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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토회 해외지부 총무단 수련 2일째를 맞이하여 ‘정토회의 설립 취지와 정토행자의 서원’을 주제로 입재법문을 한 후 법당 활동의 어려움에 대해 묻고 답하는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새벽 4시에 문경 정토수련원을 출발한 스님은 아침 6시 30분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7시부터는 평화재단에서 SNS와 홍보 관련 담당자들과 함께 과학기술의 발전과 집단 지성을 이용한 새로운 홍보 전략에 대해 의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0시에 회의를 마쳤지만 몇몇 담당자들과 추가로 더 논의를 한 후 11시에 다시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 문경 정토수련원
오후 1시 30분에 시작하는 해외지부 총무단 수련 입재법문을 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부지런히 달려 겨우 시간에 맞춰 도착했습니다. 어제는 통일의병대회와 사찰순례를 했다면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수련 일정이 시작됐습니다.
▲ 정토회 해외지부 총무단 수련
삼귀의 반야심경을 시작으로 대중들이 스님에게 설법을 청하자 스님은 약 1시간 30분에 걸쳐 ‘정토회의 설립취지와 정토행자의 서원’에 대해 법문했습니다.
“정토회를 설립한 지 올해로 30년이 다 되어갑니다. 우리가 이 땅에 새로운 불교를 한번 일으켜보자는 원을 세우고 만일결사를 시작한 것은 올해로 24년째입니다.
어제 우리가 갔던 황룡사 뒤편에 있는 분황사에서 제가 청소년기를 보냈는데, 그 때 은사 스님의 가르침을 따라 두 가지 원을 세웠습니다. 하나는 불교 중흥, 즉 허물어진 불교를 다시 일으켜 세우자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민족 중흥, 즉 분단된 우리 민족을 통일해서 민족의 기상을 다시 세우자는 것이었어요. 이 두 가지 큰 원을 세워서 그때부터 거의 50년 가까운 세월을 이렇게 살아오게 됐습니다.
전반기 20년은 우선 청소년들에게, 다음으로는 대학생들과 청년들에게 어떻게 불교를 새롭게 가르쳐볼까 하는 생각을 갖고 활동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결국은 기성세대가 잘 못하니까 새로운 세대도 제대로 서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고 기성의 불교를 개혁하려는 운동도 해봤습니다. 그러나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으라는 예수님 말씀처럼 기성의 불교를 개혁한다는 것이 뜻은 좋아도 결과적으로는 분쟁과 혼란 속에 휘말리게 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엔 서암 큰스님께서 ‘어떤 한 사람이 논두렁 밑에 앉아서 그 마음을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중이요, 그곳이 절이요, 이것이 불교다’라고 방향을 제시해주신 데 따라서 ‘나부터 시작해서 불교를 새로운 방향으로 한번 해보자’ 이렇게 방향 선회를 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정토회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후반기 30년은 정토회를 설립해서 활동을 해왔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였지만 젊은 도반들과 같이 뜻을 모으게 되고, 그래서 정토포교원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시작하게 되고, 그런 마음들을 모아서 용두리 천막촌에 모여 만일결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 세대인 30년, 즉 만 일 동안 우리가 세운 이 원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적어도 한국 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겠느냐. 부처님께서는 아무도 없는 데서 혼자서 시작해서 세계적으로 새로운 문명을 향도하셨는데 우리는 그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평생을 바친다면 대한민국 정도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내건 기치가 ‘바른 불교, 쉬운 불교, 생활 불교’였습니다. 바른 불교는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에 귀의한다는 거예요. 역사 속에서 내려오다 보니 불교 아닌 것을 불교라고 하게 된 그런 것 말고 지금부터 2600년 전 이 땅에 오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가졌던 문제의식과 그 분이 설하신 설법에 기초해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는 게 ‘바른 불교’입니다.
