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스님은 정토불교대학 입학생들과 함께 경주 남산을 순례했습니다. 어제는 주간반 입학생 1200여 명과 함께 했다면 오늘은 저녁반 입학생 1500여 명과 함께 경주 남산에 올랐습니다.
어제밤에 광풍이 불고 비가 내린 탓에 많은 분들이 순례를 취소하였습니다. 원래는 1700여 명이 함께 하기로 하였으나 오늘 아침에 200여 명이 취소를 해서 약 1500여 명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새벽부터 전국에서 출발한 정토불교대학 저녁반 입학생들은 6시가 되자 대부분 경주 남산에 도착했습니다. 다섯 코스로 나뉘어져 법사님들과 함께 입재식을 가진 후 순례를 시작했는데, 스님은 그 중에서 대구경북, 광주전라지부 입학생 300여명을 인솔하여 어제처럼 삼릉골로 경주 남산을 올랐습니다.
스님은 삼릉골을 오르며 다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유물 하나하나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산을 오르는 동안에도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바람을 피해 상사바위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간식을 하였습니다. 또 하산길에는 양지 바른 무덤 주위에 모여앉아 휴식 겸 소개의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대중들이 휴식을 취하는 사이 스님은 “저는 먼저 통일암으로 내려가서 전국에서 온 불교대학생들을 맞이해야합니다”라며 양해를 구하고 먼저 하산했습니다.
통일암에 일찍 내려온 스님은 점심식사를 마친 후 속속 도착하는 대중들과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어제는 1200여 명과 악수를 했는데, 오늘은 1500여 명과 악수를 했습니다.
점심 식사가 모두 끝날 즈음 장기자랑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너도 나도 손을 들고 나와 신나는 춤과 노래를 뽐냈습니다. 흥겨운 노래 자락에 정말로 봄소풍을 왔다는 기분이 절로 들었습니다.
이어서 많은 정토불교대학 학생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즉문즉설 시간이 되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리본을 가슴에 달고 법상에 오른 스님은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어제가 세월호 참사 2주기였음을 상기시켜 주면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에 대한 대책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어제는 세월호 참사 2주기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고들을 외국 사람들의 시선에서 보면 제3세계, 즉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날 만한 수준의 사건, 사고가 많아요. 그동안 경제가 성장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는데, 특히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는 우리의 사회제도가 아직도 국민의 안전에 얼마나 무감각한지를 뼈저리게 느끼는 국민적인 좌절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잖아요. 정말로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되려면 진상이 정확히 규명되고, 그 바탕위에 재발방지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세워져야 합니다. 이것이 미흡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쉽게 잊어버리다 보니 중요한 두 가지는 뒷전이 되고 지금은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기억해달라는 울부짖음이 가장 커졌습니다. 그러나 기억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진상규명을 바탕으로 한 재발방지, 즉 안전입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중에 어떤 어머니가 이렇게 후회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때는 나와 아무 관계없는 일인 줄 알고 외면했었는데, 30년이 지나 내 아들이 세월호 사건으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벌어졌다. 내가 조금이라도 각성을 해서 그때 그 일을 내 일처럼 생각했다면 지금 내가 겪는 이 슬픔을 막을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
대구도 옛날에 지하철 참사로 많은 학생들이 희생되는 일이 있었죠. 그러니 이제 우리는 이런 안전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소득 수준이 얼마나 높으냐, 성장이 얼마나 빠르냐’ 이런 것도 물론 필요합니다.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이하여 다시 한번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하루 속히 세워지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스님의 이야기에 순간 분위기가 숙연해졌습니다. 세월호만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저미어 오는지 모두들 표정이 잠시 굳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그동안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들었던 의문이나 인생 고민에 대해 많은 분들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 중에 서울정토회에서 불교대학 수업을 듣고 있는 40대 남성분은 사람들이 불법 주차를 하거나 기초 질서를 어기는 모습을 보면 화가 많이 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질문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시작부터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저는 서울에 사는 평범한 40대 직장인입니다. 제가 평소에 좀 예민하고, 나름 정의롭고, 고지식한 편이라 뉴스를 잘 보지 못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법 주차 차량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신고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스님 법문을 듣고부터 신고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모두 웃음)
