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28 둥게스와리 산 아래 마을 유치원 방문
“수자타아카데미 졸업생들의 진로를 어떻게 열어줘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산 아래 마을 7개 유치원을 살펴보고, 소라즈비가 마을 유치원 준공식에 참석했습니다. 오후에는 인도 JTS 활동가들과 사업 논의를 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 발우공양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학교 앞 유영굴에서 보드가야까지 행진을 하는 행사가 열려 마이크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스님은 아마도 부처님이 고행을 버리고 전정각산에서 하산한 날을 기념하는 행사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어젯밤부터 수자타아카데미 앞에는 행사 준비로 시끌벅적했습니다. 보드가야로 가는 길도 사람으로 꽉 찼습니다.

오늘은 둥게스와리 마을과 유치원을 돌아보는 날입니다. JTS는 전정각산 주위에 있는 15개 마을 가운데 14개 마을에서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약 1000여 명의 학생들이 각 마을에서 유치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하루 만에 전정각산 주위 마을을 모두 돌아볼 수가 없어서 오늘은 산 아래 서쪽 마을을 주욱 둘러보고, 내일은 산 너머 동쪽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방갈비가(BANGAL-BIGHA) 마을 유치원

가는 길에 초기 유치원 교사로 활동했던 사람을 만났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를 함께 짓고 아이들을 가르쳤던 사람입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방갈비가 유치원에 도착했습니다.

“나마스떼 스님지!”

마을개발 팀장 파완의 아들도 이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공부 잘하고 있어요?”

“네!”

스님은 줄을 세운 후 과자를 나누어주었습니다.

“단야바드 스님지!” (고맙습니다. 스님)

잠시 파완 지의 집에 들렀습니다. 파완 지가 지나가는 길에 꼭 들러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우유와 짜이, 햇감자를 쪄서 스님에게 드렸습니다. 파완 지의 몸짓 하나하나에 정성이 배어있었습니다.

파완 지의 부인과 막내, 형수, 아버지가 함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짜이와 햇감자를 간단히 먹고 얼른 집을 나왔습니다.

라훌나가르(RAHULNAGAR) 마을 유치원

다음 마을인 라훌나가르 유치원에 갔습니다. 멀리서 수업에 늦은 아이들이 뛰어옵니다.

교실 안으로 들어간 스님은 갓 등교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교복을 안 입고 온 한 명이 있었습니다.

“매일 유치원 나오고 있어요?”

“네!”

“왜 교복 안 입고 왔어요?”

“빨래했어요.”

“아직 출석 안 한 아이들이 많네요.”

“전정각산 앞에 걷기 행사 구경하고 늦게 오는 애들이 많아요.”

유치원에 온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눠주고 나오는데 세 명이 이제 막 등교를 합니다.

“늦게 오면 과자 안 줄 거예요. 앞으로 늦게 오면 안 돼요.”

그래도 아이들은 손을 내밀며 과자를 달라고 합니다. 스님이 과자를 주자 웃으며 인사합니다.

“단야바드.”

유치원을 나오자 마을 아줌마들이 모여서 구경하고 있습니다. 아줌마들에게도 말을 건넵니다.

“유치원에 문제 없어요? 뭐 필요한 거 있어요?”

“우리 아이는 교복을 못 받았어요.”

“교복은 6살부터 줘요.”

“애가 몇 살인지 몰라요.”

자기가 낳은 아이가 몇 살인지 모르는 부모들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한다는 것이 이 마을의 큰 변화입니다.

만코시힐(MANKOSHI-HILL) 마을 유치원

다음은 만코시힐 마을 유치원에 도착했습니다. 힌디 공부하는 소리가 바깥까지 들립니다.

“공부 잘하고 있어요?”

“네!”

스님이 묻자 아이들이 큰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옆에 시끄러워서 공부하기 어렵죠?”

“아니요!” (웃음)

5살보다 더 어린애들도 보입니다.

“너는 유치원에 올 학번이 아닌데. 너도 아닌데...”

2살, 3살로 보이는 어린애들도 유치원에 와 있습니다. 언니, 오빠를 따라왔나 봅니다. 오늘은 어린애들도 모두 스님에게 과자를 받았습니다.

산티나가르(SANTINAGAR) 마을 유치원

다음은 산티나가르 마을 유치원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학교를 지나 반대편을 향해 멀리 이동했습니다. 산티나가르 마을은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마을 중에 한 곳입니다.


산티나가르 마을 아이들은 전정각산과 멀리 떨어진 외지에 있다 보니 외국인을 많이 본 적이 없습니다. 스님과 일행들을 보자 한 아이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울음을 터트립니다.

