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7.6~8.3 명상수련 및 하안거
“일상생활 속에서 알아차림을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지난 28일 동안의 명상 및 안거 수련을 모두 마치면서 수련에 참석한 정토회 공동체 대중들을 위해 안거 회향법문을 했습니다. 수련이 진행되는 동안 ‘스님의하루’도 묵언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소식을 궁금해 하셨을 텐데요. 간략하게 지난 28일 동안의 소식을 나눕니다. 

 

스님은 문경 정토수련원에 머물며 명상수련을 진행했습니다. 명상 중에는 단식을 계속 했습니다. 7월 6일부터 8월 1일까지 총 4회에 걸쳐서 명상수련이 열렸는데요. 1차 명상수련은 10일 동안 260여 명의 대중들이 함께 했고, 2,3,4차 명상수련은 각각 5일 동안 480여 명의 대중들이 함께 했습니다. 대중들은 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대념처경’의 가르침에 따라 새벽부터 늦은밤까지 하루 종일 정진하고 또 정진했습니다. 

 


 

스님은 명상수련을 무사히 마친 대중들을 위해 격려 말씀과 더불어 회향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명상수련이 끝나면 일상생활 속에서는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소중한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감정 조절이 잘 안 되어서 감정을 참지 못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하지요. 그렇게 감정이 불끈할 때는 그것이라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러면 알아차리는 힘이 조금씩 늘어나요. 더 나아가서 조금 더 민감하게 알아차리면 우리들의 마음이 죽 끓듯이 끓고 있는 줄을 알 수 있어요. 작은 일 하나 가지고도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은 누구나 다 그렇게 작용해요. 그 요사스러운 마음 작용을 가만히 지켜보면 참 재미있어요. 자기가 자기 마음의 변화를 보면 혼자서도 웃음이 납니다. 미쳐 날뛰는 꼴을 보면 가관이거든요. 대부분은 그런 나를 잘 보지 못하죠. 

 


 

그래서 여러분들이 그런 자기 마음 알아차림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야 해요. 바깥으로 드러내서 말하고 행동하기 전에 자기 마음이 일어나는 걸 알고, 더 나아가서는 이 느낌의 출렁댐을 알아서 감정에 놀아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해서 꾸준히 정진해 나가야 합니다. 이번 명상수련을 통해서 여러분들은 이렇게 ‘알아차림’을 하는 힘이 조금 늘었습니다. 

 

알아차림을 명상할 때만 하지 말고 일상에서도 늘 자기를 알아차려야 해요. 내가 알아차림을 놓쳤다 하더라도 적어도 옆에서 ‘아이고, 자네, 요즘 짜증이 많네’ 하면 ‘어, 그렇죠. 제가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서 저를 잘 못챙겼나 봐요’ 이렇게 자기를 탁 받아들이는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다 알아차리지는 못하더라도 돌이킬 줄은 알아야 합니다. 지나간 뒤에라도 알아차리고, 누가 지적을 해주면 그때라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 정도는 되어야 우리가 수행자라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선의로 지적을 해줘도 못 알아듣거나 반발한다면 아무리 스님 옷을 입고 있다 해도 수행자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모양과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머리를 깎고 옷을 바꿔 입고 이름을 바꾼다고 우리의 업이 바뀌는 것은 아니에요. 이것을 경전에서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사람들이 저 강가 강에 가서 목욕을 하면 업이 다 녹고 하늘나라에 난다고 하니까 부처님께서 ‘거기 가서 때는 씻길지 몰라도 마음의 업은 하나도 씻기지 않는다. 이 마음의 업을 씻으려면 계율을 지키고 선정을 닦고 지혜를 증득해야지, 몸의 때가 씻긴다고 마음의 때가 씻기는 게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처럼 우리가 자기 스스로 정진하지 않고는 이 업을 변화시킬 수가 없습니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가 없어요. 대신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대신할 수 있다면 부처님께서 다 대신해버렸지 뭐 하러 놓아뒀겠어요? 누구도 대신해 줄 수가 없기 때문에 다만 그렇게 갈 수 있는 길을 아주 친절하게, 자세히, 자비롭게 일러주셨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의지해서 나아가는 거예요. 그렇게 정진을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오늘 여러분들은 명상수련을 잘 마쳤습니다. 이제 나가서 세상살이를 하되, 너무 물질에 중독되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살지는 마세요. ‘밥은 그냥 먹으면 되고, 옷은 가리기만 하면 된다’라고 생각하고 좀 소박하게, 검소하게 사십시오. 그리고 내가 뭐라도 되는 양 지위며 나이며 돈이며 지식으로 자기를 삼아 큰소리치지 마세요. 내가 알면 얼마나 알고, 내가 높으면 얼마나 높고, 내가 많이 가졌으면 얼마나 많겠어요? 그 쥐꼬리만 한 걸 가지고 목에 힘주지 말고, 항상 겸손하게 사세요. 그렇다고 기죽지도 말고 당당하게 사세요. 