‘아, 내 마음에서 또 분별심이 일어나는구나’ 알아차리기만 하고 부조리를 고치지는 않고 있습니다. ‘나도 잘 못 고치는데 누구를 고치겠는가? 하물며 대통령도 못 고치는 이 사회를 내가 어떻게 고치겠는가?’ 하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며칠 전에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이 택시가 횡단보도를 침범했다며 기사와 승강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결국 멱살잡이에 경찰까지 출동하는 것을 제3자 입장에서 보니 ‘그냥 지나가면 그뿐인 것을... 저 사람은 지옥에 사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좀 더 대범하게 살자, 너무 사소한 것에 예민하게 굴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에 어른이 없어졌다고 하지 않습니까? 길거리에서 청소년이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워도 제재하는 사람도 없고, 제재했다가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봉변을 당하기 일쑤입니다. 제가 어릴 때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 이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사회의 부조리나 기초질서 문제에 대해 갖고 있는 아상, 법상, 분별심을 버리고 살아야 할지, 아니면 예전처럼 계속 스마트폰을 가지고 불법차량을 찍어서 신고해야 할지가 정말 궁금합니다.”(모두 웃음과 박수)
“아주 정의로운 분이에요, 하하하. 요즘은 담배 피우는 학생들 보고 ‘조그마한 애들이 어디서 담배를 피워?’ 이렇게 꾸짖으면 오히려 학생들한테 맞기 십상이죠. 그래서 주의를 주려니까 학생들과 싸우게 될까 겁이 나고, 안 하려니까 내가 양심불량이고 정의롭지 못한가 싶어 고민이 되죠. 이것은 분별심을 갖고 접근하기 때문에 그래요.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면 가만히 옆에서 기다렸다가 담배꽁초를 주우면 됩니다.(모두 웃음, 큰 박수)
먼저 담배꽁초를 줍고 난 뒤에 ‘학생들 담배 피우는 건 좋은데 꽁초를 이렇게 아무데나 버리면 안 되지’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아예 이런 말도 안 하면 더 좋아요. 아무 말도 안 하고 딱 앉아 있다가 담배꽁초를 던지면 줍고, 또 던지면 줍고, 또 던지면 주워요.(모두 웃음)
‘아저씨 뭐예요?’ 이러면 ‘담배꽁초 줍는다. 담배 피우는 건 좋지만 이렇게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자꾸 버리면 길거리가 지저분해지지 않니? 우리나라가 지금 개인소득 수준이 3만 달러로 선진국 수준이 되었으니 사회의 기본질서는 우리가 지켜야 하지 않을까? 내 생각은 그렇다’ 이렇게 말해주면 됩니다. 그러면 싸울 일도 없고, 학생들 기분도 안 나빠요. 학생들이 ‘아저씨, 죄송합니다’ 이러고 그냥 가요.
학교 선생님 말도 안 듣고, 자기 부모 말도 안 듣는 아이들인데, 길가는 아저씨가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한다고 해서 들을 아이들이 아니잖아요. 그런 건 속으로 ‘그래 그래, 많이 피우고 빨리 죽어라’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모두 웃음) 그런 사람들이 해주는 좋은 역할도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세금을 많이 내주잖아요. 그러니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자기 건강을 해쳐가면서도 세금을 내겠다는데, 그걸 갖고 그렇게 기분나빠할 게 뭐가 있느냐’ 이렇게 생각을 좀 크게 해야 해요. 담배는 피워 봐야 자기 건강만 손해예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정의하고도 관계가 없습니다.
태국이나 미얀마에 가면 10살짜리 동자승과 70살 쯤 되는 노승이 밥 먹은 뒤에 나란히 계단에 앉아서 담배를 주거니 받거니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처음 가서 보면 이상하게 보입니다. 담배는 이 세상에 나온 지가 400년 밖에 안 되고 부처님의 계율은 2600년 전에 생겼기 때문에 그렇게 철저하게 계율을 지키는 남방불교에도 ‘담배 피우지 말라’ 이런 계율은 없는 거예요. 우리가 밥 먹은 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껌을 하나 주고 자기도 하나 씹듯이, 그 나라에서는 담배도 그런 거예요. 그렇게 관습이 되어 있으면 그게 아무 문제가 안 돼요.
요즘은 담배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니까 태국에서도 스님들한테 담배 보시 하지 말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요. 스님들이 담배 피우는 걸 좋아하니까 신도들이 담배를 자꾸 보시하거든요. 여러분도 스님이 커피 좋아한다면 커피 보시하고 차 좋아한다면 차 보시하잖아요. 마찬가지로 담배를 좋아한다니 담배를 보시하는 거예요. 계율에 없거든요. 우리 생각에는 스님들이 담배 피우는 걸 보면 좀 꺼림칙해요. 숫제 술을 한 잔 마시는 것이 더 괜찮게 느껴질 정도예요.
