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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평화재단에서 주요 사회 인사분들과 국가비전과 평화통일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조찬 모임을 가졌습니다. 평화재단은 지난 십여 년 간 평화통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활동 및 실천 활동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보다 진전된 결실을 얻어보자는 취지로 최근에는 더욱더 활발한 연구 모임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런 취지로 모임이 마련됐습니다.
오늘 조찬 모임을 준비하기 위해 공동체 실무자들 중 몇몇은 앞치마를 두르고 새벽부터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반찬을 정성스럽게 그릇에 담고 있는 가운데, 조찬모임이 열리는 회의실에는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습니다.
아침 7시에 평화재단에 도착한 스님은 이미 도착한 전문가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안부를 물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가 모두 끝나자 곧바로 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오랜 시간 평화재단과 함께해 온 분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님이 오늘 모임의 취지에 대해 간략히 소개했습니다.
“2017년 대선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절망적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2017년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에게 국가 운영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기본 방향과 더불어 국가운영 체계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2년 대선 이후 4년이 경과했는데, 그동안의 모습을 돌아보면 경제도 더욱 위태로워졌고, 남북관계는 전쟁 위험으로까지 치달았고, 모든 게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국제 질서 속에서 우리의 길을 찾고, 성장 동력이 소진된 한국 사회에 성장동력을 다시 찾고,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현안들을 처리하면서 미래의 비전도 함께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오늘은 큰 틀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해봤으면 합니다.
미국에서도 지금 기성 정치가 현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까 민중의 불만이 적을 만들어서 감정적인 폭발을 하는 ‘분노의 정치’ 같은 형태로 표출이 되고 있잖아요. 대표적인 예가 트럼프 쪽 지지자들이 보여주는 현상이죠. 반면에 이런 불만을 제도적으로나 합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샌더스 쪽 지지자들이라고 볼 수 있고요. 이렇게 아웃사이더가 주류를 점령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도 만약 이런 분노의 정치 쪽으로 분위기가 몰려 간다면, 특히 여기에 남북 간의 대립까지 보태지면 대한민국은 극한 대립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합리적인 방안을 못 만들어내면, 제가 볼 때는 한번만 더 넘어가면 분노의 정치가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방향만 제시하는 것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요. 박근혜 대통령도 처음에는 통일 대박론과 창조 경제를 내세웠죠. 그러나 학자들이 낸 아이디어를 구호로만 내세웠을 뿐 실제로는 선거용으로만 사용하고 말아버렸잖아요. 새로운 정부는 여기서 조금 더 진척이 되어야 합니다. 올바른 방향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실제적으로 만들어야지 그냥 정책만 제공해 주는 데 그쳐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지금으로 봐서는 정쟁 중심으로 갈 확률이 더 높은데, 이것을 올바른 국가 방향을 향해 경쟁하도록 분위기를 형성해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석한 사회인사분들은 스님의 진단에 모두 공감하면서 각자 한마디씩 지금의 현실에 대해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특히 4.13 총선 이후 최근 정치 지형의 변화에 대해 포괄적인 분석이 함께 이뤄졌습니다.
이런 취지에 따라 이 모임에서는 앞으로도 한국 사회 각 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토론을 이어갈 예정인데, 오늘은 경제 현황에 대해 전문가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경제 전문가 분은 “빠르면 2~3년 내에 우리나라 제조업이 초토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 여러 가지 지표와 근거들을 이야기했습니다. 또 여기에 “가계부채 문제가 가중되게 되면, 내년을 전후로 한국의 경제 상황은 급전직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이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전문가의 문제 의식에 공감하면서 이런 국가 위기 상황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어떤 분은 “평화재단에서 이런 국가 위기에 대한 조기 경보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스님도 경제 전문가의 위기 진단을 들은 후 나름의 소견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경제 성장이라는 허황된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되고, 우리의 경제가 오히려 붕괴될 위험을 직시하고 이것을 막아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붕괴되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우선 내적인 체질 강화를 해야 됩니다. 이것을 위해 국민들도 준비를 해줘야 됩니다. 지난 IMF 때를 돌아보면,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맬 준비가 됐는데, 당시에 이것을 너무 빨리 극복하려고 하다보니 박정희 대통령 이후에 계속 쌓아 왔던 거품들을 확 빼지 못하고 갔거든요. 그 때부터 쌓아온 거품을 그대로 안고서 지금까지 오다보니 또 똑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겁니다. 이것을 IMF 때처럼 급격하게 맞게 되면 또 국민의 고통이 너무 커지니까 이제는 시간을 두고 체질 개선을 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캐네디 대통령이 말했듯이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기 전에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라’는 자세를 이제는 국민들에게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유층을 그대로 내버려 둔 채 국민들에게만 일방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하면 안되잖습니까? 가진 사람들도 문제 해결에 동참하도록 해서 고통을 함께 나눠야 하고, 국민들도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고 분노로 표출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내용도 있어야 되지만, 지도자도 그런 도덕성이 있어야 설득이 가능하지 그렇지 않으면 설득이 어렵습니다.
