 오전 9시에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아시아, 태평양, 유럽에 살고 있는 정토행자들과 온라인 즉문즉설을 했는데, 오늘은 북미 서부 지역과 동부 지역에 살고 있는 정토행자들과 온라인 즉문즉설을 하기로 했습니다.

2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북미 동부와 서부에 소속된 정토행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미국은 세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제일 많은 반면 대책은 별로 없어 보이는데, 여러분들의 건강이 많이 염려되네요. 그래도 다 웃으면서 사시기 바랍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속의 대한민국

유럽과 미국 등 서구 문명은 지난 사오백 년 동안 선진 문명이었어요.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 동안 서구 문명을 모방하는 따라 배우기를 열심히 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미제라면 똥도 좋다’는 말이 있을 만큼 무조건 따라 해왔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경제와 민주주의 모두 압축성장을 해서 소위 말하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선진국에 뒤쳐져서 따라가는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전 세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이에 대응하는 서구 사회를 보면서 ‘저게 선진 의료체계인가? 오히려 한국의 의료체계보다 못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수한 의료기술은 아직까지 서구 사회가 앞섰을지 몰라도 일반 국민에 대한 광범위한 의료 서비스는 대한민국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해결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서구의 민주주의 역시 지나친 개인주의에 바탕한 자유주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에 큰 장애를 초래했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처럼 국가 권력이 완전히 통제해서 개인의 자유를 무시하는 모습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방역만 보면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가야 할 올바른 발전 방향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들은 서구보다는 훨씬 더 사회적 거리두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코로나 방역을 해냈고, 그래서 일부 서구 사람들은 ‘한국이 약간 개인의 자유를 희생한 거 아니냐?’ 하고 평가할 정도였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역시 중국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어떠한 통제도 강제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이동을 막는 것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의 방역과 비교하면 효과적이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결국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신감을 가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동안 K-드라마, K-POP, 일부 IT 기업이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모습들이 부분적으로 있었지만, 이번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 사회가 시끄럽고 말썽도 많고 갈등도 심하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 대응하는 걸 보면 선진국이 부럽지 않은 차원까지 온 거 같아요.

아직 대한민국도 많이 부족하지만 이제 더 이상 서구사회에 위축되어 기죽고 살 필요는 없지 않느냐 싶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어렵긴 하지만, 해외에 계신 여러분들도 웃으면서 자신감을 갖고 극복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이 위기를 창조적으로 대응해서 대한민국이 앞서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보면서 여러분들의 고민을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수십여 명의 질문이 사전에 올라왔지만, 총 8명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하와이에서 화상 연결이 된 분은 요즘 농사를 짓고 있는데 매일 벌레를 죽여야 해서 괴롭다고 질문했습니다. 스님은 질문자가 하와이에 살고 있다고 하니 무척 반가워하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하와이에 와서 강연을 해달라고 노래를 부르더니 드디어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네요. 온라인 세상이 되어 하와이에서도 질문할 수 있게 되니 좋죠?”

“네, 진짜 너무 좋습니다. 저희 하와이 정토회 회원들은 온라인의 혜택을 정말로 많이 받고 있습니다. 법회도 온라인으로 듣고, 회의도 온라인으로 하고, 얼마 전에는 온라인 명상수련에도 참가했습니다. 북미주 회원 모두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너무 좋아합니다.”

웃음이 오가는 가운데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농사를 지을 때 살생을 하게 되는 게 괴롭습니다

“저는 작년부터 작은 텃밭을 만들어 여러 가지 채소들을 시범 삼아 기르고 있는데 문제는 벌레들입니다. 새싹을 먹어대는 벌레들이 징그럽고, 채소들을 보호해야 해서 손으로 벌레들을 죽이는 살생을 거의 매일 합니다. 그래서 포살을 할 때마다 괴롭습니다. 이 벌레들에게 어떤 마음을 내고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요즘 농사를 짓고 계신 스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저도 매일 벌레를 죽이고 있습니다. 어제도 삽질하다가 지렁이 허리를 잘랐어요. 또 논에서 우렁이를 줍다가 모르고 밟아서 두 마리를 죽였어요. 그리고 방에서 지네가 나타나서 잡았습니다. 저도 늘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겸손하게 살아야 하는 겁니다. 이런 우리네 삶을 돌아보면서 이렇게 자각해야 합니다.

