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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오전에 있었던 제8-8차 백일기도 회향식에 이어서 오후에는 제8-9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열렸습니다.
점심을 먹고 여러 군데 부스를 돌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대중들은 오후 2시가 되자 다시 김천 실내체육관 안으로 입장했습니다.
오후 프로그램의 첫 순서는 ‘정토행자 한마당’입니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분들이 무대로 올라와서 한껏 그 기량을 뽐내고 흥을 돋우는 시간입니다. 먼저 안양정토회 안산법당에서는 반짝이는 조끼와 바지를 입고 나와 음악소리에 맞춰 춤실력을 뽐냈습니다. 음악이 바뀌자 입고 있던 겉옷을 훌러덩 벗어던지며 더욱더 신나는 춤동작을 선보이자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다음은 청년붓다 2기의 특별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청년붓다는 청년, 대학생, 저녁부 자원활동가들로 100일 동안 법당에서 출퇴근을 하면서 일과 수행의 통일을 체험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자식과 부모의 갈등과 화합을 연극과 노래를 결합한 뮤지컬 형식으로 보여주었는데, 너무나 재미나게 구성을 해서 공연이 계속되는 청중석은 웃음 바다가 되었습니다.
“난 27살, 회사생활 힘들어 ♬ 스트레스 받고, 인생은 술술술, 술로 다 풀어. 우웩.”(토하는 모습에 청중 폭소)
“아이고, 못 살아. 우리 딸은 맨날 술독에 빠져살아 ♬ 도대체 누굴 닮았나? 나를 닮았나? 그럴거면 독립해라 독립!”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자식의 입장과 부모의 입장이 오버랩 되면서 랩 대결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통하는 게 하나 있어 ♬ 바로 법륜 스님 법문! 법문을 함께 듣고 있잖아요. 자, 벗어요! 이제는 색안경을 벗어버려요. 자유가 보여요. 잘 들어줘, 잘 이해해. 색안경 벗고 우리는 대화할거야 ♬ 우리는 대화할 거야.”
구성진 노래 가사에 마침내 자식 세대와 부모 세대는 화합을 하며 공연을 마쳤습니다.
이렇게 왁자지껄 한바탕 어우러진 후 후끈 달아오른 열기 속에서 예비 천일결사자 결의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이번 결의식에는 무려 1300여 명이 새로 입재했습니다. 대부분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한 분들인데, 지난주부터 수행맛보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매일 수행하는 삶의 필요성을 느낀 분들이 많아진 영향인 듯 했습니다.
법요집에 나온 순서에 따라 먼저 천일결사 입재의 취지에 대해 스님이 낭독했습니다. 그런 후 스님은 수행, 보시,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다섯 가지 약속을 실천할 수 있는지 그 다짐을 물었습니다.
“정토행자는 자기의 생각을 바꾸어서 행복해지는 자기변화와 자기가 사는 사회를 바꾸어 행복해지는 사회변화를 동시에 추구합니다. 그리고 이 땅에 정토 건설을 하기 위해서 매일 수행, 보시, 봉사하는 삶을 삽니다. 이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첫째,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 위하여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수행정진 하겠습니까?”
“예,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반드시 수행·정진하겠습니다.”
“둘째, 매일 수행정진 후 느낀 수행 소감을 ‘마음 나누기’ 하겠습니까?”
“예, 매일 수행정진 후 반드시 ‘마음 나누기’를 하겠습니다.”
“셋째,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하여 매일 천 원 이상 보시하겠습니까?”
“예, 매일 천 원 이상 반드시 보시하겠습니다.”
“넷째, 이웃과 세상의 필요에 잘 쓰이기 위하여 매일 한 가지 이상 봉사를 실천하겠습니까?”
“예, 매일 한 가지 이상 봉사를 반드시 실천하겠습니다.”
“다섯째, 매 백일마다 천일결사 입재식에 참석하여 정토행자의 서원을 다짐하겠습니까?”
“예, 반드시 입재식에 참석하여 정토행자의 서원을 다짐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이루기 위한 만일결사에 동참하여 정토행자로서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대중이 모두 자리에 앉자 다음은 법사님들이 염주를 증정해 주었습니다. 입재한 대중이 많기 때문에 염주를 나눠주는 시간을 절약하고자 스님도 무대 아래로 내려가 직접 염주를 걸어주었습니다.