여러분들이 생각할 때는 스님이 술 한 잔 마시는 게 보기 괜찮아요? 담배 피우는 게 보기 괜찮아요? (모두 웃음) 술 한 잔 마시는 건 ‘곡차’라고 해서 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잖아요. 저와 여러분이 농사짓다가 맥주나 막걸리를 한 잔 마신다고 해서 ‘저 스님, 안 되겠다’ 이러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런데 담배 피우는 모습은 이상하잖아요. 그런데 남방 쪽은 그 반대예요. 맥주든 막걸리든 스님이 술을 마셨다 하면 완전히 난리가 납니다. 그러나 담배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방금 전 이곳에 들어올 때 제가 여러분과 악수했죠?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태국, 스리랑카 사람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고 얼마 전에 제가 법주사를 구경시켜줬거든요. 집으로 돌아갈 때 제가 일일이 악수를 해주려고 하니까 태국 여성들은 다 도망을 갔어요. 태국이나 스리랑카에서는 절대로 여성이 스님의 몸에 손을 대거나 신체적 접촉을 가지면 안 되거든요. 비행기 탈 때도 여성은 스님 옆에 앉지도 못하게 해요. 좌석을 배정하지 않고 딱 비워버립니다. 거기서는 옷자락도 스치면 안 되고, 악수나 손닿는 건 당연히 안 돼요. 그쪽에 가서 여기처럼 하면 계율을 크게 파하는 게 됩니다. 그러나 담배 피우는 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방금 전에 어떤 여자분은 ‘한번 껴안아도 돼요?’ 이렇게 덤볐는데 임자 없다고 그렇게 함부로 하는 거 아니에요.(모두 웃음)
물론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면 건강에 해롭긴 하죠. 게다가 담배는 일종의 마약성이 있어서 크게 보면 계율에 어긋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형식적 계율에는 문제가 없어요.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오계 중 다섯 번째 계율인 ‘술 마시지 말라’를 현대에 맞게끔 ‘중독성 물질을 섭취하지 말라’라고 바꾸었습니다. 그러면 계율 속에 담배를 피지 말아야 하는 것도 들어갈 수 있는데, 그냥 ‘술 마시지 말라’고 하면 담배는 다 빠지게 되거든요.
그래서 질문자는 그런 문제를 조금 융통성 있게 대할 줄 알아야 해요. 지금처럼 늘 잔소리를 하면 자기 아들한테도 ‘꼰대’라는 소리를 들어요.(모두 웃음)
불법주차 차량을 찍어서 신고해도 괜찮아요. 그런데 정말 얌체 같은 사람도 있지만, 질문자도 운전을 하다 보면 급해서 그럴 때가 있잖아요. 그러니 무조건 봐줘도 안 되고, 무조건 찍어서 신고해도 안 돼요. 몇 번 얌체짓을 반복하면 그 때 찍어서 신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운전자가 나와서 성질을 부려도 빙긋이 웃으면서 ‘다 대한민국 잘 되자고 하는 일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돼요.(모두 웃음)
소소한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소소한 데 너무 얽매이면 안 돼요.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런 사람들 신고하는 것보다 이번 총선 때 투표 잘 하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모두 박수)
그런데 제가 미국 가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 ‘아, 미국은 지는 해구나’ 하는 것이었어요. 화장실에 가보면 휴지가 있잖아요. 손 씻고 나면 한 장만 떼서 닦으면 되고, 대변을 보고도 조금만 쓰면 되는데, 미국 사람들은 옆 칸에서 들어보면 ‘두루룩, 두루룩, 두루룩’ 소리가 납니다. 한꺼번에 몇 장씩 막 빼서 써요. 한국도 지금 그렇죠? 밑 닦는데 서너 칸이면 되지 뭐가 그리 많이 필요해요? 손도 한 장만 빼서 닦고, 그래도 물기가 좀 남으면 그때 한 장 더 빼면 되잖아요.(모두 웃음)
목욕탕에 가도 수건을 한 장만 쓰면 될 텐데, 제가 갔었던 어떤 목욕탕에서는 수건을 두 장씩 줘요. 그래서 제가 ‘저는 두 장 필요없어요. 하나면 되지 왜 두 장이나 줘요? 그냥 두면 한 장만 가져다 쓸 텐데 두 장을 주면 두 장 다 쓰게 되잖아요’ 라고 했더니 ‘아이고, 스님, 두 장만 쓰면 왜 이러겠어요?’ 라고 해요. 세 장, 네 장씩 쓰니까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 아예 두 장씩 준다는 거예요. 이런 걸 보면 ‘아, 벌써 사람의 기본자세가 틀렸다. 이러면 나라가 망한다’ 싶거든요. 미국은 아마 앞으로 국운이 내려갈 거예요.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일회용 케첩이 있는데 한 두 개 먹을 만큼 가져가는 게 아니라 한줌씩 쥐고 갑니다. 냅킨도 두세 장이면 충분할 텐데 한 뭉치씩 가져가요. 그런 걸 보면 국민들의 생활습성이나 나라의 앞날을 짐작할 수 있어요.
