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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전에 진주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에 이어서 저녁 7시 30분부터는 울산 KBS홀에서 울산시민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오늘 울산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가 내렸습니다. 강연을 준비한 울산정토회 봉사자들은 혹시 청중들이 많이 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섰지만, 그럼에도 일찍부터 강연 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울산 KBS홀은 강연 1시간 전부터 청중이 들어차기 시작했고, 접수처에서 이것저것 문의를 하시는 분, 마음의 답답함을 풀고자 질문지를 작성하고 있는 분, 일찌감치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는 분, 스님의 책을 구입해 반갑게 펼쳐보는 분 등 많은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저녁 7시 30분이 되자 2000석의 울산 KBS홀은 3층까지 자리를 가득 메웠고, 소개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무대 위로 오르자 청중들은 큰 함성과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오늘 강연장에는 울산시민들이 자리했는데, 스님도 고향이 이 지역이다 보니 구수한 경상도식 표현으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비가 오는데도 이렇게 오셨네요. 비가 하루 종일 오기에 저는 오늘 강연 들으러 올 사람이 아무도 없을 줄 알았어요. ‘아무도 안 오면 나도 오늘 하루 놀겠다’ 했는데, 제가 노는 꼴은 못 보겠다는 거지요?(모두 웃음)
경상도 식으로 ‘고맙다’. ‘반갑다’는 말을 이렇게 합니다. 경상도 사람들은 누가 ‘내일 우리 집에 놀러오너라’ 이러면 ‘응, 갈게’ 하면 되는데, ‘가면 뭐 주는데?’ 이러지요. 약속시간에 좀 늦어서 ‘내가 좀 늦었다. 미안하다’ 이러면 ‘난 너 오다가 죽은 줄 알았다’고 하고요.(모두 웃음)
저도 여기서 자라서 말투가 그래요. 고마우면 그냥 ‘고맙다’고 하면 되는데, 그렇게 못하고 늘 이렇게 삐딱하게 말해요. 장가 안 가길 천만다행이지 장가 갔으면 못 살 뻔했어요. 이쪽 남자들은 평소에 ‘사랑합니다’는 표현을 안 하지요? 그래서 섭섭하다는 부인들이 많던데, 그런 얘기를 하려면 등에 막 거머리가 기어가는 것 같아서 못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걸 꼭 말로 해야 되나?’ 이러지요.(모두 웃음)
저도 반갑다는 말을 이렇게 밖에 할 줄 몰라요. 모두 저녁 드시고 오셨어요?”
“아니오.”
“직장인들은 못 드시고 오셨죠? 못 드시고 오신 분, 손 한번 들어보세요. 너무 많아서 제가 못 사드리겠네요. 사실은 저도 못 먹었어요. 그래도 못 먹고 앉아있는 게 낫겠어요? 못 먹고 저처럼 서있는 게 낫겠어요?”(모두 웃음)
역시 울산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스님의 경상도식 인사가 제대로 먹혀 들었습니다. 시작부터 웃음 소리가 강연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즉문즉설의 취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 후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6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언니가 키우는 강아지가 너무 좋아서 언니와 같이 살고 있는데, 언니가 비난과 욕설을 심하게 해서 고민이라는 여성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질문을 처음 들었을 때는 청중들도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문답이 진행될수록 더욱 흥미진진한 대화가 전개되었습니다.
“저는 언니랑 같이 살고 있는데요, 언니는 저한테 말끝마다 비난과 욕설을 해요.”
“언니하고 왜 같이 살아요? 질문자는 지금 나이가 몇이에요?”
“서른넷입니다.”
“서른넷인데 언니하고 같이 살 일이 뭐가 있어요?”
“언니가 키우는 강아지를 제가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해를 못 하는 분이 많이 계실 것 같아요.”
