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5.15 스승의 날, 통일특별위원회 간담회, 두북 특별위원회 회의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것일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통일특별위원회 활동가들과 하루 종일 간담회를 한 후, 아침 저녁으로는 공동체 법사단이 중심이 되어 구성된 두북 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새벽 5시, 스님은 기도를 일찍 마치고 상추를 먼저 수확했습니다. 오늘은 전국에서 통일특별위원회 지역장들이 연찬을 하러 두북을 찾아오는데, 점심 반찬으로 상추를 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상추를 뜯어 놓고 6시 30분부터 발우공양에 참석했습니다. 두북수련원 강당 한 켠에는 스승의 날을 맞이해 감사 편지를 쓰는 공간이 마련되었습니다. 법사님들은 발우공양에 참석하기 전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한 줄 씩 남겼습니다.

"감사합니다. 가르침따라 잘 수행정진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 유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보수

"방향 잃지 않겠습니다." - 묘수

"행복한, 검소한, 겸손한, 사회실천에 앞장서는 삶, 저희가 만들어 가겠습니다." - 향상

"스님, 저보다 더 오래 오래 사세요." - 최말순

...

공양과 대중공사를 마친 후 대중들은 스승의 날을 맞아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삼배를 드리고, 스승의 은혜를 함께 불렀습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수련원 안에 핀 수레국화로 만든 꽃다발도 전해드렸습니다.

이어서 필리핀, 인도, 문경, 서울 공동체와 백일출가 행자들이 보낸 영상도 함께 보았습니다. 각각 1분 안에 짧고 굵게 감사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인도입니다. 저희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그리고 무더위 속에서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스님지~ 단야바드!”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지만, 가장 많이 바꾸어 놓은 건 아마도 스님의 하루인 것 같습니다. 스님의 하루를 통해 저희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스님, 이제는 수행적 관점을 딱 잡고 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두북 공동체 행자들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농사일을 춤으로 표현했습니다. 행자들이 번갈아 나오며 호미 춤, 낫 춤, 파종기 춤, 예초기 춤을 선보였습니다.

함께 농사를 짓다 보니 동작만 봐도 무슨 농기구인지 짐작이 되어 웃음이 났습니다.

“놀이와 노동의 통일이네요.” (웃음)

스님이 웃으며 한 마디 했습니다. 기념행사를 마치며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합장을 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부족한 저와 수십 년을 같이 살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스님과 30년을 함께 해 온 법사님들은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국내외에 있는 공동체 대중 전체를 위해 짧은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필리핀에서, 인도에서, 문경에서, 서울에서, 탑곡에서, 두북에서, 비록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렇게 공동체 대중 모두가 영상으로나마 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무척 반갑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것일까요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괴로움 없이 사는 게 가장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세상이 내 뜻대로 안 될 뿐만 아니라, 내 의도와 관계없는 온갖 일들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내 뜻대로 안 된다고 불평불만하고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미워하기만 한다면, 평생 괴롭다가 죽어야 해요.

괴로움 없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일어날 만하니까 일어난 겁니다. 이미 또 일어나 버렸습니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잖아요. 그래서 첫째, 이미 일어나버린 일은 그것이 어떤 일이든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라면 다음에는 그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조심하거나 예방을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것 또한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게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것이 되든 안 되든 막 살면 된다는 뜻이 아니에요. 원하지 않는 일이 가능하면 좀 적게 일어나고, 원하는 일이 조금 더 많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은, 나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로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것 또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받아들여야 한다가 아니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일어나 버렸는데 어떡할 거예요. ‘받아들여야 한다’, ‘어떻게 받아들이냐’ 이렇게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것은 내가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에 관계없이 이미 엎질러진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미 엎질러져 버렸으니깐 그것을 인정하고 다음에 어떡할 거냐를 연구하면 됩니다.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야지, 이미 지나버린 일을 붙들고 울고불고 해 봐야 해결책이 없어요. 해결책이 있다면 다음에 이런 일이 덜 일어나도록 예방하는 노력뿐입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인생을 좀 가볍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어서 감사드립니다.”