 

이렇게 검소하게, 겸손하게, 또 당당하게, 수행자답게 살면 삶이 훨씬 기뻐지고 좋아집니다. 지금은 내가 가진 에너지를 나를 괴롭히고 남을 괴롭히는 데 주로 다 쓰잖아요. 나도 안 괴롭히고 남도 안 괴롭히면, 그 에너지를 세상을 위해 이롭게 쓸 데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내가 가진 돈도, 내가 가진 지식도, 내가 가진 재능도 세상의 허우적대는 중생들을 위해 쓸 곳이 너무나 많고 또 너무나 유용하게 쓰여집니다. 그렇게 되면 나도 복을 짓고 중생도 이로우니 얼마나 좋아요? 장사를 하더라도 이렇게 득 되는 장사를 해야지, 자꾸 까먹는 장사를 하면 안 됩니다. 그래야 이 복이 점점 늘어나고 삶은 점점 행복해집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아직은 중생이니까 가다가 또 사로잡혀서 깜빡 잊고 미쳐서 좀 날뛸 수가 있어요. 그러나 너무 오래 미쳐서 날뛰면 안 되니까 일 년에 한 번 내지 두 번은 꼭 문경 정토수련원에 들어와서 다시 마음을 정화하고 정신을 차려서 또 나가서 살고 하면 좋겠습니다. 

 

정진을 꼭 스님하고 같이 해야 좋은 게 아니에요. 자기 정진이니까 누구도 대신해 줄 수가 없잖아요. 제가 같이 있어도 여러분들 다리 아픈 걸 해결해줬어요? 졸리는 걸 해결해줬어요? 망상하는 걸 해결해줬어요? 제가 있다고 밥을 한 그릇 더 줬어요?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냥 ‘스님도 앉아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나도 앉아 있는다’ 이렇게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게 고작입니다. 문경 정토수련원에서는 명상수련이 매월 격주로 계속 열리고 있으니까 신청들 하셔서 조용히 자기 정진의 시간을 갖도록 하세요. 매일 집에서 명상을 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니까 한번씩 시간 내어 와서 조용히 자기 성찰하고 돌아가고, 또 봉사도 하면서 살면 나도 좋고 남도 좋아요. 

 

부부가 같이 와서 한 사람은 정진하고 한 사람은 돕는 이를 해도 좋고, 같이 들어와서 같이 정진해도 좋습니다. 집에서도 가족들끼리 마음나누기를 하세요. 아내라고 보지 말고 수행자라고 보고, 남편이라고 보지 말고 수행자라고 보고, 아이라고 보지 말고 동자승이라고 봐서 서로 나누기를 하세요.(모두 웃음) 

 

그렇게 살면 내가 죽어도 거리낄 게 없어요. 다 수행자니까 내가 있든지 없든지 제대로 잘 살 거잖아요. 그러니 나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어요. 집안일도 서로 나눠할 수 있어요. 대신 서로 존중해줘야 합니다. 아래라고 함부로 하거나 남편이라고 함부로 하지 말고 존중해주고,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존중해주되 대신 자기 책임은 다 하도록 해야 합니다. 존중도 해주되 책임도 지도록 하면 나도 편하고 아이들도 좋은데, 왜 아이들 돕는다고 나도 무거운 짐을 지고 아이들도 부모 속박 받는다고 감옥살이를 하게 해요? 부모형제로 만나서 서로 고통의 원인이 되는 삶을 사는 것은 어리석잖아요. 스님 이야기대로 집에 가서 한번 해봤는데 잘 안 되거든 전부 출가를 해야 합니다.(모두 웃음) 

 

그런 것이 될 수 있을 때 재가수행을 하는 것이고, 그게 잘 안 되면 같이 살 자격이 없는 거예요. 여기 들어와서 밥도 굶어보고 힘들게 수행해보니 지금 자기가 사는 게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알 수 있었잖아요. 그런 자세로 집에 가서도 꾸준히 정진하십시오. 

