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5.17 청년활동가 화상회의, 불교대학 온라인 즉문즉설, 일요 명상수련 6주째
“수행자는 삶의 모습이 어떤가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는 청년활동가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온라인으로 불교대학생들에게 즉문즉설을 하고, 저녁에는 온라인으로 명상수련을 진행했습니다. 법문을 하는 대상과 질문을 하는 내용이 계속 바뀌었지만, 수행자는 삶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일관되게 이야기했습니다.

오전 8시, 전국에서 청년 담당 및 모둠장을 맡고 있는 20명이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했습니다. 지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모니터 속에 청년들이 손을 흔들었습니다. 한 사람씩 자기소개를 하고, 스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정토회에서 청년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청년 정토회를 별도로 구성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어떻게 하면 청년 정회원을 많이 양성할 수 있을까요?"
“청년들에게도 수행 중심적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습니다."
"봉사를 하면 개인에게 어떤 이익이 있나요? 봉사를 권유하면 거절당할 때가 많습니다."
“청년 특화사업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10차에 구조가 바뀌고 일이 더 많아졌어요."
"청년을 위한 법회를 개설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

스님은 26명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청년의 눈높이에 맞춰 하나하나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수행자가 삶을 살아가는 모습

“수행자란 인생의 목표를 해탈과 열반에 둔 사람입니다. 즉, 자유와 행복을 인생의 목표로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돈을 많이 벌고, 지위가 높아지고, 쾌락을 즐기고, 집이 크고, 차가 크고, 이런 것들을 인생의 목표로 두는 게 아니고, 밥을 좀 적게 먹더라도, 옷을 헌 걸로 입더라도, 지위가 낮더라도, 자신에게 긍정적이며 삶의 만족을 느끼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어느 게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다만 어떤 선택을 할 거냐의 문제입니다.

수행자는 세상 사람들한테 도움을 얻거나, 부모한테 도움을 얻거나, 형제간에 도움을 얻거나, 사회 보장제도를 통해 도움을 얻거나, 이렇게 도움을 얻길 바라면서 살지 않습니다. 하느님이나 부처님한테 ‘도와주세요’ 하며 의지하고 구걸하는 인생을 살지 않습니다.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워주고,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고, 외로운 사람을 위로해주고, 이렇게 남을 돕는 사람이 되겠다는 삶의 목표를 세운 사람이 수행자입니다. 즉, 내 인생이 자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인생의 목표를 가진 사람입니다. 지금 당장은 안 되더라도, 인생의 목표를 이렇게 분명히 한 사람은 수행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항상 남이 나를 도와주기를 원하거나, 하느님한테 빌고, 부처님한테 빌고, 부모한테 손 벌려서 맛있는 음식 사먹고 즐기는 게 인생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수행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수행자의 삶을 일반적인 삶과 굳이 구분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그렇게 살지 못하지만, 수행자의 길을 가겠다는 목표를 확실히 정하고 그 방향으로 가겠다고 발심을 한 사람은 수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청년 여러분들은 정토회를 다닌 경력이 짧고, 아직 젊다 보니까 인생의 목표를 뚜렷하게 정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 빠른 시일 안에 아직 수행자가 되지 않은 일반인들을 위한 법회를 따로 개설하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렇게 수행법회와 일반 법회를 나누어서 진행하면, 일반 법회에는 청년 여러분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러니 지금 수행법회가 정회원 위주로 운영되는 것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청년들이 법문을 귀담아듣기 어려운 이유

여러분 중에는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면 남편이나 부인이 바람을 피울 것으로 예상하고 결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대부분이 나만 사랑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결혼을 할 겁니다. 그런데 막상 결혼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자식을 낳으면 다 예쁘고 공부를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있고, 아이가 공부를 못 할 수도 있어요. 가게를 열 때도 장사가 잘 될 거라 예상하고 시작합니다. 장사가 안 될 거라고 예상하고 시작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겁니다. 그러나 가게를 열어보면 오히려 본전도 못 찾고 손실을 입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런 일들을 몇 번 경험해보면 ‘인생이 뭐지?’,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 이런 고민이 생깁니다. 그럴 때 부처님의 가르침인 수행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아직 결혼도 안 해봤고, 애도 안 키워봤고, 사업을 해서 실패를 해본 것도 아니기 때문에 뭐든지 하면 다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계획대로 안 되었을 때 일어나는 문제까지 고려해서 말하는 스님의 법문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어요.

