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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17년의 첫 행복 강연이 양산에서 열립니다. 법륜 스님은 오전에 평화재단에서 손님을 만나고 오후 1시 30분에 양산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서울 톨게이트를 지나 덕평, 여주, 선산... 아래로 내려갈수록 따뜻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청도 휴게소에서 라면 한 그릇에 도시락으로 싸간 고구마와 함께 저녁을 먹고 나니 어스름하게 해가 기울고 있었습니다. 강연장인 양산문화예술회관에 도착하니 속속 찾아오는 양산시민과 로비에서 준비하는 분들로 북적북적 강연장이 활기찼습니다. 특히, 어린 자녀들과 부모가 함께 오거나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친구끼리 어울려 객석을 메운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 2017년 첫 강연이 시작된 양산문화예술회관과 로비에서 홍보활동을 하는 행복학교 팀
7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이 2017년, 첫 행복 강연을 양산에서 시작하게 되었다고 인사하자 사람들은 박수로 화답하였습니다.
오늘은 영어를 현지인처럼 잘 하고 싶다는 여자분, 인터넷 상에서 댓글로 논쟁이 붙을 때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는 남자분,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소개하며 아이들과 소통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는 여자분, 결혼을 며칠 앞두고 있는데 시어머님과 갈등에 갈팡질팡한다는 여자분,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을 느껴서 환경단체에서 봉사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많이 알릴 수 있을지 도와달라는 여자분의 영상질문을 포함해서 총 여섯 분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이 중에 가장 마지막으로 아들이 직장을 꾸준히 다니지 못해 걱정스럽다는 어머님의 질문과 답을 소개합니다.
“아들이 32살인데, 직장생활을 한 곳에서 오래 하지 않고, 계속 그만둬서 고민이 됩니다. 여태껏 제가 아들한테 잔소리를 안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무슨 얘기든 아들한테 해야 하는 건지 스님께 여쭙고 싶어서요.”
“아들이 직장을 옮겨 다닌다는 건 계속 새로운 직장을 구한다는 얘기 아니에요?”
“예. 직장은 구해요.”
“그 정도면 아들은 굉장한 능력자예요.(모두 웃음) 요새 직장 구하기 어려워 노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질문자는 굉장한 아들을 두셨습니다.(모두 웃음)”
“제 생각에는 아들이 한 직장을 좀 오래 다녔으면 좋겠는데요.”
“그런 엄마의 뜻은 이해가 됩니다. 한 직장을 계속 다니면 좋지요. 그러나 어떻게 사람 일이 다 뜻대로 됩니까? 질문자가 ‘아들이 직장을 옮겨 다니지 않고 한 군데 계속 다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건 이해가 돼요. 그런데 아들이 계속 그렇게 직장을 옮기더라도 어디든 다니는 게 좋아요, 직장을 못 구해서 안 다니는 게 좋아요?”(모두 웃음)
“다니는 게 좋지요.”
“예. 그러면 질문자는 항상 ‘우리 아들 훌륭하다. 그 어려운 직장을 또 구했네. 아이고, 고맙다’ 이렇게 생각해야 돼요. 더 물을 게 있으면 물어보세요.”
“제가 여태껏 아들한테 아무 얘기도 안 했는데, 계속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어야 되겠네요?”
“아니지요. 아들이 새로운 직장을 얻을 때마다 질문자는 ‘아이고, 그 어려운 직장을 또 구했구나. 우리 아들 똑똑하다. 훌륭하다’ 이렇게 칭찬을 해 주시라니까요.”
“아..예... 감사합니...다...”(말꼬리를 흐림, 모두 웃음)
“자, 다시 말씀드려볼게요. 아들이 직장 다니다가 그만두고 다른 직장 구할 때, 이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우리가 알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아들이 자기 적성에 맞는 것을 찾으려고 그럴 수도 있고, 그냥 변덕이 심해서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럴 때 엄마가 ‘너 직장 다니려면 한 직장만 다녀라’고 말한다고 아들이 엄마의 그 말을 들을까요?”
“안 듣겠죠.”
“그러니까요. 엄마가 말 하는데 아들이 말을 안 들으면 아들은 불효자가 되지요?”
“예.”
