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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부천시청 어울마당에서 부천시들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즉문즉설과 통일이야기’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늘도 아침 7시부터 하루종일 평화재단에서 회의 및 미팅 일정을 가진 스님은 오후 5시에 강연이 열리는 부천시청으로 향했습니다.
부천에서는 통일이야기 강연이 처음 이루어지는 것이라 봉사자들 모두가 들뜬 표정으로 강연 준비를 했습니다. 경쾌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하늘색 조끼를 입은 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질서 있게 앞자리부터 자리가 채워졌습니다.
특히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학생 20명이 선생님과 함께 법륜 스님의 통일 이야기가 궁금해서 왔다고 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중학생들은 강연이 끝날 때까지 스님의 답변에 시종일관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녁 7시가 되자 500여 명이 자리를 모두 채운 가운데 통일의병 백왕순 사무총장의 인사말과 함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강연을 주관한 단체인 ‘새로운 100년을 여는 통일의병’은 화해와 상생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2013년 6월에 창립한 단체로 법륜 스님은 이곳에서 고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스님이 지난 20여년간 해온 통일 활동에 관한 소개 영상이 나간 후 큰 박수와 함께 스님이 무대로 올라왔습니다.
스님은 간단히 오늘 강연의 취지를 이야기하며 환한 웃음과 함께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이 강연은 통일의병에서 주최했습니다. 정토회에서 주최할 때는 인생 고민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셔도 되지만 오늘은 통일의병에서 주최했어요. 강사는 같은 강사지만 주최단체가 다르기 때문에 주최 목적이 다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현재 많이 정체되어 있는데 어떻게 이 정체를 극복하고 발전하는 쪽으로 갈 수 있겠느냐, 이것이 오늘 강연의 주제입니다. 개인적인 문제로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 전체가 좀 답답하게 됐어요. 이런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주로 대화를 나누고자 합니다.
물론 개인 문제도 풀어야 해요. 그래서 개인 질문도 받긴 받겠습니다. 그러나 개인 질문을 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통일시민학교에 가입 신청서를 내셔야 합니다. 그걸 안 할 사람은 질문을 하면 안 돼요.(모두 웃음)
그러나 오늘은 ‘우리 나라, 우리 민족이 앞으로 경쟁이 치열한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겠느냐? 남북이 어떻게 힘을 합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겠느냐?’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는 걸 알고 개인 질문을 하더라도 하시라는 거예요. 그럼 시작해봅시다.”
스님의 위트 있는 말씀에 청중들도 활짝 웃으며 스님의 이야기에 경청했습니다.
질문자의 물음에 스님이 답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총 7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여섯 번째 순서로 부부 갈등에 대해 질문한 내용과 일곱 번째 순서로 남북 갈등에 대해 질문한 내용을 함께 소개하겠습니다. 스님은 부부갈등과 남북갈등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하면서 개인 고민과 통일 문제를 함께 아우르며 재미있게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최근 직장동료와 주고받은 문자를 남편이 보고 불륜이라고 난리를 쳐서 아니라고 해명한 해프닝이 있었는데, 그 사건이 전환점이 되어 사실은 반대로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제가 오히려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3년 전에도 바람을 피운 적이 있어서 묵인하고 넘어가준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본인이 또 그래놓고는 반대로 제게 뒤집어씌운 겁니다. 처음에는 남편이 이혼을 하자고 하고, 저는 결백하기 때문에 이혼할 수 없다고 했는데, 상황이 반대로 되니까 자기가 이혼 이야기를 한 것은 진심이 아니라 단호함을 보여주고자 취한 행동이라고 변명했습니다. 상대는 잠시 만난 술집 여자일 뿐이다, 앞으로는 술도 마시지 않고 늦게 들어오지도 않겠다고 하면서 무마시키려고 하지만 지금 그 약속을 지키지도 못하고 있어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것을 그동안에는 계속 참고 묵인했는데, 지금껏 18년 정도를 살았으니 앞으로 살 날이 더 많을 텐데 계속 이런 일을 겪으면서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많습니다. 또 아이들이 20살 넘으면 정말 스님이 말씀하신 대로 ‘안녕히 계세요’ 이렇게 말하고 그냥 데면데면해야 할까요? 제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아이들이 지금 몇 살이에요?”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이요.”
