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3.3 (필리핀 2일째) 콘솔라시온, 키한아이 학교 준공식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필리핀 민다나오를 방문한 지 2일째를 맞이하여 콘솔라시온 마을과 키한아이 마을에 각각 초등학교 준공식을 하며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난 스님은 원고 교정을 먼저 본 후 4시부터 민다나오를 함께 방문한 일행들과 다같이 새벽 예불과 108배 정진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 새벽 예불

 

정진을 마치고 나서 간단한 아침 식사 후 잠시 JTS센터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JTS센터는 해발 1000미터 고지에 자리잡고 있는데 아침 햇살이 비치자 산 아래로 난 골짜기가 뭉게뭉게 피어나는 안개와 더불어 절경을 드러냈습니다. 

 


▲ 민다나오 JTS센터 앞에 펼쳐진 풍경

 

스님은 센터 앞에 핀 붉은 색 부겐빌리아 꽃이 참 예쁘다며 잠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런 꽃들이 곳곳에 심어져 있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했습니다. 

 


 

6시가 되어 임차한 차량이 도착하자 각종 행사물품을 싣고 첫 번째 준공식이 열리는 콘솔라시온 마을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두 군데에서 준공식을 해야 해서 아주 바쁜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해발 1000미터 지대의 실리폰 마을을 출발해 점점 아래로 내려가더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파인애플 농장이 펼쳐졌습니다. ‘델몬트’ 라고 하는 유명한 외국계 기업이 운영하는 농장인데, 이 지역의 3개 군에 걸쳐 광대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 델몬트 파인애플 농장

 

중간에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것을 포함해 약 3시간 20분 동안 비포장 도로를 부지런히 달린 끝에 콘솔라시온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몇 차례 개울을 만나기도 했지만 사륜구동 차를 탄 덕분에 물살도 거뜬히 가로질렀습니다. 

 


 

엉덩이에 불이 날 정도로 요동이 심한 비포장도로를 달리기도 했고, 끝이 보이지 않는 언덕 길을 쉼없이 올라온 끝에 저 멀리 콘솔라시온 마을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2월에 스님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길이 닦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며 반나절을 걸어서 도착했던 곳입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길이 모두 닦여져서 차를 탄 채 학교 앞까지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 콘솔라시온 마을로 가는 길

 

스님이 차에서 내리자 먼저 도착해 있던 마놀로폴티치에서 온 끼노 시장님이 스님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며 반갑게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 콘솔라시온 초등학교 

 

주민들도 환호와 박수로 스님을 반겨주었습니다. 먼저 리본 커팅식을 가졌습니다. “원, 투, 쓰리” 구호에 맞춰 리본을 자르자 더 큰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 리본 컷팅식

 

시장님과 마을 주민들이 비록 가난하지만 아이들만큼은 학교에 보내고 싶다는 간곡한 요청을 해와서 JTS는 학교 건축 자재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대신 시청에서는 기술자를 제공하고, 마을 주민들은 노동력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2015년 5월에 건축을 시작하여 9개월이 지난 오늘 드디어 준공식을 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마을 주민들이 열심히 함께 일해준 덕분에 오늘 준공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민들 모두 너무나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자신들이 함께 학교를 지었으니까요. 

 


 

스님은 축원을 한 후 학교 안팎을 돌며 물을 뿌리고 재앙을 쫓는 의식을 했습니다. 또 필리핀 국가를 함께 제창하고 이어서 애국가도 함께 제창했습니다. 

 


 

특히 동판 제막식에서 가렸던 천을 걷으니 동판이 반짝이며 그 모습을 드러내자 준공식의 열기는 절정에 다달았습니다. 아이들도 오늘은 신이 났는지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 시장님과 동판 제막식을 하고 나서 악수하는 스님

 

기뻐하는 마을 주민들을 바라보며 스님이 무대로 나와 축하와 격려의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오늘 학교가 준공되기까지 수고한 모든 분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말씀을 시작했습니다. 

