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5.13. 온라인 수행법회 11주째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려보면...”

안녕하세요. 코로나19로 인해 법당 출입을 통제하고 온라인 수행법회를 시작한 지 11주째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대중이 모인 법당이 아니라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수행법회 법문을 했습니다.

여느 때보다 일찍 새벽 5시에 쑥을 뜯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아침에 해야 하는 일이 두 가지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모레 두북에 내려오는 통일특별위원회 활동가들을 위해 쑥떡을 만들기 위한 쑥을 뜯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비닐하우스 앞에 축대를 쌓는 것입니다.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하던 스님은 결국 공동체 법사님이 울력을 시작하는 아침 8시 이전에 스님 혼자서 쑥을 다 뜯어 놓기로 했습니다. 쑥을 다 뜯고 나자 해가 뜨고 법사님들이 비닐하우스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새벽에 뜯은 쑥을 포대에 가득 담아서 법사님들이 다듬을 수 있게 전달했습니다. 법사님들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담소를 나누며 즐겁게 쑥을 다듬었습니다.

법사님들이 쑥을 다듬는 동안 스님은 비닐하우스 앞에 축대를 쌓았습니다. 비닐하우스 앞은 주차를 많이 해서 흙이 무너지고, 밭에서 나온 큰 돌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습니다. 10시에 수행법회 생방송이 있기 때문에 서둘러서 움직였습니다.

먼저 포클레인이 축대를 쌓을 사면에 흙을 파주었습니다. 포클레인이 땅을 크게 파 놓으면, 큰 돌을 쌓기 좋도록 사람 손으로 사면의 모양을 더 다듬었습니다.


이어서 포클레인으로 사람이 들기 어려운 큰 돌을 사면으로 옮겼습니다.

옮겨진 돌은 스님과 법사님들이 힘을 모아 정교하게 위치를 조정했습니다.

너무 무거운 돌은 세 사람이 들어도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줄로 포클레인과 돌을 연결했습니다. 포클레인이 돌을 살짝 들면 세 사람이 힘을 합쳐 돌의 위치를 조정했습니다.


가장 큰 돌로 아랫단을 쌓고 중간 크기의 돌은 직접 옮겼습니다. 큰 돌, 작은 돌을 이리저리 맞추어 쌓고 사이사이 흙을 메워가며 탄탄하게 쌓았습니다.



“스님,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축대를 다 마무리 짓지 못했는데 울력 시간이 끝이 났습니다. 그래도 축대의 모양은 대략 갖추었습니다. 빠르게 돌을 옮기고 삽질을 한 덕분입니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도구를 정리했습니다. 마무리는 내일 하기로 했습니다. 분주한 사람들의 발걸음과 달리 개구리는 논에서 여유 있게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생방송을 하기 위해 조급해지는 마음을 알아차리며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작업복을 법복으로 갈아입고 서둘러 세면을 했습니다.

생방송 카메라에 전원이 켜지자 스님은 전국의 정토행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5월에 접어들어 두 번째 수행법회일입니다. 수행자 여러분, 지난 한 주 동안 잘 지내셨어요? 저는 요즘 이곳 두북 수련원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주로 농사일을 하고, 오후에는 정토회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공동체 법사님들과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농사일을 하는 행자님들과 마음 나누기를 합니다. 맑은 공기 속에서 노동을 하니까 몸은 조금 고단하기는 하지만 운동이 되어서 참 좋습니다.”

오늘은 꽃병에 인동초가 두북 수련원의 봄소식을 전했습니다.

전국 정토회에서 사전 설문을 통해 스님께 묻고 싶은 194개의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90분 동안 스님은 10개 내외의 질문에 대해서 답변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종결되는 시점에 이태원 클럽에서 일어난 감염 문제로 다시 국민 전체가 긴장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첫 번째 질문 역시 코로나19 사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최근 코로나19가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보여준 대한민국 국민의 시민의식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칭송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반대의 모습도 보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집단 감염이 일어난 종교시설, 요양시설, 유흥시설의 문제가 특정 종교, 중국 동포,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로 이어지는 현상을 보면서 앞으로 계속 닥쳐올 위기에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스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거의 진정되어서 얼마 있으면 종결을 선언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던 중에 다시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확산이 되면서 전 국민들이 긴장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집단 감염의 한 가지 특징