‘다른 생명의 죽음 위에 내가 이렇게 살고 있구나!’

이걸 늘 자각한다면 더 이상 잘난 척하고 교만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죄책감을 갖지는 마세요. 그렇기 때문에 내 삶에 대해서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는 겁니다. 또 여유가 생기면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보시도 하고, 시간이 남으면 봉사도 해야 하는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방 안에 개미도 쓰레받기에 담아서 살려주면서 같이 사는 남편에게는 화를 불같이 내면서 싸웁니다. 또 벌레를 안 죽이기 위해 약도 안 치면서 ‘북한 놈들 다 때려죽여야 한다’라고 고함을 지릅니다. 저는 이런 행동은 모순이라고 생각해요.

벌레를 가능한 죽이지 않는 것이 좋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을 미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문제를 힘으로 해결하지 않고 평화롭게 해결해야 합니다.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고, 오히려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합니다. 욕설하거나 사기치거나 하지 않아야 합니다. 술을 과하게 마시지 않고 술주정을 하지 않으며 성실하게 살아야 합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벌레를 죽이지만, 당연히 죽여야 된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다른 생명의 죽음 위에 우리의 삶이 존재하는구나!’ 이렇게 늘 자각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도 12살에 농경제에 참석했다가 새가 벌레를 쪼아 먹는 것을 보고 ‘왜 하나가 살기 위해서는 하나가 죽어야 할까?’ 하고 큰 의문을 가졌어요.

벌레를 죽이지 말아야 한다고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종교 중의 하나가 인도의 자이나교예요. 자이나교는 어떠한 미물도 죽이면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농사를 일절 짓지 않고 대부분 장사를 합니다. 그리고 숨 쉴 때 코에 벌레가 들어가서 혹시 죽을지 모르니 옛날부터 마스크를 끼고 다녔어요.

불교에서는 옛부터 스님들이 뜨거운 물을 부을 때도 벌레들이 죽을까 싶어서 돌을 쌓아놓은데 물을 붓지 마당에 확 뿌리지 않았습니다. 새벽길을 갈 때는 벌레들이 발에 밟혀 죽을까 싶어서 지팡이를 탕탕 치고 다녔습니다.

생명을 죽이지 않는다는 계율을 철저히 지키려면 자이나교처럼 농사를 안 지으면 됩니다. 집에 텃밭도 운영을 안 해야 됩니다. 집에서 텃밭을 운영하면 진딧물이 생길 때마다 약을 쳐야 되고, 벌레가 있으면 벌레를 잡아야 되잖아요.

지금 두북 수련원에서도 유기농 농사를 짓다 보니 약을 안 칩니다. 그래서 벌레를 다 손으로 잡아야 돼요. 잡은 벌레는 다 땅에 묻어야 되는데, 땅에 묻는 게 곧 죽이는 거잖아요. 저도 지금 이렇게 살고 있어요. 대신에 벌레 한 마리는 죽이더라도 여러분들을 위해서 제가 법문은 최선을 다해서 해드리겠습니다. 북한에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면 열심히 돕겠습니다. 이렇게 생산해서 먹고 생긴 이 힘을 남을 때리거나 죽이는데 쓰지 않겠습니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데 쓰지 않겠습니다. 성추행하는데 쓰지 않겠습니다. 욕설하는데 쓰지 않겠습니다. 다른 생명의 죽음 위에서 생산된 음식을 먹고살면서 그 힘을 가지고 남을 때리고 욕을 하면 모순이잖아요. 그렇게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벌레를 죽여도 된다는 말을 제가 하지 않는 이유는 어떤 이유로든 살생을 합리화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란 이렇게 다른 생명의 희생 위에 살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기분 나쁘다고 죽이고, 성질나서 죽이고, 화나서 죽이고, 이런 건 절대로 안 된다는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환하게 웃는 질문자의 얼굴이 화면에 나온 후 다음 질문자로 넘어갔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 외국인을 위한 법문 영상에서 영어 번역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 때 분별심이 납니다.
  • 해외에서는 온라인 불교대학과 온라인 경전반의 오프라인 활동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 2차 만일결사 때는 민족을 뛰어넘어 해외에 있는 청년 정토행자들을 조직화할 계획이 없으신가요?
  • 해외 교민들에게 법을 널리 전하기 위해 정기 법회를 들을 수 있는 참가 기준을 완화해 주면 안 될까요?
  • 내 집을 법당으로 만들라고 하셨는데, 집이 가난한 사람에게는 차별이 아닐까요? 삼보수호비를 납부해야 회원이 될 수 있다는 것도 회비 납부가 어려운 회원에게는 차별이 되지 않을까요?
  • 수계식 때 스포츠 중계에 열광하는 것을 지양하라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 의도치 않았지만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뀔 때 마음이 들뜹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하나요?
  • 나를 성추행한 사람과 아무 일 없다는 듯 친하게 지내는 남편이 밉습니다.
  • 부부 관계를 매일 갖는 게 힘이 드는데 남편이 계속 요구합니다. 그렇다고 이혼도 받아주지 않습니다.

