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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실현하고자 서원을 세우고 시작한 정토회 만일결사 중 제 8차 천일결사 9차 백일기도 회향식과 10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열리는 날입니다.
행사가 열린 김천 실내체육관은 전국에서 출발한 정토회 회원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주차장에는 130여 대의 버스가 정차하였습니다.
전국을 뜨겁게 달군 폭염이 가을의 문턱에서 좀 수그러드는가 했지만, 오늘은 다시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면서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늦더위에도 불구하고 10차 백일기도의 힘찬 출발을 위해 5100여 명의 대중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먼저 참가자 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100일 만에 다시 도반들을 만나는 반가운 시간인데요. 지역이 차례대로 호명되자 각 지역별로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해 온 퍼포먼스와 구호로 재미있게 자신의 지역을 소개를 했습니다. 대부분 ‘통일’에 대한 열망을 구호로 표현한 지역이 많아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연습이 부족했는지 너무 어설퍼서 큰 웃음을 선사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백일출가 28기 행자님들의 합창 공연이 있은 후 지난 백일 간의 발자취를 영상으로 만나 보았습니다. 수행, 보시, 봉사로 가득 채워진 정말 많은 행사들이 펼쳐졌음에 정토행자들은 가슴이 뿌듯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28기 백일출가 행자님들의 합창 공연
지난 백 일 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행해 온 두 분의 수행담을 들은 후 법륜 스님을 모시고 8-9차 백일기도를 마무리하는 회향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회향 법문을 통해서 수행을 하기 위해서는 ‘알아차림’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수행을 시작하고 적어도 백일이 지나야 나에 대해서 내가 조금 알게 됩니다. 옛날에 누가 날더러 ‘고집이 세다’라고 했을 때는 ‘내가 왜 고집이 세? 난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지 고집이 센 사람이 아니야(모두 웃음). 내가 고집이 세다면 당신은 또 어떻고? 이 세상에 나만큼 고집 안 센 사람이 누가 있어?’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누가 나더러 ‘당신 짜증이 많다’라고 하면 ‘내가 언제 짜증을 냈는데? 또 냈다 한들 나만 짜증내나? 당신은 짜증 안 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내가 나의 성질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설령 인정한다 하더라도 ‘나만 그러나? 너는 안 그래? 사람이 다 그렇지!’ 이렇게 합리화하기가 쉬웠어요.
그런데 백 일 정도 수행을 하면 ‘아, 내가 성격이 좀 급하구나’, ‘내가 짜증이 좀 많구나’, ‘내가 고집이 좀 있구나’, ‘내가 집착을 좀 하는구나’ 이렇게 내 성격에 대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원래 있는 것을 조금 알아차리게 됩니다. 인생의 변화는 사실을 사실로 알아차리는 때부터 시작됩니다.
인간 뇌의 정신작용 중 가장 위대한 것은 온갖 지식을 기억하고 쌓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정신작용 중 가장 위대한 작용은 사실을 사실대로 알아차리는 겁니다. 내가 넘어졌을 때 넘어진 것을 알아차리면 일어날 수가 있고, 내가 가다가 가는 줄 알아차리면 멈출 수가 있고, 내가 멈춰 있을 때 멈춰 있음을 알아차리면 다시 나아갈 수가 있습니다. 내가 고집이 센 줄 알아차리면 고집을 내려놓을 수 있고, 내가 화를 낼 때 화나는 줄 알아차리면 화를 멈출 수 있습니다. 알아차림 그 자체가 바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알아차림이 있으면 변화의 시작이 가능해 집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기억을 저장하는 능력이 방대해도 아직 이런 알아차림의 능력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돌이키고 변화시키는 힘은 없습니다. 그런 변화를 가져오려면 늘 사람이 외부에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부처님이 발견한 가장 위대한 것이 바로 이 알아차림, 정념(正念)입니다. 바르게 알아차림이 이루어지려면 마음이 고요해야 합니다. 마음이 흥분되고 들뜬 상태에서는 자기 성질대로 가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들뜨지 않고 고요한 상태, 마음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 그리고 마음이 뚜렷이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상태에서는 비록 과거에 지은 인연의 과보로 어떤 욕망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 욕망의 일어남을 알아차리고 또 알아차리기 때문에 그 욕망에 끌려가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자기 운명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습니다. 즉 자기 까르마 혹은 자기 업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성질’이라고 말하는 것은 고쳐질 수 없기 때문에 ‘성질’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내가 고치고 싶다고 해도 잘 고쳐지지 않으니까 ‘아이고, 그게 그 사람의 성질이잖니?’라고 합니다. 자유로이 변화시킬 수가 없고 그냥 그렇게 나타나는 그것을 두고 우리는 ‘성질이다’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그 성질을 고칠 수 없다면 우리의 삶은 운명 지어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그 성질을 고칠 수 있다면, 즉 변화시킬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운명 지어져 있지 않습니다. 변화가 가능합니다.
