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3.1 삼일절 기념 법회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독립운동가 용성진종조사의 탄생성지 전북 장수 죽림정사에서 열린 삼일절 기념법회에 참석해 기념법문을 했습니다. 

 

새벽 4시 50분에 서울을 출발한 스님은 아침 7시 무렵 전주 근교에 있는 씨감자 연구소에 잠시 들렀습니다.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올해 씨감자 10만 개를 주문해 놓았는데, 최근 개성공단이 전면 폐쇄되고,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이 가동되면서 중국에서조차 일절 구호품을 보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씨감자를 생산하고 있는 김재훈 박사님을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대신 국내에서라도 실험재배를 해보기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북한의 식량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실험을 해볼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컸습니다. 

 

▲ 씨감자 연구소

 

오전 10시부터는 장수 죽림정사 용성교육관에서 제 97회 3.1절 기념법회가 열렸습니다. 새벽부터 전국에서 먼 길을 달려 온 600여 명의 정토회 정회원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국민의례, 헌화, 3.1절 경과보고, 독립선언문 낭독, 만세 삼창, 삼일절 노래, 기념법문 순으로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 전북 장수 죽림정사 용성교육관

 

먼저 스님이 앞으로 나와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순국 선열을 기리며 용성조사님을 비롯한 3.1독립만세운동 민족대표 33인께 향공양을 올렸습니다. 

 

▲ 민족대표 33인께 향공양을 올리는 스님

 

이어서 내빈들이 앞으로 나와 민족대표 33인께 헌화를 했습니다. 개인의 안위보다는 조국과 민족을 먼저 생각하신 그 숭고한 넋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다음은 (사)독립운동가 백용성조사 기념사업회 신봉수 상무이사께서 3.1절 경과보고를 자세하게 해주었습니다. 경과보고 후에는 기미독립선언서를 청년대학생정토회 조학수님과 김주영님이 낭독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당시 선조들의 복장을 그대로 하고 나와 선언문을 힘차게 낭독해 큰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 기미독립선언서 낭독

 

이어서 온대중이 함께 만세 삼창을 했습니다. 

“대한독립 만세! 남북통일 만세! 평화통일 만세!” 

 

만세 삼창을 힘차게 외치고 나니 당시 선조들의 의기가 더욱 더 가슴 깊이 다가왔습니다. 이어서 ‘삼일절 노래‘와 ‘온 겨레의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또 청년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서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며 신독립군가를 씩씩하게 합창했습니다. 

 

“너 살거든 독립군의 용사가 되고, 나 죽으면 독립군의 혼령이 됨이 ♬

동지여 너와 나의 소원 아니냐. 빛낼 이 너와 나로다.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

독립문에 자유종이 울릴 때까지 싸우러 나아가세.”

 

▲ 신독립군가를 합창하는 청년들

 

가사를 함께 따라 부르며 이 노래를 직접 불렀을 선조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절로 가슴이 먹먹해져 왔습니다. 

 

이어서 법륜 스님으로부터 3.1절 기념사를 들었습니다. 

 


스님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생애를 바친 용성진종조사님의 행적에서부터 분단 70년이 흐른 오늘날의 국제정세까지 아우르며 3.1절을 어떤 마음으로 기려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1919년 기미년 3월 1일에 독립선언을 한 지 97년째가 되는 날입니다. 지금부터 97년 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10년의 무단통치를 받던 그 암울한 시기에 나라의 독립을 추구하던 의병이나 독립운동가들은 더 이상 국내에서 독립운동을 할 수가 없게 되자 조국을 등지고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북간도나 연해주로, 또는 배를 타고 상해나 미국으로 나갔습니다. 그렇게 외국으로 나가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학교를 세우고 독립정신을 고취하였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 누구도 독립투쟁을 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라의 녹을 먹고 혜택을 입고 산 조선왕조 시대의 관료나 관료들의 후예가 아닌, 오히려 나라로부터 탄압을 받았던 이들이 독립을 위해 나섰으니, 그들이 바로 당시의 종교지도자들입니다. 천도교는 동학혁명 이후 엄청난 탄압을 받았고, 불교는 조선왕조 500년 내내 탄압을 받았고, 신생 기독교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인들이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눈과 귀가 열린 지식인 계층에 속했고, 당장 먹고 사는데도 급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용성조사께서는 나라의 녹을 먹은 사람들이나 그 후예가 마땅히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나서야 되지만 그들이 세상을 탓하며 나서기를 꺼려하고, 또 일반 백성들은 하루하루 먹고살기가 급급한 상태이니까, 그나마 의식이 깨이고 생활에 급급하지 않은 종교인들이 나서서 나라를 독립시키고 백성의 고통을 덜어야 되지 않겠느냐며 당대 최대의 종교였던 천도교의 교주 손병희 선생님을 설득하셨습니다. 그래서 천도교가 중심이 되고, 신생 기독교가 참여하고, 불교가 후원해서 기미년 3월 1일에 비폭력적, 평화적, 전국적 독립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난 것입니다. 