“으아앙!”

“더 세게 울어보세요. 더 세게. 으아앙”

스님은 웃으며 아이들을 놀렸습니다.

“자, 줄 서 보세요. 우는 애는 집에 가세요. 과자 안 줄 거예요. 뚝!”

울면 과자를 안 주겠다고 하자 점점 울음소리가 줄어들더니 모두 울음을 그쳤습니다. 울음소리가 잦아들자 스님은 인사를 하고 과자를 나누어주었습니다.

“자, 자리에 앉아보세요.”

올망졸망 아이들을 앉히고 스님은 손짓을 하며 숫자 세기를 했습니다. 스님을 따라 손 모양을 만들어 보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나 봅니다.

“에크, 도, 띤...” (하나, 둘,, 셋...)

“아이고, 잘한다.”

울음을 그친 아이들이 해맑게 웃는 모습이 너무나 예쁩니다.

아마르푸르(AMARPUR) 마을 유치원

다음은 아마르푸르 마을 유치원으로 향했습니다. 아마르푸르 마을 아이들은 그동안 수자타 아카데미로 입학시키지 않고 모두 정부 학교에 입학하도록 안내해 왔습니다.

정부 학교는 양민 마을에 있습니다. 그래서 천민 아이들이 학교에서 차별을 받아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다시 수자타 아카데미에 입학을 허용했습니다. 1학년은 릭샤를 보내 등교시키고 있습니다.

스님은 마을 사람들에게 아이들이 정부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유치원을 나오면서 스님은 입구가 너무 좁은 것 같다고 마을개발팀장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여기 입구가 너무 좁아요. 입구를 넓히고 문을 달아주면 좋을 것 같아요.”

스님은 유치원 주변에 시설 보수할 것들이 있는지를 더욱 유심히 살폈습니다.

안투비가(ANTU-BIGHA) 마을 유치원

다음은 안투비가 마을 유치원으로 향했습니다.

“반가워요. 교복도 다 입고 출석률도 높네요. 잘했어요.”

스님은 아이들이 셈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자, 이거 세볼 사람? 이게 몇 개예요?”

아이들에게는 아직 셈이 어려운가 봅니다. 스님은 설명을 마치고 과자를 나누어주었습니다.

“아이고, 예쁘다. 눈도장을 찍어야지.”

스님은 한 명 한 명에게 눈을 맞추며 비스킷을 나눠주었습니다.

유치원 주변도 둘러보았습니다. 유치원은 마을 사람들의 사유지가 아니라 공공시설이다 보니 주변 시설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었습니다.

“여기 우물에 물바가지가 없네요. 두레박을 공용으로 쓸 수 있도록 제공하면 어떨까요?”

“두레박은 개인들이 가지고 다닙니다.”

유치원 마당에는 돌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곳인데 울퉁불퉁하고 돌이 많아요. 마을개발팀에서 정리를 좀 해주면 좋겠어요.”

인도 사람들은 이런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익숙해서 별다른 개선점을 찾지 못합니다. 스님은 한국인들이 좀 더 예리하게 살펴서 인도인들이 배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소라즈비가(SWARAJ-BIGHA) 마을 유치원

마지막으로 방문한 유치원은 소라즈비가입니다. 옛날 건물을 허물고 이번에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울력해서 함께 지은 유치원입니다.

간단하게 준공식 행사를 했습니다. 스님과 마을리더, 마을개발팀장이 앞으로 나와 리본을 자르자 마을 사람들 모두가 기뻐하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스님은 먼저 마을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유치원 건물을 지어 놓으니까 좋아요?”

“네, 너무 좋습니다.”

“여러분이 와서 돌아가면서 일했다고 들었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어서 저도 기쁩니다. 여러분이 가진 돈은 없더라도 노동력은 제공해 줄 수 있잖아요.”

“네!”

새로 지은 유치원의 가운데 방은 뒤쪽으로 창문이 없었습니다. 마을에서 아이들 수업하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와서 일부러 창문을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스님은 마을개발팀장에게 교실이 너무 어두우니 햇살이 더 들어오도록 조정해서 아이들이 밝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마당에는 예전에 만든 미끄럼틀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타기에 너무 경사가 심해 보였습니다. 활동가 한 명이 직접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보자 모두들 웃으며 쳐다보았습니다. 스님이 아이들이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경사도를 낮추어 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준공식에 참석한 마을 주민들 모두에게 비스킷을 나눠주었습니다.

“다음에 학교로 초대해서 식사를 한번 드릴게요. 오늘은 비스킷을 드리겠습니다.”