“중학교 2학년이면 15살이니까 5년밖에 안 남았네요. 에이그, 그냥 5년은 살아요.”(모두 웃음)
“저는 헤어질 마음이 없는데 남편이 절 오해한 뒤로 계속 헤어지자고 해서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자기가 뉘우친다고 하기에 제가 ‘그러면 각서라도 써달라. 아무것도 아닌 종이인 줄 알지만 그거라도 붙들고 있어야겠다’ 했더니 ‘못 써준다. 쓸 이유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한테 한번 물어봐요. 아이들이 아빠가 그러는 줄 알아요?”
“예. 고등학교 다니는 아이는 알아요.”
“아이들이 모른다면 이야기 안 하는 게 낫지만 알고 있다면 물어보세요. ‘너희 아빠가 이러는데 엄마가 같이 사는 게 좋겠니? 안 사는 게 좋겠니?’ 이렇게 애한테 물어보고 ‘우리는 알아서 살 테니까 엄마는 그런 아빠하곤 살지 마’ 이러면 헤어져도 됩니다. 자녀가 20살 이하일 때는 동의를 얻어야 하고, 20살이 넘으면 동의를 안 얻어도 되고, 물어볼 필요가 없어요.”
“아들은 계속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해요.”
“그놈의 자식, 자기 이익만 생각하네요.(모두 웃음) 아들이라서 그래요.”
“예. 아빠 편을 많이 들죠.”
“엄마가 집에서 평소에 잔소리를 많이 하니까 아빠 편을 들죠.”
“아니에요. 남편이 그렇게 자꾸 바깥으로 도니까 제가 직장을 다니면서 올해 대학을 들어갔어요. 계속 해바라기처럼 남편만 보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남편이...”
“알았어요. 그런 인간하고 굳이 같이 살 필요 없어요. 이혼하면 좋겠어요. 까짓 거, 해버리세요.”
“예.”(모두 웃음)
“예, 그렇게 오늘 이혼을 해버려요. ‘이혼을 해버렸다’ 라고 생각하고 다시 봅시다. 질문자는 몇 살이에요?”
“45살이요.”
“그럼 지금 이혼하면 남자친구가 하나 필요해요, 필요 없어요?”
“아뇨, 필요 없죠.”
“에이, 거짓말 하고 있어요.(모두 웃음) 거짓말 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 봐요. 남자친구가 필요하잖아요.”
“저는 남편 외에 다른 사람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요.”
“아니, 그 남편하고는 방금 이혼을 했으니까요.”
“아직까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지금까지야 남편이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이혼했으니까 이제 남자친구가 필요하잖아요. 지금 남편하고 지내면서 1년 내내 부부관계를 한 번도 안 했어요?”
“아뇨, 그건 아니고요. 부부관계는 하고 지냈죠.”(질문자 웃음)
“바람피운 남자하고 뭣 때문에 해요?(모두 웃음) 그게 남자친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잖아요.”
“네. 맞아요.”(모두 웃음)
“그러면 질문자가 이제 이혼하고 남자를 하나 사귄다고 해봅시다. 45살이라고 했으니까 질문자 또래의 남자를 사귀려면 40살에서 50살 정도는 되겠네요. 아주 연하를 사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대강 평균적으로 생각하면 그 정도일 거예요. 그런데 40살에서 50살 사이의 남자 중에 결혼 안 하고 총각으로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없죠.”
“그렇죠. 다음으로 40살에서 50살 사이의 남자 중에는 사별을 했거나 이혼을 하고 혼자 사는 남자가 많을까요? 아니면 남자들은 혼자 살기 힘들어해서 금방 결혼을 또 했을까요?”