 

“콘솔라시온 초등학교의 준공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학교를 짓기 위해서 수고하신 마을 주민 여러분들께 먼저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학부형 여러분의 노력으로 이렇게 학교가 지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자재를 운반할 수 있도록 도로도 내주고, 여러 가지 행정적 지원을 해 주신 시장님, 부시장님 이하 시 관계자 여러분들, 그리고 바랑가이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학교에 선생님을 파견해 주기로 약속한 교육청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이곳을 여러 차례 답사하시고 학교를 짓는 과정도 일일이 체크해 주신 필리핀 JTS 이원주 대표님 이하 JTS 활동가 여러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께서 기억하고 계실지 모르지만 제가 1년 전에 이 마을을 방문했을 때는 여기가 제가 태어난 마을보다 더 오지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1년 후에 와보니 여기가 제가 태어난 마을보다 더 좋은 마을이 되어있네요.(모두 박수) 

 

무슨 말이냐 하면, 제가 태어난 마을은 제가 어릴 때만 해도 3㎞나 걸어 나가야 도로가 나오는 시골이었거든요. 제가 1년 전에 이 마을까지 걸어온 거리는 그보다 더 됐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길이 잘 닦여서 차를 타고 여기까지 왔어요. 이제 이 마을은 제가 태어난 마을보다 더 좋은 마을이 됐다는 겁니다. 이렇게 도로를 내주신 시장님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모두 박수)

 


 

10년 전에 저 언덕 위에 보이는 가가후만 마을에 초등학교를 지었습니다. 그때 이 아래 쪽을 내려다보면서 ‘저기도 사람들이 사는구나. 저기 사는 사람들이 여기까지 오려면 너무 멀겠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저희들은 이미 10년 전에 이 마을을 봤습니다. 그때는 저희가 10년 후에 이곳에 학교를 짓게 될 거란 생각은 못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준공식을 하게 되었습니다.(모두 박수)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첫 번째, 학생이 있어야 하고, 두 번째, 선생님이 있어야 하고, 세 번째, 학교가 있어야 하고, 네 번째, 학생들을 뒷바라지해 줄 학부형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제 학교도 지어졌고, 선생님도 오시게 됐고, 학부형들도 많이 계셔서 교육의 모든 조건이 갖추어졌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어린이 여러분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일 뿐입니다. 이 학교에 다닐 어린이 여러분, 손 한번 들어보세요.”

 

(어린이들 모두 손을 번쩍 듬) 

 


 

“네, 어린이 여러분은 저와 약속을 해 주세요. 첫 번째, 매일매일 학교에 옵니다. 결석하지 않습니다.  약속할 수 있어요?” 

 

“예.” 

 

“두 번째,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합니다. 약속할 수 있어요?”

 

“예.”

 

“세 번째, 교과서나 노트 등을 잘 보관하면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약속할 수 있어요?”

 

“예.”

 


 

“학부형 여러분도 약속해 주세요. 농사가 바쁘다고, 집안에 일이 생겼다고, 집안에 잔치가 생겼다고 아이들을 학교에 안 보내고 집안일을 거들게 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을 반드시 학교에 보내야 합니다. 약속할 수 있어요?”

 

“예.”

 

“제가 태어난 마을도 이 마을과 비슷한 시골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초등학교 6년을 다니면서 한 번도 결석을 안 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이곳까지 와서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어린이 여러분들도 열심히 공부해야 여기 계시는 교장선생님이나 다른 선생님들처럼 될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반드시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됩니다. 어린이 여러분, 알겠지요? 학부형 여러분들도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셨지요?”

 

“예.” 

 

“이 마을 아이들이 자라서 앞으로 필리핀의 훌륭한 국가 지도자가 되기를 기원합니다.”(모두 박수) 

 

스님의 격려 말씀에 마을 주민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필리핀JTS 이원주 대표님이 나와 준공 증서와 시계를 전달했습니다. 준공증서와 시계를 받은 시장님은 환하게 웃음을 머금었고, 마을 주민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다시 쏟아졌습니다. 

 


▲ 시장님에게 준공증서를 전달하는 이원주 필리핀JTS 대표님 

 

이번에는 준공증서를 전달받은 시장님이 학교 열쇠를 선생님에게 전달했습니다. 선생님은 학교를 열심히 운영하겠다며 큰 목소리로 대답하며 기쁜 마음으로 열쇠를 전달 받았습니다. 

