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9.5 해외 즉문즉설 강연(1) 베를린(Berlin)
“남자를 보면 금방 사랑에 빠지는 것이 고민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2016년 해외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법륜 스님의 해외 즉문즉설 강연은 독일, 프랑스, 영국, 캐나다, 미국 5개 국가 21개 도시에서 매일 도시를 이동하며 진행됩니다. 첫 번째 도시는 통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Berlin)’입니다.

 

정토회 8-10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마친 후 9월 4일(일) 밤 12시 40분에 인천공항을 출발한 스님은 9시간을 비행하여 아랍에미리트 현지 시각으로 새벽 5시에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아부다비 공항에서 4시간 30분을 체류했는데, 스님은 원고 교정 업무를 본 후 탑승구에 마련된 의자 위에 누워서 단잠을 주무셨습니다. 

 


▲ 아부다비 공항. 단잠을 주무시고 있는 스님.

 

아부다비 공항을 현지 시각으로 9시 30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다시 6시간 30분을 비행하여 독일 현지 시각으로 오후 2시에 베를린 티겔(Tegel)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인천에서 아부다비를 경유하여 베를린까지 무려 20시간이 걸린 기나긴 이동이었습니다. 

 


 

스님이 이렇게 머나먼 길을 돌아가는 이유는 저가 항공을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해외에 나가실 때마다 항상 저가항공을 이용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저가 항공을 이용해야 조금이라도 경비가 적게 들잖아요. 내일 아침에 비행기 타고 베를린으로 바로 가는 것이나 오늘 밤늦게 비행기 타고 가면서 잠을 자고 아부다비를 거쳐서 베를린으로 가는 것이나 어차피 자는 시간이잖아요. 거기다가 경비도 절약되니까 가능하면 저가 항공을 이용하는 것이 좋죠. 스님이 사업가도 아닌데 최소 경비로 다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매번 저가 항공을 이용하기 때문에 스님의 건강이 늘 염려되긴 하지만 스님의 몸에 밴 근검절약하는 습관에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 베를린 티겔공항

 

베를린 티겔공항에 도착하자 베를린정토회 이희정 총무님, 장서희님과 남편 되시는 분인 토마스(Thomas)님이 반갑게 스님 일행을 마중해 주었습니다. 

 


▲ 공항 마중을 나온 베를린정토회 이희정 총무님과 장서희님

 

강연장으로 이동하기 전 잠시 시간 여유가 생겨서 통일 독일의 상징인 베를린장벽 추모관을 잠시 방문해 보았습니다. 베를린장벽 추모관은 통일 전 냉전이 최고조로 달했던 검문소인 ‘체크포인트 찰리’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한 때 냉전의 중심이었고 금방이라도 불을 뿜을 것 같은 미국과 소련의 탱크가 마주했다는 장소였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은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 베를린장벽

 

장벽의 모습을 유지한 곳이 있는가 하면 철골만 남은 곳도 보였습니다. 스님은 장벽 옆을 잠시 거닐어 본 후 ‘스님의 하루’와 ‘희망편지’와 ‘즉문즉설’을 구독하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잠시 인터뷰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독일의 통일이 한국의 통일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스님은 베를린 장벽 앞에 선 감회를 이야기하면서 남북의 통일을 간절히 기원했습니다. 

 

▼ 동영상 보기


 

“서독은 동독에 비해 경제적으로 훨씬 부강했고 영토도 넓고 인구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독은 동독에 대해서 포용정책을 썼습니다. 1970년대는 동서 냉전이 한창 심각한 때임에도 불구하고 서독의 브란트 수상은 동독에 대해 유화정책과 포용정책을 썼습니다. 이걸 우리는 동방정책이라고도 표현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독은 서독에 많은 간첩들을 보냈고 심지어 수상의 비서실장이 간첩인 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우리 같았으면 이런 일이 생기면 남북 관계가 완전히 파탄이 될 일인데 서독은 그런 간첩을 잡고 처벌했을 뿐이지 동방정책 자체를 철회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서독 내부에서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사회당 정권에서 보수당 정권으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들어선 보수 성향의 정부는 다른 것은 다 바꾸더라도 동방정책은 그대로 계승했고, 그로 인해 결국 보수당이 집권하는 동안에 통일이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독일의 예를 우리와 비교해보면, 남한은 북한에 비해 경제적으로 훨씬 부강해졌고 인구도 두 배나 됩니다. 다만 남한은 북한을 충분히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남한에 가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남한은 똑같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포용정책을 제대로 시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남북의 대립과 갈등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물론 잘못은 북한에 더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런 북한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 하는 우리들의 통일 정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일과 우리가 약간 차이가 있다면, 독일은 동독의 배후에 있는 소비에트가 와해되어 가는 과정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동독은 소련의 위성국가였습니다. 반면에 지금 북한의 배후에 있는 중국은 점점 성장해가고 있는 나라입니다. 또 북한은 중국의 무조건적인 영향을 받는 그런 나라가 아닙니다. 