염주를 받는 동안 대중들은 ‘부처님께 바칩니다’ 노래를 함께 부르며 신규 입재자들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신규 입재자들이 합장을 하자 이어서 법륜 스님이 신규 입재자들을 위해 발원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신규 입재자들이 오늘 세운 이 서원을 생활 속에서 늘 잊지 않고 실천할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을 담아 발원을 해주었습니다.
신규 입재자들은 뒤돌아서 먼저 입재한 선배 정토행자님들에게 반배로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자 선배 정토행자님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이어서 곧바로 스님이 신규입재자들을 격려하는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앞서 첫 번째로 약속한 것이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수행정진 하기로 한 것인데, 격려 법문을 통해 스님은 어떻게 이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 그 비법을 들려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오늘 새롭게 입재했다고 기존 수행자들이 박수를 많이 쳐주죠? 이 박수에는 첫째로는 ‘반갑다, 함께해서 좋다’ 이런 뜻이 담겨 있고, 둘째로는 ‘당신들은 제발 나 닮지 말고 열심히 정진해라’ 이런 뜻이 담겨 있어요.(모두 웃음)
먼저 출발했다고 반드시 앞에 가는 게 아니고, 뒤에 출발했다고 반드시 늦게 가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먼저 된 자 나중 되고, 나중 된 자 먼저 된다’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불교 용어로는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라고 합니다. ‘처음 마음을 낸 이 때가 곧 정각을 이룬 때다’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우리 마음이라는 게 항상(恒常)하지 않습니다. 마치 죽 끓듯 늘 변덕을 부려요. 오늘 입재식에 참석해서 박수 받을 때는 ‘하루도 안 빼먹고 해야지’ 이러지만, 당장 내일 아침에 눈이 잘 안 떠지면 ‘에이그, 내일부터 하지 뭐. 그거 뭐 꼭 해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고, 절하다가 다리가 좀 아프면 ‘꼭 108배 해야 하나? 부처님이 집착을 놓으라고 했는데 내가 지금 108이라는 숫자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 이렇게 됩니다.(모두 웃음)
이렇게 마왕이 부처의 탈을 쓰고 부처의 이름을 빌려서 유혹을 한단 말이에요. 그러면 대부분 넘어가버려요. 거기에 넘어가면 안 됩니다. 그러면 작심삼일이 돼요.
넘어가지 않으려면 딱 한 가지만 지키면 됩니다. 어떤 유혹을 해도 절대로 넘어가지 않는 아주 쉬운 길이 있습니다. 딱 한 가지만 지키면 돼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눈이 딱 떠지면 살아있는 거잖아요. 살았으니까 산 기념으로 기도를 하는 겁니다. 죽은 사람은 안 해도 돼요.(모두 웃음)
‘죽어도 해라’ 이런 말은 안 합니다. 살았으면 산 기념으로 기도하는 거예요. ‘아이고, 살았으니까 기분 좋구나. 기념이다’ 이런 마음으로 아침에 108배를 하는 겁니다. 중간에 그만두고 싶거나 온갖 유혹이 있더라도 사람이 살았다는 기적에는 미치지 못해요. 차가 넘어져 사고가 났거나 큰 병이 들었을 때 사람이 살면 ‘기적’이라고들 하잖아요. 그러니 매일 아침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 그 기적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감사 기도를 하세요. 다른 욕심 부리지 말고 ‘살았으니까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사 기도를 딱 한 뒤에 출근하는 겁니다. 출근하다가 교통사고나 이런저런 일로 죽게 되면, 그 때는 기도를 안 해도 돼요. 잠을 잤는데 죽어서 아침에 눈이 안 떠지면, 그 때도 기도를 안 해도 돼요.(모두 웃음)
아침에 눈이 좀 늦게 떠진다면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알람 시계를 틀어놓으면 됩니다. 그랬는데도 혼미상태에 빠져서 늦게 일어났다면 그래도 기도를 빼먹으면 안 돼요. 늦게 일어났다고 기도를 빼먹고 밥을 먹거나, 기도를 빼먹고 세수를 하거나, 기도를 빼먹고 출근하면 안 됩니다. 일단 눈뜬 기념으로 기도부터 하세요. 늦으면 밥을 안 먹고 출근을 하든지, 출근을 늦게 하더라도 기도하고 출근하고, 기도하고 세수하세요.(모두 웃음)
‘눈뜬 기념으로 제일 먼저 기도부터 한다’ 이거 하나만 지키면 됩니다. 산 기념으로 하루에 두 번도 아니고 한 번만 하면 되고, 그것도 죽으면 안 해도 돼요. 그렇게 열흘이 지나면 십일기도가 되고, 백 일이 지나면 백일기도가 되고, 재수가 없어서 천 일까지 살면 할 수 없이 천일기도를 하게 되는 것이고, 또 재수가 없어서 만 일을 살면 만일기도까지 하게 되는 겁니다.(모두 웃음)
재수가 좋아서가 아니라 재수가 없어서 또 계속 살면 산 기념으로 계속 해야 해요. ‘아침에 기도 한 번 하고 살래? 기도하기 싫으니까 그냥 죽을래?’ 이렇게 묻는다면 그래도 사는 게 낫잖아요. 표정들이 별로 신통찮네요.(모두 웃음)
그렇게 딱 일어나서 기도부터 하시기 바랍니다. 여행을 가도, 기차를 타도, 비행기를 타도, 여관방에 가도, 초상이 나도 이렇게 늘 오늘 하루 산 기념으로 감사기도를 하는 거예요.”