“혼자가 많아요. 남편 주위를 보면 ‘돌싱’들이 거의 90퍼센트예요.”(모두 웃음)
“많다고요? 그럼 그 중에서 한 명 잡으면 되겠네요.(모두 박장대소) 이혼한 다음 그런 사람 중 한 명을 잡아서 결혼을 한다고 생각해봐요. 결혼을 하면 상대에게 아이가 한둘 있다든지 하면 우리 집 아이들이랑 그 집 아이들이랑 함께 키우게 되겠죠. 그러면 앞으로 아이 결혼을 시키거나 할 때 문제가 복잡해져요. 상대가 데려온 아이가 결혼할 때 참석하러 가면 키우기는 내가 키웠지만 친엄마가 따로 있으니 엄마 자리에 누가 앉느냐가 문제되고, 질문자의 아이들도 남편이 이혼하고 어떤 여자하고 결혼했다거나 하면 아이 결혼할 때 부모 자리를 놓고 또 문제가 됩니다. 제가 상담을 많이 해보니까 이혼하고 재혼하는 건 큰 문제가 안 되는데, 아이들 촌수가 굉장히 복잡해져서 문제가 돼요.(모두 웃음)
다시 결혼을 하면 이렇게 복잡하니까 결혼은 안 하기로 하되, 이혼을 했으니까 남자 친구를 하나 사귄다고 생각해 봅시다. 남자 친구를 사귄다면 남자 친구 입장에서는 질문자와는 결혼한 게 아니니까 질문자도 만나면서 또 전처든 다른 여자를 만날 수도 있겠죠. 돌싱을 만난다면 이런 사람을 만나야 할 거 아니에요?”
“예.”
“그렇다면 내 남자가 가끔 어쩌다가 밖에 가서 다른 여자를 한 번씩 만나는 게 좋을까요? 남의 남자를 내가 가끔 한 번씩 만나는 게 좋을까요? 질문자가 남자가 필요하다면 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해요. 내 남자가 가끔 다른 여자를 만나고 오는 게 나아요? 늘 다른 여자하고 사는 남의 남자를 가끔 내가 한 번씩 만나는 게 나아요?”
“남편이 가끔씩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게 낫죠.”(질문자 웃음)
“그래요. 그러니까 오늘 이 자리에서 스님하고 대화하면서 마음으로는 ‘그래, 너와는 이혼이다’ 이렇게 결정을 내버리세요. 이혼을 결정해버린 다음에 ‘이 사람은 남자친구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그러면 남자친구 치고는 집에 자주 오잖아요.”(모두 박장대소)
“아침에 저 출근할 때 들어와요.”(모두 웃음)
“아침에 오면 일찍 오는 편이에요. 법적으로는 이혼을 안 하고 마음으로만 이혼해버리면, 남편이 아니라 남자친구니까 가끔 들어와도 괜찮고, 애들 보기에도 아빠로서 역할을 하니까 또 괜찮아요. 아까 이혼하겠다고 했으니까 5년은 그렇게 마음으로 이혼해놓고 남자 친구로 지내다가, 살아봐서 이 친구가 괜찮거든 계속 친구 하고, 안 괜찮거든 5년 후에 다른 친구 사귀면 될 것 같아요.”
“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스님 이야기를 잘못 들으면 안 돼요. 제 이야기의 핵심은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입니다. 이런 상황에 처했다고 해서 내가 울 이유가 없어요.
이 상황은 그전 상황에 비하면 나쁘지만 또 나쁜 상황에서 보면 이 상황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1,000원 주고 산 주식이 800원 됐다고 이걸 ‘나쁘다’고 하지만 500원까지 떨어진 뒤에 보면 800원도 괜찮은 것과 같아요. 이걸 ‘손절매’라고 해요.(모두 웃음) 손해 보면서 팔 수 있어야 주식 투자를 할 수 있어요. 1,000원 주고 샀으면 무조건 1,200원이나 2,000원 받아야 파는 게 아니라 1,000원 주고 사서 800원에 팔아도 이익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더 떨어지기 전에 800원에 팔 수가 있어요. 이걸 손해라고 생각하면 못 팔아요. 800원에 팔아도 500원에 파는 것보다는 300원이 이익이에요. 500원 손해 볼 걸 200원 손해보고 파는 것이니까요.
지금 질문자의 상황은 그런 상황이에요.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손해를 봤어요. 그런데 그렇다고 이걸 그냥 갖다버리면 500원 짜리가 되지만, 이걸 친구로 만들면 그래도 800원짜리는 되는 거예요. 지금 손해를 조금 보긴 했지만 감정에 치우치면 앞으로 더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손해를 조금이라도 적게 보는 방법을 선택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윤리도덕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행복할 권리가 있고 행복할 수가 있다는 겁니다. 동시에 자녀에 대한 나의 책임도 다 할 수 있는 길이잖아요.
