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29 둥게스와리 산 넘어 마을 유치원 방문, 마을리더 회의, 인도인 활동가 회의
"뒷말을 많이 하는 분위기를 개선하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전정각산 너머에 있는 마을과 유치원을 둘러본 후 마을리더들, 인도인 스텝들과 연이어 사업 논의를 할 예정입니다.

새벽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 청소를 한 후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공양을 마치고 스님은 인도 JTS 활동가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습니다.

먼저 보안 문제를 우려하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몇 년 동안 사고가 없었지만 방심할 때 사고가 나니까 보안 원칙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또 정수기를 설치하자는 건의와 관련하여 결정을 할 때 어떤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었습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여러분은 항상 최소한으로 생활을 해야 합니다. 물에 석회 성분이 있어서 숙소에 정수기를 설치하자는 건의가 나왔는데, 이건 오래전부터 건의가 있었습니다. 저도 여러분의 건강 문제가 걱정되지만, 정수기를 설치하자고 선뜻 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정수기 설치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

물에 석회 성분이 있기 때문에 정수기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저도 인정을 해요. 그러나 이 기숙사 안에 정수기를 설치하면 학교 학생들이나 인도인 스텝들도 정수기를 설치해 달라고 할 거예요. 우리는 평등하게 산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데, 여러분만 정수기를 설치하고 인도인 스텝들은 설치를 안 해줄 거예요? 스텝들에게도 다 설치해준다면 학생들은 안 해줄 거예요? 그러면 학생들에게까지 모두 정수기를 설치해줄 거예요? 결정을 하려면 이런 점까지 다 고려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학교 전체에 정수기 시설을 갖추자’라고 결론이 나면 예산을 편성해서 진행하겠지만, 당장 우리들 숙소에만 설치하기엔 이런 어려운 점이 있어요. 우리만 정수기를 설치한다면 인도인들을 지도하는 리더로서의 자격을 여러분 스스로 버리게 됩니다. 어쩔 수 없는 불평등이 아니라, 우리가 평등하게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평등을 감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가 학교만 아니면 괜찮습니다만, 학교이기 때문에 단순히 ‘된다, 안 된다’의 결론을 떠나 이런 요소들까지 고려해서 논의를 해야 합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삶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해요. 우리는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삶, 비교적 평등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삶, 정직한 삶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런 삶을 살자고 이야기할 때 인도인들한테서 ‘저 사람들은 말만 하고 정작 자기들은 그렇게 안 살더라’ 이런 소리를 듣게 되면 교육 효과가 없잖아요. 결정을 내릴 때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해요.

인도인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한다면

예전에 간호사 한 분이 이곳에서 봉사하시다가 힘들어하면서 가셨는데, 많은 사람들이 와서 못 견디고 떠나는 이유가 이런 문제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국 사람인데 왜 인도 사람처럼 살아야 하느냐’ 이렇게 불만을 얘기하거든요. 그러나 여기 와서 한국에서의 생활 습관대로 지내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변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어요.

물론 여러분이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고생하는 게 얼마나 많은지 잘 압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사는 모습을 인도 사람들이 볼 때는 어떨까요? 동네 사람들, 청년들, 스텝들이 볼 때는 생활공간도 자기들 집보다 낫고, 먹는 것이며 입는 것도 다 자기들보다 낫게 보입니다. 그래서 ‘자기들은 저렇게 살면서 왜 우리한테는 검소하게 살라고 하느냐?’ 이런 불평을 듣게 되는 겁니다.

정토회는 월급이 없습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최소한의 생활비를 나눠 쓰는 개념입니다. 우리가 이런 원칙에 따라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늘 간직하고 있어야 합니다. 사업 하나하나가 모두 이런 원칙하에 이루어진다는 점을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도 말을 할 때 늘 유념하면서 아이들을 교화해야 해요. 스님은 인도인들에게 항상 이런 원칙을 강조하는데, 여러분들이 그냥 개인적으로 다르게 얘기해버리면 결국 전체 원칙이 다 무너지게 됩니다. 여러분이 고생하며 노력하는 게 너무 감사하지만, 고생하는 게 전부는 아닙니다.

