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가 이 세상에 모든 고통을 극복하고 바로 이 땅에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실현하고자 큰 서원을 세우고 시작한 만일결사 중 제8차 천일결사 중 제9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열리는 날입니다.
싱그러운 5월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초여름이 성큼 다가선 것 같습니다. 오늘 행사는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렸습니다. 새벽 5시에 기도를 마친 스님은 김천으로 향하기 전에 경주 통일암에 먼저 들렀습니다. 엊그제 통일암에서 죽순을 두 포대 캐어와서 공동체 식구들과 사회 인사분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는데, 오늘도 잠시 시간을 내어 죽순을 캐러 간 것입니다.
스님은 “먹을 것이 이렇게 지천에 깔렸는데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느냐?” 며 삽을 들고 대나무 밭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시간 남짓 대나무 밭을 휘저으며 여기 저기 삽질을 하니 순식간에 두 포대를 캘 수 있었습니다. 죽순 두 포대를 싣고 입재식이 열리는 김천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일찍 캔 죽순은 한 포대는 문경 공동체에, 또 한 포대는 서울 공동체에 주어 대중들이 맛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전국 140여 곳의 정토법당에서도 새벽부터 버스를 타고 김천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가 되자 김천 실내체육관은 5300여 명의 천일결사자들이 무대 뒷자리까지 채운 가운데 맑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예불문이 그윽하게 울려퍼졌습니다.
스님은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기 전 주위를 한바퀴 돌아보며 식사 장소가 어떻게 되는지 살펴 보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많은 분들이 행사장에 들어가지 않고 미리 식사 자리를 맡아 놓느라 바쁜 모습이였습니다. 스님은 이후 법문에서 이 분들에게 따끔한 한말씀을 들려주었는데요, 오늘 법문의 중요한 소재가 되었습니다.
정토회 이기혜 대표님의 인사말로 제8-9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시작됐습니다. 대표님은 “우리는 누가 물어봐도 자신 있게 나는 행복하고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 수행자가 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고 하면서 “다음 백일도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변화를 위해 신명나게 나아가 보자”며 행사를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 정토회 이기혜 대표
다음은 참가자 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장 먼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는 해외정토회 소속의 활동가들이 소개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고국을 방문한 분들을 향해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 해외에서 오신 정토행자님들
이어서 서울정토회를 시작으로 전국 정토회가 모두 소개되었습니다. 천일결사자들은 자신의 지역이 호명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힘찬 박수와 함께 손을 흔들었습니다. 고무장갑을 끼고 와서 구호를 외치는 곳, 태극기를 흔드는 곳, 예쁜 머리띠를 단체로 하고 온 곳, 쓰레기 봉투를 뒤집어 쓰고 빈 생수통을 요란한 소리를 내는 곳 등 마치 화단을 보듯이 각양각색의 퍼포먼스가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환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며 대중들을 환영했습니다.
청년대학생, 교사정토회, 길벗, 법사단, 공동체, 해외파견 실무자들까지 모두 소개되자 행사장은 열기가 한껏 고조되었습니다. 무대 뒤에 앉은 관계로 현수막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대중들도 있었는데, 스님은 직접 무대 위로 올라가 이 분들에게도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이어서 백일출가 27기 행자님들의 합창 공연이 정갈하게 펼쳐졌습니다. 회색 법복을 입은 채 다소곳한 손동작으로 ‘참 좋다’, ‘하하하송’ 노래를 연이어 부르자 큰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다음은 지난 백일 간 정토회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돌아보는 ‘백일 간의 발자취’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정토불교대학 봄학기 개강을 비롯해 문경 용추계곡에서 있었던 자원활동가 봄나들이, 모둠법회, 부처님오신날 기념법회, 희망세상만들기 전국 순회 강연, 전국대의원대회, 새터민 공주역사기행, 애광원 지적장애인 봄나들이, 민족의 화홰와 평화를 발원하는 통일 기도, 얼마 전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청춘콘서트까지 다양한 활동들이 영상 속에서 지나갔습니다. 수행, 보시, 봉사로 알차게 백일을 채워온 정토행자님들이 참으로 자랑스러웠습니다.
