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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토회 행정처에서 상근봉사활동을 하는 부장급 이상의 주부 활동가들을 초청하여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격려해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부 활동가들은 주요 직책을 맡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봉사하시는 분들인데, 그것 때문에 남편들이 생활 상의 불편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자원활동가들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남편분들의 마음도 좀 풀어드리고자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아침 7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스님은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이어 미팅과 회의를 가졌습니다. 강연이 없는 날이면 이렇게 평화재단에서 하루종일 미팅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녁 6시가 되자 곱게 옷을 차려 입고 퇴근하는 남편의 손을 잡고 정토회 주부 활동가들이 평화재단 3층 강당으로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평화재단 사무실 한켠에서는 각종 요리들을 만들어 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집안 일에 우선해서 상근활동을 하는 주부활동가들을 위해 오늘은 정토회 실무자들이 두 팔을 걷고 요리, 서빙, 설거지 봉사에 적극 나섰습니다.
형형색깔의 풍선이 아기자기하게 장식되고, ‘환여합니다’ 라는 글씨가 칠판에 붙여지자 그럴듯한 만찬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정성이 깃든 음식과 환한 웃음으로 환영을 해주는 스님의 얼굴을 보며 모두들 기뻐했습니다.
먼저 정토회 이기혜 대표님 부부와 행정처 김은숙 처장님 부부가 앞으로 나와 스님과 함께 케익 컷팅식을 가졌습니다.
▲ 정토회 이기혜 대표님 부부(왼쪽)와 행정처 김은숙 처장님 부부(오른쪽)
이어서 정토회 이기혜 대표님 부부부터 시작해서 차례대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남편분들이 할 말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남편분들에게만 발언을 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예년과 달리 불만이 많이 잦아들었고, 스님께 항의를 하기 보다는 아내의 수행 덕분에 집안이 편안해졌다며 감사 인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한 분은 아내를 6개월만 좀 빌려달라고 스님에게 부탁하기도 해서 모두 함께 웃기도 했습니다. 스님에게는 휴가를 줄 수 있는 아무런 권한이 없음에도 말입니다.
“저는 정토회를 정말 싫어합니다. 사실은 오늘 올 때도 저희 집안 꼴을 사진으로 찍어서 PPT와 전단지로 만들어오려고 했어요. 스님께 좀 보여드리려구요. 아내는 밖에서 좋은 일 할지 몰라도 집안 꼴은 영 아니거든요. 또 제가 올해부터 휴직을 해서 1년 동안 집에서 놀게 되었는데요. 직장에 다닐 때는 괜찮았는데, 집에 가만히 있어보니 아내가 맨날 늦게 들어오는데 미치겠더라고요. 스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한 6개월만 아내에게 휴가를 주시면 재미있게 놀고 다시 정토회로 돌려보내드리겠습니다.”
처음에는 6개월 휴가를 부탁했지만, 다른 남편 분들의 이야기를 한바퀴 다 듣고 나서는 다시 3개월 휴가로 요청을 변경해서 더 큰 웃음을 자아내었습니다.
또 다른 분은 아내를 이해해보려고 이 자리에 나왔다며 분위기를 유심히 살피는 분도 있었습니다.
