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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 10시 30분에 진주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한 후 저녁 7시 30분에는 울산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어서 참석자가 적으면 어쩌나 걱정스러웠지만 진주정토회 자원봉사자들은 일찍부터 모여 강연 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빠진 것은 없는지, 수정할 것은 없는지 꼼꼼히 챙기면서도 얼굴에서는 즉문즉설 강연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가 한껏 묻어났습니다. 나무와 풀들이 하늘의 단비를 맞아 생기를 찾고 성장을 하듯 오늘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스님 법문의 단비를 맞고 행복한 삶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갖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일찍부터 와서 기다리는 분들도 제법 계셨고, 강연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자 많은 분들이 속속 입장하여 600여 명의 참석자와 봉사자가 경남과기대 100주년기념관을 훈훈하게 채웠습니다.
사전 노래공연과 스님의 소개영상이 끝나자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스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청중들의 얼굴에는 비오는 날의 쌀쌀함과 눅눅함을 날려버릴 기대와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스님은 비가 내리고 있는 오늘 날씨를 언급하면서 수행이란 좀 더 크고 넓게 멀리 보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강연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많은 분들이 와주셨네요. 비가 오면 마음이 좀 불편하죠. 그런데 농사를 지어보면 비가 자주 오는 걸 좋아하게 됩니다. 올해 봄에는 장마철인가 싶을 정도로 비가 너무 자주 오기는 했습니다만, 봄에 비가 오는 것은 도시 사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불편할지 몰라도 농사짓는 사람들에게는 참 유용합니다.
그러니 어떤 일이 생기는 게 나한테 나쁘다고 해서 꼭 이 세상에도 나쁜 것은 아니에요. 어떤 일이 나한테 손해라고 해서 꼭 이 세상에도 손해인 것도 아니고, 나한테 이익이라고 해서 꼭 이 세상에 좋은 것도 아니에요. 그러니 자기한테 이익이 되는 일이 생기면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갖고 받아들이고, 자기한테 손해가 일어날 때는 다른 사람이 이익 볼 걸 생각하면 비록 손해는 보더라도 입가에 빙긋이 미소를 지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일을 대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이 되느냐 안 되느냐, 혹은 나한테 이익이냐 손해냐 하는 것에 좀 덜 민감할 수 있습니다. 나만 보지 말고 타인도 보고 우리 모두를 보면 저절로 감정기복이 좀 덜해집니다.
비유를 들어볼게요. 명절 때 집에서 온 가족이 화투치기처럼 약간의 돈을 거는 놀이를 할 때가 있잖아요. 요즘은 안 하나요? 우리가 어렸을 때는 많이 했어요. 그런 걸 하다 보면 형이 좀 따고 동생이 잃거나, 반대로 동생이 따고 형이 잃었을 때, 형제간에 울고불고 싸우며 난리가 납니다. 한쪽은 잃었다고 울고 한쪽은 땄다고 좋아하면서 서로 싸우는 걸 보면 엄마가 뭐라고 해요? ‘아이고, 그만들 해라. 그래봤자 그게 그 돈인데 뭘 그러냐’ 이렇게 말하죠. 엄마, 아빠가 볼 때는 누가 따든 그게 그 돈이죠. 그런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절대로 ‘그게 그 돈’이 아니에요. 그와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부모 입장이 되어보면, 다시 말해 가족 전체를 바라보는 눈을 가지면 조그마한 이익과 손실에 연연하지 않게 됩니다. 그게 그 돈인 줄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좁은 눈으로 바라보면, 다시 말해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면 ‘나는 잃고 형은 땄다’, ‘내가 따고 형이 잃었다’ 이런 것에 기뻐하거나 슬퍼하면서 연연하게 됩니다.
수행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니에요. 열심히 빌어서 뭘 이루는 게 수행이 아니라 조금 더 큰 눈을 갖는 것, 조금 멀리 보는 것, 조금 더 넓게 보는 것, 조금 더 깊이 보는 것이 수행입니다. 이런 눈을 갖게 되면 저절로 우리들의 번뇌가 잦아들고 사라집니다.