 


 

마음이 중요합니다. 눈만 감으면 어디든지 수행도량이라고 했잖아요. 회사에서도 마음이 들뜨면 한쪽에 가서 조용히 눈만 감고 한 5분 간 알아차림을 유지하면 마음이 딱 가라앉습니다. 늘 마음이 들떠서 살지 말고 그렇게 해서 좀 가볍게 사세요. 지금을 소중하게 여기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면 그게 모여서 전체적으로 좋은 인생이 됩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사세요.”

 

일상 생활 속에서도 자신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부지런히 해나가야 한다는 말씀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습니다. 대중들은 큰 박수로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1,2,3,4차 명상수련을 마친 대중들과 문경 정토수련원 곳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대중들은 명상을 통해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환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 1차 명상수련을 마치고 나서 대중들과 함께

 

7월16일 오후에는 1차 명상수련을 마치고 ‘공동체 안거 수련’에 입재한 대중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중들은 각자 자신이 작성한 명상수련 소감문을 발표하면서 서로 어떤 깨달음과 자각이 있었는지 함께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소감문 발표를 경청한 후 이번 안거 수련에서 집중해서 수행하면 좋겠다 싶은 두 가지 과제를 대중들에게 제시했습니다. 

 

“안거 기간 중에 두 가지를 유념하면 좋겠다 싶어요. 첫째, 인간관계의 갈등에 대한 살핌입니다. 우리가 일을 하다보면 긴장이 되긴 되죠. 스님도 외부에서 일에 대한 압박이 많이 들어오면 긴장이 돼요. 그러나 세상 사람들의 경우처럼 그게 계속 쌓여서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됩니다. 긴장이 좀 되더라도 다시 알아차려서 하루 안에 풀어야 해요. 인간관계에서의 갈등도 자기 성격이 있으니까 ‘탁’ 하고 부딪혀서 ‘왁’ 할 때도 있지만 금방 돌이켜야 해요. 상대가 와서 사과해야 풀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아, 내가 또 내 업식에 사로잡혔다’ 이렇게 풀 수 있어야 합니다. 긴장도 그 순간에는 쪼들리더라도 이렇게 알아차림을 통해 풀어가는 힘이 있어야 우리가 함께 일할 때 서로 마음 놓고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긴 하지만 금방금방 풀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해요. 

 


 

둘째, 억압에 대한 살핌입니다. 화가 나서 스님한테 막 대드는 게 아니라 스님한테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해요. 그렇게 되려면 저도 그런 분위기를 열어줘야 하지만 여러분도 그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니라고 말했을 때 스님이 ‘이게 뭐 이런 게 다 있노!’ 이러면 ‘스님이 우리더러 이렇게 하라고 가르쳤잖아요!’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단 말이에요.(모두 웃음) 

 

이 두 가지가 지금 제가 보기에 큰 과제예요. 자기를 알아차려서 여러분 사이의 갈등을 푸는 것이 하나이고, 압박을 받을 때 좀 바쁘더라도 그걸 이겨내는 게 또 하나입니다.

 

항상 도반들 사이에 이런 마음나누기를 통해서 서로 점검하고 도와야 해요. 우리는 다들 부족합니다. 그러니 서로 점검해가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약간 불만이 있거나 저건 좀 너무하다 싶으면 같이 밥 먹으면서 ‘야, 그건 좀 심한 거 아니야?’ 이렇게 이야기도 하는 분위기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고 자꾸 쳐낸단 말이에요. ‘아이고, 저 사람은 더 이상 얘기해봐야 안 된다’ 이러면 이건 진정한 공동체라고는 할 수 없어요. 그렇게 되면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냉전을 하면서 겉으로는 그냥 갈등 없이 살아가게 되거든요. 그런 관계는 우리가 좀 넘어야 하지 않을까 해요. 각자의 개성을 갖고도 이런 걸 이해하고 또 극복해 나가야 우리가 지금 작은 규모로도 앞으로 닥칠 큰일을 해나갈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각자 자기 자신을 잘 살펴서 건강의 문제든 자기 까르마의 문제든 자기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다 보면 조금씩 정리가 돼요. 예컨대 ‘아무개는 이런 문제가 있으니까 이건 우리가 좀 봐주자’라든지 ‘이 사람은 이런 문제가 있지만 어릴 때의 경험 때문에 그런 것이다. 앞으로 극복해야 할 대상이긴 하지만 지금 당장 극복하기는 어려우니까 그런 반응에 대해서는 우리 도반들이 다 수용하자’ 이렇게 서로 결론이 나서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되면 인간관계도 활발해집니다.”