비스킷을 나눠주는 것을 끝으로 마을 방문을 모두 마치고 수자타아카데미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인 스텝 전체 회의

오후에는 한국인 스텝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부서별로 건의할 사항을 말하고 의논하는 전체 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제저녁에 회의를 하려고 했는데 몸이 좀 안 좋아서 쉬었습니다. 부서별로 건의할 사항이 있으면 이야기해 보세요.”

먼저 병원 파트에 대해 의논했습니다. 2월에 의료인정토회에서 의사들이 봉사를 오는 일과 관련해 준비사항을 점검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지바카병원에서 화상이 심한 환자를 만났는데, 이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 지에 대해서도 대화가 오갔습니다.

“어제 화상이 심한 환자를 보니까 마음이 안타까웠어요. 파트나에 있는 더 큰 병원으로 데려가야 하지 않을까요?”

“까밀스와지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심한 건 아니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저 정도면 중증이에요. 최신 약을 구입해서 최선을 다해서 치료해주세요. 다른 건 가난하게 살아도 괜찮은데, 병이 났을 때 보면 참 안 됐어요. 병원비가 너무 비싸니까요. 병원에서 화상 환자를 직접 봤는데 너무 끔찍했어요. 전신 화상이었거든요. 화상은 통증이 엄청 심해요.”

오늘 오전 내내 산 아래 마을 유치원을 둘러보고 왔기 때문에 유치원 이용과 관리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이 나왔습니다.

“제일 관리가 안 되고 있는 곳이 산티나가르 유치원이었어요. 특히 유치원을 졸업하고 정부 학교로 가는 아이들을 위해 관리 감독을 잘해주면 좋겠어요. 정부 학교로 가면 아이들이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거든요. 결석하는 아이의 집에 찾아가서 왜 결석했는지 확인도 하고, 아이들이 정부 학교에 잘 다니도록 관리를 정교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유치원 주변에 시설 관리가 좀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마당에 돌도 좀 치우고, 좀 더 예리하게 살피는 게 필요해요. 인도 사람들은 원래 이런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뭐가 문제인지를 잘 모르거든요.”

스님이 조언한 내용들은 곧바로 각 파트별로 사업 계획으로 수립됩니다. 스님은 담당자들의 얼굴을 살피더니 웃으며 말했습니다.

“일이 너무 많아졌나요? 스님이 한국에 앉아서 말만 많이 하는 건가요?” (모두 웃음)

기존 학교 건물 옆에 3층 건물을 새로 짓고 있습니다. 새로 짓는 학교 건물에 대해서도 많은 토론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가난한 마을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예체능 교육을 강화하자고 여러 차례 강조했었는데, 새로 짓는 건물에 태권도 연습실과 춤연습실, 과학실을 제대로 갖추고, 도서관에 책을 많이 구입해 놓자고 제안했습니다.

아이들 각자의 특성을 살리는 교육

“새로 학교 건물을 지으면 태권도와 춤연습을 할 3층 연습실 바닥에 아주 두꺼운 매트리스를 빡빡하게 깔아주세요. 거기서 아이들이 뺑뺑 돌거나 격렬한 동작을 해도 다치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한쪽 면은 거울을 붙여서 연습하는 모습을 자기가 볼 수 있도록 하고요. 태권도 연습실 겸 무용 연습실을 제대로 갖추면 좋겠어요. 도서관에는 아직 별다른 도서 목록이 없는 상태지요?”

“그래도 지금 열심히 책을 구하고 있습니다.”

“도서 진열장이 너무 볼품이 없던데...” (모두 웃음)

“그래도 작년보다 조금 나아졌어요.”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도서관에 책이 별로 없었는데, 중학교에 갔더니 도서관에 장서가 가득한 게 정말 좋았어요. 저는 학교 가서 배운 것보다 도서관에서 읽은 책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거든요.”

“이제는 초등학교, 중학교 아이들까지 책 읽기 수업을 넣었어요. 책을 보긴 하지만, 중학생 아이들도 중학교 책이 아니라 초등학교 책을 보고 있어요.”

“책을 왜 구하기 어려워요?”

“지금 열심히 구하고 있어요. 책이 얇아도 가격이 꽤 되더라고요. 제일 큰 문제는 힌디 책이 점점 줄어드는 거예요. 영어 책은 구하고 싶으면 다양하게 구할 수 있지만요.”

“그러면 영어 책이라도 구해다 놓으세요.”

“아이들이 영어를 잘 못해서 영어 책 읽는 것을 갑갑해합니다.”