부처님의 깨달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자기의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을 제시하셨기 때문입니다. 신이나 전생, 사주에 속박 받고 있던 인간에게 그 모든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참 자유의 길을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화내고 짜증내고 욕심내고 어리석어 괴로워하는 것이 사람의 당연한 성질이라고 하는 삶, 늘 고뇌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그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했기 때문에 가장 위대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그 길을 스스로 찾아내셨고, 스스로 증득하셨고, 몸소 우리에게 보여주시어 우리도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참 자유와 행복으로 가는 길의 가장 핵심이 바로 알아차림입니다. 방금 수행담에서 발표했듯이 아직 큰 변화는 오지 않았지만 괴로움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거기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은 알아차림이에요. 내가 불안할 때 ‘아, 내가 지금 불안해하고 있구나’ 하고 불안함을 알아차리고, 내가 욕심낼 때 ‘내가 욕심내고 있구나’하고 알아차리고, 내가 집착할 때 ‘내가 집착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그 집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첫 발이 됩니다. 알아차린다고 저절로 벗어나지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알아차림은 거기로부터 벗어나는 첫 발이 됩니다.
그래서 매일 하루 1시간 수행하는 것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꾸준히 해야 알아차리는 힘이 점점 생겨납니다. 우리는 늘 마음이 이랬다저랬다 하잖아요. 그런데 어떤 일을 꾸준히 하면 이 변덕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억지로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아차리는 힘이 점점 커져요. 그렇게 매일 수행을 하는 가운데 깨달음의 장이든, 나눔의 장이든, 명상수련이든, 4박 5일 수련까지 다녀오게 되면 효과가 배가됩니다. 수련 프로그램들의 이름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 핵심은 알아차림이에요.
‘남의 말을 들으며 말귀를 제대로 알아듣느냐?’
‘네 발걸음을 네가 제대로 알아차리느냐?’
‘네가 밥 먹을 때 음식의 맛을 제대로 알아차리느냐?’
‘네 마음이 흥분될 때 흥분되는 걸 알아차리느냐?’
수련 프로그램에 따라 연습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같은 점은 알아차림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백일기도 중에 그런 4박 5일 수련을 덧붙이면 알아차림이 훨씬 더 쉬워집니다. 기존 입재자 분들도 오늘부터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수행하겠다고 발심을 하셔야 해요.
그리고 오늘 처음 입재한 분들은 앞으로 백일을 잘 넘기셔야 합니다. 그래야 수행자의 길에 들어설 수가 있어요. 지금까지는 신자였지 수행자가 아니었습니다. 신자는 내가 내 인생을 스스로 못 살아서 남의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에요. ‘부처님, 하느님, 산신령님, 옥황상제님, 저 좀 도와주세요’, ‘돈 벌게 해주세요’, ‘좋은 아내, 좋은 남편 만나게 해주세요’, ‘시험에 합격하게 해주세요’, ‘인기 얻게 해주세요’ 이렇게 자기 인생을 자기가 못 살고 남에게 빌어서 이루려는 사람이에요. 빌 때는 제물도 좀 갖다 바치면서 복을 비는 게 신자예요. 수행자는 내 인생의 문제를 남에게 의탁하지 않습니다. 나의 고뇌와 속박이 나의 어리석음으로부터 오는 줄을 알아차려서 스스로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지는 길로 가는 사람이 수행자입니다.