그런데 이 바른 불교가 어렵다면 소수의 엘리트만 가능하지 다수의 대중은 따라갈 수 없어요. 이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지 않습니다. 우리가 관음정근을 할 때도 ‘넓을 보’자를 써서 ‘나무 보문시현’이라고 하듯이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 어떤 사람에게도 제한이 없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늙은 사람이든 젊은 사람이든, 건강한 사람이든 장애인이든, 인종, 계급, 민족 이런 것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요. 모든 사람들이 다 본인만 원한다면 이 법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쉬운 불교’입니다. 소통하고 전달하는 방식이 매우 쉬워야 하고, 특별한 장애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해요. 이건 부처님의 여러 가르침에도 나옵니다. ‘눈 있는 자 와서 보라’라고 하셨어요. 눈만 있으면 누구나 보려고 하면 보이는 가르침이라는 겁니다. ‘내 손 안에 숨겨진 특별한 비밀은 없다’라고도 하셨습니다. 비밀주의 없이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정말 투명하게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쉬운 불교를 내걸었어요.
그런데 그것이 바르고 이해하기 쉽다 하더라도 우리의 일상적인 삶, 즉 잠자고 일어나고 밥먹고 똥누고 일하고 사람과 관계 맺는 이 일상적인 생활과 유리된다면 진리라고 할 수가 없겠죠. 그래서 세 번째로 ‘생활 불교’를 내걸었습니다. 삶 속에서 우리가 불법의 은혜를 입어야 해요. 이렇게 해서 ‘바른 불교, 쉬운 불교, 생활 불교’라는 기치를 내걸었어요.
또 ‘개개인은 행복해야 한다. 우리가 관계 맺고 있는 사회는 평화로워야 한다. 우리가 사는 이 자연은 아름다워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어요. 즉 개인은 행복하고, 사회는 평화로우며, 자연은 아름답게 하자는 것을 지향했습니다. 이런 생태환경적인 문제의식까지 가지고 정토회가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경쟁 상대는 기존의 불교도 아니고, 기독교든 천주교든 다른 종교도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이것을 좀 자각해야 하는데 외국에 있다 보니 자꾸 다른 사찰이나 다른 종교를 경쟁상대 혹은 비교상대로 삼는 것 같아요. 이것은 정토회에 대한 자부심이 없어서 그래요. 우리의 상대는 그런 것들이 아닙니다. 기성 종교는 이미 사양산업처럼 기울어져 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아무리 덩치가 커도 우리가 눈여겨보고 경쟁해야 할 상대가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정말 상대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과학기술입니다. 과학기술의 변화가 대중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우리가 그것과 협력하면서도 경쟁해서 어떻게 우위를 점유할 건지를 고민해야 해요. 일부 시민단체도 더 이상 경쟁상대로 삼아서는 안 돼요. 그것도 사양산업에 속합니다. 그러니 정토회는 사업으로 치면 벤처사업이에요. 여러분들이 벤처적인 안목이 없다 보니 자꾸 기존 불교에 기웃거리는 거예요.(대중 웃음)
우리가 하는 일은 미래의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면서 현실 문제의 과제를 제기하는데 지금 세상은 이 문제의식이 없으니까 당장은 동의가 잘 안되는 겁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제기한 문제들이 결국은 사회 전체의 이슈가 될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여러분들이 조금 더 전향적인 사고를 하셔야 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처음에 애는 쓰는데 의식의 변화가 따라가질 못해요. 정토회에서 가르친 대로만 귀의하면 이미 세상에서 가장 앞서가는 사람이 되는데 자꾸 기존의 자기 습관을 가지고 문제제기를 하다 보니까 쉽게 갈 수 있는 길도 오히려 더 어렵게 가지 않느냐, 저는 이렇게 봐요. 여러분들은 ‘정토회가 우리를 너무 막 끌고 가서 헐떡거려 죽겠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아무도 끌고 가지 않아요. 자기의 고정관념만 탁 내려놓아 버리면 이 가르침은 매우 쉬운 거예요.
지금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온다고 해요. 노동의 종말이 와서 잉여노동이 과잉되고 사람이 놀아도 되는 시대가 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노동의 해방은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놀이화하는 것이라고 늘 이야기하잖아요. 할 일 없는 것이 해방이 아니에요. 할 일이 없으면 지루해집니다. 자발적인 행위는 그것이 바로 노동인 동시에 놀이입니다. 이런 새로운 변화에 우리가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외에도 스님은 앞으로 우리가 직면하게 될 새로운 사회 변화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2차 만일결사에서 정토회가 세계화하기 위해서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설명했습니다.