이어서 지난 백일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행해 온 분들의 수행담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면정토회 서면법당의 하유진님은 뱃속에 아기를 가진 몸으로 걸어 나와 수행담을 들려주었습니다.
“저는 2015년 봄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고, 정토회를 접한지 1년이 갓 지난 새내기 정토행자입니다. 대학을 다니던 중 부모님께 편지 한 장 써놓고 집을 나와 5년을 떠돌았습니다. 부모님 돈으로 장사를 하다 말아먹고, 빈털터리 신세가 되어 가출 6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같은 직장에서 저와 비슷한 성향의 남편을 만나 연애 6개월 만에 결혼했습니다. 누군가가 전달해 준 법륜 스님의 희망편지를 보며 핸드폰을 뒤적거리던 중 ‘지금 여기 행복하기’ 라는 글귀를 보고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 내내 참회의 눈물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안내자님은 “보기 싫어 질끈 눈감고 욕했던 자기 자신을 보듬어 주라”고 했습니다. 마주하기 싫었던 내 인생을 보듬어 주고, 부모니께도 참회했습니다. 친정어머니도 깨달음의장에 다녀온 후 마음을 문을 여셨습니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2박 3일 여행을 다니는 동안 차 안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자연스레 들려드리고, 스님 강연에도 모시고 다니며 불교대학 이야기를 수시로 꺼내는 노력 끝에 친정 부모님은 서면 법당에서, 시어머님은 동래 법당에서 불교대학 입학을 하셨습니다....(중략)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며 정토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생각지도 않은 임신이 되었습니다. 108배와 명상을 하면서 태교는 법륜 스님 법문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남편 목소리보다 법륜 스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어서 어떤 아이가 태어날지 참 궁금합니다.(모두 웃음)
저에게 자유롭고 행복하게 잘 쓰이는 삶을 살도록 길을 열어주신 법륜 스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스님 법문으로 태교를 하고 있는 예비 엄마에게 대중은 큰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다음은 서대문 정토회 종로법당 오세령님이 수행담을 들려주었습니다.
“어느날 장모님께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는 것이였습니다. 저는 하늘이 무너지고 눈이 뒤집혔습니다. 아내에게 확인도 해보지 않고 장모님 말만 듣고 아내를 불신했습니다. 오만가지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올라왔습니다.
괴롭게만 살고 있던 그 때, 우연히 법륜스님의 강연 현수막을 보게 되었습니다. 막상 법당에 가보니 스님은 오간데 없고 영상 속에서만 법문을 하는 것이였습니다. 이게 뭔가? 그러나 제 답답한 마음을 어디에라도 털어놔야겠기에 매주 일요법회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반야심경의 ‘불구부정(不垢不淨)’에 대한 법륜 스님의 법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서야 아내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괴롭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중략)
그 무렵 법정 공방도 마무리가 되면서 장모님과 말씀하신 아내에 대한 말들이 거짓임이 드러났고, 모든 것이 오해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참회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고백하고 나니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요즘 아내는 화요일 불교대학이 열리는 날이면 쿠키를 구워 놓기 시작했습니다. 교회 집사인 아내가 보시한 쿠키는 불교대학 도반들과 함께 나눠 먹습니다. 쿠키 덕분에 매주 아내와 재료를 사며 알콩달콩 데이트를 즐기고 있습니다...”