스님의 법문을 듣고 인생이 행복해져서 공동체에 들어와서 살고 있지만, 막상 그 고마움을 표현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오늘은 마음껏 그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해탈주를 끝으로 발우공양을 마쳤습니다. 두북 공동체 행자들은 법사님들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꽃을 한 송이씩 전해드렸습니다. 화광법사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이고, 수련원의 꽃을 다 꺾었네.” (웃음)


발우공양을 마치고 스님은 곧바로 8시 20분부터 공동체 법사단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오전 토론 주제는 ‘공동체’와 ‘불사’입니다. 각 분과에서 지난 일주일 동안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고,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토론을 계속하던 중 오전 10시 30분이 되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산을 쓰고 통일특별위원회 활동가들이 두북 수련원 운동장을 가로질러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법사단 수련을 마치고, 스님은 곧바로 복도를 통과하여 통일특별위원회 활동가들이 모여 있는 강당으로 몸을 옮겼습니다. 오늘은 이 일정, 저 일정이 휴식 시간 없이 연속해서 계속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스님의 모든 강연이 중단되면서 지난 3개월 동안 통일특별위원회는 고심이 많았습니다. 오늘 모임은 코로나19 이후 통일특별위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모임을 계속 연기하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되면서 드디어 첫 모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먼저 스님이 입재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우리 사회는 직접 대면의 양보다 간접 대면의 양이 점점 늘어나는 사회 변화를 겪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이제는 간접 대면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 같습니다. 점진적으로 늘어나던 추세가 이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 겁니다.

온라인 기술의 발달을 우리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걸 다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문자가 발명되었을 때도 모든 걸 다 문자로 할 수 없었습니다. 여전히 직접 대면을 해야 할 영역이 많았습니다. 또한 간접 대면을 통해 인류가 많은 발전을 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인류 문화사적으로 보면 온라인 기술의 발달을 완전히 획기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인류 역사를 석기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로도 구분하는데, 이것은 결국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물론 지금은 철기 시대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죠. 그래서 온라인 기술의 발전도 인류 역사 전체에서 보면 하나의 분기점일 뿐이지 인류가 전무후무하게 처음 겪는 일은 아닙니다. 조금만 적응의 시기를 거치면 이런 변화가 곧 일상적인 삶이 될 겁니다.

우리는 이런 변화에 적응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과거의 습관을 너무 고집하는 것은, 마치 옛날에 문자가 발명되었을 때 ‘서신으로 안 하고 말로 하겠다’, ‘기록을 안 하고 기억만 하겠다’ 하고 고집하는 것과 같습니다. 문명의 이기를 잘 사용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거예요. 반대로 모든 소통을 온라인으로만 하겠다고 하는 것도 너무 섣부른 판단입니다. 온라인 기술을 적절하게 이용해서 앞서가면 더 좋겠지만, 앞서 가지는 못하더라도 사회 추세에 맞춰가는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현재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들은 변화하는 사회 추세를 따라가기만 해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이거나 도전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사회 추세를 따라가기만 해서는 경쟁력이 없어요. 도전하는 사람들은 사회 추세보다 앞서가야 성공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런데 정토회는 도전하는 입장에 서 있는 작은 규모의 집단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도약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현상 유지하는 수준으로는 경쟁력이 없어요. 그래서 다른 절이나 교회, 기존의 단체가 하는 것을 따라 하는 수준에서는 경쟁에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위험부담도 있겠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해서 획기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경쟁력이 생깁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종교라는 장벽을 없애고 도전적으로 접근을 해보기도 했지만, 이것도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직은 알 수 없어요. 콘텐츠 측면에서는 담마에 기초해서 도전적으로 접근한 결과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온라인 방식이 직접 대면과 비교해서 얼마나 더 효과적인지 아직 점검이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금 정토회에서는 조금 더 도전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을 해보고자 지난 4월부터 공동체 법사단에서 많은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장애가 생겼을 때도 웃으면서 일하는 방법

정토회는 개개인을 행복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안 일어나도록 평화를 지켜내고 통일을 이루는 것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런 관여를 안 해도 대한민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그 방향으로 국가를 운영해주면 가장 좋습니다. 그렇게만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죠. 그런데 우리가 그만큼 복을 많이 지어났겠어요? 이 세상에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내가 노력한 만큼도 안 돌아오고, 늘 안 되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늘이 안 도와주면 우리가 그 일을 해내면 되잖아요. 비가 안 오면 지하수를 파면 되잖아요. 적절하게 비가 오면 농사 짓기에 얼마나 좋겠어요. 그렇게 안 되면 지하수를 파면 됩니다. 그것도 안 되면 뚝을 막고 웅덩이라도 만들면 됩니다. 다른 뭐 특별한 방법이 있겠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전생에 복을 엄청나게 지어놓은 사람처럼 본인이 하는 일마다 척척 잘 되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 꿈을 깨세요! (모두 웃음)