이 문제는 어떤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이 위기를 인식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대선 후보들이 경쟁을 하더라도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경쟁을 해야 되고, 가능한 뜻이 맞는 사람들은 힘을 합해서 연정 방식으로라도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의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어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개혁이 가능하지 지금과 같은 60%의 투표율에 50%의 선택으로는 30%의 지지밖에 안되니까 선거 다음날부터 레임덕이 진행되지 않나 싶어요.
이런 국가적 위기에 대한 진단에는 디테일함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안에 대해서도 몇 가지 방향 제시가 함께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경제 성장에 대한 대안까지는 아니더라도 체질 강화에 대한 대안이라도 좀 나와야 되지 않겠느냐 싶어요. 그리고 기업들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지금처럼 저렇게 노동자들을 내보내는 쪽으로만 갈 것이 아니라 차라리 근무 일수와 월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고통분담을 함께 하는 쪽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지 않느냐 싶거든요. 이런 문제는 정책만 갖고는 안 되고, 국민을 설득할 도덕성이 있어야 받아들여지지 희생만 강요하면 받아들이기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봅니다.”
여기에 스님은 북한개발이 하나의 출구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남북관계가 평화적인 협력관계로 바뀌어서 북한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우리 사회에 하나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봅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한다든지, 북한의 하천과 도로, 철도를 정비한다든지, 소비가 확대 된다든지, 일자리가 창출된다든지, 이렇게 되면 옛날에 남한이 그랬던 것처럼 북한이 새로운 생산기지 역할을 할 수 있거든요. 또한 이것은 중소기업도 살릴 수 있지 않겠나 싶어요. 북한개발을 할 때 꼭 대기업이 들어가기 보다는 중소기업이 들어가도록 해서 중저가의 제품을 생산해낼 수 있는 생산 기지를 만든다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것도 근본 처방은 아니죠. 근본 처방은 교육혁명을 통해서 서구를 모방하는 것을 넘어서는 창조성을 길러내어 뚫고 나가야 됩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한개발을 해나가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외교안보 문제만 갖고 통일운동을 했는데, 이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통일문제가 제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스님은 이렇게 이야기한 후 경제전문가분에게 북한 개발과 통일 경제의 효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물어보았습니다. 전문가분은 스님의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그 뿐만 아니라 “경제 위기는 국민들의 심리적인 붕괴를 먼저 가져올 수 있는데, 통일 경제는 우선 심리적인 분위기부터 전환해주는 효과를 줄 것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 분도 “경제 위기에 대한 진단이 국민들에게 더욱 빨리 확산됐더라면, 청와대가 개성공단 폐쇄라는 멍청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을 겁니다. 경제 위기에 대한 경고만으로도 대북 정책에 대한 여론을 바꿀 수 있을 겁니다”라며 스님의 이야기에 공감했습니다.
