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3.24 (오후) 전주우석고 초청, 교사들을 위한 특강


 

안녕하세요. 오전 10시에 있었던 경기여고동문회 카톨릭 모임 초청 특강에 이어서 오후 4시 20분부터는 전주 우석고등학교 영성당에서 초청 특강이 있었습니다. 

 

이번 초청 강연은 원불교 김대선 교무님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 이뤄졌습니다. 스님과 김대선 교무님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통해 지난 10여 년 간 인연을 맺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은 우석고등학교, 전북여고, 전북중 3개 학교가 속해 있는 학교법인 훈산학원의 개교 12주년이 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개교기념식을 맞이해 교직원 전체를 위한 특강을 스님에게 요청한 것입니다. 

 


▲ 전주 우석고등학교

 

오후 4시 무렵 스님이 전주 우석고등학교 교정에 도착하자 원불교 김혜봉 전북교구장님과 김대선 교무님, 훈산학원 윤여웅 이사장님이 스님을 반갑게 환영해주었습니다. 행사 시작 전 이사장실에서 잠깐 차담을 나누는 동안 스님은 김 교구장님과 윤 이사장님에게 새책 ‘행복’을 사인해서 선물했습니니다. 

 


▲ 김혜봉 원불교 전북교구장님에게 새책 ‘행복’을 선물하는 스님

 

먼저 개교기념식 식전 행사로 음악선생님들이 나와 뱃노래, 새타령, 진도아리랑 노래를 멋지게 불러주었습니다. 이어서 수고한 선생님들에게 공로패를 수여한 후 이사장님이 무대 앞으로 나와 “전북에서 제일가는 학교가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 제일가는 학교를 만들자” 라고 격려사를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개교기념식이 있은 후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행사장 무대 위에는 ‘인재육성을 선도하는 훈산학원’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이에 스님은 지금의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진단하면서 인재 육성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스님의 생각을 들려주었습니다.  

 

“지난 50년간 우리 교육은 소위 베끼기 교육, 암기 교육이었습니다. 이런 모방 교육이 효과를 보는 이유는 이미 우리보다 앞선 선진문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위 서구문명, 단적으로 말하면 미국을 따라 배우기 하는 거였어요. 독려하고 독촉하면 성과가 났기에 지난 50년 동안 ‘빨리빨리’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는 성장이 점점 둔화되어서 지금은 거의 정체 국면에 들었습니다. 지금 정부에서는 정체를 극복하려고 막 독려를 하는데, 이 정체를 극복하려면 따라 배우기인 모방 교육과 문화가 아니라 창조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창조적이어야 한다’, ‘서양을 뛰어넘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아요. 지금 정부는 따라배우기 할 때처럼 ‘빨리 창조 안 할 거야?’ 이렇게 독려해서 창조력을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목표가 다른데도 방식은 50년 전 방식과 똑같이 하고 있어서 성과가 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창조는 긴장해서 노력한다고 나오지 않습니다. 자유로움에서 나옵니다. 방금 전 이사장님 말씀을 들으니까 전북에서 제일가는 학교가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 제일가는 학교를 만들자고 하셨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학교라고 해 봐야 지금 별 볼일 없습니다.(모두 웃음)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학교라 해도 따라배우기, 암기, 모방을 하는 방식으로 제일가는 것이지, 창조력을 키우는 학교나 창조하는 교육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창조입니다. 창조를 하려면 제일 중요한 게 재미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학교가 바뀌려면 우선 선생님부터 수업하는 게 재미있어야 해요. 지금 재미없고 힘드시죠?” 

 

“......” (대답 없이 웃음)

 

“그렇다면 안 됩니다. 학생들은 공부하는 게 재미있어요? 솔직하게 말해 봐요. 힘들죠?”

 

“힘듭니다.”

 

 

“힘이 드는 한은 창조가 안 나와요. 첫째, 재미가 있어야 해요. 가르치는 사람도 재미가 있어야 하고, 배우는 사람도 재미가 있어야 하고, 학교를 운영하는 사람도 재미가 있어야 해요. 즐거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냥 노는 것보다는 가르치는 게 더 재미있어야 하고, 그냥 노는 것보다는 배우는 게 더 재미있어야 해요. 