“정토회를 처음 시작할 때는 한글로 된 법문 책이 한두 권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1차 만일결사의 9차, 10차 천일결사 즈음에 이미 영어로 번역된 책이 몇 권 나와서 서양 사람들에게도 읽혀져야 합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2차 만일결사를 준비하기보다는 1차 만일결사의 일부가 되어 있어요. 해외에 살지만 여기서 살다 나갔기 때문에 한국어로 소통 가능한 사람만 대상으로 삼고 있잖아요. 여러분들이 여기서 이제 외국인들과의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여러분 중에 영어가 유창한 교포2세 또는 서양 사람들이 들어와서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는 2차 만일결사를 꾸릴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유투브 동영상도 어느 정도 번역이 되어서 배포되어 있어야 하고요.
문경 정토수련원도 지금은 외국인이 와서 수행하겠다고 하면 아직 못 받잖아요. 해외에서 교포2세나 한국어를 못 하는 사람들, 혹은 외국인이 백일출가나 깨달음의장에 참가하러 온다고 하면 신청을 받아서 영어로 수련을 진행해줘야 합니다. 즉 외국인 담당 행자반장이 필요합니다.(대중 웃음) 이렇게 수련원에서 훈련을 시켜서 더 공부할 사람은 더 공부시키고 나머지는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식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2차 만일결사의 기초가 될 모델을 만들어야 해요. 외국인들이 찾아왔을 때 정진하고 사회활동도 할 수 있는 이런 모델을 어디서 마련해야 할까요? 첫째는 문경 정토수련원에 외국인들 누구나 와서 수련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겠죠. 그러면 여러분들 자녀들도 지금까지는 한국에 보내려 해도 말이 안 통해서 못 보냈는데 여기 보내면 영어로 다 지도해주니까 이런 체험을 할 수 있잖아요. 아니면 워싱턴DC에 있는 정토회관이든 어디든 미국 내에 수련원이 하나 있어서 원하는 사람은 들어와서 살 수도 있고 수행도 할 수 있게 하면 좋겠습니다. 지금 워싱턴DC 정토회관은 좋은벗들 사무실 역할을 주로 하지 아직 문경수련원 같은 수행도량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이렇게 수행도량이 되어야 외국인이 찾아와도 받아줄 수 있어요. 해외의 각 법당에서는 이런 것이 아직 감당이 안 되니까, 관심이 있어 찾아오는 외국인이 있으면 워싱턴DC 공동체로 들어가라거나 한국에 가서 100일간 공동체 생활을 해보라고 권해줄 수 있잖아요. 틱낫한 스님의 플럼 빌리지도 누구든지 들어가서 수도원처럼 생활할 수 있듯이 여기도 그렇게 들어와서 살 수 있도록 갖춰 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문경수련원도 9차 천일결사부터는 집을 하나 더 짓든지 해서 외국인도 들어와 행자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면 좋겠어요. 그럴려면 영어로 지도해주는 반장이 있어야 해요. 생활은 같이 있으면서 눈치껏 따라할 수 있지만 교육 같은 건 영어가 필요하니까요. 한국말을 다 배워서 오기는 너무 힘들잖아요. 그리고 미국이나 동남아 같은 해외에도 공동체가 있어서 거기 가서 생활하고 훈련받을 수 있도록 하는 준비들이 2차 만일결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갖춰져야 합니다. 번역된 책과 법문이 더 많아야 하고, 사람들이 찾아오면 교육시킬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이 필요해요.