또 여러분들을 대승 수행자입니다. 소승 수행자는 자기해탈에만 집중되어 있지만 대승 수행자는 자신의 수행을 통해서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맛보고서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이 이 좋은 길을 가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법을 전하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함께 자유와 행복의 길로 가자는 마음을 낸 사람이 대승 수행자예요. 이 대승 수행자를 보디사트바, 보살(菩薩)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여한 여러분들은 다 보살이 되고자 모였어요. 그러니 다른 사람도 이 길을 가도록 이 좋은 법을 널리 전해서 인연을 맺어주는 일을 함께 해야 합니다. 그래서 입재식과 회향식을 할 때는 반드시 실천과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번 백일 동안에는 ‘이 좋은 법을 다른 사람 100명에 전하자,’ ‘강연이 있을 때 지인 한 사람을 데려와서 같이 듣자’ 이렇게 실천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대승 수행자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잘 하실 수 있겠죠?”
“네.”
알아차림의 중요성을 많이 느낄 수 있었고, 대승 수행자의 자세 또한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볼 수 있었습니다. 대중들은 큰 박수로 스님의 법문에 화답했습니다.
점심 시간에는 체육관 외부 마당에 다양한 부스가 마련되어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에코붓다 부스에서는 환경상품 판매와 인증샷 찍기 이벤트가, JTS 부스에서는 빈곤퇴치 모금캠페인이, 좋은벗들 부스에서는 신한촌 역사회복재건 모금캠페인이, 정토출판 부스에서는 새책 ‘날마다 새날’ 판매와 나에게 편지쓰기 이벤트가, 천일결사 부스에서는 108배 하는 방법 안내, 평화재단 부스에서는 헌법 바로 알기 퀴즈와 율동, 백일출가 부스에서는 사진전이 펼쳐져 다채로운 열기를 뿜어내었습니다.
▲ 평화재단 부스, 헌법 바로 알기 캠페인
▲ 정토출판 부스, 스님의 새책 '날마다 새날' 홍보
▲ 에코붓다 부스, 환경실천 약속하고 인증샷 찍기
오후에는 10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열렸는데요. 경주정토회에서 준비한 ‘통일축제한마당’과 함께 아주 흥겹게 새로운 백일을 시작했습니다. 남북이 통일이 되었다는 가정하에 통일을 자축하는 의미로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오늘도 저희 유라시아 횡단철도를 이용해주신 승객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번에 내리실 역은 평양, 평양역입니다.”
이곳이 평양이라는 설정에 대중들은 환호했습니다. 사회자가 “통일이 되어 기쁘신가요?”라고 묻자 큰 함성으로 대답이 쏟아졌고 곧바로 북한의 모란봉 합창단 공연과 남한의 걸그룹 아이오의 ‘픽미업’ 공연, 풍물놀이 공연이 차례대로 이어졌습니다. 깜찍한 율동에 순식간에 행사장은 웃음 바다가 되었습니다.
▲ 통일축제한마당
통일축제한마당을 보고 나니 정말 통일이 된 것 같았습니다. 아울러 전쟁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는 지금의 남북관계를 하루빨리 청산하고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도록 하자는 간절한 마음도 함께 들었습니다.
다음은 오늘 처음 입재식에 참여한 분들을 위한 예비천일결사자 결의식을 가졌습니다. 예비 천일결사자들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 1시간 수행할 것과 가난한 이웃을 위해 하루 1000원씩 보시할 것, 하루 한 가지 봉사할 것을 다짐한 후 법사님들로부터 염주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천일결사자가 될 것을 서원한 대중들을 위해 스님은 간절한 마음으로 축원 기도를 해준 후 다시 한 번 대중들의 다짐을 확인하는 질문을 했습니다.
“제가 지금부터 묻는 질문에 다시 한 번 대답해 보세요. ‘오늘 입재했으니 백일은 그만두고라도 내일 하루는 기도하겠습니다’ 하는 사람 손들어보세요.“
(대부분 손을 듬)
“굉장합니다. ‘제가 아무리 못해도 작심삼일은 넘기겠습니다. 즉 백일은 그만두고라도 4일은 하겠습니다’ 하는 사람 손들어보세요.”
(손 드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듬)
“벌써 10분의 1도 넘게 떨어져나가 버렸어요.(모두 큰 웃음) ‘오늘 약속을 했으니까 백일은 꼭 하겠습니다’ 하는 사람 손들어보세요.”
“‘오늘 입재식 한 뒤 깜빡 잊어버려서 하루도 정진을 안 했다 하더라도 다음 회향식에는 꼭 오겠습니다’라고 약속한 사람 손들어보세요.
