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10.14. JTS 회의, 사회 인사 미팅
“첫아기를 앞둔 예비 아빠입니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어떤 마음이 필요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과 미팅을 하고, 병원 정기 검진을 받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오전 9시 30분부터 JTS 실무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먼저 사무국장으로부터 다가오는 JTS 32주년 기념 세미나 준비 상황을 보고 받고 보완해야 할 점을 점검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 중순에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을 답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후 난민 지원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의논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10시에는 대화문화아카데미 강대인 명예 원장님이 찾아와 접견실에서 미팅을 했습니다. 강대인 원장님은 대화문화아카데미 60주년 기념행사를 12월에 개최하는데 스님이 꼭 참석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습니다. 스님은 흔쾌히 참석하겠다고 대답한 후 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온 결과를 공유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사회 원로들이 어떤 역할을 해나가면 좋을지 원장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후에 병원 검사가 예정되어 있어 금식을 한 후 오후 1시에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여 흉부 CT 검사를 한 후 다시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정토사회문화회관 3층 설법전에서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달아 미팅을 한 후, 저녁에는 두북수련원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0일 부천시에서 열린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첫아기를 앞둔 예비 아빠입니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어떤 마음이 필요할까요?

“저는 내년 1월에 첫아기 출산을 앞둔 예비 아빠입니다. 육아는 처음이고 경험도 없다 보니 걱정이 많습니다. 좋은 부모, 좋은 남편이 되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스님께서 조언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육아는 안 해봐서 잘 모릅니다. 질문자보다 제가 더 몰라요.” (웃음)

“그래도 어떤 말씀이라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질문자가 제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 같습니다. 제가 모른다고 말한 것은 질문자가 알아서 하라는 뜻이에요. 토끼, 다람쥐, 개가 새끼를 낳을 때, ‘육아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새끼를 낳을까요, 그냥 낳을까요?”

“그냥 낳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키울지 고민하면서 키울까요, 그냥 키울까요?”

“그냥 키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아기를 낳으면 그냥 저절로 키우게 되어 있습니다. 조그마한 아기가 울면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서 당황하겠지만 기저귀도 갈아보고, 직접 해보면서 방법을 찾게 되는 거예요. 이렇게 두 번, 세 번 하다 보면 요령이 생깁니다. 아기를 키우는 것은 미리 배워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하는 거예요. 인류 역사를 보아도 ‘엄마·아빠 되기 훈련’을 해서 엄마·아빠가 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처음에는 아기를 하나 낳아 키우다가, 그다음에 둘째를 낳고, 이어서 셋째를 낳아서 키우다 보니 어느새 전문가가 되는 거예요.

요즘 엄마·아빠들은 연습이나 훈련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기를 한 명만 낳기 때문에 더 고민이 되는 것입니다. 아기를 세 명, 네 명 낳아서 키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육아를 잘하게 됩니다.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신랑·신부가 서툰 것은 결혼식을 처음 해봐서 그렇습니다. 결혼식을 세 번, 네 번 하다 보면 더 자연스럽고 멋있게 할 겁니다. 질문자도 이번이 첫아기라고 했는데, 애국하는 김에 세 명만 더 낳아 보세요. 그러면 전문가가 될 겁니다. 아셨지요?”

“네, 알겠습니다.”

“셋을 더 낳아서 키우다 보면 ‘아빠 역할은 이렇게 하세요’ 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강의도 할 수가 있습니다. 면접을 100번 떨어져 보면 ‘면접 잘 보는 방법’에 대한 전문가가 됩니다. 공부나 육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개는 수캐와 암캐 중에 누가 새끼를 키울까요?”

“암캐가 키웁니다.”

“태어난 새끼는 암컷의 젖을 먹고 자라게 됩니다. 암컷이 자기 새끼에게 젖을 먹이며 아끼는 마음을 모성애(母性愛)라고 합니다. 젊은 여성이 ‘애 낳아서 키우는 게 두렵습니다’ 하는 것은 아직 아기를 안 낳았을 때 하는 말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러나 아기를 낳아서 키우는 일은 숲 속의 다람쥐와 토끼도 하는 일입니다. 하물며 왜 사람이 못 하겠어요?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하도록 되어 있어요. 저절로 아기에게 먹일 젖이 나오게 됩니다. 아기를 보호하려는 것은 본능적인 것입니다.

누군가 내 생명을 위협한다면 바로 피해야겠지요. 자기 생명을 자기가 보호해서 생명을 유지하는 것을 ‘개체(個體) 보존의 본능’이라고 합니다. 어미는 자기 목숨을 버리더라도 무조건 새끼를 보호하려고 하는데 이것을 ‘종족(種族) 보존의 본능’이라고 합니다. ‘종족 보존의 본능’이 있어서 오랫동안 종(種)이 유지되는 겁니다. 자연계에는 암컷 즉 어미가 주로 새끼를 키웁니다. 수컷은 가끔 먹이를 물어오기도 하지만 별로 역할이 없습니다. 새끼를 돌보는 일은 암컷이 합니다. 수컷의 역할은 암컷이 새끼를 잘 키우도록 보호하고 암컷이 필요한 일을 해주는 겁니다.