 

대중들은 스님이 제시해 준 두 가지 과제를 가슴에 새기며 안거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상당수의 대중들이 공동체에 들어온 지 10년 내지 20년 이상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랫동안 같이 살다보니 인간관계의 갈등도 많았고, 위아래로부터 억압을 받는 경우도 많았을 것입니다. 이번 안거 수련은 도반들과의 탁마를 통해 수행적 관점을 분명히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공동체 안거 수련은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봉화 정토수련원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됐습니다. 봉화 정토수련원은 안거 때마다 대중들의 공동 울력을 통해 도량정비를 조금씩 해나가고 있습니다. 공동체 대중들은 4개 조로 나뉘어서 화장실 계단 만들기, 건조대 주변 정비, 배수로 만들기, 나무 책장 만들기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서로에 대한 깊은 연찬의 시간을 함께 가졌습니다. 

 

또 명상수련 중간에는 충주 호암체육관에서 경전반 졸업식과 정토불교대학 졸업식이 7월 17일과 18일에 각각 열렸습니다. 단식 중인 스님은 무척 야윈 얼굴로 무대에 올라 졸업식 기념법문을 해주었습니다. 

 


 


 


 

경전반 졸업식은 500여 명의 졸업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님의 기념법문과 졸업장 수여가 있었고, 정토불교대학 졸업식은 1500여 명의 졸업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법문과 졸업장 수여가 있었습니다. 스님은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반의 설립 취지에 대해 강조하면서 졸업 이후에도 수행, 보시, 봉사하는 삶을 꾸준히 이어나갈 것을 당부했습니다. 

 

7월 22일에는 공동체 대중들이 안거 수련을 하고 있는 봉화 정토수련원을 깜짝 방문해 대중들을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대중들은 스님의 격려 방문에 무척 기뻐하면서 그동안의 수행에 대해 잠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4차 명상수련이 끝나는 8월1일에는 공동체 대중들도 안거 수련을 모두 마치고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4차에 걸친 명상수련을 모두 마친 스님의 얼굴은 단식으로 인해 더욱더 야위어 있었습니다. 힘이 없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지만, 스님은 안거 수련을 무사히 마친 공동체 대중들을 위해 즉문즉설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대중들은 안거 수련에서 미처 다 풀지 못한 수행 과제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했고, 스님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민에 대해 자상한 답변과 수행 지침을 일러 주었습니다. 

 

몇 차례 사업 논의가 더 있은 후 8월 3일 아침에 드디어 ‘2016년 공동체 안거 수련’을 마무리하는 회향식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새벽 6시 30분부터 7시까지 30분 간 회향 법문을 설했습니다. 

 


 

스님은 마음이란 어떤 것인지 설명하면서 안거 이후에 대중들이 어떤 관점을 갖고 살아가면 좋을지 깊이 있는 말씀을 들려주었습니다. 

 

“옛말에 ‘사람 마음이란 것은 좁아지면 바늘 끝도 하나 꽂을 자리가 없다’는 말이 있어요. 그렇게 마음이 좁아지기 때문에 자식도 죽일 수가 있게 되고, 아내와 남편도 죽일 수가 있게 되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을 죽일 수도 있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넓어지면 이 우주가 마음 속에 다 들어가도 어디 있는지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 정도로 사람의 마음이 넓어질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를 해치는 사람도 사랑할 수가 있게 되고, 자기 부모를 죽인 사람과도 화해하고, 자기 재산을 뺏은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겁니다. 

 


 

부처님은 살인자 앙굴리말라에게도 성인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셨고, 온갖 못된 짓을 했던 사람들도 자비로 섭수하셨습니다. ‘이 마음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사로잡히게 되면 마음이 바늘 하나 꽂을 자리도 없이 좁아지는 쪽으로 가는 것이고, 자기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이 넓어지는 쪽으로 가게 되면 사로잡힘에서 벗어나게 되는 겁니다. 