우리가 하는 일은 그저 열 번 시도하면 아홉 번은 실패하는 그런 일들입니다. 그래서 한 번만 성공해도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성공 확률이 10% 정도면 해볼 만한 일이에요. 이런 자세를 가져야 장애가 생겨도 늘 웃으면서 일을 해나갈 수 있어요. 그렇게 관점을 딱 가져야 여러분이 이 일을 꾸준히 해나갈 수 있습니다. 하루 이틀만 하고 그만둘 일이 아니잖아요. 3년만 일하고 그만두려고 그래요? (모두 웃음)

몸이 피곤하면 좀 쉬었다 하고, 방법을 모르는 건 연구를 하고, 몇 번 실패하면 다시 방법을 찾으면 돼요. 마음이 괴로울 이유는 없어요. 수행자로서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이 일을 할 때 마음이 괴롭지 않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꾸 머리가 복잡해질 때는 질문을 해야 합니다.

‘이것과 저것이 서로 안 맞는데, 이건 왜 이렇습니까?’

이렇게 의심이 있으면 물어보세요. 답변을 듣고 나서 교통정리가 되었으면, 그다음엔 능력껏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장애물이 있으면 치우고 가면 되고, 안 치워지면 넘어가면 되고, 못 넘어가면 밑으로 기어서 가면 돼요. 가기만 하면 되잖아요. 그때그때 형편 따라서 대응하면 됩니다.

이렇게 좀 가볍게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너무 경직되거나, 아니면 너무 느슨해지거나, 자꾸 양극단으로 치우칩니다. 너무 사명감을 갖고 이를 악 다물고 할 필요도 없고, 게으르게 할 필요도 없어요. 너무 경직되면, 자꾸 일이 안된다고 짜증을 내게 됩니다. 너무 느슨해지면, 잘못된 걸 찾아서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어져요.

이런 관점을 갖고 무슨 얘기든지 마음껏 대화를 나눠봅시다. 이런 자리에까지 와서 ‘우리 아이가 말을 안 들어요’ 이런 질문을 하는 건 아니겠죠? (모두 웃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만들어가는 이 일을 함께 해나가는 과정에서 지금 어떤 고민이나 어려움이 있다면, 그 원인이 뭘까에 대해 가볍게 내어놓고 해법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입재 법문을 마치고 각자 싸온 도시락에 스님이 아침에 수확한 상추를 더해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1시부터는 통일특별위원회 활동방향에 대해 함께 연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연찬을 하기에 앞서 스승의 날을 맞아 활동가들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수어로 ‘당신을 존경합니다’ 하는 손 모양을 하고 스승의 은혜를 불렀습니다.

노래 끝에 활동가들은 힘찬 목소리로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쓴 것 또 쓰고, 버린 것 주워 쓰고, 찢어진 것 꿰매 쓰고, 고장 난 것 고쳐 쓰는 제자가 되겠습니다. 평화통일의 꿈을 잃지 않는 제자가 되겠습니다. 스승님께 드리는 최고의 선물은 바로 우리입니다!”

선물은 바로 통일특별위원회 활동가들의 각오와 다짐이었습니다. 스님은 합장을 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선물을 받았습니다.

이어서 활동가들은 활동을 하면서 궁금한 점, 건의사항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약 4시간 동안 질문과 답변, 건의사항이 이어졌습니다.

긴 시간의 대화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교통정리가 안 되는 건 오늘 다 해소를 하고 가야 됩니다. 오늘 해소를 다 하고 가도 막상 일을 하다보면 헷갈리는 게 많은데, 오늘도 해소가 안 되면 그 이후는 말할 것도 없어요.

대한민국이라는 배를 좋게 만들고, 그 배를 타고 세계를 향해!

정토회는 그냥 단순히 사회 참여를 하는 단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정토회는 근본적으로 부처님의 이 좋은 가르침을 인류를 위해서 전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한민국이라는 좋은 배에 실어서 전파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대한민국이 형편없어도 우리 정토회만 잘 나가면 된다는 식이 아니라, 먼저 대한민국이 잘 되도록 하고 정토회는 그 배를 타고 세계로 진출하자는 겁니다.