남편이 ‘앞으로는 안 하겠다’고 다짐하는 거는 그래도 좋게 봐주세요. 노골적으로 하겠다며 뻔뻔하게 나오면 이건 남자친구 삼기도 좀 어렵잖아요.(모두 웃음) 말로라도 안 하겠다고 하니까 약속은 일단 해놓아야 해요. 질문자 마음에서야 이제 남자친구라고 생각하니까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겠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압박을 계속 가하면서 괴롭혀야 해요.(모두 웃음) 나는 안 괴롭고 상대가 괴롭도록 하는 겁니다. 나는 이제 친구니까 남편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이 없잖아요. 그러니 이제부터는 계속 ‘너 바람 피웠지? 거기 갔지?’ 이렇게 자주자주 찔러야 돈이 나오든 뭐가 나와요.(모두 웃음, 박수)
특히 여성들은 감정에 치우쳐서 손해 보는 짓을 많이 합니다. 증거를 잡았다고 해서 바로 터뜨려버리면 안 돼요. 이혼하려면 그렇게 해도 되지만, 그냥 화가 나서 무턱대고 터뜨려버리면 이혼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어서 내가 굉장히 곤란해집니다. 그러니 증거를 찾아도 숨겨놓고 끝만 조금씩 보여주면서 우려먹어야 해요. 그렇게 돈이든 뭐든 충분히 우려먹고 난 뒤에 그래도 이혼하고 싶으면 딱 터뜨려야 하는데, 미리 터뜨려 버리면 득이 없어요. 제가 이런 것까지 가르쳐줘야 해요?”(모두 박수)
스님의 재치 있는 답변에 청중석은 웃음 바다가 되었습니다. 울먹이던 질문자도 활짝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어진 질문에서는 통일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앞에서 부부 간의 갈등과 이혼 문제애 대한 대화를 나누어서 그런지 스님은 통일 문제도 부부 갈등에 비유해서 아주 재미있게 답변했습니다.
“스님 말씀 듣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통일이 되면 남북의 사람들이 잘 어우러질 수 있을지가 걱정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도 통일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지만, 통일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북쪽 사람들도 똑같을 것 같고요. 살아온 문화와 가치관, 생활습관 등이 굉장히 많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하거나 생활하게 되면 상대를 속이거나 무시하는 등 서로 어우러지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사회가 될 것 같아요. 통일 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면서 안정되게 살아가려면 어른들은 상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또 아이들은 학교에서 같이 어울려 지낼 때 서로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가 궁금합니다.”
“질문자는 결혼했어요?”
“했어요.”
“남편하고 같이 살아보니 질문자와 똑같아요, 달라요?”
“다릅니다.”
“갈등이 있어요, 없어요?”
“있어요.”
“갈등이 있는데 왜 같이 살아요? 헤어지면 되죠.(모두 웃음)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이 같이 사는데 어떻게 하나로 어우러지겠어요? 당연히 갈등이 있죠. 그건 부부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과 똑같아요. 질문자 말대로라면 부부가 갈등이 있는데 왜 같이 살아요? 이혼하고 말죠.
갈등은 있지만, 따로 사는 것보다는 같이 사는 게 이익이 많으니까 같이 사는 거잖아요. 앞에서 질문한 분도 남편이 바람피우는 걸 봤으면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끝내면 간단할 텐데, 왜 그걸 못하고 계속 같이 살까요? 아직도 뭔가 뜯어먹을 게 좀 있어서 그래요.(모두 웃음)
바람피운 건 기분 나쁘지만 이것저것 계산해보면 아직도 좀 이익이 있는 거예요. 남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이 살면 당연히 갈등이 많죠. 그러나 통일에서 오는 이익에 비하면 그런 갈등은 감수할 만하다는 겁니다. 전라도 사람들과 경상도 사람들 간에 갈등이 있다고 각각 독립국가로 만들어버리지 않잖아요.(모두 웃음)
같은 남한 안에 살면서도 진보와 보수 간에 갈등이 있고, 같은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사장과 종업원 사이에 갈등이 있고, 같은 남한 안에서도 경상도 사람과 전라도 사람 사이에 갈등이 있는데, 어떻게 남북한이 같이 사는데 갈등이 없겠어요? 당연히 갈등이 있죠.
그러나 부부 간에 갈등이 있는 건 당연하지만 그 갈등은 해결 불가능한 게 아니라 노력하면 해결이 가능합니다. 그런 것처럼 남북 간의 갈등이야 당연히 있지만 그것 역시 해결이 가능해요. 갈등이 어느 정도 있다 하더라도 합치는 데서 얻는 이익이 갈등에서 생기는 손실보다 더 크기 때문에 갈등을 감수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갈등이 가져오는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우리가 그걸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갈등이 완전히 없어지는 건 있을 수가 없어요.