그리고 현재의 정토불교대학 강의를 영어로 진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불교대학 강의 내용을 다시 영어로 강의하든지 영어 자막이나 더빙 작업을 하든지 영상이든 직접 강의든 영어로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렇게 1단계로는 일단 영어로 전하고, 2단계는 그 영어를 바탕으로 해서 독일어, 프랑스어, 태국어, 베트남어, 필리핀어 등으로 다시 바꿔나가는 게 필요하겠죠. 현지화하려면 현지어로 바뀌어져야 하니까요. 이런 것이 2차 만일결사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이런 모든 것들을 점검해본 것이 세계 100회 강연이었습니다. 세계 100회 강연은 우선 1차 만일을 완성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부였어요. 한국 안에서는 제가 시군구 단위까지 다 방문하는 300회 강연을 해서 복을 짓고, 북한 안에서는 모든 시군구에 인도적 지원을 해서 복을 짓고, 해외 교포가 있는 곳에는 직접 찾아가서 법문을 해줘서 이 기운을 모아 남북통일의 기운을 만들어보자는 발원이 있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2차 만일결사를 겨냥해서 전체적으로 한번 점검을 해보자는 뜻이 있었어요. 그런 취지로 여러분들이 많은 애를 쓰셨습니다. 제가 강의하는 것뿐 아니라 여러분들이 그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거의 불가능한 일을 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큰 목표를 갖게 되면 소소한 고민은 사라질 수 있다는 대승적인 수행법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3차 만일결사에 대한 전망도 함께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만약에 대한민국이 통일이 되고 세계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어서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게 되면, 해외 사는 여러분들도 자랑스럽겠지만 한국에 뿌리를 둔 정토회가 세계화하는 데에도 굉장히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게 됩니다. 그런데서 스님이 한국 사회문제와 통일문제를 풀려고 하는 게 정토회의 발전에 장애가 아닙니다. ‘스님이 너무 많은 에너지를 바깥에다 쏟는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것까지 스님이 다 생각을 하면서 지금 이 사회적인 문제에 관여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큰 목표를 가지고 우리가 해나갔으면 합니다. 법당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문제들도 많이 있겠지만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입니다. 정토회를 처음 시작할 때 제가 한 명을 위해서 3개월 동안 강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이런 큰 꿈을 갖고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어렵다고 하는 문제들도 이런 큰 목표가 있을 때는 그 어려움은 별 어려움이 아니에요. 지금 어려워도 미래에 희망이 있으면 이건 다 경험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인데, 지금이 좀 좋아도 희망이 없으면 답답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대한민국은 살 만한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희망이 없어서 젊은이들이 답답해하는 겁니다.
2차 만일결사는 지금 북미 대륙이나 유럽의 문명이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그곳이 중심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앞으로 3차 만일결사는 어쩌면 중국과 인도가 그 중심지가 될 것입니다. 중국은 아직 공산국가라서 활동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거의 물량주의가 팽배해 있거든요. 물질밖에 모르고 아무런 사상적인 것 없이 공백 상태에 있어요. 그래서 절을 짓고 복을 비는 기복 신앙이 난리입니다. 한국 기복은 기복도 아닐 만큼이에요. 그런데 이 지점을 조금 넘어가면 이제 한계가 올 겁니다. 그 때 부처님의 정법이 들어가야 합니다.
인도도 지금 사회가 변하면서 경제적으로 먹고 살 만해진다 하더라도 인간 삶이 고뇌가 해결되지 않을 거예요. 이때 부처님의 정법이 들어가야 합니다. 부처님은 먹고 살만한데도 고뇌하셨고 거기서 문제의식이 출발했기 때문에 불법은 물질문명이 어느 정도 발달된 곳에 전파되기가 좋습니다. 먹고 살기에 급급한 곳은 아무리 좋은 불법이 들어가도 기복으로 바뀌어버리지, 법이 전파되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이런 데서 다음 만일결사의 주된 목표가 유럽과 미국이라면 그 다음 만일은 인도와 중국이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또 2차 만일결사에는 3차 만일결사를 고려해서 기반을 마련해나가야 합니다. 그러니까 1차 만일결사가 끝났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에요. 그러니 죽을 일이 없죠?(대중 웃음)
이런 일을 해가다가 도중에 죽게 되면 할 수 없지만 죽을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요. 할 일이 앞으로 벌써 60년치나 있으니까요. (대중 웃음)
첫째, 우리가 불교의 희망이 돼야 합니다. 둘째, 정토회가 대한민국의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셋째, 대한민국이 세계의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많은 실험들을 해서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역할을 우리가 해내야 합니다. 이런 목표를 갖고 산다면 먹는 거나 입는 거, 남이 나더러 욕 좀 하는 것 정도야 쉽게 넘겨버릴 수 있어요. 이런 걸 막 참아서 극복하고, 분풀이해서 극복하고, 호흡에 집중해서 극복할 필요가 없어요.(대중 웃음)
이런 건 소승적 방식입니다. 대승적 방식은 큰 원을 내버리면 이런 건 문제 자체가 안 됩니다. 남편이 뭐라고 해도 그걸 억지로 참아서 극복하는 게 아니라 ‘아이고, 그래도 나를 후원해주는 사람인데. 내가 이 목표를 성취하려면 그래도 우리 남편이 좀 나를 잘 밀어줘야 하는데’하고 좋게 생각하게 돼요. 욕해 가면서도 돈 대주는 건 남편밖에 없잖아요.(대중 웃음)
이렇게 생각하면 그 사람이 뭐라고 해도 ‘아이고, 여보, 죄송해요. 알았어요, 알았어요’ 이렇게 될 수 있어요. 굳이 심호흡을 해서 마음을 코끝에 모으지 않아도 된다니까요. 호흡 같은 건 기술적인 문제고, 마음을 크게 내면 다 괜찮아요. 대승 수행법의 핵심은 원입니다. 목표를 크게 내버리면 소소한 것들은 문제 자체가 안 되는 거예요.
