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2.28 서원행자대회 회향 법문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서원행자대회 2일째를 맞이하여 모둠토론 내용을 경청한 후 정리 말씀과 회향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서원행자대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사이 스님은 10시 30분부터 제3수련장에서 JTS, 좋은벗들, 에코붓다 3개 사회단체 총회를 했습니다. 총회 구성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오늘 같은 행사날이 아니면 마련하기 어려워서 부득이하게 서원행자대회 중 총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좋은벗들 총회에서는 민족사 정립 차원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신한촌 독립운동 역사 복원 사업이 새롭게 제안되어 스님이 그 취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이와 관련해 오는 3월 10일~13일 러시아 현지로 가서 신한촌기념관 기공식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한편 서원행자대회는 아침식사 시간을 가진 후 오전 11시부터 모둠별 토론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니다. 모둠별 토론은 ‘SNS를 통한 불교대학 홍보’, ‘정회원 양성 기관으로서 불교대학의 역할’, ‘정토회의 사회활동’ 세 가지 주제에 대해 SWOT 분석(강점, 약점, 기회, 위기를 찾아내어 전략을 마련하는 기법)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300여 명의 정회원들은 모둠별로 흩어져 열띤 토론을 벌였고, 모둠장들이 나와 토론 결과들을 재미있게 발표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3분 스피치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떤 주제든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마음껏 해보는 자유발언대인데, 몇몇 분들이 발언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대학생정토회 팀장 소임을 맡고 있는 분은 자녀들이나 주위에 대학생들을 대학생 불교대학에 많이 참여시켜 줄 것을 요청했고, 무변심 법사님은 활동은 열심히 하지만 법회 출석 등 정회원 자격 유지를 하지 못해 자격 정지가 되는 분들이 있어 안타깝다며 정회원 자격 유지에 유념을 해줄 것을 당부했으며, 평소 법사님들이 각종 수련으로 과로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안타까웠던 한 분은 법사님들이 건강을 잘 챙길 수 있게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주었고, 잠시 활동을 쉬었다가 오랜만에 나오신 분은 다시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다짐을 말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다음은 모둠 토론 결과에 대한 발표와 3분 스피치를 경청한 스님에게 발표 내용에 대한 정리말씀을 청해 들었습니다. 

 


 

모둠 토론 내용 중에 백일기도 실천 과제가 SNS로 전법하기로 정해지면서 익숙하지 않은 대중들이 어려움과 혼란이 일부 있었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스님은 대중이 참여해야 하는 일을 정할 때는 사전에 실험 과정을 거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주었습니다. 

 

“앞으로는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다고 해도 그걸 단박에 실천과제로 정하기보다는 반드시 먼저 실험과정을 거쳤으면 좋겠습니다. 목표는 달성해야 되는데 시간은 없으니까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뭐든지 해서 일단 성과를 내보자는 부담이 있다 보니까 실험 없이 실천과제로 정하게 되는데, 그래도 먼저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대중들이 정토회를 믿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방침이 갑자기 주어졌다 하더라도 대중들이 ‘아, 지금은 우리가 이렇게 힘들지만, 정토회는 반드시 대책을 다 챙겨놨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보고 하라는 것 아니겠느냐?’ 라고 믿어준다는 것입니다. 

 


 

정토회에서 어떤 사업을 추진했는데 그게 잘 안 되면 대중들은 ‘우리가 잘못 선택한 거 아닌가?’ 하고 의심이 들 수 있습니다. 그 때 신뢰를 쌓아 놓았다면 대중들은 ‘아, 이번엔 잘 안 됐지만 이건 이미 다 위에서 예상하여 실험을 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일단 해 보자’며 믿고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불만을 토로할 때 ‘너 수행 안 됐다’고 해 버리면 대중들은 참고 억지로 하거나 시키면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경향이 생기게 됩니다. 이러면 안 됩니다. 

 

어떤 문제점을 사전에 다 파악해서 계획을 했더라도 현실에 적용하면 또 안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 새로운 것을 도입할 때는 반드시 먼저 실험으로 시행을 해 보는 게 필요합니다. 제가 대중들을 데리고 경주에 가거나 중국역사기행을 가거나 인도성지순례를 갈 때, 작은 계획도 그냥 변경하는 일은 없습니다. 반드시 먼저 답사해서 점검한 후에 변경하지, 아무 준비 없이 그냥 어디가 좋다고 하니까 대중을 데리고 가는 일은 없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정토회에서 어디를 간다고 하면 사람들이 신뢰를 하는 겁니다. 

