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4.4 (오전) 서암대종사 열반 13주기 추모법회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서암대종사 열반 13주기를 맞이하여 봉암사에서 열린 추모법회에 참석한 후 저녁에는 여의도에서 방송문화예술인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오늘은 서암대종사의 열반 13주기 추모법회가 있는 날입니다. 오전 9시 30분에 봉암사에 도착한 스님은 가장 먼저 서암대종사의 부도탑을 참배했습니다. 봉암사 경내로 들어가기 전 오른쪽으로 난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가면 한적한 곳에 부도탑과 탑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서암대종사는 법륜 스님이 정토회의 고문으로 모셨던 큰스님이십니다. 젊은 시절 불교계의 현실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법륜 스님은 1980년대 미국 LA의 작은 사찰에서 서암큰스님을 만납니다. 한국 불교의 문제점에 대해 하소연을 털어놓으니 큰스님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여보게, 어떤 한 사람이 논두렁 밑에 조용히 앉아서 그 마음을 스스로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바로 중이요, 그곳이 바로 절이지. 그리고 그것이 불교라네.”

 

이 말씀은 법륜 스님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불교라는 것은 그 마음을 청정히 하는 것인데 불교를 말하면서도 눈은 밖을 향해있던 자신의 모습을 보았던 것입니다. 지금껏 불교를 개혁한다고 했는데 이제 보니 불교 아닌 것을 불교라고 착각하고 개혁하려 했음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이때부터 법륜 스님의 삶과 불교 운동은 큰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잘못되었다고 비판하고 싸우는 데 에너지를 쏟기 보다는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먼저 실천하고 불교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 서암 큰스님의 영정

 

또 서암 큰스님은 겉치레에 연연하지 않고 한평생 문중도, 자기 절도 없이 수행자로만 사셨습니다. 어디를 가시든 언제나 통일호 기차나 버스를 타고 다니셨고, 어쩌다 새마을호 표를 끊어드리려 하면 마다하며 꼭 통일호를 타고 가겠다 하셨다고 합니다. 이유를 여쭈어보면 “통일호 타는 노인에게는 승차비를 할인해 준다. 통일호 의자는 딱딱해서 참선하기에 좋다”라며 아주 단호하셨다고 하는유명한 일화도 있습니다. 

 

또 봉암사와 가은 버스터미널은 20리가 넘는 거리인데 큰스님은 늘 그 길을 걸어다니셨습니다. 어쩌다 선방 수좌들이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들어오다가 큰스님이 앞에 가시면 지나칠 수도 없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내려서 걸어갔다 합니다. 또 대중이든 신도든 음료수를 마시는 것을 보면 “왜 맑은 물 놔두고 썩은 물을 돈 주고 사 마시나?” 하셨고, “공부하는 사람은 차 달여 마시는 것도 엉뚱한 짓”이라고 질책하셨다고 합니다. 쓸데없는 일에 욕심 안 부리고 공부에만 전념하면 저절로 수행이 된다는 것을 큰스님께서는 늘 생활 속에서 깨우쳐주셨습니다. 

 

법륜 스님도 항상 해외에 가실 때는 저가 비행기를 타고 다니고, 운동화도 10여 년이 넘도록 신고, 1만 5천원 짜리 시계를 10년 이상 차고 다니는데, 아마도 이런 큰스님의 소박한 삶이 스님에게도 많은 귀감이 되었을 것입니다. 

 

2003년 3월 29일, 세수 90세의 나이로 봉암사에서 입적하실 때 “그 노장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라고 남긴 열반송은 검소하고 진솔한 삶을 그대로 보여주어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오늘 서암대종사 열반 13주기를 맞아 스님은 부도탑 앞에 삼배를 한 후 큰스님의 검소한 삶과 깨달음의 말씀을 다시 한번 가슴에 되새겼습니다.  

 


▲ 서암대종사 부도탑

 

부도탑 참배를 마치고 나서는 조실채에 들러 수좌 스님인 적명 스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오늘 열반 13주기를 맞이해 정토출판에서 새로 출간한 서암큰스님의 법어집 3권 ‘그대 안의 부처를 보라’ 책을 건넸습니다. 

 


▲ 서암대종사 열반 13주기에 맞춰 오늘 출간된 법어집 ‘그대 안의 부처를 보라’.