그러니 작은 것도 중요해요. 목욕탕에서도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교육을 시키면 좋겠지만, 그걸 보고 성질내서 말하면 오히려 싸움이 됩니다. ‘네가 목욕탕 주인이냐?’ 이러면서 싸우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 가능한 말을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히려 스님 같은 사람이 오늘처럼 이렇게 계속 일상교육을 통해서 해결 해 나가야 해요. 개인을 두고 시비를 하면 법에 정해진 범위 밖이기 때문에 싸움만 나요. 법에 정해진 것은 법집행을 강화시키면 개선이 됩니다. 예컨대 과속 같은 건 자꾸 신고하면 개선이 됩니다. 그러나 이런 기본 생활습관은 좀 달라요. 내가 기본을 지키고 실천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남이 안 하는 걸 가지고 너무 시비하지는 마세요. 이것은 삶의 습관이기 때문에 쉽게 잘 안 바뀌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가정교육이 중요한 거예요. 없어서 못 쓰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항상 이치에 맞게 쓰도록 훈련을 해야 해요. 화장실에 가면 요즘은 손 말리는 온풍기가 다 있죠? 그런데 막상 써보면 잘 안 말라요. 휴지로 닦으면 휴지를 너무 많이 쓰게 되고요. 그런데 제가 써보니까 휴지와 냉풍기를 같이 달아놓으면 제일 효과적인 것 같아요. 휴지로만 닦으면 두 장 쓰게 되고 온풍기만 쓰면 한참 말려야 하는데, 휴지 한 장으로 큰 물기를 닦아내고 온풍기를 쓰면 2, 3초만 틀어도 다 마르거든요. 이런 건 자꾸 교육시키고 훈련해야지 짜증내고 야단친다고 되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자기 성격을 부지런히 고쳐나가되 사회 개선을 위한 우리들의 노력까지 포기하면 안 돼요. 노력을 하되 시비조로 하지 말고 이렇게 조금 더 유머러스하게 재미있게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모두 박수)
스님의 유머러스한 대처법에 대중들 모두가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습니다. 답변이 무척 재미있기도 했지만,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처법 속에서 중도의 관점을 배울 수도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더 손을 들고 질문을 하고 싶어 했지만 약속한 2시간이 다 되어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법회를 마치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우리들의 마음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정리를 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음의 부처님 말씀을 따라해 보세요.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
남 탓 하지 말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되, 사회에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꿔야 해요. 그러나 성질을 내면서는 하지 마세요. 담배를 피워도 성질을 내면서 이야기하지 말고, 담배꽁초를 먼저 주워주세요. 이렇게 접근을 하는 게 수행자입니다. 앉아서 명상만 하는 게 수행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우리는 항상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는 연기(緣起)적 세계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정치인이나 사회지도층 인사가 잘못하면 지적하고 비판해야 해요. 그 사람이 잘못하도록 계속 내버려두면 역사적으로 그 사람한테도 손해에요. 그 사람이 미워서 성질을 내고 화를 내고 욕을 하면 그건 수행자가 아니에요. 그러나 그 사람을 위해서도 이걸 개선하는 게 좋잖아요. 그러니 우리는 감정을 다스리면서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하고, 행동을 해서 개선도 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더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막아야 하니까요.
예를 들어 내 어머니를 호랑이가 물어죽였다고 합시다. 내 어머니를 물어죽였기 때문에 호랑이를 죽이면 안 돼요. 그건 보복살생이에요. 이웃집 할머니까지 물어 죽이려고 하니까 호랑이를 죽일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호랑이를 죽이면 과보를 안 받을까요? 받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랑이를 죽이는 것은 내가 과보를 받더라도 이웃집 할머니를 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난을 받더라도 사람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길을 가는 거예요. 이것이 보디사트바, 보살의 길입니다. 아시겠어요?”
“네!”
스님의 명쾌한 설명에 대중들은 큰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스님도 활짝 웃으면서 대중들에게 인사를 한 후 다함께 줄을 서서 염불사로 내려왔습니다.
염불사 앞에는 두 개의 탑이 우뚝 솟아 있는데, 두 탑 사이에 1500여 명의 대중들이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다섯 개의 코스로 흩어져서 경주 남산 순례를 정성껏 안내해 준 법사님들과 통일암 주위를 법회 장소로 사용할 수 있게 깨끗이 정비해준 대구경북, 경남지부 거사님들이 소개되자 큰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사홍서원으로 회향식을 한 후 탑 앞에서 각 지역별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오후 햇살이 따뜻하게 비춰서 그런지 대중들의 표정도 더욱 밝게 빛났습니다.
내일은 두북 정토수련원과 인연이 있는 두동면, 두서면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어르신 잔치를 여는 날입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순천 선암사로 가서 사찰순례를 시켜 드린 후 어르신들을 위한 법문도 스님이 해줄 예정입니다.
-------
전체댓글 56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