장난삼아 그냥 손든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스님하고 약속해서 안 지키면 지옥 가요.(모두 웃음) 그러니 오늘 약속한 걸 모두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다리를 다쳤으면 고개라도 숙여서 기도하고, 초상이 났으면 울다가도 기도할 시간이 되면 화장실에 가서 기도하고 오면 됩니다. 꼭 한다는 원칙만 지키세요. 여행을 다니든, 몸이 아프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일체 바깥 경계에 상관없이 아침에 눈 뜨면 기도를 하는 거예요. 아침에 눈을 떴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잖아요. 살아있는 기념으로 기도를 하는 거예요. 이렇게만 하면 백일이 지났을 때 자연스럽게 백일 기도가 다 되어 버립니다.”
“네.”
살아있는 기념으로 아침에 눈 뜨면 기도부터 한다는 한 가지 원칙만 지키면 된다는 간단한 방법에 대중들도 활짝 웃었습니다.
이어서 10차 백일기도 입재 법문을 스님에게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10차 백일기도 기간 동안 정토회의 모든 대중들이 합심하여 ‘국민 행복 운동’을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동시에 이루어진 나라가 전 세계에 몇 안 되는데 그 중에서도 규모가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싱가폴이나 대만이나 홍콩은 도시국가잖아요. 경제만 갖고 이야기하면 대한민국은 총 GDP가 세계 13위, 무역 규모는 세계 10위, 1인당 GDP는 세계 28위 수준인 성공적인 나라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대통령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20개 강대국의 모임인 G20에 떳떳이 참가해서 연설을 하잖습니까?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행복하냐를 물어보면 전혀 대답이 달라져요. 청소년들, 즉 학생들이 대답한 행복도는 OECD 국가 중 꼴찌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국민들의 평균 행복도는 세계 200여 개 나라 중 117위예요. 노인 빈곤률은 OECD 국가들 중 최악입니다. 남녀 불평등을 비롯한 다른 여러 지표들도 거의 제3세계 수준이어서 도저히 성공한 나라라고 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경제적으로 성공했고 민주사회를 이루었는데도 왜 우리 국민의 행복도는 이렇게 낮을까요? 아직도 더 민주화되어야 하고 경제적 성장이 더 필요할까요? 예,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제 이것만 갖고는 안 됩니다. 그래서 민주화와 경제적 성장에 더해 다른 운동이 필요해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이 바로 이런 국가적 과제, 시대적 과제에 적극적으로 부응해서 국민 행복도를 높이는 ‘행복하기 운동’을 펼쳐야 합니다.
행복하려면 첫 번째로는 수행을 해야 하고, 두 번째로는 사회적 모순을 해결해야 해요. 빈부격차를 줄여야 하고,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노인 빈곤률을 줄여야 하고, 남녀 임금차별을 극복해야 합니다. 말만 선진국이지 차마 내세우기 부끄러운 이런 수많은 사회적 모순들, 그래서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고 말하는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는 운동을 우리가 해나가야 합니다. 이제 국가만 발전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행복해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국민은 괴로워도 된다는 논리로 밀어붙일 때가 많습니다. 지금 우리가 모여 있는 이곳 김천 시민들도 많은 고통을 겪고 있어요. 개인들이 뭘 잘못해서 생긴 괴로움이 아니라 국가의 이름으로 국민을 괴롭히는 일이 발생하는 거예요.
더 이상은 이대로는 안 됩니다. 물론 국가도 발전해야 하지만,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에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국민이 행복하려면 민주화도 더 해야 하고, 성장도 더 해야 하고, 제도적 변화도 더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수행 운동입니다. 수행이 전제되지 않은 사회운동만 가지고는 행복도를 높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정토회 회원들은 오늘 이 입재식을 마치는 대로 ‘내가 행복하기 운동’을 먼저 하고 ‘우리 주위도 함께 행복하기 운동’을 해서 이 좋은 부처님의 법을 널리 전해야 합니다. 불교라는 울타리 때문에 장애가 된다면 그 울타리를 허물고, 정토회라는 이름이 장애가 된다면 정토회도 허물어야 합니다. 상대가 개신교를 믿든 천주교를 믿든 종교가 없든, 젊은이든 노인이든, 남자든 여자든, 건강하든 장애가 있든, 모든 차별을 떠나서 이 부처님의 법은 괴로운 그들에게 양약이 됩니다. 이렇게 그들도 누구나 불법의 혜택을 입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우리가 이 좋은 법을 널리 전하는 것을 8차 천일결사의 마지막에 다다른 이번 10차 백일기도의 과제로 정했습니다. 그러니 오늘 이 자리에 참여한 모든 사람은 이 좋은 법을 매일매일 한 명에게 보내는 운동을 하면 좋겠습니다. 하실 수 있습니까?”
