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1.21. 행복한 대화(23) 서산
“하는 일마다 잘 안 돼요.”

행복은 늘 지금 여러분 속에 충만해 있습니다.
지금 욕심에 눈이 어두워서
안 보이고, 안 들리고, 못 느끼고 있어요.

서울 정부청사에서 민간 통일운동 유공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하고, 평화재단에서 함께 기념식을 마친 스님은 평화재단 이사님들과 식사를 한 후 충남 서산 문화회관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저녁부터 부쩍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른 시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친정 엄마를 모시고 3대가 함께 왔다는 분부터 다정해 보이는 60대 노부부까지, 8백여 명의 시민들로 강연장은 꽉 찼습니다. 자리가 부족해 통로를 겨우 남겨두고 바닥도 좌석이 되었습니다.

스님이 무대에 오르기 전, 강연을 주최한 행복학교에서는 충남 지역의 행복도를 조사하여 발표하였습니다. 충남 시민들의 행복도는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돌았습니다. 발표자가 강연장에 참석한 시민들에게도 ‘지금 행복하신 분, 손 번쩍 들어봐 주시겠어요?’라고 묻자, 시민들은 두 손을 번쩍 들며 적극적으로 호응하였습니다. 열띤 분위기 속에서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질문을 받기 전 _“우리나라는 GDP가 세계 11위이지만, 국민들의 행복도는 세계 118위에 그친다”“경제성장과 행복도는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 변화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충청도의 장점이 발휘되어야 한다. 천천히, 욕심을 부리지 않고 너그럽게 베풀면 행복할 수 있다.”_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오늘은 총 일곱 분이 질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하는 일마다 안 되는데 행복해지고 싶다는 젊은 여성분의 질문과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스님 뵈려고 1시간 걸려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각자 처한 나이와 상황 때문에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그 안에서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자꾸 비교를 하게 되고요.”

“너무 막연한 얘기를 하시네요.”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뭐가 괴로운데요?”

“제가 하는 것마다 잘 안돼서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고 이런저런 책을 읽고 있습니다.”

“하는 일이 잘 안되면 다시 해 봐야지 책은 왜 읽어요?”

“마음이 잘 다스려지지 않아서요. 마음이 움직여야 일을 잘할 수 있으니까요.”

“그건 질문자의 접근 방법이 핀트가 잘 안 맞아서 생긴 문제예요. 예를 들어, 바늘에 실을 끼우려고 하는데 몇 번 끼워도 잘 안 끼워진다고 합시다. 그럼 바늘을 놔두고 책을 읽어야 합니까, 계속 실 끼우는 연습을 해야 됩니까?”

“바늘에 실 끼우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요. 바늘에 실을 끼우다가 잘 안 끼워질 때 짜증이 나는 이유는 안 끼워져서 짜증이 나는 걸까요, 아니면 욕심 때문에 짜증이 나는 걸까요?”

“욕심 때문에 짜증이 나는 거죠.”

“그래요. 연습이 부족해서 잘 안 되면 연습을 하든지, 눈이 잘 안 보여서 그렇다면 돋보기를 끼든 지, 불이 어두워서 그렇다면 불을 밝히든지, 이렇게 접근해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어두운 데도, 눈이 안 보이는 데도, 그냥 팍 끼우면 잘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잘 안됐을 때 짜증이 나는 거예요. 잘 안된다고 짜증을 내고, 실패한다고 좌절하는 것은 욕심 때문에 그렇습니다. 실패하면 다시 하면 되지 왜 좌절을 해요. 열 번 연습해야 할 것을 한 번 만에 안 된다고 짜증을 내는 것은 다 욕심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부자가 되겠다는 것이 욕심이 아니라 열 번 연습해야 될 것을 두 번 만에 하려는 것이 욕심이에요. 질문자는 지금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하다가 안 되면 짜증이 나는 것도 욕심 때문에 그런 겁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연습을 더 많이 해야 되는 것인데, 왜 책을 봐요? 문제를 해결하려는 질문자의 접근 방식이 지금 잘못되어 있는 거예요.

어떤 것이 건강한 걸까요?

제가 질문자에게 하나 물어볼게요. 어떤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턱걸이를 50번 할 수 있다, 팔 굽혀 펴기를 20번 할 수 있다, 역기를 100킬로그램 들 수 있다, 달리기를 100미터에 15초 뛸 수 있다, 이런 걸 잘하면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요. 그것을 1개든 10개든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게 건강한 것이냐, 안 아프면 건강한 것입니다. 맞습니까?”

“네”

“안 아프면 건강한 것입니다. ‘너 어디 아프니’ 이렇게 물어봐서 ‘저 아픈데 없어요’ 하면 그 사람은 건강한 사람입니다. 어린아이, 노인, 여자, 남자, 나이, 성별, 키가 크고 작고, 힘이 세고 약하고 관계없이 안 아픈 게 건강한 것입니다.

