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훨씬 더 웃으면서 살 수 있습니다.
화가 나도 괜찮아요.
‘아, 내가 내 생각에 사로잡혔구나’
하고 내려놓고
다시 웃음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안녕하세요. 11월 20일, 스님은 서울 관악구청에서 5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이 모인 가운데 즉문즉설 강연을 하였습니다.
하루 종일 평화재단에서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한 스님은 저녁 무렵이 되자 강연이 열리는 관악구청으로 향했습니다. 어제보다 추워진 날씨에 잔뜩 움츠러드는 가을 저녁, 즉문즉설이 열리는 관악구청 안팎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훈훈함이 느껴졌습니다.
6시가 되기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더니 오후 6시 반, 통로 입석을 포함한 모든 좌석이 마감되었고 500여 명의 시민들이 대강당을 가득 채웠습니다. 아쉽게도 발걸음을 돌리신 분도 많았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스님을 직접 뵙고 말씀 들을 수 있는 기회 같아서 오셨다는 분,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에 대비해 서둘러 오셨다는 분 등 젊은 층도 눈에 띄었습니다.
영상 소개가 끝나고 법륜스님이 무대에 오르자 관악구민들은 큰 박수로 환영하였습니다. 오늘 강연에는 관악구청장도 참석하여 스님은 무대에서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스님은 한국인의 특징을 재미나게 설명하며 국민 행복도에 대해 말하였고 곧이어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총 6명이 질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고3 아들의 진로와 학비 문제로 아내와 갈등을 빚고 있는 한 남자분의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고3 아들의 진로와 관련해 고민이 있습니다. 아들은 항공 비행조종사가 되기 위해서 미국 항공대에 원서를 낸 상태입니다. 문제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1년에 1억 원 정도 들고, 아내와 밥만 먹고 살 정도로 아주 절약한다 해도 졸업 후에는 빚이 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아이가 졸업할 때쯤엔 저는 정년퇴직할 나이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반대 입장이 더 크지만 아내와 아이는 찬성 쪽이라 2대 1로 제가 밀렸습니다.
주변 지인들이나 비행조종사 분들에게 경제상황, 취업확률, 리스크 등 여러 가지를 알아봤는데, 대부분 반대쪽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들은 선생님이나 주변 분들에게 물어봤는데 꿈을 버리지 말라고 조언을 해주었다고 하고, 아내는 예감이 좋다고 하면서 아들에게 가능하면 뭐든 다 해주려는 입장입니다.
아들이 항공대에 가더라도 부담이고, 안 가게 되면 제 탓으로 진로를 바꾸게 되는 셈이라 그것도 부담입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아내의 고집이 좀 누그러질 수 있을까요?”
“아내가 하자는 대로 해줘야 아내가 누그러지죠. 그거야 너무 쉽죠.” (모두 웃음)
“하자는 대로 하면 고민이 생겨요. 빚이 늘어나게 되고, 빚이 늘어나면 이자 감당하며 생활하느라 제가 또 힘들고요.”
“그러면 안 해주면 되죠. 뭐가 걱정이에요?” (모두 웃음)
“안 해주려니 아들이 저 때문에 진로를 바꿔서 나중에 또 뭐라고 할까 싶습니다.”
“그러니 그건 아들 문제도 아니고, 부인 문제도 아니고, 질문자가 지금 욕심을 부리는 거예요. 없는 돈에 유학도 보내고, 아내 하고도 잘 지내고, 아들한테도 좋은 소리 듣고, 그런 경우는 없어요. 이걸 선택하면 저걸 잃어야 하는 게 인생이에요.
돈을 선택하려면 아들이나 아내한테서 욕 좀 얻어먹으면 되고, 아들과 아내하고 잘 지내려면 빚을 태산같이 져서 허리가 부러지면 되는 거예요. (모두 웃음)
제가 질문자한테 ‘스님으로서 대중으로부터 사랑도 받고, 집에 가면 아내와 아이도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하실래요? 이 길을 가려면 저 길을 버려야 하고, 저 길을 가려면 이 길을 버려야 하는 게 인생이에요. 선택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겁니다.