신천지교회와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두 번의 집단감염에서 공통되는 한 가지 특징은 자신이 하는 일이나 처한 상황을 숨기려고 한 것이 집단감염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신천지 교인들의 경우는 자기가 신천지 교인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려다가 병이 있어도 공개하지 못하고 망설여서 결국 집단 감염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클럽의 경우에도 클럽을 다녀온 사람들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를 꺼려했기 때문에 조기에 투명한 검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걸 보면,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들 중에서도 불법 체류하는 사람들은 만약 감염되더라도 불법체류 사실을 숨기려고 해서 그들 사이에 확산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불법 체류자라도 증상이 있으면 단속 없이 검사와 치료를 해준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불법 체류하는 외국인에게 왜 혜택을 주느냐고 반발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냥 두면 집단 감염의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또 요양원 같은 곳도 환자들이 움직이지도 못하고 자기표현을 충분히 못하다 보니까 집단 감염이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개인의 자유 vs 전염병의 확산 방지

이를 두고 지금 사회적으로는 약간의 충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더 중요시할 것인가?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공익을 더 중요시할 것인가?

유럽이나 미국 같은 경우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더 중요시하는 성향이 조금 더 큰 것 같아요. 그래서 미국에서는 외출 자제를 거부하고 심지어 총기까지 들고 나와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가게를 닫으라고 하지만 나는 가게를 열겠다. 왜 내 자유를 막느냐? 내가 미국까지 이민 온 것은 내 자유의지대로 살려고 미국까지 온 것이다. 내 의지가 아닌 타인의 강요로 가게 문을 닫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 상대가 정부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런 태도가 더 강한 편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확산이 급격히 이루어져서 결국은 개개인에게 다 피해가 돌아가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정반대로 중국 같은 경우는 개인의 자유를 완전히 무시하고 문밖으로도 못 나오게 완전히 봉쇄하는 통제를 했습니다. 국가 이미지를 위해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심도 사고 있고, 통제 과정에서 많은 개인의 자유가 부당하게 희생당했다고 의심되는 정황도 있지만, 방역이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조기에 효과를 내었습니다.

모범적인 대응을 보여준 대한민국

이런 경우에 공익과 개인의 자유 사이에 충돌이 일어납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가능하면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를 존중하려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국민 전체의 공익을 위해서는, ‘때로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조금 유보되는 일을 감수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 다수는 국가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를 조금 유보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정책을 강제로 시행하지 않아도 국민 여론에 의해서 저절로 자제가 이루어지는 측면이 큽니다.

그러다 보니 방역을 위해서 투명하게 협조해주지 않고 개인의 신앙이나 프라이버시를 더 중요시해서 이런 시국에도 주일 예배를 꼭 해야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국민적인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신앙이나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이런 경우에는 개인의 자유를 조금 유보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국민 정서가 크기 때문이에요. 신천지 교인들이 비난을 받은 것도 공익보다 개인의 신앙을 우선시한다는 사실 때문이지, 종교의 자유를 배척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부 기독교인들이 일요 예배를 강행하겠다는 고집도 같은 이유로 국민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가능하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는 입장에 서야 하겠지만, 특히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관계된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에는 그런 부분들을 조금 자율적으로 유보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부의 역할과 국민의 역할

공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과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특정 종교를 믿는 것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거예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배척하는 것도 잘못된 겁니다. 중국 동포 혹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배척하는 것도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될 때는 빨리 자기 신분을 투명하게 개방하고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자기의 종교적 신념이나 프라이버시를 지킨다는 이유로 그 사실을 숨기고 전염병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이런 경우에는 종교적인 신념이나 개인의 자유가 우선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럴 때 무작정 비판을 하면 자신의 신분을 더 숨기게 될 수 있으니까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프라이버시를 가급적 보장해주면서 검사와 치료를 진행해야겠죠. 그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고, 이태원 클럽을 방문해 감염과 전파 위험에 노출된 개개인들은 국가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좀 불편하더라도 신속하게 협조를 해줘야 합니다. 이런 두 가지 측면을 같이 봐야 합니다.”

이어서 스님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국제 분업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각국이 자립적인 산업 구조를 가지려는 경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대면 접촉을 하지 않고 관계 맺는 방식으로 많이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코로나19는 현재 예방약도 없고 치료약도 없는 상태인데 거기다가 전염성도 강합니다. 이 영향으로 앞으로는 대면 접촉을 하지 않고도 일을 하거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식으로 사회가 전체적으로 바뀌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가능하면 대면 접촉을 피하는 것이 전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확대되는 사업과 축소되는 사업