“저도 정토회를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그렇지만 아내가 좋기 때문에 꾹 참고 정토회도 좋게 보려고 하고 있어요. 아내가 정토회 활동을 시작한지 4~5년 되었는데, 갈수록 제가 지쳐가는 것 같습니다. 아내를 조금 더 이해해보려고 오늘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또 어떤 분은 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고 나서 오히려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수행담도 들려주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요즘 아내를 보면 제가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가 생각나요. 아이가 울고 있으면 일하는데 방해가 되어서 아이 안고 저 방으로 들어가면 안 되겠느냐고 그랬는데... 그 과보를 제가 지금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웃음)
요즘 스님의 즉문즉설을 자주 듣다 보니까 이런 말씀이 참 좋더라고요.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겨야지 날씨를 탓해봐야 나만 괴롭다’. 그래서 저도 아내가 안 들어오면 놀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웃음) 그런데 아내가 요즘처럼 행복해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어요. 열심히 보좌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부분이 아내가 정토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데, 그 중에는 반대로 남편이 정토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아내분의 하소연도 남편들의 하소연과 같아서 공감을 자아내며 격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격렬한 저항의 시기를 지나고, 이제는 체념과 포기, 순응의 시기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그랬어요. ‘기도는 당신이 하는데, 수행은 제가 하는 것 같다’라고요. (모두 웃음)
수행은 배우자들이 더 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스님도 “그 말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한바탕 성토 대회가 있은 후 스님이 말씀을 이어갔습니다. 스님은 “정토회 활동을 잘 모르는 배우자들이 많이 궁금해 하실 것 같다”고 하면서 정토회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개략적으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정토회는 크게 정토회와 정토회 자매단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토회 자매단체는 주로 사회활동 기구입니다. 첫째, 제3세계 구호활동과 복지활동을 하는 사단법인 JTS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인도,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의 긴급구호, 아이들 교육 지원, 학교·병원·장애인 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동남아 10개국에 지원을 하고 있는데, 현지에서 직접 시설을 지어서 운영하는 곳은 필리핀 민다나오와 인도 보드가야 2곳입니다.
필리핀 민다나오는 해발 1,000m 위치라서 덥지는 않습니다. 밤에는 담요 덮고 자야 될 정도로 선선합니다. 경치도 아주 좋고요. 원주민들이 사는 마을의 중심에 있으면서, 주로 무슬림 지역과 원주민 부락에 지원을 하고 있는데, 원주민 부락에는 주로 시민군이라고 해서 반군이 있고, 무슬림 지역에는 MILF이라고 해서 무슬림 반군이 있는데, 저희 사무소가 있는 데는 안전한 곳입니다. 거기서 차타고 3, 4시간 가면 무슬림 거주지역이 나오는데, 그곳은 분쟁 때문에 삶의 환경이 가장 열악한 곳이거든요. 저희는 그곳에 있는 장애인 시설과 학교 등을 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민다나오에서는 농사를 지어도 됩니다. 혹시 건강이 안 좋은 분들이 계시다면 시간을 내서 그곳에 3개월 정도 계시다 오셔도 좋을 겁니다. 정토회에서 봉사하는 아내 둔 덕에 남편분들은 언제든지 거기 가서 사실 수가 있습니다. 대신 거기에 있는 우리 봉사자들은 공동체를 이루어서 살고 있으니까 최소한 아침예불과 발우공양에는 참여하되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지내시면 됩니다.
인도는 더워서 여름에는 살기가 어렵습니다. 47도까지 올라가니까 제가 살아봐도 어렵더라고요. 오히려 10월부터 한 3월까지는 괜찮습니다. 거기가 가난한 동네이긴 하지만 부처님이 6년 동안 고행하신 곳입니다. 저희가 학교도 세웠고, 병원도 지었고, 마을개발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대부분 긴급구호, 즉 지진 나거나 태풍 불면 1년이든 2년이든 지원을 해주고 철수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둘째, 환경운동을 하는 ‘에코붓다’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식사 후 그릇을 닦아먹는 빈그릇 운동도 하고, 쓰레기제로운동도 하고,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자자’는 소비절약운동도 하는 등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셋째, 북한난민들을 지원하고, 한국에 와있는 새터민 아이들을 돌보는 ‘좋은 벗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로 중국에서 북한난민들을 많이 도왔습니다. 1997년~2000년에는 국경에서 난민 2만여 명에 대한 구호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서도 활동하고 있어요. 그러나 저희는 기본적으로 평화운동을 하고 있으니까 북한하고 싸우는 식의 활동은 하지 않습니다.
