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5.14 공동체 법사단 수련
“실패하면 연구해서 다시 하면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공동체 법사단 수련이 일주일 만에 재개되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공동체 법사단은 4월 한 달 동안의 연구 성과를 정토회 각 단위에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후 각 분과별로 연구의 시간을 가진 후 오늘 다시 모였습니다.

해가 뜨기 전, 기도를 마친 스님은 비닐하우스로 나갔습니다. 새벽 5시 10분이었습니다. 내일은 비 소식이 있습니다. 비가 오기 전에 오늘 논둑 보수도 해야 하고 축대도 마무리해야 합니다. 스님은 혼자서 어제 쌓다가 만 축대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 돌을 쌓고 아침 공양을 한 후에 다시 바로 축대를 쌓기 위해 나왔습니다. 법사님 몇 분도 울력 시간보다 일찍 나와서 축대 작업을 도왔습니다. 돌 사이에 흙을 메꾸려고 포클레인을 한 삽 펐는데 아주 큰 돌이 나왔습니다.

스님은 큰 돌이 아까워 ㄱ자형으로 축대를 더 쌓았습니다. 내리막길이 더욱 안정되었습니다.

8시가 되자 법사님들 대부분이 울력을 하기 위해 도착했습니다. 축대는 거의 완성이 되었습니다. 축대를 본 사람마다 감탄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축대 주변 땅을 평평하게 고르고 포클레인을 왔다 갔다 하며 땅을 다져주었습니다.


“자, 그럼 이제 실험을 해봅시다.”

덤프트럭을 축대 앞에 세우고 포클레인을 실어보았습니다.

포클레인이 무리 없이 트럭에 잘 올라탔습니다.

“두 번째 과제를 해결했네요. 이제 여기에 트럭을 세워놓고 포클레인을 실으면 돼요. 리어카에 물건을 싣고 와서 트럭에 바로 실어도 되고요.”

농사 도구든, 수확한 농산물이든, 트럭 위로 올리느라 늘 힘이 들었는데 이제 손쉽게 옮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소 너저분했던 비닐하우스 앞도 깔끔해졌습니다. 현안 처리를 하느라 바쁜 농사팀 행자들을 대신해 스님은 행자님들이 여력이 없어 하지 못하는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있습니다.

“논에 포클레인이 좀 와서 파주면 좋겠어요.”

법사님들과 포클레인은 논으로 떠나고 스님만 남아 뒷정리를 했습니다. 덤프트럭 뒤판을 닫으려는데 잘 닫히지 않았습니다. 뒤판은 포클레인 무게로 인해 휘어져있었습니다.

스님은 곡괭이를 가져와 트럭 뒤판을 이리저리 내리쳐서 문이 닫히도록 맞췄습니다.

그리고 축대 위를 살펴보았습니다. 작은 돌이 쌓여있어 울퉁불퉁했습니다.

스님은 다시 큰 돌을 주워와 축대를 평평하게 보수했습니다.


1차 완공, 실험, 2차 보완의 단계를 거쳐 축대 공사를 마쳤습니다. 반듯한 축대를 보면서 '실패했을 때 좌절하는 건 욕심 때문이고, 실패하면 연구해서 다시 하면 된다'는 스님의 법문이 문뜩 가슴으로 다가왔습니다.

완성된 축대에 개구리가 먼저 놀러 와 뛰어다녔습니다. 지나가던 마을 어르신이 축대를 보고 칭찬했습니다.

“아이고, 누구 솜씨인가 했더니 스님 솜씨였네요.”

“어렸을 때 어깨너머로 보고 배웠어요.”

스님은 웃으며 삽을 들고 논으로 향했습니다. 논둑을 만드는 작업도 어느 정도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스님도 함께 마무리를 했습니다. 논둑을 정비하고 논에 물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똥 포대에 비닐을 덮어주었습니다. 내일 비가 오기 때문입니다.