한국 안에서도 지금 여와 야가 대립하고, 그 여당과 야당 안에서도 각자 자기들끼리 싸워서 야단들이잖아요. 그러니 남북 간에 어떻게 갈등이 없겠어요? 갈등은 당연히 있는 거예요. 그러나 그런 갈등은 통일이라고 하는 큰 이익에 비하면 작은 것이니까 감수할 만하다는 겁니다. 마치 결혼이라고 하는 이익 앞에서 부부간의 갈등은 감수할 만한 것과 같아요.
그러나 그 갈등이 너무 지나친 나머지 합치는 것이 오히려 따로 사는 것보다 못하게 될 때는 이혼을 하게 되지요. 남북도 그렇게 되면 통일을 했다가도 도로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이렇게 가게 되겠죠. 요즘은 남북 간에 너무 갈등이 심하니까 아예 통일을 외면하잖아요. 남쪽에서도 지금 외면하자는 사람들이 있고, 북쪽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로만 통일하자고 하지, 하는 행동을 보면 따로 살자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표준시도 30분 차이 나게 바꾸는 등 이런저런 걸 자꾸 바꾸는 건 다른 나라로 만들자는 생각이 강한 거예요. 이걸 우리가 극복을 해야 해요.
부부에 비유하자면 지금은 두 부부가 싸우다가 별거하는 중인데 이제는 아예 이혼해버리자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그런데 방금 전 질문자도 아들에게 물어보니까 그랬 듯이, 자녀들은 그래도 어떻게 좀 해서 같이 살기를 바라잖아요. 마찬가지로 국민들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통일해서 같이 사는 게 좋은 거예요. 지배자 입장은 좀 다를 수도 있어요. 북한의 지도자와 당 관료들은 통일하면 손해예요. 한국에도 분단된 상태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통일하면 혹시 손해날까 봐 겁을 내서 통일을 반대하겠죠. 그런 사람들은 당연히 있어요. 그러나 전체 국민으로 보면 통일 하는 게 좋아요. 한번 물어봅시다. 통일하는 게 좋겠다는 사람들 손 들어보세요.”
“저요.”(대부분의 청중들이 손을 듬)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사람들 손 들어보세요. 그냥 솔직하게 들어봐요.”
“저요.”(몇몇이 손을 듬)
“주로 젊은 사람들이 통일 안 하면 좋겠다는 쪽으로 손을 드네요. 예, 내리세요. 이처럼 견해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통일을 반대한다는 쪽에 젊은 사람들이 손을 드는 이유는 첫째, 잘 몰라서 그래요. 둘째, 문화 차이가 커서 그렇습니다. 어른들은 남북한이 그래도 별로 문화 차이가 없을 때 어린 시절을 보냈잖아요. 지금은 차이가 크긴 하지만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 비슷하니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금방 극복이 돼요. 그런데 지금 북한 어린이들과 남한 어린이들은 문화 차이가 너무 심한 가운데 자랐기 때문에 ‘어, 쟤들하고 우리가 어떻게 같이 살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통일에 대해서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성향이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그게 자연스러운 거예요. 이런 것이 몇 세대 더 계속돼버리면 통일이 어려워져요. 민족이 달라지다시피 하거든요. 그래서 너무 끌면 통일 자체가 어려워지니까 빨리 해야 된다는 것도 있어요.
또 지금 우리가 당면한 국가적인 재난을 극복하려면 통일을 빨리 해야 합니다. 지금 미중의 패권경쟁이 치열한데 빨리 통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미국과 일본의 하위변수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하위변수로 편재되어 지난 100년과 같은 고통의 역사를 다시 겪어야 해요. 젊은 학생들은 우리나라가 살기 좋았던 시절만 겪었기 때문에 ‘이대로 좋은데 무엇 때문에 통일하나?’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이대로 두면 좋은 게 아니라 갈수록 어려워져요. 그걸 예상하지 못하니까 지금 반대 의견이 나오는 거예요.