연세가 지긋한 분들은 마음 병이 났을 때 부처님 법으로 치료를 받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법에 대한 신뢰가 굉장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아직 병이 안 났어요. 여러분 입장에서는 스님의 법문이 예방 차원에서 하는 얘기로 들리기 때문에 가슴으로 다가오지는 않는 겁니다.

청년들의 이런 특징 때문에 청년 정토회를 따로 분리시켜서 특화한 거예요. 조금 다른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적으로는 지역 법당에 소속되어서 그 일원으로 활동하지만, 전국적으로는 청년세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열어두자는 취지입니다.

예를 들어, 정토불교대학은 다수의 대중들에게 보편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청년들에게는 조금 안 맞는 측면이 있어요. 즉문즉설도 기본적으로는 마음공부라는 측면에서 청년들이 봐도 유익한 내용이 많지만, 질문의 대부분이 ‘남편 때문에 못 살겠다’, ‘아내 때문에 못 살겠다’, ‘자식 때문에 못 살겠다’, ‘시어머니 때문에 못 살겠다’, ‘사업이 망해서 힘들다’ 이런 내용들입니다. 그래서 청년들 입장에서는 즉문즉설이 감동적인 것 같기는 한데 내 가슴에는 와 닿지 않는 거예요.

물론 예방 차원에서 인생의 여러 고뇌에 대해 즉문즉설을 통해 미리 배우는 건 좋지만, 청년들이 지금 고민하고 있는 연애, 학업, 취업에 대한 질문과 스님의 법문도 제공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처럼 청년들만 모여서 자신들의 고민을 묻고 답하는 법회를 가끔은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 여러 가지 고민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았는데, 괜찮았어요?”

“네.”

“좋은 시간이었어요?”

“네.”

“얼굴을 보며 마주 앉아서 얘기를 하면 좀 더 효율적일 수 있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전화로 통화하는 것보다는 화상 채팅을 통해서 얼굴이라도 보고 얘기하니까 훨씬 더 낫죠?”

“네.”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스님, 긴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요. 수고했어요.”

화상 회의를 마치고 바로 농사일을 하러 가려고 했는데, 스님을 찾아온 손님이 있었습니다. 손님이 떠난 후 스님은 바로 법사님들이 울력하고 있는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아이고, 토마토가 다 죽어가네.”

“스님, 토마토에 청고병이 들었어요.”

토마토가 시들시들했습니다. 농사 담당 행자의 목소리가 토마토보다 더 풀이 죽어 있었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병이 옮지 않도록 시든 것은 뽑고, 치료할 방법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좁은 땅에 뿌려두었던 상추씨앗은 소복이 싹을 틔웠습니다.

꽃이 핀 고수를 뽑고 밭을 갈아 고수 모종을 옮겨 심었습니다.

날이 뜨거워 고수싹이 햇볕에 말라죽을까 봐 부직포를 덮어 그늘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이틀만 덮어주면 살아날 거예요.”


밭일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다시 돌아온 스님은 오후 4시부터 온라인으로 불교대학생들을 만나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벌써 여섯 번의 강의가 생방송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여섯 번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궁금한 점에 대해 묻고 답하는 시간을 한 번도 가지지 못했는데, 오늘은 스님이 특별히 시간을 내었습니다.

