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8.11.15. 행복한 대화 (20)진주, 남원시청 초청강연
“김장철만 되면, 시어머니와 싸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는 진주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오후에는 남원시청에서 초청 강연을 한 뒤 저녁에는 여수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하였습니다.

“날씨 좋죠? 이 좋은 가을에 여러분들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

오늘 강연은 한국 토지주택공사 대강당에서 열렸습니다. 강당 규모가 커서 천 명이 넘는 대중이 모두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구. 2층에도 계셨네요. 뭐 잘났다고 높은 자리에 계세요. (청중 웃음) 제가 자주 안 쳐다보더라도 양해해주세요.”

스님은 2층에서 강연이 잘 안보일 청중들에게도 인사를 한 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한국의 행복도가 낮은 이유와 개선방안에 대해 설명한 후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총 6명이 질문할 수 있었는데요. 그중 김장철만 되면 시어머니와 싸운다는 질문자와의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김장철만 되면 시작되는 갈등

“김장철만 되면 시어머니와의 갈등 때문에 많이 힘듭니다. 시댁은 시골에 있고, 남편의 귀농으로 시댁 근처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시골에 살다 보니 집안 대소사나 김장 등은 제가 다 맡아서 하게 되었습니다. 집안 대소사는 문제가 안 되는데, 다섯 형제가 다 같이 모여서 김장을 합니다. 많은 양의 김장을 하다 보니 다들 힘들어해요. 그래서 다섯 형제가 각자 집에서 김장을 하기로 했다가 4년 전부터 어머니가 안 하기로 하신 김장을 다시 저랑 둘이서만 하게 됐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제가 건강이 좋아서 김장을 하는 게 괜찮았는데, 작년부터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져서 수술을 두 번이나 하고 또 이번 가을 김장철엔 많이 아팠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하필이면 병원 예약된 날로 김장 날짜를 잡으셨더라고요. 어머니께 병원 날짜를 미룰 수 없으니 김장 날짜를 일주일만 미루자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굳이 그날 하신다고 하셔 가지고 어머니는 김장을 하시고, 저는 일단 병원을 갔습니다.”

“그날 오전에 병원 갔다가, 오후에 시댁에 가면 김장 반만 해도 되고 좋잖아요. 그런데 그게 왜 문제예요?”

“그게 문제가 아니었고 저희 어머니께서 김장을 일주일 뒤로 미룬 줄 알았어요.”

“미루지 않고 그날 김장을 하는 게 뭐가 문제인가요? 가능하면 병원 가는 날 김장하면 좋잖아요.” (청중 웃음)

“그런데 제가 없으면 동네 분들이 말씀이 좀 많으시더라고요.”

“많으면 어때요? 병원에 있는데 동네 분들 말이 귀에 들리나요?” (청중 웃음)

“병원에 다녀오니까 시어머니께서 저녁 늦게 전화를 하셨어요. 내일 김장 치대는데 밥만 좀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몸이 안 좋은 상태인데 일주일만 더 연기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시어머니가 자기 뜻대로 안 해서 불만이네요. 일주일 뒤에 안 하고, 어머니 고집대로 내가 병원 가는 날 했다는 게 지금 불만인 거죠?”

“그것도 불만이 있지만, 해마다 안 하기로 약속을 하셨는데 해마다 약속을 어기셨어요.”

“그러니까 그것도 하지 말자고 그랬는데 시어머니가 했다 이게 불만인 거네요.”

“네.”

“시어머니 얘기를 좀 들어드리면 안 되나요? 시어머니가 질문자 얘기만 듣고 김장을 안 해야 하나요?”

“어머니가 김장을 또 너무 많이 하셔요.”

“김장을 많이 하든, 적게 하든, 그건 어머니 마음이잖아요. 질문자가 신경 쓸 게 아니에요.”

“혼자만 계속 희생을 하다 보니까 제가 너무 힘들어요.”

“그러면 안 가면 되죠.”

“안 가면 못된 며느리가 되니까요.”

“욕 얻어먹으면 되잖아요.”

“작년에 제가 아프다 보니까 올해는 김장을 안 하기로 어머니한테서 약속을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지금 시어머니가 문제가 있고, 질문자는 잘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제가 듣기에는 질문자가 문제예요. 자기 하자는 대로 시어머니가 안 한다. 이게 지금 불만의 요점이에요.”

“식구들은 다 김장을 안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다 안 오시거든요.”

