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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토불교대학 담당자들과 함께 문경 대야산 자락 용추계곡으로 봄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정토불교대학 담당자들은 소풍과 친목도모, 상담을 겸한 즐거운 시간을 스님과 함께 보낼 수 있었습니다.
대중들이 용추계곡 주차장에 모두 모이자 먼저 스님이 오늘 행사의 취지와 오늘 산행 코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었습니다.
“오늘 행사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첫째, 소풍이에요. 둘째는 친목도모입니다. 그래서 전국에서 모인 담당자들이 서로 인사를 하고요. 셋째, 여러분들의 애로사항을 상담해보는 즉문즉설 시간을 가져봅시다. 알았죠? 마음 부담 갖지말고 가볍게 합시다.
이곳은 월악산국립공원과 속리산국립공원 중간쯤에 위치한 경북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 범바위라는 곳입니다. 오늘 산행코스는 용추계곡을 따라 올라갑니다. 올라가는 왼편으로는 둔덕산, 오른쪽으로는 대야산입니다. 주차장에서 계곡 오른쪽을 따라 40~50분을 오르면 월영대라는 곳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계곡을 건너 다시 오른쪽으로 내려와서 선유동 계곡에서 점심을 먹고 여러분들의 애로사항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질게요.”
스님의 환한 웃음에 대중들도 함께 웃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봄나들이에 참가한 대중들은 지난 3월에 전국에서 동시 개강한 정토불교대학을 담당하고 있는 활동가들과 모둠장들입니다. 벌써부터 모둠 운영하랴, 수업 준비하랴, 활동을 반대하는 가족들 상대하랴 힘들다는 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자연 속에서 산책도 하면서 그동안 힘들었던 점에 대해 스님과 상담해보는 시간이 마련된 것입니다.
스님은 담당자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정토회에서 봉사를 해왔는지 물어보았는데 대부분 이제 갓 불교대학을 졸업한 새내기 수준의 담당자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얼마나 힘들어요? 나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나보다 저학년들을 가르쳐 봐서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라고 웃으면서 안쓰러운 마음을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용소바위가 가장 먼저 나타났습니다. 스님의 설명이 송수신기를 통해 들려왔습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 들어보았죠? 여기가 바로 빈대 때문에 절 전체가 사라진 곳입니다.”
중간중간 세차게 소용돌이 치며 흐르는 맑은 계곡을 따라 대중들은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으며 올라갔습니다. 널찍한 바위가 있는 터가 나타나자 스님은 대중들보다 서둘러 계곡을 훌쩍 뛰어넘어 건너더니 큰 돌을 주어와 금세 돌다리를 놓아주었습니다.
“여기가 월영대예요. 여기서 잠시 쉬어갑시다. 자, 편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봅시다.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간식을 꺼내 먹으며 쉬고 있던 대중들은 명상을 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눈을 감고 고요히 명상에 들자 다시 스님의 목소리가 송수신기로 흘러나왔습니다.
“자세를 편안히 하고, 몸을 편안히 합니다. 들숨을 알아차리고,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물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내가 물이 되어 흐르는 것을 느껴봅니다. 나와 자연을 분리하지 말고, 내가 자연입니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에 끌려가지 말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봅니다.”
스님의 안내에 따라 대중들은 물 흐르는 소리와 새소리를 뒤로하고 깊은 명상에 잠겼습니다.
