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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지난 4일 간의 요하문명 답사를 모두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했습니다. 심양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명나라와 청나라 시기에 요서 지방의 중심도시였던 흥성(興城)에 잠시 들러 흥성고성(興城古城)을 둘러보았습니다.
어제 저녁 늦게 홍산문화 유적 답사를 마친 스님은 건천현(建昌县)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오늘은 심양공항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해서 새벽 5시에 숙소를 출발했습니다.
원래는 오전에 만리장성의 동쪽 끝인 산해관(山海關)을 둘러본 후 심양공항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5시 30분에 톨게이트에 도착하니 안개가 너무 심해서 출입이 통제되어 버렸습니다.
▲ 안개 때문에 통제된 고속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도를 타고 계속 이동을 했지만 안개가 너무 자욱해서 속도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산해관을 보고 갈 수 있는 시간이 도저히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결국 계획을 변경하여 흥성으로 향했습니다.
▲ 10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자욱한 안개
흥성(興城)은 요서지역의 구릉지대를 뒤로 하고 남으로는 발해만에 인접한 도시입니다. 예로부터 요서지역의 요충지로 꼽혔으며 요동지역에서 중원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충지였던 곳입니다. 중국인 운전기사님이 흥성에는 흥성고성이 유명하다며 스님이 꼭 보고 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해서 이곳을 잠깐 들르기로 한 것입니다.
흥성고성(興城古城)은 서안고성, 형주고성, 산서 평요고성과 함께 중국에서 지금까지 완전하게 보존된 4대 고성으로 평가받는 곳이라고 합니다.
차에서 내리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남문을 둘러싸고 있는 옹성이었습니다. 옹성은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성문을 둘러싸고 원형 모양으로 다시 성을 쌓은 것을 말합니다. 옹성 위에서 활이나 대포를 쏘면 성문을 부수려고 하는 적을 여러 방면에서 방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남문과 남문을 둘러싸고 있는 옹성
스님은 “옹성이 이렇게 원형 그대로 잘 남아있는 것은 보기 드물다” 라며 아주 반가워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심히 옹성을 살펴보았습니다.
남문으로 들어가서는 입장료를 내고 성벽 위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성벽 위에서는 성내에 빼곡히 자리한 집들의 지붕이 훤히 보였습니다. 우리나라 한양도성 안에도 아마 이런 모습으로 사람들이 살지 않았을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 남문 위에서 바라본 성내의 집과 가게들
옹성 위로는 대포도 있고, 몸을 은폐하고 총이나 화살을 쏠 수 있도록 일정한 간격으로 틈이 벌어져 있는 여장도 있었습니다.
▲ 옹성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스님
안내 표지판에 적힌 설명에 따르면 이 성은 정방형으로 되어 있고, 그 둘레의 길이가 3200미터이며, 한쪽 성벽의 길이는 800미터, 성벽의 높이는 8.8미터라고 합니다. 또 동서남북으로는 난 성문은 옛 모습 그대로 복원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성벽을 유심히 보더니 “고구려와는 성벽을 쌓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지?” 라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성의 중앙에는 종고루(鐘鼓樓)가 있는데 이곳의 종과 북은 평시에는 시간을 알렸고, 전시에는 진군을 알리는 신호용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남문을 출발하여 중앙에 있는 종고루까지 걸어 보았습니다.
▲ 남문에서 바라본 거리와 성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종고루
성내에는 흥성문묘, 성황묘, 장군부, 주씨저택 등 볼거리들이 다양했는데, 스님은 그 중 입장료가 가장 저렴한 장군부에 잠깐 들어가서 내부를 들여다 본 후 나왔습니다.
성벽은 500여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지만, 성내에는 형형색색의 옷가게, 옷수선점, 식당이 들어서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풍경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 고풍을 자랑하는 돌로 된 패방
▲ 패방을 지키는 돌사자
안개가 자욱해서 그런지 날씨도 갑자기 추워서 온 몸이 으슬으슬 떨렸습니다. 그리고 공항에 여유있게 도착해야 무사히 비행기를 탈 수 있어서 성 전체를 다 둘러보지는 못하고 다시 성밖으로 나왔습니다.
스님은 성을 나오면서 “동서남북으로 4대문이 이렇게 잘 남아있는 곳은 보기 드물다” 면서 “한국 사람들이 이곳을 보면 볼만하다고 할 것 같다”고 짧은 소감을 말했습니다.
