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7.5 온라인 명상수련
"명상을 하면 불안감을 치료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농사일을 하고, 저녁에는 온라인 명상수련을 생방송으로 진행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산 윗밭으로 나갔습니다. 밤사이 내린 이슬이 이제 막 떠오른 햇살에 빤짝이고 있었습니다.

산 윗밭에 도착하니 스님이 가장 먼저 나와 밭 가장자리에 풀을 베고 있었습니다.

“스님,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풀을 매자 갈색빛 땅이 드러났습니다.

“여기에 들깨 모종을 옮겨 심어주세요.”

밭 가장자리 빈 땅마다 들깨 모종을 옮겨 심었습니다.


스님은 산 쪽으로 친 울타리를 둘러보았습니다. 나흘 전에 울타리에 붙은 칡덩굴과 풀을 싹 정리했습니다.

그러나 칡덩굴과 풀은 울타리가 있는 동산 전체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울타리에서 떨어져 자라고 있는 칡덩굴이 금세 울타리를 타고 오를 기세였습니다. 스님은 낫을 들고 비탈진 경사를 타고 올라 칡덩굴을 베기 시작했습니다.




안개가 걷히고 나자 햇살은 점점 뜨거워졌습니다. 스님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땀방울은 안경으로 떨어져 시야를 가렸습니다.

“자연과의 조화가 아니라 자연과의 전쟁이네.” (웃음)

산 쪽 울타리를 따라 덩굴을 거의 다 제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라지 밭에 풀을 뽑아주었습니다.

“도라지도 풍년이네.”


풀에 뒤덮여 겨우 자라는 듯 보이던 도라지 새싹들이 꽤 많이 자랐습니다.

마지막으로 빗물에 도구를 씻고 널브러진 호스를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이제 산 아랫밭으로 가보자.”

산 아랫밭에서는 감자를 수확하고 난 빈 땅에 배추를 심기 위해 두둑을 만들고 비닐을 씌웠습니다. 도착해보니 이미 일을 다 마쳤습니다.

다음에는 두둑 사이에 왕겨를 깔아 풀이 올라오는 것을 예방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텃밭에 가서 청상추를 수확했습니다.


햇살의 약해진 오후에도 스님은 밭으로 나가 풀을 벴습니다.


생방송을 시작하기 전까지 칡넝쿨을 제거하는 일을 하다가 시간이 다 되어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8시 30분에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일요일 저녁은 온라인 명상을 하며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시간입니다. 벌써 온라인 명상을 시작한 지 13주째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동안 외국인 시청자를 위해 영어 통역을 전화 연결로 진행해 왔는데, 갑자기 전화 연결에 문제가 생겨 영어 통역 없이 5분 늦게 방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외국인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생방송을 5분 늦게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영어 통역을 해주는 전화 연결에 문제가 생겨서 나중에 방송이 끝나고 나서 영어 자막을 넣어서 별도로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 말씀드립니다. 저희들은 방송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음향에 자주 문제가 생깁니다. 앞으로는 준비를 더 잘해보겠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와 자연의 재앙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길에 대한 모색

“지금 중국에서는 한 달 이상 비가 쏟아져서 양쯔강이 범람하고, 댐 수문을 열어서 하류가 침수되는 등 큰 홍수가 났습니다. 어제 일본 규슈 지방에서는 폭우가 쏟아져서 인명 피해를 입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서 이곳저곳에서 홍수와 가뭄이 일어나고 있고, 거기다 바이러스까지 창궐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고 자연을 많이 파괴하다 보니 이런 재앙이 초래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이제 인간이 자연 앞에서 좀 더 겸손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위적인 자연 개발이 잘 사는 길인 것 같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개인뿐만 아니라 인류 문명의 공멸을 가져올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명상을 하는 목적은 그냥 마음만 고요히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올바르게 이해함으로 인해 나와 남이, 사람과 자연이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 명상을 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올라온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불안감, 나쁜 경험을 명상을 통해 치유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짧게 답변했습니다.