“식구들이 다 안 하기로 했다면 그건 식구들이 알아서 하겠죠. 내가 관여할 일이 뭐가 있나요?”

“제가 너무 힘들어요. 제가 김장 준비를 다 해야 되고, 택배도 보내야 되고요.”

“그러면 질문자는 그날 아프면 되잖아요.”

“아파도 해야 되니까 문제죠.”

“아니죠. 아파서 병원에 누워 있으면 되잖아요. 질문자가 건강이 되면 가서 김장을 하면 되고, 그날 건강이 안 좋으면 병원에 가서 의사한테 ‘하루만 입원시켜주세요’라고 얘기하세요. 의사의 진단에 의해서 입원한 거니 꾀병도 아니에요. 이렇게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한 3년 정도 겹치면, 시어머니도 다 생각하실 거예요. ‘며느리는 아프니까 제외하고 하자.’ 이렇게 되든지 아니면 ‘며느리 건강이 되는 날짜에 하자.’ 이렇게 될 거예요.”

“조정이 안 된다는 게 문제예요.”

“안 되면 병원에 있으면 돼요. 아무 문제도 아니에요. ‘김장하지 말자고 해놓고 어머니가 한다’, ‘내가 그날 병원 가는 날이니 일주일 늦춰달라고 했는데 안 늦춰준다’, 이렇게 질문자 얘기를 들으면 시어머니가 문제인 것처럼 들리는데, 사실은 뒤집어 놓고 보면 내 하자는 대로 시어머니가 안 따라 해서 불만인 거예요.

그러면 내 아들도 내가 하자는 대로 안 하는데 어떻게 시어머니가 내가 하자는 대로 다 하겠어요? 어른들은 내가 하자는 대로 하기보다는, 물론 그런 어른도 있지만, 어른들의 대부분은 자기 하자는 대로 해요. 그게 어른들의 속성입니다.

시어머니와의 대화법

그러면 그런 어른들과 나는 어떻게 살아야 될까요? 어른들 하자는 대로 해줄 수 있으면 해주는 게 제일 좋아요. 못해주면 ‘죄송합니다’ 하고 안 하면 되는 거예요. 안 할 때는 대신 욕을 좀 얻어먹으면 돼요. 지금 질문자는 욕도 얻어먹기 싫고, 김장도 하기 싫은 게 문제예요. 욕심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그러니 사실은 하등 문제가 안 됩니다.

‘어머니 일주일 연기하면 어떨까요?’
‘왜 그러냐?’
‘제가 몸이 좀 아파서요.’

그래서 일주일 연기해주면 질문자는 건강한 상태에서 김장을 하면 되고, 어머니가 그 날짜로 김장을 잡으면 질문자는 그날 편안하게 병원에 가면 돼요. (청중 웃음)

어머니가 '너 왜 안 왔니?’ 그러면 ‘어머니, 제가 오늘 병원 가는 날이라 그랬잖아요. 병원에 있습니다.’ 이러면 돼요. ‘내일은 어떠냐?’ 이러시면 ‘내일도 몸 상태가 안 좋습니다.’ 하면 돼요. ‘와서 밥만 좀 하면 안 되니?’ 그러시면 ‘의사는 아무 일도 하지 마라고 합니다.’ 이러고 그냥 안 가면 됩니다.

이렇게 3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시어머니도 생각을 한단 말이에요. 자기 하고자 하는 날짜대로 하면 며느리를 빼고 갈 각오를 하든지, 며느리 일손이 필요하다 싶으면 날짜를 조정하든지, 이렇게 되기 때문에 걱정거리가 사실은 아니에요. 질문자는 내 원하는 대로 안 됐다는 사실을 갖고 지금 시어머니를 문제로 삼는 건데. 어른들한테는 내 식대로 하면 안 돼요. 어른들한테는 맞춰야 해요.”

“저는 잘 맞춰준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지금 잘 안 맞추고 있는데요, 뭘. (청중 웃음) 잘 맞춰준다는 게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잘 맞춰주는 게 아니에요. 그건 노예예요. 질문자는 지금 노예의 불만을 말하고 있어요. 내 주관을 갖되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맞춰 주는 게 좋습니다. 내 볼 일이 있으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요. 대신에 욕을 좀 얻어먹어야 합니다. 그러면 아무 문제도 안 돼요. 질문자는 지금 욕을 얻어먹기 싫어서 그런 거예요.”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욕을 좀 얻어먹으세요.”