얼굴을 쓰다듬는 청랑한 바람을 한껏 느끼며 명상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고요해진 대중들을 바라보더니 “조용하니까 좋아요? 같이 동요를 불러볼까요?” 하며 분위기를 전환시켰습니다. 대중들은 한층 편안해진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며 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
휴식을 마치고 다시 계곡물을 따라 남은 산행길을 내려와 너른 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각 지부별로 모여앉아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점심식사 후에는 장기자랑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중 한 분이 본인은 교회를 다녀서 복음성가를 개사하여 부르겠다고 하며 앞으로 나왔습니다. 마지막에 “하나님의 사랑을 가르쳐주신 스님께 감사드립니다.”라는 가사에 대중들은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장기자랑 시간 덕분에 분위기가 아주 밝아지고 마음도 활짝 열린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불교대학 담당자들의 애로사항을 스님에게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계곡물 소리가 졸졸졸 들리는 가운데 자연 속에서 야단법석이 펼쳐진 것입니다. 대중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말 야단법석이다” 하며 기쁜 마음으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총 8명이 스님에게 자신의 고민을 말하고 답변을 듣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같이 활동하는 도반이 인사를 받아주지 않고, 불편한 감정을 주위에 말하고 있어서 너무 화가 난다는 분의 고민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관계가 불편해졌을 때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소중한 가르침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같이 활동하는 한 도반이 어느 순간부터 제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제 인사를 외면하는 겁니다. 저는 ‘뭐지? 왜 그러지?’ 했지만 잊어버리고 지내다가 월요일에 출근할 때만 되면 매번 느끼게 되는 겁니다. 저도 이걸 모른 체 하고 넘어갈 정도의 그릇은 안 되기 때문에 그 다음부터 저도 그 도반에게 인사를 안 했습니다. 같이 인사를 안 하니까 화는 좀 덜 올라오더라고요.(모두 웃음)
그런데 그 도반이 저와의 관계가 너무 힘들다고 경전반 담당자한테 얘기를 했나 봐요. 저는 그 말을 전해들을 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어요. 나를 좀 싫어할 순 있지만 그렇게 갈등이 생길 만한 이유는 없었거든요. 그 전까지 저는 그 도반한테 별 감정도 없었는데, 그걸 전해 들으니까 기분이 너무 너무 나빴습니다. 지금은 관계가 풀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 도반은 모든 사람들이 ‘정말 착하고, 내성적이고, 차분하다’고 하는 분이고, 수행법회도 꼬박꼬박 나오시고, 나름대로 봉사도 굉장히 열심히 하시기 때문에 저는 시간이 좀 지나면 해결이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 경전반 졸업이 몇 달 안 남았습니다. 그냥 이런 상태로 졸업을 해야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그 도반과 단둘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인사를 했지만 그 때도 저를 모른 척 했습니다. 분별심이 너무 올라와서 그날 봉사하고 수업 듣는 동안 집중도 안 되었고, 계속 그 생각에 끌려 다니자니 숨이 막혔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 사람이 질문자를 욕한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 특별한 문제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착하고, 얌전하고, 자기 일은 잘 하는 사람이라면서요. 그러면 그건 그 사람의 문제라고 보면 안 되고, 전적으로 질문자의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이 계곡에서 꽃이 예쁘다고 아무리 얘기한들 꽃이 고맙다고 반응해주지 않습니다. 산도 그렇고, 물도 그래요. 그래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잖아요. 그런 것처럼 그 사람이 인사를 하든 안 하든 그건 상관하지 마세요. 그 사람한테 ‘안녕하세요’, ‘수고하셨어요’라고 인사하면서 그냥 질문자가 할 일만 계속 해 나가면 되지요.”
“그런데 그 도반이 몇 사람한테 저하고 불편한 관계에 있다고 얘기했대요.”
“그 사람 본인은 불편한 것이겠지요, 뭐. 그건 그 사람이 해결해야 될 일입니다. 불편한 건 그 사람이 해결해야 될 일이지 질문자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 도반이 우리 둘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얘기를 했다니까 제 마음이 불편해요.”
“질문자도 그 사람을 보면 불편하듯이 그 사람도 질문자를 보면 불편한 것이겠죠. 서로 같은 거죠, 뭐.”
“그 도반이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얘기를 하고 다니니까요.”