 

이런 차이점을 우리 나름대로 살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서독에게서 배울 점은 좀 더 통일을 향해서 멀리보고 상대를 포용했다는 겁니다. 상대가 좋아서 또는 상대가 잘해서가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지만 그 문제점을 하나하나 시비하기 보다는 통일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서 작은 일들을 꾸준히 포용해냄으로써 결국은 통일의 위업을 달성했고, 통일에서 끝난 게 아니라 유럽의 중심국가가 되었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하겠습니다. 

 

베를린장벽 앞에 서니까 감회가 새롭네요. 우리는 언제 휴전선의 철조망을 걷어내고 통일이 될 수 있을까요. 먼저 통일로 가기 전에 지금 남북 간에 고조되고 있는 긴장을 완화시키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먼저 이뤄져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민심을 먼저 얻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화해와 협력으로 그리고 통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여러분들도 다시 우리의 희망인 통일을 생각해주시고 많이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또 다른 도시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멀리 내다보는 서독의 포용정책이 결국 통일을 이끌어내었다는 얘기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습니다. 촬영을 마치고 베를린장벽 앞에 선 스님은 한반도의 통일을 간절히 기원한 후 바로 옆에 위치한 전시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전시관에는 나치의 만행과 전범 재판 기록 등이 사진으로 전시되어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전시관을 한바퀴 돌아본 스님은 짧게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 나치의 유대인 학살 모습이 담긴 사진들

 

“이렇게 독일은 나치 독일이 저지른 과거의 아픈 기억을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공개한 후 많은 학생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학습하게 해요. 과거를 숨기지 않는다는 것만 해도 굉장하죠. 일본과는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이에요.”

 

정말 스님 말씀처럼 많은 학생들이 그룹별로 이동하며 선조들이 남긴 아픈 과거 속에서 교훈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었습니다. 

 


▲ 사진전을 보며 설명을 듣고 있는 독일 학생들

 

이어서 강연장으로 이동하는 중에는 브란덴부르크 성문과 전승기념탑을 지났습니다. 전승기념탑의 꼭대기에는 금색의 승리의 여신 빅토리아가 서 있었습니다. 이 기념탑은 프로이센 왕국의 제2차 슐레스비히 전쟁 승리를 기념하여 1864년에 건설이 시작되어 1872년에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마침 햇살이 비치어서 금색으로 된 동상이 더욱더 반짝였습니다. 

 


▲ 전승기념탑(골든 엔젤 탑)

 

오후 6시 30분부터는 베를린 공과대학 본관 2층에서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특히 이번 강연은 베를린 공대 한인학생회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한인학생회 회장님의 간단한 인사말이 있은 후 곧바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 베를린 공과대학

 

현지 교민들 1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님이 무대 위에 오르자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스님은 인사말에서 “한국을 출발해 20시간에 걸쳐 이곳에 도착했다”고 소개하면서 “비행기값은 적게 냈는데, 비행기는 오히려 더 많이 타고, 기내식도 여러 번 얻어먹고, 아주 소득이 많았어요”라며 큰 웃음을 지었습니다. 

 


 

독일 시간으로는 저녁 6시 30분이지만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 1시 30분이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는 한밤중에 강연이 열리는 셈이어서 시차 적응이 아직 안 된 스님은 “하품이 계속 나온다”고 하면서도 무려 3시간 20분 동안 열정적으로 강연을 했습니다. 

 

오늘은 총 5명과 문답이 이뤄졌습니다. 그 중에서 남자를 보면 금방 사랑에 빠지는 것이 고민인 20대 여성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스님의 재치 있는 답변에 강연장은 웃음 바다가 되었습니다. 

 


 

“저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적극적으로 표현을 하는 편입니다. 인생은 짧고, 좋은 게 좋은 거니까요. 제가 보여주고 싶은 게 있으면 보여주고, 주고 싶은 게 있으면 주려 하는데 상대방의 마음과는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불도저 같이 너무 들이대니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특히 한국에서는 데이트를 하거나 연애 감정을 표현했을 때 한국 남자들은 저한테 무섭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독일에 와서 독일 남자를 만날 때 는 아예 처음부터 거리를 두고 만나보았는데 너무 답답했어요. 저는 그저 좋은 걸 좋다고 표현할 뿐이지, 다른 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연인관계로 급하게 가자고 하는 것도 아닌데 제가 철이 없는 건가요?”

