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1.15 행복한 대화(21) 여수 / 11.16 평화재단 14주년 심포지엄
“아내가 대화를 단절해 버릴 때, 어떡하죠?”

진주, 남원에 이어 오늘 마지막 강연은 여수에서 열렸습니다. 강연이 열리는 여수시민회관에는 400여 명의 시민들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라고 강조하며, 한국인의 행복도에 대해 설명한 후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총 14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오늘은 아내와 대화가 단절돼서 고민이라는 질문자와의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의견이 다를 때, 아내가 대화를 그만둬요.

“상대방과의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상대방이 대화를 단절해버리는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단절해서 살면 됩니다.”

“단절하면 제 마음이 행복하지가 않습니다.”

“저는 아베 총리하고 얘기가 안 되는데 단절하고도 잘 삽니다. 트럼프하고도 얘기가 잘 안 되지만 사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평생 같이 살아야 되는데요.”

“상대와 의견 충돌이 있어서 상대가 대화를 단절을 할 때, 며칠 말을 안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면 됩니다. 그게 불편하면, 다음에 내가 주장을 안 하면 됩니다.”

“그러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노력할게 뭐가 있습니까. 그냥 안 하면 됩니다.”

“제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요.”

“완벽한 존재인지 아닌지 하고는 관계가 없습니다. 내가 말을 해서 손해가 되면 말을 안 하면 됩니다.”

“그래서 말을 안 해도 봤습니다. 말을 안 시켜도 보고요.”

“상대가 아내예요? 미리 얘기를 하지요.”

“밖에서 듣고 있을 거 같아서요.”

“듣고 있으면 어때요. 아내 흉보는 것도 아닌데요.”

“처음에는 아내가 제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먼저 알아주기를 바랐습니다.”

“말을 안 하는데 자기 마음을 아내가 어떻게 알아요? 진짜 꿈도 야무집니다.” (모두 웃음)

“네. 저도 그걸 스스로 느꼈어요. 스님의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반성을 했고, 뚱해있는 표정을 지우고 나긋나긋하게 아내에게 말을 했죠. 회사를 다녀오면 지쳐서 힘들지만 그래도 내 몫은 하겠다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침에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어서 ‘아침에 대화를 하겠다’ 이렇게 마음을 갖고 대화를 하니까 아내도 수긍을 하고 아주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래도 생각지 못한 돌발변수가 생겼을 때 대화가 단절되더라구요.”

“생각지도 못한 돌발변수가 어떤 때 생깁니까?”

“며칠 전에 소방관인 친구가 이유식을 사 먹인다고 하더라구요. 제 아내는 직접 만들어 먹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아내에게 ‘이유식이 상당히 고가인 줄 알았는데, 친구 말을 들어보니까 우리도 사 먹일 수 있겠다’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내는 그 말을 ‘왜 돈 많이 들게 집에서 자꾸 이유식을 직접 만드냐’라는 의미로 듣고는 화를 내더라고요. 저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고생스럽게 이유식을 직접 하지 말고, 돈이 얼마 안 드니까 사 먹이는 것도 한 번 고려해보자’는 의미로 말을 했던 겁니다. 제가 설명하기도 전에 화를 내니까 대화가 단절돼 버렸습니다.”

“그럴 때, 아내가 오해를 할 수도 있습니까, 없습니까?”

“오해할 수 있죠.”

“상대의 말을 오해할 수 있잖아요. 나는 그런 의도로 말을 안 했지만 상대는 자기 나름대로의 어떤 생각 때문에 그런 오해를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고, 미안하다’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네, 그렇게 했습니다. 잘 해결됐습니다.”

“그런데 왜 문제입니까?”

“가끔 제 의도와 다르게 상대가 받아들이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럴 때 힘듭니다. ‘자꾸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런 여자를 누가 선택했어요?”

“제가 선택했습니다.”

“그래요. 어떡해요? 지금 바꿀래요?”

“아니오. 그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없지요. 그럴 때는 ‘내 말에 약간의 오해가 있구나’ 하고 조금 기다려야 됩니다. 오해는 상대가 나와 지낸 오랜 경험에 의해서 생길 수 있습니다. 내가 상대에게 돈 많이 쓴다는 잔소리를 했던 경험이 있다면, 이제는 그런 뜻으로 한 얘기가 아닌데도 ‘또 내가 돈 쓴다고 얘기하나’ 이렇게 오해할 수 있습니다.

