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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동북아 역사기행 4일째를 맞이하여 압록강을 따라 이동하면서 강 건너편 북한 땅을 보며 ‘북한의 현실’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4시 50분까지 버스에 탑승하여 5시 정각에 출발 했습니다. 버스가 출발하자 송수신기를 통해 스님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잘 주무셨어요?”
“네!”
5시에 백산을 출발한 버스는 6시에 림강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아침식사는 식당에서 먹지 않고 림강의 새벽시장을 찾아가 1시간 동안 각자 사먹는 것으로 했습니다. 점심식사도 이동 중에 하기로 해서 아침도 먹고 점심 먹을 것까지 사놓아야 해서 대중들의 발걸음도 바빴습니다.
▲ 림강 새벽 시장
죽, 만두, 빵, 옥수수 등 갖가지 음식들을 먹거나 구입하고 나니 순식간에 1시간이 다 지나갔습니다. 새벽 시장임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모습이 참 신기했습니다. 중국은 어디를 가도 새벽 시장이 이렇게 발달해 있다고 합니다.
중국의 새벽 시장 구경을 마치고 이제 기행단은 림강을 출발해 압록강 상류를 향해 4시간을 올라가는 여정을 가졌습니다. 압록강은 우리 민족의 장구한 역사와 함께 흘러온 강입니다. 70년 전까지는 남과 북 구분 없이 모두가 건넜던 그 푸른 강물을 이제는 먼 나라 손님처럼 그저 바라만 봐야 한 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림강에서 백두산 최상류까지 올라가면서 많은 계곡 물들이 압록강으로 합류하게 되는데 특히 중국 쪽에서 흘러드는 계곡 물은 차례대로 번호를 붙여 24도구로 구분하고 있다고 합니다. 6도구, 8도구 등 하나씩 지나갈 때마다 스님이 알려주어서 현재 기행단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대략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압록강으로 접어들면서 가장 먼저 만난 장면은 중국의 압록강변 준설 공사 모습이였습니다. 중국 쪽은 개발이 되어서 자꾸 도로를 넓히고 둑을 쌓으니까 오히려 물이 자꾸 북한 쪽으로 흘러가서 평소에는 괜찮지만 홍수라도 나면 북한 쪽으로 그 물이 다 밀려가도록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흥기하는 중국과 가난한 북한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 준설 공사를 하고 있는 중국 쪽 강변
버스 차창 밖으로는 맑고 깨끗한 하늘 아래 손에 닿을 듯 너무나도 가까운 북한 땅이 보였습니다. 소를 치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만약 창문을 열고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넸다면 우리네 말로 대답이 돌아왔을지도 모릅니다.
압록강 너머의 북한 땅은 온통 뙈기밭으로 개간되어 있었습니다. 사람이 서 있기도 힘든 가파른 곳에 옥수수, 콩 등 작물을 심었고, 산에 있어야 할 나무들은 혁명 전적 유적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보이지 않아 중국의 울창한 산림과 너무나 대비가 되었습니다.
▲ 북한의 뙈기밭
스님은 “많은 북한 주민들이 출근하기 전이나 퇴근 후에 뙈기밭을 열심히 일군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직장 일에 집중하기 보다는 각자의 뙈기밭에 기대서 식량을 마련하다고 하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스님도 ‘문전옥답에 인력이 효과적으로 쓰여야 할 텐데, 산비탈에 가서 농사를 지으니 생산량이 떨어질 수밖에요. 먹고살기 위한 몸부림은 이해가 되지만 소중한 인력이 얼마나 낭비되고 있습니까?’라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간혹 보이는 집들은 아주 낡아서 한눈에도 남루함이 느껴졌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맑아서 빨래하는 주민들, 물놀이 하러 나온 아이들을 많이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 빨래와 물놀이를 하러 나온 북한 혜산시 주민들
스님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멍하니 북한 땅을 바라보고 있는 대중들에게 북한이 왜 이렇게 어렵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저렇게 급락한 원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외부적 요인인데, 공산권인 동유럽의 붕괴와 중국의 시장경제화가 그것입니다. 동유럽이 붕괴되었기 때문에 북한은 수출할 시장이 없어졌는데, 여기에 중국이 그동안 외상거래를 주다가 현금거래를 갑자기 요구하니까 1,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북한이 보유하던 외화가 고갈된 겁니다. 그래서 에너지 자원을 수입할 수도 없었고, 그래서 바로 비료와 비닐 공장이 멈췄고, 이것이 다시 농업에 타격을 줘서 식량위기가 초래된 것입니다. 그래서 에너지 문제가 참 중요한 문제인데, 우리 경제도 만약 에너지 산업에 위기가 온다면 하루 아침에 망할 겁니다. 북한은 망할 때 경착륙을 했는데 우리도 북한처럼 급전직하할 거예요.