“그런데 질문자가 그런 말을 안 하면 아들이 엄마한테 불효하는 게 되요, 안 돼요?”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모두 웃음)
“엄마가 ‘너 자꾸 직장 옮기지 말고 한 직장에 오래 다녀라’고 말하는데 아들이 엄마 말 안 듣고 직장을 자꾸 옮기면 아들은 엄마 말을 안 들었으니까 불효하는 거잖아요?”
“예.”
“그런데 엄마가 그런 말을 안 하면 아들이 직장을 옮겨도 그게 불효하는 거예요, 아니에요?”
“불효가 아닙니다.”
“그럼 자기 아들을 불효자로 만드는 게 좋아요, 불효자로 안 만드는 게 좋아요?”
“안 만드는 게 좋습니다.”
“그럼 그런 말을 하는 게 좋겠어요, 안 하는 게 좋겠어요?”
“아.... 제가 떨려서 스님 말씀이 귀에 잘 안 들어와요.”(모두 웃음)
“예. 질문자 얼굴이 자꾸 붉어지네요. 천천히 잘 들어보세요.”
“예.”
“엄마가 아들한테 ‘너 그렇게 자꾸 직장 옮기지 말고 한 직장에 오래 있어라’고 말하면 아들이 ‘알겠습니다’ 하고 그 직장에 계속 있을까요? 아니면, 엄마가 그렇게 말해도 아들이 직장을 옮기고 싶으면 옮길까요?”
“옮기고 싶으면 옮기겠지요.”
“그럼 그 아들은 엄마 말을 들었어요, 안 들었어요?”
“안 들었어요.”
“그러면 그 아들은 효자예요, 불효자예요?”
“... ”(아무 대답 없이 머뭇하자, 모두 웃음)
“엄마 말을 안 들으면 아들이 효자예요, 불효자예요?”
“불효자이지요.”
“예. 그런데 질문자가 ‘직장 옮겨 다니지 마라’는 말을 안 하면 아들이 직장을 옮겨 다녀도 그냥 자기가 옮겨 다닌 거지, 엄마 말을 거역한 것은 아닌 게 되지요?”
“예.”
“그러니까 그럴 때 아들은 불효 한 거예요, 불효가 아니에요?”
“불효가 아니에요.”
“그럼 질문자는 아들을 효자로 만들고 싶어요, 불효자로 만들고 싶어요?”
“효자요.”
“그럼 질문자가 아들한테 그런 말을 해야 할까요, 안 해야 할까요?”
“안 해야죠.”
“질문자가 ‘스님, 제가 아들한테 직장 오래 다니라는 말을 해야 돼요, 안 해야 돼요?’라고 물었을 때 스님이 ‘하지 마라’고 얘기한 적이 없고, 질문자가 스님과 대화를 하다 보니 결론적으로 ‘아들한테 직장을 옮겨 다니지 말라는 말을 해야 되겠다’ 싶어요, ‘안 해야 되겠다’ 싶어요?”
“안 해야 되겠다 싶어요.”
“질문자의 아들도 여기 왔어요?”
“아니요, 안 왔어요. 남편이 왔어요.”
“남편한테 마이크를 넘겨보세요. (옆자리 남편이 일어나 마이크를 받음) 어떻게 하실래요? 아버님도 아들한테 ‘뭘 그렇게 직장을 자꾸 옮겨 다녀?’란 말을 할 필요가 있겠어요, 없겠어요?”
“없겠습니다.”
“예. 괜히 그렇게 말해서 아들을 불효자 만들 필요 없잖아요?”
“예.”
“남편은 금방 알아듣네요. (웃음) 질문자가 대중들 앞에 안 서봐서 그렇겠지요. 여러분들은 잘 안 보였겠지만 질문자가 마이크를 잡자마자 얼굴이 빨게 졌어요. 그래서 제 말이 귀에 잘 안 들어왔나 봐요. 이제는 제 말 알아들었죠? 계속 얼굴에 열이 나는지 자꾸 얼굴을 만지고 계셔요.” (모두 웃음)
“감사합니다.”
쑥스러워 당황한 어머니와 스님의 대화가 가벼운 웃음 속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스님은 마무리 말씀으로 조금 더 이어갔습니다.
“누가 나를 괴롭혀서 내가 괴로운 걸까요, 자기가 어떤 생각을 잘못해서 괴로움이 생기는 걸까요? 남편이 늦게 들어와서 괴로운 거예요, ‘남편이 빨리 집에 들어와야 된다’라는 내 생각을 움켜쥐고 있어서 괴로움이 생기는 거예요?”
