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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이런저런 일을 겪을 수 있어요.
어떤 일이 일어나도 괴로움 없이 행복하게 사는 길을 열어 준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대구 달성문화센터에서 500여 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즉문즉설 강연을 하였습니다.
오늘도 시작 전에 객석이 꽉 차 버렸습니다. 통로만 간신히 비워두고 앉거나 서서 듣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스님은 아쉽게 발걸음을 돌린 분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총 열 분이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주식으로 돈을 날리는 남편을 막고 싶은 아내의 질문과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얼마 전에 남편이 아파트 담보 대출금을 내어서 2억을 손해 봤습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먼저지 돈이 먼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아파트를 줄여서 빚을 갚자고 해결 방법을 의논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태도를 보니까 주식을 완전히 끊은 것도 아니고, 자꾸만 2억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년 동안 맞벌이를 하면서 살아온 제가 바보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하면 남편이 다시 주식을 안 하게 할 수 있을까요?”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네?”
“남편을 고칠 방법은 없어요. 저는 남편을 고칠 능력이 없어요. 부처님의 가르침에도 그런 걸 고쳐준다는 가르침은 없어요.”
“그러면 제가 어떻게 남편을 대해야 할까요?”
“질문자는 남편이 주식을 안 했으면 제일 좋겠죠. 저도 그렇게 되면 좋은 줄 알아요. 그런데 남편이 그렇게 안 하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맞습니다.”
“남편이 남의 돈을 뺏은 것도 아니고, 남을 두드려 팬 것도 아니고, 성추행을 한 것도 아니고, 거짓말하고 사기 친 것도 아니고, 술 먹고 주정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경찰서에 데려가도 처벌할 수가 없어요.
첫째, 돈은 좀 손해가 나더라도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종합 점수를 한 번 매겨 보세요. 돈이 손해가 난 것은 마이너스 30점, 내가 남자가 하나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새삼스럽게 남자 구하려면 피곤하니까 플러스 20점, 아이들에게 아빠가 있어야 되니까 플러스 10점, 이렇게 계산해 보니까 그래도 같이 사는 게 더 이익인지 판단해 보는 겁니다. 100점의 이익을 원했겠지만 100점은 안되고 한 30점 정도만 되어도 헤어지는 것보다 같이 사는 게 이익이에요.
둘째, 계산해 보니까 마이너스가 더 많다면 이혼을 하고 재산을 딱 반분해서 지금 있는 것이라도 보호하는 방법이 있어요. 그 사이에 남자가 고쳐지면 이런 결정을 안 해도 되고요. 그건 마음대로 안 되기 때문에 머리가 좀 아플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는 여유 돈이 좀 있어요?”
“네, 있습니다.”
“그러면 질문자는 어떤 목사나 스님이 다가와서 ‘1000만 원 내고 기도하면 남편이 바뀐다’ 하면 속아 넘어갈 위험이 있어요.” (모두 웃음)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남편이 볼 때는 질문자가 돈을 그렇게 쓰는 것이 제일 아까운 것이 되고, 질문자가 볼 때는 남편이 주식에 돈을 쓰는 것이 제일 아까운 것이 되어서 서로 피장파장이 되는 거예요.
남편을 고치려고만 하지 말고, 남편과 진지하게 대화를 해보세요. 얘기를 들어보면 돈을 좀 버리더라도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수 있어요. 또, 내가 이해가 안 되더라도 ‘그래도 어떻게 30년 같이 살아온 남편을 버리느냐’ 이런 생각이 들면 그냥 감수할 수밖에 없어요. 감수하기엔 돈이 아까운 거죠?”
“앞으로 주식을 계속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어요.”
“주식을 할 것 같은 게 아니라 당연히 한다고 봐야죠. (모두 웃음) 자꾸 그렇게 생각하니까 번뇌가 생기는 거예요. ‘앞으로 안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기대에 어긋나 버리니까 또 미워하게 됩니다. 주식을 계속할 것을 전제로 하고 결정을 해야 합니다. 주식을 계속하더라도 같이 살 수밖에 없다면 앞으로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해요.