안 고쳐지는 성질을 억지로 고치려고 애쓸 필요도 없어요. 그런 더러운 성질이 좀 있지만 나도 이 큰 일에 기여할 수 있는 거예요. ‘성질만 내는 네 주제에 뭘 하겠다고 그러냐’라고 해도 ‘그래, 성질은 더러워도 내가 한 가닥 기여는 할 수 있다’ 이렇게 마음을 크게 툭 내어버리면 소소한 것들이 별로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너무 소소한 걸 갖고 문제 삼고, 또 그걸 고친다고 애를 먹어요. 성질 안 고쳐도 지구상에 문제가 아무것도 없어요. 성질 하나하나 다 뜯어고치려고 하면 몇 겁을 해도 못 고칠 거예요. 내 성질이든 남의 성질이든 그거 하나하나 고치기보다는 큰 마음을 내버리면 이런 문제들이 소소해져 버립니다. 크게 원을 세우면 문제가 안 돼요. 이게 원이에요. 서원을 발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나간다면 여러분들이 모여서 큰 일을 할 수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 뭐 할 거예요? (대중 웃음) 지금 나이가 다 40대, 50대인데 지금 공부해서 새로 박사가 될 거예요? 지금 대통령이 될 거예요? 지금 자기 수준에 돈 벌어봤자 재벌은커녕 가게 하나 열어서 돈 몇 백만불 버는 정도밖에 더 되겠어요? 우리 인생은 이미 대충 정해져 있어요. 이제 우리 정도 되면 어떻게 살다가 죽을지 자기 인생이 대충 그려지지 않아요? 아직 안 그려지나 봐요? (대중 웃음)
뛰어봤자 벼룩이라고 뛰어봤자 별 볼일 없어요. 그러나 우리가 힘을 합쳐서 원을 세우면 세상이 깜짝 놀랄 기적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그 세상에 기적을 일으킨 작은 멤버가 됩니다. 이게 모자이크 붓다예요. 우리 하나하나는 비록 작지만 우리가 뜻을 모으면 붓다와 같은 큰 인격체가 됩니다. 이런 원을 세우고 공부를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될지 안 될지를 걱정하지만 저는 ‘될지, 안 될지’ 이런 생각 하나도 안 해요.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다만 시간이 좀 걸린다는 정도죠. 시간을 좀 단축할 필요가 있으면 조금 노력을 더해야 하고, 능력이 좀 부족하면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차이밖에 없는 거예요. 지금 큰 문명의 흐름이 이런 쪽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정토회 만났으니까 이런 이야기도 듣지, 안 그랬으면 내내 돈벌어서 쇼핑이나 하고 밥 먹고 집 사서 치장하는 것밖에 더 하겠어요? 방안만 예쁘게 꾸미려 하지 말고 이 지구를 예쁘게 꾸밀 생각을 해야 해요. 지구라는 이 큰 정원을 어떻게 예쁘게 꾸밀지를 생각해보세요. 우선은 대한민국부터 좀 꾸며보자는 겁니다.”(모두 박수)
방안만 예쁘게 꾸미려고 하지 말고 지구라는 큰 정원을 어떻게 아름답게 가꿀지를 생각하자는 말씀에 해외지부 총무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로 공감을 표했습니다.
