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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랜만에 하루 종일 땀을 흘리며 농사일을 했습니다.
새벽부터 날이 흐리더니 빗방울이 조금씩 날리기도 하는 날씨였습니다. 스님은 “일하기 딱 좋은 날씨다.”라고 하면서 그동안 밀린 일을 모두 해치울 요량으로 아침 일찍부터 일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앵두 나무에 달린 앵두를 따는 일부터 했습니다. 빨간 앵두가 주렁주렁 열려있는 모습이 어찌나 탐스러운지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흘렀습니다. 처음에는 앵두를 손으로 하나씩 땄는데, 키가 높은 것은 손이 닿지를 않자 스님은 나뭇 가지 채로 잘라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가지치기를 해줄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부지런히 땄더니 금새 두 바구니가 꽉 찼습니다. “서울공동체 식구들에게 가져다 주면 어떨까요?” 라고 여쭤보니 스님은 “그러자.” 라고 하시면서 “햇빛에 두면 금방 말라버려서 싱싱하지 못하니까 그늘에 두어야 한다.”고 세심하게 챙겨 주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화단에 들어가 장미 나무 가지치기를 했습니다. 장미가 워낙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어서 옆에 있는 수국과 다른 꽃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였습니다. 지난 주에 장미의 줄기 일부가 담벼락 바깥으로 넘어갈 수 있게 작업을 해두었는데, 오늘은 가지 치기를 더 하고 지지대가 되어 줄 수 있는 줄을 더 만들어 주었습니다.
유독 장미만 가지치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서 스님께 그 이유를 여쭤보니 스님은 “장미 혼자만 너무 크면 다른 작물은 못 크잖아. 다 같이 잘 커야지.” 하고 웃었습니다.
잘라낸 가지는 잎 부분은 따로 떼어내어 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고, 줄기는 땔감으로 사용할 수 있게 장작 모으는 곳에 가져다 두었습니다.
장미 나무 가지 치기를 하는 김에 화단에 난 잡초들도 깨끗이 정리했습니다. 원추리가 너무 무성하게 자라서 수풀을 이루었는데 깨끗이 베고 나니 마치 이발을 한 듯 아주 정갈해졌습니다.
스님은 “원추리를 베고 나면 여기에 꽃대가 다시 올라오거든.” 하면서 잘 정돈된 화단을 바라보며 “아이고, 시원하다.” 하고 흐뭇한 미소를 보였습니다.
7월과 8월에는 명상수련과 동북아 역사기행 일정이 있어서 농사일을 할 시간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봄에 심어놓은 채소들을 일단 다 수확하기로 했습니다. 무, 시금치, 당근, 겨자채, 상추 등 갖가지 채소들을 모두 뽑았습니다. 아직 크기가 작고 조금 더 자랄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일단 다 뽑아서 먹기로 했습니다.
▲ 밭에서 무를 뽑고 있는 스님
▲ 시금치
▲ 당근
채소를 모두 수확하고 난 자리에는 화분에 심었던 모종들을 밭으로 옮겨 심었습니다. 지난 봄부터 토마토, 옥수수, 호박 등은 화분에 심어서 키우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제법 커져서 화분에서 자라기에는 좁아 보였던 겁니다.
화분에 담긴 모종을 통째로 꺼내니 화분 속에 잔뿌리가 가득 뻗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이거 봐라. 잔뿌리가 이렇게 많다.”며 놀라워 했습니다.
땅을 파고 화분 모종을 통째로 옮긴 후 흙으로 덮어 둔턱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한 분이 “스님 덕분에 니들이 호강한다” 하고 좋아하니 스님은 “화분에 있을 때는 뿌리가 뻗지를 못했는데, 땅에 옮겨 심었으니 이제 뿌리가 마구 뻗어나갈거야.” 하며 둔덕을 더 높이 만들어 주었습니다.
▲ 화분 모종을 밭으로 옮겨 심고 있는 스님
화분에 심어놓았던 대부분의 작물들을 밭으로 옮겨 심었습니다. 또 옮겨 심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지자 흙을 새로 퍼와서 마당 한켠에 새로 밭을 더 만들었습니다. 옮겨 심기를 마치자 스님은 “아이고, 이제 걱정거리가 다 사라졌다.”며 홀가분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박과 수박 중 일부는 옮겨 심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아직 화분에 그대로 두었습니다. 스님은 “명상수련 시작되기 전에 감자를 다 수확하고, 나머지 화분은 거기에 옮겨 심어야겠어.”라며 화분 정리를 일단락 지었습니다.
특히 호박은 꽃을 피우며 아주 빠르게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다 큰 호박은 이미 아침식사 때 따서 먹었는데, 곳곳에서 새 호박이 또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다음에 시골에 내려오면 감자를 수확하고, 화분의 호박을 밭으로 옮겨심는 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 꽃이 함께 달려 나오고 있는 어린 호박
그런데 어떤 호박은 자라다가 성장을 멈춰버리고 썩고 있는 것도 보였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스님은 “그건 수정이 안 되어서 그런 거야.”라고 알려주었습니다.
▲ 호박 꽃잎에 앉은 벌
또 호박꽃잎에는 쉼없이 벌이 날아왔습니다. “스님, 벌이 정말 많이 날아와요.” 하니 스님은 “벌이 수정을 시켜주는거야. 그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벌이 없으면 호박은 열매를 못 맺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새로 옮겨 심은 작물들에게는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화분에서 땅으로 이사도 했거니와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곳에 자리를 잡았고, 스님이 주는 물도 듬뿍 받아 먹어서 그런지 ‘쏴아’ 하고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가 흡사 즐겁다는 환호처럼 들렸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밭에서 수확한 채소들을 손수 다듬었습니다. 다듬기를 마친 채소들은 종류별로 모아서 깨끗하게 씻어서 통에 담아 두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가지치기를 하고 풀 뽑기를 하면서 잘라낸 잎들을 잘 마를 수 있게 마당에 가지런히 펼쳐놓는 일을 했습니다. 스님은 “그냥 쌓아두면 썩으면서 냄새도 나고, 벌레도 많이 생기니까 바짝 말려서 두엄을 만드는 게 좋아.”라고 하면서 마당에 골고루 펼쳤습니다.
쉴 새 없이 일을 하다가 어느 정도 일이 마무리가 되자 그제서야 스님은 “지금 몇 시지?” 하고 물었습니다. “오후 4시가 다 되었습니다.”라고 하자 “그래도 오늘은 일을 많이 했다.”라며 농사일을 마쳤습니다.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하면서 스님은 시종일관 집중된 모습이었는데, 정말로 스님에게는 농사일이 가장 큰 휴식인 것 같습니다.
비빔국수로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한 후 새책 원고 교정 업무와 각종 보고서들을 점검하다가 저녁 9시가 다 되어서 울산 두북을 출발했습니다. 부지런히 고속도로 위를 달려서 새벽 1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심포지엄이 '핵을 넘어 평화로, 한반도 비핵평화체제'를 주제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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