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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복안저수지, 가뫼들계곡 등 백운산 자락에 있는 태화강 100리길 중 일부 구간을 산책한 후 탑곡 정토수련원 농토를 둘러보고 내려와 어제에 이어서 텃밭 농사 준비를 마무리 했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함께 한 법사님들은 새벽 예불을 마치고 5시 30분에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출발했습니다. 법사님들이 모두 떠난 후 아침 해가 뜨자마자 스님은 지팡이 하나를 들고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먼저 뒷산에 있는 부모님 산소를 참배했습니다. 무덤 앞 비석에는 돌아가신 연도가 표기되어 있었는데 올해 1월이 어머님이 돌아가신지 3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스님은 해마다 1월에는 인도 성지순례 안내를 해야하기 때문에 어머니 제사에 한번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절을 하고 문안 인사를 올린 후 산소가 햇살을 잘 받기 위해서는 주위에 나무들을 어떻게 정비해야 할지 둘러 보았습니다.
이렇게 뒷산을 넘어오니 미호리 마을이 나타났습니다. 소똥 냄새가 진동하는 미호리 들녘의 봄풍경을 구경하며 시골길을 따라 한참 걸으니 앞에 아미산이 보였습니다. 스님은 아미산 중턱에 보현사라는 절이 있는데 그 절이 어렸을 때 어머님이 다니시던 절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가끔 법문에서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재일이 되면 목욕재계하고 절에 가서 정성을 기울이던 모습을 예로 들며 어떤 일을 할 때는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곤 하는데 바로 그 절을 먼 발치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 미호리 마을
미호리 마을을 지나 오르막길을 따라 걸으니 복안저수지 둑이 나타났습니다. 입구에는 태화강 100리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어 지도와 함께 구간 별로 잘 안내가 되어 있었습니다. 바다와 만나는 명촌교에서부터 태화강의 최장 발원지 백운산 탑골샘까지 47.54km가 한 길로 이어진 것이 태화강 100리길이라고 합니다. 오늘 스님은 그 중에서 미호리에서 복안저수지, 가뫼들 계곡, 탑골샘에 이르는 제4구간의 7km를 걸었습니다.
▲ 복안저수지
복안저수지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서 그런지 모처럼 수량이 아주 풍부해 보였습니다. 조금만 수위가 더 올라가면 길 위로 물이 넘칠 것만 같았습니다. 스님은 “이 정도 수량이면 올해 농사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고 하면서 흡족해 했습니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저수지 둑길은 저수지가 끝나는 지점까지 평탄해서 걷기에도 아주 좋았습니다. 저수지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좁은 계곡이 나타났습니다. 이 계곡을 사람들은 ‘가뫼들’ 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 가뫼들 계곡
가뫼들 계곡도 수량이 많아서 경치가 일품이었습니다.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절로 발걸음을 경쾌하게 해주었습니다.
▲ 스님이 어릴 때 목욕을 했다고 하는 선녀탕
가뫼들 계곡에 대한 안내 표지판에는 웅덩이마다 얽힌 전설 이야기로 관광 해설이 잘 되어 있다고 하는데, 스님은 “나는 그런 건 모르고 그냥 나무하러 왔던 기억 밖에 없다”고 하며 웃었습니다. 이곳까지 나무를 하러 올 정도였다고 하니 아마도 당시에는 민둥산이 대부분이었나 봅니다.
계곡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기를 30여 분. 골짜기마다 곳곳에 봄 소식이 가득했습니다. 양지 바른 곳에는 진달래가 이미 만개한 곳이 많았고, 생강나무꽃은 곳곳에서 노란색 불빛을 발하고 있었고, 개울가에는 버들강아지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지팡이로 버들강아지를 가리키며 설명해 주었습니다.
“봄의 시작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것이 버들강아지야. 설이 지나고 얼음이 성성한 개울가에 벌써 피어나기 시작하거든.”
▲ 버들강아지
▲ 진달래
▲ 생강나무꽃
계곡을 조금 벗어났나 싶었는데 다시 논이 보이고 멀리 백운산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오르막을 한 번 더 오르니 영남알프스 둘레길 구간인 '내와길'과 만났습니다.
내와길에서 백운산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니 ‘탑골’이 나왔습니다. 이 계곡 절터에 홍수로 탑이 굴러 내려와 아랫마을을 탑골이라 부르게 됐다는 데서 ‘탑골’이라는 지명을 얻었다고 합니다. 탑골 상류에는 태화강의 발원지인 탑골샘도 있습니다.