인생은 정답이 있는 게 아니에요. ‘이혼을 해야 하느냐? 안 해야 하느냐?’, ‘결혼을 꼭 해야 하느냐? 안 해야 하느냐?’ 이런 질문들에 대해 정해진 답이 있을까요? 여러분들은 스님이 답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런 적은 없습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에요.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에 대해 내가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갖게 되면 어느 쪽을 선택하든 삶이 좀 여유로워집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런 선택을 해도 괴롭고, 저런 선택을 해도 괴로워요. 이러면 이게 문제고, 저러면 저게 문제입니다. 그런데 조금 눈을 크게 뜨게 되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아요. 혼자 살아도 좋고 결혼해서 같이 살아도 좋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혼자 살면 외롭고, 같이 살면 귀찮다고 하죠.(모두 웃음)
그런데 조금만 눈을 크게 뜨면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고, 같이 살아도 귀찮지가 않아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게 되는 거예요. 그것이 소위 진리의 길입니다. 그런 길로 나아가는 것을 절에서는 ‘설법’이라고 하고, 교회에서는 ‘설교’라고 해요. 그래서 ‘즉문즉답’이 아니라 ‘즉문즉설’이라고 말합니다. 자, 그럼 오늘도 여러분과 대화를 시작해보죠.”
스님이 들어준 재미있는 비유에 시작부터 유쾌한 웃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습니다.
질문은 선착순으로 세 명을 먼저 받았고, 나머지는 추첨 방식으로 받기로 했는데 질문지함에 질문지를 넣은 분이 두 명 밖에 없어서 모두 다섯 명이 스님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지만 아이를 유산한 이후 매사에 불안감이 엄습한다는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질문자가 처음에는 울먹였지만 스님의 답변을 다 듣고 나서 활짝 웃는 모습이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항상 정성을 다하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는 신념으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참 감사하게도 원하는 꿈도 이루고 행복하게 가정도 이루어 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 전에 아이가 생겨서 일도 휴직하고 태교에 전념했는데 원인도 알 수 없고 증상도 없이 아이가 유산됐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까 내가 노력해도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슬픈 일들에 대한 근원적인 불안감이 가슴속에 생겼습니다. ‘그런 마음은 부질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하다가도 문득문득 ‘다음에 또 아이가 잘못되면 어떡할까?’, ‘오늘 비가 오는데 남편이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면 어떡하지? 이건 내가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일 텐데’ 이런 생각들이 듭니다. 이런 마음에서 좀 벗어나고 싶고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누구나 다 그래요. 만약 오늘이 소풍을 가는 날이라면, 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 마련입니다. 어제 정토회에서는 애광원 장애우들과 함께 나들이를 가는 행사가 있었는데, 다들 ‘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비가 오면 휠체어 타고 내리는 게 굉장히 복잡해지잖아요. 그런데 비가 안 오니까 기독교 재단인 애광원에 계시는 분들은 다 하나님이 자기 기도를 들어줬다며 기뻐하고, 자원봉사자들은 전부 불교인이니까 부처님이 자기 기도를 들어줬다며 기뻐했습니다.(모두 웃음)
그런데 나들이 장소였던 순천만 국가정원에 600년 묵은 팽나무가 있는데 거기 가서 빌면 뭐든지 다 들어준대요. 정원을 안내해주는 사람이 말하길 ‘지난번에 답사 왔던 사람이 여기서 기도하고 갔기 때문에 비가 안 왔다’는 겁니다. 이처럼 잘 되면 다 자기 덕이고 못 되면 다 남의 탓이에요.
그런데 서두에서 제가 이야기했지만 비가 오면 꼭 나쁜 것만도 아니에요. 우리 어릴 때를 돌아보면 천수답에 비가 안 와서 모내기를 못하다가 비가 오면 비를 맞아가면서도 즐거이 모내기를 합니다. 비가 안 와서 모내기를 못 하는 게 나아요? 비가 와서 비를 맞으며 일하더라도 모내기를 하는 게 나아요? 연세드신 분들은 비 맞고도 모내기 하는 게 낫다고 대답할 거예요. 또 비 맞고 일도 기쁘게 하는데, 비 맞고 노는 게 무슨 큰일이겠어요? 비 맞고 일하는 것보다 비 맞고 노는 게 쉬워요.
그리고 ‘노는 데 굳이 비 맞고 놀 것까지 뭐 있나?’ 하면 안 놀면 되잖아요.(모두 웃음) 어디를 가기로 했는데 비가 와서 번거로워지는 게 싫다면 안 가면 되잖아요. 그런데 농사 짓는 사람들은 비가 안 와서 농사를 망치면 먹고 살기가 어려워져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자기 소풍가는 날 비 왔다고 난리잖아요. 지난번에 소풍 갈 때 비가 왔다고 해서 이번에 소풍 갈 때도 또 비가 올까 싶어 초조불안해 하고요. 이렇게 하는 것은 너무 자기중심적이라는 이야기예요.