그래서 아무나 이곳에 와서 살지 못하도록 해놓은 겁니다. 백일출가 등 여러 과정을 거친 사람만 이곳에서 살도록 허락하는 이유는 인도인 스텝들이나 아이들에게 모범이 못 되는 사람은 이곳에 살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 와서 일 좀 거드는 게 핵심이 아닙니다. 이곳이 학교이기 때문에 특히 그렇습니다. 아이들의 특성상 조금만 야단치면 ‘그러는 너는 왜 그래!’라고 반박하거든요. 그러니 어떤 결정이든 결정을 할 때는 이런 문제를 꼭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옛날에 비하면 허용되는 일이 아주 많아지긴 했지만, 이런 모순을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풀어나가고 어떻게 대응해 갈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서 하나하나 결정을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원칙을 어떻게 오랫동안 유지할 것인가

어떤 중요한 사안을 스님에게 반드시 보고하고 결정하게끔 하는 것은 ‘스님이 모든 결정을 해야겠다!’ 이런 뜻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그저 몇 년 살고 떠나지만, 저는 처음에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이 일을 시작하면서 약속했던 원칙이 있습니다. 어제 길에서 인사하던 마을 청년도 초기에 학교를 같이 운영했던 멤버였어요. 그러나 이런 원칙을 안 지켰기 때문에 학교 일을 그만두게 된 거예요. 초기 멤버 중에 두 명 정도만 남았고 나머지는 다 나갔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중심을 잘 잡고 운영이 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런 문제들이 또 발생할 거예요. 원칙이 무너지는 것을 얼마나 최대한 늦추고, 어떻게 원칙을 오래도록 유지해 나갈 수 있겠느냐가 과제입니다.

한국에서 온 여러분들이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생활면에서도 모범이 되어야 이 원칙이 조금 더 오랫동안 지켜질 수 있습니다. 모범이 안 되면 금방 물들어버려요. 그래서 보안 문제나 생활 문제 같은 것은 조금 더 면밀히 검토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물론 지금은 30년 전에 처음 이곳에 왔을 때보다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조금씩 바뀌긴 해야 합니다. 늘 옛날을 고집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기본 정신은 유지하면서 바꿔나가야 해요. 자꾸 사람이 바뀌다 보니 어떤 원칙으로 학교를 설립해서 지금까지 유지해 왔는지를 잊어버리고, 그냥 현상만 가지고 논하기가 쉬워요.”

인도 JTS 사업이 안정적으로 잘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사람의 심리를 잘 알고 있는 스님의 세심한 지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원칙에 대해 이해를 하고 나니 모두들 마음이 홀가분해졌습니다.

오늘은 산너머 마을 유치원을 방문하는 날입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8시 10분에 산너머 자르하리 마을로 출발했습니다.

두르가푸르 마을 뒤로 전정각산을 올랐습니다. 등교하는 아이와 마주쳤습니다. 혼자 산을 넘어오고 있었습니다.

“스님, 아이들이 이 망고나무에서 귀신이 나온다고 무서워해요.”

산너머에서 여기까지 혼자 오갈 때면 어린아이들이 무서울 법도 합니다. 산에 오르니 수자타아카데미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산을 넘고 나니 까나홀 분교가 보입니다. 산을 내려오니 30분이 지났습니다.

자르하리(JARHARI) 마을 유치원

까나홀 분교를 지나 먼저 자르하리 마을로 갔습니다. 마을을 지나 유채꽃밭, 밀밭을 따라 30분을 걸으니 자르하리 마을이 나왔습니다.

9시 10분에 도착했습니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도착하자 아이들은 꽃을 엮어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었습니다.

“나마스떼. 스님지!”

아이들은 숫자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손가락을 펴 아이들에게 몇 개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이게 몇 개예요?”