“네.”

마침내 질문자도 환한 웃음을 보입니다. 청중들도 격려의 박수를 함께 보냅니다.

“그런데 김장은 혼자 하면 힘들고 같이 하는 게 더 안 좋아요?”

“같이 하는 게 좋죠.”

“우리는 따로따로 하니까 너무 힘들다고 형제도 아닌데도 다 모여서 같이 해요. 같이 하면 분담도 되고, 아프면 빠져도 돼요. 올해에 같이 해주면 내년에는 좀 빠져도, 빠졌다고 해서 내 김장 빼지 않고 얻어먹을 수도 있어요. 또 내가 힘이 된다면 다른 사람 빠졌을 때 좀 더 하면 되잖아요.

그리고 시어머니하고 같이 김장하면 내 식대로 해야 돼요? 시어머니 하자는 대로 해야 돼요? 같이 하면 일이 많고, 혼자 하면 일이 적은 게 아니라, 같이 하면 내 식대로 못 하는 게 불만인 거죠. 모든 질문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못 해서 불만이라는 얘기예요.

같이 할 때는 시어머니 하자는 대로 하고, 맛있든지 없든지 그냥 먹으면 돼요. 시어머니 식대로 해서 맛이 없으면 내 식대로 조금 따로 하면 돼요. 시어머니 모시고 내 맘대로 하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시어머니를 내 마음대로 하겠다니 다들 꿈도 야무져요.

어른의 특징은 자기 식대로 하기입니다. 그래서 내가 맞춰야 돼요. 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모범을 보여야 하고, 어른을 모시는 사람은 맞춰야 합니다. 하자는 대로 그냥 맞춰주면 돼요. 효율을 따지고 좋은 걸 따지고 이런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요. 오늘 어머니하고 아버지 하고 밤새도록 ‘이렇게 합시다’ 하고 합의를 해도 내일 아침에 가면 자기 식대로 하고 있어요. 아시겠어요?

‘노인이 고집이 세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그게 노인들의 특징이에요. 노인은 뇌가 그렇게 돼 있어요. 그리고 노인은 했던 말 또 하기가 쉬워요. 우리 시어머니만 했던 말 또 하는 게 아니라 법륜 스님도 늙으면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그래요. 그렇게 안 하는 사람은 열에 한 명도 안 됩니다. 그래서 제가 늙으면 염불 하라고 하는 이유가 그래서 그래요. 말을 하면 자꾸 했던 말을 하게 되니까 입을 다물어라는 겁니다. 입이 안 다물어지면 대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을 해라.

노인들의 성품은 고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잘못도 아니고 그건 특징이에요. 뼈가 어릴 때 부러지면 잘 붙지만, 늙어서 부러지면 잘 안 붙죠. 늙으면 굳기 때문이에요. 새싹도 싹이 틀 때는 부드럽지만 가을에 낙엽이 되면 부러져요. 이건 자연의 성질이에요. 그것처럼 늙으면 생각이 굳어져서 잘 변하지 않아요. 어릴 때는 금방 금방 변해요.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이런 자연의 법칙을 바꾸려고 하잖아요. 시어머니 하자는 대로 맞추고 도저히 건강이 안 되면 ‘죄송합니다.’ 하고 빠지는 거예요. 병원에 누워서 ‘어머니, 죄송해요. 오늘 김장인데 제가 꼭 가려고 했는데 몸이 아파서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돼요. ‘어머니, 제가 병원에 간다 그랬잖아요. 근데 오늘 날짜를 잡아서 그렇잖아요.’ 이렇게 못마땅해할 필요가 없어요.

부모에게는 맞추는 게 좋습니다. 시골에 가보면 어머니가 허리 아프다 그러시면서 농사짓잖아요. 농사짓지 말라고 했는데 또 일을 벌려 놓고, 주말에 안 도와준다고 뭐라 그러고, 또 가면 끙끙대며 아프고, 이러면 자식들은 대부분 ‘올해만 농사짓고 내년에는 농사짓지 마세요.’라고 말하죠? 노인들은 ‘그래, 그래. 그렇게 하겠다’ 해놓고 내년에 또 지어요. 그러면 어떻게 맞춰야 할까요?