그처럼 ‘어떤 게 행복이냐’ 하면 안 괴로운 게 행복한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기분이 들뜨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기분이 들뜨는 건 즐거움이지 행복이 아니에요. 기분이 들뜨는 즐거움은 반드시 기분이 나쁜 괴로움이 뒤따릅니다. ‘뭐가 괴롭니?’ 할 때 ‘저는 별로 괴로운 것이 없어요’ 할 수 있다면, ‘뭐가 문제니?’ 할 때 ‘저는 별 문제없어요’ 할 수 있다면 행복한 거예요. 그래서 질문자에게 다시 물어볼게요. 뭐가 괴로워요?”

“괴로운 거 없습니다.” (모두 웃음)

“그러면 질문자는 행복한 거예요.”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짧은 문답이 끝나자 질문자는 금방 가벼워졌습니다. 청중들도 명쾌했는지 시원한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스님은 실패와 괴로움이 관계가 없는 이유에 대해 덧붙여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실패는 괴로움이 아닙니다.

“바늘에 실을 끼우다가 안 끼워져서 실패했다, 그래서 울고 좌절한다, 이것은 바늘에 실을 끼우지 못해서 오는 문제는 아니에요. 욕심 때문에 오는 문제입니다. 안 끼워지면 계속 시도하면 되고, 그래도 안 되면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면 돼요. 주변에 부탁할 사람이 없으면 다음에 끼우면 되는 거예요. 그것이 괴로워할 일은 아닙니다.

실패와 괴로움은 관계가 없습니다. 실패가 좌절이 되거나 괴로움이 되는 것은 욕심을 내기 때문이에요. 한 번 안 되면 두 번 하면 되고, 두 번 안 되면 세 번 하면 되고, 그래도 안 되면 그만둬도 되고, 그래도 하고 싶으면 또 하면 되지 괴로울 일은 아니라는 거예요.

운전 시험 치러 갔다가 떨어졌다, 이게 괴로워할 일이에요? 더 연습해서 다시 시험 치면 되죠. 그런데 ‘하느님, 시험에 붙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해서 실력이 안 되는데 붙게 해 주면 이 사람한테는 죽을 일이 되는 거예요. 의사가 의과대학을 졸업해서 의사시험에 떨어졌다면 실력이 안 돼서 떨어진 건데 ‘하느님 좀 붙여주세요’ 해서 붙었다면 이건 사람들한테는 나쁜 일이에요. 그래서 하느님이나 부처님은 이런 일에 관여 안 해요. 여러분들은 관여한다고 생각하는데 절대로 관여 안 해요. (모두 웃음)

학생이 성적은 부족하고 서울대에는 가고 싶어서 부처님한테 빌어서 들어가면 그건 부정 입학이죠. 부처님이 부정 입학시키는 사람입니까? 여러분들은 종교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빌면 다 들어주는 것이 하나님과 부처님이라면, 하나님과 부처님은 부정부패의 원흉이 되는 거예요. (모두 웃음)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면 괜찮아요.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다 이루어질 수가 없어요. 원하는 것이 이루어져야 된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을 때 괴로움이 생기는 거예요. 이루어지면 다행이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또 시도하면 되고, 그래도 안 이루어지면 포기해도 되듯이, 그게 괴로울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원하는 것은 모두 이루어져야 된다는 이 잘못된 생각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는 거예요. 또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고 반드시 좋다고 말할 수가 없어요. 원하는 게 이루어져서 그것이 화근이 되어 재앙이 될 때도 굉장히 많아요. 가끔 국무총리나 장관으로 지명받아서 너무 좋아하다가 청문회 할 때 망신 사는 경우를 자주 보잖아요. 그게 바로 복이 화근이 되는 거예요. 그건 복이 아니에요.

쥐가 매일 쓰레기장을 뒤져서 겨우 먹고사는데, 그릇에 쥐가 좋아하는 고구마를 얹어서 다니는 길에 가져다 놓으면 그게 뭘까요? 쥐약입니다. 그런데 쥐는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먹습니다. 쥐 입장에서는 자기 평생에 그런 일은 처음이었을 테니까요. 이 강연장 안에도 쥐약 먹은 사람들이 많아요. 남편이나 아내가 좋아 보여서 결혼했지만, 결혼해서 살아보니 다 쥐약 먹었죠? (모두 웃음)

사기꾼의 특징이 뭘까요? 인물이 잘 생겼어요. 옷도 잘 입고, 말도 잘하고, 친절하고, 서비스 좋고, 좋은 차 타고, 사무실에 가보면 그럴듯합니다. 이런 남자, 이런 여자를 안 좋아할 사람은 없겠죠.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좋아할 조건을 갖췄다면 그 사람은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아요. 왜냐하면, 그래야 속거든요. 어떤 남자든, 어떤 여자든, 어떤 사업이든, 돈을 조금만 투자해도 돈이 확 벌린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이건 거의 99%가 사기꾼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웬 떡이고’ 이렇게 생각을 하잖아요. 그래서 당하고 나서야 ‘아이고, 내가 눈이 삐었지’ 이러잖아요. 지혜라는 것은 그럴 때 다시 딱 살펴보는 거예요.