농사일을 마무리하고 10시에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법사단은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드린 후 여는 말씀을 청했습니다. 반갑다는 스님의 경상도식 인사와 함께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연구한 게 좀 있어요? 진척이 없었으면 빨리 폐회를 하고 회의를 다음으로 연기를 하죠?” (웃음)

오늘부터 기획위원장인 향상 법사님, 2차 만일 준비위원장 전해종 님, 두 분이 새로 결합했습니다.


먼저 향상 법사님이 개원 기념법회에 대해 기획한 내용을 발표하고, 이어서 향광명 법사님, 전해종 님, 묘당 법사님, 선주 법사님이 차례대로 온라인 정토회 분과에서 연구한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스님은 법사님들의 연구 결과를 메모를 하며 경청했습니다.

다들 지난주보다 더 발전된 연구 성과들을 가져왔습니다.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한 쟁점들도 잘 정리해 주셨고, 좀 더 구체적인 방안들도 많이 만들어 오셔서 훨씬 논의하기가 수월한 것 같습니다.”

스님은 법사님들이 연구해 온 결과에 대해 많은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법사님들은 스님의 조언을 참고해서 다시 한 단계 더 연구를 심화시켜 나갔습니다.

오후에는 정토 대전 편찬, 불교의식 개혁을 주제로 더 깊은 토론이 있었습니다. 특히 불교의식 개혁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습니다.

토론을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스님이 한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한국식 문화를 세계화하는 것은 소승불교 방식이에요. 반면에 대승불교 방식은 미국에서는 미국식으로,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식으로 현지의 문화를 수용하는 겁니다. 자신들의 문화를 강요하게 되면 각 나라에서 저항이 생기기 때문에 대승불교는 각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였습니다.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불교의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그래서 소승불교는 자신들의 문화를 고집했기 때문에 인도보다 문화 수준이 낮은 동남아 지역에서만 전파가 가능했습니다. 문화 수준이 대등한 중국에서조차 자신들의 방식을 고집했기 때문에 전파가 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대승불교는 문화를 현지에 맞게 바꿔도 된다는 사고를 갖고 있으니까 중국의 문화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소승불교보다 대승불교가 광범위하게 전파가 되었습니다. 정토회도 대승불교가 취한 방식을 취한다면 미국에 갔을 때 미국의 문화를 수용해야 하는 겁니다.

미국 사람이 한국 사람처럼 ‘지심귀명례’하면서 절을 하려면, 배워야 할 것도 많고, 그 문화를 따라 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세계화에 장애가 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한류의 경우에는 한국의 문화가 동남아 문화보다 우수하기 때문에 한국의 문화를 그들이 오히려 따라 배웁니다. 그래서 동남아에 전법을 할 때는 한국식 문화를 고집해도 장애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한국식 문화를 고집했을 때 전법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문화를 없애버리면 전 세계로 전파되기는 쉽다고 볼 수 있어요. 언어만 자기 나라 언어로 바꾸면 되니까요. 서양 사람들은 반배를 하거나 절을 하는 것도 익숙하지가 않아요. 명상을 할 때 방석에 앉는 것도 서양 사람들은 굉장히 힘들어해요. 그래서 반드시 앉아서 명상을 해야 하느냐고 자꾸 묻습니다. 이럴 때는 두 가지 길이 있어요.

첫째, 절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치는 길이 있습니다.

둘째, 수행은 자신의 고집을 내려놓는 연습이기 때문에 오히려 절을 하게 해서 자기를 내려놓는 연습을 할 수 있게 가르치는 길이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절을 하기 싫어할수록 더더욱 절을 하도록 안내해야 하는 겁니다.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문화를 익히는 것도 어렵고,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불교의식을 심플하게 만들어 놓아야 이런 문화적인 장벽을 좀 낮출 수 있어요. 불교의식은 복잡하지 않게 심플하게 만들고, 언어는 누구나 다 따라 할 수 있게 만들면, 외국인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갔을 때 언어만 자기 나라 말로 바꾸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되니까 세계화에 더 용이하다는 겁니다.