집사님표 쿠키 이야기에 대중은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수행담을 듣는 동안 많은 분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공감을 하기도 했습니다. 기적이 다른 것이 아니라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행복의 길을 찾았다는 바로 그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수행담으로 인해 한층 숙연해진 분위기 속에서 스님이 법상에 올라 8-8차 백일기도 회향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수행이란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서 오늘 아침 행사장에 들어오기 전에 목격한 모습을 들려주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수행이란 내가 좀 더 편하고자 하는 욕구를 알아차리고 자제하는 겁니다. 나에게 욕구가 없다면 수행할 것도 없습니다. 욕구에 끌려가면 윤회전생 하는 중생이 되고, 그 욕구를 알아차리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참자유와 참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아침에 이곳에 도착해서 여러분들의 행동을 가만히 보니까,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수행 입재하러 온 사람들이 수행에는 관심이 없고, 점심 먹기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었습니다.(모두 웃음)
우리는 모두 정토행자들인데, 좋은 자리 선점해서 뭐하려고 그래요? 오히려 ‘내가 좋은 자리를 차지하면 다른 도반들이 나쁜 자리로 가게 되니, 우리 도반들이 좋은 자리에 앉으시도록 하고, 나는 남는 자리가 있으면 거기로 가서 앉겠다’ 하는 마음을 내야지요. 그러니 오늘 돗자리를 미리 깔아놓은 사람들은 복은 기대하지 마시고, 밥이나 기대하세요.(모두 웃음)
오늘 아침에 자리 까느라 고생했는데, 스님한테 욕만 얻어먹어서 속상해요? 지금 뒤를 돌아보세요. 무대 뒤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좋은 자리에는 다른 도반들이 앉도록 하고, 한 끼쯤은 서서 먹어도 되잖아요. ‘서서 먹어도 되는데, 어디 빈자리 하나 남으면 거기 앉아서 먹지, 뭐’ 이렇게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정토불교대학생들이 스님을 보고 좋아하는 것은 저도 이해를 합니다. 그런데 저를 보고 연예인 보듯이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피우는 걸 보면 저는 ‘도대체 내가 법문을 어떻게 했기에 이런 일이 생겼는가?’ 반성을 하게 됩니다.(모두 웃음) 제가 법문을 제대로 못 했으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요? 제 법문을 한 번만 듣거나 두 번만 듣거나 세 번만 들어도 자연히 흥분되는 마음이 가라앉고, 배려하는 마음이 생겨야 되는데 말이에요.(모두 웃음) 그래서 저 스스로 ‘너는 수행자가 아니고, 그냥 인기 탤런트네. 네가 무슨 법사냐? 너가 법사라면 너 법문을 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저렇게 하느냐?’ 라고 되물었습니다.(모두 웃음) 제 말,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셨어요?”
“예.”
“우리는 우리가 세운 원을 달성하기 위해서 만일 동안 꾸준히 하자고 만일결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만일 간 유지하기가 쉽지 않지요? 우리는 보통 원을 세워도 삼일 하다가 마는데, 백일도 아니고, 천일도 아니고, 만일을 하자는 거니까요. 혼자 만일을 하려면 하다가 그만두기가 쉽기 때문에 도반과 함께 서로 결의를 다지자고 ‘결사(結社)’라고 한 겁니다. 내가 가다가 중단하면 상대가 끌어주고, 상대가 힘들어하면 내가 끌어주는 식으로 같이 하자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만일결사’를 시작한 거예요.
그럼 이 만일결사 기간 동안에 이루고자 하는 우리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는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 즉 해탈과 열반을 성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회적으로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나는 부처님의 이 좋은 법을 우리 사회에 널리 전해서, 방금 전 수행담처럼 그렇게 힘들어 하다가도 불법 만나서 삶의 변화를 이루게 해주자는 겁니다. 그런 기적을 만들려면 이 법을 사람들의 생활 가까이까지 전파해야 합니다. 우리는 열심히 전법한다고 해 왔는데도 방금 수행담 발표하신 분은 정토회가 있다는 걸 작년에 알았다고 하잖아요. 그와 같이 아직도 우리 국민의 절대 다수는 정토회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우리는 더 열심히 활동해서 대중들이 생활 가까이에서 불법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불법을 배울지 말지는 그들의 선택이지만, 우리는 대중이 쉽게 불법을 접할 수 있게는 해 주자는 겁니다. 책이나 유튜브, 팟캐스트, SNS를 통해 정토회를 알리는 한편으로 대중이 생활하는 마을 가까이에도 법당이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방금 수행담을 발표하신 분들 중에 한 분은 유튜브를 통해 법문을 듣고 정토회에 처음 왔다고 하고, 한 분은 현수막을 보고 오셨다잖아요.