아침 10시 흥성을 출발하여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오니 안개가 많이 걷혀서 그런지 톨게이트 문이 열렸습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심양공항을 향해 부지런히 달렸습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오는 동안에 잠시 요하강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요하강은 중국말로 ‘랴오허’ 라고 부르는 강인데, 중국 7대 강 중의 하나입니다. 내몽골 자치구에서 발원해서 라오닝성을 지나 황해로 흘러 들어가는 강입니다. 이 강을 경계로 서쪽 지역을 요서라 부르고 동쪽 지역을 요동이라 불렀으며, 이 강 상류 유역은 고조선의 발상지로 추정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과거 고구려 시절에도 고구려 서부의 주요한 하천이었습니다. 이번에 스님이 답사한 유적지들도 다 이 요하강 상류 일대에서 발굴되었기 때문에 ‘요하문명’이라고 불리웁니다. 그런 요하강을 만나서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 요하강
운전기사님이 부지런히 차를 운전해 준 덕분에 4시간 만인 오후 2시에 심양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4일 동안 새벽부터 저녁까지 장거리 운전을 해준 중국인 운전기사님에게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기사님은 여행사에서 오랜 세월 운전업을 해오신 분입니다.
“제가 지금껏 살아온 경험으로는 중국 학자들 조차도 이렇게 고생하고 다니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한국에서 온 스님이 이렇게 고생하며 다니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 4박 5일 동안 하루 종일 운전을 해 준 기사님
운전기사님은 스님과 함께 동행한 것 자체만으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답했습니다.
“무언가를 재미있어 하고 그것을 연구하는 자세는 좋은 거에요. 제가 이렇게 고생하며 다니는 이유는 이것을 연구하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이에요.”
운전기사님은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며 “오케이, 오케이” 하며 웃었습니다. 매일 새벽 5시 30분에 출발해서 저녁 6시까지 하루 종일 요하강 유역 곳곳을 구석구석 누볐습니다. 정해진 일정도 없이 이곳저곳을 다녔기 때문에 보통의 운전수였다면 화를 내며 몽니를 부렸을 겁니다. 그런데 이 운전기사님은 “오늘까지 2600km를 달렸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스님, 저는 성질이 강해서 회사에서 내 뜻을 따라주지 않는 직원들을 보면 화를 자주 내게 됩니다.”라며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이렇게 답변해 주었습니다.
“성질은 고치기가 어려워요. 고치기가 어려운데 자꾸 고치려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돼요. 성질이 올라올 때마다 ‘아, 내 성질이 이렇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보세요. 그러면 성질이 점점 잦아듭니다.
간단한 방법은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겁니다. 그러면 화가 안 나요.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 이렇게 말하면 상대를 설득하기도 더 쉬워요. 그러면 별도의 수행을 따로 하지 않아도 돼요. 운전기사를 해봤으니까 밑에서 일하는 운전 기사들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잖아요.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이해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그러지 않고 계속 성질을 내게 되면 혈압이 높아져서 나중에 늙으면 혈압이 터져서 중풍에 걸릴 확률이 높아져요.
참으면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참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에요. 그러니 참지 말고 ‘아이고,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마음을 내면 저절로 화가 내려가요.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상대의 말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것을 말합니다. 민주적인 지도자가 되어야지 독재자가 되면 안 돼요.”(웃음)
스님의 따뜻한 조언에 운전기사님은 더 기쁜 마음이 되었습니다. 스님 덕분에 역사 공부도 실컷 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법도 배웠으니 이 보다 좋은 일이 없겠지요. 고생이라고 생각하면 무척 힘든 일일 수 있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함께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심양공항 앞에서 통역을 해준 조춘호 선생님, 운전을 해준 기사님에게 스님은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악수를 건내며 “고마워요”라고 말한 후 환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 작별 인사
이렇게 4박 5일 동안의 요하문명 답사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후 4시 35분 비행기를 탑승하기 위해 공항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안개가 너무 심해 이륙 시간이 계속 연장이 되었습니다. 결국 1시간 늦게 5시 20분이 되어서야 심양공항을 출발했습니다.
▲ 인천공항 도착
저녁 8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스님은 곧바로 업무보고를 받으며 서울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오늘이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었던 날이어서 각종 TV와 인터넷 매체에서 선거 개표 결과가 발표되고 있었습니다.
내일은 아침 6시 30분에 서울 공동체 발우공양에 참석해 요하문명 답사를 다녀온 것과 관련해 간단히 안부를 전하고, 소중한 한 표를 잘 행사해 준 대중들을 격려한 후 7시부터는 하루종일 평화재단에서 미팅 및 회의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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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의 역사를 올바르게 정립하고, 연해주 독립운동의 성지인 '신한촌'의 역사 회복과 재건을 위해 대중 여러분들의 후원금을 받습니다. 소정의 기금 출연으로 역사 회복에 동행하는 마음과 정성을 함께 담아 주시기 바랍니다.
- 계좌번호 : 국민은행 578601-01-272869
- 예금주 : (사)좋은벗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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