두 번째는 내부적 요인인데, 북한이 남한에 대해 지나친 경쟁의식을 가지고 88년 서울올림픽 때 자기네 형편에 맞지도 않게 평양을 개발하다 보니까 비생산적 투자를 많이 하게 된 것이 원인입니다.
세 번째는 지나친 군비경쟁을 했다는 것입니다. 남한엔 세계 최강의 군대를 가진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또 한국경제가 성장하면서 최신무기를 도입하니까, 북한도 무리하게 군비를 증강시킨 겁니다. 우리는 예산의 10%, 즉 GDP의 3%를 투입했지만 북한은 GDP의 30%를 투입했거든요.
▲ 북한의 뙈기밭
이 3가지 요인이 북한경제의 발목을 잡은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는 대량 아사의 원인이 홍수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중에 업친데 덮친 부차적인 일이었어요. 어쨌든 위 세 가지 요인 때문에 결국 북한에서는 대량 아사 사태가 일어났고, 탈북자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북한이라는 나라는 거의 망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만약 북한이 유럽식 공산주의 국가였다면 벌써 붕괴됐을 겁니다. 공산주의 이론으로 봐도 하부구조인 경제가 붕괴되었으니까 상부구조인 정치도 붕괴해야 되는데, 북한이 아직 완전히 붕괴되지 않았다는 건 어찌 보면 북한이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증거일지도 모르겠어요. 즉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라기보다는 오히려 왕조국가에 비견될 수 있습니다.”
스님은 북한 식량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단순히 뙈기밭을 구경하고 가슴 아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행동하기 위해서 역사기행을 온 것임을 아마도 스님은 거듭 강조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행이 이번 기행단은 그 일을 하기 위해서 모인 통일의병들이 주축이 되어 있습니다. 스님의 간절한 호소에 통일의병들은 더욱더 힘찬 결의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스님이 이야기하는 동안에 압록강을 타고 저 멀리서 나무를 운반하는 뗏목이 내려왔습니다. 정말 장관이였습니다. 오징어처럼 머리가 쭈삣하도록 해서 앞에서 조정을 하면서 내려왔습니다. 스님이 “통일이 되면 사흘 정도 압록강에서 저 뗏목을 타고 내려와보면 참 좋겠죠?” 하고 물으니 통일의병들은 “네” 라고 크게 대답했습니다.
▲ 뗏목을 만들어 나무를 운반하고 있는 모습
그러자 스님은 “이렇게 좋은 버스 타고 다니는 것도 힘들다고 하면서 뗏목이 과연 타질까?” 하며 웃었습니다. 뗏목은 이렇게 7~8차례에 걸쳐 연달아 내려오면서 연신 탄성을 자아내었습니다.
긴 시간을 달려 버스는 어느덧 장백현에 도착했습니다. 장백에는 발해시대의 탑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영광탑이 있습니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45도 경사의 계단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하나하나 밟고서 20분 정도 올라가니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영광탑이 우뚝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 발해시대의 영광탑
정성껏 예불 공양을 올린 후 곧바로 평화와 통일에 대한 발원을 스님이 해주었습니다. 대중들도 스님의 간절한 발원을 가슴에 새기며 광활한 만주벌판을 누빈 발해인들의 기상을 이어받아 새로운 통일코리아를 열어갈 것을 함께 다짐했습니다.