“이해 여부를 떠나서, 질문자가 그 강아지를 좋아해서 언니 집에서 사는 것이라면 언니의 그런 욕설은 들어줘야지요. 지금 질문자는 자기 좋은 것만 생각하잖아요. 좋아하는 강아지를 위해서 그 정도의 욕설은 참고 견뎌야지요.”(모두 웃음)
“그럴까요? 저는 언니와 함께 잘 지냈으면 좋겠거든요.”
“그건 질문자 생각이고요. 언니 입장에서는 다 큰 게 우리 집에 와 있으니까 욕을 좀 해줘야지요. 그래야 질문자가 나갈 거 아니에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질문자는 인간의 도리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는 거예요. 언니는 결혼 했어요?”
“아니오.”
“결혼 안 한 자매가 같이 사는 거예요?”
“예.”
“그래도 따로 살아야지, 같이 사는 건 좋지 않아요. 사이가 아주 좋으면 같이 살아도 되는데, 지금 질문자는 자매 사이가 안 좋다면서요. 그러니 제가 질문자한테 어떻게 하라고 얘기할 필요도 없지요, 뭐. 사이가 안 좋으면 따로 살면 되니까요. 원래 따로 살아야 될 사람들인데 같이 살고 있는 거잖아요.(모두 웃음)
결혼한 남녀가 서로 사이가 안 좋다고 하면서 ‘따로 살아도 될까요?’라고 묻는다면 아이들 문제가 있으니까 제가 어떻게 하라고 말을 할 수가 없는데, 질문자와 언니는 따로 살아야 할 처지인데 같이 살아서 문제가 생긴 것이니까 제가 같이 살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거예요. 따로 살면 언니로부터 비난이나 욕설을 안 들어도 되기 때문에 질문자가 마음을 어떻게 가져야 된다고 얘기할 필요도 없다는 겁니다.”
“저희가 원래는 따로 살았는데, 제가 언니 집에 들어가게 된 이유 중에 하나가 강아지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따로 살 때도 제가 언니한테 연락을 하면 언니는 항상 저한테 비난과 욕설을 했어요. 저는 언니가 가족이니까 연락까지 끊고 싶지는 않았던 거거든요.”
“그러니 질문자가 언니와 가족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언니의 비난과 욕설을 감수해야지요. 만약 가족인데도 그 사람이 한국말을 못 하고 영어만 한다면, 그 사람은 항상 영어를 할 거 아니겠어요? 그럼 그 영어를 듣는 걸 감수해야지요. 그 영어를 듣기 싫으면 전화를 안 하면 되는 거고, 안 만나면 되는 거예요. 질문자와 언니는 안 만나도 아무 관계가 없다는 거예요. 질문자가 언니와 관계가 어려우면 같이 안 살면 되고, 또 전화할 때마다 하는 욕설이 듣기 싫다면 전화 안 하면 되는 거예요.”
“예, 그런데 가족행사가 있으면 안 볼 수가 없으니까요.”
“왜 안 볼 수가 없어요? 질문자가 그 행사에 안 가면 되지요. 아니면 행사에 가서 욕을 좀 얻어먹으면 되지요.”(모두 웃음)
“예.”
“스님이 이상한 얘기를 한다 싶어요? 그것은 마치 사람이 물건을 살 때는 돈을 지불해야 되는 것과 같은 거예요. 언니가 주로 질문자한테 어떤 욕설을 하는데요?”
“음...”
“한번 해 보세요. 우리가 언니를 나쁘게 생각할까봐 그래요? 제가 지금 질문자가 문제라고 얘기하고 있잖아요. 다만, 언니가 어떤 욕설을 하기에 질문자가 못 견디는지 제가 들어보고 ‘그 정도면 들을 만 하다’ 든지 ‘그 정도면 못 견디겠다’ 든지 제3자로서 판단해 주려고 하는 거예요.”
“언니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해요. 만약 저와 연락이 안 되면, 언니는 제가 여자로서 수치심을 느낄 만한 말까지 하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망상까지 하면서 저를 비난합니다.”