“빤즈.” (다섯 개)

아이가 수줍게 웃으며 대답을 합니다.

“공부 열심히 하세요!”

비스킷을 주고 나오니 마을 사람들이 몰려있습니다.

“유치원에 문제는 없어요?”

마을리더는 유치원에 금이 갔다고 걱정했습니다. 스님은 직접 살펴보고 걱정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유치원에 다닐 법한 어린아이가 어른들 속에 섞여있습니다.

“왜 유치원 안 갔어요? 유치원에 가면 맛있는 것도 먹고 공부도 할 수 있는데.”

“이 애는 아파요.”

이야기를 하려고 다가서니 아이 손에 피부병이 심각했습니다.

“지바카병원까지 오기 어려우니까 이동 진료소가 오면 꼭 치료받으세요.”

다시 걸어서 가왈비가 마을로 이동했습니다.

가왈비가(GAWAL-BIGHA) 마을 유치원

스님은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비스킷을 나눠준 다음 선생님에게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선생님들은 5세 반 학생이 너무 많아서 교실 한 칸이 더 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교실이 비좁게 느껴질 정도로 아이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특히 5세 반에 소아마비에 걸린 아이도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스님은 세세히 살펴본 후 스리람푸르 마을로 이동했습니다.

스리람푸르(SRIRAMPUR) 마을 유치원

덧셈을 공부하고 있어서 문제를 풀어보라고 했더니 곧잘 풀었습니다.

“잘했어요.”

비스킷을 주고 나오는데 선생님이 유치원에 한 가지 문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유치원 바깥에서 어른들이 카드놀이를 하고 오줌을 많이 싸서 교실에까지 오줌이 베어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유치원 옆에서 카드놀이를 하고 오줌을 누는데, 하지 말라고 말할 수가 없어요?”

선생님의 대답이 시원찮습니다. 스님은 유치원 안팎을 살펴보며 담을 어떻게 치면 좋을지 마을개발팀과 논의했습니다.

다시 걸어서 바가히 마을로 이동했습니다.

바가히(BAGAHI) 마을 유치원

바가히 유치원에서도 덧셈을 잘 하는지 테스트해 본 후 아이들에게 비스킷을 나눠주었습니다.

울던 아이가 비스킷을 받기 위해 눈물을 뚝 그쳤습니다.

지나는 길에 정부 학교가 보입니다. 11시가 가까운 시간인데도 열 명 남짓한 학생들이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모양이었습니다.

까나홀(KANHOUL) 마을 유치원

다시 걸어서 까나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11시 30분이 지났습니다. 먼저 유치원을 둘러보고, 초등학교 분교인 1학년 두 반, 2학년 두 반, 3학년 세 반을 차례차례 둘러보았습니다.

스님은 아이들이 전정각산을 넘다가 귀신이 무서워서 학교에 안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한번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4학년부터 정부 학교 갈 거예요, 수자타아카데미에 올 거예요?”

“수자타아카데미에 가고 싶어요.”

“그런데 수자타아카데미에 다닌다고 해놓고, 중간에 귀신이 나타난다고 해서 잘 안 다닌다고 하던데요. 그런 이유로 자꾸 학교에 안 나올 거예요?”

“잘 다닐 거예요.”

“귀신이 있어요. 없어요?”

“없어요.”

“그런데 왜 귀신이 있다고 생각해요? 마음이 불안하면 귀신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없어요. 귀신 봤어요?”

“아니요.”

한 아이는 귀신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귀신은 있어요.” (모두 웃음)

“마음이 불안하면 귀신이 있는 것처럼 보여요. 매일매일 학교에 올 수 있겠어요?”

“네!”

지구과학을 공부하고 있는 반에서 스님은 공전과 자전에 대해 설명해주기도 했습니다. 5개 마을 유치원과 까나홀 분교까지 둘러보고 나니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마을 리더들과 회의

12시부터는 까나홀 분교에서 산 너머에 살고 있는 마을 리더들과의 회의가 열렸습니다. 오늘 아침에 돌아본 마을의 리더, 유치원 교사, 분교 교사가 모두 모였습니다.