스님이 알려준 쉽고 간단한 방법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일리가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눈뜬 기념으로 제일 먼저 기도부터 한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되뇌어보는 가운데 신규 입재자 결의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다음은 제8-9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시작하며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대중이 청법가와 삼배로 법을 청하자 스님이 무대에 올라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오전과는 달리 현수막이 싹 걷어져서 앞뒤가 탁 트였습니다. 스님은 앞을 보며 법문을 하다가, 다시 옆을 보며 법문을 하다가, 다시 뒤를 보며 법문을 하는 등 한 바퀴를 빙 돌면서 법문을 했습니다. 무대에 회전판이 설치되어서 자동으로 천천히 돌아가면 참 좋을텐데, 스님이 직접 움직이는 모습에 대중들은 간간히 미소를 짓기도 했습니다.
먼저 오전에 있었던 수행담을 다시 이야기하며 입재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어려움에 처할수록 그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오전에는 두 분의 수행담을 듣고 다들 굉장히 감동했죠?”
“네.”
“이렇게 큰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부처님 법을 만나서 역경을 극복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이 큽니다. 여러 가지 환경이 나쁜 상황일수록 오히려 더 큰 감동을 가져와요. 감동을 주려고 일부러 나쁜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지만, 나쁜 상황이 됐다고 그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부처님의 법을 만나서 변화가 일어나면 과거에 나빴던 것이 오히려 다 유용해집니다.
예를 들어 어릴 때 학대를 받았다고 해봅시다. 깨닫지 못하면 그게 상처가 되어서 트라우마로 남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못 믿고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늘 피해의식에 젖어 살아요. 그런데 이걸 탁 깨달아서 이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치유가 됐다면 학대받는 아이들에 대해서 보통사람에 비해 굉장히 정성을 다하게 된다는 장점이 생겨요. 학대받았다가 깨달은 사람이 마침 학교 선생님이 되었다면, 어릴 때 부모나 보호자로부터 학대를 받은 아이들의 저항을 자기 일처럼 생각해서 감싸 안아주고 포용하는 힘이 있습니다. 학대받은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이걸 잘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고, 애가 왜 저렇게 말을 안 듣나?’ 이렇게만 생각하거든요.
이렇게 상처를 치유한 사람들은 상담을 할 때도 큰 장점이 있어요. 학대받은 경험이 상처가 돼서 인생을 헤매는 사람들을 상담하게 되면 첫째, 자기도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그 사람의 불만과 원망에 공감이 됩니다. 그래서 소통이 잘 되는 거예요. 두 번째, 공감만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는 그 경험을 극복했기 때문에 ‘나도 그랬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렇게 좋아졌다’ 하는 걸 보여줘서 상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아, 당신도 그런 경험이 있었나? 그런데 어떻게 좋아졌지? 당신이 좋아졌다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겠네!’ 이렇게 희망을 줄 수 있어요.
고통이 클 때 거기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면 고통이 큰 불행이지만, 거기서 헤어나온다면 큰 교화력, 즉 대자대비(大慈大悲)가 나올 수 있습니다. ‘대자대비’를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고통 받는 사람에 대한 연민과 이해가 저절로 우러나오게 되고, 또한 거기서 머무르는 게 아니라 내가 거기서 빠져나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게 됩니다.