그렇게 정토법당에 갔더니 뭐만 나오더라고요? 스님의 화신만 영상에 나오더라고 하셨어요. 제가 요즘 혼자 힘만으로는 좀 부족해서 과학기술의 도움을 얻어 한꺼번에 여러 곳에 나투는 신통력을 얻었습니다. 제 힘만으로 이뤄낸 건 아니고, 과학의 힘을 조금 빌렸습니다.(모두 웃음)
그렇게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의미에서 전국의 읍면동, 즉 우리 마을에 이런 수행모임이 하나씩 있도록 하자는 활동을 지금 여러분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 좋은 법이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될 수 있도록, 즉 밥 먹고, 똥 누고, 싸우는 일상생활 속에서 체험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른불교, 쉬운불교, 생활불교입니다. 이 좋은 법을 이 땅에 구현하자는 것이 정토회의 설립취지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 사람들은 부부 갈등이나 자녀 문제를 소재로 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탈의 길로 갈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면 그건 유치원 애들 수준의 얘기로 취급하고, 공이 무엇이냐에 대해 얘기를 하면 그건 대학원생 수준의 법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관념이지요. 우리는 제법이 공(空)하다는 것을 지식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방금 수행담의 내용처럼 일상의 체험을 통해 깨달아야 합니다. 즉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는 얘기를 듣고 실제로 그런지 여부는 확인도 안 한 채 그 거사님 속에서는 이미 아내가 바람을 피운 게 되었다가 깨닫고 보니 ‘내가 환영에 사로잡혀 있었구나’ 하고 알아차리게 되는 것처럼, 일상의 체험을 통해 공하다는 걸 알게 되잖습니까. 이건 관념이 아니지요.”
스님의 따끔한 지적에 자리를 선점하려고 했던 대중들은 몸둘 바를 몰라하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점심 시간에 앉을 자리가 없을 것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결사의 취지에 대한 설명에도 대중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수행담 사례 발표를 들으며 떠올랐던 소감을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감동할 만한 내용이 많았지만, 스님은 수행자는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다음 단계의 수행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수행담을 들으면서 ‘저 거사님, 큰 공부 하셨구나’ 하는데, 저는 좀 위험하다고 봤습니다. 위험하다는 건 거사님이 좋아지긴 하셨지만 수행이 된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첫째, 아내가 바람을 피워도 세상 일은 본래 불구부정이므로 더럽고 깨끗하다고 할 게 없다고 깨쳐버렸다면 거사님은 앞으로 아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자유로울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아내가 바람을 안 피웠구나’ 해서 그동안 오해했던 아내에게 사과를 해서 관계가 좋아졌다고 하시니까, 그건 반쪽의 깨달음이라는 겁니다. 즉 오해가 풀린 수준에 불과한 겁니다. 만약 아내 분이 진짜 바람을 피우게 된다면 거사님의 병은 다시 도지게 될 겁니다. 그러면 거사님은 천당엘 갔다가 다시 지옥으로 떨어지게 되겠지요. 그래서 거사님이 지금 좀 위태롭다고 말하는 겁니다.
또 거사님의 수행담 내용 중에는, 집사님인 아내가 법당 가는 거사님께 직접 구운 쿠키를 들려주니까 기분이 좋았다고 하셨는데, 쿠키를 구워주는 건 아내의 일일뿐입니다. 물론 안 구워주는 것보다는 구워주는 게 기분이 좋겠지만 그게 거사님의 즐거움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 그것도 위태롭습니다. 앞으로 아내가 쿠키를 안 구워줘도 문제이고, 법당에 못 가게 해도 문제가 될 테니까요. 그러니까 아내가 법당에 못 가게 해도 ‘여보, 다녀올게요’ 하고 다녀올 수 있어야 자유가 얻어지는 겁니다. 제 말이 이해가 되세요?”