“여러분이 수자타아카데미까지 오려면 너무 멀어서 제가 온 김에 여기서 회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왔다갔다 하면 하루가 걸리잖아요. (웃음) 대신 식사는 대접하지 못합니다. 식사 대신 비스킷 하나씩 같이 먹겠습니다.”

비스킷을 먹으며 스님은 마을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개선할 점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마을에 쓰레기통이 필요합니다. 쓰레기가 이리저리 날아다닙니다.”

“네. 공동 울력으로 만들겠다고 하면, 벽돌을 지원하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스님은 마을리더와 교사들에게 선물을 주었습니다. 말린 대추와 2020년 정토회 달력이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스님은 까나홀 분교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

“화장실에 물이 나오도록 해야겠네요.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고, 한쪽에는 놀이터를 만들면 좋겠어요.”

다시 산을 넘어 수자타아카데미로 돌아왔습니다. 날이 포근해서 30분 동안 전정각산을 넘는 사이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에 도착하니 1시가 넘었습니다. 점심을 간신히 먹은 후 스님은 외부에서 출근하는 교사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선물을 주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서 미안합니다. 그런데 아이들 태권도 실력이 예전보다 못하던데 왜 그럴까요?”

“잘 못 먹어서 그렇습니다.”

태권도와 춤을 가르치는 교사에게 스님은 특별히 더 부탁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특기를 살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잘 가르쳐주세요.”

교사들은 흔쾌히 스님의 부탁을 받았습니다. 이어서 법당에서 산 아래 마을에 살고 있는 마을리더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마을에 특별한 일이 있어요?”

두르가푸르 마을리더가 “JTS에서 준 농업용 펌프가 고장 났는데 고치지 못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주민들이 노력을 하는데 도움이 필요하다면 JTS가 지원을 하지만, 주민들이 아무것도 안 하면서 지원해달라고 하면 JTS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마을에서 한번 의논해보세요.”

그리고 휴교를 하고 있는 아자드비가 마을 유치원을 다시 운영해야 할지, 마을을 위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인도인 스텝들과 미팅

마을리더 회의를 마치고 곧바로 인도인 스텝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이틀 동안 유치원과 마을을 둘러보며 살펴본 것들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리고 JTS의 이념과 원칙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JTS는 세 가지 이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합니다.
병든 사람은 치료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제 때 배워야 합니다.

이처럼 JTS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만든 단체입니다. 그리고 이 일을 하는 사람들도 이 일을 통해서 어떤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돈을 낼 수 있으면 돈을 내고, 땅을 낼 수 있으면 땅을 내고, 건물을 낼 수 있으면 건물을 내고, 기술을 낼 수 있으면 기술을 내고, 시간을 낼 수 있으면 시간을 내고. 이렇게 우리가 가진 것을 내어 놓아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함께 하자는 취지로 ‘JOIN TOGETHER SOCIETY’라는 이름을 붙인 겁니다.

여러분은 JTS에 고용된 노동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온 사람도 다 자원봉사로 와 있고, 여러분도 모두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이 지금 받고 있는 돈은 최소한의 활동비이지 월급이 아닙니다. 임금의 개념이 아니에요. JTS는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수자타아카데미에는 조금 원칙에서 벗어난 부분이 있어요. 현재 13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원칙상으로 맞지 않습니다. 원래 이곳에는 그런 사례가 없었습니다. 밥하는 것도 상급생이 했고,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원봉사로 참여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지금은 13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게 됐습니다.

한국에서는 문경 수련원이나 서울 정토회관 등 여러 시설이 있어도 이렇게 사람을 고용하는 사례가 없습니다. 전부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도는 아직 자원봉사 시스템이 덜 갖추어져 있고, 일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약간 원칙에서 어긋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을 스텝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라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래도 사람이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노동자의 임금 수준에서 생활비를 지불하는 거예요.