지금 처한 현실은 어렵지만 탁 드러내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대승적인 수행을 통해 불교의 희망, 대한민국의 희망, 세계의 희망이 되어보자는 스님의 말씀은 큰 울림으로 가슴에 남았습니다. 특히 사회를 맡은 김지현님은 “저도 외국인을 위한 행자 반장이 될 준비를 지금부터 하겠습니다.”라고 말해 대중들도 환하게 웃었습니다.
입재 법문을 마친 후 전세계에서 모인 참석자들에 대해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호명하는 순서대로 앞으로 나와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북미 서남부 지구는 오렌지카운티 법당, LA 법당, 샌디에고 법당에서 활동가들이 참석해 인사를 했고, 북미 서북부 지구는 캐나다 벤쿠버 법당에서, 북미 중부 지구는 콜럼버스 법당에서, 북미 동북부 지구는 캐나다 워털루 법회, 뉴욕 법당에서, 북미 동남부 지구는 워싱턴 법당에서 활동가들이 참석해 인사를 했습니다.
▲ 유럽중동아프리카 지구 총무님들
또 유럽중동아프리카 지구는 높은 참석율을 보여 큰 박수를 받았는데, 뒤셀도르프 법회, 베를린 법당, 프랑크푸르트 법회, 런던 법회 담당자들이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습니다. 동아시아 지구에서는 필리핀 마닐라 법당에서, 동남아시아 지구에서는 태국 방콕 법당에서, 오세아니아 지구는 시드니 법당, 멜버른 법당에서 활동가들이 참석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스님의 입재법문이 예상보다 일찍 끝나서 저녁식사 전까지 여유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냥 휴식을 취하기 보다는 그동안 법당 운영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 묻고 답하는 즉문즉설 시간을 더 갖기로 했습니다.
해외지부 총무님들은 그동안 힘들었던 점이나 의문이 났던 점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하고 스님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마음나누기를 할 때 총무로써 대중들에게 내어놓을 수 없는 내용들이 가슴에 쌓이면서 힘든 점이 많아요. 저와 반대로 여기저기 불평을 쏟아내는 다른 사람들을 봐도 마음이 불편하고요.”
“지구장 소임을 맡고 있는데 법당 총무님이 지시를 잘 따르지 않아서 곤란할 때가 많아요.”
“지구장님이 본인 역할을 자꾸 제대로 하지 않아서 총무인 저에게 계속 업무가 내려오는 것이 힘들 때가 있어요.”
“불교 용어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들에게 불교 문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새로운 불교대학 운영 방식을 실험해 보면 어떨까요?”
“불교대학에서는 정토회와 관련된 봉사활동만 인정해 주고 다른 단체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 참여는 왜 인정해 주지 않나요?”
다양한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치고 나니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녁식사 후 7시부터 다시 즉문즉설이 계속 되었습니다. 오후와 마찬가지로 법당을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들에 대해 주제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성당이나 교회를 다니다 오시는 분들이 관세음보살 염불하는 것을 보고 거리감을 느껴서 법당에 안 나오시는 분이 있는데,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해외에서는 천일결사 입재식에 참석하기 쉽지 않은데, 해외에 있는 사람들이 천일결사에 입재하고 보시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까요?”
“해외의 많은 곳이 개척이 되었지만 아직 개척되지 않은 나라와 도시가 어느 곳인가요?”
“정토회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스님의 하루’에서는 실시간으로 최신 법문을 접할 수 있는데, 막상 중요행사 때마다 제공되는 법문 영상은 3년 째 같은 영상을 보여주는데, 개선이 될 수는 없을까요?”
“해외에서는 봉사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까 겸직을 많이 하게 되어 힘든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특히 해외에 맞도록 온라인을 잘 활용한 불교대학 운영 방식에 대해 주로 많은 토론과 대화가 있었습니다.
밤 늦게까지 토론이 계속 됐습니다. 스님은 혹시 해외에서 실험해볼 만한 것은 한 번 해보자고 하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는 가운데 다양한 의견들을 경청했고, 또 스님의 생각도 들려주었습니다.
내일은 전국 정토법당에서 총무 이상이 되는 서원행자 임원들 100여 명이 모여 하반기 정토회 사업 방향에 대해 토론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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