“앞으로는 영어를 더 가르치면 되죠. 어차피 중학교 이상은 아마 영어로 가르쳐야 하고, 교사도 영어를 할 수 있도록 더 훈련해야 할 거예요.”

“두꺼운 책은 가격이 열 배는 더 비싸요.”

“책 값은 내가 몸을 팔아서라도 보내줄 테니까 많이 구해봐요.” (모두 웃음)

“부처님의 일생에 대한 힌디 책은 있어요?”

“이번에 바라나시 갔을 때 큰 서점에 가봤는데, ‘붓다의 일생’을 힌디로 번역해서 나온 책이 없었어요.”

“인도 사람이 썼든 누가 썼든, 부처님의 일생에 대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용 힌디 책이 아예 없다고요?”

“위인전 같은 게 없지는 않지만 전체 일생이 아니고 짧은 내용으로만 되어 있어요.”

“그러면 쁘리앙카 선생님이 박사니까 부처님의 일생에 대해 책을 한 번 써보세요.” (모두 웃음)

“좋은 생각이네요. 틱낫한 스님의 소설 ‘붓다처럼’이 힌디로 번역되어 있어요.”

“그러면 그걸 구입하세요.”

“스님, 최근에 제가 책을 두 권 샀는데 700루피나 했어요. 책이 약간만 두꺼워져도 가격이 엄청 올라갑니다.”

“비싸더라도 책은 구입합시다. 예산이 부족하면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따로 모아서 드릴게요. 도서관, 연습실, 컴퓨터실, 과학실, 이렇게 네 가지는 제대로 갖춥시다.

그런데 과학실을 운영할 선생님이 마땅하지가 않죠? 어제 수업에 들어가서 제가 ‘지구가 태양을 도는데 왜 우리 눈에는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처럼 보이냐?’라고 물어보니 아이가 설명을 못 하더라고요. 선생님들이 지구본을 가지고 직접 설명하고, 아이들이 체험하도록 해줘야 해요. 기초과학은 체험 학습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일단 가벼운 것부터 하고 있는데, 사실 그런 창의적인 부분까지는 아직 못 하고 있어요.”

“화학도 실험을 직접 해봐야 해요. 예를 들어 물 분해 실험의 원리는 불교 하고도 관계가 있잖아요. 물에 근본 알갱이가 없다는 것이 곧 ‘무아’를 의미하거든요. 물을 분해하면 수소와 산소로 분해되고, 수소와 산소를 화합시키면 물방울이 생긴다는 원리를 직접 실험을 통해 익혀야 해요.

태권도도 조금 더 정교하게 가르쳐서 한국 사람들이 봐도 ‘와!’ 하고 감탄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태권도 복장도 조금 신경을 써주세요. 연습할 때는 이것저것 입히더라도 공연할 때는 도복에 JTS 마크 정도는 달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입고 있는 도복에 마크가 제 각각이고, 몸에도 맞지 않고 너무 두꺼운 누비옷을 입고 있어요.”

예체능 교육과 과학 교육에 대한 스님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교 담당자들이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회의를 끝마칠 무렵 스님은 지금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바로 수자타 아카데미를 졸업한 아이들의 진로 문제입니다.

수자타 아카데미 졸업생들의 진로 고민

“지금 제가 걱정하는 것은,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공무원 외에는 진로가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공무원이 되려면 몇 렉(Lakh)에 해당하는 엄청난 뒷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제가 인도에 처음 왔을 때는 군인이 되려면 2만 루피(Rupee) 정도 들었는데, 요즘은 2만 루피로는 어림도 없고 3렉(30만 루피)은 필요하다고 해요.”

“스님, 요즘은 1인당 8렉이나 10렉이 필요하다고 해요.”

“뒷돈도 땅값 오르듯이 엄청나게 올랐네요.” (모두 웃음)

“지금까지는 수자타 아카데미가 문맹 퇴치에 주력해 왔는데, 이제 문맹 퇴치는 유치원에서 맡고 있는 셈이에요. 그래서 수자타아카데미는 정부 학교와는 차별성을 둬야 해요. 대학을 가려는 사람은 영어로 가르쳐서 아주 괜찮은 지도자가 나올 수 있게끔 소수로 교육을 하고, 나머지는 다 기술 교육을 시켜야 해요. 모두 자기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시골에서는 그림 잘 그리는 아이, 운동 잘하는 아이를 많이 발굴해야 해요. 공부 잘하는 아이는 도시 아이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맞습니다.”