그러니 이것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임금으로 오해하지 않길 바랍니다. 처음 스텝이 될 때 이런 이야기를 충분히 했고, 여러분도 동의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잊어버린 것 같아요. 기억이 나요, 잊어버렸어요?”

“기억합니다. 그래서 JTS에서 받은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어요.”

“여러분은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라 봉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일을 할 수 있는 책임과 권리를 갖게 됩니다. 여러분은 다 결혼해서 아이도 있기 때문에 생활을 꾸려나가기가 쉽지 않고, 게다가 옆집 사람과 비교하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스님이 사는 한국은 둥게스와리보다 더 돈을 밝히는 사회예요. 우리는 그런 속에서도 이렇게 봉사의 원칙을 갖고 살아갑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이 취지를 잊어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원칙을 잊어버리게 되면 자꾸 불만이 생기고, 활동할 때도 힘이 듭니다.

학교 선생님이 학교 아이를 과외 수업하는 문제

그 다음으로 교육 문제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 학교 선생님이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 과외수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러분이 생활비가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부수입을 좀 마련해서 생활하고자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선생님이 자기 학교 다니는 학생에게 과외수업을 하는 것은 교육의 원칙에 맞지 않습니다. 그것은 한국과 인도는 물론이고 어떤 나라에서도 다 금지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따로 개인적으로 가르치는 아이에게 시험을 비롯한 여러 측면에서 보이지 않는 특혜를 줄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학생을 굳이 더 가르쳐야 한다면 학교 안에서 더 가르쳐야지, 학교 밖에서 더 가르치겠다는 얘기도 맞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학업을 못 따라가서 과외가 필요하다면 학교 안에서 방과 후에 학습을 시켜야 합니다. 방과 후 학습을 하기 위한 경비가 필요하다면 학교에서 지불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JTS는 가난한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전액 무료로 교육을 하고 있어요. 그런 가운데 마을 사람들은 또 따로 돈을 내고 과외를 받는다면, JTS가 무료 교육을 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여러분이 좀 더 논의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가 원칙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여러분 스스로 좀 더 깊이 의논해보시기 바랍니다. 한국은 이런 경우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스님은 인도인 스텝들이 스스로 고민도 해보고, 함께 의논해 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다른 건의사항이 있나요?”

다양한 질문과 건의사항이 있었습니다.

“6학년과 고등부 봉사자 운영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최저 생활비만 받으면서 분가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는 사이에 제가 병들거나 죽으면 제 가족은 어떻게 됩니까?”
“8시부터 5시까지 매일 학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집안 농사일을 전혀 도와주지 못하고 있는데 학교 운영 시간을 좀 조정하면 좋겠어요.”
“새로 짓는 건물 지붕을 콘크리트로 잘 만들면 좋겠습니다. 지금 건물은 지붕이 부실해서 너무 덥고, 보수를 해도 계속 문제가 생깁니다.”

활동가들 사이에 뒷말하는 문화가 있는데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스님이 간단명료하게 대답했습니다.

뒷말을 많이 하는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제가 처음 왔을 때보다는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팀별로 말썽이 많습니다. 학교 파트, 건축 파트, 병원 파트 사이에 뒷말도 많이 하고, 학교 파트 안에서도 구성원들끼리 뒷말을 많이 해요. 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파트를 헐뜯는 분위기는 계속 있습니다.”

“인간 세상이 원래 그렇습니다.” (모두 웃음)

“형제간에도 다투잖아요. 형제간에 서로 협력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상카시아 석가족도 제가 가보면 늘 싸우고 있습니다. 그게 나쁜 건 아니에요. 인간이 원래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다투면 우리 모두가 손해를 봅니다. 그러니 이것은 나쁜 건 아니지만 바보 같은 짓입니다. 그래도 바보 같은 짓을 계속하고 싶다면 그냥 계속 싸우세요. (모두 웃음)

‘이렇게 우리끼리 짜그락짜그락하며 싸워봐야 우리 손해다.’