질문자는 지금까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다 이루어 왔기 때문에 더 힘든 거예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지금까지 자기가 원하는 것이 하나도 돼 본 적이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이 사람은 힘들기는 하지만 앞으로 일이 잘 안 돼도 ‘아이고, 나는 원래 재수가 없어서 안 되더라’ 이러고 마는데, 지금 질문자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지금까지 다 이루었기 때문에 앞으로 만약 자기가 원하는 게 안 되면 충격이 더 큰 거예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 결말은 반드시 실패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최근의 대통령들이 특히 더 그래요. 이유가 뭘까요? 이 분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니라 성공 신화를 이뤄낸 사람들이어서 그래요. 즉,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할 때 밀어붙여서 이뤄낸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잘못됐을 때 보좌진이나 누가 이야기를 해도 본인이 밀어붙이면 옆에서 말릴 수가 없어요. 옛날에 다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반대할 때 이 분들은 된다고 밀어붙여서 성공한 경험이 있잖아요. 그래서 말리지를 못하는 겁니다. 말려도 듣지 않을뿐더러 말리는 힘이 강하지도 않아요. 왜 그럴까요? 저 분은 늘 세상에서 안 된다는 것을 이뤄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성공을 했다가도 항상 막판에 한꺼번에 말아먹어요. 이번 공천 때 누가 봐도 저렇게 밀어붙여서는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잖아요. ‘야, 저건 해도 너무했다. 좀 심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하면 안 될 텐데, 왜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했을까요? 늘 세상 사람이 안 된다고 한 걸 밀어붙여서 된 경험밖에 없기 때문에 그래요. 그래서 이번에 반쪽박을 찼잖아요. 여기서도 제대로 반성하면 되겠지만 안 그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럴 때 반성을 하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은 오히려 이걸 다시 더 세게 밀어붙여서 뒤집으려고 해요. 그러면 이제 완전히 쪽박을 차게 되겠죠. 그래서 위험하다는 거예요. 이렇게 늘 자기 뜻대로 인생이 이루어진 사람은 항상 막판에 패가망신합니다. 질문자도 그럴 위험이 있어요. 앞에서 질문할 때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늘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됐다고 했잖아요.
건강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예순이어도 병원 한 번 안 가고, 감기 한 번 안 걸렸다’ 이런 사람은 다 일찍 죽습니다.(모두 웃음) 늙어서 몸이 쇠해지면 그에 맞게 조절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평생 살아왔던 대로 힘을 쓰다가 한꺼번에 팍 꺾여요. 반면 어릴 때부터 계속 여기저기 아픈 사람은 남이 볼 때는 ‘저게 제 명대로 살겠나’ 싶지만 오히려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삽니다.(모두 웃음) 이런 사람은 늘 조심하거든요. ‘아이고, 또 아프다’ 이러면서 절대로 무리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질문자가 한번 생각해보세요.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 유산되는 게 질문자한테 나을까요? 낳아서 일주일 안에 죽는 게 나을까요? 세 살 때까지 크다가 죽는 게 나을까요? 열 살이나 스무 살쯤까지 크다가 죽는 게 나을까요? 일단 안 죽는다는 선택지는 빼고 생각해보세요. 어느 게 나을까요?”
“뱃속에 있을 때가 더 나을 것 같아요.”(질문자 울먹임)
“그러니 아이가 유산된 것은 질문자에게 큰 복이라는 걸 질문자가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그걸 지금 불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중에 질문자가 겪어야 할 큰 아픔을 미연에 방지해준 셈이에요. 그러니 앞으로 아기가 또 생겼다가 유산을 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명을 제대로 타고 나지 못했으면 미리 뱃속에서 정리돼야 엄마를 덜 아프게 만들어요.
누가 발로 찼다거나 약을 잘못 먹었다든지 해서 유산된 것은 사고에 속하니까 경우가 좀 달라요. 그러나 자연유산은 아이가 형성은 되었지만 너무나 약해서 자궁 안에서조차 생존을 잘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설령 태어나더라도 장애를 안게 되거나 제대로 건강하게 살지 못하고 죽기 쉽기 때문에 자궁 안에서 자연유산된 것은 털끝만큼도 괴로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연유산이 안 되고 살아난 아이 중에서도 세상에 나와서는 제대로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엄마의 자궁 안에서조차 제대로 적응을 못 하는 아이는 슬퍼할 일이 아니에요.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큰 불행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병원 검진은 잘 받되 자궁에서 아이가 미성숙 상태에서 유산되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호랑이 새끼도 언덕에서 새끼를 떨어뜨려서 살아남는 놈만 키운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게 모질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건 자연의 법칙이에요.