“그 사람은 그 전부터 질문자의 인사를 안 받아서 질문자가 불편했다면서요. 그 사람이 남한테 무슨 얘기를 하기 전에 이미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을 때 질문자가 인사해도 그 사람이 인사를 안 받았다면서요. 그 사람이 질문자한테 불편하다는 말을 안 해도 질문자는 이미 불편했잖아요. 그래서 ‘저 사람이 왜 저러지? 왜 저러지?’ 했듯이 그 사람도 나를 보면 불편한 겁니다. 꼭 둘이 무슨 논의를 하거나 시비를 해서 불편한 게 아닌 거잖아요. 대통령이 저한테 아무 얘기도 안 했는데 저도 대통령을 보면 불편할 때가 있거든요. 저랑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데도 불편한 거에요.(모두 웃음)
그런데 질문자는 이미 그 사람과 여러 번 만나봤잖아요. 그러는 사이 불편할 일이 있었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그 사람이 나를 보고 불편해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에 질문자가 지금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만약 질문자가 그 사람의 불편한 마음까지 해결해 주려고 한다면 그것이 바로 보살의 마음입니다. 그 사람이 질문자를 보고 불편해 하는 것을 질문자의 문제로 보고 그 사람의 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는 것, 그게 보살심입니다. 그것은 ‘이타(利他)’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수행은 내가 불편한 걸 먼저 해결하는 겁니다. 그 사람을 보고 내가 불편한 건 내 문제입니다. 그러니 먼저 내가 수행을 해서 나는 안 불편해야 돼요. 그 사람이 불편한 건 그 사람이 수행을 안 해서 그런 거니까 그건 그 사람의 문제입니다. 수행적 관점에서는 그렇다는 겁니다. ‘그건 내 문제가 아니다. 그 사람이야 불편하든 말든 나만 불편하지 않으면 나는 아무 문제없다’ 하는 건 소승수행입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그 사람의 불편까지도 받아들여서 사과를 하든지 해서 그 사람이 편안하도록 해 주면 그것은 ‘이타 수행’이고, 그게 ‘보살’입니다. 우리는 거기까지 지향해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그 사람을 편안하게 해 줄 여유도 없고, 우선 자기 불편한 것부터 해결해야 된다는 겁니다. 질문자가 불편한 걸 해결하는 방법은, 그 사람을 그냥 돌멩이나 나무처럼 생각하는 겁니다. 그 사람이 어떻게 하건 그 사람의 문제이고, 질문자는 수행자로서 인사도 하고, 안내도 해 주는 겁니다. 일부러 더 잘하려고 할 것도 없고, 일부러 더 못할 것도 없어요. 그냥 평상심으로 해 나가다가 그 사람이 아무 반응을 안 해도 내가 불편하지 않은 정도가 되면 그때는 ‘공부가 좀 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질문자는 공부가 제대로 안 된 겁니다.
금강경을 듣거나 경전반을 다니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금강경과 경전반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바로 그 사람을 봤을 때 질문자가 불편하지 않는 경지로 나아가는 방법이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첫째, 질문자는 경전반이나 금강경에서 불교 용어만 배울 게 아니라 그 원리를 그 사람에게 적용해서 그 사람으로부터 질문자가 편안해지도록 하는 것을 연습해야 합니다. 둘째, 그 사람이 나를 보고 불편해 한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그래? 나는 별일 없어’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그 사람이 나를 보고 불편한가 보네’ 하고 이해는 할 수 있잖아요. 질문자도 예전에 그 사람을 봤을 때 불편한 적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사람이 다른 사람한테 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질문자가 더 불편해진다면 질문자는 공부가 안 된 겁니다.
가령 스님의 즉문즉설에 달린 댓글 중에는 스님을 비난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스님이 선거에 대해서 얘기하면 ‘중이 말이야, 수행은 안 하고 쓸데없이 정치나 한다. 아예 머리 길러서 정치하러 나서라’라는 댓글이 달리거나, 엄마의 역할에 대해서 얘기하면 또 ‘남자가 애도 안 낳아봤으면서 말은 잘 한다’라는 댓글이 달립니다. 그런데 이 세상 사람을 제가 다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 사람이 특별히 질문자한테 욕하고 시비하면서 법당을 휘젓고 다녀서 질문자가 불편한 것이라면 그런 것은 스님한테 얘기를 해야 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질문자한테 아무 얘기도 안 한다면서요.(모두 웃음)
그러니 그건 전적으로 질문자의 문제입니다. 그 사람에 대해서 논할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질문자가 조금 여유가 생기면 질문자가 불편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불편해 한다니까 보살심을 내서 직접 물어볼 수도 있겠지요. 질문자가 그 사람이 불편하지 않다면 직접 물어볼 수 있는데, 질문자가 아직 불편하니까 그 사람한테 말하기가 두려운 겁니다. 질문자가 불편한 마음으로 그 사람한테 얘기했을 때는 만약 그 사람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질문자도 ‘내가 뭘 어쨌느냐?’라며 언성을 높이게 될 겁니다. 그러면 싸움이 날 소지가 있어요. 그런데 내가 불편하면 상대도 불편했을까요? 안 했을까요?”