명상을 하면 불안감을 치료할 수 있을까요

“저는 명상을 하면 불안감, 나쁜 경험, 충족되지 않은 기대, 이런 것들을 반영하는 생각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이런 생각들을 어떻게 명상으로서 치유할 수 있을까요?”

“명상은 어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명상을 하는 가운데 이러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치유가 된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명상의 목표는 마음이 고요하고 자유로우며 어떤 상황에 처하든 괴롭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즉, 해탈과 열반의 경지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명상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는 육체적인 질병이나 정신적인 병들이 많이 치유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명상 중에 호흡이 가늘어지고 아주 미세한 호흡을 알아차리는 정도가 되면 마치 잠을 자는 것보다 더 마음이 안정이 됩니다. 잠이 들면 무의식의 세계에 있는 것들이 꿈이라는 형태로 의식의 세계로 떠오르듯이 무의식의 세계에 있었던 많은 것들이 의식의 세계로 떠오르게 됩니다. 그것처럼 명상을 할 때도 많은 상념이 떠오르게 됩니다. 이때 거기에 의미를 부여해서 붙잡고 있으면 번뇌 망상이 됩니다. 그러나 상념들이 떠오르더라도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마음을 호흡에 딱 집중해서 깨어있으면 불안감과 상념들이 수증기가 증발하듯이 계속 사라져 가게 됩니다. 상념들이 나를 봐달라고 악착같이 덤비지만 거기에 계속 관심을 두지 않으면 상념들이 저절로 하나씩 사라집니다.

불안했던 과거의 나쁜 경험들이 떠오르는데도 거기에 끌려가지 않고 호흡을 알아차리는 데에만 집중되어 있으면 이런 망상들이 결국 사라집니다. 그 어떤 것도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내가 의미를 부여하면 오래 지속되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를 반복합니다. 마음이 망상에 동요되지 않으면 그런 상념들이 그냥 지나갈 뿐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나를 욕하면 거기에 반응해서 기분 나쁜 감정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그냥 하나의 소리로만 듣고 ‘저 사람이 화가 나서 저렇게 얘기하는구나’ 이렇게 알아차리면서 그 소리에 감정 개입을 하지 않으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명상도 그와 같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명상을 통해서 마음속에 있는 많은 찌꺼기들을 조금씩 소멸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명상을 여러 번 해도 특별한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일상생활 속에서는 예전보다 마음이 고요해지고 평정심이 유지되고 화가 줄어들었음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결국 명상을 하면 불안감, 나쁜 경험, 충족되지 않는 기대, 이런 것들이 점점 치유가 되어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음 은 호흡을 놓쳤다가 다시 알아차리는 과정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호흡을 놓쳤다가 다시 알아차리는 과정을 분석해 볼 수 있을까요

“호흡에 집중하던 것이 흐트러졌음을 알아차리는 순간, 그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올 때, 이 두 시점 사이에 내 마음과 인식이 무슨 작용을 했는지 분석이 가능한가요? 이렇게 세분화하는 것이 위파사나로 깊게 들어가는 것인가요?

“분석하고 싶어 하는 것은 좋습니다만, 명상을 할 때는 이런저런 의미를 부여해서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모든 생각을 놓아버리는 것이 명상입니다. 이 세상에 그 어떤 것에도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야 합니다. 다만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것을 알아차릴 뿐입니다. 걸을 때는 다만 동작을 알아차릴 뿐입니다. 작업할 때는 자기가 작업하는 것에만 깨어있지, 머릿속에서 이 생각 저 생각 떠오르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나 모양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 명상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내가 얘기를 하는데 상대방이 내 얘기를 안 듣고 어떤 생각에 빠져서 딴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때 제가 ‘너 뭐하니?’라고 물으면 ‘아, 예!’ 이러면서 다른 곳으로 쏠렸던 마음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잖아요. 명상도 마찬가지입니다. 호흡을 알아차리고 있다가 어떤 생각에 사로잡혔다면 그것은 한눈을 판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한눈을 팔게 되면 호흡이 약간 거칠어지게 됩니다. 고요했던 호흡이 거칠어지면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감각이 강해지니까 호흡을 다시 알아차리게 되는 겁니다.