또한 탑골에는 ‘탑곡 정토수련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2시간의 산행 끝에 탑곡 정토수련원에 도착한 스님은 먼저 감자가 심어진 밭을 둘러보았습니다. 북한에 씨감자를 보내기 위해 작년에 연구소에서 씨감자를 대량 주문했는데, 이번에 유엔안보리 제재로 보내지 못하게 되어 이곳 탑곡 수련원에서 실험재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한 고랑은 씨감자로, 한 고랑은 일반 감자로, 번갈아가며 감자를 심어서 생산량을 비교해 볼 계획입니다.
▲ 씨감자를 심은 밭. 탑곡 정토수련원
감자 밭만 대충 둘러보고 가려는데 갑자기 스님이 멈춰 서면서 외쳤습니다.
“저기 원추리 나물 봐라.”
▲ 원추리 나물
밭두렁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곳곳에 원추리 나물이 가득했습니다. 스님은 “먹는 것을 보고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가 있니?” 라고 웃으면서 나물을 캐기 시작했습니다. 이쪽 밭두렁에도 소복히 있고, 저쪽 밭두렁에도 소복히 있어서 스님은 나물을 캐는데 한참을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시나무가 가득한 밭두렁에도 원추리 나물이 소복히 있는 것을 발견한 스님은 낫으로 가시 나무까지 모두 베어내고 나물을 캤습니다.
원추리 나물을 한 움큼 안고 탑곡 정토수련원을 내려왔습니다. 원추리 나물은 점심 식탁에 아주 맛있게 양념으로 버무려져 올라왔습니다. 야생에서 자란데다 돋아난지 얼마 안 된 새순이어서 그런지 정말 순하고 부드러웠습니다.
▲ 원추리 나물 무침
오후에는 다시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장작을 패는 일을 했습니다. 스님은 “으라찻차!” 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나무를 반으로 갈랐습니다. 나무가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마당을 가득 채웠습니다. 갈라진 나무들은 장작으로 쓸 수 있게 아궁이 앞에 가지런히 쌓아 두었습니다.
▲ 장작패기
이어서 어제 마무리하지 못한 텃밭 농사일을 했습니다. 음식물쓰레기와 함께 한쪽 구석에 모아두었던 거름을 퍼와서 화분 모종을 만들었습니다. 어제는 배추, 무, 상추, 당근 등 밭에 바로 심어도 잘 자라는 것을 위주로 심었다면, 오늘은 모종으로 먼저 키운 후 옮겨심으면 더 잘 자라는 것을 심기로 했습니다.
▲ 거름 퍼오기
채로 걸러서 고운 흙을 만든 후 모두 화분에 담았습니다. 다양한 크기의 화분 수십 개가 순식간에 만들어졌습니다.
▲ 화분 모종 만들기
화분에는 갖가지 채소 씨앗을 심었습니다. 옥수수, 완두콩, 토마토, 쥬키니, 근대, 아욱, 단호박, 얼룩이 호박, 애호박 등 심은 씨앗의 종류가 정말 다양했습니다.
▲ 채소 씨앗 심기
스님은 같은 종류의 씨앗을 심은 화분끼리 구분을 해둔 후 물뿌리개로 듬뿍 물을 주었습니다. 마침 유수 스님도 오랜만에 찾아와서 같이 농사일을 거들어 주었습니다.
▲ 물주기
마지막으로 작년 가을에 통일의병대회를 하기 위해 칠백의총에 갔다가 주변 공원에서 얻어 온 코스모스 씨앗을 담벼락 밑에 심었습니다. 스님은 “코스모스는 생명력이 강해서 아무렇게 심어도 잘 자란다”고 하면서 호미로 땅을 일직선으로 파고 코스모스 씨앗을 줄지어 뿌렸습니다.
▲ 코스모스 심기
올 가을에는 담벼락 밑에 코스모스가 만발한 모습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삽과 호미, 장갑을 깨끗이 씻고 남은 씨앗은 봉인을 한 후 마당 곳곳에 듬성 듬성 보이는 잡초를 뽑았습니다. 잡초까지 말끔히 뽑고 나니 아주 개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올 봄농사 준비를 잘 마쳤습니다. 지난주 월요일에 처음 농사 준비를 시작해서 서울을 왔다갔다 하는 가운데 총 4일이 걸린 셈입니다. 스님은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농사 준비를 마쳤다”고 하면서 흐뭇해 했습니다.
내일은 새벽 2시에 울산 두북을 출발해 6시에 서울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아침 7시 30분부터는 평화재단에서 연이어 미팅과 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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