어릴 때 성폭행을 당한 경험 때문에 늘 가슴앓이를 하고 살아서 내 삶에 여러 가지 불행을 자초했는데, 부처님 법문을 듣고 제법이 공한 줄 탁 깨치는 순간 그 상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렇게 되면 우선 같은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게 됩니다. 가해자인 남성은 자기의 잠시 동안의 즐거움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지만, 상대 아이들에게는 그런 폭력이 얼마나 큰 고통이 되는지를 너무너무 잘 알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깨닫지 못하면 이게 단지 분노에만 그치게 됩니다. 깨달아서 고통에서 벗어났다면, 그런 일이 이 사회에서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피해 아동의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조기에 치유할 길을 찾고, 이미 성장해서 그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을 대할 때는 자기 일처럼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관점을 갖고 꾸준히 정진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부처님이 마지막 열반에 드실 때 남기신 말씀을 인용했는데 이 대목은 많은 대중들에게 감명을 주었습니다.
“지난 백 일 동안에는 또 경계에 끄달려서 놓쳤다 하더라도 오늘 이렇게 입재를 새로 했으니까 처음 시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꾸준히 정진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 남기신 마지막 말씀도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였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라고 덧붙이셨어요. 한번 따라해 보세요.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이것을 한자로는 ‘불방일(不放逸)’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면서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라고 비유를 드셨어요. 낙숫물이 바위를 뚫으려면 천 년으로도 부족할 겁니다. 이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라는 비유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첫째, 바위를 뚫기가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갖고 있는 까르마, 업식, 자기 성질, 기질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 업식은 단단하기가 바위만큼 단단해요. 그런데 우리가 지금 ‘정진해야지, 수행해야지’ 하는 마음은 물방울처럼 약해요. 그래서 해도 해도 안 되니까 옛날에는 이 업식이나 성질을 두고 ‘운명이다, 정해진 것이다, 바뀌는 게 아니다’라고 했어요. 이게 바로 숙명론이에요. 얼마나 바뀌기가 어려우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천성은 변하지 않는다’, ‘천성이 바뀌면 죽을 때가 다 되었다’ 이런 말들을 하겠어요. 변하지 않는다고 본 거예요.
그런데 부처님께서 깊이 연구하신 끝에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고 가능하다. 그런데 어렵다’라는 사실을 아셨습니다. 까르마라는 것은 본래 정해진 것이 아니라 형성되어진 것입니다. ‘형성되어졌다’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이 세상에 형성되어진 모든 것은 영원한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하잖아요. 항상함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이것도 변할 수가 있다는 이야기예요.
그러면 변할 수 있다고 해서 마음만 먹으면 변할까요? 그리 쉽게 되는 건 아닙니다. 변하기는 어려워요. 그러나 가능해요. 이게 중요합니다. ‘어렵다’는 건 현실입니다. 그러니 이걸 며칠 만에 해치우려고 하면 안 돼요. 그런데 어렵지만 불가능한 게 아니라 가능해요. ‘가능하다’는 건 희망입니다. 가능하다는 희망이 저 앞에 있어요. ‘어렵다’라는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있는 가운데 ‘가능하다’라는 희망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하지 않으면 안 돼요. 며칠이나 몇 년 안에 해치우려 들면 안 되고,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나는 출가한지 51년 동안 이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부처님은 29세에 출가해서 80세에 돌아가셨어요. 출가해서 돌아가실 때까지 51년 동안 수행하신 부처님의 최대 장점은 왕자 출신인 것도 아니고, 오래 산 것도 아니고, 많이 아는 것도 아니고, 그 51년 동안 꾸준히 한 길을 걸었다는 겁니다. 부처님이 마지막에 당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기 장점을 이야기할 때 스스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나는 출가한 지 51년 동안 이 길을 꾸준히 해왔다’라고 하셨어요. 여기에 51년 동안 꾸준히 정진해온 사람 있으면 한 번 손 들어봐요.”
“....” (아무도 손을 들지 않고 웃음)
“부처님처럼 위대하신 분도 51년 동안 꾸준히 해온 것을 자기의 최대 장점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하셨어요. 그리고 그것을 모범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스님의 입재 법문을 듣고 나니 새로운 백일을 다시 힘차게 출발해봐야겠다는 다짐이 일어났습니다. 매번 맞이하는 백일이지만 스님의 법문을 들을 때마다 다시금 기운이 충전되는 이 느낌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어서 스님은 앞으로 곧 들이닥칠 경제 위기와 그 돌파구로서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 줄 수 있는 통일 대한민국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작심을 한 듯 통일의 희망에 대해 여러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9차 백일기도가 진행되는 6월, 7월, 8월에는 남북통일과 나라를 생각하고 기념할 수 있는 날이 많다고 소개하면서 공동체를 위한 일에 더욱더 마음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번 8-9차 정진 동안의 백일을 생각해보면 우선 6월 6일이 현충일입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우리가 추모해야 하는 날이예요. 또 6월 25일은 한국전쟁 발발일입니다. 우리가 정말 반성해야 하는 날이예요.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어야 하고, 어떤 이유에서든 전쟁을 합리화해서는 안 됩니다. 또 6월 15일은 남북 공동선언을 발표한 날이에요.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전쟁으로 갈라져 고통받으며 살아온 가운데서도 남북이 협력해서 희망을 한번 가져보자고 다짐했던 기념일입니다. 독재를 물리치고 새로운 세계로 나가겠노라 선언했던 6월 29일도 있습니다.