 

3.1운동의 횃불은 우리 국민들만 일깨운 게 아니었고,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고통 받던 세계의 많은 약소 민족들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인도에서는 비폭력·불복종 운동이 일어났고, 중국에서는 5.4운동이 일어났고, 또 이집트와 베트남에서도 독립운동과 민중해방의 깃발이 타올랐습니다. 그래서 인도의 시인 타고르는 조선이야말로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까지 지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3.1운동은 전 세계적 피압박 민족 독립운동의 기폭제가 되어 그 희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만, 그 목적도 달성하지 못 한 채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그 의기와 희생으로 인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었고, 1945년에는 해방을 맞았고, 1948년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는 등 3.1운동의 독립정신과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이 오늘 우리 대한민국의 연원이 되었습니다. 만약 3.1운동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어떻게 주장하겠으며 우리가 독립국가로서의 자존감을 어떻게 가질 수 있었겠습니까. 3.1운동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긴 역사의 숨결로 본다면 우리에겐 더 없이 소중한 정신이었고 실천이었습니다. 그래서 3.1운동의 정신이야말로 우리 대한민국의 씨앗이고, 뿌리이고, 근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라는 해방되었지만 강대국에 의해서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지났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났는데도 지금 우리는 통일은커녕 평화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슬픈 현실 속에 있습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혼연일체가 되었던 선조들이 지금 우리 민족의 현실을 본다면 얼마나 통탄하겠습니까. 북한은 자기 체제를 지키기 위함이라지만 전 세계가 반대하는 핵무기를 만들어서 전 세계적 지탄을 받고 있고, 남한은 그런 제 동족을 무너뜨리겠다고 전쟁도 불사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36년 간 우리를 지배했던 일본과 군사협력까지 하겠다고 합니다. 또 우리나라에 외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것이 고맙기는 해도 아쉬운 일인데, 지금 정부는 주변국까지 자극하는 신무기를 도입하겠다고 하여 주변국을 자극하게 되고, 이것을 반대하는 중국은 우리를 협박까지 하다가 그래도 안 되니까 우리는 제쳐 두고 미국과 중국 강대국들끼리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 다시 우리의 운명이 남들의 손에 좌지우지될 크나큰 위기에 봉착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 나라 정치 지도자들은 이런 위기를 모르는지 자기 정파의 이익을 위하거나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서 파쟁을 일삼고, 남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하기는커녕 여야가 다툴 뿐만 아니라 각각 내부 분열까지 하여 서로 다투고 있습니다.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국민의 안위나 민족적 이익을 내팽개친 현실 속에서 우리는 과거의 아픈 역사, 즉 나라를 빼앗기기 전에 정세가 어땠는지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도자가 무능해서 백성이 도탄에 빠지니 온 백성이 그걸 시정하기 위해서 동학혁명을 일으켰는데, 지도자는 백성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커녕 청나라 군대를 끌어들여 백성을 막고, 또 일본 군대가 개입하도록 해서 제 백성 수 십만 명을 학살하게 했으며, 심지어 외국 군대들끼리 이 나라에서 싸우다가 결국 승자인 일본의 손아귀에서 나라의 운명이 휘둘리다가 결국 국권을 빼앗기게 되었잖습니까. 지금 우리가 북한의 무모한 도전을 제압하기 위해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그에 반발해서 중국이 개입하도록 하고, 그래서 미국과 중국의 손아귀에 우리의 운명을 맡기게 된다면 우리는 과거의 아픈 역사를 또다시 되풀이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3.1운동 97주년에 임하면서, 그리고 곧 도래할 100주년을 맞으면서, 용성조사의 유훈을 계승한 우리들은 선조들이 97년 전 그 암울했던 시기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3.1운동이라는 새로운 희망의 횃불을 들었듯이 이 암울한 시기에 새로운 민족의 희망을 만드는 길에 나설 것을 함께 다짐해보면 좋겠습니다.”