“질문자가 들었을 때 언니가 말도 안 되는 말을 한다면 언니는 정신질환이지요, 뭐. 그럼 질문자는 ‘언니는 환자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되지요. 어렵지 않잖아요. 예를 들어 실제 비싼 시계인데 언니가 자꾸 ‘그건 싼 시계다’라고 한다면, 언니는 미친 게 아니고 잘못 알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비싼 시계를 언니가 자꾸 ‘이건 금이다’ 라거나 ‘이건 총이다’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저게 미쳤나?’ 이런단 말이에요. 그런데 질문자가 ‘언니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하는 걸 보니까 언니가 미쳤네요.(모두 웃음)
그런데 질문자는 왜 미친 사람하고 같이 살아요? 그리고 미친 사람에게는 시비하면 안 됩니다. 환자에게 왜 시비를 해요?”
“예.”
“언니가 구체적으로 뭐라고 하는데요?”
“저는 언니랑 대화를 통해서 욕은 하지 말고 좋게 얘기를 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저한테 언니가 욕설을 하지 않게 언니를 좀 바꿔달라는 얘기지요?”
“예.”
“스님이 좋은 방법을 써서 언니가 욕을 안 하게 해달라고 지금 저한테 부탁하는 거예요? 저는 그런 능력은 없어요. 질문자는 스님을 너무 과대평가하나 봐요. 만약 저한테 그런 능력이 있다면 제가 지금 질문자의 언니가 욕하는 걸 고쳐야 되겠어요? 아베 총리가 망언하는 걸 고쳐야 되겠어요?(모두 박수)
저는 지금 아베 총리가 망언하는 것도 못 고쳐서 그냥 듣고 사는데, 질문자의 언니가 욕하는 걸 고칠 여유가 있겠어요? 첫째, 저는 고칠 능력이 없고, 둘째, 제가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질문자의 문제가 저에게는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거예요. 그러니 번지수를 잘못 찾아왔어요. 그럴 땐 갓바위에 가서 ‘우리 언니가 욕설 안 하게 해 주세요’라고 비는 거예요.(모두 박장대소)
질문자는 즉문즉설이 뭔지도 모르고 여기 온 것 같네요. 즉문즉설이란 남을 바꿀 방법을 묻는 게 아니고, ‘내가 어떻게 할 거냐’를 묻는 자리예요. 그러니 질문자는 첫째, 언니가 욕하는 게 듣기 싫으면 같이 안 살면 됩니다. 둘째, 그래도 언니랑 살아야 된다면 욕설 정도는 감수해야 된다는 겁니다. 언니의 욕설을 그냥 영어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됩니다.”(모두 웃음)
“네, 알겠습니다.”
“언니가 ‘이년아!’라고 하면 그걸 ‘이 니은 여 니은 아’ 이렇게 파자(破字)해서 외국어 듣듯이 들으면 되는 겁니다. 그렇게 들으면 욕처럼 들리지가 않잖아요, 그지요?(모두 웃음)
그러니 질문자는 언니야 욕을 하든지 말든지 생글생글 웃으면 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욕이라고 정해진 건 없기 때문입니다. 듣는 사람이 욕이라고 생각하니까 욕이 되는 거예요.”
“알겠습니다.”
“뭘 알았는지 한번 얘기해 봐요. 스님하고는 얘기해 봐야 말이 안 통한다는 거지요?”(모두 웃음)
“아니요, 그게 아니라... 스님 말씀은 저더러 언니의 욕을 감수하라는 말씀이시잖아요.”
“제가 언제 그랬어요? 이사를 나오라고 했지요. 강아지가 좋긴 좋은가 보네요. 그렇게 욕을 얻어먹으면서도 그 집에 붙어살 만큼 그렇게 강아지가 좋아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모두 웃음)
“전에 강아지가 수술을 하다가 죽을 뻔한 적이 있어서 강아지한테 애착이 많이 가기도 하고요. 또 강아지가 저를 많이 따르거든요.”
