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통일특위 통일의병 발대식
우리는 ‘미래를 향한 옛길’로 나아갑니다

문경수련원의 아침은 새소리로 열리네요. 주변이 환히 밝아지자 새소리가 부산하게 들립니다. 어미새가 아기새와 함께 아침을 나누는 소리입니다.

통일특위 통일의병 발대식이 열리는 대수련장은 사전준비를 위해 일찍 온 회원들로 붐빕니다. 어제는 정토회 임원교육, 오늘은 통일특위 통일의병 발대식, 이렇게 2017년이 시작됩니다.

법륜 스님은 10시에 맞춰 대수련장으로 올라갔습니다.
한, 배달, 조선, 부여,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발해, 고려, 조선, 대한민국 통일코리아, 그리고 통일의병!
통일의병대 장대 깃발이 먼저 나부끼고 통일의병대가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 뒤를 징, 꽹과리, 장고, 북, 사물놀이패가 흥겹게 장단을 치며 대수련장을 들썩이게 합니다. 여느 때와는 다른 시작입니다. 흥겨운 장단에 함께 모인 통일의병들의 어깨가 저절로 들썩이고 박수소리가 모아집니다. 흥겨운 시작, 기분이 좋습니다.

통일의병은 가볍고 경쾌해진 기분으로 삼귀의, 반야심경을 모시고 스님께 법문을 청했습니다.

“… 국민은 행복해야 합니다.

즉, 국가공동체는 발전해야 하고, 그 속에 살고 있는 국민 한 명, 한 명은 행복해야지요. 우리들 한 명, 한 명의 개인적 과제는 자신의 행복이에요. 그런데 우리 국민 전체를 봤을 때 국민이 행복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총 GDP가 세계 13위, 1인당 GDP가 세계 28위 정도인데, 우리 국민의 행복도는 세계 117위입니다. 이것은 우리 국민들이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우리 국민 개개인의 소위 국민성, 인간성, 삶의 가치, 이런 것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 개개인이 너무 자기 생각이나 주장이 강하고, 욕심이 많다고 할 수 있겠지요.

또 다른 원인은 우리의 사회적 제도도 큰 문제입니다. 첫째, 개인의 의사가 잘 반영될 수 있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안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큰 틀에서 형식적 민주주의는 되어있는데, 실질적 민주주의가 제대로 안 되어 있다는 거예요. 이것은 부모와 자식 사이, 부부 사이, 가족 사이, 이웃 사이, 즉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민주적인 의견수렴과 그 집행이 제대로 안 되고 있기 때문에 개개인에게 큰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둘째, 절대적 빈곤은 해결됐지만 상대적 빈곤이 심각하기 때문에 행복도가 낮은 겁니다. 우리나라의 빈부격차는 세계에서 가장 심한 몇 나라 중에 들어 갈 정도니까 국민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요.

또, 청년들에게 주거문제나 취업문제, 또 자녀교육문제도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청년들이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는 이유 중 첫째는 주거문제, 둘째는 자녀교육문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거든요. 청년들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현재 밥은 먹고 살지만 미래가 불투명하니까 불안도가 높아지는 거예요. 게다가 지금 남북 갈등이 심각하고, 동아시아 주변 정세도 강대국 간 각축을 거듭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걸 보면서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을 느끼는 거예요. 사실은 이게 제일 큰 불안요인인데, 국민 개개인들은 지금 그걸 보는 눈이 없기 때문에 불난 집 속에서 아이들이 장난치고 놀듯이 지금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의 목표는 ‘국가는 발전하고 국민은 행복해야 한다’는 겁니다. 즉 우리 개개인은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국가는 개개인의 행복을 위해서 각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을 분명히 가져야 합니다. 이런 관점을 갖지 않고 이 운동에 참여하게 되면, 운동을 하다가 자꾸 회의적이게 됩니다.

그래서 여러분 자신이 지금까지 수행해 온 경험이나 살아온 경험, 또 교육받은 것으로 봐서 일단 이 운동의 목표에 동의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여러분들이 ‘이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될까?’ 하는 게 확실하게, 뚜렷하게 잡힐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면 이제 우리 정토행자들의 수행관점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의 핵심은 뭘까요? ‘모든 사람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입니다. 기억하십니까?”

“예.”(다함께)

“이게 바로 ‘중생이 곧 부처다’라는 겁니다. 불교의 가르침의 핵심은, 어떤 위대한 신을 추종하는 수많은 종속된 사람을 만들어내는데 있는 게 아니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깨달은 사람, 각성자가 되도록, 즉 붓다가 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는 겁니다. 그렇게 각성된 사람들의 모임, 그게 ‘상가’, 즉 ‘수행자 공동체’예요.