 

“그건 질문자 성격이에요. 그런 사람을 만나면 되긴 하는데.”

 

“그런 사람을 찾기가 너무 힘들어요.”(청중웃음)

 

“둘이 똑같이 그런 사람 만나면 불붙고 며칠 있다 끝나요.”(청중웃음)

 


 

“그러면 상대방에게 시간을 좀 더 줘야하는 건가요?”

 

“맞춰야 한다는 거지요. 시간을 주거나 안 주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 상대에게 맞춰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어요. 내가 만약 어떤 여자를 만나는데 그 여자가 나 좋다고 막 덤비면 그게 좋기도 하지만, 겁이 나지 않을까요? 쉽게 말하면 꽃뱀인가 싶어서요. 왜냐하면 나는 상대에 대해서 충분히 모르니까 그렇게 느낄 수 있지 않겠어요?(청중웃음)

 

요즘은 옛날처럼 화끈한 남자들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어요. 왜냐하면 엄마가 양육과정에서 아이들을 워낙 통제하는 경향이 있어서 남자들이 남자답지 못하고 다 쫌생이가 되는 거예요.(청중웃음) 그러니까 좋게 말하면 신중하고, 나쁘게 말하면 쫀쫀해져서 여자가 적극적으로 다가오면 덜컥 겁이 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도망을 갈 수 밖에 없다는 거지요. 게다가 독일 사람은 더 냉정하잖아요. 그러면 질문자가 아예 이탈리아나 스페인으로 가면 어떨까요?“(청중웃음)

 


 

“확실히 브라질 남자들은 저도 무서울 정도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오히려 저보다 더 적극적인 남자들도 많은 것 같고요. 그래도 그건 너무 다가와서……”

 

“적극적인 면도 있지만 책임감이 적지요. 남미의 스페인 남자들은 남녀관계에 있어서 책임감이 적어요. 예를 들어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았을 때 남자는 그 아기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요. 그곳 문화가 그래요. 그러니까 둘 사이에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는 보통 엄마가 키워요. 아주 자연스럽게요. 모든 자연의 동물들은 누가 새끼를 키우죠?”

 

“어미가 키워요.” 

 

“그렇지요. 새끼는 어미가 키우고 수컷은 신경을 안 써요. 교미만 하고 가버려요.(청중웃음)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이 굉장히 적극적인 반면에 책임의식이 좀 없는 편이에요. 반면 독일이나 영국의 남자들은 가정적이고 책임의식이 강해서 신중할 수밖에 없어요. 특히 한국 남자들은 책임의식이 더 강하기 때문에 겁을 내는 거예요. 이런 경우에는 질문자가 알아서 잘 대응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면 제가 이런 부분을 유념해서 감정적으로 조금 더 진정하면 되는 건가요?”

 

“그게 잘 될까요? 질문자의 성질이 그런데. 하루 잘 참았다가 다음날 바로 팍 터질텐데.”(청중웃음)

 

“저는 나름 의식을 한다고 해서 자제를 하는데도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더라고요.”

 

“성질이 그런 것이 나쁜 게 아니에요. 자연스러운 거죠.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나라마다 문화가 달라서 생기는 차이일 뿐이지, 나쁘고 좋고의 문제는 아니에요. 다만 상대가 시간을 원하면 나도 내 감정을 억제하고 기다릴 줄 알고, 상대가 적극적이면 거기에 맞추어 나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되는 거죠. 

 

질문자는 상대가 너무 신중하면 답답하다고 했잖아요? 그런 것처럼 남자도 여자가 너무 신중하면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잖아요. 연애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지요. 같이 해야 하므로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내가 맞추려 하지 않고 무조건 다가가면 상대가 부담을 느껴서 도망을 갈 거고, 반대로 너무 천천히 가면 상대가 오히려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나갈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두 사람이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의 문제지, 특별히 개선해야 할 문제는 아니라는 거예요. 

 

길은 두 가지에요. 질문자가 그런 적극적인 성격의 남자를 찾는다면 독일에서는 열에 한 명 찾기가 어렵지만 이탈리아에 가면 열에 여덟은 찾을 수가 있으니 에스파냐나 이탈리아 또는 포루투갈이나 그리스로 가세요.(청중웃음) 브라질도 포르투갈 계열이라서 거기도 그래요. 아니면 그 중간쯤에 해당하는 선택을 하려면 이탈리아 북쪽에 있는 토리노라든지(청중웃음), 밀라노라든지, 베네치아라든지, 이 쪽은 같은 이탈리아인데도 북쪽이라 성질이 다릅니다. 