답변을 하다 보니 벌써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기법회를 들을 수 있는 기준을 넓혀주자는 제안이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 답변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저는 부처님 법이 모든 사람에게 다 전해져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생 무료 강의를 했습니다. 어디서 강의 요청이 들어와도 돈을 안 받고 무료 강의를 해주지 유료 강의를 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무료 강의를 한다고 해서 ‘스님, 책도 무료로 주세요’라고 요청한다면 이건 거절합니다. 왜냐하면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으로 출판을 할 때는 사회의 룰을 따라서 가격을 매기고 판매를 합니다.

마찬가지로 수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경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돈을 받습니다. 누구나 다 수련에 참가할 수 있지만 적당한 참가비를 내고 참여하도록 합니다. 불교대학을 듣고 싶다면 학사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를 내고 들을 수 있게 합니다. 그것처럼 회원이 되고 싶다면 회비를 내야 하는 거예요.

‘회원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정기법회를 듣게 해주자. 그걸 허락해주지 않는 정토회는 너무 폐쇄적이다.’

물론 그렇게 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토회의 원칙은 ‘자기가 사용하는 것은 자기가 부담해야 된다’입니다. 그것이 불가능한 사람은 무료로 참여할 수 있게 허용해주는 게 아니라 별도로 경제적인 지원을 해줍니다. 그래서 인도에도 학교를 지어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정토회만큼 작은 단체가 이렇게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은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그러나 책임을 안 지고 회원이 되겠다는 것은 안 됩니다. 회원이 되겠다는 것은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겠다는 뜻입니다. 몸이 안 좋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그 사람은 회원이 되기보다는 지원을 받아야죠.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살아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약한 사람은 지원의 대상이 되는 겁니다. 이걸 헷갈리게 운영하지 않아야 합니다.

정토회는 수행자들의 모임입니다. 수행자란 자기 해탈로 나아가는 사람입니다. 해탈을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의무가 주어집니다. 첫째, 수행을 해야 합니다. 둘째, 보시를 해야 합니다. 셋째, 봉사를 해야 합니다.

‘나는 보시와 봉사는 안 하고, 수행만 하고 싶습니다.’

이런 분은 다른 절에 가서 수행만 하시면 돼요. 정토회는 이 세 가지를 다 해야 수행자로 인정합니다. 이 중에 한 개만 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정토회에서는 참선만 한다, 아침 기도만 한다, 법문만 듣는다, 이런 걸 수행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이렇게 수행이라는 용어를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에 자꾸 헷갈리는 겁니다.

정토회 회원이 되려면 수행, 보시, 봉사를 해야 됩니다. 정토회를 창립할 때부터 30년 이상 이 원칙하에 운영해왔습니다. 수행, 보시, 봉사를 자기가 하고 싶을 때만 하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일반 회원이 되는 것이고, 수행, 보시, 봉사를 의무 사항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정회원이 되는 겁니다.

정기 법회는 일반 회원을 위한 법회입니다. 길 가는 사람을 위한 법회가 아니에요. 그런 법회가 필요하다고 요청하시면 새로 만들면 돼요. 그러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정기법회는 회원 가입을 한 회원들을 위한 법회입니다. 회원이 아닌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유튜브에 많은 강연들이 이미 올라가 있어요. 이런 점을 이해하시고 그 위에서 개선점을 찾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생방송이 끝나고 해외 정토행자들은 모둠별로 화상으로 접속해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북미서부지역 정토회 간부들과 화상 회의를 했습니다. LA에 있는 정토수련원 운영 문제와 관련해서 논의를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원고 교정과 여러 업무들을 처리한 후 저녁 8시 30분부터 일요 온라인 명상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명상 수련을 시작한 지 벌써 19주째가 되었습니다.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스님은 한국의 무더위 소식을 전하며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명상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문명 전환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한국은 한 달 가까이 진행되던 장마가 이제 끝나고 아주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실외 온도가 섭씨 36도까지 올라가고 실내 온도는 38도까지 올라가서, 선풍기 바람이 피부에 뜨뜻하게 느껴집니다. 우기가 길어지고 날씨가 무더워지니까 한국이 인도를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웃음)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문명 전환의 필요성

