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7.24 여름 명상수련 5일째
“솔직해지니까 사람들이 떠나가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여름 명상수련의 마지막 날인 5일째입니다. 온라인으로 명상수련에 함께 참여한 1천여 명의 대중은 모둠별로 화상 채팅으로 마음 나누기를 한 후 스님의 회향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온라인 명상수련이 끝나고 스님은 수고한 봉사자들을 격려한 후 공동체 대중과 안거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내일부터는 안거 수련 소식과 함께 스님의 하루 연재를 다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인간관계에 대한 즉문즉설 한 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떠나가요

“저는 최근에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올 초에 저랑 깊은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 다 떠나갔어요. 그분들에게 제 얘기를 솔직하게 안 하고 착한 척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올 중반에 좀 자신감이 붙어 그 사람들에게 솔직한 제 얘기를 했더니 그 사람들이 떠나가더라고요. 상대방이 잘못해서 제 할 말을 했는데 주변에서는 제 편을 들어주지 않으니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그렇다고 떠나간다는 사람을 잡으려고 하니 마음이 두 배로 힘들더라고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좋을지 궁금합니다.”

“어부가 큰 고기를 잡으려 한다면 촘촘한 그물을 써야 할까요, 듬성듬성한 그물을 써야 할까요?”

“큰 고기를 잡으려면 그물이 좀 듬성듬성해야죠.”

“그물이 촘촘하면 그 안에 작은 고기가 많이 걸리고, 쓰레기도 걸리게 됩니다. 그물이 듬성듬성해야 작은 고기나 쓰레기가 다 빠져나가 버리고 큰 고기만 남을 거 아니에요?”

“네.”

“그럼 큰 물고기를 잡으려고 촘촘한 그물을 던지면 허탕 칠 때가 많겠어요, 던질 때마다 많이 잡히겠어요?”

“작은 물고기가 많이 잡힐 것 같아요,”

“이 정도 말했으면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잘 모르겠어요. 조금 더 설명해 주세요.”

“질문자가 다른 사람에게 비위를 맞추고 싫은 내색을 안 했다는 것은 촘촘한 그물로 사람들을 낚은 것과 같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이 사람 저 사람 모두 그물에 걸린 거예요. 질문자가 자신감이 생겨서 솔직해진 것은 듬성듬성한 그물을 던진 것과 같아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내 감정대로 하니까 작은 물고기들은 다 빠져나가 버린 겁니다. 작은 물고기를 잡고 싶으면 다시 비위를 맞춰야 해요. 반대로 작은 물고기는 신경 안 쓰고 살겠다고 생각하면 큰 소리 뻥뻥 치고 살아도 됩니다.

‘작은 고기 잡아봐야 수고만 많지, 먹을 것도 없다. 큰 고기는 걸리면 잡고, 작은 고기는 안 잡을래’

이렇게 생각해도 아무 문제없어요.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떠날 겁니다. 그때 ‘아이고, 잔챙이들은 떠나는 게 좋다. 먹을 게 안 된다’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러다 보면 어느 날 큰 물고기가 하나 걸릴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질문자는 어떻게 할래요? 멸치나 새우같이 작은 걸 잡으려면 촘촘한 그물을 던져야 하고, 고등어처럼 큰 물고기를 잡으려면 듬성듬성한 그물을 던져야 하는 거예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려면 그 사람들에게 이익도 주고 비위도 맞춰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주위에서 보기에 자신감이 좀 생겼다고 ‘갈 사람은 가라’ 이렇게 큰 소리를 뻥뻥 친 상황인 거예요. 질문자는 큰 소리 뻥뻥 치는 사람이 좋아요?”

“아니요.”

“그래서 사람들이 다 떠나는 거예요. 그런데 큰 소리 뻥뻥 쳐도 ‘저 사람은 나한테 쓸모가 있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별로 구애를 안 받을 수 있잖아요.”

“네.”