저녁에 허리 아프다 그러시면 허리 주물러 드리고, 내일 아침에 밭 매러 가시면 호미 찾아드리면 돼요. 주말에 오라 그러시면 ‘네’ 하고 바쁘면 안 가면 돼요. 또 시간 나면 가면 돼요. 그걸 갖고 간섭을 하면 안 돼요. 아이도 부모 간섭하는 거 싫은데 늙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떻게 애들 간섭을 듣겠어요?

의견이 있으면 한번 정도는 말해봐요. ‘내년에 농사 안 지으면 어떻습니까?’ 이렇게 말씀드려 보는 겁니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내 말을 듣고 내년에 농사 안 짓는 건 아닙니다. 어머니 스스로 너무 힘드니까 이제부터 안 짓고 싶다는 마음의 결정을 이미 했을 때, ‘어머니, 이제 내년에는 안 지으면 어떨까요?’ 그러면 ‘그래, 그러지.’ 이렇게 하셔요. 내 말 들어서 결정하신 게 아니고, 어머니가 이미 속에서 결정을 했어요. 결정을 했는데 본인 스스로 안 짓겠다고 말하기가 좀 힘들 때, 그때 자식이 대신 제안해주면 좋아하십니다. 사람 마음은 바뀔 때가 있으니까 의견은 이렇게 내보는 거예요. 화를 내면서 얘기하고 그래 봐야 나만 괴로워요. 노인들에겐 늘 맞춰준다는 마음을 가지세요.”

“감사합니다.”

질문자는 “김장철인 요즘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해결이 안 돼서 답답했는데 스님의 말씀을 들으니 답을 찾은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으면 욕을 좀 들으면 될 것 같다.”라며 밝은 표정으로 소감을 말해주었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아들이 아빠를 싫어하고 안 보려고 해서 제 마음이 아파요.
  • 건강염려증이 심해요.
  • 고부 갈등으로 이혼하는 과정을 밟고 있어요. 행복했던 삶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쉬워요.
  • 제사를 언제 지내야 하나요? 굳이 제사를 지내야 할까요?
  • 결혼 15년 차입니다. 남편은 욱하는 성격에 술 좋아하고 외도도 하고 아이들 앞에서 저를 무시하며 폭력까지 휘두릅니다. 그런 남편이 간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혼하려고 하는데 어찌해야 할까요?

박수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두 시간이었습니다. 스님은 “제가 부러워할 정도로 행복하게 사세요.”라고 행복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강연을 마치고 전라남도 남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오후 세 시부터 남원 시청에서 초청 강연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남원시청 초청 강연

남원시청 강당에는 이백 여명의 남원시청 및 면사무소 직원들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근무시간에 나오셨지요? 스트레스받으면서 오래 일하는 거보다 스트레스 없이 짧게 일하는 게 더 효율적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저와 같이 대화하면서 여러분이 가진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스님은 먼저 남원에 얽힌 역사 이야기로 대화의 문을 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남원에 살면서 남원이 어떤 곳인지 잘 알고 계십니까? 관광객 입장에서는 춘향전에 있는 내용을 가장 많이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러나 역사적으로 남원은 독립운동가들이 많이 배출된 지역입니다. 내년은 3·1 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인데, 3·1 운동은 천도교가 중심이 되고 개신교와 불교가 함께 한 세 종교가 힘을 합하여 일구어 낸 민족의 독립운동입니다.

천도교는 최제우 선생이 시작하셨습니다. 최제우 선생은 경주 사람이니 대한민국에서 보면 남동 지방 사람입니다. 그런데 정작 천도교가 확산된 곳은 남서 지방의 전라도였습니다. 최제우 선생이 경주에서 깨달음을 얻고 개벽을 이야기하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체포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풀려나신 후에 동쪽 지방보다는 서쪽 지방과 인연이 있다 하여 이곳 전라도에 오셨는데, 최제우 선생이 천도교 경전을 집필한 곳이 바로 남원 교련 산성 위에 위치한 덕밀암이라는 암자였습니다. 그러니 동학의 개벽이 시작된 곳이 바로 이곳 남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후로 동학은 경상도보다는 전라도 지역에서 많이 퍼져나갔고, 동학농민운동도 전라도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일어났습니다.

당시 덕밀암에는 혜월 화상이라는 고승이 살고 계셨습니다. 그분이 최제우 선생을 숨겨주셨는데, 그것을 보면 혜월 화상도 개벽 세상에 대한 의식을 갖고 계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1 운동이 일어날 때 불교계를 대표하여 서명을 하신 분은 백용성 스님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용성 스님이 14살에 출가하신 곳이 바로 덕밀암이었습니다.

