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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인도·필리핀에서 잠시 귀국한 두 분의 국장님, 깨달음의장 진행을 하고 있는 법사님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농사일을 한 후 경주 남산 자락에 위치한 통일암을 깜짝 방문해 부지 정비를 하고 있던 봉사자들을 격려했습니다.
새벽 예불과 기도를 마친 후 신규 법사님들이 텃밭에서 스님이 직접 키운 원추리 나물과 취나물, 돌미나리를 뽑아 왔습니다. 깨끗하게 씻어서 약간의 간을 치니 아주 먹음직스런 나물 반찬이 만들어졌습니다.
▲ 원추리 나물
▲ 나물을 씻고 있는 모습
▲ 텃밭에서 뽑아온 나물 반찬
나물 반찬으로 맛있게 아침 식사를 한 후 스님이 필리핀 민다나오 원주민 마을에서 가져온 커피를 우려내어 주었습니다. 신규 법사님들은 “스님, 오늘 바리스타로 데뷔하셨네요” 라고 하면서 스님이 타 준 커피를 맛있게 마셨습니다. 필리핀 민다나오 고산지대에 위치한 알라원 마을에서는 원주민들이 커피를 재배하는데 이번에 필리핀JTS에서 원주민들의 소득 증진을 위해 커피를 많이 구매해 주었습니다. 법사님들은 스님 덕분에 알라원 커피를 맛보았다며 모두들 기뻐했습니다.
▲ 민다나오에서 가져온 커피를 우려내고 있는 스님
또 스님은 오랜만에 인도와 필리핀에서 두 분의 국장님이 온 것을 환영하며 지난 가을에 스님이 직접 딴 감을 꺼내 주었습니다. 겨울 동안 잘 익어서 단맛이 가득한 홍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 홍시
이렇게 시골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한 후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법사님들과 개울에 가서 반듯한 돌들을 주워 왔습니다. 그리고 마당에 일구어놓은 텃밭에 경계를 만들기 위해 벽돌을 나란히 세우는 일을 지난번에 마치지 못했는데, 드디어 오늘 완성시켰습니다. 스님은 벽돌이 일직선이 되는지 여러 차례 확인을 해가며 아침부터 굵은 땀을 흘렸습니다.
▲ 고소를 심은 밭
▲ 감자와 상추를 심은 밭
마당 곳곳에서는 봄이 오는 소식이 가득했습니다. 우물 앞에는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는가 하면, 담벼락 밑에는 봄의 시작을 알린다고 하는 산수유꽃이 노랗게 모습을 드러내었고, 텃밭 어귀에는 진달래가 분홍색 꽃망울을 막 터뜨리려 하고 있었습니다.
▲ 매화꽃
▲ 산수유꽃
▲ 진달래 꽃봉오리
한편, 모두가 마당 곳곳에서 땀흘려 일하고 있는 사이 앞산 자락에 쑥을 뜯으러 갔던 자광 법사님이 양은 소쿠리에 쑥을 소복이 담아 나타났습니다. 쑥내음을 한껏 맡고선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저녁에는 쑥국을 끓여먹자”고 한마디씩 합니다.
▲ 쑥을 뜯어 온 자광법사님
이렇게 오전 일을 모두 마치고 11시가 되어 경주 남산으로 향했습니다. 등산하면서 간식으로 챙겨 먹기 위해 삶은 감자를 락앤락 통에 두둑히 넣어 가방에 챙겼습니다.
경주 남산 자락에는 통일암이 있는데, 오늘 대구, 부산, 마산에서 10여 명의 봉사자들이 와서 통일암 주위의 부지 정리를 한다고 합니다. 수고하는 봉사자들을 격려 방문하고자 길을 나섰는데, 간 김에 남산 등산을 겸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오늘은 용장골로 올라가서 이영재를 지나 통일암으로 내려가자”며 용장골로 차를 향하게 했습니다. 스님은 이 코스가 남산을 넘어가는 최단 코스라고 알려주었습니다.
▲ 용장골을 오르기 시작하는 스님 일행
산길로 접어든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활짝 핀 진달래꽃을 만났습니다. 스님은 법사님들에게 “진달래꽃 핀 것 좀 봐라” 하면서 어린 아이 마냥 해맑은 미소를 보였습니다.
▲ 경주 남산에 핀 진달래꽃
특히 인도와 필리핀에 파견되어 일하다가 1년만에 한국을 찾은 보광 법사님과 안병주 국장님은 오랜만에 고국의 자연을 느끼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한참을 올라가니 저 멀리 산 꼭대기에 용장사 삼층석탑이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멀리서나마 먼저 삼배를 드렸습니다.
▲ 용장사 삼층석탑
용장사 삼층석탑은 해발 400미터의 바위산 전체를 기단으로 삼아서 세워졌기에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계곡에서 올려다보니 자연과 탑이 일체가 되어 있어 하늘을 배경으로 부처님 세계에 다다른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맑고 깨끗한 부처님 세계를 동경했던 신라인들의 신앙심과 정열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습니다.
