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4.2 청년대학생 경주역사기행 1일째(2) 즉문즉설 사회문제편


 

안녕하세요? 하루 종일 계속 되었던 경주역사기행에 이어서 저녁 7시 30분부터는 ‘통일이야기’를 주제로 즉문즉설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하기 전 불국사 공원에 잠시 내려 벚꽃이 만개한 모습을 구경했습니다. 벚꽃 물결이 일러이는 숲길 사이를 걷는 동안 청년대학생들은 환상적인 풍경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 벚꽃이 활짝 핀 불국사 공원

 

강연장 앞에서는 미리 질문자 신청을 받았습니다. 쪽지에 질문을 적어서 질문지함에 넣으면 강연 중에 스님이 질문지를 뽑아서 답변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 질문자 사전신청

 

대강당을 가득 메운 380여 명의 청년대학생들은 스님이 무대 위로 오르자 큰 박수로 반겼습니다. 저녁 강연은 먼저 스님이 1시간 동안 기조 강연을 한 후 이어서 궁금한 점을 묻는 시간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스님은 오늘 하루 종일 경주 역사기행을 진행하면서 작은 부족국가에 불과했던 신라가 어떻게 삼국 통일의 주역이 되었는지 그 원동력은 신라와 가야의 합의통일에 있었다는 이야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 의식의 부족으로 발해와 나뉘어져 이국 시대를 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이제 저녁 강연에서는 청년대학생들의 문제의식을 오늘날의 남북 분단문제로 확장시켜 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분단 상황에서 남북 간의 격돌은 우리 사회 전체를 굉장히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그러니 최소한 남북 간의 긴장을 풀고 평화협력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게 대통령과 국가가 해야 할 일이에요. 그래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담보해줘야 해요. 그리고 국가가 더 발전하려면 남북 간 협력을 강화해 통일을 지향하면서 북한 개발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북한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북한과 통합 관계를 맺으려면 신라가 자기성장의 필요에 의해서 가야와 통합할 때 가야의 요구를 들어주었듯이 북한을 포용해야 해요. 강자가 약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을 포용이라고 해요. 약자가 강자의 요구를 들으면 굴복이라고 합니다. 굴복한 쪽은 나중에 자기가 힘이 생기면 또 저항을 해요. 그것을 항구적 평화가 아니에요. 그러니 포용을 해야 하는데, 그걸 가지고 자꾸 북한에 끌려다닌다느니 북한 좋은 일 시킨다느니 하는 식의 논리는 결국 북한과 적대적으로 지내자는 이야기밖에 안 됩니다. 이것은 남북이 적대적 관계에 있을 때 이득을 보는 사람들의 주장입니다.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이에요. 물론 여기에 크게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걸려 있습니다. 미국은 미·중의 경쟁에서 한국을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에 끌어넣으려 하고, 중국은 한국이 거기 못 들어가게 막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한국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외교전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분단된 상태다 보니 우리는 북한과의 갈등이 심해지면 우리도 모르게 미·일 군사협력체계에 참여하는 쪽으로 가게 되죠. 지금 그렇게 남북 간의 긴장을 고조시켜서 우리를 한·미·일 군사협력 체계로 몰아가고 있는 거예요. 오늘도 워싱턴에서 그냥 한·미 정상 회동만이 아닌 한·미·일 정상 회동을 했고, 한일 간에는 최근에 군사정보교류협정도 맺었잖아요. 그래서 지금 중국이 발끈하는 거예요. 

 


 

사드(THAAD) 배치가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사드 배치가 순수한 군사적 면에서만 보면 방어적인 측면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도 있어요. 들인 돈만큼 도움이 되느냐 하는 효용성의 문제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논쟁이 있긴 합니다. 어쨌든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중국까지 고려했을 때는 사드 배치가 과연 안보상 도움이 되느냐는 의문입니다. 첫째, 중국은 사드를 배치하면 원점 타격을 하겠다고까지 나오잖아요. 우리는 북한에 대한 방어라고 하지만 중국은 자기들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거예요. 그리고 중국과의 갈등은 우리 경제를 굉장히 어렵게 만듭니다. 우리가 중국과의 갈등 관계가 이어지면 동아시아공동체를 통해서 우리가 구현하려고 하는 우리의 미래 발전 전략에 장애가 됩니다. 

 

이처럼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통일은 지금 여러분들의 삶에 직결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회사에서 월급 10만원 더 주고 덜 주는 게 여러분들의 인생을 좌우하는 게 아니에요. 한반도의 미래 발전 전략이 그 속에 있는 여러분들의 삶을 훨씬 더 좌우하는 큰일이에요. 그러니 여러분들은 그걸 염두에 두고 국가 발전 계획과 맞추어서 자기 인생을 설계를 해야 합니다. 