“그래서 큰 소리를 치고 살면 1년에 한 명 걸리든지, 3년에 한 명 걸리든지 걸릴 거예요. 큰 소리를 뻥뻥 치더라도 ‘괜찮은 사람이네’, ‘자기 주관이 있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요. 어떻게 살 것이냐는 질문자가 선택할 문제입니다.

촘촘한 그물이 더 좋은지 듬성듬성한 그물이 더 좋은지를 따지는 게 아닙니다. 듬성듬성한 그물을 사용하면 매일 그물이 비어서 올라오다가 어느 날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어요. 촘촘한 그물을 던지면 던질 때마다 작은 멸치나 새우가 잡히긴 하겠지만 큰 물고기보다는 작은 물고기가 잡힐 확률이 높아요. 질문자가 촘촘한 그물을 써서 작은 물고기를 꾸준히 잡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며 살면 돼요.

‘내 인생인데 남의 비위를 맞추면서까지 살 필요가 있을까? 내 소신대로 살자. 인간관계가 끊어지면 어때? 혼자 살면 돼지’

이렇게 마음을 크게 내면 큰소리치면서 살아도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생에는 좋고 나쁜 것이 없어요. 모든 것은 선택일 뿐입니다. 스님이 혼자 사는 것은 훌륭한 게 아니라 ‘혼자 사는 것은 스님의 선택이다’ 이렇게 이해하셔야 합니다. 인생에는 뭐가 더 좋은 것이 없어요. 무엇이든지 자기가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런데 선택을 하고,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면 앞뒤가 맞지 않는 거예요.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하고, 갚기 싫으면 다음에는 빌리지 않아야 합니다. 이런 관점을 딱 가져야 해요. 선택에는 항상 책임이 따릅니다.

결혼할 때 얼굴도 잘생기고 모든 여자가 다 좋아하는 그런 남자를 남편으로 선택한다면, 그 남자는 결혼했다 하더라도 다른 여자들이 계속 쳐다볼까요, 쳐다보지 않을까요?”

“쳐다봐요.”

“그래요. 그러면 죽을 때까지 남편의 여자 문제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고 살아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마음고생을 하지 않고 살고 싶다면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남자를 구하면 돼요. 어떤 것이 더 좋다는 게 아니에요. 내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모든 여자가 내 남자를 쳐다보더라도 잘생긴 남자하고 살고 싶다.’

‘얼굴 잘생겨서 뭐하나? 나는 나만 바라보는 남자하고 살고 싶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과를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런데 잘난 남자에게 자꾸 나만 쳐다보라고 요구하면 그렇게 되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내가 그 남자를 선택할 때는 이미 그 결과가 예상되는 겁니다. ‘인물이 잘나면 인물 값하고, 돈이 많으면 돈값한다’라는 옛말이 있잖아요. ‘기술이 있으면 고집이 있다’라는 말도 있죠.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는 겁니다. 수많은 선택 중에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선택할 때부터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을 해야 되는 거예요. 그러면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그러면 선택은 바꿀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없어요.”

“왜 바꿀 수 없어요? 바꿀 수 있습니다. 선택에 따르는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다면 무책임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결과를 받아들이고 ‘이런 결과를 계속 받고 싶지 않다’라고 판단하면 선택을 바꾸면 됩니다. ‘인물이 좋아서 결혼했더니 이렇게 여자 문제가 많구나. 그래도 잘생긴 남자하고 사는 게 좋지’라고 판단하면 결혼을 유지하고, ‘아무리 잘생겨도 나는 나 외에 다른 여자를 쳐다보는 남자와 살기 싫다’라고 판단하면 ‘안녕히 계세요’ 하고 다른 선택으로 바꾸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전체댓글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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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홍

나도 질문자와 같은 고민이 있었는데 듬성한 그물로 큰 고기 낚으렵니다.

2020-09-22 22:15:56

김현숙여래심

삶은 선택의 과정이기에 그 선택에 대한 책임과 소신으로 나의 삶을 채워가야겠습니다

2020-08-17 21:37:39

김유주

마음이 죽으만큼 힘이들어읍니다. 스님 말씀 듣으니
모두 제탓 인건을 이제알아읍니다 감사합니다

2020-08-09 14: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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