카메라와 조명이 켜지고 생방송이 시작되자 1,100여 명의 불교대학 학생들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먼저 여러분들이 사전에 질문한 내용에 대해 대답을 할 테니 채팅창에 실시간으로 여러분들의 소감을 올려주세요. 강의를 마칠 무렵에는 여러분이 올린 소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보겠습니다.”

2시간 동안 10명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할 수 있었습니다.

  • 강의를 듣고 실천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스님 말씀처럼 알아차리는 것까지는 되는데, 그 다음에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요?
  • 육화합의 조건에 대해서 지난주에 배웠습니다. 회사에서 화합할 마음이 없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어떤 마음으로 대처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 고락이 없는 열반에 이른다는 것이 그냥 이래도 그러려니 저래도 그러려니 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요?
  • 인연 과보에 대해 궁금합니다 정말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 것인지요. 제가 당한 일에 인연 과보를 연결 지어 생각해보는데 도무지 원인을 모르겠어요.
  • 마음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음을 알아차리기 전에 먼저 감정이 앞섭니다 늘 후회하는 마음이 뒤따르는데 연습과 후회를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 탐진치가 일어날 때 자제하려면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지요?

...

여러 가지 질문 중에 오늘은 부처님이 왜 걸식을 했는지에 대한 스님의 대답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부처님이 탁발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부처님은 왜 스스로 일을 해서 밥을 드시지 않고, 탁발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첫째, 탁발은 인도의 전통문화였습니다. 탁발은 부처님이 처음 하신 게 아니고, 당시 인도 수행자들의 전통이었습니다. 부처님도 그 전통을 따른 거예요.

부처님은 어릴 때는 브라만교를 믿었고, 커서는 출가사문의 무리에서 수행을 했습니다. 6년 간의 고행 끝에 제3의 길인 ‘중도’를 발견하셔서 마침내 깨달음을 얻으셨지만, 외부적으로는 브라만이 아닌 출가사문 무리의 일부였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은 출가사문의 가르침에 치우쳐 있지 않았어요. 이것도 저것도 떠난 새로운 길인 중도를 발견하셨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형식은 출가사문의 무리에 들어있었기 때문에 사는 방식은 출가사문의 길을 따랐던 거예요.

그래서 부처님은 걸식을 하고, 시신을 덮었다가 버린 옷을 주워 입고, 나무 밑에서 자는 생활을 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얻어먹었다는 게 아니라 탐욕을 버렸다는 것입니다. 출가 수행자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먹고 싶고, 입고 싶고, 자고 싶은 욕망을 다 내려놓아야 했던 겁니다.

불교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

그런데 우리는 죽을 때까지 평생 동안 의식주에 얽매여 살잖아요. 부처님은 ‘아무거나 먹겠다’, ‘아무거나 입겠다’, ‘아무데서나 자겠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어버린 겁니다. 그래서 의식주 문제를 일순간에 해결해 버렸습니다.

다른 종교처럼 전법을 하려면 큰 건물도 있어야 하고, 제사장도 있어야 하고, 많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부처님과 승단이 그들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과 제자들은 자는 것을 아무 데나 자도 되니까 집 걱정이 없었습니다. 먹는 건 남이 먹다 남은 것을 얻어먹음으로 인해 먹는 것에 대한 걱정이 없었습니다. 옷은 시체를 덮기 위해 사용했던 분소의를 주워 입어서 해결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의식주 문제를 다 해결해버렸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승단을 찾아와도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큰 건물을 짓고 제사장이 그것을 운영하는 방식에 비해서는 권위가 떨어져 보였기 때문에 전법에 굉장히 불리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확실한 콘텐츠, 즉 내용이 있었습니다. 내용이 확실하니까 형식이 없어도 사람들에게 전파될 수가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이 법을 전파하는 데에 있어서는 오히려 부처님이 사용한 이 방식이 굉장히 유리했습니다. 절을 안 지어도 되잖아요. 꼭 브라만 신분이 아니어도 되잖아요. 제사장이 아니어도 누구나 다 마음을 내면 전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먹고 입고 자는 것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전 세계에 빠른 속도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겁니다.