 

예컨대 투표를 하더라도 정부 정책이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게 투표를 해야 합니다. 동쪽에 치우친 조그마한 나라였던 신라는 이런 발전 전략을 가지고 가야와 통일을 이루고 그 자원을 함께 활용해서 결국은 삼국의 일원으로 성장했습니다. 남북이 통일되면 우리는 동아시아의 한중일 구도에서 밀리지 않는 명실상부한 국가로 등장할 수 있고, 그러면 미·중 사이에서 캐스팅보드를 쥘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볼 때 통일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그 전에 평화 문제는 더더욱 중요합니다. 개인문제가 누구나 다 중요하긴 하지만, 자꾸 개인문제만 보지 말고 이렇게 큰 문제를 여러분들이 좀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외에도 스님은 통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점들을 하나 하나 해소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통일한국이 되었을 때 우리가 실현할 수 있는 비전에 대해 1시간이 넘도록 열정적으로 강연을 해주었습니다. 

 

이어서 궁금한 점을 묻는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질문을 하고 싶은 학생들은 미리 강연장 입구에서 질문지를 써내었습니다. 

 

스님은 질문지를 하나씩 고르면서 청년들과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8명의 청년들이 질문을 했는데 그 중 한 가지 질문을 소개합니다. 스님의 통일 이야기에 본인은 너무나 공감이 가지만 집에 돌아가서 보수적인 아버지는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법륜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통일에 대해서 깜깜했던 게 좀 명확해진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제 가족은 저랑 약간 의견이 다르고, 특히 아버지께서는 통일에 반대하시고 무척 보수적이십니다. 아버지께서 좀 열린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어떻게 아버지와 대화를 하면 좋을지 방법을 여쭙고 싶습니다.” 

 

“아버지와 통일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모두 웃음) 스님이 질문자의 아버지와 대화를 해도 아버지가 스님의 말을 들을까말까 한데, 자기 고정관념이 딱 있는 분이 자기보다 아랫사람인 딸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바꿀까요?”

 

“안 바꿔요.”(청중들 모두 입 모아 대답)

 


 

“바꾼다는 건 질문자의 희망사항이지만 그건 에너지 낭비예요.(모두 웃음) 내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아버지 생각이 잘못됐다 해도 아버지를 설득하기는 어려워요. 아버지 생각을 조금이나마 바꿔주려면 법륜 스님의 책 중에 ‘새로운 100년’ 같은 걸 사드려서 읽게 해 보든지요. 스님이 가도 바꾸기 어려운데 질문자가 뭐 대단하다고 아버지를 바꾸려 들어요? 그건 불가능해요.

 

그러니 이런 걸 갖고 어른들과 싸울 필요가 없어요. 젊은 여러분들은 생각을 바꿀수가 있지만, 어른들은 때를 기다려야 해요. 이 ‘때’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죽을 때를 기다리는 겁니다. 즉 세월이 흘러야 해요.(모두 웃음) 

 


 

그 다음 하나는 대세가 기울어지도록 하는 거예요. 사람이란 대세가 기울어지면 따라오게 되어 있어요. 우리가 이렇게 해서 정권이 바뀌고, 바뀐 정권이 좀 포용적인 대북정책을 써서 통일의 희망이 오면 대부분은 따라와요. 그래도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극소수는 있겠지만 나머지는 대세에 따라갑니다. 인간이라는 게 그래요.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제일 중요한 일은 통일을 추구하는 정부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그 일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가 없어요. 국민 대다수가 다 통일을 지지할 수가 없어요. 일제 강점기 때도 전 국민이 모두 독립운동을 한 게 아니었어요. 10명 중에 1명도 안 됐습니다. 100명 중 1명, 1000명 중 1명 꼴이었어요. 

 

우리가 지금 노력을 해서 대세가 바뀌면 반대하던 사람들도 저절로 동조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아버지와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세요. 지금은 아버지가 이야기를 하시면 반론을 제기하지 말고 그냥 들어드리세요. 그러면서 ‘어, 그런데 내가 존경하는 스님은 아빠 이야기하고 비슷한 듯하면서도 조금 다른 것 같던데, 이 책 한번 읽어보세요. 이 책 읽고 아빠 견해를 말씀해주시면 좋겠어요’ 이렇게 해보세요. ‘아빠, 이 책 좋아! 이 책이 내 생각하고 똑같아.’ 이러면 아버지가 안 읽어요.(모두 박장대소) 

 


 

그러니 그냥 ‘아빠 이야기 들으니까 법륜스님 책하고 내용이 좀 비슷한 것 같아요.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한데 한번 읽어보세요’ 이렇게 넌지시 권해야 합니다. 이런 걸 영리하다고 해요. ‘아빠, 그거 틀렸어! 스님 이야기 들으면 안 그렇지!’ 이렇게 막 싸우는 건 정의로운 게 아니라 바보 같은 거예요. 문제가 해결되도록 하지 않고 악화되도록 하니까요. 그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바보 같은 짓이에요. 알았죠?”

 

“네.”