아직은 우리가 살만하지만 기후 변화가 더 심해진다면 삶의 변화가 많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편리함을 쫓아서 에너지를 지나치게 많이 쓰거나 오염물질을 방출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머리로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행위에 있어서는 아직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소비를 줄이고 생활을 간소화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문명으로 전환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후진국이라고 말하는 개발도상국들은 아직도 의식주가 열악하니까 경제 성장을 더 해야 하는 상황이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이미 충분한 의식주 수준을 갖춘 선진국조차 계속 경제 성장에 집착하게 되면 앞으로 인류에게 큰 재앙이 초래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것을 잘 산다고 생각하고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서 삶의 기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런 삶의 방식은 미래에 큰 재앙을 초래하기 때문에 이제는 명상을 통해서 다른 방식으로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가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명상을 통해 마음을 고요히 하는 것은 개인의 행복을 넘어서서 우리 모든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가는 하나의 출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명상은 개인의 평화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모든 생명이 함께 행복해지는 길로 나아가기 위한 평화운동과 생명운동의 실천방안으로도 제시되어야 합니다.”

이어서 지난주에 외국인이 영어로 올린 질문에 대해 답변을 했습니다. 두 명이 질문을 했는데요. 그중 한 명은 평소에 행동이나 말에 잘 깨어 있으면 굳이 명상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평소에 행동과 말에 깨어 있으면 굳이 명상을 안 해도 되나요?

“I understand that the purpose of meditation is to be awake to body and mind. If I practice being awake to my words and behaviors in my daily life, does it have the same effect as meditating? If I become mindful of my words and behaviors most of the time, does that mean I don’t need meditation anymore?

명상의 목적이 몸과 마음에 깨어 있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평소에 행동이나 말에 깨어있는 연습을 한다면 명상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인가요? 또 평소에 행동이나 말에 잘 깨어 있게 되면 굳이 명상하지 않아도 되는 건지요?”

“네, 그렇습니다. 밤에 어두운 곳에 갔거나, 뱀을 만났거나, 권총을 든 강도를 만났을 때도 마음에 두려움이 없고 그냥 하나의 사실로 받아들여진다면, 굳이 명상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뱀에 물렸으면 치료를 하면 됩니다. 강도가 돈을 달라고 하면 돈이 있으면 주면 되고, 돈이 없으면 없다고 말하고 대화를 하면 됩니다. 강도가 한 대 때리면 그냥 맞을 뿐 거기에 아무런 두려움도 없는 정도가 된다면, 굳이 명상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면 다행이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그래도 꼭 이루고 싶다면 연구해서 다시 도전하면 됩니다. 그냥 물이 흐르듯이 막히면 좀 멈췄다가 양이 많아지면 다시 넘쳐흐르듯이 이런 편안함이 일상적으로 유지된다면 굳이 명상이라는 걸 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들의 몸은 음식을 먹어 줘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단식을 해보니 30일이나 50일 정도는 음식을 안 먹어도 마음의 평화만 유지할 수 있다면, 그렇게 위험한 것은 아니에요. 음식이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고, 이렇게 음식에도 아무런 구애받지 않을 정도가 되면 굳이 이렇게 명상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명상을 하는 목적은 일상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고 괴로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데에 있습니다. 상대가 욕하면 ‘저분은 저런 이유로 화가 났구나’, ‘저분은 이런 이유로 지금 큰소리를 치는구나’ 이렇게 이해가 될 뿐 내 마음에 크게 흔들림이 없다면 굳이 명상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상이 곧 명상입니다

명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표현보다는 일상이 곧 명상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더 정확하겠네요. 걷는 것, 밥 먹는 것, 대화하는 것에 늘 깨어 있어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면서 산다면, 일상이 곧 명상입니다. 선불교(Zen Buddhism)에서 한 선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평상심이 도(道)다. 배고프면 밥 먹고, 배부르면 멈추는 게 도(道)다. 더우면 옷 하나 벗고, 추우면 옷 하나 입는 게 도(道)다'

도(道)란 옷을 입고 안 입고, 음식을 먹고 안 먹고에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 말은 어떤 경우에도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고 자기의 감정에 깨어 있으면 이것이 명상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생활해 보면 그렇게 잘 안 됩니다. 가만히 앉아서 눈감고 있어 보면, 보는 것도 없고, 듣는 것도 없고, 아무런 외부의 자극이 없는데도, 마음이 고요하지 못하고 요동을 칩니다.