아이를 낳아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키우는 건 부모의 의무에 속합니다. 그런데 부모가 자기 생존 유지도 하지 못할 때는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가 없어요. 그런 가난한 집의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라도 우리들이 돌봐야 할 의무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제3세계의 어린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겁니다. 남의 나라 아이든, 나와 종교가 다르든 관계없이,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아이는 내 아이 네 아이 따지지 않고 돌봐야 해요. 부모도 그래요. 기본적으로 내 부모는 내가 돌봐야 하지만, 자식이 없는 늙은 부모가 있다면 이웃에서라도 돌봐야 합니다.
부모가 자기 자식을 돌볼 수 있는 형편이 된다면 고등학교 과정까지는 반드시 돌보아야 돼요. 그러나 그 이상 돌보는 건 부모의 책임이 아니에요. 질문자의 부인처럼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자유지만 그게 의무사항은 아닙니다.
‘유학 가겠습니다’ 하면 ‘응, 잘 갔다 와라’ 이러면 돼요. ‘돈 없는데 유학은 무슨 유학이냐!’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어요. ‘유학 간다고? 어, 좋은 생각이다. 잘 갔다 와’라고 하고, ‘돈 주세요’ 하면 ‘돈 없다’ 이러면 됩니다. (모두 웃음)
고민할 거리도 아니고 싸울 거리도 아니에요. ‘돈 좀 빌려주세요’ 하면 ‘빌려줄 돈 없다’라고 하든지, 만약에 1억 원이 든다고 하면 ‘나한테 2천만 원밖에 없는데 이거 줄 테니까 네가 보태서 쓰던지 해라’ 하면 됩니다. 이렇게 심플하게 정리를 해야 해요.”
“그래도 가족이잖아요.”
“그러니까 괴롭죠. 그래서 저는 가족을 안 가지는 거예요. (모두 웃음)
여기에 무슨 제3의 왕도라는 건 없어요. 내가 경제력이 재벌 수준도 아니면서 재벌 같은 부모가 되겠다는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고민이 되는 거예요.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내 할 도리만 딱 하면 돼요. 내 할 도리도 안 하면 문제지만, 내 할 도리하고 나서 ‘이것은 내가 아빠로서는 할 수가 없는 거야’라고 하는 건 아무 문제가 안 돼요.
마누라가 이혼을 하겠다고 하면 또 이혼해서 살면 되고요. (모두 웃음) 다른 방법이 없어요. 마누라가 너무 아까워서 잃기가 싫다면 빚을 져야지 어떡해요. 무슨 제3의 길은 없어요. 마누라 고치는 방법을 왜 저한테 물어요? 마누라의 고집을 좀 꺾어주면 좋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저는 그런 능력이 없어요. 저한테 만약 그런 능력이 있다면 질문자의 마누라 고치는 데 써야 할까요, 아베 총리를 좀 고쳐야 할까요? (모두 박수)
제가 아베 총리가 망언하는 것을 뻔히 보기만 하면서 사는 이유는 고칠 능력이 없기 때문이에요. 지금 북미 간에 대화가 돼야 하는데 쉽지가 않잖아요. 그걸 제가 지금 구경만 하고 있는 이유는, 김정은 위원장을 고칠 능력도 없고, 트럼프 대통령을 고칠 능력도 없기 때문이에요. 제가 만약 남을 고칠 능력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 능력을 이런 일에 먼저 써야 할까요, 질문자 부인한테 먼저 써야 할까요? 이걸 좀 생각해 보세요.
첫째, 제게 그런 능력이 없기 때문에 못 쓰고, 둘째, 설령 있다 하더라도 거기에 쓸 건 아니에요. 그러나 질문자 본인이 어떻게 할 거냐는 제가 도와줄 수 있어요. 내 능력을 평가해 보고 ‘나는 이것밖에 할 수가 없다. 이 이상은 나는 못 한다’ 이렇게 자기 입장을 딱 정리하면 됩니다. 그런데 부인하고 자식이 안타깝다면 자기가 빚내서라도 해주거나 신장이라도 하나 이식해서 해주면 되는 거예요. 고민할 일이 아니라 질문자가 결정하기 나름이에요. 어떤 선택을 할 건지는 자기가 결정하면 돼요. 이제 분명하게 정리됐어요?”
“예, 정리는 되는데...”