“예.” (모두 박수)
“그런데 여러분들의 수행담은 주로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남편을 탓했는데 깨닫고 나니 남편에 대해 반성이 되었고, 내가 깨달으니 남편도 좋아졌고, 그래서 모든 게 좋아졌다고 하는데 제가 볼 때는 그런 게 위태롭다는 거예요. 스스로 깨달아서 남편이 여전함에도, 아내가 여전함에도, 자식이 여전함에도 나는 편해져야 그게 도(道)입니다. (모두 박수)
그래서 저는 수행담 발표하시는 분들을 보면 늘 ‘저분이 지금은 본인이 극락이라도 간 것 같이 들떠있는데, 조금 있다가는 다시 지옥으로 떨어진 것처럼 힘들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조마 조마합니다.(모두 웃음)
상대가 잘해서 내 기분이 좋은 건 ‘중생의 좋음’입니다. 그것은 ‘수행의 좋음’이 아니고 중생의 좋음이기 때문에 상대에 따라 뒤집어집니다. 즉 상대가 나쁘게 해서 내가 나빴다는 게 범부중생이고, 상대가 나쁘게 하는 데도 내가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게 도에 들어간 수준입니다. 내가 어떻게 했더니 상대도 좋아졌고, 그래서 내가 기분이 좋다면 그건 수준이 떨어지는 도입니다.(모두 웃음)
상대가 좋아지면 안 된다는 게 아닙니다. 상대가 좋아진 걸 보고 ‘이게 부처님의 가피인가 보다’ 하면 벌써 기복 수준으로 떨어진 겁니다. 상대가 좋아진 건 그가 노력해서 좋아진 것이지 내가 잘해서 좋아진 게 아니에요. 그래서 상대한테는 늘 ‘감사합니다’ 라고 해야 되는 거예요. 그런데 좋아지는 것에 약간 맛을 들이면 어떻게 될까요? 상대가 도로 나빠져 버렸을 때 다시 괴로움으로 빠지게 됩니다. 이것은 수행의 첫 번째 단계는 넘어섰는데, 두 번째 단계인 마장에 걸린 겁니다. 수행자들은 주로 이 마장에 걸려서 넘어집니다. 첫 번째 단계가 초발심(初發心)이고, 두 번째 단계는 넘어야 제대로 안정이 되는데, 주로 초발심자가 정토회와 원수 되기 쉬운 이유는 두 번째 단계에 딱 걸려서 ‘에잇, 수행해도 별 수 없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저 인간은 안 변해’ 라며 나가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행담 발표하신 두 분 얘기를 듣고 제가 약간 위험하다고 느낀 겁니다.
용기 내어 수행담을 발표했더니 스님은 나무라기만 하시냐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수행하니 본인이 좋아졌고, 본인이 좋아지니까 가족들도 좋아졌으니까요. 그러나 가족이 좋아졌다고 내가 기분이 좋은 건 중생심이지 수행심은 아니라는 겁니다. 기분 좋아지지 마라는 뜻이 아니에요. 오늘 입재식에 사람들이 많이 와서 스님 기분이 좋다면 그건 중생심입니다. 이해하시겠어요?”
“예.”
“사람이 많이 오니 기분이 나쁘다거나 사람이 많이 와도 아무 상관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사람이 이렇게 많이 왔네. 잘됐다’ 라고 느낀다면 그건 중생심이라는 겁니다. 만약 오늘 5,000명이 와서 제 기분이 좋다면, 다음 번에 3,000명이 왔을 때는 ‘왜 줄었느냐?’ 하면서 기분 나빠할 것이니까요. 그건 윤회의 수레바퀴에 말리는 거예요.
정토회는 만일결사의 목표를 세웠는데, 이건 꾸준히 하는 게 핵심입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사람이 만일 동안 꾸준할 수 있겠는가?’ 싶어서 천일 단위로 다시 자른 겁니다. 그래서 이번이 8차 천일결사입니다. 또 ‘작심삼일인데 어떻게 사람이 천일을 꾸준할 수 있겠는가?’ 싶어서 다시 백일 단위로 자른 겁니다. 그래서 오늘 오전에는 8차 천일기도 8차 백일기도 회향식을 지금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난 8차 백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진한 분들은 9차 백일까지 연결해서 그대로 정진해 나가시고, 지난 백일 동안 정진을 빼먹고 놓친 분들은 오늘 회향하면서 반성을 하고, 오후에는 다시 입재하면서 ‘9차 백일 동안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해야 되겠다’ 하는 다짐을 하세요. 오늘은 그러는 날입니다. 오전에는 회향 법문 들으면서 ‘아, 내가 놓쳤구나’ 하고 참회하고, 오후에는 입재 법문 들으면서 ‘나도 한번 해 봐야지’ 하면서 발원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이렇게 백일마다 모이는 거예요.”