“생각을 움켜쥐어서 괴로움이 생겨요.” (대중들)
“예. 그러니까 남편이 새벽 1시에 들어오면 일찍 들어오는 거예요.(모두 웃음) 날짜만 하루 늦추면 세상에서 제일 일찍 들어오는 남편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스님은 여러분께 상대에게 ‘말하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한번 얘기 해 보세요. ‘여보, 술 드시지 마세요’라고 한두 번 얘기했을 때 남편이 ‘알았어요, 여보’라고 응한다면 얼마나 좋아요. 그럴 때는 말하는 게 나아요. 그런데 결혼한 지 20년이 되도록 ‘술 마시지 말라’고 싸우기도 해 보고, 보따리 싸서 집을 나가보기도 했는데도 여전히 남편이 술을 마신다면 아내가 ‘술 마시지 마라’는 얘기를 한다고 남편이 술을 더 안 마실까요? 마실 걸 뻔히 알면서도 ‘마시지 마라’는 사람도 고집이 세지요. 누구 고집이 더 세다고 할 수 있을까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지혜가 있어야 된다는 말이에요. 남편한테 ‘술 드시지 마세요. 건강에 안 좋아요’라고 두세 번 얘기하니까 ‘알았어요’ 하면서 말귀를 알아듣는 사람 같으면 말을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네 번, 다섯 번 말해도 안 듣는 사람은 더 말한다고 들을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사람과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놔둬야한다는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남편이 술 마시는 건 내가 고칠 수는 없다. 앞으로 간이 나빠지든지 해서 죽을 고비를 겪어서 스스로 그만 마시면 몰라도 내가 말한다고 그만 마실 사람은 아니다’는 걸 알게 되면 아내는 선택을 하면 돼요. 남편이 술을 마시면 마시는 대로 그냥 살든지, 아니면 ‘안녕히 계세요’하고 가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돼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제 얘기는 ‘싸울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계속 싸우면 어떻게 될까요? 남편은 어차피 마실 술을 마시고, 아내는 계속 그 남편이랑 살기는 살면서 괴롭기는 계속 괴롭게 되지요. 그런 남편과 살지, 말지는 각자 선택할 일이지만 어차피 살 바에야 안 싸우면서 사는 게 좋지요.
제 말을 잘못 들으면 ‘남편 술 마시는 건 그냥 내버려 두란 말이에요?’라고 항의할 수도 있는데, 그건 자기 생각을 움켜쥐고 있는 거예요. ‘나쁘다. 이걸 고쳐야 되겠다’ 생각하면 고칠 수 있는 길을 찾든지,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생각하면 그냥 두는 거예요. 그래도 살아있으니까 술도 마시고, 살아있으니까 늦게 들어오기라도 하는 거니까요.(모두 웃음)
이렇게 크게 생각하고 내려놓고 가야 내가 행복해질 수 있어요. 내가 행복한 게 중요한 거예요.”
강연을 마치고 스님의 책 사인회가 로비에서 있었습니다. 책을 구입한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다가가서 오늘 강연이 어땠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마지막, 얼굴 빨게 진 어머님의 내용이 기억에 남아요. 시간도 길지 않았지만 다가오는 게 많았어요. 그래서 스님께서 설명을 더 찬찬하게 해주셔서 이해하기 쉬웠고요.”
“아무래도 자식 둔 엄마 마음이라 마지막 질문하신 분 내용에 공감도 되고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 스님 말씀을 듣고 생각이 많이 되었어요.”
사인회가 마무리 되자, 스님은 강연장에서 봉사 하신 분들에게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행복학교 현수막을 들고 스님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맞춰 기다리고 계신 봉사자 분들이 계셔서 얼른 사진도 찍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스님은 “가자마자 방에 불부터 때야겠다. 밤 새 글 쓰는 사람이 있으니” 하였습니다. 도착하여 짐을 내려놓고 보니 벌써 스님은 사랑채 방, 아궁이에 불을 붙이고 계셨습니다.
아궁이 불로 방바닥이 밤 새 뜨끈뜨끈 하였습니다.
밤이 깊어도 따뜻합니다.
함께 만드는 사람들
임혜진 정란희 손명희 조태준 심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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