 

특히 이번에 페이스북으로 홍보하도록 한 일은 부작용이 일부 지적되고 있습니다. 계정을 만들 줄도 모르는 사람한테 ‘실천과제이니까 무조건 하라’고 하니까 어찌어찌 만들어서 무조건 올리고 했다는데, 그러면 SNS 유저들이 싫어합니다. 그런 홍보는 효과가 별로 없다며 문제제기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떤 일을 처음 할 때는 언제나 서툽니다. 제대로 배워서 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정토회의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그리고 정토회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커졌기 때문에 대중들은 우리가 무모하게 한다는 생각은 안 할 거란 말이에요. 그러니 앞으로 새로운 걸 도입할 때는 반드시 일부 계층 또는 일부 지역에 먼저 실험을 거쳐서 확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모델을 자꾸 개발을 해야 되잖아요. 초파일 법회도 젊은이들에게는 좀 안 맞아서 좀 바꿔야 하는데, 그래서 올해 제가 청년국에는 ‘서울정토회 초파일 5부 법회를 너희가 회의해서 마음껏 기획해 봐라. 부처님 오신 날의 정신도 살리면서 청년들의 특성에 맞게 재미있게 한번 만들어 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은 하고 저것은 고쳐라' 등 아무런 지침도 안 줬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한번 실험해 보면 이후에 무슨 평가가 있겠지요. 이렇게 뭔가를 바꾸려면 실험을 먼저 해 보고, 평가를 거쳐서 바꿔야 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대증들에게 새로운 제안을 할 때는 늘 사전에 실험해보고 점검해야 한다는 말씀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기에 어느 때보다 공감이 잘 되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최근 악화되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 모두들 궁금해 하면서, 특히 한 분이 손을 들고 질문을 하자 앞서 모둠 토론과 관련하여 통일을 이루기 위한 정토회의 사회활동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지 다양한 측면에서 이야기해를 해주었습니다. 

 

“방금 전 어떤 분이 ‘스님이 너무 정치적인 문제, 즉 통일문제에 관여를 하시니까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도 그렇게 느끼는 분들이 계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스님도 사회문제에 관여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에요. 지금 전쟁 위기로 치닫는 이 상황을 막아내지 못하면 앞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있습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또 그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우리가 할 일을 해야 되겠지만, 그러나 우리가 그런 상황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면 이익이 더 클 것입니다. 즉 정토회가 남북 갈등을 평화적으로 조정하는데 기여한다면 첫째, 민족적 이익에 도움이 되고요, 둘째, 우리가 나중에 세계적으로 정토회 활동을 하게 되었을 때 그 경험이 우리의 엄청난 자산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당면한 이 문제에 기여를 못 한다면, 우리가 세계에 나갔을 때 사람들이 ‘정토회에서 마음 닦고, 편안해졌다’ 라고는 해도 ‘정토회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라고는 안 할 것입니다. 세계인들이 우리한테 ‘너희는 너희 나라 문제도 하나 해결 못하면서 무슨 세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냐?’고 할 거 아니겠어요? 그럼 정토회가 여태껏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해온 사회활동적인 면은 기가 좀 꺾이게 됩니다. 성공사례가 없으니까요. 성공사례가 있어야 다른 나라에 가서도 ‘불교가 희망이다. 대안이다’ 라고 할 것 아니에요? 미국에 가서도 ‘미국의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키는 데 불교가 새로운 이념으로서 희망이 될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아니에요? 

 

그런데 서양에서는 아직 불교의 이미지가 개인의 마음을 조금 편안하게 하는 것 정도이지 사회를 좀 더 건강하게 하는 것으로서 인식되지는 않습니다. 최근 들어 불교가 과학, 즉 물리학이나 신경계통의 학문과 융합하는 등 새로운 학문적 시도를 하고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불교에서 말하는 까르마, 즉 마음과 생각의 작용에 대해서 제가 늘 여러분께 이야기했잖아요. 그런 것들을 과학적으로 계속 규명해 나가고 있는 겁니다. 서양에서는 불교가 그런 데까지는 접근해가고 있는데, 아직 사회적인 측면, 즉 사회를 평화롭고 평등하게 하는 원리로써는 접근해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정토회의 과제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그에 대한 실험을 해서 모델을 만들어 놓으면 그 파급효과가 굉장할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에게는 우리 나라가 하나의 실험모델입니다. 더 길게 보면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그렇고, 세계 속의 정토회를 위해서도 이런 실험적인 모델을 만들어내는 게 결코 손실이 아닙니다. 