이렇게 되면 직접 찾아가서 물건을 사는 가게나 슈퍼마켓은 더 줄어들고, 온라인 택배 등은 자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일단 유통 분야에 큰 변동이 올 겁니다. 원래도 편리성 때문에 온라인 판매 같은 유통 쪽으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편리성을 넘어서서 어쩔 수 없는 이유 때문에 그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유통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은 규모가 작더라도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고, 반면에 손님을 직접 대면하는 방식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은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되었지만 앞으로 더 안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산업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종교나 단체도 마찬가지예요. 지금까지는 큰 공간을 가진 단체가 유리했습니다. 큰 교회나 큰 사찰을 지으면 수만 명이 모여서 집회를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공간에서 집회를 하기가 어려워졌어요. 앞으로는 작은 모임을 중심으로 운영해 온 단체들이 오히려 활성화가 될 수 있고, 큰 공간을 갖고 집단적인 행사나 모임을 하던 단체는 쇠퇴하게 될 수 있습니다. 공간이 갖는 효용성이 떨어지니까 공간을 관리하는 비용만 많이 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대중을 많이 모아 군중 심리를 이용하던 활동들도 그 힘이 꺾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종교든, 어떤 집단이든, 어떤 사회이든, 구조 재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변화가 당장은 눈에 잘 보이지 않더라도 길게 보면 빠른 속도로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의 경우에도 지금은 큰 빌딩을 지어서 수천 명이 한 건물에서 근무하는 게 효율적이었는데, 이제는 점점 재택근무로 바뀌고 있습니다. 재택근무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큰 공간이 필요 없습니다. 지금은 돈이 없어서 빌딩을 못 짓던 사람들이 불리했지만, 이제는 굳이 빌딩이 없이도 일할 수 있는 쪽으로 추세가 바뀌어버리면, 시설 자본이 갖는 효용 가치가 떨어지게 될 겁니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는 그런 시설이 없어서 경제활동에 장애를 받던 사람들이 온라인 방식을 통해 훨씬 더 효과적으로 변화에 대응하게 될 겁니다.

이렇게 해서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세력 구도가 바뀌게 될 것입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될 때는 농촌이 몰락했고, 생산업 중심에서 유통업 중심으로 산업이 변화될 때는 생산기업들이 몰락했듯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큰 사회적 변화가 뒤따를 거예요. 이런 변화는 없던 것이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추세로 서서히 가고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그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을 뿐입니다.

비대해지는 국가 권력, 위축되는 개인의 자유

정치적으로 우려가 되는 것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안보적인 측면에서 국가를 위해서 개인의 자유를 좀 제한할 수 있었습니다.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특히 더 그렇죠. 그런데 이번에는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해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기가 더 쉬워질 수 있습니다. 즉, 이런 일이 한 건, 두 건, 세 건씩 생기다 보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일상화되어버릴 위험이 높습니다. 그래서 국가 권력이 비대해지고 개인의 자유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지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에 지도자가 강력하게 이동을 통제해서 방역에 효과를 본 경우가 많으니까 이런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인기를 얻었잖아요. 일본에서도 강경하게 대처한 도지사가 인기를 얻고, 미국에서도 강력하게 대처한 주지사나 시장이 인기를 얻었고, 한국에서도 강력하게 대응한 정치인의 인기가 올라갔습니다.

이런 통제가 방역에는 도움이 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국민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의 권리를 제약하는 방식이 대중의 선호를 받게 되면 국가 권력이 비대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민주적인 것보다는 독재가 더 방역에 효율적이라는 사고로 흘러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

가장 좋은 방법은 권력을 사용하여 강제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국가는 가능하면 간섭을 덜 하는 방식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합니다. 그로 인해 코로나19가 확산이 되면 나중에는 국가 권력에 의해서 강제로 제재가 가해지고 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방식을 또 지지하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이 지금 모범적 방역 국가라는 평을 듣는 이유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국가의 강제성이 좀 적고 국민적 여론 형성에 따른 개개인들의 자발적 참여가 컸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대응을 잘한 덕분에 ‘K-방역’이라는 표현이 생길 정도로 한국은 지금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도 잘 대응했지만 우리 국민들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한 덕분입니다. 이런 전통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이나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당시 국민들의 자원봉사 참여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에 우리 국민들처럼 힘을 모아서 함께하는 모습은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워요. 그래서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하면 세계적인 모범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기본소득 보장제의 현실화