“그러면 언니한테 한 2천만 원이나 3천만 원 주고 그 강아지를 사면 되잖아요.”
“아니오, 언니는 절대 그렇게 안 해줄 거예요.”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안 판대요?”
“예. 그리고 언니는 제가 강아지 때문에 언니를 거역하지 못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걸 빌미로 저한테 그렇게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언니한테 약점을 잡힌 거네요. 그러면 욕을 좀 얻어먹고 약점 잡힌 대로 그렇게 노예로 사세요. 예를 들어 누가 어디 가서 바람을 피우다가 카메라에 찍혔는데, 어떤 사람이 그 사진을 빌미로 협박을 하면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해야 되듯이, 언니는 질문자가 강아지한테 필이 꽂힌 걸 알고 그걸 빌미로 질문자를 조정하는 거예요. 질문자가 좋아서 그러는 건, 뭐 어쩔 수가 없지요. 감수하고 사는 수밖에요.”(모두 웃음)
“예, 알겠습니다.”
질문자가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이 되었길 바래봅니다. 질문자가 갖고 있는 모순을 끊임없이 자각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스님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5명의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5년 전에 부인과 사별하고 두 아이를 고모에게 맡겼는데 첫째 아이가 현재 초기정신분열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아이가 원하면 떨어져서 지내야 하는지 물어보는 분, 자동화 관련 부품공장을 운영하는데 경기가 너무 안 좋고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답답하다는 분, 오계만이라도 지키고 싶은데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면 오계를 자꾸 어기게 되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분, 토막 살인 등 윤리적 규범을 깨는 행동에 대해서는 분노가 일어나기 마련인데 과연 분노를 안 할 수가 있는지 묻는 분, 가족 모두가 아버지를 꺼리고 피하고 자신도 아버지를 뵙는 게 불편하다고 묻는 분까지 각각의 질문에 대해 스님은 지혜로운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어느덧 강연을 시작한지 2시간 20분이 넘어 가자 스님은 더 이상 질문을 받지 않고,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앞서 강아지와 언니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성 분의 질문을 소개했는데, 마무리 말씀에서도 스님은 이 분의 질문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들이 왜 괴롭게 살게 되는지 다시 한 번 모순을 지적해 주었습니다.
“재밌었어요?”
“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내가 원한다고 세상이 다 내 뜻대로 안돼요. 그런데 안 된다고 괴로워하면 죽을 때까지 괴로운 인생을 살다가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원하는 대로 안 되는 게 어쩌면 정상이에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데, 저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된다면 이 세상이 뒤죽박죽이 될 거 아니겠어요?
그리고 남이 원한다고 내가 다 해줄 수도 없어요. 해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해 줄 수가 없어요. 여러분들이 작성한 질문지가 이 질문지 함에 이렇게 꽉 차 있는데, 제가 다 답해 줄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게 해 줄 수가 없어요. 이 강연 끝나고 사인회를 할 때도 여러분들이 저한테 ‘사인해 주신 그 옆에 제 이름도 써주세요’ 라고 할 테지만 제가 그런 청을 다 들어줄 수가 없어요. 그러면 줄 선 사람들이 끝도 없이 기다려야 되니까요. 그래서 제가 ‘내 이름은 내가 쓸 테니까, 당신 이름은 당신이 쓰세요’ 라고 하는 겁니다.(모두 웃음)
사진 촬영하는 것도 그래요. 한꺼번에 다 같이 찍으면 몰라도, 제가 어떻게 한 명씩 다 따로 찍어줄 수가 있겠어요? 그래서 제가 개별적으로 촬영하는 걸 거절하면 거절당한 사람은 섭섭해 하지요. ‘내가 스님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같이 사진 한 장 안 찍어줄 수가 있느냐?’ 라고 하겠지만 제가 그런 청을 다 들어주면 제 인생은 없어집니다.(모두 웃음)
그럴 때는 욕먹을 생각을 해야 돼요. 내가 원하는 걸 다 할 수도 없고, 남이 원하는 걸 내가 다 해 줄 수도 없는 게 우리 인생이에요. 그러니 내가 원하는 게 되면 다행이고, 안 돼도 또 해 보고 싶으면 다시 해 보고, 또 다시 해 보는 거고, 그래도 안 되면 그만두고, 그렇게 사는 거예요. 또 남이 원하는 걸 내가 해 줄 수 있으면 해 주고, 못 해 주면 ‘죄송합니다’ 하고 그냥 내 갈 길 가는 거예요. 달리 길이 없습니다.