수행자가 되는 네 가지 조건

부처님이 취한 이런 방식은 굉장한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얻어먹었다가 핵심이 아니라 검소하게 살았다가 핵심입니다. 그래서 정토행자의 서원에도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잔다는 표현을 넣은 겁니다. 적게 잔다는 말은 수면 시간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검소한 생활 태도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검소해야 합니다. 교만하지 않고 겸손해야 합니다. 마음에 괴로움이나 불안함이 없고 평화롭고 행복해야 합니다. 여기에다가 사회적 정의를 실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수행자는 사회적 정의를 외면하고 나만 편하게 살아서는 안 됩니다.

사회적 정의란 평등성을 실현하는 겁니다. 남녀의 차별, 계급의 차별, 성적 지향의 차별, 민족이나 종교에 대한 배타성을 부정하고, 평등성을 실현해나가는 것이 사회적 정의입니다. 부처님은 평등성을 가르친 분이고, 우리가 수행자라면 이 가르침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기본적으로 진보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보수적인 입장에 서면 지배 세력의 질서를 합리화해야 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아주 투명한 민주적 질서 속에서 평등성에 기초한 가르침을 폈기 때문에 진보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수님도 마찬가지였어요.

만약 현재의 불교가 보수적이라면 그 이유는 지배 세력과 결탁해서 집단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말하는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부처님은 항상 평등성에 기초한 사회 정의를 실천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도 수행자가 되려면 이 네 가지를 갖추어야 합니다.

첫째,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생활을 검소하게 해야 합니다.
둘째,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겸손한 자세로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해야 합니다.
셋째, 어떤 상황에서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넷째,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실천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정토불교대학은 그런 수행자가 되는 공부를 하는 곳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하셔서 그런 수행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올라온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다 하고 나니 저녁 6시가 다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채팅창에 소감을 올려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다양한 소감이 올라왔습니다.

“알아차리기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궁금한 점에 대해 대답을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니까 참 좋아요.”
“깨어있겠습니다. 알아차림을 목표로 수행하겠습니다.”

스님은 소감에 대해 짧게 코멘트도 해주었습니다.

“불교대학을 개근하면 스님과 악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더라고요.”

“네, 개근하세요.” (웃음)

마지막으로 즉문즉설을 마치며 다음 시간을 기약했습니다.

“다음에 또 이런 시간을 갖겠습니다. 평일에 이런 시간을 가지려니까 교실마다 수업을 하는 날짜가 다 달라요. 그래서 모두가 생방송에 접속할 수 있는 일요일에 진행을 해보았습니다. 두 달 정도 지난 뒤에 다시 날짜를 잡아서 대화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합장으로 인사를 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저녁예불을 드리고 7시부터 8시 15분까지 농사팀과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마음 나누기는 놓치지 않습니다.

나누기를 마치고 저녁 8시 30분부터 온라인 일요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날이 더워서 창문을 열었더니 개구리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일주일간 잘 지내셨습니까? 이곳은 오늘 기온이 27도 정도 됐어요. 밖에서 일할 때는 많이 더운데, 이제는 실내까지도 좀 덥기 시작했습니다. 봄이 깊어졌고 마치 여름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오늘도 외국인들 질문을 몇 가지 받고 시작하겠습니다.
Hello there. Did you have a good week? The temperature in Korea today went all the way up to about 27 degrees centigrade. That's about 87, 88 degrees Fahrenheit, so it was quite hot working outside today. It is as if the late spring is giving way to early summer. As always I will start today responding to a couple of questions from non-Korean speakers."

간단히 인사말을 건넨 후 곧바로 외국인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지난주에 온라인 명상이 끝난 후 4명의 외국인들이 질문을 올렸습니다. 그중 첫 번째 질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명상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나요?