그리고 앞으로는 빈부격차가 극심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와는 직접 관계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그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일이에요.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살던 일용직 노동자나 임시직으로 일하던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직장을 잃었기 때문에 실업자 수가 크게 늘어나게 되고, 결과적으로 빈부격차가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대면 접촉을 하지 않고도 일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었거나 그런 직종에 있던 사람들은 타격이 없지만, 직접 대면 접촉을 하면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을 잃거나 앞으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거예요. 중산층에서도 고객을 직접 대면하면서 일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몰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금,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지원금을 주는 방법을 이미 실행하거나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임시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런 조치가 기본소득 보장제의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을 보장해서 모든 사람에게 최저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그걸 전제로 한 소득의 차이는 인정하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기본소득 보장제를 지나친 이상론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번 위기를 계기로 기본소득제가 사회 제도로 더 빨리 정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이 얻은 자신감

한국은 이번에 자신감을 꽤 얻은 것 같아요. 그동안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을 늘 본받아왔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는 미국이나 유럽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한국이 더 대응을 잘한 결과가 되었잖아요. 이런 경험은 이번만이 아니라 미래의 자신감과 창조성의 바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은 남의 나라를 모방해서 여기까지 발전해왔지만, 앞으로 더 발전하려면 이제는 우리 스스로 창조성을 가져야 해요. 아주 작은 것부터 모방에서 개척으로 바꿔나가야 해요.

지금까지는 학교 교육에서도 모방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가 개척한다’, ‘우리가 앞서간다’ 이런 자신감이 없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한류를 비롯해 대중예술 분야에서 자신감이 좀 생겼고, 이번에 코로나19 방역을 통해 보건의료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선두를 지키는 산업 분야도 여러 가지가 생겼잖아요. 그래서 국민 전체가 이제는 좀 자신감을 가지고 창조를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교만해지라는 게 아니에요. 그동안의 위축된 모습이나 약간의 열등의식에서 벗어나서, 이제는 좀 자신감을 가지고 우리가 앞서서 개척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 위기가 국민들에게는 ‘와, 우리가 세계를 선도하는 미래를 개척할 수 있겠구나’ 이렇게 힘을 주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가 늘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얘기하면서 ‘앞으로 100년 뒤에는 우리가 세계 문명의 중심이 됩니다’라고 말했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이 별로 믿지 않았어요. 스님이 국수주의자이거나 신비주의자여서 가능성 없는 얘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아,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있구나’ 이렇게 힘을 얻는 사람들이 좀 늘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새로운 출구를 우리가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물론 앞으로 닥쳐올 경제위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가운데도 우리는 이런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힘을 내면 좋겠습니다.

천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획기적인 기회

특히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우리는 이런 위기를 맞았을 때 가장 중요하게 지켜내야 할 것이 평화입니다. 일단 전쟁이 나버리면 손실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절대로 전쟁은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평화를 지켜내야 합니다.

그리고 남북이 협력하면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세계적으로 도약할 수 있어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산업들이 자국으로 회귀하는 가운데 한국은 지금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나라라는 평판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면 미국이나 유럽이 중국에 투자했던 시설이나 자본을 자국으로 회귀하기가 여의치 않으면 ‘한국에 놔두면 괜찮겠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다만 한국은 인건비가 좀 비싼 것이 문제인데, 만약 남북 관계가 신뢰를 회복하게 되면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 부지에 남한의 자본과 기술과 세계적인 신용을 결합시켜서 굉장한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북한을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불안하게 생각합니다. (모두 웃음)

지금 우리는 북한 자체가 도대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북한에 투자하기를 망설이는데, 사실 남북관계가 안정적이기만 하면 지금 같은 기회는 정말 천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획기적인 기회일 수 있어요. 남한은 국제적인 신뢰와 자본과 기술을 갖추었고, 북한은 아직 개척이 안 되고 텅 비어 있는 상태여서 노동력과 자원과 땅이 풍부합니다. 이런 것들을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굉장할 겁니다. 북한은 사회적인 인프라를 다 깔지 않아도 돼요. 바로 인천항과 공항이 근거리에 있으니까요. 남한에 있는 인프라를 조금만 더 확장시켜서 연결시키면 개발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새로운 활로를 열 수도 있습니다. 저는 코로나 19 이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렇게 희망적으로 그려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 코로나19로 정토회의 활동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몸은 집에 있지만 수시로 내려오는 공지와 공유, 화상회의 때문에 오히려 더욱더 일에 매여 있게 되었습니다. 함께 사는 가족들이 이걸 굉장히 싫어하는데, 지속 가능한 정토회 활동과 개인의 생활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아가야 할까요?
  • 직장 일과 병행하면서 지원팀장 일과 불교대학 담당을 맡고 있는데 많이 버겁습니다. 체력도 안 되고 핸드폰으로 계속 일을 하려니 눈도 심하게 나빠졌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꾸 힘이 듭니다.
  • 저는 모둠장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정회원, 천일결사자, 불교대학생 등 각각의 모둠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역할을 나눠줘야 할지 고민입니다.