질문자는 남편에 대한 신뢰가 좀 부족한 가 봐요. 30년이나 같이 살았으니 잘 알잖아요. 남편이 가족을 길거리에 거지로 만들 정도로 함부로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남편을 믿어야죠.”
“벌써 두 번째거든요. 10년 전에도 한 번 그랬고요.”
“10년 전에 한 번 그랬어도 거지 안 되고 살았잖아요. ‘세 번, 네 번 해도 거지는 안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네, 알겠습니다.”
“성질을 내거나 싸우지 말고 의견을 내어 보세요. 내년은 주식이 더 떨어질 거예요. 그렇다고 스님이 떨어진다더라 하면서 또 싸우지 말고요.
주식을 하려면 이렇게 하라고 하세요. 주식이 폭락해서 자살하는 사람이 생기거든 슬그머니 가서 사고, 주식해서 돈 벌었다고 소문이 나서 너도 나도 주식 사러 가면 팔아야 됩니다. 이것만 알면 신경을 안 써도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만히 있다가 다른 사람들이 주식으로 돈 벌었다고 하면 그때 슬그머니 가서 사요. 그러다가 주식이 떨어져서 견디다 견디다 안돼서 갖다 던지고 나면 슬그머니 오르고 그래요. 이런 개미들의 돈을 긁어모아야 증권회사 사람들도 먹고살 수 있고, 외국인도 돈을 벌 수 있는 겁니다.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 시장에 돈 벌려고 왔지 잃으려고 왔겠어요.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몇몇 개미들이 돈을 버는 요행이 일어나요. 그러나 이것은 기본적으로 노름판과 똑같아요. 잃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을 아셔야 해요.”
“네, 알겠습니다.” (모두 박수)
“같이 살면서 미워하고 싸우는 것은 나에게 괴로움을 가져옵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감정으로 싸워서 헤어지지는 마세요. 이렇게 가면 두 사람 다 나빠지겠다 싶으면 의논을 하세요.
‘당신은 벌써 몇 번 주식투자를 해서 저한테 신뢰를 잃었습니다. 그러니까 주식을 하더라도 재산 분할을 먼저 해놓고 당신 돈을 가지고 하십시오. 안 하면 좋겠지만 어떻게 당신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합니까. 그러니 내 생활과 자녀들의 문제가 있으니까 내 것은 놔두고 당신 것 가지고 하세요.’
이렇게 의논하시면 됩니다. 이런 것 가지고 감정적으로 싸울 일은 없어요. 그렇게 안 하겠다 하면 합의 이혼 처리를 하는 수밖에 없죠. 이건 이혼 소송 사유가 될 수 있어요.
이혼을 할 수도 있고, 재산을 날릴 수도 있고, 이런 일들은 세상사에 늘 있는 일들입니다. 그러나 괴로워할 일은 아닙니다.
