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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12시가 넘어 귀가한 스님은 여느 때처럼 대중들과 함께 새벽 기도를 드렸습니다. 오늘도 아침 7시부터 선약이 있어 원고교정 업무 후 바로 사무실로 이동하였습니다. 손님과 아침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 후 서둘러 용인 강연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용인으로 향하는 길, 하늘은 청명하게 맑고 나무들은 일제히 초록을 벗고 울긋불긋해지고 있습니다. 기분 좋은 가을 날씨입니다. 오늘 강연이 열리는 용인시청 에이스홀 입구에 들어서자 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행복학교 봉사자들이 분주히 봉사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강연은 용인 행복학교 봉사자들이 주관하고, 주차 안내, 외부 안내 봉사는 용인, 기흥, 처인 행복학교 학생들이 함께 도와주었습니다.
총 10명의 질문자가 고민을 이야기하였고 스님은 명쾌하게 답변해 주었습니다.
남편이 기분 좋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기분이 좋지 않거나 상처를 받았을 때 제 감정을 받아 주지 않는다는 30대 중반의 여성분, 아이가 장애가 있는데 장애아를 키우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40대 중반의 여성분, 남편의 전쟁 염려증이 너무 심하고 이민 가자고 해서 힘들다는 30대 중반의 여성분, 아상이 강하고 제 의견에 집착하여 꼼꼼하고 완벽하게 일을 하고 불안해하고 사람들과 관계에서 그들의 반응에 전전 긍긍 하는 것이 고민이라는 50대 초반의 남성분, 부모님이 최선을 다해 본인을 키워주지 않았다고 울먹이며 질문하셨던 40대 초반의 여성분, 전쟁이 일어날 여러 루머들이 많은데 지금 이 시기에 어떤 자세를 갖는 것이 좋은지 씩씩하게 질문하셨던 50대 남성분, 전공 하고 있는 공부와 하고 싶은 것에 괴리가 있어서 미래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답해하신 50대 초반의 여성분, 평화적인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고 ‘통일’이라 적힌 족자를 가지고 오셔서 질문했던 70대 후반의 남성분, 홀시어머니 시누이가 있는 집에 시집와서 명절에 친정도 한번 못가고 원하시는 대로 살다가 이제는 지치고 힘든데 시어머니가 너무 무섭게 하셔서 고민이라는 여성분, 20대는 결혼 할 사람이 죽어버리고 30대는 유방암에 걸린 동생이 너무 안타까운데 어떻게 도와주어야할지 힘들어하신 분이 질문해주셨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시댁의 종노릇을 그만 하고 싶다며 질문했던 주부의 고민을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홀시어머니와 네 명의 누이가 있는 막내아들과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해서 사는 동안 시어머니께서는 시누이들과 힘들게 사신 것에 대한 보상을 저에게 요구하셨고, 저는 그렇게 고생해서 사셨으니 잘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다 맞추려고 했고, 명절에도 친정에 가지 말고 시누이들의 수발들기를 청하면 ‘네’하고 따랐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원하시는 만큼 드렸습니다. 그러다보니 차츰 제가 종이 되어가고, 사소한 일까지 모두 어머님의 뜻대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힘든 어느 날 어머님께 도리만 하고 살고 싶다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그러라고 해서 그날 이후로는 도리만 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님의 기대가 높으시다보니 저희가 다 맞춰드리지 못하고, 어머님께서는 저희를 만날 때마다 화를 많이 내십니다.
특히 저를 보면 역정을 많이 내셔서 남편에게 ‘아이만 데리고 당신만 가는 건 어떻겠냐?’고 상의를 했더니, 제가 좋을 대로 하긴 하는데 남편도 무서워서 혼자서는 못가겠다고 해요. (청중 웃음) 이럴 때 저도 마음이 편하고 남편도 편하고 어머님도 편했으면 하는데, 제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질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바보가 아닌가 싶어요. 왜 인생을 그렇게 바보같이 살아요? 지금 인생을 살아가는 기본 원칙이 잡혀있지 않습니다. 당당하게 사세요.
지금 심리상태가 그리 안정적이지 못해요. 그런데 관점을 그렇게 가지고 있으면 해결책이 없어요.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계속 노예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사는 것을 시어머니가 문제다, 혹은 시누이들이 문제다, 라고 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면 안 됩니다. 이건 그들 때문이 아니라 질문자 자신이 인생을 바보같이 살고 있는 거예요. 자기 스스로 삶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남을 탓할 이유는 하나도 없어요.
명절 때는 시댁에 가서 그저 하자는 대로 해드리면 돼요. 잔소리를 해도 그냥 들으면 돼요. 아무리 많이 있어도 1박 2일인데, 무슨 말을 하든지 ‘네, 어머니, 네네’하고 듣기만 하면 돼요.