“정리가 안 되나 보네요. 저하고 대화할 때 정리가 안 되면, 집에 가서 3년을 고민해도 해결이 안 됩니다. 이 자리에서 정리를 해야 해요. 이 자리에서 빚을 내든 해서 도와주겠다고 결정하든지, ‘아, 이거는 내 능력 갖고 안 되는 거구나. 자식한테 원망을 듣든지, 마누라가 이혼을 하자고 하든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솔직하게 얘기하고 살자’ 이렇게 결정을 하든지요. ‘가는 건 좋다. 반대는 안 한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거다’ 이렇게 선을 긋고 사는 거죠. 어느 쪽이든 본인이 선택을 하는 거예요.”
“예, 선택을 하겠습니다.”
“어떻게 선택했어요?”
“제가 여기 오기 전에 아내한테 ‘솔직히 나 혼자 살고 싶다’라고까지도 말했었습니다.”
“질문자가 그 말할 때 진짜 혼자 살 각오를 했어요? 이렇게 협박하면 부인이 생각을 바꾸지 않겠느냐 했겠죠. (모두 웃음) 마누라가 거기에 속아 넘어갈 것 같아요? 질문자가 그렇게 주산 알을 머릿속에서 튕겼기 때문에 더 세게 나올 거예요. ‘좋다, 이혼해서 재산 반 줘. 나는 애 데리고 미국 갈게’ 이렇게 나와요. 거짓말인지 어디 한번 해보세요. 그러면 질문자는 큰소리쳤다가 빼도 박도 못하게 되는 거예요.”
“안 그래도 ‘그렇게 하자!’ 그러고 방에 들어가 버리더라고요.” (모두 웃음)
“그거 봐요, 제가 안 봐도 알잖아요. 그걸 꼭 봐야 아는 거 아니에요. 부부가 벌써 십 년 넘게 함께 살았기 때문에 상대의 머리를 대충 알잖아요. ‘요게 또 꼼수 쓰는구나’ 하고 알아요. 절대로 그렇게 잔 꼼수를 쓰면 안 돼요. ‘아, 이거는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보, 미안해’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해야죠. 상대를 고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솔직하게 ‘나는 이렇게밖에 살 수가 없다’라고 얘기해야 해요. 부인의 동의를 얻으려고 하면 안 됩니다. 뭐 그리 얍삽한 꾀를 내고 그래요? 되는 건 되는 거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이렇게 딱 분명하게 살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질문자와 스님의 대화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청중석에서도 계속 웃음이 터졌는데요. 선택을 하고 책임지면 된다는 말씀이 명쾌했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2시간 동안의 강연을 마무리하며 스님은 청중들에게 인생을 좀 유머러스하게 살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인생을 좀 유머러스하게 사세요. 남편이 뭐라 했다고 해서 그걸 가지고 말꼬리를 잡아서 싸우지 말고요. 얼마 전에 어떤 분이 얘기하기를, 남편이 뭐라고 얘기만 하면 둘이 말다툼을 한대요. 말다툼을 하다가 남편이 갑자기 팩 토라져가지고 ‘됐어!’ 이러고 가버려서 괴롭대요. 그래서 제가 ‘됐어!’ 그러면 ‘감사합니다’ 이러면 되지 않느냐고 했어요. ‘됐어!’ 그러면 잘됐단 얘기 아니에요? 그렇게 좀 웃으면서 받아들이면 돼요. (모두 웃음)
여러분들은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살아요.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훨씬 더 웃으면서 살 수 있습니다. 막 즐거워야 한다는 게 아니에요.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괴로움이 있어야 알아차림이 있고 발전이 있습니다. 화가 나도 괜찮아요. 화가 날 때 ‘아, 내가 내 생각에 사로잡혔구나’ 하고 내려놓고 다시 웃음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오늘 얘기를 듣고도 잘 안 되거든 ‘행복학교’에 다니세요. 오늘 나눈 대화처럼 행복학교는 종교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신이 있든지 없든지, 뭘 믿든지, 그건 알아서 믿으시면 돼요.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권리니까요. 그러나 행복으로 가는 길은 어느 종교를 믿느냐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그 권리를 마음껏 누리시기 바랍니다.”
행복할 권리를 마음껏 누리라는 말씀에 관악구 시민들도 큰 박수로 호응했습니다.
내일은 대전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있습니다.
전체댓글 14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