혹은 어릴 때 들었던 잔소리가 마음에 상처가 돼서 오해하기도 합니다. 부모님이나 누구로부터 어릴 때 들었던 잔소리가 마음의 상처가 되어 있으면, 내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도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아내 마음의 상처입니다. 내가 상처를 줬던, 부모가 상처를 줬던, 그것이 아내의 현실입니다. 아내를 사랑한다면 그 현실까지도 같이 감싸 안아야지, 요거는 빼고 다른 거는 사랑한다는 건 어렵습니다. ‘아, 아내에게 약간 상처가 있구나’, ‘오해를 자주 하겠구나’라고 알면 됩니다.

질문자는 두 가지를 해야 합니다. 첫째, 조금 신중하게 말해야 합니다. 아내의 심리 상태를 연구해서 상처 안 되게 말하는 법을 터득해 나가는 겁니다. 그러려면 아내를 잘 연구해야겠죠. 둘째, 아내에게 그런 상처가 일어나는 것을 내가 감수하는 겁니다. 아내에게 상처를 안 주려고 애쓰지 말고, 아내가 탁 토라지면 ‘상처가 됐구나, 그럼 입을 다물어야지. 조금 기다려야지’ 이렇게 대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네, 스님 말씀에 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묻고 싶습니다. 제가 조심스럽게 ‘오해다. 나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라고 말을 했을 때, 아내가 ‘됐어!’ 하고 등을 돌립니다. 그럼 조금 기다렸다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등을 돌리면 ‘감사합니다’ 이렇게 얘기하세요. 됐다니까 얼마나 좋아요.” (모두 웃음)

“알겠습니다. 분명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자가 환하게 웃습니다. 청중도 함께 웃습니다. 대화 단절을 극복할 수 있는 쉽고 가벼운 길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사람이 같이 살려면 약간 유머가 있어야 한다며 질문자를 위해 부처님의 사례와 어떤 분의 사례를 덧붙였습니다.

“사는데 약간 위트나 유머가 있어야 됩니다. 부부지간에도 약간 유머가 있어야 됩니다. 상대의 말을 받는 방법이 좀 있어야 돼요. 질문자처럼 저렇게 너무 고지식하면 안 돼요. 좋게 말하면 착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좀 둔한 겁니다. 착하면서 둔한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모두 웃음)

부처님이 어느 집에 밥을 얻어먹으러 갔어요. 남의 집에 떡 서 있으니 주인이 삿대질을 하고 욕을 하는 겁니다. 사대육신이 멀쩡한 놈이 일을 해서 벌어먹지 왜 밥을 얻어먹으러 다니냐고 욕을 하는 거예요. 저 같으면 어떨까요? ‘동냥은 못 줄 망정 쪽박은 깨지 마라’ 우리 속담에 이런 말 있듯이 ‘야, 주기 싫으면 안 주면 되지 욕은 왜 해’ 이렇게 대응했을 겁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자기도 할 말이 있겠지요. ‘네가 아침부터 밥 얻으러 오니까 그러지’ 이럴 거 아니에요. 그럼 저는 ‘내가 언제 달라고 했냐. 여기 서 있었지’라고 하겠지요. 그러면 또 ‘너는 왜 남의 집 대문 앞에 서있냐’ 이럴 것 아니에요. 그럼 또 저는 ‘야, 대문 앞에 서 있지도 못하냐’ 이렇게 입씨름을 하겠죠.

그런데 부처님은 빙긋이 웃으셨어요. 그랬더니 이제 웃는다고 또 시비를 하는 거예요.
‘왜 웃냐?’
그러니까 부처님이 물으셨어요.
‘당신 집에 가끔 손님이 옵니까?’
‘오지!’
‘선물을 가져올 때가 있습니까?’
‘있지!’
‘선물을 가져왔는데 내가 싫다고 그 선물을 안 받으면 그 선물이 누구 거요?’
‘그야 가져온 사람 것이지. 근데 그건 왜 물어?’
‘당신이 나한테 욕을 선물했는데 내가 안 받으면 그 욕은 누구 거요?’ (모두 웃음)
이런 게 유머입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자 그 사람이 ‘어!’ 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들어오세요.’