 

“어른들하고는 너무 이런 이념 논쟁, 정치 논쟁 같은 것을 안 하는 게 좋아요. 그렇다고 꿀리거나 피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니 말씀을 하시면 들어드리고, 말 될 만한 것만 슬쩍 꺼내서 한두 마디 해보고, 안 되면 ‘알았어요, 아버지. 네’라고 하세요. 아버지는 나한테 공부할 수 있게 돈 대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 분이에요.(모두 큰 웃음) 

 


 

정치적 견해가 다른 건 너무 따질 필요가 없어요. ‘낳고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러고 넘어가는 게 좋아요. 우리 에너지를 안 되는 데다가 너무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그러면 여러분들은 ‘스님도 통일처럼 안 되는 일에 너무 에너지를 낭비하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죠?(모두 웃음) 

 

그런데 저는 통일이 안 된다는 생각을 안 해요. 막힌 이 물꼬를 조금만 트면 통일이 된다고 봅니다. 지금 북한도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고 한국도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어요. 북한은 굶어죽는다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고, 우리는 성장의 고비가 꺾인다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어요. 이제 더 이상 좋아질 수 없고 오히려 갈수록 나빠질 수 있는 지점에 몰렸기 때문에 누군가가 통일에 대한 길을 조금만 열어서 동조 세력이 모이면 분위기가 변하면서 대세가 확 바뀔 수도 있어요. 

 


 

이 마중물 같은 역할을 우리가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에요. 국민을 다 설득할 필요가 없어요. 물꼬가 딱 트여서 물줄기가 바뀌고 대세가 기울어지면 사람들은 또 대부분 따라옵니다. 그때 질문자의 아버지는 자기가 처음부터 통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것처럼 말할 거예요. ‘내가 뭐라 그랬니? 옛날부터 내가 이렇게 된다고 이야기했잖아!’ 그러면 ‘그래요, 아빠 말이 맞아요’ 이렇게 대답해야지, ‘아빠가 언제 그랬어? 전에 반대했잖아!’ 이러면 안 돼요. ‘아, 아빠 말이 맞았네요’ 이렇게 해줘야죠. 인간이라는 존재가 본래 그래요. 제 말 이해가 돼요?”(모두 웃음)

 

“네.”

 

“안 되는 것에 억지로 매달려서 너무 에너지를 소모하지 마세요. 완전히 생각이 굳은 어르신들을 진보 세력으로 만들려고 애쓰면 안 돼요. 반면 중간에 있는 사람은 끌어오기가 쉬워요. 투표는 51퍼센트의 지지만 받으면 되지 100퍼센트의 지지를 다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중간에 있는 사람들을 조금만 더 데려오면 돼요. 

 

지금 우리가 노력을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48 대 52입니다. 여기서 2퍼센트만 가져오면 50 대 50이 되고 3퍼센트만 가져오면 51 대 49가 되죠. 다시 말해 10명 중 중간에 있는 1명만 설득하면 되지 다 설득할 필요가 없어요.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아이고, 50퍼센트나 반대하는 저걸 언제 다 설득하나’ 이러면 안 돼요. 51퍼센트만 되도록 하면 되지, 꼭 70퍼센트를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어요. 쉬운 데를 우선 집중해야 해요. 그리고 이미 같은 편인 사람들끼리 맨날 앉아서 이야기할 필요도 없어요. 그거 이야기해봐야 자기들끼리 기분만 좋지 아무 도움이 안 돼요.(모두 박장대소) 

 


 

이렇게 사물을 보는 영리함이 있어야 해요. 옛날 사람 말로 꾀가 좀 있어야 해요. ‘꾀’라는 게 나쁜 뜻이 아니에요. 이런 영특함 혹은 영리함이 있어야 해요. 착하기는 착한데 앞뒤 안 재고 무식하게 덤비면 힘만 많이 빠지지 효과가 안 납니다. 알았어요?”

 

“네. 감사합니다.”(질문자 환해진 목소리, 모두 박수)

 


 

스님의 명쾌하고 재치있는 답변에 청년대학생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치니 어느덧 2시간 30분이 지나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오늘은 여기까지 대화를 하고 내일도 시간이 있으니 내일 또 만납시다” 하고 강연을 마쳤습니다. 청년대학생들은 스님의 통일 강연이 너무나 감명 깊었는지 오랜 시간 열렬히 환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박수갈채가 멈추지 않는 가운데 스님은 환한 웃음을 머금으며 강연장을 나왔습니다. 

 

내일은 새벽 6시 30분에 경주를 출발해서 문무대왕릉과 감은사지를 둘러보고, 다시 경주로 와서 불국사 사찰순례를 한 후 오후에는 개인 고민을 주제로 즉문즉설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

※ 카카오톡으로 '법륜 스님의 하루'를 매일 받아보세요. 아래 배너를 누르고 친구 추가!



전체댓글 32

0/200

만덕마미

스님조은\'말씀너무도\'감사합니다\'조캐보면다조와보여요\'\'긍적\'적인마음\'쉿진안치만\'노력할깨요

2016-04-07 22:22:52

오유진

감사합니나~~♡♡

2016-04-06 01:30:22

규원

스님. 영리해지는 비법까지 전수해주시니 정말 감동스럽고 기쁩니다. 꾀가 영리하게 행동하겠습니다.

2016-04-05 22:04:19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