즉, 덕밀암은 3·1 운동 불교계 대표인 백용성 스님이 출가한 곳임과 동시에 동학의 개벽이 시작된 곳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덕밀암은 폐허가 되어 지금은 그 자리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년 3·1 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우선 덕밀암이 어떠한 곳이었는지부터 알리는 비석을 먼저 세워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덕밀암도 복구하여 백용성 스님이 출가한 곳, 최제우 선생이 1년 여간 머물면서 동경대전(東經大全) 등 많은 천도교 경전을 쓰신 곳이라는 점도 함께 알리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는 종교로서 절을 하나 짓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역사를 복원한다는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용성 스님은 현재 행정구역상 장수 사람으로 되어있지만 원래는 남원 분이셨습니다. 번암면에서 태어나셨는데 일제 시대에는 남원군 번암면이었지만 지금은 행정구역이 바뀌어 장수군 번암면으로 되어있습니다. 이렇듯 남원은 독립운동과 관련된 많은 분들이 배출된 곳입니다.”

알고 보니 남원은 역사적인 의미가 남다른 곳이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이런 역사 이야기와 더불어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며 “어떤 것이 행복일까요?” 되물으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은 대개 기분이 좋은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분 좋음을 행복으로 삼으면, 이 기분 좋음이 반드시 기분 나쁨을 수반하기 때문에 이런 행복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욕구가 있습니다. 욕구가 만족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욕구 충족을 기분 좋음으로 삼으면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의 기분 나쁨이 따라오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욕구 충족을 행복으로 삼으면 이 행복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사실 행복이라기보다는 즐거움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러한 즐거움에는 반드시 괴로움이 따라다닙니다.

이것을 한문으로 ‘고락(苦樂)’이라고 합니다. 고(苦)가 있으면 반드시 락(樂)이 있고, 락(樂)이 있으면 반드시 고(苦)가 있습니다. 이 고(苦)와 락(樂)이 되풀이되는 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이렇게 고(苦)와 락(樂)이 되풀이되는 것을 ‘윤회(輪廻)’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윤회(輪廻)라고 하면 죽어서 개로 태어나거나 소로 태어나는 것을 윤회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인도의 전통사상에서 말하는 윤회입니다. 붓다의 가르침과 수행에서 말하는 윤회는 인생에서 고(苦)와 락(樂)이 되풀이되는 것을 뜻합니다. 고와 락이 윤회하기 때문에 즐거움으로 행복을 삼는 것은 그 행복이 지속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반면 지속 가능한 즐거움, 괴로움으로 바뀌지 않는 즐거움을 ‘열반(涅槃)’이라고 합니다. 열반(涅槃)은 인도말 니르바나(Nirvana)를 음역(音譯)한 것인데, 인도말을 해석하면 ‘괴로움이 없는’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을 고와 락의 윤회에서 벗어난다 하여 ‘해탈(解脫)’이라고도 합니다.

고락의 윤회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락의 윤회에서 벗어나려면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즐거움과 괴로움의 되풀이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욕구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는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이것은 욕구가 없어야 된다는 것과 다릅니다. 욕구라는 것은 없어질 수가 없습니다. 다만 존재하는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욕구에 구애받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이 지속 가능한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면 고락의 윤회로부터 벗어나게 되고, 이것이 지속 가능한 진정한 행복, 즉 열반입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다 아는 처지에서 질문을 하려니 질문이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두 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한 분은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게으름에 대한 고민을 내어놓았고, 다른 한 분은 시댁 문제에 대한 고민을 내어놓았습니다.

즉문즉설은 한 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스트레스가 풀렸는지 밝은 얼굴로 시청 직원 중 한 분이 강연을 듣고 난 소감을 말해주었습니다.

“잘 보이려는 욕심과 착해야 한다는 집착으로 괴로웠는데,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비난을 하면 비난받으면 되네요.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상황에 맞춰서 살겠습니다.”

시청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스님은 다음 강연을 위해 바로 여수로 이동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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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비가오면 비가오는대로 비를 맞으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8-12-03 10:42:29

임무진

부모님께서 참 고집이 세다고 생각했었는데 제기 더 고집셈을 발견합니다. 남 일에 간섭하지 않습니다

2018-11-21 16:38:40

일순

남원 교련 산성 ---> 교룡산성

2018-11-20 12: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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