 

재미가 있으면 집중력이 생깁니다. 하기 싫으면 아무리 집중하라 해도 집중이 안 되지만, 재미가 있으면 저절로 집중이 돼요. 어릴 때 보던 만화책은 재미있잖아요. 만화책은 노력해서 열심히 보는 게 아니라 옆에서 보지 말라고 해도 저절로 열심히 봐져요. 부모가 말리거나 야단치면 화장실에 가서 몰래 봐요. 창조가 나오려면 하지 말라고 해도 숨어서 몰래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해요. 그 정도로 재미가 있으면 집중이 돼요. 그렇게 우리의 에너지가 딱 집중돼야 창조가 일어납니다. 집중이 된 상태에서 빵 터지면 그게 창조에요. 선(禪)에서는 ‘이 뭣고’라는 화두에 엄청나게 집중이 돼서 빵 터질 때 화두 타파라고 하는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창조력을 키우려면 유치원이며 초등학교 때부터 O-X나 단답형 지식 공부를 가르쳐서는 안 돼요. 과제를 주고 생각을 키워줘야 합니다. 

 

‘너 어떻게 생각하니?’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선생님은 그런 생각은 못해 봤는데, 굉장하다.’ 

 

이렇게 정답이 없어야 창조가 나와요. 그런데 우리는 늘 정답을 만들잖아요. 사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예요. 우리가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생각,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접근해야 창조가 나옵니다. 했던 방식 그대로 하는 건 이미 다른 사람이 했다는 뜻이에요.

 

아까 이야기를 듣다가 두 가지 느낀 게 있어서 지금 말씀드리는 겁니다. 첫 번째, 이사장님이 대한민국에서 최고가 되자고 하셨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최고가 되는 걸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가 되어봐야 아무 의미가 없어요. 두 번째, 무대 위에서 상을 타는 선생님들 얼굴을 보니 도무지 웃질 않아요. 상을 타도 웃지 않는데 수업하면서 웃겠어요?(모두 큰 웃음과 박수) 

 


▲ 뒤늦게 웃음을 띠고 있는 공로상 수상 선생님들

 

그러니 수업을 재미있게 해야 합니다. 재미가 있어야 건강합니다. 재미있다는 말은 스트레스가 없다는 말이니까요. 스트레스를 만들고, 그걸 푼다고 또 술 마시면서 시간 버리고 돈 버리고 건강 해치고 욕 얻어먹는 건 어리석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됩니다. 일이 없어서 노는 사람더러 보충 수업 들어가라고 하면 좋아할 거잖아요. 앉아서 놀다가 보충수업 하라는 말을 들으면 얼굴이 확 밝아지면서 재미있게 들어가야 하고, 학생들도 오늘 수업 한 시간 연장한다는 말을 들으면 ‘이야!’ 하고 환호해야 해요.(모두 웃음)

 

저는 시험을 치기 위해서 억지로 공부한 적이 별로 없어요. 고등학교 1학년 다니다가 절에 들어왔으니까요. 모든 공부는 제가 필요해서, 좋아서, 하고 싶어서 했습니다. 그러니 공부가 재미있죠. 재미가 있으면 집중이 되고, 집중이 되면 기억효과가 굉장히 높아집니다. 

 

중요한 건 머리가 얼마나 좋으냐, IQ가 높으냐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주인이 되어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걸 불교용어로 ‘수처작주(隨處作主)’라고 해요. 어딜 가든지 자기가 주인 노릇을 해야 합니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이 이것을 굉장히 쉽게 표현했습니다. ‘5리를 가자 하면 10리를 가주어라.’ 이런 말 기억나시죠? 원불교 다녀서 모르세요?(모두 웃음) 

 


 

성경은 종교와 관계없이 기본 상식으로 우리가 알아야 해요. ‘5리를 가자 하면 10리를 가주어라’, ‘겉옷을 달라 하면 속옷까지 벗어주어라’,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도 대어주어라’ 이 세 가지가 다 을로 살지 말고 갑으로 살아라, 소극적으로 살지 말고 적극적으로 살라는 말입니다. 누가 5리를 가자고 할 때 그냥 따라가면 내가 을이 되지만, ‘내가 10리 가 줄게’라고 하면 내가 갑이 됩니다. 주기 싫은데 달라고 해서 주면 빼앗기는 것이지만, 주고 싶어서 달라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주겠다고 하면 베품이 되듯이요.”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 참석한 선생님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습니다. 