데바닷타가 부처님께 이렇게 여쭸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시면 그 다음 지도자는 누가 되어야 합니까?” 어떤 단체에든 1대 지도자, 2대 지도자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데바닷타의 질문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답하셨어요.

“이 상가는 누구에 의해서 이끌어진다고 할 필요가 없다.”

왜 그러셨을까요? 각자가 다 각성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다음에는 네가 2대로 맡아서 하라”며 지명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세속에서는 위대한 지도자라고 추앙받던 이도 후계자를 잘못 만들면 그 조직이 망가지는 일이 많잖아요. 그래서인지 우리 정토회에 대해서도 저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스님이 지금은 이렇게 많은 일을 하시는데, 후계자는 확실하게 키워놓으셨습니까? 후계자가 제대로 안 되어있으면 망합니다.”

이게 전통적인 관점이지요. 사실 이런 관점이 불교 발전의 장애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후계자를 연결시키는 전통이 생겼습니다. 즉 우리 선종에서도 결국 ‘법맥’이라고 해서 맥을 이어가는 전통이 생겼고, 나도 그 전통 속에 살았고, 그 전통을 지금 계승하고 있긴 합니다만 우리는 근본불교로 돌아가자고 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붓다 당시로 돌아가서 붓다의 가르침에 근거하여 ‘상가는 누구에 의해서 지도되지 않는다.’에 따라 부처님께서는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어요.

부처님은 당시에 이미 미래를 보신 거예요. 요즘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지금과 같은 피라미드조직이 더 이상 유효한 사회가 아닐 거라고 예측합니다. 그건 일찍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던 조직과 같은 형태입니다. 즉 각성된 사람들의 사회, 자기 마음대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를 놓아 버린 사람들이 수평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한 사회입니다.

저희는 항상 화합을 말합니다. 통제나 제도에 의한 화합이 아니라 각성된 사람이 자기 고집을 내려놓으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한 사회, 이것이 부처님 당시의 ‘상가’입니다. 그래서 ‘붓다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과거로 복귀하자는 뜻이 아니에요. 붓다의 가르침은 이미 미래를 지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제가 ‘미래를 향한 옛길’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 옛길을 연구하는 건 과거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자는 뜻이 됩니다. 그리고 ‘개인’이란 아만과 교만을 가진 개인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아(我), 자기’라는 것을 내려놓은 무아인, 각성된 개인들을 말합니다. 그런 개인들은 서로 충돌하지 않습니다.

불교는 해탈과 열반이 목표입니다. 그러니까 개인의 삶은 늘 자유롭고 행복해야 해요. 그래서 억압받거나 괴로우면 안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모든 사람이 다 부처다’고 하는 겁니다. 이 말을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모든 사람은 다 행복할 권리가 있다. 행복할 수가 있다. 그가 피부가 검든 희든, 남자든 여자든, 종교가 뭐든, 신체장애가 있든 없든, 성적지향이 어떻든, 과거에 어떤 일을 겪었든, 그가 지금 살아있다면 그는 지금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이 세상엔 이런 관점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관점을 스스로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수행자로서 이런 관점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하든 자기의 행복과 자유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럴 때 이 ‘자유’는 내 맘대로 하는 자유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정토행자의 서원에 보면 ‘무아, 무소유, 무아집을 우리 수행의 지표로 삼는다’고 되어있습니다. 그런 면에서도 우리는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수행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운동을 하면서 심리적으로 억압받고, 속박받고, 괴롭고, 불안하고, 초조하면 여러분들은 이미 발심행자에서 말하는 ‘수행자로써 한다’는 원칙에 어긋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어떤 일을 하든, 무엇을 하든 관계없이 수행자로서의 이 기본바탕을 유지해 줘야 합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이 어떤 지위에 오르든, 돈을 얼마나 많이 벌든, 지식을 얼마나 많이 쌓든, 목에 힘주면 안 되고 사치하면 안 됩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것은 보시하기에 좋은 조건일 뿐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없어도 헐떡거리지 않고, 있어도 교만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수행의 원칙은 우리만 지킬 게 아니고, 우리 국민 모두가 그런 관점을 갖게 될 때 그들 또한 자유롭고 행복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국민 모두가 불교신자가 되어야 한다는 개념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원칙을 우리는 지켜가야 하고, 또 우리 국민들도 이런 관점을 갖도록 우리가 널리 전해야 하는데 그럼에 있어서 종교의 틀이나 정토회의 틀을 벗어나서 국민들에게 전해 보자는 게 우리가 하고자 하는 운동입니다.”