 

100년 전의 아픈 역사가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는 것 같다는 스님의 우려에 안타까운 탄식이 곳곳에서 흘러 나왔습니다. 하지만 선조들도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 분연히 일어났듯이 우리 또한 그 정신을 이어받자는 말씀은 더 큰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스님의 감로 법문에 대중들은 큰 박수갈채로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어서 불심 도문 큰스님으로부터 기념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도문 큰 스님은 80이 넘은 노구를 이끌고 법상에 올라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법열을 뿜어내었습니다. 특히 의전 소임을 맡은 한 젊은 행자님과 문답을 주고 받는 모습은 대중들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큰스님은 행자님과의 문답을 통해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마음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대중들에게 보여주려고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법우님은 무엇 때문에 법륜 스님에게 귀의하셨습니까?”

 

“예, 법륜 스님을 선지식의 벗으로 모시고 귀의하게 되었습니다.”(모두 환호성과 박수)

 


“하이고메∼ 이제 도문 법사는 설법이고 뭐고 입을 딱 닫고 그만 가야 되겠네요.(모두 웃음) 그러나 또 할 말은 해야 되겠지요? 선우(善友), 선지식이라고 하지요. 그러니까 법우님의 말은 ‘법륜 스님은 진리를 알고, 진리의 길을 가고 계시고, 나 금강지는 진리로 가는 길을 모르니 법륜 스님만 따라가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겠다’ 이런 뜻이지요?”

 

“예, 맞습니다.” 

 

“대통령님을 위시로 해서 대한민국 국민 5천만 명이 전부 법우님처럼 법륜 스님을 따른다면 나라 문제가 다 해결될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걸까요? 오리라! 그런 날이 와야 된다!”(모두 환호성과 박수) 

 


“그러면 무엇 때문에 부처님 법에 귀의를 하셨습니까?”

 

“부처님 법은 저와 모든 중생의 병을 고쳐주는 약이기 때문에 귀의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맞는 말입니다. 법우님은 ‘나와 너, 모든 사람은 중생의 병이 들었다. 이 병을 치료하는 약이 부처님 법이기 때문에 귀의했다’ 이런 뜻으로 한 말이지요?”

    

“예, 맞습니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부처님께 귀의를 하셨습니까?”

 

“부처님은 저와 일체 중생의 스승님이기 때문에 귀의하게 되었습니다.” 

 

 

“하이고메∼ 법우님의 말을 여기 모인 우리만 들을 게 아니라 대통령님을 위시로 해서 이북의 김정은을 포함해서 8천만 명 전 동포가 모두 듣는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니까 법우님은 예수님도 인간의 스승, 공자님도 인간의 스승, 마호멧도 인간의 스승인데, 부처님은 일체중생, 즉 인간과 하늘과 일체 모든 것의 스승님이기 때문에 귀의했단 말이지요?”

   

“예.”(모두 환호성과 박수)

 


똘똘하게 대답하는 행자님의 목소리에 큰스님은 아주 기뻐했습니다. 대중들도 이 모습을 보고 절로 환호성을 터뜨렸습니다. 

 

약속한 법문 시간 20분이 다 끝나가자 큰스님은 용성진종조사는 어떤 분인지를 읊으며 대중들이 함께 따라하게 하면서 법문을 마쳤습니다. 

 


“용성진종조사는 석가여래부촉법 제67세인 환성지안조사의 후신으로서 석가여래 부촉법 제68세요, 석가여래계대법 제75세요, 조선불교중흥조 제6조이시고, 기미년 3.1독립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불교계 대표로서 기미년 3.1독립운동의 막후기둥이시고, 대한제국 부흥운동을 대한민국 수립운동으로 창도하셨으며, 독립운동의 깃발을 한반도기로 하지 않고 태극기로 하셔서 당시 태극기 물결을 일으키셨고, 그해 4월 중국 상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는데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신 그런 분입니다...”