 


 

남북관계나 정치 상황을 보니 좀 절망감이 들지요? 그러나 아직 길은 있습니다. 길이 있으니까 우리가 이렇게 걱정하지 길이 없으면 걱정을 안 하지요. 하늘이 두 쪽 나도 더 이상 길이 없다면 탁 포기하고 잊어버리는 게 수행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직 통일 문제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주식에 비유하자면 주가가 폭락하더라도 잘 운용하면 그냥 불에 태워버리는 것보다는 잔금이라도 받아서 종자돈을 챙기는 게 낫기 때문입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열심히 임하시면 좋겠습니다.”

 

전쟁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 다들 우려하는 마음이 컸는데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더욱더 힘을 내어서 우리가 할 수 있는데까지 해봐야겠다는 다짐이 일었습니다. 서원행자들은 큰 박수로 스님의 말씀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 외에도 스님은 모둠 발표 내용에 대한 피드백으로 약 2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어 주었습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정토회의 서원행자들이기 때문에 스님은 더욱더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어서 대청소 시간을 1시간 동안 가진 후 오후 4시에 다시 대수련장 강당에 모여 서원행자대회를 마치면서 스님에게 회향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앞서 모둠 발표 내용에 대한 정리말씀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했기에 회향 법문에서는 활동가들을 격려해주는 말씀을 간단하게 해주었습니다.  

 


 

“우리가 세운 원을 다 성취하려면 얼마나 해야 될까요?” 

 

“죽을 때까지 해야 돼요.” 

 

“죽을 때까지요? 참 쉽게 생각하네요.(모두 웃음) 죽을 때까지만 해도 된다면 죽으면 끝이잖아요. 세세생생(世世生生) 해야 됩니다. 아시겠어요?”  

 

“예.” 

 


 

“첫 번째, 꾸준히 해야 됩니다. 먼 길을 갈 사람이 너무 조급하게 급히 뛰면 오래 못 가고, 또 게을러서 놀아도 안 되잖아요. 그래서 ‘꾸준히’란 말에는 게으르지도 말고, 또 조급해 하지도 말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건 부처님께서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이기도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불방일(不放逸), 즉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해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번  1차 만일결사뿐 아니라 2차 만일결사도 남아 있기 때문에 조급하게 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먼 길 가려면 꾸준히 평정심을 가지고 해나가야 합니다.  

 

두 번째, 힘들여서 하면 하다가 지치기 때문에 꾸준히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재미있고 즐겁게 해야 됩니다. 인상을 쓰다가도 금방 ‘엇?’ 하고 인상을 탁 피면서 웃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남이 여러분한테 ‘네 장점이 뭐냐?’고 물으면 여러분은 ‘능력은 없는데 있다면 그저 꾸준히 뭐든지 즐겁게 하는 편입니다. 행복이 제가 가진 최고의 장점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돼요. 

 

 

세 번째, 일을 즐겁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연구해 가면서 해야 일이 재미있습니다. ‘야, 절벽이 높다. 어디로 올라갈까? 사다리 만들까? 줄을 타고 올라갈까?’ 이렇게 연구를 하면서 해야 재미가 있습니다. 그냥 도전을 하면 결국 실패가 많아지고 지치게 됩니다. 연구를 하면서 일하면 실패를 해도 소기의 성과가 남습니다. ‘이러니까 안 되네?’ 하는, 그 안 되는 걸 배울 수 있습니다. 연구를 안 하면서 하면 실패가 낭비가 되는데, 연구를 하면서 하면 실패가 축적이 되고 경험이 되어서 자꾸 쌓입니다. 실패가 곧 배움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게 일정한 한도를 넘으면 문리가 트이게 됩니다. 

 

문리가 트인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아세요? 예를 들어 서당에서 한문을 1천자, 2천자 배우다 보면 나중엔 안 배운 글자도 저절로 알 수 있게 되는 현상을 문리가 트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동차 수리를 오래 하다보면 엔진 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고장 났는지 알고, 의사도 오래 하다 보면 진료실에 들어오는 사람의 얼굴 빛깔만 봐도 어디가 아픈지를 알게 되는 겁니다. 화두라는 것도 결국 탐구입니다. ‘이 뭐꼬?’ 하고 탐구를 거듭 하다 보면 어느 날 고무풍선이 툭 터지듯이 지혜의 눈이 환하게 뜨이는 겁니다. 