이건 누구의 죄도 아니에요. 하나님의 벌도 아니고 과거전생의 인연도 아닙니다. 관점을 그렇게 가지셔야 해요. 그렇게 안 가지면 앞으로 더 힘들어집니다. ‘아기를 낳고 싶다’ 하고 바랬더니 금방 아기가 낳아지고, 이렇게 늘 질문자가 원하는 대로 되면 나중에 오히려 더 큰 불행이 옵니다. 생명을 존중한다면 여러 가지 장애를 갖고 아이가 태어났다 해도 기꺼이 키워야 합니다. 그러나 질문자의 수준은 아이가 여러 가지 장애를 갖고 태어나느니보다는 태어나지 않은 것이 더 낫잖아요. 어떤 장애가 있다 하더라도 태어난 뒤에는 그 아이도 생존할 권리가 있고 행복할 권리가 있기에 당연히 돌봐야 하지만, 태어나지 않았다고 슬퍼할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그걸 슬퍼하는 것은 관점이 옳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네, 감사합니다.”(질문자 웃음, 모두 큰 박수)
울먹이던 질문자가 비로소 환하게 웃자 청중들도 박수를 보내며 위로의 마음을 보태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덧붙여 추가 설명을 이어가며 마무리 말씀을 대신했습니다.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불행인 거에요. 유산이 되는 것을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불행이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사실 불행이 아닙니다. 엄마의 자궁에서조차 생존을 하지 못한 아이이니 만약 요행히 태어난다 해도 생존하기가 어렵습니다. 자궁 안에서 건강해도 나온 뒤에 생존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니 그것을 슬퍼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다만 사고, 예를 들어 넘어졌거나 배를 걷어채였거나 어떤 충격을 받아서 유산한 경우는 다르죠. 아이가 충분히 건강한데도 불구하고 보호가 안 되어서 유산된 것이니까요. 우리가 건강한데도 교통사고 같은 사고가 나서 죽을 수도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자연유산은 그걸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자연유산은 세 번, 네 번까지 하다가 제대로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병원에서 검진을 통해 몸 상태를 잘 살펴보세요. 검진 결과에 따라 어떤 부분이 약하니까 무리하면 안 된다거나 뭐 하면 안 되는 식의 주의를 줄 테니까 그대로 따르면 됩니다. 보통 자연에서 동물들을 보면 아기 낳는 날까지 움직여도 됩니다. 자연 생태계가 그래요. 그래서 옛날에는 콩밭 매다가 아기 낳고, 여행하다가 비행기 안에서도 아기 낳고, 기차 안에서도 아기 낳고 이런 일들이 많았잖아요. 부처님도 마야 부인이 길을 가다가 낳았어요.
그러니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합니다. 아기에 대해서 너무 신경을 쓰면 오히려 건강한 아기를 낳기 어려워요. 아기를 가졌다고 해서 너무 조심하고 일일이 조바심을 내도 아기 건강에 안 좋습니다. 그러니 그런 걱정 하지 마세요. 낳기도 전에 벌써 저런 걱정을 하는데 아기가 어떻게 행복하게 살겠어요? 아기가 들어서면 기뻐하고, 행여 유산이 되면 나중에 힘든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조금 있다가 또 새로 생기면 감사히 받아들이고, 그래도 안 생기면 인공수정을 시도해보면 되고, 그래도 안 되면 입양을 하면 됩니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좋은데 그런 걸로 걱정하고 그래요? 조금 더 편안하게 생활해야 해요.
아이를 키울 때 엄마가 고생하면 아이는 대부분 부모의 기대에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아이 키우는 게 힘들수록 아이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기 때문이에요. 부모의 기대가 크기 때문에 아이가 부모의 기대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니까 부모자식 간의 관계가 나빠지고 아이는 나중에 부모에게 저항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 키우는 게 힘들지 않아야 해요. 있는 젖 그냥 물리고, 있는 밥 먹이고, 있는 옷 입히고, 바쁘면 잠시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이렇게 대충 키워야 해요. 그래서 아이 키우는 게 별로 힘들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와 같이 있는 게 재미있어야 해요. ‘내가 너 키우는 게 힘들다. 너만 없었으면...’ 이런 게 아니라 ‘네가 있어서 내가 참 행복해졌다. 네가 없었으면 내가 무슨 재미로 살았겠니?’ 이렇게 엄마가 싱글벙글하면서 별로 힘을 안 들이고 아이를 키우면 아이한테 기대도 그리 크지 않고, 아이의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해집니다.
