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10. 16. JTS와 서울시설공단 협약식
“아이들은 제 때에 배워야 합니다”

새벽 기도 후 간단하게 원고교정 업무를 본 스님은 아침 일찍 사무실로 이동했습니다. 일과가 바쁜 전문가들이 아침 식사를 하면서 토론을 하는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교수, 연구소 연구원, 시민 활동가 등 통일안보 분야 전문가들이 새벽에 일어나 이렇게 아침에 토론한 후 본인들의 일터로 출근합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귀한 시간과 아이디어를 나누는 참 고마운 분들입니다. 평화재단에는 이런 전문가 모임이 분야별로 10여 개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스님은 이 중 2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모임에서 나온 연구 성과물은 현안에 따라 전문가포럼으로 발표되기도 하고, 1년에 2번 진행되는 심포지엄의 자료로 발표되기도 합니다. 10월 16일 모임에서는 최근 극으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 군사적 긴장 국면의 평화적 타결을 위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전문가 모임 이후 오후 늦게까지 선약된 손님들이 스님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에는 평화재단에서 JTS와 서울시설공단의 ‘해외빈곤지역의 생활환경 개선 및 지구촌 나눔 운동 실천’을 위한 협약식이 진행되었습니다.

협약식에는 JTS 이사장인 법륜스님, 김기진 대표님, 유수스님이 참석했고 서울시설공단 측에서 이지윤 이사장님, 정권수 상임감사님, 안찬 총무처장님이 함께 했습니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JTS에서는 공단의 해외봉사단 파견 사업 진행 및 관리를 하기로 하였고 서울시설공단에서는 봉사자 모집 등 해외봉사 시행 및 후원을 관리하기로 하였습니다.
해외봉사 파견 활동으로는 인도에서 수자타아카데미와 지바카 병원의 노후된 전기시설 보수, 필리핀에서 태양광 전기 설치, 노후 시설 보수 작업과 외벽 페인트칠 작업 등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JTS 이사장인 법륜스님과 서울시설공단의 이지윤 이사장님의 협약서 사인과 기념 촬영이 끝난 후 함께한 분들이 차를 마시며 해외 사업에 대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먼저 스님께서 JTS가 생긴 역사에 대한 이야기로 차담을 시작했습니다.

스님 : “제가 처음 인도에 갔을 때 아이들이 수백 명이 길에서 구걸하는 것을 보고 오늘이 일요일이냐고 물었어요. 그러자 일요일이 아니라고 했어요. 일요일도 아닌데 애들이 학교 안 가고 왜 길에 나와서 구걸을 하느냐고 물으니 학교가 없다고 했어요. 이렇게 아이들이 많은데 어떻게 학교가 없을 수 있느냐고 물으니 진짜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학교를 짓기로 하고 처음에는 ‘학생이 150명 정도라서 4칸짜리 학교를 지으면 되겠다’ 생각하고 가볍게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짓는 중에 아이들이 늘었어요(참석자들 웃음). 그래서 지금 이 동네에 유치원생이 천여 명, 초중고생이 700명 정도 됩니다. 이것도 원래 천명 넘었는데 양민 학생은 정부학교로 보내고 천민만 받고 있어요. 작년에 사립학교로 인가도 받았습니다. 인도에는 병원과 학교, 마을개발사업이 있는데 가셔서 보시고 뭐를 해줘도 좋습니다.”

시설공단 : “우리 시설공단은 역사가 35년이 됐는데 없는 게 없습니다. 도로포장, 전기, 하수도, 화장장까지 저희가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실무자들끼리 협의했는데 현장에 보내기 전에 2명 정도 올해나 내년에 미리 보낼 예정이에요. 사전에 가서 전기, 수도 등 뭐가 필요한지 보고 현지에서 살 수 있는 것과 한국에서 준비해 가야 할 장비를 구분해서 한해에 끝내야 할지 다년에 걸쳐서 해야 할지 결정 하자고 했습니다.”

스님: “다년에 걸쳐서 하셔야죠.(참석자들 웃음)
인도는 산 둘레에 15개 마을이 있습니다. 마을은 내가 처음 갔던 20년 전보다는 훨씬 좋아졌지만 지금도 가보시면 아직도 지구 상에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나 하실 겁니다. 필리핀은 우리가 직접 운영하는 학교와 병원은 없습니다. 필리핀은 교육청에 학교를 50개쯤 지어줬어요. 주로 산간 오지에 3칸, 4칸짜리로 무슬림 분쟁지역과 원주민지역에 지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무슬림 반군 총본부, MILF 본부에도 학교를 지어주었습니다. 여기서 규모 있게 지은 곳은 장애 학교로 시설을 잘해 놓았습니다. 그곳을 한번 보시고 도와줄 수 있는지 봐주세요. 또 중학교를 교실 10칸 정도로 크게 하나 지어줬습니다. 또 기숙사를 짓고 있는데 12월에 준공식을 합니다. 거기에도 해줄 게 있는지 봐주시면 좋겠어요. 보건소는 규모는 얼마 안 되지만 있으니 한번 가보세요. 우리 민다나오 JTS 센터는 1000미터 정도의 고원지대에 있습니다. 그곳은 주로 교사, 마을 리더들을 연수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시범농장을 해서 농업기술교육을 하려고 터를 잡았는데 인력이 안 돼서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원주민들의 춤, 노래, 그림 등을 보존하기 위한 전통문화센터가 있습니다. 이 원주민들은 영어를 잘합니다. 유엔까지 갈 정도의 사람들이에요. 그곳에 전기나 태양광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JTS센터, 장애인 학교, 중학교, 원주민 문화센터 등 가보시면 몇 년 할 일거리가 생길 겁니다. 왜냐하면 한국 활동가들이 오지까지 가서 활동하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오지에 가서 활동합니다.”