...

답변을 모두 마친 후 스님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깨달음의 장’ 수련을 못하게 되면서 약 50여 일 간 공동체 법사단이 해 온 일에 대해 공유를 해주었습니다. 스님의 하루에 이 내용이 일부 소개되면서 대중이 궁금해한다고 해서 특별히 스님이 직접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주 수행법회에 대해 간단히 공지를 한 후 법회를 마쳤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은 정부에서 학교를 개학하기로 한 5월 20일입니다. 학교가 개학을 하니까 그 날은 저희도 예전처럼 모두 법당에 모여서 법회를 함께 듣겠습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는 한, 지금처럼 집에서가 아니라 법당에서만 법문을 들을 수 있습니다. 법당이 좁아서 생활 속 거리두기를 도저히 못하는 곳은 개인적으로 법문을 볼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아직은 전면적으로 해제되는 게 아니고, 방역을 위해 조심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사홍서원으로 법회를 모두 마친 후 오후에는 병문안을 갔습니다. 인도 보드가야의 라티비가(Ratibigha)라는 작고 가난한 마을에 여래선원을 열어 현지 청소년들의 교육과 함께 불교를 알리는 데 힘을 쏟아온 원만 스님이 병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해서 찾아갔습니다.

지난 1월 스님이 인도를 방문 중일 때 여래선원을 찾아갔지만, 원만 스님은 병환으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가고 안 계셨습니다. 인도에서 귀국하자마자 병문안을 가려고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가보지 못했는데 오늘에서야 찾아가 보았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자 병원장인 능행 스님이 스님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병원 운영이 어려운데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했다”며 성금을 전달한 후 원만 스님이 누워 있는 병실로 이동했습니다.

요양 병원이라 일회용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야 했습니다. 원만 스님은 말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필담으로 대화를 나누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병문안을 마치고 나오자 현관에서 직원이 “방호복을 벗고 가시면 된다”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아까운 듯한 표정을 보이며 말했습니다.

“이 방호복을 제가 가져가면 안 될까요? 농사를 짓는데 혹시 필요할 때 사용하려고요.”

“네, 가져가세요.” (웃음)

일회용 방호복을 둘둘 말아서 차에 올라탔습니다.

다음 주에 평화재단 전문가연구모임에서 워크숍을 경주에서 하겠다고 해서 장소 답사를 갔습니다. 몇 곳을 둘러본 후 마지막으로 철물점에 들렀습니다. 산아랫밭에 물탱크가 필요해서 가격이 얼마인지 알아보았습니다.

“2톤짜리 물탱크 가격이 얼마입니까?”

“24만 원입니다.”

“아이고, 그렇게 비쌉니까?”

“호수를 꽂을 수 있게 구멍은 다 만들어 드립니다.”

“더 살펴보고 살게요.”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서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스님은 아마 중고 물통 구입을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원고 교정 업무를 본 후 저녁 7시부터는 농사팀 행자님들과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오늘도 수고들 하셨습니다. 마음 나누기를 하겠습니다.”

한 명씩 돌아가며 오늘 일해 본 소감과 어떤 알아차림이 있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까지 소감을 이야기한 후 마음 나누기를 마쳤습니다.

마음 나누기를 마친 후 내일 업무에 대해 회의를 잠깐 했는데, 산아랫밭에 물통을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고심 끝에 스님이 마지막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오늘 철물점에 가서 알아보니까 물통이 너무 비싸요. 산아랫밭에 물통을 하나 설치해야 하기는 한데, 새로 사지는 맙시다. 물을 받는 양이 부족하면 검은 물통, 드럼통, 물통처럼 생긴 건 다 가져다 놓고 호스를 연결해서 씁니다. 연구를 더 해볼게요.” (웃음)

최대한 재활용을 해서 농사를 지으려다 보니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합니다. 그래도 함께 연구하는 재미가 솔솔 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공동체 법사단 수련이 계속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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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숫대야

코비드19로 인해 천년만에 올까말까한 기회를 제대로 활용해서 남북이 더 잘살고 나아가 세계가 더 잘 살게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0-08-24 09:53:29

유인희

스님 말씀 듣고있음 희망이저절로생깁니다!!!너무너무감사드립니다 !!꼭 건강하셔서 그지혜로운말씀오랫동안듣고싶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0-05-18 06:57:23

김애자

감사합니다

2020-05-17 08: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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