 

이어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4명 선생님들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 중 마지막으로 질문한 선생님은 아이들의 상담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스님은 경험담을 들려주며 상담자의 기본 자세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 상담을 하다 보면 개인적인 고민이나 진로, 생활상담 등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게 되지만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래, 그렇구나’ 이렇게 들어주고 마음을 풀어주고 공감을 해주는 게 우선적이긴 하지만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아이의 미래를 개척해주는 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볼 때 그 아이가 어떤 의지를 가지고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가면 그 미래가 개척이 되는지, 아니면 옛날 방법으로 보면 사주팔자처럼 그 아이의 미래가 정해져 있는지 고민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그래, 그래’ 하지만 깊이 들어가면 아이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해주기가 정말 겁날 경우가 있어요. ‘어떻게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하는 고민이 나름대로 해소가 안 될 때가 많거든요.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님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제 경우에 이런 즉문즉설을 하면 두 시간 동안 6~7명씩, 많을 때는 10명 정도와 대화를 나눕니다. 개중 제 이야기에 다 동의했지만 제가 이야기한 그대로 따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면 딱 질문할 때 벌써 ‘이야기해주면 뭐하나, 어차피 안 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고, 다음으로 ‘이런 강연 하면 뭐해, 어차피 안 할 건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죠. 이렇게 되면 강연을 할 수가 없어요.(모두 웃음)

 


 

이런 걸 욕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가 말하면 남이 반드시 따라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는 거예요. 인생은 다른 누구도 어떻게 할 수 없어요. ‘내가 뭔가를 해결해 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지금 이 고뇌의 원인입니다. 그는 지금 답답해서 묻는 것이고, 나는 내 능력껏 대화를 하는 것뿐입니다. 하고 안 하고는 본인의 문제예요. 

 

그러니 욕심을 안 내야 해요. 부모도 자식 인생을 마음대로 못하고, 남편도 아내를 마음대로 못하고, 아내도 남편을 마음대로 못 하는데, 한번 봤을 뿐인 제가 그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건 건방져도 너무 건방진 생각입니다. 그러니 들어주고,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알면 아는 만큼 이야기해주고, 그냥 이렇게 하는 거예요. 저는 이야기할 때 핀잔도 팍팍 줘버리잖아요. 직업 상담사가 이렇게 하면 손님 다 떨어져요.(모두 웃음) 

 


 

그런데 저는 돈을 안 받기 때문에 눈치 볼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욕설 빼놓고는 그냥 제 생각대로 다 이야기해요. 예컨대 질문자는 ‘자기 남편이 또라이 같다’ 라고 하는데 저는 ‘얘기를 들어보니 당신이 또라이네’ 라고 이야기합니다.(모두 웃음) 제가 그 사람더러 무턱대고 또라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먼저 누구를 또라이라고 하면 제가 이야기를 듣다가 ‘당신이 또라이네요’ 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렇게 저는 대화할 때 자유로운 편이에요. 

 

선생님이 학생들과 대화할 때 나이가 많다고 혹은 선생님이라고 이 아이를 어떻게 해주려고 생각하니까 그게 안 되면 내 능력이 부족하다고 자책하는 생각이 들거나 내가 말한 대로 안 한다고 아이가 얄미워지는 일이 생기는 거예요. 그런 생각을 놓아야 해요. ‘누구의 인생에 대해서도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게 상담의 가장 기본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첫째,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겁니다. 둘째, 공감해주는 거예요. 그걸로 끝이에요. 그것만 해도 고민의 70~80퍼센트는 낫습니다. 그 동안은 말할 사람조차 없었으니까요.