 


 

그런데 서로 성격이 안 맞는 사람끼리 결혼할 경우에 자기를 고집하면 갈등이 생깁니다. 오래 못가요. 그렇지만 서로 이해하면 성격이 안 맞는 사람이 더 좋아져요. 왜냐하면 한 사람이 정열적이고 한 사람이 좀 이성적이면 이성적인 사람이 정열적인 사람을 안정시켜주고. 이런 두 사람이 서로 화합해서 가게를 운영하면 정열적인 사람은 주로 영업을 하고 안정적인 사람은 주로 행정사무를 담당하고 조화를 맞추면 아주 좋지요. 그런데 만약 서로 자신만을 고집하면 안 맞게 되는 거예요.  

 

반면에 둘 다 정열적인 사람들은 스파크 일어나듯이 열렬히 좋아하다가 얼마 못 살아요. 또 너무 신중한 사람 둘이 같이 살면 사고는 안나는데 삶이 재미가 없어요. 어떤 부부는 평생 언쟁 한번 안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런 부부들은 재미가 하나도 없어요. 부부 간에는 살다보면 가끔은 성질을 내기도 하는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고고하게 살면 삶이 행복하지 않아요. 밖에서 볼 때는 이상적인 삶이지만 즐겁지는 않아요. 그래서 둘 다 너무 이성적이면 사고는 없이 살지만 행복하지 않고, 너무 정열적이면 얼마 못 살고 깨지기가 쉬워요. 그래도 괜찮아요. 화끈하게 살다가 깨지니까.(웃음)

 

상대의 다른 점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자기를 고집하면 진짜 못살아요. 서로 상대방만을 탓하면서 못살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아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오래 보고 싶어요.”

 

“오래 보고 싶으면 내 감정을 좀 절제하는 게 좋아요. 그런데 오래 보는 게 꼭 좋은가요? 확 보고 며칠 만에 헤어지는 게 더 나은 거 아닌가요?(청중 웃음) 결혼하려고 그러나요, 오래 보는 게 뭐 좋아요?(청중 웃음) 만나서 3개월만 재미있게 지내다 헤어지면 그것도 괜찮은 거잖아요.”(청중 웃음)

 


 

“제 감정이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가버리면 서운하니까요.”

 

“어쩔 수 없지요. 그 사람이 나를 위해서, 내 감정 정리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경우는 없어요.(청중 웃음) 다 자기식대로 살기 때문이니까요. 상대가 떠나면 내가 스스로 감정정리를 해야 하는 거예요. 즉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훈련을 받아야 해요. 이것을 소위 명상이라고 합니다. 들뜰 때 들뜸을 안정시키는 것인데, 이것은 억압하고는 달라요. 억압은 막 욕구가 일어나는데 억누르고 참는 것이에요, 즉 억제하는 것인데 억제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하고 싶은 것 못하고 하기 싫은 것 하면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수행하는 것과 참는 것은 달라요. 수행이라는 것은 곧 ‘알아차림’입니다. 내가 들뜰 때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지요. ‘들뜨지 마라’ 이렇게 억누르는 게 아니라 ‘들뜬다’ 하고 알아차리는 거예요. 욕망이 일어날 때도 ‘내가 지금 욕망에 사로잡히고 있다’ 이렇게 알아차리는 거예요. 화가 날 때도 ‘화를 참아야지’ 하고 억누르는 게 아니라 ‘지금 화가 일어난다’ 하고 알아차리는 겁니다. 

 

화가 난다는 것은 정신분석학적으로 일종의 ‘미친 증상’이에요. 그러니 화가 날 때는 ‘내가 미친다’ 이렇게 알아차리면 돼요.(청중 웃음) 바로 이 ‘알아차림’이 우리 정신 작용 중에 가장 고차원적인 작동이에요. 만약에 내가 지금 낭떠러지를 향해서 가고 있는데 거기 낭떠러지가 있는 줄 모르면 떨어져 죽지요. 그러면 나는 ‘죽게 되어 있다’ 이렇게 운명 지어지는 거예요. 그런데 내가 저 앞에 낭떠러지가 있는 줄 알면 가는 길을 멈출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떨어져서 죽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여러분들이 지금 고집을 부리는 이유는 자신이 고집 센 줄 몰라서예요. 화를 잘 내면서도 자기가 화를 잘 내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내가 약간 좋으면 그걸 표현 못하고는 못 견디는 성격’이라고 고백했는데 그런 성질이 올라오면 스스로 통제가 안 되고 그렇다는 거지요. 그럴 때는 ‘또 시작이구나’(청중 웃음) 하고 참지 말고 알아차리세요. 이걸 억제하면 이튿날 터져버려요. 누르면 다음날 배로 커져버립니다. 그럼 상대는 더 놀라게 되겠죠. 그러니 ‘너 또 시작한다. 들뜬다’ 이렇게 알아차리면 됩니다. 억누르는 게 아닙니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남이 볼 때는 참는 것처럼 보여도 본인은 억압하지 않고 스트레스 없이 절제할 수 있어요. 