 


▲ 선생님에게 열쇠를 전달하는 시장님 

 

이로써 JTS가 민다나오에 세운 47번째 학교 준공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늘처럼 기쁜 날이 또 있을까요. 모두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콘솔라시온 마을 주민들, 어린이들 다함께 

 

준공식 후에는 주민들이 차려준 삶은 고구마와 수박으로 간단히 요기를 했습니다. 날이 무척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며 먹어서 그런지 고구마와 수박은 아주 꿀맛이었습니다. 

 


▲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차려준 고구마와 수박 

 

이렇게 콘솔라시온 학교 준공식을 모두 마친 후 곧바로 키한아이 학교 준공식을 하기 위해 다시 이동했습니다. 키한아이 마을은 콘솔라시온 마을보다 훨씬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학교가 자리한 언덕 위에 올라가니 주위 전경이 한 눈에 다 들어왔습니다. 

 


▲ 가가후만 마을

 

특히 저 멀리에는 스님이 10년 전에 방문했었다고 이야기한 가가후만 마을도 함께 보였습니다. 정말 산 꼭대기에 작은 마을이 있는데, 저런 곳에 어떻게 학교를 지었을까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초창기에는 정말로 차가 접근하지 못하는 곳만 찾아다녔기에 건축 자재도 마을 주민들이 모두 어깨에 지고 날랐다고 합니다. 

 


▲ 키한아이 초등학교 

 

오전 11시 20분이 되자 리본 컷팅식과 함께 준공식이 시작되었습니다. 학교 준공식을 보기 위해 많은 학부형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 리본 컷팅식 

 

앞서 콘솔라시온 학교에서처럼 키한아이 학교에서도 스님의 축원과 기도, 필리핀 국가와 애국가 제창, 필리핀JTS 이원주 대표님의 경과보고, 동판 제막식이 연달아 있었습니다. 

 


▲ 동판 제막식 

 

특히 키한아이 마을에서는 축하와 격려 말씀을 스님이 더욱 자세히 해주었습니다. 키한아이 학교는 JTS가 민다나오에 세운 48번째 학교라고 알려주면서 왜 JTS가 민다나오로 오게 되었는지 그 배경까지 거슬러 올라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오늘 키한아이 초등학교 준공식을 하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지금 저도 여러분과 똑같이 무척 기쁩니다. 이 학교는 JTS가 민다나오에 48번째로 지은 학교입니다. 여러분들은 JTS가 어떻게 민다나오에 오게 되었는지 아세요?”

 


 

“모릅니다.”

 

“2002년도에 제가 막사이사이 상을 수상했는데, 그때 저를 안내하신 분이 가가얀데오로에 계시는 토니 주교님이었습니다. 그분께서 저에게 ‘스님께서 남한과 북한이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셨듯이 이곳 민다나오의 평화를 위해서도 역할을 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2003년도에 민다나오를 방문했습니다. 현장을 방문해 보니 민다나오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은 바로 산에 사는 원주민들과 분쟁이 있는 무슬림 지역의 아이들, 즉 학교가 없어서 배울 수 없는 아이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화는 ‘서로 평화롭게 살자’라고 말만 한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종교나 인종이 다르다고 차별하면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먼저 그런 차별을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살기 어려운 지역에 있는 사람들을 지원해야만 평화가 유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민다나오에서 어떤 정치적 활동을 하기보다는 먼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이 평화로 가는 첫 걸음이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원주민 마을과 무슬림 지역에 지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때 토니 주교님을 돕고 있던 사람이 저를 학교가 없는 시골 마을로 안내하겠다고 했는데, 그곳은 가가얀데오로에서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가야 하는 외곽이었습니다. 그때 그분이 ‘스님께서는 외국인이니까 멀리 못 가실 것 같아서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 중에 제일 어려운 지역으로 안내했습니다’ 라고 말하기에 제가 ‘이렇게 도시로부터 가까운 데 말고, 아주 먼 데로 데려가 달라. 걸어서 1시간 내지 3시간을 가야 하는 곳, 학교도 없는 곳으로 안내해 달라’ 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세 군데에 학교를 짓고 ‘걸어서 갈 수밖에 없는 더 어려운 곳으로 안내해 달라’고 다시 요청해서 네 번째로 찾아간 곳이 바로 저 산꼭데기에 있는 가가호만 마을었습니다.