정토회 회원 중에 이런 분이 있습니다. 60대 여성 분인데요. 결혼한 지 삼십 년이 넘었는데도 남편이 ‘에이그, 이 못 생긴 것’, ‘에이그, 이 못난이’ 그러면서 ‘나니까 당신하고 살아주지, 누가 당신 하고 살아주겠냐’ 이렇게 말을 한다는 거예요. 부인은 이 말을 듣고 상처를 받았겠지요. 한두 번도 아니고 몇십 년을 이거 때문에 속상해하고 싸운 겁니다. 그러다 어느 날 그 말은 예뻐 보일 때 하는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사람이 진짜 내가 싫으면 헤어졌겠지, 그 말을 하면서도 같이 살고 있으니 그 말은 이쁘다는 소리이구나’

이렇게 알아들은 겁니다. 번역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못 생긴 것!’ 하면 ‘이 이쁜 것!’, ‘그러니까 내가 너하고 살지’ 이 말은 ‘그래서 내가 너하고 사는 거야’ 이렇게 딱 들은 거예요. 그래서 남편이 ‘에이그, 못 생긴 것’이라고 얘기하면 ‘이쁘다고요?’ 이러고요. ‘그러니까 내가 살아주지!’라고 하면 ‘아, 저하고 살고 싶다고요?’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절에 간다고 하면 남편이 ‘가지마!’ 이러는데, 그래도 가겠다고 하면 ‘절에 살지 아예 오지 마라!’ 이런다는 거예요. 옛날엔 ‘내가 뭐 절에 놀러 가나!’라고 말대꾸를 하면서 그거 갖고 그렇게 싸웠다고 합니다. 이제는 ‘가지 마라!’ 하면 ‘보고 싶다’라고 알아듣고, ‘오지 마라!’ 하면 ‘빨리 오라’라고 알아듣고, ‘갈려거든 오지 마라!’ 이러면 ‘빨리 다녀오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한다고 합니다.

이런 유머가 필요합니다. 이게 지혜입니다. 안 살려면 몰라도 살려거든 이렇게 대화 방법을 터득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니 아내가 ‘됐어!’하면서 등을 돌리면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정도는 머리가 돌아가야죠.” (모두 웃음)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이혼했는데 혼자 살아야 할지 재혼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6년 만에 아기가 생겼습니다.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노산이고 요즘 의료사고가 많아서 잘못될까 봐 걱정돼요.
  • 곧 군대를 가는데 어떻게 행복하게 전역할 수 있을까요?
  •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멀어져서 고민이에요.
  • 인간관계에서 수동적이에요. 능동적으로 사는 방법이 있나요?
  • 남편과 같은 직장에서 일해요. 꼼꼼한 남편의 성격 때문에 직원들이 자주 그만둬서 힘들어요.
  • 매일 아침 명상을 하는데, 결가부좌가 안돼요.
  •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아이들에게 통일 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서른 살 직장인입니다. 무기력하고 재미가 없어요.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 취업해서 일하면서 살고 있는데 삶이 무력하고 재미가 없다.
  •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듭니다. 각자의 소질을 개발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 어릴 때 출가했습니다. 지금 절에 빚이 너무 많고, 신도 수는 적어서 운영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돈 버는 일도 병행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오늘은 사전에 신청한 13명의 질문에 대해 모두 답변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우리가 괴로운 이유는 욕심을 내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어떤 상황에 처하든 여러분들은 자기가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남을 탓하면 끝이 없습니다. 겨울이 되면 추워서 힘들다고 하고, 여름이 되면 더워서 힘들다고 할 게 아니라, 겨울이 되면 옷 하나 더 입으면 되고, 여름이 되면 옷 하나 벗으면 되고, 봄가을에는 옷을 갈아입으면 됩니다. 이 사람이 문제고, 저 사람이 문제고, 이게 문제고, 저게 문제고, 이렇게 생각하면, 자기 행복을 지켜내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세상의 변화를 추구하지 말아야 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의 변화를 추구하되 괴로워하지 않으면서 추구해야 됩니다. 불쌍한 사람을 돕되 괴로워하지 않으면서 도와야 합니다. 지난주에 제가 토론토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즉문즉설을 했는데 어떤 젊은이가 물었습니다.