“예!”
“개인 수행을 제외한 우리의 지금 과제는 평화와 통일이에요. 지금 한반도에 국지적 분쟁이라 해도 전쟁이 날지도 모를 만큼 긴장이 고조돼 있습니다. 조그마한 분쟁이라도 일어난다면 우리에게 닥칠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 땅에 절대로, 다시는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태도를 가지고 평화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경제와 사회의 성장이 정체되어 꽉 막힌 상태에서 돌파구를 뚫고 나가려면 통일만이 길입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통일 캠페인을 더 많이 벌여야 해요. 대통령께서 통일대박론을 내걸어서 통일이 되나 했더니 지금 대박이 될지 쪽박이 될지 오락가락합니다.(모두 웃음) 대박론을 내걸었지만 쪽박이 되어 가고 있는데, 쪽박이 안 되도록 우리가 나서봅시다. 대박이 되도록 우리가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예요. (모두 박수)
여러분들 뉴스 보셨어요? 두만강변에 엄청난 홍수가 났다는 소식 들었어요? 오늘 아침에 제가 연변에 있는 조선족 어르신들한테 전화를 했더니 두만강이 불어가지고 북한과 중국 사이의 다리가 물에 잠길 정도였대요. 둑이 터져서 물이 넘어오면 물바다가 되니까 도문시에 사는 사람들이 흙 포대를 가져와서 둑을 쌓고, 1층 사는 사람들은 다 피난을 가는 등 전부 바짝 긴장했는데 물이 안 넘어왔대요. 왜 안 넘어왔을까요? 비가 적게 와서요? 아니요. 북한 쪽 둑이 터져버린 거예요.(모두 탄식)
북한쪽 둑이 ‘팍!’ 터져서 물이 전부 북한쪽으로 가버리니까 중국 쪽은 괜찮았다는 거예요. 제가 며칠 전 중국에 역사기행을 갔을 때 중국에서 계속 둑을 높이 쌓는 걸 보고 ‘아이고, 중국이 돈이 있다고 해서 둑을 저리 높이 쌓으면 홍수 났을 때 물이 다 북한으로 가서 북한의 들판은 다 잠겨버릴 텐데 어쩌지?’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되어 버렸어요. 지금 북한 쪽은 둑이 터져서 집들이 전부 다 잠겨 지붕만 보인대요.
중국 쪽의 둑이 안 터졌다고 해도 홍수 피해는 많아요. 훈춘 지역은 물바다가 돼서 전부 집을 버리고 학교에 와서 사흘째 집에도 못 가고 있는 형편이래요. 그래서 제가 ‘이불이나 구호품을 좀 마련해서 보내줄게요’라고 했는데 조선족 어르신들이 마음이 참 착해서 이렇게 대답을 했어요.
‘스님, 중국은 그래도 우리가 나서서 헌 옷이나 헌 이불이라도 나눠줄 수가 있지만 저 강 건너 조선은 양식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걱정이에요. 우리보다도 저기가 더 급하니까 저쪽부터 어떻게 좀 도와주면 안 되겠습니까?’
그러면서 북한 쪽에서 ‘양식 들고 빨리 산으로 올라가라’ 이런 방송이 나오더래요. 양식만 좀 챙겨서 얼른 뒷동산으로 피하라는 거예요.