토론은 2시간 동안 계속 됐습니다. 스님은 참석자들의 의견을 깊이 경청한 후 다시 스님의 생각을 들려주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외교안보적인 차원이나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통일문제가 주로 다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변했어요. 일본은 과거에 한반도 침략과 만주 침략을 통해 성장의 출구를 마련했는데, 최근에 와서는 경제 위기에 대한 출구가 막히는 바람에 저렇게 정체된지 오래 됐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통일이라고 하는 영역을 넓힐 수 있는 합법적 공간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중국이 생산기지로서의 수명을 거의 다해가는 이 시기에 중국도 북한을 새로운 생산기지로 개척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이런 시기에 우리가 만약 남북관계를 풀어내면 경제 위기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가 생긴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경제 위기야말로 우리가 남북관계를 풀어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된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은 머리로는 ‘남북관계를 풀어야 된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삶과 남북관계는 관계가 별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대부분 ‘손해난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습니다. ‘못 사는 나라와 합치면 이득이 되는 것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통일에 대한 동력이 별로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통일만이 우리가 처한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길이라는 겁니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다음 대선에서는 통일이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 정부가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상황이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 핵문제를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어요. 지금처럼 핵을 폐기해야지만 남북관계를 풀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핵개발을 중지시키는 선에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핵폐기를 할 수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제까지는 ‘남북관계를 안 풀어도 우리가 발전하는데 지장이 없다. 그러나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은 해야 한다’ 하는 수준이었거든요. 그러나 이제부터 ‘남북 관계를 못 풀면 우리에게 비전이 없다’고 받아들이게 되면, 상황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통일 문제가 지금까지는 지식인에게만 중요한 문제였지 국민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북한 없이 남한 자체만으로도 지금까지 잘 살았고 성장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남한만 갖고는 더 이상 성장도 안 되고, 정체와 후퇴로 갈 수밖에 없는 국면이 됐습니다. 북한개발과 통일경제는 우리에게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 의식에 동의를 한다면 내년에 대선 후보 전체가 이런 방향으로 가도록 설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국민들에게도 이 사실을 적극 알려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민들이 이런 희망을 갖고 뒷받침을 해줄 때만이 정치지도자들도 그 길로 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두 가지 역할이 필요해요. 첫째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고, 둘째는 국민들이 뒷받침 해 주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모임에서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쪽에 초점을 두고 머리를 맞대어 보자고 이렇게 모인 겁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난 참석자들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에 깊이 공감하면서 이 모임을 더욱더 활력있게 만들어나가자고 다같이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다음 모임에서는 ‘과학기술의 변화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를 주제로 몇 분의 전문가를 초빙해서 더 토론해 보기로 한 후 모임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참석해 준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출입문까지 배웅을 해준 후 곧바로 울산 두북으로 출발했습니다.
오후 3시 무렵에 울산 두북에 도착한 스님은 곧바로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며칠 사이 말라 있던 밭에 물을 충분히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당에 잔디가 많이 자라있어 깨끗하게 잔디를 깍았습니다. 마당 곳곳을 옮겨 다니며 쭈구리고 앉아 낫질을 하니 금새 마당이 정갈해 졌습니다.
또 텃밭에 심어 놓은 호박들이 줄기를 길게 늘어뜨리며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호박이 주렁주렁 열릴 수 있게 줄기를 펼쳐줘야 하는데...” 하면서 잠시 고민을 한 끝에 줄기가 타고 갈 수 있는 지주대를 대나무로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양쪽에 철심을 박고 대나무로 연결한 후 넘어지지 않게 철사로 튼튼하게 묶어 주었습니다. 호박 줄기가 대나무를 타고 갈 수 있게 몇 가닥의 줄기를 걸쳐 놓으니 제법 그럴 듯한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호박이 잘 자라서 대나무 위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을 날을 기대해 봅니다.
또 저녁 식사 때 밥상에 내기 위해서 밭에서는 배추와 알타리 무를 뽑고, 고추를 땄습니다. 배추와 무를 깨끗이 씻어서 양념에 무치니 아주 맛있는 반찬이 금방 만들어졌습니다.
또 한편에서는 감잎을 따서 말려두기도 했습니다. 잘 말려서 감잎 차를 만들어서 먹으면 건강에도 좋다고 합니다.
요즘 스님은 시골에 내려올 때마다 밭에서 방금 딴 채소들로 식사를 합니다. “이것보다 더 좋은 건강식이 없다”며 농사 짓는 기쁨을 표현하면서 맛있게 식사를 했습니다. 저녁에는 원고 교정 업무와 각종 보고서 점검을 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정토회 제8차 천일결사 9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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