여러 나라의 불교 중에서 가장 문화가 발달한 것이 티베트 불교입니다. 반면에 테라바다 불교는 문화라는 게 거의 없습니다. 문화가 있다면 경전을 외워서 독송하는 것밖에 없어요. 아무런 악기도 없고, 그냥 앉아서 ‘나모 다사 바가바또 아라하또...’ 이렇게 말하는 것밖에 없거든요. 밥 먹기 전에 외우는 경전, 축원할 때 외우는 경전 등등이 있을 뿐입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없고 아주 심플합니다.

춤을 추든지, 노래를 부르든지, 악기를 연주하든지 해야 사람들은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동남아 스님들은 저한테 대승불교의 문화를 좀 보여 달라고 말할 때가 자주 있어요. 그때는 칠정례 예불문이라든가 반야심경을 곡조가 있게 불러줘야 그들이 문화라고 여깁니다. 이것은 담마가 아니고 일종의 음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승불교는 계율이 있지만, 대승불교는 계율이 없었어요. 나중에 계율이 필요해지니까 소승불교의 계율을 가져와서 사용했습니다. 선불교도 자기들의 계율이 없었어요. 자신들의 문화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선불교는 문화를 부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세월이 흘러서 문화가 필요해지니까 기존의 것을 채용한 겁니다. 지금 정토회도 담마를 중요시하다 보니까 심플하게만 만들 줄 알지 음악성을 가미하지 못하거든요. 음악성을 가미하려면 어떤 악기를 이용해서 장엄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지금도 못하고 있습니다. 스님들이 목탁과 죽비를 치고, 요령을 흔드는 것도 오랜 시간 연구해서 개발해낸 문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토회는 담마를 중심에 두다 보니까 심플하게만 의식을 해왔지 아직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했어요. 그래서 형식과 관계없이 내용이 좋아서 감동을 받고 정토회를 찾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저도 어릴 때부터 담마를 좋아했기 때문에 불교의식을 익히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앞으로 정토회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내용은 담마를 담되 어떤 곡조로, 어떤 악기로, 어떤 음악으로 장엄을 해야 외국인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를 해야 합니다. 이런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지 못하고, 그냥 내용만 있으면 문화는 없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스님, 간단하게 그냥 내용만 만드는 걸로 하면 안 될까요?”

“그렇게 하면 테라바다 불교처럼 되는 거죠. 그냥 경전을 외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콘텐츠가 없으면 의식, 건물, 재산. 기복, 이런 것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용성 조사님도 새로운 변화를 많이 시도했지만, 대부분이 지금까지 남아 있지 않고 책 속에만 남아 있습니다. 용성 조사님은 심지어 승려라는 이름도 없애고 당신을 선생이라고 부르라고 하실 정도였습니다. 승복을 벗어버리고 두루마기를 입고 다니기도 하셨고, 절을 교당이라고 명칭 하셨고, 불교라는 명칭도 사용하지 않고 대각교라고 명칭 하셨고, 삼귀의와 오계도 다 바꾸셨어요. 머리를 깎으신 것 빼고는 거의 대부분을 바꾸셨습니다. 이미 100년 전에 지금 정토회가 바꾼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내용을 바꾸셨지만, 그것이 후대로 계승되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일제 식민지 시대에 정치적인 탄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의식을 바꾸는 게 제일 어려워요. 음악, 미술, 이런 것들까지 다 고려해야 하니까요. 숫제 내용을 기획하는 게 훨씬 쉽습니다. 내용을 어떤 그릇에 담을 것인가가 의식인데, 이것은 사람마다 업식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정을 내리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스님의 피드백을 받고 나서 법사님들은 다시 힘을 내어 연구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습니다. 사홍서원과 함께 오늘 수련을 모두 마쳤습니다.