제가 보기엔 대한민국은 조금만 다듬으면 세계 문명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어떤 사람들은 ‘스님은 국수주의자인가’, ‘스님은 예언설을 믿는 사람인가’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만약 대한민국이 정치가 좀 잘 되어서 평화를 지켜내고 통일까지 이루어내면, 앞으로 100년을 내다볼 때 대한민국은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한민국이라는 배를 타고 세계로 진출하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정토회가 평화와 통일이라는 목표와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전한다는 목표, 이 두 개의 축을 함께 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겁니다.

미래를 내다보면 부처님이 가르친 연기법과 동체대비의 사상은 인류가 종말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이렇게 밖에 될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길을 가는 데 있어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비교적 건강한 국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대한민국 국민들을 답답하고 한심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애국심도 많고 정치에 관심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나 미국에 가보면 국민들이 정부가 하는 일에 관심이 별로 없어요. 항상 소수의 사람이 정부를 끌고 가지 다수는 별 생각이 없습니다.

일본에서는 불교인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관심이 없고 복만 비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절에 가면 동전 하나 집어던지거나, 재만 지내고 갑니다. 불교를 공부하는 건 스님들이 하는 일이지 신자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불교인들이 불교에 대해 공부도 하고 수행도 합니다.

그리고 국민성을 봐도 주인의식이 굉장히 높습니다.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 났을 때도 많은 국민들이 기름을 닦는 봉사 활동에 참여했잖아요.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로 할 때도 누군가가 약속을 안 지키면 너도 나도 자신이 담당 공무원인 것처럼 야단을 치잖아요. 그런데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더 중요시하는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공공성을 위해서 개인의 자유를 유보하는 행위를 잘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실망스러운 면이 좀 있기는 해도, 대한민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국민이 일어나서 민주화 운동을 했고, 국민이 일어나서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저항했습니다. 위안부 문제도 정부가 아닌 시민들이 일어나서 주도했습니다. 일본도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해서 환경운동 같은 활동들은 잘하고 있는 면도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조그마한 단체도 대부분 나라를 어떻게 할 거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모두 웃음)

일본 국민들은 나라 일은 정치인이 하는 것이지 국민의 관심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옛날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그것은 무사가 하는 일이지 국민은 거기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임진왜란 때도 백성이 일어나서 죽창을 들고 함께 싸웠습니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기 일처럼 여기고 기꺼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외국에는 그런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뉴욕에서는 간호사들이 사표를 내는 일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방역 장비도 제대로 안 갖추어 놓고 진료를 하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진료를 하다가 감염이 되면 자신만 손해이니까요. 이런 점들이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진 독특한 기질입니다. 이런 기질이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아주 좋은 효과를 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한류’라고 해서 대중예술 분야가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K-방역’이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앞으로 전 세계로 수출해나갈 것들이 많습니다. 정토회도 잘 하면 세계인들이 따라 배우고 싶은 뛰어난 수출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모두 박수)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지혜롭게 극복하면서 지금 우리 국민들이 조금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어! 대한민국 괜찮네’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곧 망한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많이 수그러졌습니다.

그래서 정치에 너무 실망만 하고 있지 마세요. 만약 대한민국이 평화를 지켜내고 통일의 물꼬를 트면 굉장한 가능성이 열릴 겁니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이라는 좋은 배를 타고 있는 정토회 역시 국제적인 수출을 하기가 굉장히 용이해질 거예요.

그런 측면에서 전법과 평화통일을 꼭 둘로 나누어서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통일 이야기를 할 때마다 ‘스님이 정치에 자꾸 관여를 하려고 하나’ 하고 오해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그런데 스님이 정치에 관여해서 뭐하겠습니까. 저는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필요한 일을 해나갈 뿐이에요.

만약 우리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어낸다면, 우리에게는 이 좋은 법을 전 인류에게 전파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되는 겁니다. 이해가 되셨나요?”

“네.”

“어제 공동체 대중들이 자신들도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건의를 했었는데, 제 대답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내가 출가한 사람이라는 입장만 분명하게 가지면, 전혀 재교육이 필요 없다.’

실제로 출가를 했다고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뭘 먹어도 부처님보다 잘 먹고, 뭘 입어도 부처님보다 잘 입고, 어디에서 자도 부처님보다 잘 자기 때문에 아무런 걱정거리가 없어집니다. 관점이 딱 안 잡혀 있으니까 자꾸 머리가 복잡하고 걱정거리가 있는 겁니다.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이유

돈 좀 많으면 뭐하고, 지위가 좀 높으면 뭐합니까. 지금은 민주화가 많이 되어서 억압받고 살지도 않잖아요. 어느 정도의 권리를 다 갖고 있으면서 밥도 먹을 만큼은 다 먹고 살잖아요. 혹시 굶고 사는 사람 있어요?”