‘어려운 사람 돕는 일을 하는데, 여기도 불쌍한 사람이 있고, 저기도 불쌍한 사람이 있고, 그래서 좋은 일을 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답했습니다.

‘좋은 일도 욕심을 내서 하면 그렇습니다. 당신이 지금 좋은 일을 하기 때문에 괴로운 게 아니라 욕심을 내기 때문에 괴롭습니다. 좋은 일도 욕심을 내면 괴로워집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괴롭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자녀를 키우는데 욕심을 내서 키우기 때문에 자녀 키우는 게 힘든 거예요. 부부생활도 지금 욕심을 내서 하기 때문에 힘든 거예요. 남편에 대한 너무 과다한 욕심을 내고, 아내에 대한 과다한 욕심을 내기 때문에, 남편이 부족해 보이고, 아내가 부족해 보이는 겁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될 수 없는 게 이 세상입니다. 좋은 일을 한다고 괴롭지 않은 것이 아니에요. 괴롭다면 욕심을 내기 때문에 괴로운 겁니다.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돼요.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도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어요. 되면 좋지만, 안 되면 다시 하면 돼요. 그래도 안 되면 포기하면 돼요. 내가 원하는 대로 된다고 꼭 좋은 것도 아니에요.

관점을 이렇게 가지시면 여러분들은 늘 웃으면서 살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강연이 끝나고 아내와의 대화 단절이 고민이라는 분을 만나보았습니다.

“후련해요. 내가 욕심이 많았구나. 지금도 충분히 행복한데 아내까지 내 뜻대로 되기만을 바랐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스님은 진주, 남원, 여수에서 천오백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긴 하루를 끝내고 스님은 밤새 서울로 이동하여 새벽 1시 30분에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11월 16일

다음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평화재단 창립 14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스님은 아침에 병원에 들러 목을 치료하고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어제는 목젖이 붓고 감기 몸살기가 심해서 고생했는데 마침 오늘 오전에 조금 시간이 비어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평화재단은 분단된 민족의 아픔과 고통을 해소하고, 하루빨리 한반도 평화를 이루어 동아시아 평화, 나아가 세계평화 정착에 기여하고자 2004년에 설립되어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올해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협상을 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자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한국전쟁 종식과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모색’입니다.

200여 명의 청중들이 자리한 가운데 김형기 평화재단 연구원 원장님의 인사 말씀으로 심포지엄이 시작되었습니다. 1부 주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2부 주제는 ‘동아시아 평화공동체’이었습니다. 1,2부 모두 전문 연구자들의 주제 발표와 토론을 듣고, 패널 전체 토론 및 청중 질의응답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스님은 장장 4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며 전문가들의 발표를 경청했습니다. 발표가 모두 끝나고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말씀을 했습니다. 먼저 발표자와 토론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정말 한마디도 놓칠 수 없는 그런 너무나 귀중한 말씀들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발표와 토론을 진행해주신 분들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발표 내용을 듣고 난 스님의 소감을 말했습니다.

“발표 내용을 들으면서 우리네 이웃집 사이의 관계가 생각났습니다. 첫째, 이웃집에 두 집 어른이 원수가 되면 결국 두 집 어른에게 영향을 받는 두 집 아이들도 서로 원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둘째, 이웃집의 두 어른이 아주 친하면 두 집 아이도 친할 수밖에 없습니다. 갑을 관계에서는 갑의 영향력이 지대합니다. 셋째, 만약 이웃집 두 집안은 크게 문제가 없는데, 양쪽 집 안의 아이들이 싸우면 어떻게 될까요? 애 싸움이 어른 싸움된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애들이 싸워서 결국 어른 싸움이 되는 경우도 세상에서는 비교적 많습니다. 이 세 가지는 일어나기가 굉장히 쉬운 일이죠.