‘놓쳤구나’ 했을 때는 다시 호흡을 알아차린 것이라기보다는 내가 호흡을 놓쳤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눈을 팔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는 것과 같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답변을 마치고 나서 곧바로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통역을 하지 않게 되어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30분 간 명상을 해왔는데, 오늘은 특별히 40분 간 명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30분은 짧다는 의견을 올려주셔서 오늘은 40분간 명상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러면 자세를 바로 하겠습니다. 허리를 펴고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눈을 편안하게 감습니다. 숨이 길게 들어가면 길게 들어가는 줄을 알고, 짧게 들어가면 짧게 들어가는 줄 압니다. 다만 지금 나의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뭘 자꾸 알려고 하지 말고 일단 해봅니다. 호흡을 놓치면 ‘놓쳤구나’ 하고 다시 호흡을 알아차릴 뿐입니다.”

탁! 탁! 탁!

짧고 명쾌한 죽비소리와 함께 명상이 시작되었습니다.

탁! 탁! 탁!

명상이 끝나고 스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습니다.

“해보니 어땠습니까?”

실시간 채팅창에는 수백 개의 소감이 올라왔습니다. 40분간 명상을 하니 길어서 힘들다는 분들도 있었고, 더 좋았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자주 생각했습니다. 40분이 너무 길었습니다.”

스님은 40분이 너무 길었다는 분에게 공감을 해주었습니다.

“네, 40분은 혼자 집에서 명상을 하기에는 길게 느껴질 수 있는 시간입니다. 문경 수련원에서 여러 대중이 같이 명상을 하게 되면, 똑같이 다리가 저리고 아프지만 대중이 같이 하기 때문에 40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혼자서 명상을 한 여러분은 절반 이상이 다리를 움직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님이 이야기하고 있는 중에도 소감이 계속 채팅창에 올라왔습니다.

“머리가 아프고 땀이 났지만, 계속 호흡으로 돌아오고 놓치고를 반복했습니다.”

“다리가 저려서 힘들었지만 조금씩 집중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40분이 어느 순간 지나가버렸네요. 아마 졸았나 봐요.”

...

눈에 보이는 소감 몇 개만 더 읽고 방송을 마쳤습니다. 스님의 목소리가 안 좋게 들려서 걱정이 된다는 댓글도 올라왔습니다.

“제가 오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죠. 특별한 일은 없었는데 목소리가 갑자기 이렇게 잘 안 나오네요. 아마도 하루 종일 농사일을 무리하게 해서 그런 것 같아요. 방송을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칡넝쿨 제거한다고 힘이 많이 들었어요. 그럼 편히 쉬시고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농사일에 전력을 기울이다 보니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몸에 무리가 간 것 같았습니다. 방송을 마치고 스님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서울로 이동해 문상을 다녀온 후 오전 10시 30분부터는 하루 종일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 온라인 명상을 유튜브에서 다시 보기 하실 수 있습니다.

▼ 유튜브로 다시 보기

전체댓글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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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여래심

맘적 평안함과 망상 비워내는 정갈함 위해 기도와 명상을 놓지 않겠습니다

2020-07-30 18:51:21

정지나

숨이 들어오면 들어오는지 알고
나가면 나가는줄 아는 지금에 그저있을 뿐입니다
여기저기로 흩어지고있는 나를 다시 살펴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20-07-19 09:48:39

김석영

스님 안녕하세요
어머님 제사를 지난설에 아버님집에서 저의집으로 옴겨 지냈습니다
그때 저의집에서 차례지내기 전에 간단하게 고했습니다
그러나 딸들이 누나.동생이 어디가서 봤더니 저에게 안좋아 올해 기제사와 추석만 지내고 옴기고 어머님께 정식으로 고하고 옴겨야 된다고 성화입니다
어떻게해야 되는지요
010 6429 8774

2020-07-16 16: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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