 

일찍 도착한 덕분에 추모법회가 시작할 때까지 시간 여유가 생겼습니다. 먼저 위패가 모셔져 있는 대웅보전을 참배한 후 왼쪽에 있는 조사전, 금색전을 차례로 참배했습니다. 또 대웅전 앞마당에는 9세기 통일신라 때 세워진 삼층석탑이 적절한 균형과 비례를 이루어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삼층석탑 뒤로는 안개 사이로 희양산의 기암괴석이 모습을 드러내 멋진 풍광을 보여주었습니다. 

 


▲ 봉암사 삼층석탑과 희양산

 

이어서 스님은 봉암사 뒤쪽으로 아주 좋은 계곡이 있다며 산책을 가보자 했습니다. 계곡물이 어찌나 맑고 깨끗한지 바닥이 투명하게 보였습니다.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산길을 조금 올라가니 산 자락 곳곳에 진달래가 가득 피어있는 곳이 나타났습니다. 스님은 “아이고, 예뻐라!” 감탄사를 연발하며 진달래를 구경했습니다. 

 


 

진달래 꽃구경을 실컷 한 후 산을 내려오면서 스님은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렇게 깊은 산속에서 살면 세상 걱정이 뭐 있겠어. 세상이 온갖 가지로 변해도 전혀 모르고 살 것 아니야. 그래서 옛날에도 선각자들은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 이렇게 산속에서 고요히 정진하고 있으면 존경받을 수가 있을 텐데, 그렇다고 암울한 시대를 가만히 보고만 있자니 양심이 허락하지 않고, 또 사회를 변화시켜보자니 그 힘이 너무 미약하고...”

 

스님의 얘기를 듣다보니 그래도 우리들에게는 시대적 과제인 통일이 선조들이 처했던 조건에 비해서는 더 나은 것이 아닌가 싶어 용기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추모법회가 곧 시작되려고 하는 찰나 남방 가사를 하고 다니시는 것으로 유명한 도성 큰스님을 만났습니다. 도성 큰스님은 한국 남방 불교의 승왕으로 추대받는 분이신데 1972년에 태국 승단에서 정식 계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남방 가사를 수하고 위빠사나 수행에 매진해오신 분입니다. 올해로 세납이 98세라고 하지만 아주 정정해 보이셨습니다. 스님은 도성 큰스님과 잠시 차담을 나눈 후 큰스님을 부축하고 추모법회가 열리는 대웅보전에 들어섰습니다.  

 


▲ 한국 남방불교의 상징인 도성 큰스님과 봉암사 적명 수좌스님

 

서암 큰스님을 위한 제사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천도재와는 달리 관음 시식이 아닌 화엄 시식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문중을 대표해서 수좌 스님들이 먼저 잔을 올린 후 이어서 곳곳에서 참석한 스님들과 신도님들이 잔을 올렸습니다. 죽비 삼성으로 간결하게 추모법회를 마친 후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고 봉암사를 나왔습니다. 

 


▲ 서암대종사 열반 13주기 추모제

 

저녁에 서울에서 방송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예정되어 있어 곧바로 서울로 향했습니다. 

 

서울로 향하는 길에는 봄꽃 구경을 하기 위해 바로 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일부러 선유동 계곡과 용추 계곡 쪽을 거쳐서 올라갔습니다. 곳곳에 노랗게 핀 개나리, 붉게 물든 진달래가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

※ 법륜 스님의 인생의 전환기를 마련해준 정신적 스승, 서암큰스님의 법어집 제3권이 출간되었습니다. 자비롭고 명쾌하게 공부 길로 이끌어주시는 선지식의 가르침! 지금 인터넷서점에서 만나보세요.

 

 

전체댓글 23

0/200

한지은

스님 감사합니다 ^^

2016-04-08 17:19:45

봄선

스승과 제자...'지심귀명례 서건동진 급아해동 역대전등 제대조사'...우리에게 법을 전해 주신 서암 큰스님을 추모하며 합장 올립니다..._()_...그리고 책을 꼭 사서 보겠습니다...나무석가모니불!

2016-04-07 20:19:49

혜등명

서암 큰스님의 가르침은 늘 큰 울림이 있습니다. 스승님감사합니다~^^

2016-04-07 18:49:41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