가파른 산길을 아주 빠른 걸음으로 앞장 서서 오르던 스님이 법사님들에게 웃으며 물었습니다. “내가 너희들보다 앞장서서 이렇게 산을 오를 수 있는 날이 이제 몇 년 남았을까?” 법사님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앞으로 10년은 가능할 것 같은데요.” 라고 하자 스님이 고개를 흔들며 답했습니다. “한 3년 정도 밖에 안 남았을거야.”
스님도 이제 세월의 무게를 느끼나 봅니다. 하루 농사일을 하고 나면 “손발이 저리다”고 하고,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오르고 나면 “숨이 차다”고 합니다. 이렇게 다람쥐처럼 산을 휘젓고 다니는 스님의 모습을 앞으로 3년 밖에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살짝 슬퍼졌습니다.
어찌나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올랐는지 용장골에서 이영재까지 2.1km의 산길을 40분 만에 올랐습니다. 스님도 시계를 보더니 “이렇게 빨리 올라와 본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 며 가쁜 숨을 몰아 쉬었습니다.
이영재를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들 무렵 드디어 가방 속에 있던 삶은 감자를 꺼내어 먹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토실토실한 감자를 한 입 물으니 허기진 배가 금새 불룩해 지는 것 같았습니다.
지암골로 내려와 12시 15분 쯤에 드디어 통일암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통일암 주변 부지를 정비하고 있던 거사님들은 마침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스님이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무척 반가워 했습니다.
▲ 통일암
스님은 “격려 방문 왔어요” 라며 거사님들 모두에게 악수를 건냈습니다. 또 경주 시내에서 사온 황남빵과 삶은 감자, 그리고 안병주 국장님이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가져온 망고 말린 것도 함께 전해주었습니다.
통일암 부지는 매년 봄과 가을에 정토불교대학생들이 경주 남산 순례를 할 때나 통일의병대회를 할 때 전체 집결 장소로 사용되는 곳입니다. 봉사자들은 이곳에서 대중 행사를 할 때 불편함이 없도록 소나무의 아래쪽 잔가지 치는 일을 오전 내내 했다고 합니다. 스님은 말끔하게 정비된 공간을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스님도 긴 톱을 들고 잔가지들을 쳐보았습니다.
그런 후 스님은 이곳 통일암 부지 전체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 주위를 한바퀴 둘러보았습니다. 곳곳에 지난번에 측량한 붉은 말뚝이 박혀 있었습니다. 앞에 토함산이 보이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공간도 넉넉히 있어서 스님은 “내가 여기에 머물면서 농사를 지을까?” 하며 이곳을 만족스러워 했습니다. 또 한쪽으로는 계곡이 있어서 낮은 폭포가 흐르고 있어 운치를 더했습니다.
이렇게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본 후 봄에 있을 경주남산순례와 통일의병대회 때 스님이 법문할 자리를 선정하고, 그곳에 평상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평상이 수평이 되도록 각 기둥마다 돌을 박은 후 스님이 그 위에 올라가 이곳에서 전체 대중이 잘 보이는지를 점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루 종일 고생한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봉사자들은 이렇게 격려 방문까지 해준 스님에게 무척 고마워하면서 활짝 웃었습니다.
▲ 통일암 주변 정비를 도맡아 해준 거사님들과 함께
다시 두북으로 돌아와서는 농사일을 계속 했습니다. 오전에 경계석을 세워서 아주 깔끔한 모양으로 텃밭을 만든 스님은 이제 본격적으로 상추, 배추, 무, 당근, 고소를 심었습니다.
▲ 당근을 심기 위해 고랑을 만들고 있는 스님
먼저 배추, 무, 당근을 심는 곳에는 고랑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고랑을 만들지 않은 나머지 곳에는 상추와 고소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고추와 옥수수는 모종을 가져와 심을 예정인데, 그 자리는 씨를 뿌리지 않고 그냥 비워 두었습니다.
▲ 배추, 무, 고소 등을 곳곳에 심고 있는 모습
씨뿌리기까지 다 마치고 나니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스님은 해가 다 질 때까지 마당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잡초를 뽑았습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일을 찾아 하고 있는 스님의 모습을 보니 ‘정말로 농사일을 좋아하시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녁 6시에는 멀리서 손님이 찾아와 스님을 뵙고 갔습니다. 손님을 보낸 후 저녁 8시에 법사님들과 함께 늦은 저녁 식사를 하면서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오늘 농사일을 그렇게 많이 한 것도 아닌데 손이 퉁퉁 부었다”며 손을 오무렸다 폈다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면서 스님은 “여러분들이 수고한 덕분에 오늘 텃밭 정비를 거의 다 마쳤다”고 하면서 법사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오늘 씨를 잘 뿌려 놓았으니 이제 비와 바람, 햇볕, 흙이 싱싱한 채소로 키워줄 것입니다. 나중에 잘 자란 각종 채소들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드릴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내일도 스님은 농사일을 계속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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