이렇게 생각하면 협력을 해야겠죠. 대한민국에서도 정치권이 계속 싸웁니다. 스님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한국 사람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스님이 인도 사람들 문제까지 어떻게 바꾸겠어요? (모두 웃음)

그래도 여러분은 어릴 때부터 같이 산 사람들이잖아요. 어릴 때를 생각하면 우리가 서로 협력하는 게 좋습니다. 여러분도 봉사하고, 저도 봉사하고, 이렇게 개인의 이익을 조금씩 뒤로 하고 봉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의 수자타아카데미가 있는 거예요. 여러분 모두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 다른 곳에 취직해서 떠나버렸다면 수자타아카데미가 어떻게 유지되었겠어요?

봉사를 그만두고 돈을 더 벌고 싶은 사람에게

인드라짓에게 한 번 물어볼게요. 이번에 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이제 다른 학교에서 월급 많이 준다는 제안을 받으면 거기로 갈 거예요?” (모두 웃음)

“안 갈 겁니다.”

“여러분이 다 그렇게 가버리면 학교가 텅텅 비어요. 학교 입장에서는 여러분이 다른 곳에 갈 기회를 없애려면 아예 교사자격증을 안 내주면 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또 학교 교육의 질이 낮아지잖아요.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여러분이 교사자격증도 취득하고, 공부를 자꾸 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자격증을 따게 해주면, 여러분은 그걸 갖고 개인 돈벌이하러 다른 데 가버릴 수가 있어요. 그래도 본인이 그러겠다는데 제가 어떻게 하겠어요?

그래서 명상수련 끝나는 날에 제가 얘기했잖아요. 여러분과 저의 차이점은 저는 꾸준히 한다는 딱 한 가지뿐이라고요. 손해가 나든 이익이 나든, 칭찬을 받든 비난을 받든, 사람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런 것에 관계없이 이 아이들에게 우리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이곳에 있어야 합니다. 그랬기 때문에 27년 간 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내일 떠난다 해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많이 봉사했으니까요. 물론 가능하다면 함께하고 싶다는 개인적 바람은 있습니다. 그래도 본인이 가겠다면 스님이 뭘 어떻게 하겠어요? 밧줄로 묶어놓을 수도 없잖아요. (모두 웃음)

일단 해봅시다. 일이 생기면 또 그때 가서 해결하면 돼요. 내년에 또 일이 생기면 내년에 가서 또 의논하죠. 안 죽었으면 계속 우리는 일을 해야 돼요. 그런데 여러분 중에는 지금 곧 죽을 것처럼 걱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올해 예순여덟 살인데도 죽는 걱정을 안 하는데요. (모두 웃음)

설사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스님이 여러분을 외면할까요, 돌봐줄까요?”

“감사합니다.”

인도인 스텝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스님입니다. 스님의 시원시원한 이야기에 모두 마음이 홀가분해졌습니다. 돌아서면 또 고민이 시작되겠지만요.

활동가들에게도 선물을 주고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이어서 학교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무슨 일 해요?”

“부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한 명 한 명 하는 일을 물어본 후 선물을 주었습니다. 건축부 노동자를 마지막으로 스님은 인도 JTS 안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을 다 만났습니다.

“스님, 학교를 한 바퀴 돌며 점검해주실 수 있을까요?”

인도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입니다. 보광 법사님의 요청으로 학교를 한 바퀴 돌며 빈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위험한 곳은 없는지 살펴보았습니다.

하늘에는 초승달이 떠올랐습니다. 내일은 한 달 간의 인도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전체댓글 58

0/200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20-04-27 20:24:44

무애승

태어난곳의 물을 마실수 있게 해주시면 어떨까요?

2020-02-08 08:43:06

고경희

일단 해봅시다.

2020-02-08 00:41:33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