남편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할 때 여러분들은 막 울어요. 그러면 제가 문상 가서 ‘시집 한 번 더 갈 수 있게 돼서 좋겠다’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스님은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세요. 절대로 저는 시집 안 가요.’ 이러거든요. 그런 분은 1년 안에 시집을 갑니다. 왜 그럴까요. 남편이 죽었다고 너무너무 슬퍼하는 사람은 세상 사는데 남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거든요. 신발이 꼭 필요한데 신발을 잃어버렸으면 다른 신발이라도 신어야 되는 것과 같아요. (청중 웃음)
그런데 ‘남편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어떡해요’라고 했을 때 ‘인명은 재천이잖아요. 죽는 걸 제가 어떻게 하겠어요’ 하면서 담담한 사람은 남자가 있으나 없으나 별로 신경 안 쓰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1년 안에는 남자 친구가 안 생겨요. 생겨도 떨어질 확률이 높아요. (청중 웃음)
남편이 죽은 것은 내가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게 반드시 불행한 일은 아닙니다. 혼자 사는 게 힘이 든다면 재혼을 하면 되고, 안 그래도 혼자 살고 싶었으면 다행이고요. 혼자 살고 싶다고 애들 앞에서 이혼하면 욕 얻어먹는데, 자기가 알아서 죽었으니까 잘된 거예요. 안 그래도 절에 가서 살고 싶었는데 결혼하고 애 키우느라 그렇지 못했다면, 남편 돌아가시면 정리하고 절에 들어가면 됩니다. 승려가 되는 길도 있고, 혼자 사는 길도 있고, 재혼하는 길도 있고, 졸지에 길이 세 가지가 열렸는데 축하할 일 아니에요? (청중 웃음)
남편이 죽는 것이 좋다는 뜻이 아닙니다. 죽지 않고 같이 살면 좋겠다는 것이 우리들의 바람이지만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 되지 않아요. 원하는 대로 안됐다고 괴로워할 일은 아닙니다. 그게 안 되면 또 다른 길이 있어요.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는 것은 불교가 아니라 욕망입니다. 원하는 대로 무조건 안 돼야 된다는 건 고행 주의입니다. 원하는 대로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고, 돼도 좋고, 안 돼도 좋고, 어떤 것도 괴로움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괴로워할 일이 아님을 깨닫는 것이 ‘열반’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이런저런 일을 겪을 수 있어요. 그것을 일어나게 해 주거나, 안 일어나게 해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는데도 괴로움 없이 행복하게 사는 길을 열어 준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주식을 하는 남편을 바꾸는 방법은 듣지 못했지만, 그런 남편을 두고도 행복해지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남자 친구가 예전에 결혼해서 중학생 아들까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지만 남자 친구가 좋아서 결혼하고 싶은데 주변에서는 내가 불행질 거라고 걱정합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열 명의 질문자의 이야기를 종합하여 “선택과 책임”에 대해 강조하며 강의를 마쳤습니다.
“여러분들은 자꾸 욕심을 부려요. 돈 많이 벌기를 원하면서 노력은 안 해요. 결혼도 잘하고, 아기도 잘 키우고, 돈도 많이 벌고, 인기도 얻고 싶겠지만, 다 가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다 갖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현실에서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결혼 생활을 선택했다면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귀찮은 일들을 감당해야 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선택은 해 놓고 책임을 안 지려고 해요. 콩 심어 놓고 팥 나길 바라는 것과 똑같아요. 그렇게는 될 수가 없어요. 그걸 원하는 사람들이 자꾸 종교를 찾게 돼요. ‘죄는 지어놓고 벌은 안 받도록 해달라’, ‘복은 안 지어놓고 복 받도록 해달라’라고 비는데, 만약 그렇게 해준다는 종교가 있다면 그건 사기라고 저는 생각해요. 부처님과 예수님의 가르침은 ‘복을 받고 싶다면 복을 지어라’, ‘벌을 받기 싫다면 죄를 짓지 마라’ 이렇게 분명하고 투명합니다.
부처님과 예수님은 어리석은 생각을 버리고 맑은 정신을 가지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부처님은 ‘눈 있는 자 와서 보라’라고 말했고, 예수님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고 말했습니다. 부처님과 예수님의 가르침은 애매하지 않습니다. 아주 분명하고 깨끗하고 투명합니다. 언제나 인생은 선택이에요. 좀 화통하게 생각을 하시기 바랍니다.”
강연을 마치고 돌아가시는 분들에게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아요. 스님 말씀대로 생각하는 방향이 달라지니까 고민이 쉽게 해결되네요.”
“저도 걱정거리가 있어 답답한 마음에 왔는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저의 걱정거리에 대한 답을 찾았어요. 다음엔 지인과 함께 오고 싶어요.”
오늘도 많은 분들이 조금 더 행복해지는 길을 만났습니다. 스님의 여정은 내일도 계속됩니다. 내일은 진주, 남원, 여수에서 세 번의 강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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