 

큰스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다시 한번 큰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이렇게 법문이 끝나자 사홍서원을 모시며 기념 법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는 타고 온 차량으로 가서 각자 가져온 도시락을 먹는 것으로 대신 했습니다. 도시락을 싸와서 그런지 많은 인원이 왔음에도 아주 조용하고 차분하게 식사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날씨가 추운데 뜨끈한 국물이라도 준비할 걸 그랬어요. 서비스가 부족해서 죄송합니다.” 라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오후 1시 20분부터는 정회원 교육 시간을 가졌습니다. 본격적으로 교육 시간을 갖기에 앞서 최근에 만들어진 행정처 풍물패 '단디'(경상도 사투리)가 축하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신나는 풍물 장단에 맞춰 ‘통일의 나라로 가자’ 라는 노래를 들려 주었습니다. 

 

“흙수저가 똘똘뭉쳐 금수저가 되면은 한반도에 새날이 찾아올까. ♬

정토회에 딱 붙어서 우리모두 주인되면 통일의 새나라 밝아온다. ♬”

 

▲ 행정처 풍물패 '단디'의 축하 공연

 

가사 내용에 대중들은 절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렇게 한바탕 어깨를 들썩이고 나니 식사 후 몰려오던 졸음이 금방 달아났습니다. 

 

이어서 대중들은 스님에게 ‘정회원의 자세와 역할’에 대해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전국의 정회원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은데 어렵게 마련한 이 자리를 빌어 스님으로부터 소중한 가르침을 듬뿍 받을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정토회의 정회원은 어떤 사람을 말하며 어떤 일을 성취하고자 보시하고 봉사하는 것인지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정토회의 정회원인 여러분들은 대승의 보살행을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소승의 보살행은 전법을 하는 것에서 그칩니다. 그러나 대승의 보살행은 전법은 물론이고, 법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들도 외면하지 않고 고통을 덜 받도록 도와주는 데까지 나아갑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그가 눈을 뜨게 해 주는 것이지만 눈을 감은 상태라 하더라도 위험은 막아줘야 된다는 겁니다. 

 


이것을 법화경에서는 이렇게 비유합니다. 사랑하는 자식들이 지금 집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는데 집에 불이 났을 때 제일 정확한 방법은 ‘야, 불났다. 너희 위험하니까 빨리 나오너라’ 이렇게 얘기하는 것인데, 그렇게 말하면 두 가지 위험이 따릅니다. 첫째는 아이들이 노느라 그 얘기를 듣지 못할 수도 있고, 둘째는 ‘불났다’는 얘기를 듣고 놀라서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서 울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아이들을 구하지 못하게 되지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구할 수 있을까요? 방편을 써야지요. ‘얘들아, 여기 양이 끄는 수레가 있단다. 여기 사슴이 끄는 수레가 있단다’ 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불이 났기 때문에 위험해서가 아니라 더 좋은 장난감을 갖고 싶어서 집을 빠져나오게 되는 겁니다. 아이들에게 장난감 주는 데 목적이 있어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아닙니다. 아이들을 불난 집에서 끌어내려고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닙니다. 장난감보다 훨씬 더 귀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지요. 또 제 자식을 위해서 양이 끄는 수레를 못 줄 이유도 없겠지요.   

 

인연을 맺어줘서 스스로 깨닫는 것까지가 소승의 전법이라면, 대승의 전법은 그 법을 보지 못하는 이까지도 구제해줘야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종교가 없는 이나 타 종교인도 구제를 해야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한 구제는 아닙니다. 완전한 구제란 도움을 줘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눈을 뜨게 해서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도움을 줘서 해결하도록 하는 건 일단 위급한 불행을 막아줍니다. 예를 들어 한반도에 전쟁이라도 일어나게 된다면 얼마나 큰 불행과 고통이 생겨나겠습니까. 그런데 ‘야, 너희가 그렇게 하면 전쟁 날 위험이 있다’고 말해버리면 ‘집에 불났다’고 말하는 것처럼 불안만 더 부추기게 됩니다. 그러니 전쟁의 위험을 알려주기보다는 ‘밖에 좋은 수레가 있다. 나오너라’ 하며  통일의 희망을 주는 게 더 필요합니다. 통일의 길로 가려면 전쟁을 안 해야 되는 건 말할 것도 없으니까요. 