“불편했어요.”
“예, 대다수가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상대도 같이 언성을 높이게 되고, 서로 분이 터지니까 싸울 수가 있습니다. 아무 일도 아닐 수 있는데 감정이 쌓이면 싸움이 날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첫째, ‘왜 불편하다고 난리야? 내가 뭘 어떻게 했는데?’라고 하면 더 화가 납니다. 그럴 때 내 마음을 살펴서 ‘아, 저 사람이 나 때문에 불편해 하는구나’ 하고 이해하면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자는 먼저 자기가 편안해지는 공부를 하세요.
둘째, 질문자가 그 사람한테 직접 얘기하기가 어려우면 다른 도반한테 부탁해서 ‘우리 모두 같은 정토회 회원인데, 저 분이 저를 불편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로 불편하신 건지 한번 점검을 좀 해 주세요’라고 요청을 하세요. 질문자는 별 이유가 없었다고 하는데, 질문자가 생각하지도 못한 이유가 있을 수 있거든요. 스님도 어떤 일에 집중하다보면 가까이 지나가던 사람이 ‘스님!’ 하고 반갑게 인사하는 것을 모를 때가 있어요. 그래서 스님이 전혀 다른 데를 쳐다보고 지나갔다고 하면서 건방져보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약간 집중력이 있어서 어떤 생각을 하면 옆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귀에 들리지가 않습니다. 그런 것처럼 그 사람한테도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걸 알아보는 게 필요합니다.
질문자는 그 사람에 대해서 ‘내가 언제 그랬다는 거야?’라고 하지 말고 ‘아, 그래서 그랬구나’ 이렇게 이해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한번 대화를 해서 ‘저는 기억도 못하고 있어요. 제가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그런 게 아니라 아마 다른 데 집중을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한 걸 얘기해 주면 고치겠습니다’라고 얘기해 보세요. 의외로 대화를 통해 쉽게 풀릴 수도 있습니다. 꽁 해서 있지 말고요. 그러면 질문자 스스로 불편하잖아요.
우선 원인을 알아서 대화를 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꼭 대화를 해서 풀어야 된다’라고 목적을 정해서도 안 됩니다. 그러면 ‘대화를 했는데도 안 되더라’ 하면서 더 감정이 상하거든요. 그렇게 대화를 했는데도 문제가 안 풀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 겁니다. 사람은 다 다릅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를 해야 되는 거예요. 그런데 대화를 해도 문제가 해결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 다 관점이 다르니까요.”
“네,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대중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지 스님의 답변에 모두 공감을 표하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더불어 질문자에게 응원의 마음도 함께 보내주었습니다. 사실 활동을 하다보면 일 때문에 힘들기보다는 관계 때문에 힘든 경우가 더 많은데, 불편한 관계를 풀어가는 방법에 대해 속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있어서 모두들 아주 좋아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불교대학 입학생 중에 연세가 많은 남자분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을 하대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을 거침없이 해서 어떻게 1년 동안 지내야할지 고민이라는 분, 불교대학 프로그램 중에 ‘마음나누기’가 있는데 다들 제각각 하고 있어서 마음나누기 방법을 어떻게 안내해야 하는지 묻는 분, 작년에 암 선고를 받고 너무 괴로웠는데 얼마전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더욱더 괴로운 상황에 처했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소연 하는 분, 남편이 정토회 활동 때문에 집을 비우는 것을 싫어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그런 자신이 학생들에게 정토회 활동을 권유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분, 회사 동료가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외모로 모든 사람에게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것에 대해 질투심이 느껴진다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묻는 분 등 총 8명이 이어서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마치니 어느덧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원래는 주차장까지 내려가서 회향식을 가지려고 했는데, 스님은 이 자리에서 바로 마무리를 하자고 하면서 마지막으로 불교대학 담당자들을 위한 격려 말씀을 들려 주었습니다.