넷째,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 평화재단에서는 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주목적으로 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3개의 기구가 있는데, 첫 번째로 ‘평화연구원’은 국책기관에 있던 분들이나 대학교수 등 외부 연구원들이 멤버가 되어서 같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미나도 하고, 정세분석과 판단도 하고요. 전에는 저희가 정부하고 협력이 잘 되어서 정부에 정책 제안도 많이 했는데, 남북관계가 나빠지면서부터는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평화교육원’에서는 사회의 중년층 이상 40, 50대에게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문제, 즉 경제, 문화, 국방, 통일 등 여러 문제에 대해 3개월짜리 과정의 ‘평화리더십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의사, 직작인 등이 많이 다닙니다. 여기에 고문으로 계신 사회 원로 분들은 국가의 중요한 정책 방향에 대해서, 즉 평화나 통일, 경제민주화 정책 등을 제안하는 역할도 하고 계십니다. 세 번째로 ‘청년포럼’이 있어서 청년들 교육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자살하는 걸 보고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청춘콘서트’를 시작했었는데, 현재는 ‘청년학교’가 만들어져서 수행과 사회활동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리더십아카데미를 수료한 분들을 주축으로 통일의병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정토회는 종교적 색채가 있으니까 내가 다니기가 좀 그렇다’ 싶은 분들은 시간이 되시면 평화리더십아카데미를 다니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 정토회는 크게 세 분야로 나뉘어 있습니다. 첫째, 행정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행정처’가 있는데, 행정처는 정토회의 골간이 되는 행정조직입니다. 둘째, 국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대의원회’가 있습니다. 대의원회에는 예산 및 결산, 사업 등을 심의하는 기구입니다. 셋째, ‘법사단’이 있어서 감사 기능, 즉 재심의하는 역할도 하고, 수행을 지도하는 역할도 합니다.
정토회는 이렇게 민주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지역조직의 대표나 중앙 대표들은 다 선거를 통해서 선출되고, 그 산하 부장들은 임명 됩니다. 전국에 현재 8개 지부가 있고요, 해외지부 1개, 청년지부 1개, 해서 총 10개 지부가 있습니다. 각 지부 산하에는 다시 각 정토회가 있고, 각 정토회 산하에는 다시 ‘정토법당’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법회 들으러 가는 곳이 바로 정토법당입니다. 그리고 정토회 해외지부는 교민들을 중심으로 해서 만들어져 있는데, 아프리카 대륙 빼고 전 세계에 다 있습니다.
밖에서는 정토회를 종교단체로 보지요? 그러나 저희들 스스로는 신앙공동체가 아닌 수행공동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신앙과 수행의 차이를 말씀드리자면, 신앙은 복을 받거나 죽어서 천당에 간다는 믿음이라면, 수행은 자기 스스로 자기 짐을 가볍게 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수행공동체라고 할 수 있어요.
정토회는 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재벌의 지원을 일절 받지 않고 있습니다. 수행자들이 낸 보시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토회에는 월급을 주고 고용한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오늘 여러분께서 드신 식사도 다 봉사자들이 돌아가면서 준비한 것이고, 법당에서 재를 지내는 것도 다 우리 수행자들이 직접 재주가 되어서 치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여러분들은 ‘무슨 절에 일이 그렇게 많느냐’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정토회의 모든 일이 다 그렇게 봉사자들의 봉사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해외에 파견된 봉사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봉사자들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하지 그 이상은 못합니다. 그래서 비효율적이긴 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문제제기하는 게 ‘정토회가 전문가를 고용해서 운영하면 굉장히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빨리 확대될 것이다’ 하는 겁니다. 그런데 저희는 일을 하면서 우리가 기쁘고 즐거운 범위 안에서만 일을 해 나가기 때문에 남들이 볼 때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이 발생하는 겁니다. 무슨 종교단체처럼 막 세뇌를 당해서 일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믿음을 좀 가지시기 바랍니다. 스님에게 홀리거나 스님한테 빠져서 그러는 게 아니고, 자기가 좋아서, 자기 나름대로는 어떤 삶의 길을 찾아서 행하는 것입니다.(모두 웃음)