저녁을 먹고 7시부터는 농사팀 행자님들과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어떤 알아차림이 있었습니까?”

한 명씩 돌아가며 하루를 보낸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그중 농사 담당 행자님은 여러 가지가 걱정이라며 지금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군청에 비닐하우스를 지어달라고 신청했는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결정이 계속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올해는 그냥 노지에 심자고 결정하고 곡식을 다 심었는데, 어제 덜컥 비닐하우스를 지어준다고 결정이 났어요. 그래서 오늘 기술자가 와서 측량을 했는데, 옥수수를 심어놓은 그 고랑에 파이프를 박아야 한다고 하시는 거예요. (모두 웃음)

그래서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릴걸’ 하고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옥수수 심어 놓은 걸 다 물려야 해서 막막한 기분입니다.

그리고 지금 토마토가 너무 기운이 없어서 걱정입니다. 오이와 애호박도 며칠 새 금방 자라서 곁순을 치고 오이망에 올려주어야 할 것 같고요. 고추에는 벌레가 생겨서 그걸 다 잡아내는 일이 만만치가 않네요...”

...

행자님의 나누기를 듣고 화광 법사님이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10년 전에 제가 밭에 곡식을 다 심어 놓았는데, 스님이 오셔서 그 땅에 JTS 창고를 지어야 한다고 하면서 땅을 다 밀어버렸어요. 그 정도 갖고 무슨 울상을 짓고 그래요? 옥수수 몇 개 물리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에요. 힘내요.” (웃음)

마음 나누기 시간이 끝나고 스님도 농사 담당 행자님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지금 옥수수 타령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에요. 옥수수 심어 놓은 게 아까우면 뽑아서 옮겨 심으면 돼요. 옮겨심기도 어려우면, 아깝지만 손실을 감수하면 되고요. 지금 코로나 사태로 큰 항공 회사도 문을 닫는 형국에 지금 옥수수 몇 개 뽑아야 한다고 낙담을 하고 있으면 어떡해요? (웃음)

토마토를 너무 소물게 심었다 싶으면 아까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솎아 내면 돼요. 두 개 중에 하나를 솎아 냈을 때 남은 하나에서 더 많은 열매가 달린다면, 솎아내는 게 장기적으로 낫잖아요. 작은 것에 연연해서 큰 것을 잃어버리면 안 돼요. 그런데 오늘 행자님의 나누기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은 들었어요.

‘이제 행자님이 어머니의 마음처럼 되어가는구나’

나누기를 들어보니 어머니가 자식 걱정하듯이 온갖 농사 걱정을 하고 있네요. 옥수수, 비닐하우스, 노지 밭, 윗 밭, 아랫 밭, 토마토, 온갖 것을 다 걱정하고 있으니 앞으로 1년 정도만 지나면 진짜 어른이 되겠어요.” (웃음)

하하호호 웃으며 마음 나누기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공동체와 불사에 대해 토론을 더 한 후 오전 10시부터는 하루 종일 통일특별위원회 활동가들과 간담회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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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숫대야

농사짓다보면
어머니마음되는게 당연할거같아요

2020-05-18 07:02:03

굴뚝연기

[스님들이 목탁과 죽비를 치고, 요령을 흔드는 것도 오랜 시간 연구해서 개발해낸 문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
[ 내용을 어떤 그릇에 담을 것인가가 의식인데, 이것은 사람마다 업식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정을 내리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축대가 아주 예술작품이네요^^스님은,손재주도 좋으시구ㆍ글도 잘쓰시구ㆍ말씀도 안보고 머리로만 다 하시구~*

2020-05-18 03:11:26

실상

의식이 필요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식은 담마를 담은 문화이고,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내용도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티베트불교가 대중화에 성공한 것, 테라밧다가 그렇지 못한 점을 비교.분석해주시니 이해가 갑니다.

2020-05-17 15: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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