 

환경 문제를 예로 들어 보면, 세상에서는 개인적인 욕구, 순간의 즐거움만 쫓아서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하는 게 잘 사는 것인 양 얘기하면서, 그것을 GDP라고 이름 붙이고 누가 더 많은지 경쟁을 하는데, 그 경쟁은 어차피 제한된 지구라는 공간 안에서 제한된 자원과 공기와 물을 가지고 생산 경쟁을 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소비만 점점 늘리는 결과를 낳게 되고, 또 그렇게 되면 공기나 물이 오염되거나 부족하게 되든지, 자원이 고갈되든지, 환경오염이 심해져서 기후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이건 지속가능한 발전의 방법이 아니고, 어느 정도 가다가 결국은 멸망하는 길입니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힘이 자연의 복원력보다도 적을 때는 큰 문제가 안 되는데, 지금은 자연의 복원력 이상으로 파괴하는 힘이 커졌기 때문에 갈수록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하고도 지금 이렇게 살 수 있는 건 옛날에 생산해서 창고에 쌓아둔 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계속 과소비를 하니까 쌓아둔 자산이 점점 소멸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 문명은 언젠가 한계에 다다르고 말 것입니다. 앞으로 50년 갈지 100년 갈지 아무도 모릅니다. 효율적으로 쓰거나 절약하면 조금 더 갈 것이고, 낭비하면 얼마 못 가겠지요. 게다가 서로 더 가지려고 싸운다면 더 얼마 못 가겠지요. 그렇게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늦다는 차이는 있겠지만 이 방식으로는 어차피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은 이 길로 갈 수밖에 없다면 일단 시간을 벌어야 되니까 첫째, 에너지 절약 기술을 개발한다든지 소비 절약을 한다든지 해서 일단 이 문명의 기간을 늘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게 잘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우리들 삶의 가치가 바꿔야 되는데 그 대안은 수행뿐입니다. 

 

물질적 소비로 행복을 구하거나 욕망의 충족으로 기쁨을 얻는 행복관으로는 지속적으로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을 우리가 알고 실천하게 되면 그것은 지구상에 사는 수행자, 수행자 아닌 모든 사람, 사람 아닌 모든 생명까지도 다 구제하는 길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환경 실천을 하는 것은 모두 대승 수행자의 보살행에 속합니다. 

 


그런 면에서 여러분들은 개인의 호불호를 넘어서서 어떤 사람도 미워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사회의 안정과 나라의 안정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야 합니다. 적어도 정회원이라면 대승 수행자이니까 첫 번째, 스스로 수행자임을 명심하고 먼저 행복해야 하고, 두 번째, 전법을 행하고, 세 번째, 사회적 실천을 해 나가야 됩니다. 즉 우리에게 고통을 가져올만한 제도나 문명 등을 개선해 나가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실천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환경보호, 제3세계 구호활동, 각종 차별 철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민주주의 발전, 민주시민의식 함양 등을 위해 노력해 준다면 정토회 회원이 늘어나는 게 곧 대한민국이 좋아진다는 걸 의미하게 됩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만일결사 동안 이런 수행자를 전체 국민의 몇 1%를 만들어내자고 목표를 세웠습니다. 많이도 말고 1%만 만들려고 해요.(웃음) 그리고 우리와 같은 수행단체가 읍면동에 1개라도 있게 된다면, 환경실천이나 구호활동, 각종 봉사활동이나 시민의식 함양, 지방자치의 발전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게 될까 하는 생각으로 지금 한발 한발 걸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 자체가 시민교양교육이에요. 그래서 정토회는 우리 사회의 평생교육원이 되어야 합니다.(모두 박수)

 