“명상이 우리 삶을 향상시킬 수 있나요? 어떻게 향상시키나요? 우리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명상을 하나요 아니면 명상을 하는 다른 이유가 있나요?
Does meditation have the ability to improve our lives? How? Do we meditate in order to improve our lives or is there another reason to do it?”

“여기서 향상시킨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가 정확하게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우리 삶이 향상된다’라고 표현하셨는데, 어떻게 되는 것을 향상된다고 말하는 건가요? 돈을 많이 벌고, 지위가 높아지고, 인생이 즐거워지고, 이런 걸 갖고 삶이 향상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인가요? 무엇을 두고 말하는지 좀 불분명합니다.

사람의 모습을 밖에서만 관찰하면, 돈이 많은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 집이 큰 사람, 좋은 옷을 입은 사람, 이렇게 다양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명상에서는 이런 차이를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명상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마음의 상태입니다. 똑같은 상황인데도 마음의 상태는 서로 다릅니다. 괴롭다든지,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든지, 미워진다든지, 초조하고 불안하다든지, 이렇게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고, 마음의 상태가 안정되어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계속 오지 않는다고 합시다. 똑같은 상황인데, 어떤 사람은 초조하고 불안해하고, 어떤 사람은 ‘무슨 일이 있구나, 좀 기다려 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을 가집니다. 왜 안 오느냐고 하면서 화내고, 짜증내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다른 차편을 이용해서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편안한 상태에서 어떤 대책을 강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다가 잘 안될 때도 실망하거나 좌절하거나 짜증을 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왜 안 될까’ 하고 연구하면서 모르면 남한테 물어보고, 다시 시도해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돈이 있으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어서 좋고, 돈이 없으면 가볍게 삶을 살아갈 수 있어서 좋은 겁니다.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 정해 놓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불만하고 괴로워하는 게 아니라 주어지는 대로 형편 되는 대로 적응해서 살아간다는 삶의 자세를 가지면 인생이 가볍습니다. 더우면 옷 하나 벗고, 추우면 옷 하나 더 입으면 됩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면 됩니다.

명상을 하면 이런 과정에서 마음이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삶이 향상된다고 말하는 것이라면, 명상은 우리 삶을 향상시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삶을 향상시킨다는 게 다른 의미라면 명상은 삶을 향상시킨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명상은 돈을 번다든지, 건강해진다든지, 시험에 합격한다든지 이런 것과는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마음을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바꾸는 것이 명상입니다.

명상은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편안하게 작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명상은 주어진 상황을 잘 수용해서 적응을 하는 것입니다. 명상은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삶의 자세가 변화하는 것을 향상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명상은 삶을 향상시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명상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설명을 한 후 나머지 세 개의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질의응답을 30분 동안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가부좌를 하고, 허리를 똑바로 펴고, 고개를 똑바로 듭니다. 두 손을 앞으로 모으거나 무릎 위에 얹고 눈을 편안하게 감습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가집니다. 약간 긴장하거나 조급하다면 ‘내가 긴장하고 있고, 조급해하는구나’ 하고 알아차립니다. 마음을 콧구멍 끝에 딱 집중하고 호흡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숨이 길게 들어오면 ‘길게 들어오는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숨이 가쁘면 ‘가쁘구나’, 숨이 부드러우면 ‘부드럽구나’ 하고 다만 호흡의 상태를 알아차립니다.”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이 시작되었습니다.

탁! 탁! 탁!

30분이 경과하고 다시 죽비 소리가 들렸습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가 끝나자 다시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해보니 어땠습니까? 덥다고 창문을 열었더니 온 천지가 개구리 소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웃음) 오늘 명상을 해 본 소감을 한번 올려 봐주세요.”

수백 개의 소감이 채팅창에 올라왔습니다.