이렇게 너무 허황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인생이 고달픈 거예요. 지금 여러분들 모두 다 괜찮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스스로 자기가 괜찮은 줄을 몰라요. 만약에 눈을 다쳐서 안 보이면, 보이는 게 얼마나 행복인지 알 수 있겠죠. 다리를 다쳐서 못 걸으면, 걷을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인지 알 수 있겠죠. 손을 다쳐서 남이 자기 입에 밥을 떠먹여 주면, 자기 손으로 밥을 먹는다는 게 얼마나 행복인지 알 수 있겠죠. 목에 암이 걸려서 목구멍을 뚫고 죽을 집어넣고 살아야 한다면, 본인 입으로 음식물을 먹는 게 얼마나 행복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행복은 이미 가득 차 있어요.

행복은 지금 어떻게 하면 오는 게 아니에요. 행복은 이미 가득 차 있는데 내가 모를 뿐이에요. 행복은 땅에 놔두고 하늘만 쳐다보고 다니는 거예요. 그래서 옛날에 이런 말이 있잖아요.

‘파랑새를 쫓아 온 산천을 헤매어도 못 찾았는데, 집에 돌아와서 마루에 엎드려 하늘을 쳐다보니 처마 밑에 파랑새가 앉아 있더라.’

행복은 늘 지금 여러분 속에 충만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욕심에 눈이 어두워서 안 보이고, 안 들리고, 못 느끼고 있어요. 여러분들이 밖으로 계속 복을 찾게 되면, 어떤 게 복인지 여러분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재앙이 찾아옵니다. 교통사고가 나서 다리가 부러지든지, 눈을 다치든지, 병이 나든지 해야 ‘아이고, 그때가 좋았어’ 이렇게 되기 때문에요. 지금이 좋은 줄을 여러분들에게 깨우쳐 주려면 여러분들에게 재앙이 찾아와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복을 구하는 것은 재앙을 자초하는 행위입니다.

그럼 하나님과 부처님께 ‘복 주세요’라고 해야 될까요, ‘복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해야 될까요? 이미 부처님의 가피와 하나님의 은총이 다 내려 있는 거예요. 그래서 ‘하느님, 감사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마음을 내는 것이 신앙이에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감사할 줄을 모르고 늘 불만이지요. 입이 자꾸 앞으로 나오려고 하는 것을 보니 돼지가 그렇게 부럽나 봐요.” (모두 웃음)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남편은 이혼을 결심할 정도로 젊을 때부터 속을 많이 썩였습니다. 거기다 간암까지 걸려서 제가 간호하며 살았는데 남편이 짜증을 많이 내서 힘들어요.
  • 마흔 살 넘어 해마다 엄마, 남편, 동생을 잃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많이 좋아졌는데요. 지금은 사업을 너무 크게 벌여놔서 힘들어요.
  • 사춘기 딸과 초등학교 아들이 싸우는 걸 보면 화가 납니다.
  • 대학생 아들이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게임에 빠져 살아요. 훈계를 해야 할까요, 그냥 바라봐야 할까요?
  • 남편이 시댁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속상해요.
  • 소통을 잘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어느덧 두 시간이 훌쩍 흘렀습니다. 스님은 “삶을 너무 악착같이 살지 마세요. 최선을 다하되 집착하지 마세요. 그냥 가볍게 편하게 사세요.”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하였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소개해드린 질문의 질문자를 만나보았습니다.

“실패했기 때문에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욕심 때문에 좌절하는 것이라는 말이 가장 와 닿았어요.”

소감을 말하고 돌아서는 질문자의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 보였습니다. 다른 청중들의 소감도 들어보았습니다.

“유튜브로 들을 때 보다 직접 들으니 마음을 더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천주교 신자인데 법륜스님 말씀이 좋아서 자주 듣고 있어요. 너무 공감되는 내용이 많아 눈물이 찔끔 났어요.”

“걱정이 되는 문제들도 유쾌하게 풀어졌어요. 정답은 사고의 전환이네요.”

“너무 행복했어요. 너무 즐거웠습니다. 너무 열심히 살려고 하지 말라, 최선을 다하되 집착을 하지 말라는 말씀이 좋았어요.”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하반기 즉문즉설도 이제 8곳만 남겨두고 있는데요. 쌀쌀해진 겨울날,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내일 스님은 부산과 울산 두 곳에서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이 계속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9

0/200

정지나

지금 가볍지 못한것은 욕심내고 싶은 다른 맘이
생겨서임을 살핍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8-12-12 13:21:45

대광

원하는것이 이루어져야 된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을 때 괴로움이 생긴다. 복을 구하는것이 재앙을 초래하는구나 이해가 되었습니다. 복지으며 살겠습니다.

2018-11-26 05:28:16

박선영

관점을 바로 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8-11-25 11:25:12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