그래서 목에 힘 준 남자들이 정토회에 와서 목에 힘을 좀 빼면 아이들이나 부인한테 좋고, 고집불통인 부인들이 절인 배추처럼 야들야들해지면 아이들이나 남편한테 좋고, 집안일에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아이들이 일찍 귀가해서 집안일도 거들게 된다면 부모한테도 좋고, 가정도 저절로 화목해지겠지요. 그런 사람들이 직장의 구성원이 되면 직장 분위기가 화목해져서 일을 잘 해 나가겠지요. 또 그런 사람들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면 불의가 닥쳤을 때 누구보다도 평화로운 방법으로, 두려움 없이, 앞서서 해 나갈 것이고, 북한에 아사자들이 많다고 하면 누가 막아도 식량을 전달한다든지, 외국에 어려운 아이들이 많다고 하면 힘닿는 대로 보살피는 일도 할 수 있겠지요. 

 

이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돈 드는 일도 아니에요. 괜히 쓸데없는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이런 일에 시간을 보내세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옷 사거나 옷 고르는데, 귀걸이 사거나 귀걸이 거는데 자꾸 시간을 낭비하니까 시간도 부족하고 돈도 부족하다고 하는 거예요. 또 보톡스니 뭐니 그런 것 좀 하지 마세요. 늙으면 주름살이 좀 있어야지 주름살을 펴니까 꼭 가면 쓴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다들 그런 걸 하고 싶나 봐요. 그런 데에 돈 안 쓰면 돈 쓸 데가 별로 없어요.(모두 웃음)

 


우리가 살아가려면 돈이 필요하긴 하지만 돈에 너무 집착하며 살지는 마세요. 돈은 있다가도 없는 거니까요. 그렇다고 낭비할 필요도 없겠지요. 우리는 없는 가운데에서도 여유를 부리며 행복하게 살아갑시다. 이것도 다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

 

스님은 약 2시간에 걸쳐 열정적으로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대중들은 스님이 주는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쳐있었던 마음에 다시 생기가 솟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스님의 감로와 같은 법문에 대중들은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참석한 대중들이 다함께 ‘수행자 행진곡’을 합창했습니다. 이 곡은 '어린이 행진곡'을 개사한 노래인데 어린이를 수행자로 바꾸어 씩씩하게 수행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힘차게 같이 불렀습니다. 또 대구정토회 저녁반 신혜정님이 나와서 오늘 스님 법문을 한마디로 요약 정리해서 구호를 만들어주어 정회원들의 결의를 다져주었습니다. 

 

“우리는 정회원! 하지말자, 보톡스!(모두 웃음) 하자, 평화통일!” 

 


센스가 넘치는 구호에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밖으로 나와서는 각 지부 별로 스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죽림정사 대웅전 앞에서 평화통일을 향해 힘차게 달려나갈 것을 다짐하며 ‘화이팅!’을 외쳤습니다. 

 

▲ 지부별 기념사진 촬영

 

이렇게 3.1절 기념법회를 모두 마치고 스님은 곧바로 서울로 향했습니다. 장수에서 서울까지 쉼없이 달려와서 저녁 7시부터 밤 늦게까지는 평화재단에서 회의를 연달아 가졌습니다. 

 

내일은 아침 8시 비행기로 인천공항을 출발해 3월 2일부터 8일까지 필리핀과 호주를 방문하고 돌아올 예정입니다. 필리핀 민다나오에서는 JTS가 세운 2개 학교의 준공식을 갖고, 마닐라에서는 동남아지역 정토불교대학 졸업식과 교민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을 한 후, 호주로 가서는 정토불교대학 졸업식과 즉문즉설 강연을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각각 가질 예정입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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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법륜 스님의 정토불교대학'이 신입생을 모집합니다. 불교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분들은 지금 신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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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희선생님을 설득하시고 뒤에서 보이지않게 3.1운동을 주도하신분도 대한제국을 대한민!국!으로 바꾸신분도 우리 용성스님이시군요!겨레의스승 !용성스님 사랑합니다^^

2016-03-06 22:10:11

오유진

감사합니다~~♡♡

2016-03-03 19:27:58

펜지

스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도 리프팅하고 싶었는데 안할게요.... 정말 돈 쓸데 없을 거 같습니다. 8일까지 해외일정 무사히 다녀오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스님의 하루팀 감사합니다.

2016-03-03 13: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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