스님의 감로와 같은 법문에 모두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오늘 오전 법문을 끝으로 8차 백일기도를 회향하게 되는데, 스님은 지난 백일을 돌아보며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수고가 많았던 분들을 하나 하나 거명하며 격려도 해주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발원하며 통일 기도에 매진해 준 분들에게는 더욱더 격려 말씀을 덧붙여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격려해 주어야 할 것이 있어요. 정토회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천일 동안 1초도 쉬지 않고 기도하기로 했잖아요?”
“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1시간씩 돌아가면서 기도하고 있는데, 그건 사실 누가 봐주지도 않잖아요. 혼자 골방에 들어가서 기도를 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예수님께서도 하나님께서는 전지전능하시기 때문에 우리가 이것 해 달라, 저것 해 달라고 외치지 않아도 이미 우리의 마음을 다 알고 계시니까 기도할 때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야 하나님께서 진짜로 알아주신다고 하셨어요. 부처님께서도 마찬가지이시겠죠. 그러니 우리는 더 골방으로 들어가서 기도해야 돼요. (모두 웃음)
문을 12개를 열고 아무도 안 보는 데로 들어가서 기도를 해야 더 영험한 겁니다. 그러니 조용히 작은 방으로 들어가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생각하며 기도하셨던 많은 분들을 위해 격려의 박수를 한번 보내드립시다. (모두 박수)
우리가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하는데도 남북관계는 나쁜 소식만 계속 들려오고 있지요. 자고로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다’ 하는 말처럼 나쁜 소식은 곧 좋은 소식입니다. 먼동이 튼다는 소식이 천일 안에 반드시 들려올 겁니다. 안 오면 우리가 만들어내야 해요.” (모두 박수)
통일이 기운이 열릴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에 대중들은 큰 함성과 박수로 그 다짐을 표현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도 감사 인사를 한 후 법상에서 내려왔습니다.
공지사항과 사홍서원이 있은 후 12시 30분부터는 점심 식사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의 제안에 따라 점심 시간 이후부터는 무대 뒤에 걸린 현수막이 철거가 되었습니다. 비록 스크린이 설치되기는 했지만, 무대 뒤에 앉은 분들이 많이 답답했을 것인데, 현수막이 철거되자 행사장이 한층 밝아진 것 같았습니다.
체육관 앞마당에는 에코붓다, JTS, 좋은벗들, 컨텐츠사업국, 교사정토회, 월간정토, 백일출가, 정토불교대학, 평화재단, 청년대학생 등 각 단체에서 준비한 부스들이 펼쳐졌습니다. 또한 예비 천일결사자들을 위한 천일결사 안내 부스도 마련되어 108배 하는 방법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 필리핀 선재수련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는 대학생정토회
▲ 대중 법사님들과 총무님들이 운영하는 천일결사 기도 안내 부스
스님도 식사 후 부스를 한 바퀴 둘러보며 대중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부 대중들은 스님이 부스에 나타나자 무척 좋아하며 “스님!” 하면서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했는데, 스님은 “방금 전에 들뜨면 안 된다고 법문했잖아요. 못 들었어요?” 라고 호통을 치며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 차를 나눠주면서 백일출가를 홍보하고 있는 행자원
▲ 정토회 의료인 모임에서 운영하는 응급실
각 부스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가운데 이색 이벤트가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북한말을 알아맞춰보는 퀴즈, 법륜 스님 얼굴이 새겨진 네모 상자 속에 얼굴을 넣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코너, 스님의 법문을 직접 필사해 보는 코너, 다람쥐처럼 가볍게 살자는 의미로 다람쥐와 같이 사진을 찍고 도토리를 나눠주는 코너 등 대중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즐거운 점심 시간을 보냈습니다.
▲ 법륜 스님 인증샷을 찍고 페이스북에 올리는 코너 (정토출판)
▲ 남한말을 북한말로 알아 맞추는 퀴즈 (좋은벗들)
▲ 스님의 법문을 필사로 적어보는 코너 (정토출판)
이어서 오후 2시부터는 예비 천일결사자 결의식과 함께 8-9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열렸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이어집니다....
--------
전체댓글 37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