그런데 양쪽 집안이 원수가 됐는데 그 양쪽 집안 애들이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해서 어른들이 결국 원한을 풀고 화해를 하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결국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비극으로 끝납니다. 지금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상황은 꼭 이와 같아 보입니다. 남북이 연애를 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까지 풀어야 하니까요. (청중 웃음)

오늘 발표를 들어보니 한쪽에서는 동아시아 평화 지대를 꿈꾸는 희망과 꿈을 얘기해 주셨고, 한쪽에서는 현실은 굉장히 엄혹한 상황이라고 얘기해 주신 것 같습니다. 지난 세기를 돌아보면, 미소의 대립이 결국 남북의 분단을 가져왔고, 또 한국 전쟁이 양쪽을 끌어들여서 미중 전쟁을 일으키다시피 했습니다.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중의 대립 구도에서 결국은 남북이 하위 변수로 다시 갈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또 다른 불행을 가져오니까, 한쪽에서는 남북의 화해를 시초로 해서 동아시아의 화해를 가져오는 희망을 얘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냉혹한 현실을 봐야 된다고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양쪽 다 맞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두 세력이 대립하는 그 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나서 불꽃이 튀긴 게 6.25 전쟁이었습니다. 지금 미중 두 세력이 다시 충돌하고 있는데, 만약 남북이 해빙을 해서 접점 지점에서 얼음이 녹아내리고 이것이 확대되어 미국과 중국도 패권 경쟁을 하는 과거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경쟁을 하되 열전으로 가지 않고 경쟁과 협력이 함께 이루어지는 관계를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저는 이것은 을이 갑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문명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해결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새로운 문명을 창조해서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요즘 대두되는 공유 경제, 4차 산업혁명, 등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본다면, 미래사회에서는 이런 일도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발표에서 유럽에서 있었던 헬싱키 프로세스, 유럽연합 등의 사례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렇게 가려면 남북의 힘만 갖고는 미중의 갈등을 해소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남북의 화해만 갖고 미중 관계의 개선을 이끌어내기에는 사실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일본과 러시아까지 참여하도록 이끌어내서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 내면 오히려 미중이 협력 관계로 가도록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미 간에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북미 간의 관계를 개선하도록 한다면, 이것은 옛날과는 다른 국면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일관계의 갈등에만 너무 매몰돼 있을 게 아니라 한일관계의 협력을 긴밀히 하여 북미일 간의 협력을 이끌어낸다면, 동아시아의 새로운 협력관계를 만들 수 있으리라 봅니다.

남북이 협력해 일본을 배척하는 방식으로만 흘러간다면, 우리가 너무 과거 역사에 집착돼 있는 것으로만 보입니다. 과거를 잊고 일본과 협력하자는 게 아니라 미중이라는 큰 세력이 충돌하는 엄중한 현실에서 남북 분단의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과거를 넘어서야 새로운 길이 열리리라 봅니다.

한반도의 문제를 어떻게 돌파하겠느냐는 관점에 선다면, 우리는 일본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일본도 미래가 없습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미국과 협력하는 것 빼놓고 일본도 다른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일본에게 우리가 길을 좀 터주자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늘 몸통이 꼬리를 흔들었는데, 오늘 얘기를 들으니까 꼬리가 몸통을 한번 흔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중 웃음)

환경 문제를 이야기할 때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저편에서 폭풍을 일으킨다’ 하는 얘기를 하잖아요. 한반도에서 일으키는 우리들의 새로운 몸짓 또한 세계의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남북관계, 한일관계, 한미관계에서 반드시 과거를 뛰어넘어야 가능합니다. 과거를 뛰어넘는 우리의 창조적인 날갯짓이 지구의 평화라고 하는 큰 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면, 지금까지 강대국의 피해를 받아왔던 나라이거나 세계의 골칫거리로 여겨졌던 한반도가 인류사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세기가 열릴 것입니다. 이런 희망을 잊지 말고 늘 새로운 도전을 해나갔으면 합니다.”

스님의 소감을 듣고 청중들과 발표자 모두 공감의 희망의 마음을 담아 큰 박수를 터뜨렸습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심포지엄을 지켜본 한 청중에게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전문가들의 발표를 들으니 한반도에 새로운 희망이 보인다”라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스님은 발표자, 토론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눈 후 두북 정토수련원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밭에서 배추를 뽑고, 김장 울력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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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지나간 시간에 집중보다는 다가올 시간에 지중해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8-12-05 15:32:26

이우영

그동안의 기도와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감동적입니다. 이제 저도 한몫으로 참여하게되어 기쁩니다.

2018-12-01 14:54:52

이우영

그동안의 기도와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감동적입니다. 이제 저도 한몫으로 참여하게되어 기쁩니다.

2018-12-01 14: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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