지금 제가 바보라고 해도 그냥 웃어넘기듯이 시어머니가 ‘너는 바보다’하면 ‘네, 바보입니다’하고 받아주면 돼요.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지 내가 거기에 영향을 받을 이유가 없어요. 그냥 상대가 이야기하는 대로 ‘네네’하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밥하라고 하면 밥하고, 반찬 하라고 하면 반찬하면 돼요. 그리고는 시간이 다되면 집으로 오면 돼요. 질문자가 시누이들 종도 아닌데 뭐 하러 거기 계속 남아서 밥을 해줘요? 그저 해줄 수 있는 만큼 해주고 갈 시간이 되면 ‘어머니, 저 이제 가보겠습니다’하고 가면 됩니다.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렇게 바보같이 주눅 들어서 살아요?”
“남편이 있으니까…”
“남편이 있는 거랑은 무슨 상관이에요?”
“그래도 남편을 키워주셨으니 맞춰드려야 할 것 같긴 한데…”
“그게 바보 같은 소리예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도 돼요. 그저 내가 할 도리를 하면 되지 시어머니에 대해서는 칭찬도 비난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거기에 구속 받을 이유도 없어요.
명절에 뭐가 겁이 나서 못 간다고 그래요? 가서 욕하면 욕 듣고, 밥하라고 하면 밥하고, 날을 하루 정해놓고 그 시간 동안에는 뭐든지 하자는 대로 해주고 그 시간이 지나면 ‘저 이제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하고 오면 됩니다. 관점을 이렇게 분명히 가져야 해요.
돈을 요구할 때도 내가 줄 형편이 되면 드리고 내 형편이 안 되면 안 주면 돼요. 달라고 하면 ‘이번 달에는 돈이 없습니다.’ 이러면 돼요. 그럴 때 욕을 하면 욕을 조금 들어주면 되잖아요. 욕 좀 듣고 돈 안 줘도 되면, 그거 괜찮은 돈벌이잖아요. (청중 웃음)
이렇게 관점을 탁 가져야 삶의 태도가 분명해지지 돈도 안 주고 욕도 안 먹으려고 하니까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거예요. 돈으로 막을 일은 돈으로 막고, 욕을 들어서 해결해야 되는 일은 욕을 들어서 해결하면 돼요. 그렇게 삶의 중심을 잡고 살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계속 뭐라고 해서 정 힘들면 남편을 도로 데리고 가라고 하면 되잖아요. 남편한테 말하는 게 아니라, 정 힘들면 시어머니한테 ‘아들 도로 데리고 가세요’ 하는 거예요. 그런데 남편이 돌아갈 것 같아요, 안 돌아갈 것 같아요?”
“안 돌아갈 것 같아요.”
“남편은 돌아가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당당하게 살지 못해요? 평소에는 ‘어머니, 이왕 사는 거 같이 잘 살겠습니다’ 하다가 질문자도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으면 ‘그러면 도로 데리고 가세요’하는 거예요. 남편한테도 ‘당신 여기 있어, 나는 갈게’하고 집으로 와버리면 돼요. 그러면 아마 남편은 질문자를 따라올 거예요. 그렇지만 그것도 질문자가 신경 쓸 문제는 아니라는 거예요.
그러니 남편에게도 또 시어머니나 시누이에게도 뭐라고 하지 말고, 그저 질문자가 중심을 잡고 자기 할 일만 하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문제가 해결 됐어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처음 질문자는 옆얼굴이 너무 슬퍼 보였고, 기운이 없어서 곧 쓰러질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답답함을 넘어 질문자가 측은한 마음이 들 정도로 목소리도 가늘고 떨렸습니다. 스님은 당당하게 살면 좋겠다는 격려를 여러번 해주었습니다.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만큼의 선을 그어 딱 그만큼만 해도 된다고 하면서 인생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 하신 부분이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스님은 강연을 마무리하며 정확한 관점을 짚어주었습니다.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성공도 되고 실패도 됩니다. 이것을 관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행복도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강연을 모두 마치고 질문자에게 오늘의 소감을 물어보니, 질문자는 “굉장히 고민이 깊어 무거웠는데, 짓눌린 것에서 탁 풀려난 기분”이라며 “해방감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참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이런 말씀에 감동을 받았다고 얘기해주었습니다.
“자기중심을 잡고 자기가 할 일을 해라“
“자기 할 도리는 하되, 주눅 들어 살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라.”
“행복할 수 있는 것은 내 스스로 할 수 있다.”
“지나간 테이프를 틀어놓지 말라. 현재에 집중해라”
“통일은 이렇게 해야 한다.”
강연이 끝나고 스님은 책 사인회를 하고, 봉사자들과 사진 촬영을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행복학교 봉사팀과 따로 사진을 찍어주었고 행복학교 학생들 모두가 즐거워하였습니다.
스님은 오전에 용인 시청에서의 강연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뒤, 늦은 점심을 국수 한그릇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기다리고 있던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이어지는 미팅으로 저녁 식사를 할 틈도 없이 오후 강연을 하기 위해 파주 시민회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글을 쓴 저는 용인정토회 기흥법당 희망리포터 이미정입니다. 이 글을 읽고 많은 분들이 행복하고 주인된 삶을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참 다양한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이미정(글) 권류경(사진) 허란희(인터뷰) 조태준(녹취) 박효정(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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