발원기도 후 스님은 “발해시대의 탑이 다 없어졌는데 이 탑 만이라도 웅장한 모습으로 산 정상에 있다는 것은 우리들에게 큰 복이다”라고 하면서 올라온 김에 함께 기념사진을 찍자고 했습니다. 모두들 활짝 웃는 모습 속에서 편안하지만 힘찬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양강도의 수도인 혜산을 내다보며 이곳에서 20년 전 좋은벗들이 북한난민 돕기를 했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춥고 배고픈 난민들을 도왔던 이야기에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 탑산에 올라 바라 본 북한 혜산시 전경
버스는 드디어 점점 백두산에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압록강 상류로 갈수록 강폭은 좁아지고 나중에는 작은 냇가처럼 좁아졌습니다. 몇 발자욱만 건너뛰면 곧 넘어갈 수 있는 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백두산의 깊은 산속으로 들어와 서쪽 문 밖 송강하 지역에 도착해 저녁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 저녁 식사를 하기 전에 강의를 먼저 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내일 오르게 될 백두산에 대해 설명을 한 후 오늘은 하루 종일 북한 땅을 보면서 왔는데 북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과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연을 했습니다.
“북한은 지금 자기 체제를 유지하기에 급급하고, 경제적인 여유도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오늘 압록강 강변에서 봤듯이 중국 쪽은 개발이 되어서 자꾸 도로를 넓히고 둑을 쌓으니까 오히려 물이 자꾸 북한 쪽으로 흘러가서, 평소에는 괜찮지만 홍수라도 나면 북한 쪽으로 그 물이 다 밀려가도록 되어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강은 손을 안 대기로 약속하든지, 아니면 강변으로부터 10미터만 손을 대고 더 이상은 대지 말자든지 했어야 되는데, 지금 북한으로서는 압록강이 자기네 최변방이니까 관심을 가질 만한 지역이 아닌 겁니다. 여유가 좀 있어야 그런 것에도 관심을 가질 텐데, 현재 나라의 운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니까 이런 것들을 전혀 체크하지 못하는 겁니다.
북중 국경 협약에 따라 압록강에 있는 작은 섬들은 모두 북한의 것이에요. 그런데 강이 중국 쪽으로는 조금 흐르고, 북한 쪽으로는 많이 흐르는 이런 섬들이 많아요. 그런데 강변 공사로 중국 쪽에 물이 안 흐르면 이 작은 섬이 중국 땅이 될 수도 있잖아요.
이런 게 분단의 아픔이겠지요. 저것은 본래 우리 것인데도 중국이 제 것인 양 마음대로 쓰잖아요. 예를 들어 내 아내의 물건인데도 불구하고 부부가 철천지 원수가 되면, 아내가 남편한테 안 빼앗기려다가 엉뚱한 사기꾼한테 그 물건을 빼앗기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러니 이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도 전민족적인 이익을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하고, 경제적으로 발전시킬 책임만 있었습니다. 즉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대한민국의 안보와 발전만 생각하면 됐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북한까지 포함한 우리 민족 전체의 안보와 발전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북한은 지금 제 앞가림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니까 전민족적인 문제를 고려할 역량이 안 되잖아요.