제가 쓴 책 ‘엄마수업’의 핵심은 엄마가 행복해야 한다는 거예요. 엄마가 지극정성으로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행복하라는 거예요. 옛날에 시골분들을 보면 자식이 이미 대여섯씩 되어도 또 아이가 태어나면 다 귀하게 여깁니다. 몸이 좀 고단하긴 하지만 밭 매다가도 아이가 울면 젖먹이고, 밥하다가도 젖먹이고, 자다 깨서도 젖을 먹이지 ‘아이고, 이놈의 자식아! 잠 좀 자야 하는데 왜 일어나서 우니? 젖 달라면 아까 달라고 하지 왜 한밤중에 달라고 하냐?’ 이러지 않아요(모두 웃음)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키웠기 때문에 아이들이 다 건강한 거예요. 그런데 요즘은 아이를 한둘씩 낳아서 키우지만 대여섯씩 키우던 옛날보다 아이 키우기가 더 큰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한 통계를 봤는데, 지금 장애아가 태어날 확률이 100명당 5.5명이래요. 20년 전보다 3배 정도 늘었어요. 우선 우리가 먹는 음식이나 생활환경이 문제겠지요.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주 원인이 산모의 스트레스 같아요. 산모가 지나치게 신경을 쓰면 자궁이 긴장되니까요.
그러니 여러분들이 ‘토끼도 새끼 낳아서 키우고, 다람쥐도 새끼 낳아서 키우는데, 사람이 새끼 낳아서 못 키울 이유가 없다’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마음을 편안히 가져야 오히려 아이들이 더 건강해집니다. 아이를 가진 엄마가 힘들어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더 즐겁고 행복하다고 여겨야 아이들도 건강해져요.”(모두 큰 박수)
오늘은 마치 태교 수업과 육아 수업을 들으러 왔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엄마는 아이를 어떤 마음으로 잉태해야 하고, 태어난 아기는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말씀들이 강연 말미에 주욱 이어졌습니다.
이 외에도 네 명의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임용시험에서 여러 차례 떨어졌고, 창업하려고 해도 주변에서 만류하고, 맘대로 되는 것도 없고 계획대로 되는 것도 없어서 점집에 갔는데, 점집에서 들었던 말들이 자꾸 신경이 쓰인다며 어떻게 생각해야 되는지 물었고, 두 번째 질문자는 별거했던 남편이랑 재결합해서 현재 3년이 됐다는 분이었는데, 불쑥불쑥 남편이랑 살기 싫다는 마음이 다시 올라와서 힘들다고 질문했고, 세 번째 질문자는 26살 된 발달장애아를 혼자서 키워 온 여성분이었는데, 자신의 양육방법이 잘못됐다는 생각에 우울증이 겹쳐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자주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고, 네 번째 질문자는 현재 직장생활이 힘들어서 사직을 결심했는데, 회사에서는 인력수급문제로, 집안에서는 동생 재수 문제로 1년 정도 더 근무하라고 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물었습니다.
스님과 질문자와의 대화는 한편의 코미디나 드라마처럼 많은 웃음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이야기엔 같이 웃고, 아픈 이야기엔 함께 아파하고, 슬픈 이야기엔 눈물지으며 듣다 보니 어느새 시야가 툭 트이고, 주변이 환해지고, 삶이 가벼워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무겁고 절박하던 질문자들의 표정이 환해지고 밝아지면서 저절로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진주 시민들도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다섯 분의 대화를 들으며 웃고 감동하는 사이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여러 경험과 비유를 들어가며 자유로움과 행복의 본질을 꿰뚫어 드러내주시는 스님의 말씀이 오랜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이 마음 밭에 아낌없이 스며든 시간이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유산 후 불안증이 왔다는 질문자에게 스님의 답변을 듣고 난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스님과의 대화 후에 너무나 가벼워졌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스마트 폰을 최근에 갖게 되어 유튜브로 매일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다는 50대 어르신은 “그 동안 잘못 살았구나, 잘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하면서 “내 인생에 어떤 복이 있어서 저런 분을 가까이서 뵐 수 있는지..” 하면서 고마워했습니다. 강연 내용을 꼼꼼히 적으면서 들었다는 한 남자분은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계속 떠올랐다. 남들이 보기엔 대단치 않은데 세상의 짐을 다 진 것처럼 그동안 살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얘기해 주었습니다.
강연을 마치자마자 책 사인회가 열렸는데, 복도에 줄이 길게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상기된 얼굴로 책을 들고 서 있는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추며 정성껏 사인해 주었습니다.
사인회가 끝나고 오늘 행사를 위해 수고한 많은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환하게 웃는 표정 속에는 행복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이어서 봉사자들은 다가오는 스승의 날을 기념하여 작은 꽃다발을 스님에게 전달한 후 스승의 은혜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차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스님은 봉사자들을 둘러보며 “수고했다”고 듬뿍 격려를 해준 후 다음 일정을 위해 출발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울산 KBS홀에서 울산시민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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