“가야 같은 큰 도시에서 아버지가 시장이거나 의사나 변호사인 아이가 공부하는 수준을 이 마을 아이들이 어떻게 따라가겠어요? 아주 특별한 아이가 아닌 이상은 못 따라가요. 이 아이들만 가질 수 있는 재능을 살릴 방향을 연구해보세요. 유치원에서부터 아이들의 특성을 딱 알아보고, 예를 들어 춤을 잘 추면 무용 쪽으로 일찌감치 집중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세요. 아이들 각자의 특성에 맞게끔 교육을 해서 내보내야 합니다.

문맹 퇴치에서 기술 교육, 특수 교육으로

이제는 교육의 초점이 바뀌어야 합니다. 문맹 퇴치나 결핵 퇴치는 거의 성공적으로 끝난 것 같아요. 유치원을 착실하게 관리해서 문맹 퇴치는 유치원에서 끝을 내고, 수자타 아카데미에서는 아이들이 다른 곳에 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특수 교육을 하면 좋겠어요.

지금 학교 스텝들을 보면, 다 대학 나온 사람들만 남았어요. 학교 스텝들의 열 배가 넘는 수의 아이들이 졸업 후 그냥 없어졌습니다. 공부를 아예 안 배웠으면 노동이라도 하는데, 고등학교만 나오면 노동도 안 해요. 일에 손을 안 대니까 백수 만들기 딱 좋아요. 그래서 기술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해요.

노동자들도 이제는 기계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문자 습득이 되어야 합니다. 설계도를 보고 지시사항도 읽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은 글을 배우면 공무원 되는 것밖에 몰라요. 노동자가 되더라도 공부를 하고 난 다음에 노동자가 되어야 합니다. 즉 기술 노동자가 되어야 해요. 작업장에도 전기톱, 전기 대패 같은 기계를 좀 도입하세요. 젊은 노동자들이 기계 사용법과 원리를 배워서 기술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중학교만 나왔어도 그런 기술 교육을 받으면 아이들이 일을 하는데, 교육을 아예 안 받았던 옛날 방식대로 수동으로 일을 하라고 하면 조금이라도 공부한 아이들은 일을 안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한테 ‘기술을 익히려면 오히려 공부를 해야 한다’ 이 점을 교육시켜야 해요. 모두 공무원 되는 데만 초점이 맞춰지면 안 돼요.

그런데 이 점이 설득이 되려면, 모범적인 모델이 있어야 해요. 예전에는 부모든 형제든 집안에 학교를 다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학교에 나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어려웠는데, 이제 학교 다니는 것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수자타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나서 성공한 경우는 공무원이 된 것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어요. 군인, 경찰, 철도 공무원이 된 몇 명 빼고는 성공 사례가 없다 보니 결국 다 공무원 시험만 준비하려고 해요. 아니면 학교 교사만 하려고 하고요.

그러니 작업장에 기계 시설을 갖춰서 고등학교나 대학을 나와도 기계나 기술을 이용해서 뭔가를 만들도록 해주세요. 건축회사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쪽으로 재능 있는 아이들을 발굴할 방법을 좀 연구해 봅시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갈 한국인 활동가들

물론 우리도 지금 힘들긴 하죠. 아이디어를 내서 새로운 것을 하기보다는 현상 유지하기에 급급하잖아요. 하루하루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도 힘들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인도인들한테 팀장을 맡긴 것이니까 한국 사람들은 조금 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일을 해봅시다. 일손을 좀 덜자고 팀장을 인도인들로 모두 바꾼 것인데, 아직은 인도인 팀장들 뒷바라지하기도 바쁘다는 건 알아요. 그래도 앞으로는 조금씩 달라질 겁니다.”

스님의 조언을 듣고 한국인 활동가들도 다시 한번 힘을 내어 봅니다. 더위를 견디는 것 자체만 해도 힘든 곳이지만, 그래도 한국인 활동가들의 보이지 않는 정성과 손길에 의해 수자타아카데미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핀 꽃이 더욱 아름다운 법입니다.

저녁 예불을 한 후 마음 나누기를 하고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전정각산 너머에 있는 마을과 유치원을 둘러본 후 마을리더들, 인도인 스텝들과 연이어 사업 논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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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학생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20-04-23 22:46:18

임호경

제가 60이넘었는데 청년시절에 태권도2단을 가지고 있었는데...저곳의 아이들을 가리키고 단련시킬수있을까?
스님이 활동에 도움이 될수있을까? 아직도 돈버는 일에 시간을 보내니 마음이 좀 불편합니다.

2020-02-10 15:08:19

무애승

할일은 많고 ~~인력은 딸리고~~
인도할동가 도반님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2020-02-08 07: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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