 

제가 가가호만 마을에 처음 갔을 때 통역해 주시는 남자분이 저를 위해서 같이 가주었는데 중간에 ‘도저히 못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가가호만에 가기는 갔는데 통역 없이 갔기 때문에 사람들 얼굴만 보고 온 적이 있었습니다.(모두 웃음) 

 


 

그렇게 시작해서 고산 지대에 있는 원주민 마을, 그리고 라나오 델 수르, 고따바또, 라나오 델 노르떼와 같은 무슬림 지역에 학교를 지어오다가 오늘 이곳에 48번째 학교가 지어지게 된 것입니다.(모두 박수)

 

왜 스님은 이렇게 고산 지대나 어려운 지역에 다닐까요? 그것은 저도 이곳처럼 도로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하고, 병든 사람은 치료받아야 하고, 아이들은 제 때에 배워야 합니다. 그렇게 어려운 조건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와 종교나 국적이 다르더라도 우리는 그들을 도와야 하고, 그들 또한 그런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런 일들을 함께 하자는 의미에서 저희는 단체 이름을 ‘Join Together Society’의 약자, JTS라고 지었습니다. JTS는 학교를 지어주지 않고,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함께 짓자고 합니다. JTS는 자재를 제공하고, 마을 주민들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시청에서는 기술자를 제공하고, 교육청에서는 선생님을 보내는 식으로 ‘우리 모두 함께 하자’는 의미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원칙 때문에 JTS가 마을주민들이나 시로부터 오해를 살 때도 많습니다. ‘왜 JTS는 직접 학교를 지어주지 않고, 가난한 우리한테 노동을 제공하라고 하느냐? 다뚜(부족장)이나 마을 리더가 JTS에서 돈 받아먹고 우리한테 노동시키는 것 아니냐?’ 하는 거지요. 그래서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마을 주민 여러분, 이 아이들은 바로 여러분의 자녀입니다. 여러분은 가난하지만 가난한 여러분도 자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여러분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함께 희망을 만들어 보자’는 큰뜻에 동참하신 것입니다. 

 

어린이 여러분, 잠깐 일어나주세요. 여러분의 부모님께서 힘들게 일하신 덕분에 이 학교가 지어질 수 있었습니다. 왜 여러분의 부모님께서 힘들게 일하셔서 이 학교를 지었을까요? 여러분들이 열심히 공부하라고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린이 여러분은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나요?” 

 

“예.” 

 


 

“그럼 어린이 여러분들은 뒤로 돌아서서, 여러분에게 학교를 지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세요.”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기 계시는 시장님 이하 시청 직원 여러분, 기술자 여러분 등 많은 분들이 이 학교를 짓는데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분들께도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하세요.”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그리고 필리핀 JTS 이원주 대표님 이하 JTS 활동가들도 이 학교를 짓기 위해서 많은 지원을 했습니다. 이분들께도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세요.”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마지막으로 여러분은 앞으로 학교에 오면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한번 따라해 보세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해 보세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학교를 짓기 위해서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말씀을 드립니다. 저희가 이렇게 노력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지금은 작지만 이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를 한다면 10년, 20년 후에는 반드시 필리핀의 중요한 사회구성원이 되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여러분께서 믿는 신들의 가호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바라며,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이렇게 좋은 학교를 지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말씀을 드립니다.”

 

스님의 거듭된 감사 인사, 또 아이들로 하여금 수고한 이들의 노고를 알도록 수차례 문답을 주고 받는 모습은 크나큰 감동이었습니다. 무엇보다 JTS가 민다나오에 처음으로 학교를 짓기 시작했을 때 어떤 자세로 출발했는지 들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학부형들은 스님의 말뜻을 진심으로 이해를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듣다가 마지막엔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며 학교를 잘 가꿔나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준공증서와 시계, 열쇠를 전달하자 더 큰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큰 기쁨이 또 있을까요. 마음 같아서는 신나는 춤판이라도 벌어질 기세였습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가운데 다같이 기념사진을 찍은 후 준공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 키한아이 마을 주민들, 어린이들 다함께 

 

교실 안으로 들어가니 갖가지 정성스런 음식들로 식사가 차려져 있었습니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학교를 나온 스님은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는 이곳의 산악 지형을 한 눈에 보여주는 듯한 멋진 바위가 있어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또 저 멀리에는 산꼭대기에 자리한 가가후만 마을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스님에게는 추억이 많이 남은 학교이지요. 가가후만 마을을 비롯한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키한아이 학교를 출발했습니다. 