강아지가 좋으면 언니 잔소리를 듣고 살든지, 잔소리 듣기 싫으면 이사를 나오든지 하면 되는데, 강아지도 갖고 싶고, 언니 욕도 안 듣고 싶다는 거잖아요. 그것은 이루어질 수가 없어요. 세상이 간단한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제일 좋은 방법이, 따로 살면서 가끔 강아지 보고 싶을 때 언니 집에 가서 욕을 얻어먹는 길이 있겠네요.(모두 웃음)
이런 길 외에 다른 길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그런 길은 없어요. 저도 제가 원하는 게 다 됐으면 좋겠고, 남이 원하는 걸 제가 다 해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렇게 안 되는 게 현실입니다. 안 되는 현실을 자꾸 괴로워해 봐야 자기 인생만 손해지요. 이런 한계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는 걸 솔직하게 인정하면 행복하게 살 수가 있지만, 이걸 모르고 무지 속에서 다 하려고 하면 괴롭게 살게 되는 겁니다.
이왕 사는 거 행복하게 사는 게 낫잖아요. 괴롭게 살고 싶으면 그렇게 사세요. 어떻게 살지는 각자 자유니까요. 그런데 저는 굳이 괴롭게 살고 싶지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저의 한계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뭐가 잘났다고 그렇게 자꾸 남을 고쳐서라도 다 하려고 해요?(모두 웃음)
언니 고쳐야 되고, 아버지 고쳐야 되고, 남편 고쳐야 되고... 고칠 능력이 있으면 고쳐서 사세요. 그런데 저한테 고쳐달라고는 하지 마세요. 저는 그럴 능력이 없다고 일찌감치 선언을 했으니까요. 그래도 꼭 고치고 싶다면 저한테 오지 말고 갓바위를 가세요.(모두 박장대소)
여러분들도 한계를 인정하고, 부족함을 인정하면, 바로 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가 있어요. 그러나 인정을 안 하면 괴롭게 살게 됩니다. 그러니 각자의 한계나 부족함을 좀 인정하면서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의 따뜻한 격려 말씀에 청중들도 큰 박수와 함께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이어서 로비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인을 받고 길게 줄을 섰는데, 스님은 지지치도 않고 쉼없이 웃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인을 받는 중에는 스님과 악수도 해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어떻게 사인하면서 악수하노?”라고 하면서도 바쁜 와중에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강연을 주관한 울산정토회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화이팅” 외치는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습니다. 봉사자들은 비가 오는 날씨에도 2000석이 꽉 찼다는 사실에 모두들 고무된 분위기였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홍보하고 준비했는지 그 노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은 후 스님은 법당별로 손을 들어보라고 하면서 어느 법당에서 봉사자들이 왔는지 직접 확인해 보기도 했습니다. 또 봄불교대학, 가을불교대학, 봄경전반, 가을경전반도 일일이 손을 들어보라고 확인하며 “힘내세요!”라고 응원도 해주었습니다.
강연장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서울로 향했습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 울산에서 서울까지 부지런히 달려도 새벽 3시나 되어야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잠시 눈을 붙인 뒤 7시부터 평화재단에서 각종 회의와 미팅이 계속 있습니다. 그리고 저녁 7시에는 부천 복사골 문화센터아트홀에서 청년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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