 


 

만약 어떤 학생과 상담을 했는데 해결책을 모른다면 ‘그건 나도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이야기하면 돼요. 그걸 무엇 때문에 머리를 써요? 그냥 모르면 ‘나도 모르겠다’ 이러면 돼요. 그 다음에 내 경험이 있으면 이야기해 주면 됩니다. ‘나는 옛날에 이렇게 해봤더니 이런 도움이 되더라.’ 그런데 이 때도 ‘이러면 된다’ 라고 이야기하면 안 돼요. ‘내가 이랬으니까 너도 하면 된다’ 이건 위험한 생각입니다. 사람마다 상황과 기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릴 때는 이랬다, 나도 어릴 때는 너처럼 이러저러했는데 그러다가 이렇게 했더니 도움이 되더라’ 이렇게 이야기해주면 됩니다. 

 

이건 이사장님께 부탁드려야 할 것 같은데, 학교 다니다가 술 마시고 싸우고 사고 치고 하다가 정신 차리고 공부하는 애들을 사범대에 보내야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부분 학교 다닐 때 공부도 잘 하고 착실했던 사람이 선생님이 됩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되고 나면 공부 안 하고 농땡이치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어요. 도무지 왜 그러는지를 모르니 선생 자격이 없습니다.(모두 웃음) 

 

 

지적인 자격만 있지 진정한 교사 자격이 없어요. 이해하려고는 하지만 경험적으로 거부 반응이 생겨요. 머리로는 이해가 되더라도 마음에서는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나’ 이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치 못하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거든요. 그러니 편안하게 듣고 그냥 내가 생각한 대로 이야기하면 돼요. ‘나도 다 맞는 건 아니지만 이러면 좋겠다.’ 이렇게요.

 

그리고 부모를 떠나 혼자 사는 아이들은 보살펴주면 해결이 될 것 같지만 너무 이렇게 감정적으로 쉽게 접근하면 안 돼요. 특히 여자 선생님들은 조심해야 합니다. 엄마로부터도 버림을 받은 상처가 있어서 사랑을 갈구하는데 책임을 못 져주잖아요. 내 말대로 하면 책임져 주겠지만 내 말대로 안 하면 힘들다고 팽개칠 거잖아요. 내 자식도 팽개치는 세상이니까요. 그러면 이 아이들에게는 또 상처가 돼요. 그래서 쉽사리 자선을 베풀면 안 되고, 쉽사리 고치려고 해도 안 돼요. 한번 마음을 줬으면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길게 보고, 최악의 경우만 막아주는 역할을 하면 돼요. 

 

‘아, 내가 좀 술 마신 게 좀 문제다’ 이렇게 자기가 자각을 하면 금방은 안 고쳐지더라도 고쳐지는 쪽으로 첫 발을 내딛습니다. 우리 인간의 뇌에는 그런 기능이 있어요. 사람의 뇌를 닮게 만드는 인공지능이 자가발전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기준이 되는 분기점이 여기예요. 그 지점을 넘어가면 이제 자동으로 업그레이드되고, 그걸 못 넘어가면 업그레이드를 계속 사람이 시켜줘야 해요. 

 

그런데 우리가 흔히 사주팔자라고 하는 건 실제로는 생년월일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인공지능에 마치 프로그램을 깔듯, 엄마가 아이를 낳아 키울 때 프로그램이 깔린다는 뜻입니다. 특정한 가족의 상황에서 태어나서 주로 세 살 무렵까지 자라는 동안 심리적 바탕에 엄마의 프로그램이 깔리고, 초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기본형의 프로그램이 깔려요. 그래서 예부터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천성은 못 고친다,’ ‘천성이 바뀌는 걸 보니 죽을 때가 다 됐나보다’ 라고 해요. 형성된 천성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천성이란 실제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에요. 생년월일시를 가지고 생성되는 게 아니고, 전생이 있어서 생성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게 워낙 잘 안 바뀌니까 중국에서는 생년월일을 가지고, 인도에서는 전생을 가지고, 다른 데서는 하느님이 조정한다는 것을 가지고 옛날 사람들이 그렇게 추론했던 거예요.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업이라는 것은 원래 정해진 게 아니라 이렇게 프로그램이 깔리면서 형성되는 거예요. 그렇게 기본 프로그램이 한번 깔리면 변경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주라는 말도 나오고 천성이라는 말도 나와요. 그렇다고 바뀌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그러나 쉽게 바뀌지는 않습니다. 바뀌는 것 같다가 또 돌아오고, 바뀌는 것 같다가 또 돌아와요. 여러분들 경험을 생각해보세요. 어머니가 점점 늙어서 70살, 80살이 되면 어릴 때 봤던 외할머니 모습과 비슷해지잖아요. 쏙 빼닮아요. 잘 관찰해보세요. (모두 웃음)