 


 

다시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3시간 넘게 달린 끝에 오후 4시가 다 되어 다시 JTS 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예상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해서 센터 주변을 함께 둘러보려고 했는데, 소나기가 막 쏟아지기 시작해서 아쉽게도 내일로 미루고각자 개인 정비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녁 식사 후 6시부터는 필리핀JTS 현지 활동가들과 함께 2016년 사업 계획에 대해 함께 의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16년에는 수밀라오 지역에 장애인 학교를 짓고, 무슬림 지역인 마긴다나오에는 4칸짜리 학교를 지어줄 계획입니다. 또 라나오 델 노르떼는 보수 공사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며, 알라원에는 새롭게 개교를 추진하고, 커피 수매 활동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 필리핀JTS 2016년 사업계획 논의 

 

다만 자급자족 농장 운영 등 기타 여러 사업들을 추진할지 여부에 대해 의논이 되었는데 필리핀JTS 활동가들은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며 추가 인력 파견 요청을 스님에게 건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이런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지금 인력 상황을 보니 자급자족 농장은 꿈도 못 꿀 것 같네요. 그냥 상추 정도나 심어 먹어야겠네요. 지금 행자대학원에 입학한 다음 학기 파견자들이 3명이거든요. 3명 모두 인도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음에는 행자들 파견도 어려울 수 있어요. 더군다나 올해와 내년에는 통일문제를 풀기 위해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기존 인력을 억지로 빼내 오기도 어렵고요.  

 

젊은 인력이 파견되어 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은퇴한 노부부가 올 수 있는지 한번 알아보면 좋겠어요. 은퇴하신 분들 중에 기술이 있는 분들이 있는지 찾아보면 오히려 가능성이 있어요. 노부부가 와서 밥만 해줘도 얼마나 좋아요. 농사일도 크게 벌이지 말고 채소나 좀 심어서 키우고, 설거지만 좀 해줘도 젊은 사람들이 훨씬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거든요. 대신 노인들은 일을 많이 못하니까 예불 정도만 같이 하고 나머지는 쉬어도 좋고 여유롭게 지낼 수 있게 해주면 되고요. 인력 충원은 도저히 방법이 없어요.”

 


 

스님 말씀처럼 현재 정토회 내부에서 새롭게 활동가들이 대거 파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많은 분들이 마음을 좀 내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 “여러분 필리핀JTS로 봉사활동 좀 와 주이소!”

 

이 외에 출장을 다닐 때 식비를 60페소에서 100페소로 인상하자는 건의, JTS센터에 5명 이하로 거주하게 될 시에는 일인당 식비를 1불에서 2불로 인상해 달라는 건의, 계란과 라면을 부분적으로 먹을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요청, 오신채가 들어간 음식이 보시로 들어왔을 때는 좀 먹을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요청 등 생활 관련 요청들이 있었고, 스님은 각각의 사안에 대해 원칙을 정해 주었습니다. 

 

약 3시간 동안의 긴 회의를 마치고 밤 10시가 다 되어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새벽 3시 30분에 하루 일과를 시작해 참으로 기나긴 하루를 보낸 것 같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JTS 기숙사 준공식을 가진 후 오전 8시 40분에 JTS센터를 출발해 가가얀데오로로 이동합니다. 가가얀데오로에서는 토니 주교님을 찾아 뵙고 인사를 나눈 후 오후 2시 비행기로 마닐라로 향합니다. 저녁에는 필리핀 교민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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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합니다, 아픈 사람은 치료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제 때에 배워야 합니다. JTS는 인도 불가촉 천민 마을 둥게스와리 아이들을 위해 수자타아카데미를 설립하고 기아, 질병, 문맹 퇴치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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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JTS 이원주대표님,활동가여러분들!민다나오 오지에 학교지어주시느라 고생 많으세요ㅠ초창기에 차도안들어가는 오지로 오지로 더들어가셔 학교지어주시고자 하신 스님 큰뜻!감동입니다!

2016-03-06 20:19:01

규원

오지마을에 교육은 희망이라는 큰선물일것입니다.감동입니다.

2016-03-06 12:54:22

수처작주

스님!
존경합니다. 몸 건강히 오래오래 저희 곁에 계셔주세요. ????

2016-03-05 14: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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