사실 지금 우리 나라 최대의 적대국이 누구입니까? 북한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통일의 상대 또한 북한입니다. 이게 우리의 모순이지요. 그런데 통일 낭만파들은 남북이 서로에게 최대의 적대국이라는 이 현실은 무시하고, 그저 통일만 얘기합니다. 반대로 적대 감정에 치우친 사람들은 최대의 적대국인 북한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만 얘기합니다. 이렇게 양극단으로 가면 우리에게 비전은 없습니다. 우리의 희망은 통일이어야 하지만 현재 남북이 대립관계에 놓여있는 이 현실도 함께 고려해서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통일이라는 목표로 갈 것인가?’ 하는 관점을 잡아야 합니다. 그러면 현실에서 적대관계에 있으니 일단 남한은 북한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될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 첫 번째로, 북한의 공격에 대한 대비는 철저하게 해야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먼저 북한을 공격할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분쟁을 통해서는 문제가 풀려지는 것이 아니니까 전쟁이 안 일어나도록 북한과 적대적인 관계를 평화적인 관계로 전환해가야 합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쟤들은 왜 한번씩 저래서 일을 복잡하게 만드느냐?’고 하지만 제가 볼 때 북한은 지금 ‘전민족적인 이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자기네 체제 존립이 최대의 관심사입니다. 그런데 미중의 격돌 속에서 남북의 긴장은 우리 민족에게 엄청난 불이익을 가져다주는 게 사실이잖아요. 그렇다고 북한한테 얘기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닙니다. 지금 북한은 자기네 체제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데 우리가 자꾸 ‘북한 붕괴론’을 얘기하니까 북한에서도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나오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 남한의 지도자가 전민족적인 관점을 지니지 않으면 이 문제를 풀기가 어렵습니다. 자꾸 ‘북한은 핵개발 하는데, 우리는 가만히 있어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요. 러시아 등 핵을 가진 나라가 많지만 핵무기 자체가 위협이 아니고, 그 나라의 정치적 안정이 더욱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남북관계를 지혜롭게 풀고, 미중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느냐에 따라서 통일로 가는 길이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각성이 필요합니다. 국민들은 사드(THAAD) 배치가 뭔지 잘 모르니까 사드 배치 찬반 조사를 해 보면 찬성이 많이 나오는 거예요. 그러나 전문가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찬반 조사를 해 보면 반대가 80% 이상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자기네에게 유리하면 일반여론을 조사하고, 불리하면 전문가여론을 조사하곤 하는 겁니다. 그러니 국민이 각성해야 된다는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언제 국민을 각성시켜서 이 문제를 풀겠느냐? 그건 어렵다’ 라고 얘기하겠지만 다른 대안이 없잖아요. 국민이 각성해서 의식 수준이 높아진 국민들이 나라를 생각하고 민족을 생각하는 길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겁니다. 더딘 방법이긴 하지만요. 그 방법이 아니라면 지도자가 현명해야 되는데, 첫 번째는 현명한 지도자가 나오지도 않고 있고, 두 번째는 현명한 지도자가 나와도 국민이 지역감정이나 이념에 눈이 흐려서 그를 알아볼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의 각성 외에 다른 해결책이 나오긴 어렵습니다.
우리가 이런 역사기행을 시작한 이유는, 20년 전부터 남북이 역사를 통해서 동질성을 회복하고, 역사를 통해서 과거를 반성하고, 역사를 통해서 미래의 희망을 갖는 길만이 통일의 가장 큰 동력이 되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건 통일의 동력의 되기가 어렵다고 봤습니다.
최근에 와서 통일의 동력으로 더 추가된 것은 계속 한국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우리 경제의 돌파구는 통일뿐이라는 겁니다. 제가 볼 때는 지금의 경제 위기가 통일운동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 같아요. 예전에는 우리 경제가 잘 됐기 때문에 통일이 오히려 경제발전의 장애라고 봤는데, 지금으로써는 통일을 하지 않고 경제문제를 풀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됐거든요. 우선 남북 분쟁이 생기면 우리의 수출이 타격을 받게 되고, 분쟁이 가열되어서 전쟁이라도 일어난다면 금방 망하게 되겠지요. 분쟁이나 전쟁이 안 일어난다고 해도 현재로써는 남한만으로 경제 발전을 지속하기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성장의 돌파구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4차 산업의 육성입니다. 그러려면 4차 산업의 기반인 창조성을 육성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래서 단기간에 가능한 방법으로는 통일을 통한 북한개발입니다. 즉 남한의 기술, 자본이 북한의 노동력, 자원과 결합해서 한 번 더 발전을 도모하는 게 제일 실현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이건 이미 개성공단을 통해 검증된 안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확대하면 금방 효과가 나는 것이거든요. 또 북한개발은 꼭 재벌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들어가도 충분합니다. 4차 산업은 재벌기업만 가능하거나 재벌기업도 역량이 부족하다고 할 정도인데 말이에요.