 

콩이 싹터서 자라는 동안은 콩 모습이 없다가도 열매 맺을 때가 되면 콩이 딱 달리는 것과 똑같습니다. 학교 교육 같은 것은 지적인 문제예요. 기본 기질은 말년에 이르면 고스란히 돌아옵니다. 그래서 ‘운명이 정해져 있다’라고들 말하는 거예요.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프로그램이 딱 깔리면 이대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사주란 말도 나오고 전생이란 말도 나오는 거예요. 이걸 바꿀 수는 있지만 쉽게는 안 바뀝니다. 이것까지 바꾸려면 한번 죽었다가 살아날 정도가 돼야 해요.(모두 웃음) 

 


 

예수님이 광야에서 40일 간 금식하시면서 한 번 죽었다가 거듭났기 때문에 하느님의 음성을 들은 거예요.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라’라는 성령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이 바로 업이 바뀐 거예요. 부처님은 6년 고행을 하면서 환골탈태한 거예요. 병으로 그랬든, 잡혀가서 감옥에서 죽을 뻔했든, 성인들은 다 한번 죽었다가 거듭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야 업이 바뀌는데, 여러분들은 지금 그렇게까지 수행할 생각은 없잖아요. 사실은 바꾸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아요. 화 잘 내는 걸 못 바꿔서 고민인 사람은 화낼 때마다 전기충격기로 지져버리면 10번만 해도 딱 고쳐집니다.(모두 웃음) 

 

그런데 그렇게까지 해서 바꿀 생각은 없기 때문에 못 바꾸고, ‘못 바꾼다’ 라고들 말한는 거예요. 절대로 안 바뀐다는 게 아니라, 바꿀 수는 있는데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욕심을 내면 안 돼요. 못 바꾼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해도 안 되고 뭘 하면 바뀐다고 낭만적으로 이야기해도 안 됩니다. 후천적으로 형성된 것이므로 바뀔 수는 있지만, 바뀌기는 어려워요. 

 

이걸 바꾸려면 두 가지가 중요해요. 첫 번째,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 지속적이 돼야 합니다. 계속 반복해야 그게 바뀌어요. 이게 천성을 바꾸는 방법이에요. 그렇다고 꼭 바꿔야 되는 건 아니에요. 예컨대 불끈불끈하는 성질이 통제가 안 된다는 경우에 내가 성질이 더러운 줄을 알면 안 바꿔도 돼요. 성질 확 냈다가도 아내한테 ‘아이고, 여보, 미안해요. 내가 성질이 좀 더러워서.’ 이렇게 사과하면 이혼 안 하고 살 수준은 돼요. 자기를 못 바꿔도 살기는 살 수 있어요. 

 

이런 원리를 알아서 첫째, 조급하게 바꾸려고 들면 안 돼요. 이건 원래 잘 안 바뀌는 거예요. 그러니 조금 장기적으로 봐야 합니다. 두 번째, 의지가 굳세야 합니다. 안 그러면 자꾸 작심삼일이 되거든요.

 


 

그러니 아이들을 좀 느긋하게 봐줘야 해요. 이미 집에서 까르마, 즉 기본 프로그램이 깔려서 학교에 온 아이들을 내가 바꾸려고 하면 안 바뀝니다. 그 아이는 그런 성격과 그런 프로그램이 깔린 거예요. 