그것처럼 질문자도 직접 아기를 키우려고 하지 말고 엄마가 아기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남편이 젖병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엄마가 아기 젖을 물리거나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는 동안에 아빠는 시장도 보고 밥도 하고 청소도 해야 합니다. 엄마 한번, 아빠 한번 번갈아서 아기를 키우자고 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할 수는 있지만 효율이 떨어져요. 식사 준비도 아내에게 하라고 하고, 애 키우는 것도 아내에게 하라고 하고, 청소도 아내에게 하라고 하면, 아내는 그 모든 일을 다 할 수가 없습니다. 직장까지 다닐 때는 더 어렵습니다. 그러니 엄마가 아기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남편은 밥이나 청소, 빨래를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아기 엄마의 심리가 불안하면 아기의 심리도 불안해집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회사 일이 끝나면 일찍 집에 와야 합니다. 그래야 아기 엄마의 심리가 안정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아내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또한 아기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아기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은 바로 아기의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아기가 세 살이 될 때까지는 아기 엄마가 불안하지 않도록 아내의 말에 무조건 ‘예스’라고 해야 합니다. ‘송아지를 지붕에 올려놓으세요’라고 해도 ‘예스’라고 해야 합니다. 송아지를 지붕 밑에까지 데리고 가서는 ‘여보, 여기까지 데리고 왔는데 이제 어떻게 하지요?’하고 물어보면 됩니다. ‘올리지 마세요’ 하면 ‘알겠습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이 정도는 해줘야 엄마의 심리가 편안해지고 아기의 심리도 안정되게 됩니다.

시어머니 중에는 손자를 잘 키우고 싶다고 하면서 며느리를 구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미워하는데 손자가 잘 클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아기가 세 살이 되어서 자아가 형성될 때까지는 부부가 서로 싸우면 안 됩니다. 아기가 어릴 때 엄마가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있었다면 나중에 커서 심리가 불안정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아기보다 아기 엄마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아기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사람이 아기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부인을 금쪽같이 여기면 아기는 저절로 잘 자랍니다.

물론 아기 엄마가 외출할 때는 아빠가 아기를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핵심 역할은 아기를 보는 엄마를 잘 보살피는 것입니다. 간혹 아기를 키울 때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라고 묻기도 하고, 아기에게 잘 보이려고 서로 경쟁을 하기도 하는데요.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아기는 무조건 엄마가 제일 좋아야 합니다. 아이가 ‘아빠가 좋아!’라고 말해도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 엄마가 더 좋은 거야. 너를 낳고 너를 돌보는 사람은 엄마야. 아빠는 두 번째야’ 이렇게 말해주어야 오히려 아이가 아빠를 신뢰하게 됩니다.

부부싸움을 하게 되어 헤어지는 일이 생기더라도 애들 앞에서 서로를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가 ‘엄마가 문제야’라고 말해도 ‘그런 말 하지 마라. 엄마는 좋은 분이야. 아빠가 잘못해서 갈등이 생긴 거야’라고 말해야 합니다. 엄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아빠는 나쁘다’라고 말해도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 아빠는 좋은 사람이야. 엄마가 지금 아빠에게 제대로 맞춰주지 못해서 생긴 문제야. 아빠 잘못은 아니야.’ 이렇게 말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부부가 이혼하더라도 아이가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심리가 온전한 아이로 자랄 수 있습니다. ‘엄마가 나쁘다.’, ‘아빠가 나쁘다.’ 하면서 서로를 비난하는 것은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입니다. 그러면 아이의 심리는 불안정해집니다. 심하면 정신 분열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어른들은 부모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를 보살펴야 합니다. 아이가 다른 사람의 품에 가서 사는 것이 아이 장래에 좋다면 내가 아무리 보고 싶어도 아이를 위해서 물러나 줘야 합니다. 그게 부모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하고 애완용 동물처럼 서로 가지려고 싸우는 것은 잘못된 행동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옛날보다 더 잘 먹고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만, 심리가 불안정해서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마음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부모들의 심리적 불안이나 부부 갈등, 우울증이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겁니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아시겠지요?”

“네, 잘 알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아빠가 되는 걸까요?”

“엄마가 육아를 잘할 수 있도록 옆에서 보조를 잘하면 됩니다.”

“예. 좋은 아빠가 되는 길은 좋은 남편이 되는 겁니다.”


2025 청년페스타

전체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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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스님 부디 아프지 마셔요~
복부 CT결과가 좋기를 바랍니다.

2025-10-17 09:58:26

감로화

인생을 가볍게 살아 가는 지혜를 배웁니다.🙏

2025-10-17 09:39:17

풀빛KSY

매일 감사드립니다.🙏

2025-10-17 09: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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