시설공단 : “이번 일을 작년에 하려고 했는데 여건이 안 돼서 못했어요. 작년에는 미얀마에 지구촌 나눔 운동과 진행한 활동에 20명 정도 교육해서 보냈는데 끝나고 나서 전부 후원자가 됐습니다.”

스님: “우리도 미얀마에서 사업을 했었습니다. 홍수피해 긴급구호와 학교를 지었는데 시내에 사무실 내고 활동하다가 현장비용이 많이 들어 철수했습니다. 다른 단체와 달리 우리는 사무비용, 임차료 등의 운영비를 전체 모금액의 5% 이내로 사용합니다. JTS는 월급 받는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사무실 임대료는 가능하면 안 낼 수 있는 곳이나 내더라도 최대한 저렴한 곳을 구하는데 미얀마 시내 임대료가 너무 비쌌어요. 캄보디아는 4~5년 활동하다 철수했고, 라오스, 스리랑카와 지진 때문에 갔던 인도네시아 등도 사업이 끝나면 바로 철수했습니다. 그래서 현장에 사업장을 갖고 지속해서 하는 곳은 인도와 필리핀이에요. 인도는 주민 12,000명 정도를 보살피고 있으니 철수할 수 없고, 민다나오는 몹시 어려운데도 분쟁지역이라 위험하다고 NGO들이 잘 안 들어옵니다. 이렇게 두 사업장에서 활동가 각 6~7명이 현지 스텝들과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시설공단 : “저희 사업비는 항공료나 숙박비로 많이 들어갑니다. 이번에는 희망자들을 뽑는 게 아니라 선별해서 보낼 예정이에요.”

스님: “우선 우리가 잠을 워낙 열악하게 자니까 우리식으로 잔다 하면 우리 숙소에서도 잘 수 있고요. 먹는 것도 하루 2달러 정도로 정해져 있는데 우리식으로 먹는다면 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재 같은 것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예산 내에서 지원 해드릴 수 있습니다. 인도는 4월에서 8월은 피해야 합니다. 4월에서 6월은 더위 때문에, 6월에서 8월은 우기에 계속 비가 와서 안 되고 제일 좋은 때는 10월부터 3월까지 6개월 정도입니다. 하지만 민다나오는 아무 때나 좋습니다. 인도에 비하면 기후가 아주 좋습니다.”

시설공단 : “인도가 그 시기에 너무 덥다고 걱정을 하셔서 내년 1,2월 준비하고 3월에 가려고 합니다.”

스님: “3월에도 초에 가셔야 합니다. 3월 말만 해도 더워요. 우리나라의 더위와는 다릅니다. 47도까지 올라갈 때 있었는데 옷이나 물건이 따끈따끈할 정도입니다. 그나마 건조하니까 수분이 증발해서 살아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철판 같은 데는 75도 이상 되니 아예 만질 수도 없습니다. 일단 한번 가보세요. 해봐야 압니다.”

스님은 JTS 사업장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셨고 이렇게 꼭 필요한 기술들을 지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차담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스님이 나가시고 난 후 시설공단 관계자들은 어떻게 저렇게 모든 사업에 대해서 세세하게 잘 알고 계시냐며 놀라워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설공단 측에서 직원들을 위한 강연 요청을 하셔서 스님께서 일정을 보시고 12월 21일 저녁에 강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저녁에는 평화재단 연구원 운영회의가 있었습니다. 해외 순회 강연으로 오래 자리를 비우다 보니 준비된 안건들을 다 논의하지 못했는데도 밤 10시가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회의 이후에 밤늦게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면서 스님은 12시가 다 되어서야 귀가했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고조되는 한반도 긴장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친 기색도 없이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스님 옆에서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는 하루였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은경, 윤민아(글) 최은경(사진)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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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맑음

스님, 고맙습니다 _()_

2017-10-27 15:44:30

정지나

... 그저 감사할 뿐 입니다. 스승님.

2017-10-23 07:54:55

^^^^

여타지역에서의 활동들이 있었는데,홍보가안되 궁금했었는데..라오스,캄보디아,스리랑카,미얀마,인도네시아등에서의 활동하셨던 원칙들을 알게되었네요^^스님,아주 철저하시네요^^ 서울시설공단에서 지원해주신다니 너무 감격입니다~부디,인도와 필리핀 오지에서..고생하시는 주민분들,학생들,원주민분들께 피부에 와닿는 혜택이 돌아가 삶이 편안해지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마음 내어주신 서울시설공단에 진심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

2017-10-21 08: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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