미래를 향한 옛길로 나아가는 통일의병. 붓다의 가르침이라는 뿌리가 있고 그 튼튼한 뿌리를 토대로 그물처럼 좌로 우로 앞으로 뻗어 나가는 우리들의 삶을 상상해봅니다.

사업발표에 이어 서약식이 진행되었습니다.

통일의병이 나아갈 목적을 가슴에 새기고, 구체적인 실천방법인 사업을 공유했으니 앞으로 이 길에 굳건하게 다른 누가 아닌 내가 나서겠다는 서약을 담는 것입니다.

지난 시절, 그 엄혹한 시기에 안중근 의사와 동지 11명이 맺었던 단지동맹의 뜻을 이어받아 오늘의 우리 통일특위는 ‘손바닥 도장’으로 그 서약을 굳건히 하기로 하였습니다.

가장 먼저, 법륜 스님이 발원의 말씀을 적고 손바닥 서약을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법사단의 손바닥 서약이 이어졌고 차례차례 한 명도 빠짐없이 통일의병의 손바닥 서약이 이어졌습니다. 하얗던 현수막이 까만 손바닥 서약으로 빼곡히 채워졌습니다. 모두들 아무 말도 필요 없이, 오늘 함께하는 이 순간, 이 말씀과 이 마음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손바닥에 담아 힘주어 누를 뿐이었습니다.

“새로운 백년을 여는 통일, 이제 우리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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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 모두가 서약을 마치자, 법륜 스님이 가만히 축원을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이젠 몸과 뜻마저 약속한 통일의병이 되었습니다. 가슴 뜨거운 발대식을 마치고 점심공양을 하였습니다. 스님은 백화암에서 간단히 점심 공양을 마치고 곧 이어지는 오후 프로그램에 참가하였습니다.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행복학교 사례담, 성공이라 할 만한 사례도 있고 어려움도 있는 사례담을 나눈 뒤에 ‘행복학교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행복학교 콘서트의 진행자, 법륜 스님입니다.”

스님은 전국에서 행복학교를 열고 있는 통일의병들에게 고민,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다면 나누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한 분이 앞으로 나왔습니다. 40대 젊은 여성, 50대 장년 어르신과 함께 행복학교를 열고 있는데 어르신이 40대 여성의 말과 행동에 기분이 상해서 함께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고민이었습니다. 스님은 마이크를 청중에게 돌렸습니다.

“이런 고민을 듣고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해결하겠습니까? 이런 상황을 듣고, 나라면 이렇게 해보겠다! 하시는 분, 함께 나눠줘 보세요.”

듣고 있던 통일의병들이 많은 제안을 하였습니다. 남자의 입장이 이해가 간다는 분, 여자의 마음이 이랬을 거라는 분, 갈등이 있는 사람은 그들이 해결해야 한다는 분, 다양하고 다들 일리가 있는 내용을 전해주었습니다. 답이라고 누가 말하는 것은 없었지만 질문한 사람은 제안되는 내용 중에 자신이 해볼 만한 것을 해보겠다 하였습니다. 스님은 “정답은 없습니다. 잘 듣다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입니다.” 하고 안내하였습니다.

아침 10시에 시작한 통일의병 발대식이 오후 다섯 시가 다되어서 마쳤습니다. 스님은 “통일의병, 뭔가 조짐이 좋습니다!” 하고 웃으며 마무리 말씀을 하였습니다. 다들 기분도 가볍고 어깨도 가볍습니다.

긴 하루가 마무리 되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밤은 문경에서 자고 아침 일찍 서울로 가려고 이부자리도 폈는데 길이 얼어 미끄러워지면 위험하다는 제안에 스님은 급히 계획을 바꿔 수련원을 나섰습니다.

“급히 변경하게 해서 미안해요. 공기 좋은 문경에서 자려고 했더니 비가 내려 길이 얼어버리면 위험하다고 그러네요.”

깊은 밤, 서울에 잘 도착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고재영, 정란희, 손명희, 조태준

전체댓글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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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

2017-08-23 18:45:54

^^^^

다들 예쁜 손이시네요^^*스님은 보지도 않고 어쩜 저리도 말씀을 잘 하시는지..^^((미래를 향한 옛길))말이 참 좋으네요^^통일의병..멋있어요!

2017-02-26 06:46:26

박소현

미래를 향한 옛길♡

2017-02-23 11: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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