 

그러나 어떤 프로그램이 깔린 아이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이게 제일 중요해요. 피부가 검은 아이도 행복할 수 있고, 신체장애를 가진 아이도 행복할 수 있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도 그 수준에서 행복할 권리가 있고, 공부를 못 하는 아이도 행복할 권리가 있고, 부모님이 안 계신 아이도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 아이들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측면에서 보세요. ‘그래, 너도 행복할 권리가 있고, 행복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아이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일하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지금 한 반에 몇 명이에요?”

 

“35명입니다.”

 

“35명 중에 바꿀 아이는 크게 없어요. 그런데 꼭 한 아이 때문에 선생 하기 싫죠.(모두 웃음) ‘저 놈만 없으면 선생 할 만한데’ 라고 생각하지만 그 학생이 없어지면 또 그런 학생이 생겨요. 길거리에 ‘때려 주세요’ 라고 써놓은 두더지 게임과 똑같아요. 이걸 때리면 저기서 튀어나오고, 저길 때리면 여기서 튀어나와요. 인생을 살면서 ‘이것만 어떻게 하면 내가 살만한데’라고 하지만 그게 안 없어져요. 그게 없어지면 배우자한테, 자식한테, 부모한테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인생이란 늘 이렇게 여기저기서 두더지가 튀어나오는 가운데 사는 거예요. 아까 갈등 속에서 산다고 한 것처럼 이런 건 늘 있어요.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저 아이가 있음으로 해서 그 아이가 나머지 34명을 좋은 아이로 만들어주는 거예요. 1등 하는 아이를 기준으로 보면 35명이 모두 모자란 아이가 되지만, 35등 하는 아이를 기준으로 잡으면 앞의 34명이 다 좋은 아이예요. 그 35등 하는 아이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러니 그걸 고치려고 해도 안 되고, 그 아이를 내쳐서도 안 됩니다. 그런 기질을 가진 속에서도, 즉 공부를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약간 성질이 있으면 있는 대로 그 아이도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선생으로서 차단을 해줘야 합니다. 이렇게 느긋하게 생각하면 화가 안 나는데, 여러분 대부분은 아이들에게 교육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기가 성질나서 때리거나, 야단치면서 자기 성질을 푸는 것 아니에요?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네.”(모두 웃음)

 

“그렇게 스트레스를 푸는 식으로 하면 교육 효과는 안 납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수행을 좀 해야 해요. 수행이라고 해서 절을 하라는 게 아니라, 사물을 조금 폭넓게 보고 느긋하게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특히 상담하시는 분들은 그런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들 가르치는 것을 재미있게 생각하세요.”

 

스님이 얘기해 준 상담하는 자세가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많았는지 선생님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기뻐했습니다. 

 

네 분의 질문에 모두 답변을 마치고 나니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늦게 마쳤습니다. 훈산학원 교직원들과 원불교 관계자들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명강연을 들었다며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저녁 6시 30분에 우석고등학교를 나온 스님은 스님을 뵙기 위해 찾아온 손님과 저녁식사를 한 후 서울로 출발해 10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아침 7시부터 평화재단에서 연이어 미팅과 회의를 가진 후 저녁 7시에는 전북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 중공연장에서 익산시민들과 함께 ‘통일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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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의 하루 구독자와 함께하는 공개방송을 마련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나도 스님에게 질문을 해보고 싶다" 하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이제 직접 스님에게 질문해 보세요. 아래 배너를 누르고 공개방송 신청을 누르시면 됩니다.  

 

 

전체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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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자

전국 학교에 계신 선생님들이 들어야할 말씀인거 같아요
그래야 창의력이 개발 되어질거고
인격 형성에 좀더 플러스가 되어질거라고 믿습니다~^^

2016-04-03 18:14:49

호봉봉님아

그냥 있는 그대로~~
스님 덕분에 잘 읽고 고맙습니다

2016-03-29 19:40:17

오흥란

하이고~~~스님,
몸이열개라도모자라겠습니다.

2016-03-27 16: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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