그런 것처럼 우리도 문리가 트여서 한두 가지만 탁 보고도 윤곽을 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연구를 많이 해야 됩니다. 발명가 에디슨은 연구에 재미를 붙여서 하니까 집중력이 굉장히 높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안 하니까 힘든 거예요. 정토회 일하는 게 힘들어요? 재미있지 않아요? 이거 안 하면 무슨 재미로 살아요? 스님만 그래요? (모두 웃음)  

 


 

즉문즉설 하면 스님은 재밌어요. 그래서 3시간이 갔는지 4시간이 갔는지도 잘 모르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웃겨서 재미가 있는 게 아니고 질문자가 웃겨서 재미가 있는 거예요. 질문자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앞뒤 없이 막 하잖아요. 그걸 듣는 사람들은 배꼽을 잡고 웃는데, 정작 본인은 뭣 때문에 사람들이 웃는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뭐든지 재미있게 하셔야 돼요. 재미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된다고요?”

 

“연구해야 돼요.”

 

“예, 그러면 재미가 있고, 재미가 있으면 저절로 꾸준히 하게 됩니다. ‘꾸준히 하겠다!’고 결심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그냥 재미있게 하다 보면 남이 보고 ‘꾸준히 한다’고 평가를 해 줍니다. 아이들이 만화를 꾸준히 보지요? 왜 그럴까요? 재미가 있어서 그래요. 재미가 있으면 저절로 꾸준히 하게 됩니다. 재미가 있으면 누가 말려도 하고, 숨어서도 합니다. 산에 가면 거기에서도 배울 게 있고, 외국에 가면 거기에서도 배울 게 있고, 힘들면 힘든 속에서도 배울 게 있습니다. 여러분은 술을 마시더라도 ‘어느 정도 마시면 정신이 혼미해지지?’ 하는 걸 연구하면서 마셔야 해요.(모두 웃음) 

 


 

스님은 위내시경 검사할 때 마취주사 맞고도 ‘내가 어디까지 정신을 차릴 수 있나?’ 하는 걸 테스트합니다. 잘 지켜보다가 어느 순간 깜빡 정신을 잃었는데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까 시간이 한참 지났더라고요. 내가 딱 다섯 번만 더 테스트해 보면 정신이 언제 가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모두 웃음) 

 

그렇게 하면 죽는 것도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죽을 때 보통 발버둥을 치다가 깜빡 가기가 쉬운데, 정신이 가물가물해지는 것을 잘 지켜보면서 옆에서 우는 소리도 들으면서 ‘아이고, 울기는 왜 우나?’ 이러면서 죽으면 되겠더라고요.(모두 웃음)

 


 

누가 나를 재미있게 해 주길 기대하는 건 안 됩니다. 그건 남의 손에 놀아나는 것일 뿐이에요. 자기가 자기를 연구하면서 살면, 남이 나를 보고 뭐라고 하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나는 재미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연구하면서 살면 인생이 재미가 있고, 재미가 있으면 꾸준히 하게 됩니다. 그렇게 살아갑시다. 올해는 국내외 주변 상황도 좋지 않고, 또 8차 천일결사에서 미처 못 한 과제도 많이 남았지만 부담스러워하지 마세요. 우리가 짊어져야 될 짐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고, 개미가 하나하나 물어다 날라서 개미집을 짓듯이 꾸준히 하면 뭐든지 해낼 수가 있으니까요. 설령 올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다 못 했다 하더라도 어떻습니까? 다음에 또 해 나가면 되지요. 게을러서 안 한 것과는 다르잖아요. 그렇게 꾸준히 재밌게 연구해 가면서 합시다.” 

 

스님의 애정이 듬뿍 담긴 격려 말씀에 서원행자들은 힘찬 기운을 받고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고 신나게 일할 생각에 힘이 샘솟는 것 같았습니다. 

 


 

사홍서원으로 서원행자대회를 모두 마친 후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는 스님의 주신 기운을 이어 받아 사회자의 선창으로 다함께 구호를 힘차게 외쳤습니다. 

 

“나는 서원행자! 만들자 정토세상! 언제까지? 세세생생!” 

 


 

구호를 외치는 서원행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지만 서원행자들이 희망의 씨앗이 되어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행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기쁜 마음에 정토수련원의 설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종종 걸음으로 산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모습을 바라보니 절로 감탄사가 쏟아지고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습니다. 

 


 

서원행자대회를 마친 후 저녁 6시부터는 행자대학원 제8기 졸업식이 정토수련원 대웅전에서 열렸습니다. 스님은 졸업하는 행자님을 위해 졸업기념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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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5

0/200

이미현

스님~~말씀 고맙습니다.

2016-03-04 17:04:44

이미경

경전책도 예전처럼 여분이 있어서 법당에서 받을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스마트폰으로 때우려했는데 글씨 읽기가 참 힘드네요

2016-03-01 09:04:23

류경국

오늘 저에게 필요한 말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로도 스님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웃고갑니다.
꾸준히 재밌게 연구하며 살아보렵니다^^

2016-02-29 21: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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