잘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 똑똑해져서 그걸 다 알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어른들이 이런 문제는 좀 해결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젊은이들이 좀 열린 세계에서 민족 문제 걱정은 그만하고 세계 문제를 가지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게 기성세대의 역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남북 간에 통일하면 갈등이 많겠죠. 그러나 그거는 감수할 만한 갈등입니다. 그런 갈등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건 연애하고 똑같아요. 둘이 좋아서 결혼하면 갈등이 있어도 조금 덜하지만, 강제로 성폭행해서 결혼해버리거나 하면 그 갈등이 심하고 또 오래 가겠죠. 마찬가지로 무조건 통일하는 것만 목적으로 삼는 통일지상주의가 되면 안 돼요.
첫째, 어쨌든 전쟁은 없어야 합니다. 둘째, 전쟁이 없이 평화통일을 하더라도 힘으로 밀어붙이면 북쪽 사람들의 패배의식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커서 저항심이 생기고, 우리는 우리대로 상대를 무시하는 마음이 생겨요. 통일 과정에서 서로 존중하면서 합의통일을 해야 통일 이후의 후유증을 줄일 수가 있어요. 그래서 통일도 중요하지만 통일하는 과정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니 통일은 꼭 해야 하지만 너무 서둘러서는 안 돼요. 몇 년 내로 꼭 하겠다거나 북한이 곧 무너질 거라는 식으로 조급하게 생각하면, 도리어 전쟁을 부추길 수 있고, 통일 후유증을 엄청나게 안아야 할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통일 하느냐, 안 하느냐’를 두고 망설이는데 통일은 하는 쪽으로 가야 해요. 그러나 과정은 조금 점진적으로 가는 것이 충격도 적고, 상승효과도 가져올 수 있습니다.”(모두 박수)
부부 간에도 갈등이 있지만 더 큰 이익을 위해 서로 맞추며 살 듯이 남북 간에도 비록 갈등이 있지만 더 큰 이익을 생각하며 합의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앞의 질문과 뒤의 질문이 적절한 사례가 되어 주면서 통일의 필요성이 구체적으로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청중들은 큰 박수로 스님의 답변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 외에도 스님은 6명의 질문에 대해 더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인 40대 남성분은 몇 년 전에 근친상간을 목격해서 그 트라우마로 분노가 자주 일어나서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 질문자는 통일에 대하여 열린 마음을 갖고 있지만 주변 사람들이 햇볕정책은 퍼주기식이며 우리나라의 안보에 구멍이 나게 한다고 비판할 때 어떻게 답변하면 좋을지 질문했습니다. 세 번째 질문자는 알콜 중독으로 아내와 이혼과 재결합을 반복하고 있는데 요즈음 새 여자가 생겨서 아내와 새 여자 중에서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질문했고, 네 번째 질문자는 네 명의 자식을 둔 부모인데 아이들에게 자꾸 짜증을 내는 것이 고민이라며 어떻게 해야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지 물었습니다. 다섯 번째 질문자는 만약 통일이 되어서 아주 값싼 임금을 받고 일하는 북한 주민들이 남한으로 오게 되면 남한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까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강연은 통일 이야기가 길어진다 싶으면 개인 고민 이야기로 재미를 더해주고, 재미 위주다 싶으면 다시 통일 이야기가 나와서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끝으로 스님은 통일 문제는 절대로 경제성장과 분리하여 논할 수 없으며 우리 나라의 생존과 비전에 대한 문제이고, 통일만이 장기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여러 번 힘주어 말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2시간 30분 동안의 강연을 마친 후 모두 일어나서 스님과 함께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손잡고 불렀습니다. 스님의 열강을 들은 후여서 그런지 노래가 더 간절하게 다가왔습니다.
강연장 입구에는 강연을 듣고 나가는 부천시민들을 향해 ‘통일시민학교 입학생 모집’을 위한 통일의병들의 홍보전이 펼쳐졌습니다. 부천에서는 6월 11일부터 통일시민학교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이 입학해서 새로운 통일의병으로 거듭나길 기원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강연을 준비한 통일의병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통일 의병! 의병! 의병!”을 외치는 얼굴에는 보람과 기쁨이 가득해보였습니다.
강연장을 나가는 시민 한 분은 밝고 기분 좋은 얼굴로 “좋은 말씀 잘 듣고 갑니다”라며 환한 미소를 보여 주었습니다. 모두들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습니다.
스님은 부천시청을 출발하여 밤 11시가 다 되어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아침 7시에 조민 교육원 원장님, 김형기 연구원 원장님, 윤여준 전 장관님 등 평화재단 주요 인사분들과 조찬을 하며 국가비전과 통일 정책에 대해 대화 모임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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