그래서 가장 쉬운 단계로 이렇게 앉아서 눈을 감고 외부 자극이 없는 가운데 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해 보는 겁니다. 먼저 내 마음의 평화가 유지되면, 다음 단계에서는 걷거나 움직이면서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가를 연습해 보는 거예요. 그다음 단계에서는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마음의 평화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는가를 연습합니다. 이런 순서로 나아가는 겁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법문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다시 한번 명상을 하는 방법을 자세히 안내해 주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가부좌를 하고,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허리와 고개를 반듯이 합니다. 눈을 편안히 감고, 마음을 코끝에 집중합니다. 숨이 들어가고, 숨이 나가는 것을 인지해 봅니다. 숨이 들어갈 때 들어가는 줄 알고, 나올 때 나오는 줄 압니다.

눈을 감고 편안히 앉아 있는 이 시간에는 지금이 아침인지 저녁인지 의미가 없습니다. 또 여기가 미국인지 유럽인지 한국인지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숨이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하는 것만 현재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밖에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어떤 생각도 환상이에요. 그 어떤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밖에서 들리는 매미 소리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그 소리는 들리지만 나는 호흡을 알아차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일어나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그 다음 생각으로 넘어가게 되고, 그러면 호흡을 놓치게 됩니다. 호흡을 놓친다는 것은 호흡이 멈춘다는 뜻이 아니라 호흡은 늘 하고 있지만 내가 알아차림이 없다는 뜻입니다. 호흡 알아차림을 기준으로 보면, 호흡 알아차림이 없으니까 ‘무지’의 상태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여기, 나의 호흡에 포커스를 딱 맞춰야 합니다.

이렇게 계속 연습하면 모든 명상의 조건들이 저절로 갖춰지는 것이지 ‘명상을 깊이 해야겠다’ 하는 것은 다 욕구이기 때문에 오히려 명상에 장애가 될 뿐입니다. 모든 의도를 놓아 버리고 그냥 숨이 들어가고 나오는 것을 다만 알아차리기만 하면 됩니다. 모든 의도를 놓아버리면 편안해질 수밖에 없어요.”

스님의 안내대로 실제로 경험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0분 동안 명상을 했습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마쳤습니다.

“해보니 어땠습니까? 소감을 채팅창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수십 개의 소감이 채팅창에 올라왔습니다.

“My mind clear and more calm.
정신이 맑아지고 차분해졌습니다.”

“My legs ache a lot.
다리가 많이 저립니다.”

“As thoughts appear and keep chasing each other.
과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습니다.”

“I was drowsy but did not lose the focus oh my breath.
졸렸지만 숨을 놓치지 않은 것 같습니다.”

“The length of focus became longer and my mind became more calm.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There were distractions but it kept returning to the breath.
잡념이 생기기는 했지만 계속 호흡으로 돌아왔습니다.”

......

스님은 소감을 하나하나 읽어 주었습니다. 외국인 시청자가 영어로 질문을 올리기도 했지만, 마칠 시간이 다 되어서 다음 시간에 답변해 주기로 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외국인 여러분들이 질문하신 것은 다음 시간에 답변하겠습니다. 한국은 지금 일요일 저녁인데, 미국은 일요일 아침이죠?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생방송이 끝나고 스님은 영어 통역을 해 준 제이슨과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상황과 국제 정세에 대해 잠시 대화를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3

0/200

진영희

명상에 대해 잘알았습니다.

2022-07-15 12:11:42

윤여을

살아 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않겠습니다.
다른 생명의 희생 위에 삶고 있음을 알고, 겸손 하게 살겠습니다.

2021-04-10 17:15:48

세숫대야

불가피하게 생명을 죽일경우 참회하며 얻은 에너지는 생산적인곳에 쓰겠다는 염원을 하며 생활해야겠습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2020-11-15 10: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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