 

‘관심무상(觀心無常)’입니다. 마음은 늘 넓어졌다 좁아졌다 이렇게 움직이는 것입니다. 한번 넓어졌다고 다시 좁아지지 않거나 한번 좁아졌다고 다시 넓어지지 않는 정태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중생이 부처가 될 수 있고, 부처가 어리석으면 중생이 될 수가 있는 겁니다. 이것은 천 년 동안 어두웠던 동굴도 불을 밝히면 바로 밝아지게 되고, 천 년 동안 밝았던 동굴도 불을 끄면 한순간에 어두워질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자꾸 어떤 절대적인 것을 추구하기 보다는 우선 깜깜한 밤에는 작은 등불이라도 밝히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작은 등불이 더 큰 등불이 되고 하면서 점점 밝은 태양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수행을 자꾸 욕심으로 하기 때문에 자꾸 조급해지고, 애쓰게 되고, 하다가 잘 안 되면 포기해 버리고, 자기 마음대로 막행막식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해탈의 희망을 잃어버리게 되니까 이름만 수행자일 뿐이지 결국은 세속과 똑같이 재물을 탐하고 쾌락을 탐하고 권력을 탐하고 명예를 탐하고, 가치관도 전도되어서 기복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이제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불교에 대해서도, 한국 사회에 대해서도, 인류 사회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는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하는 분석이 거의 다 되었습니다. 이제는 대안을 만들어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즉 ‘창조의 시대’입니다. 

 

창조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부지런히 수행정진하라’ 이렇게 말씀하셨던 겁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한달한달 연년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성과를 분석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성과를 내었다 해도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고, 그 성과를 딛고 다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되고, 그것이 실패했다 하더라도 돌이켜 반성하고 다음 스텝을 밟아야 할 일일 뿐인 겁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하되 그 결과에는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성과는 계승하고 실패는 분석해서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실패가 되지 않도록 교훈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다음 스텝을 밟아나가야 합니다. 

 

그런데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먼 길이에요. 100년, 200년을 넘어서는 문제입니다. 역사는 흥망성쇠를 거듭합니다. 앞으로 전쟁이 난다 한들, 분단이 지속된다 한들, 문명이 몰락한다 한들, 긴 역사에서 보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너무 두려워하면 종말론에 빠지거나 천당이니 극락이니 하는 신비주의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면 아무 일도 안 해도 되는 것이냐. 아무 일도 안 해도 됩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안 해도 된다는 것도 아는 바탕 위에서 자기 존재의 본질을 꿰뚫어봐야 합니다. ‘어떤 것이 자신에게 기쁨이 되고 보람이 되는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정신이 아주 맑고 편안하고 총명할 때 기쁨이 되고 보람이 되는가. 정신이 흐리고 불안정할 때 기쁨이 되고 보람이 되는가. 정신이 흐리고 불안정할 때는 그것에서 벗어날려고 사치를 하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마약을 하게 됩니다. 인기, 권력을 한없이 누려도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으니까 마약에 손을 대고, 돈을 벌어도 안정이 안되니까 쾌락에 빠지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문명이 몰락하는 겁니다. 

 

마음이 편안하고 정신이 맑아서 깊은 산속에 혼자 가만히 있어도 아무런 헐떡거림이 없고, 그렇게 계속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길을 가다가 넘어진 아이를 보면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 그냥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좋은 일이잖아요. 누군가가 다쳤을 때는 약을 발라주는 것이, 배고픈 사람을 보면 한 그릇의 밥을 주는 것이, 누군가가 괴로워할 때는 위로를 해주는 것이 그 사람들에게만 좋은 일이 아니라 나에게도 좋은 일이 됩니다. 복을 받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고, 천당을 가게 해주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하는 것이 그냥 앉아있는 것보다는 좋은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겁니다. 그래야 좋은 일도 헐떡거림이 없이 할 수가 있고, 그래야 좋은 일을 생색내지 않고 할 수가 있고, 그래야 좋은 일을 자기 희생을 하지 않으면서 할 수가 있습니다. 그 일을 하는 즉시 이미 공덕이 나에게 다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절대로 안 된다’가 아니라 ‘전쟁은 일어날 수도 있지만, 막을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다’ 이렇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지만 민주화가 된다면 더 좋은 일이고, 불평등이 해소되기 어렵지만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고, 사람들이 괴로워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괴롭지 않을 수 있는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입니다. 이런 관점이 분명히 서야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남의 눈치를 보거나 억지로 하거나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하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일이 많기 때문에 육체가 피곤할 수 있고 약간의 휴식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몸을 가지고 살기 때문에, 또 까르마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분별심도 일어나고 짜증도 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해탈과 열반으로 나아간다는 목표를 간직하고 금방 제자리로 돌아와야 됩니다. 두려워할 수는 있지만 두려움에 빠져서는 안 되고, 순간적으로 화가 날 수는 있지만 화에 빠지거나 그것이 미움으로 확대되어서는 안 됩니다. 깜빡 놓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는 있지만 정신적으로 계속 지친다면 그것은 일이 많아서라기 보다는 수행자의 본분을 놓쳤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들이 세상 사람들이 볼 때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미쳤다고 할 수도 있고요. 그러나 그것은 그들이 보는 세계이고, 우리는 그것이 바른 길이라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성공하도록 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비록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실패라고 평가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것을 딛고 또 다음을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몸은 바쁘지만 마음은 조급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게 마음을 가지시되 아픈 몸을 참고 억지로 할 게 아니라 아프면 치료를 받거나 필요하면 쉬면서 하면 됩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마음병 때문에 몸이 아플 때는 자신이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지금 마음이 좁아져서 바늘 하나 꽂을 데가 없는 쪽으로 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어두운 밤에 등불을 켜듯이, 넘어진 자가 일어나듯이, 덮인 것을 벗겨내듯이 다시 눈을 뜨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야지 언제가는 행복이 갑자기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인생을 돌아보면 어려운 일을 당해서 도반들과 손잡고 그 어려움을 극복할 때가 가장 행복할 때에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게 바로 행복이에요. 막상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그 일로 더 골치 아플 수가 있어요. 그게 화근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러나 과정의 즐거움은 누구도 뺏어갈 수가 없어요. 그러니 마음의 부담을 너무 느끼지 마세요. 우리가 하는 일은 좋은 일이에요. 좋은 일은 마음껏 해야 돼요. 너무 결과에 연연하면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후회를 하게 됩니다. 그러니 편안한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주어진 일은 아주 알뜰하고 디테일하게 살펴가면서 해야 합니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기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 얘기도 나누고, 혼자 해결 못하면 도반과 법사님들의 도움도 받으시기 바랍니다. 최선을 다하되 부족할 때는 도움을 요청하고, 이렇게 서로 도울 수 있는 만큼 서로 도와가면서 살아간다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도반이 수행의 전부이구나’ 하는 것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한 달 동안 푹 쉬었으니까 돌아가서는 열심히 일하시기 바랍니다.”  