 

화가 날 때 화를 내는 것은 자기 성질에 끌려가는 거예요. 성질이 나는데 억제하면 스트레스가 쌓여요. 스트레스가 쌓이니까 두 번 세 번 참았다가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은 최고 세 번 밖에 못 참아요. 그래서 항상 삼 세 번을 얘기하잖아요. ‘보자보자 하니까’ 하면서 세 번째 터지잖아요.(청중 웃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째는 터지게 됩니다. ‘작심삼일’ 하듯이 이 기질을 세 번 이상 못 참아요. 이 성질이 폭발해서 터지면 상대는 더 놀라고 내 성질이 더럽다고 각인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참지 말고 ‘알아차림’ 즉, ‘이런 욕심이 올라오는 구나’ ‘이런 짜증이 나는 구나’ ‘이렇게 들뜨고 있구나’ 이렇게 알아차리기만 하면 끌려가더라도 ‘아, 놓쳤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억제하지 않는 거예요. 그럼 스트레스가 없어지거든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개선됩니다.”

 

“감사합니다.”(청중 웃음) 

 

스님의 답변을 듣고 난 질문자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강연을 마치자마자 질문자에게 다가가 스님의 답변을 들은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철없어 보이는 질문일 수 있었는데, 수행이라는 실천적인 방법으로 이끌어주셔서 정말 좋았습니다. 저는 ‘너무 어려서 그렇다’라는 답변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알아차림이라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셔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간단해 보이지만 매일매일 순간순간의 연습을 요하는 것인데, 오늘부터 실천해 보렵니다.”

 

실천의 의지가 가득 담긴 질문자의 표정에 절로 흐뭇한 웃음이 나왔습니다. 

 

이 외에도 4명이 더 스님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왔다가 28년 동안 요식업을 하고 있다는 여성분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독일과 한국 양쪽에서 이방인이 되었다며 희망을 가지며 살 수 있는 말씀을 스님에게 청했고, 미술 전시 기획을 하고 있는 여성분은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서 교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질문했습니다. 베를린에서 정토불교대학을 다니고 있는 남성분은 불교에서는 욕구가 괴로움의 뿌리라고 하는데 욕구가 없으면 목표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며 일과 수행을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물었고, 아이를 안고 온 30대 여성분은 아이를 다 키우고 나면 다시 사회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근심걱정을 질문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애정을 갖고 답변해 준 스님에게 청중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강연이 끝나자 곧바로 책사인회를 가진 후 강연을 준비한 베를린정토회 회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두들 “작은 역할이라도 맡아 잘 쓰일 수 있어서 즐거웠다”며 얼굴에 환한 웃음을 머금었습니다. 

 


▲ 베를린정토회 회원들

 

특히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 중에는 독일인 남자들도 함께 섞여 있었는데요. 아내가 스님의 법문을 듣고 조금씩 행복해져 가는 모습에 감동을 해서 매번 스님이 올 때마다 강연 봉사활동을 자처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는 독일인 남자 두 분의 모습이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는 독일인 남편 두 분. 

 

내일은 새벽 6시에 베를린 중앙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합니다.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서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지난 1년 동안 독일에서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반을 마친 사람들을 위해 졸업식과 수계식이 있습니다. 이어서 저녁 6시 30분부터는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교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 법륜 스님의 쉽고 명쾌한 강의를 통해 불교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정토불교대학'이 가을 학기 신입생을 모집합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전체댓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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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원

스님 건강하게 잘다녀오세요. 좋은글 항상감사합니다.

2016-09-09 23:21:14

차나무

우리 스님 레알 멋쟁이심~^6^~

2016-09-09 09:48:34

황소연

감동 감동 감동^^ ^^ ^^
가볍게 풀어주시는 스님의 말씀에 깊은 애정을 느낍니다^^

2016-09-08 1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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