지금 남북관계가 이렇게 경직되어 있지만 당장 내일 아침에 통일부에 전화해서 ‘북한에 큰 홍수가 나서 이렇게 피해가 심한데 구호품 정도는 좀 보내주면 안 되는지?’ 물어보려고 해요. 아마 안 된다고 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건 옳은 대응은 아니지 않습니까? 아무리 서로 원수같이 여긴다 해도 홍수가 나서 이렇게 어려운데 긴급구호품도 주지 말라고 하는 건 너무 하지 않나 싶어요. 오늘 밤에 여러분들이 기도를 많이 해서 제가 내일 아침에 통일부에 전화했을 때 ‘보내도 괜찮다’ 이렇게 허락이 떨어지면 좋겠어요.(모두 박수)
그래도 안 된다고 하면 못 해요. 우리는 대한민국에 사니까요. 정부가 안 된다고 하면 저는 내일부터 외국에다가 하소연을 하려고 해요. 오늘 밤에 출발해서 내일부터 해외 강연을 하니까 미국과 유럽에 있는 교포들에게 ‘좀 도웁시다’라고 청해서 모금을 해보려고요. 해외에서 모금해서 보내면 보내기는 가능하지만 양이 얼마 안 되긴 합니다. 어쨌든 지금 그런 어려움이 있으니까 여러분들이 캠페인을 벌여서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수행입니다. ‘스님, 그럼 수행은 안 하고 긴급구호만 하면 됩니까?’라고 하면 안 돼요. 정토회의 모든 사회 실천 활동은 수행자로서 하는 거예요. ‘나는 법을 전하는 사람입니다’라고 하지 않고 ‘나는 법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라고 하잖아요. 수행자는 자기 수행을 우선적으로 하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법을 전하는 사람입니다. 사회 실천 활동을 하더라도 신경질을 내면 수행자가 아니라는 말이에요.
어떻게 하면 우리 국민들을 좀 더 행복하게 할 수 있을지 연구해서 캠페인을 벌여봅시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국민행복도 117위를 내년 봄에는 100위쯤, 내년 연말에는 50위쯤, 그리고 9차 천일결사가 끝날 무렵에는 1위까지는 못되어도 GDP 순위인 28위 정도까지는 올라올 수 있도록 해봅시다. 그래서 산업혁명은 박정희 대통령과 산업역군들이 했고, 민주화 운동은 김대중, 김영삼 두 대통령과 학생들이 했다고 하면, 국민 행복은 정토회가 했다고 역사가들이 말할 수 있도록 해봅시다.(모두 환호, 박수)
그리고 이 국민 행복을 기반으로 해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도록 우리가 한번 이끌어봅시다. 그렇게 되려면 우리가 웃으면서 행복하게 이 운동을 해야지, 인상 쓰고 해서는 안 돼요. 그렇게 모든 국민들을 위해서 회향하는 마음으로 이 마지막 백일을 정진해보자는 말씀을 드립니다.”(모두 박수)
국민들을 위해 회향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백일을 정진해보자는 말씀에 대중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실천을 다짐했습니다. 정토회의 발전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인 국민 행복을 위해 발벗고 나서보자는 스님의 간곡한 외침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이 열의를 모아서 대중들은 10월부터 전국 150개 도시에서 ‘행복학교’를 열어보기로 했습니다. ‘행복학교’는 국민이 행복하고 대한민국이 발전하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동네마다 주민센터나 까페에 모여서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는 모임입니다. 대중들은 ‘행복학교’라는 취지가 너무 마음에 든다며 벌써부터 행복학교를 열어갈 생각에 무척 설레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어서 정토회의 꽃인 각 법당 담당자들로 구성된 새물팀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새물팀은 지난 여름 35도를 넘나드는 폭염보다 더 뜨거운 열기로 매일 300배 수행정진을 했다고 합니다. 정진으로 달구어진 담당자 새물팀 300여 명은 무대 위와 2층 펜스 주위를 빙 둘러싸고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며 ‘아, 대한민국’ 노래를 열창했습니다.
▲ 담당자 새물팀의 공연
사홍서원을 끝으로 8-10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과 대중들은 손에 손을 맞잡고 산회가 노래를 부르며 백일 뒤에 만날 것을 기약했습니다. 백일 뒤에는 지난 1000일을 마무리하는 정토회 제8차 천일결사 회향식이 열릴 예정입니다.
행사를 마친 후 스님은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밤 12시 30분에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아부다비를 경유하여 현지 시간으로 9월5일 오후 1시 30분에 독일 베를린 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인천에서 아부다비까지 9시간, 경유하는데 4시간, 아부다비에서 베를린까지 5시간, 장장 18시간 동안 이동을 합니다. 항공 경비를 절약하려다 보니 긴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게 되었습니다.
9월5일부터 26일까지는 해외 즉문즉설 강연이 독일, 프랑스, 영국, 캐나다, 미국의 21개 도시에서 펼쳐집니다. 매일 1개 도시에서 1개의 강연이 열립니다. 현장에서 생생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해외 21개 도시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하며 스님이 인천공항에서 남긴 인사말씀을 동영상으로 담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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