 

몸은 바쁘지만 마음은 조급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에 공동체 대중들은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스님의 안거 회향 법문을 끝으로 ‘2016년 공동체 안거 수련’을 모두 마쳤습니다. 공동체 대중들은 수련원 곳곳을 깨끗이 대청소 한 후 서울과 문경에 있는 각자의 업무 공간으로 다시 복귀했습니다. 

 

스님은 서울로 올라와 오후 2시부터 대중부 활동가들과 그동안 처리하지 못한 업무들과 하반기 정토회의 사업 방향에 대해 회의를 했습니다. 회의는 밤늦게까지 계속 되었고, 스님은 밤 12시가 넘어서야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도 스님은 하루 종일 대중부와 평화재단 활동가들과 함께 하반기 사업 방향에 대해 회의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8월 5일부터 22일까지는 고구려, 발해, 독립운동 유적지를 답사하는 ‘동북아 역사기행’을 떠납니다. 내일부터는 선조들의 숨결이 남아있는 만주 벌판과 러시아 연해주 일대에서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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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륜 스님의 쉽고 명쾌한 강의를 통해 불교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정토불교대학'이 가을 학기 신입생을 모집합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전체댓글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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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중남




오랜만에 저의 영적 스승이신 법륜스님을 뵈옵니다.
스승님 덕분에 명상에 눈뜨게 된 후
무명(無明)의 눈을 뜨게 되었고
깨어남을 경험했으며
내면의 평화와 행복의 여정을 걷게 되었습니다.

넘어진 자를 일으켜 세워주듯이
눈 먼 자를 보이게 해 주듯이
스승님은 저를 일깨워 주셨습니다.

덕분에 늘 ‘사띠 빠타나 ’수행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내면의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 내면의 평화와 행복을 사람들에게
회향하고자 머지않은 날에
그간 명상을 통해 깨어남과 놀라움의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회향하고자 합니다.

비록 보잘것없는 책일런지 모르지만
저는 다만 할뿐~
다만 그것일 뿐~
몫은 이제 사람들의 것입니다.

정토수련원을 수행처로 삼으신 모든 분들과 그 가족들이
이제는 모든 고통과 괴로움이 사라져
평온하시기를~
행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18-08-24 11:26:27

베라

스님은 우리 시대의 등불입니다..그리고 축복입니다.
감사합니다.

2016-08-23 23:52:50

이경현

스님법문을 들으면 남탓을 하며 괴로워하는 제 자신을 보게 됩니다. 나를 보면서 괴로움도 작아집니다. 감사합니다.

2016-08-09 09: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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