“모두들 불교대학 담당한다고 수고가 많으십니다. 행정국장님이 저에게 여러분들 좀 격려해 달라고 요청을 했어요.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 격려를 드립니다.(모두 웃음)
다 부족한 거 알아요. 아까 조사해 봤더니 불교대학 담당자들이 대부분 정토회 신출내기들이더라고요. 자기도 하나 감당 못하면서 선생 노릇까지 하시느라 고생들이 많으신 것을 저도 잘 압니다. 그래도 ‘초발심시 변정각(初發心時 便正覺)’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일단 첫마음을 내면 여러 가지로 서툴고 부족해도 열심히 하기 때문에 사실은 거기에 감동이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초등학생을 가르치고, 중학교 때 초등학생을 가르치고, 고등학교 때 중학생을 가르칠 수 있었던 건, 제가 선생님보다 아는 게 많아서가 아닙니다. 어떤 선생님보다도 아이들을 좋아했기 때문이었어요. 객관적으로 많이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학원에서 수학선생을 했을 때도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늘 다른 수학선생님들한테 ‘김선생, 이거 어떻게 풀어요?’라고 묻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학원 원장님이나 다른 선생님들은 저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이들한테는 제가 절대적으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제가 가르친 아이들은 다 좋은 대학에 갔는데, 다른 선생님들은 인기도 별로 없었고, 가르치는 아이들도 좋은 대학에 많이 못 갔어요. 그러니 무엇을 많이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우리가 가진 재능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여러분들은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하잖아요. 그러니 불교대학 학생들한테 얘기할 때도 오히려 이렇게 격려를 해주면 좋겠습니다. ‘제가 뭘 다 알거나 마음을 잘 다스려서 여러분 앞에 나서는 게 아닙니다. 잘하는 사람이 앞에 나서면 여러분한테 모범이 될 수 있겠지만 저는 부족합니다. 그러나 부족한 저도 이렇게 해 나가니까 여러분들은 더 잘 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자꾸 스님한테 ‘저는 부족합니다’라고 얘기하지 않아도 돼요. 여러분들이 얘기하지 않아도 이미 부족한 줄 잘 알고 있으니까요.(모두 웃음)
학생들은 가까이에 있는 여러분들을 보고 불교대학에 다니는 겁니다. 부처님은 눈에 안 보이고, 법륜 스님은 자주 볼 수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담당자가 좋으면 출석을 잘하고, 담당자가 안 좋으면 결석을 많이 하고 그러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저도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제가 과학을 잘 할 수 있었던 건 오직 선생님이 좋았기 때문이고, 영어를 제대로 안 배운 건 오직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거든요. 다른 이유가 없었어요. 그렇다고 불교대학 학생들이 결석을 자주 하다가 중도에 포기까지 하게 되는 것이 다 여러분 책임이라는 뜻이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내가 조금이라도 더 잘해 주면 학생들이 불교대학을 다니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생각을 해달라는 겁니다. 사실은 그 사람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건 스님 법문 때문일 거에요.(모두 웃음) 그런 줄 아시고 부담 갖지 말고 열심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격려도 해주면서 책임도 져주는 스님의 모습에 대중들도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봉사를 시작했지만 막상 학생들과 이런 저런 일로 갈등이 생기면서 힘든 점이 많았는데, 스님의 격려 한마디에 무거웠던 마음이 홀가분해진 기분입니다.
사홍서원과 함께 행사를 모두 마친 후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두들 얼굴에는 밝은 웃음이 가득 했습니다.
주차장을 향해 남은 산길을 내려오면서 몇몇 분들에게 오늘 봄나들이 소감을 물어 보았습니다. 어떤 분은 "저도 질문자처럼 주위에 불편한 사람이 있었는데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라고 말했고, 어떤 분은 "스님의 얘기를 듣고 나니 불교대학 담당자 소임 자체가 나에게는 소중한 수행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스님은 내려오는 길목에 서서 담당자들 한 명 한 명에게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모두들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내일은 청년포럼 주관으로 역사기행과 통일강연이 경주에서 있습니다. 스님은 하루 종일 경주 역사기행을 안내한 후 저녁에는 통일을 주제로 청년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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