이외에도 통일을 통해서 남한의 빈부격차 해소를 통한 중산층의 확보,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실업 해소 등 전혀 다른 차원의 결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통일은 남한 스스로 문제를 타계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북한에게는 해가 되고 남한에게만 이익이 되는 게 아니라 생존 위협과 체제 위협에 처한 북한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에 타협점이 많다는 거예요. 그리고 주변국에 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요. 중국이나 인도만한 규모는 아니더라도 만약 북한이 개발된다면 새로운 생산기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남한의 자본, 기술이 북한의 노동력, 자원과 결합하면 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통일 문제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검토를 해야 되겠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처럼 ‘통일대박론’을 외치다가 갑자기 ‘북한붕괴론’을 외치는 건 좀 문제가 있습니다. 항상 자기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이해는 해요. 그러나 통일은 남한만의 문제가 아니고 항상 상대가 있는 문제이잖아요. 예를 들어 양반집 아들이 가난한 집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납치해서 데려올 순 없는 거잖아요. 결혼을 하려면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고 상대와 의논해서 진행해야 되는 겁니다. 통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북한의 주장을 다 받아들이자는 건 아니에요. ‘북한의 처지나 횡포를 다 감안하고도 협력하고 통일하는 게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관점을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이 착하게 순응하면 통일에 유리하다는 건 말할 것도 없지만 북한이 저렇게 난동을 부려도 통일이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관점을 잡아야 해요. 그 난동을 어떻게 잠재울 것이냐를 고민해서 실천할 일이지, 북한이 자꾸 난동을 부려서 못 하겠다며 통일의 판을 깰 일은 아니라는 거예요.
우리가 북한과 통일을 안 하겠다면 북한을 욕할 필요도 없이 ‘안녕히 계십시오’ 하면 되겠지만 통일이 우리에게도 유리하니까 지혜롭게 대응해야 하는 겁니다. 우리가 ‘북한과 통일할 필요가 없다. 그냥 우리끼리 섬으로 살겠다. 북한과 적대관계로 지내겠다’ 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다면 그런 선택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건 그것대로 논리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통일을 원한다면서도 북한을 비난하며 붕괴론을 얘기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저한테 ‘스님, 일반 시민들 모아놓고 목 아프게 그런 얘기를 한들 뭐합니까? 아무 도움도 안 되는데요. 그런 얘기는 대통령이나 정치인들한테 해야지요. 일반 시민들은 제 살기도 바쁘잖아요’ 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이 얘기를 드릴 사람은 여러분들밖에 없고, 제 얘기를 들어줄 사람도 여러분밖에 없어요.(모두 웃음)
여러분들이 우리 나라의 주인이고, 여러분들만이 우리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많은 정치인들이 저를 만나러 찾아오는데 그렇게 만난 정치인들이 저에게 묻는 얘기가 뭔 줄 아세요? ‘남북관계를 어떻게 하면 풀 수 있을까요?’ 이런 게 아닙니다. ‘제가 이번에 국회의원 나왔는데 스님이 좀 도와주십시오’ 이런 내용들입니다. 정치인들도 자기들 이해관계 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 우리가 인생을 조금 더 길게 봐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인생 따로, 사회 따로, 정치 따로, 이렇게 다 따로따로 보겠지만 제가 볼 땐 그 원리나 기본이 모두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스님이 정치와 외교에 대해서 뭘 안다고 얘기하느냐?’ 라고 하지만 그 원리가 다 같으니까 저도 얘기할 수 있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우리 나라의 주인이고, 여러분들만이 우리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하시기 바랍니다.”(대중들 박수)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말씀과 통일은 남한과 북한 모두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말씀에 대중들도 우레와 같은 박수 갈채를 보내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강연을 마친 후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하루 종일 버스 안에서 간식으로 끼니를 때우다보니 배가 많이 고팠나 봅니다. 저녁 식사만큼은 넉넉히 먹은 것에 만족감을 느끼며 다시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백두산의 원시림 속을 약 2시간 동안 더 달려 밤 9시 무렵 이도백하에 도착했습니다.
▲ 이도백하로 가는 길. 백두산의 원시림 속을 달리는 버스.
밤하늘에는 별이 보였는데, 왠지 내일 백두산 천지가 맑고 환한 모습을 보여줄 것 같은 기대감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이도백하에서 백두산 북편으로 올라 천지를 봅니다. 또 비룡폭포와 소천지, 녹연담, 지하산림을 본 후 발해의 땅으로 넘어 갑니다. 발해의 첫 수도인 동모산과 강동 24개석을 본 후 돈화에서 하룻밤을 머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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