“개구리 소리가 들리는 건가요, 정겹네요”
“머릿속이 시원하고 개운하고 이완되는 느낌입니다”
"숨에 마음을 집중하기가 이렇게 어렵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리가 저리다는 것을 알아차리니 통증이 서서히 사라지는 게 신기했습니다"
"6주째 명상을 하니 조금씩 덜 힘든 것 같아요"
"온라인 명상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질문도 올라왔습니다. 스님은 짧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명상 중에 몸이 너무 간지럽거나 귓속으로 벌레가 들어간 것 같다거나 할 때 스님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간지러움을 끝까지 견딘 것은 참는 것인지, 알아차리는 것인지, 참는 것과 알아차림의 차이를 알고 싶습니다.”

“간지러움이 있는데 손으로 긁지 않고 꾹 참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긴장됩니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받게 돼요. 간지러운 감각을 그냥 느껴보면 됩니다. 손으로 긁는 것도 아니고, 참는 것도 아니고, 간지러운 감각을 그냥 느낍니다. 거기에 마음을 빼앗겨 호흡을 놓치면 마음을 간지러운 감각에 빼앗긴 겁니다. 저 밖에 개구리 소리가 들리지만 내 마음은 개구리 소리에 따라가지 않고, 다만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듯이, 옆구리에서 또는 귓속에서 간지러움이 일어나더라도 ‘나는 코끝에 집중해서 호흡을 알아차린다’ 이렇게 다만 할 뿐입니다.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혹시 놓치게 되면 다시 알아차리면 됩니다. 편안한 가운데 그냥 꾸준히 해 봅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간단한 방법입니다. 간단하지만 막상 해보면 어렵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연습해야 합니다. 그러면 마음은 저절로 편안해지고, 집중력은 높아지고, 알아차림은 또렷해집니다.

이런 연습이 되면 다른 사람과 얘기할 때 그 사람의 모습이나 어떤 소리에 나의 마음이 반응하는 것을 아주 또렷이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감정이 일어나도 내가 흥분하거나 끌려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감정에 안 끌려가려고 입을 악다물고 참을 필요가 없어요. 그냥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하고 편안하게 알 뿐입니다.”

스님은 올라온 소감을 몇 개 더 읽은 후 다음 주를 기약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직접 명상을 해 본 소감을 올려주셨는데요. 다음 주에도 다시 해 보겠습니다. 다들 편안한 밤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So, a lot of you have uploaded your comments on the chat window and we will do this again next week. I wish all of you a good night or a good day."

생방송이 끝나고 나서도 스님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생방송 중에 읽지 못한 소감들을 더 읽어 보았습니다. 외국인들이 영어로 올린 질문도 꽤 많이 보였습니다.

방송이 끝나고도 유튜브 채팅창으로 감사 인사가 계속 올라왔습니다. 한동안 채팅창을 바라보던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오늘 하루가 기네요. 수고 많았어요.”

아침부터 스님은 전국 청년활동가들과 화상 회의를 하고, 천여 명의 불교대학생들과 즉문즉설을 하고, 3천4백 여명과 함께 명상을 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즉문즉설 강연이 모두 취소되었지만 매일 더욱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농사일을 한 후 10시부터는 정토불교대학 강의를 생방송으로 할 예정입니다. 오후 1시부터 밤늦게까지는 두북 특별위원회 회의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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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20-10-19 17:18:54

김현숙여래심

이 곳 명상시간이 초저녁시간대라 격주로 명상수련에 참여하고 있어요 아직은 초심이라 호흡이 짧아 자주 끊어지네요 차츰 호흡을 길게 가지려 합니다

2020-05-27 22:35:23

서은정

저도 이 생방송에 참여해서 스님의 법문을 들었습니다. 궁금한 사항을 쉽게 잘 설명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접속이 많은데, 이렇게 나마 스님의 얼굴을 생방송으로 보아서 너무 기뻤습니다. 수행자가 되기 위해서, 네가지를 지켜야한다는 것을 꼭 되새기며,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5-25 00: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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