“없어요.”

“사람은 뭔가 보람이 느껴지거나 의미 있는 일을 할 때 눈이 반짝반짝 해지는 것처럼, 우리가 하는 일은 국민 누구나가 자랑스러워할 만 한 일이기 때문에 위축될 필요가 없어요. 또한 이 일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비록 완성은 못하더라도 방향성을 잡아주는 역할은 우리가 할 수 있어요. 그런 자부심을 좀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가족들이 이 활동에 반대를 해도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그들은 이런 큰 뜻이 없기 때문에 반대를 하는 게 당연해요. 그래서 그들의 말에 흔들릴 필요가 없어요. 그저 묵묵히 가면 됩니다.

이런 큰 뜻을 품고 있으면 가족이 하는 말에 시비를 안 하게 돼요. 그래도 가족이 나의 후원자라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후원자 없이 살아보면 후원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금방 알 수 있어요. 내가 조금만 겸손한 마음을 가지면, 가족들이 조금 잔소리를 한다 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도반들이 소중한 줄 알아야 합니다. 문제제기를 하고 따질 때는 나도 성질이 나서 ‘네가 잘했나, 내가 잘했나’ 하고 시비를 하게 되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 이런 일을 함께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 귀한 일이에요.

여러분들은 상대가 내 성질과 안 맞는다는 측면만 생각하니까 사람 귀한 줄을 모르고 자꾸 꽁해 있는 겁니다. 나도 모르게 성질이 나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다 하더라도 꽁하고 있으면 안 돼요. 미운 감정이 있더라도 툭 털어버리세요. ‘그 도반이 성질은 그렇지만 이 일을 함께 해주니 얼마나 좋으냐’ 이렇게 생각하시고 화합해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중간 휴식 시간에 깜짝 간식이 있었습니다. 스님과 법사님들이 뜯은 쑥으로 만든 쑥떡이었습니다.

4시 50분에 연찬을 마쳤습니다. 활동가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스님은 다시 수련실로 자리를 옮겨 5시부터 두북 특별위원회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논의 주제는 ‘교육 연수’였습니다. 한 사람을 수행자로 만드는데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지금까지 정회원을 많이 만드는 데만 치중해서 정회원 관리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이제 일주일에 한 번이든, 3일에 한 번이든 정회원을 위한 법문을 꼭 하든지, 정회원들과 천일결사 기도를 함께 하든지, 제가 정회원들을 위해 시간을 더 내어야 할 것 같아요. 어쩌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일반 시민을 만나는 것보다 우리 정회원들에게 온라인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아요.”

두 시간 동안 토론을 한 후 두북 농사팀과의 마음나누기 시간이 되어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마치겠습니다. 저는 7시부터 마음 나누기하러 가야 해요.” (웃음)

법사님들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서는 스님의 뒷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디 안 가시고 두북에만 계시는데 더 바쁘시네요. 차를 타고 다니시면 차에서 잠이라도 주무실 텐데...”

스님은 벌떡 일어나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두북 농사팀 행자님들과 마음나누기를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 한 일과 내일 할 일, 알아차린 마음에 대해 나눈 후 내일 할 업무에 대해 회의를 했습니다. 농사 담당자는 물통을 보시하겠다는 분에게 연락이 왔다며 보시를 받아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스님, 어제 스님의 하루를 읽고, 쓰지 않는 물통을 보시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정말 쓰지 않는 물통이 맞는지 확인해주세요. 새 것은 보시를 받으면 안 돼요. 쓰던 것이거나 안 쓰는 물건만 받아야 합니다.”

마음나누기를 마치고 스님은 수련원 주변에 컨테이너를 놓을 자리를 둘러보았습니다. 두북 수련원을 오가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추가로 공간이 필요해졌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청년정토회 활동가들과 하루 종일 수련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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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여래심

스님 강건하세요~
정토회 또한 두 축을 기반으로 부처님 정법 전하는 중심으로 우뚝 서길 바래봅니다

2020-05-27 22:13:23

월광

스님. 법사님들. 통일의병님들 모두 모두 참 아름답습니다. 일체중생 자연의 은혜에 고맙습니다. 저도 스승의 은혜 3절까지 부르며 고마움의 눈물 흘렸습니다.

2020-05-21 20:03:05

전용국

감사합니다.

2020-05-20 07: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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