이처럼 6월은 슬픈 일이든 좋은 일이든 나라를 위해서 어떻게 해보자고 했던 날이 많아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을 비롯해 개인들의 이야기가 많은 달이 5월이라면 6월은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달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6월에는 나라와 사회를 위한 기도를 해야 합니다.
7월에는 7월 17일 제헌절이 있어요. 한국전쟁 휴전일인 7월 27일도 있고요. 역시 나라를 위한 날이 많습니다. 8월에는 8월 15일 광복절이 있죠. 8월 15일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아세요? 1945년 8월 15일은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날이고, 1948년 8월 15일은 정부 수립일입니다.
이처럼 6,7,8월은 덥지만 힘든 가운데서도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나라와 관계되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6,7,8월은 공동체, 즉 우리 사회와 나라를 위한 기도를 열심히 해주십사 부탁드립니다.
또 정토회는 7월에는 전통적으로 명상수련이 있고, 8월에는 중국 역사기행이 있고, 스님은 또 9월에 해외 순회 법회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자칫 잘못하면 정진을 놓쳐버릴 위험이 많습니다. 8차 천일결사의 막바지에 이른 이 9차 백일기도를 그런 행사들 가운데 뒤숭숭하게 보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개인정진을 열심히 해서 나태함을 방지하고자 제가 이런 기념일이며 행사를 주욱 말씀드렸습니다.
정리하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개인정진을 빠뜨리지 말고 꼭 할 것, 또 하나는 이번 백일에는 특별히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통일기도도 좀 열심히 해주시고, 우리 사회에서 나라를 위한 행사가 있으면 좀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세요. 정토회 회원이라면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일반 시민보다는 더 지극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나라를 위해서도 좋은 마음을 내주시기 바랍니다.”(모두 박수)
스님의 간곡한 당부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박수갈채가 오랫동안 이어지는 가운데 다소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진주정토회 산내법회 손기문님이 무대에 올라와 ‘목로주점’, ‘행복의 나라로’ 노래를 신나게 불러주었습니다. 반주에 맞춰 박수를 치면서 대중들은 행복의 나라, 통일의 나라를 소원했습니다.
이어서 9차 백일기도 기간 동안의 실천과제에 대해 행정처 김은숙 처장님이 나와 발표해 주었습니다. 9차에도 역시 SNS 활동 활발히 하기가 실천과제로 제시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토회 이기혜 대표님이 무대에 올라와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대표님은 “우리 정토행자들은 개인의 행복에 머물지 않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사회의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고 하면서 “그 실천과 SNS 활동이 결코 둘이 아니다”라고 덧붙이며 보다 활발한 활동을 당부했습니다.
사홍서원으로 입재식을 모두 마친 후 스님과 법사님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손에 손을 잡고 산회가를 함께 불렀습니다. 대중들도 옆에 서 있는 도반들과 정답게 손을 잡고 우렁찬 목소리로 함께 노래했습니다.
산회가가 끝나자 스님은 “정토행자 여러분!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라고 하며 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5300여 명의 대중들이 하루 낮을 머물다 기러기떼처럼 유유히 행사장을 빠져나갔지만 쓰레기 한 조각 남지 않았습니다. 정토행자들의 환경 실천 의식이 얼마나 투철한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백 개의 의자들도 수십 명의 봉사자들이 합심하여 순식간에 치워졌고, 무대 주변과 화장실도 순식간에 깨끗이 청소가 되었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모두들 “9월 4일 10차 입재식에서 다시 뵙겠습니다”라고 서로 인사를 하면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대중이 모두 떠나고 스님과 법사단은 계속 이곳에 남아 더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한 시간 넘게 집중적으로 회의를 한 후 오후 6시가 넘어서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밤 9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스님은 새벽에 경주에서 따온 죽순을 공동체 대중들에게 주며 맛있게 먹으라고 얘기한 후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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