문경에는 정토수련원이 있어서 정토회원이 아니라도 깨달음의 장, 나눔의 장, 명상수련 등 각종 수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깨달음의 장’에는 사회의 저명인사나 공무원, 회사원 등 일반인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어서, 수련이 사회의 정신적 정화에 많이 기여하게 되었습니다. 여야 정치인들 중에서도 좀 경직된 분들이 다녀가면 그 분들이 가진 원래 자기 성질은 못 고치더라도 융통성은 조금 더 갖게 된다는 평도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먹거리 문제가 사회적으로 점점 대두될 것인데, 정말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제공하는 농업의 새로운 구조를 한 번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제가 농민 출신이니까 아마도 지도법사를 퇴직해야 그 분야를 개척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작하게 되면 다들 은퇴해서 모두 오십시오.(모두 웃음)
또 ‘대학원 대학’ 같은 걸 열어서 평화교육이나 수행교육을 좀 더 전문적으로 해 볼 계획도 있습니다. 앞으로 법률 분야, 재정 및 회계 분야 등 여러분들의 전공을 발휘할 기회가 곧 올 것입니다. 저희는 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하는 것은 못 하게 되어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건물관리도 전문자격이 있는 여러분들이 맡아주시면 좋지요. 그런 면에서 정토회에는 사실 은퇴한 분들이 정말 필요합니다. 그런데 막상 은퇴한 분들이 정토회에 와서 봉사를 오래 못 하고 중간에 그만두는 이유는 사회적 대우를 못 받기 때문입니다. 가정주부들은 여기 와서 목에 힘주는 일이 없으니까 적응을 잘 하는데 은퇴한 남자 분들은 수행이 안 되다보니 그렇습니다. 정토회에 와서 수행하시고 아집을 조금만 내려놓으시면 평생 봉사할 수 있는 곳이 이곳이고, 여러분들의 재능을 사회 발전을 위해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곳도 이곳입니다.
문경은 전에 천막집 짓고 살다가 얼마 전에 수련장을 1차 완공해서 지금 사용 중인데, 벌써 수련장이 풀로 가동이 되고 있어서 다시 증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경상북도와 문경시가 협조해 주어서 도로가 잘 개통됐습니다. 전에는 좁은 도로라서 60평 이상 건물을 못 지었는데, 지금은 2차선 도로가 개통되어서 큰 건물도 지을 수 있게 됐습니다. 수련원으로 올라오는 길은 확실히 전보다 편해졌습니다.
또 봉화에는 작고 예쁜 집도 지었습니다. 주말에 가서 좀 쉬고 싶으면 나중에 그리로 가셔도 됩니다. 정토회가 아직은 봉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당장 그럴 수는 없겠지만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정토회 회원들을 위한 휴양시설이 갖춰질 것입니다.
지금은 아내가 집안일은 안 하고 정토회 일만 많이 해서 여러분들이 많이 불편하실 텐데, 제 생각에는 여러분들이 늙어서는 조금 득을 보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사 갈 때 여러분들을 버리고 가는 일도 절대 없을 테고요. 여러분들이 지금 불편하신 걸 잘 견뎌주시면 나중에 함께 웃으며 살 날이 올 것입니다.”(모두 웃음)
정토회 활동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과 더불어 따뜻한 격려 말씀에 모두들 얼었던 마음이 녹아나는 듯 큰 박수를 치며 웃음을 띠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자신의 배우자가 사회를 위해 참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는 충분히 동의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풍랑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기에 아직도 마음의 앙금이 좀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스님은 더 하소연 할 것이 있으면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자리를 열어 주었습니다.
몇몇 분들의 하소연이 더 있었습니다. 또 중간 중간에는 노래도 한자락씩 부르면서 조금씩 답답한 마음을 풀어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부분이 고충들을 잘 이겨내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모임을 마치면서 스님은 다시 한 번 고충을 잘 이겨내고 있는 배우자들에게 감사 인사와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고충들을 이겨내시는 걸 보니까 안심이 좀 되네요. 신혼 초에는 밥이 잘 안 되다가 살아가면서 밥맛이 좀 좋아지듯이, 그렇게 조금씩 집안도 평화롭고, 세상도 평화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내가 춤 바람 난 것도 아니고, 보석을 사는 등 사치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쨌든 나름대로의 소신을 가지고 봉사하는 기쁨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보통 남자들은 자기 일, 자기 역할이 있어야 되잖아요. 요즘은 여성들도 다 학력 수준이 높기 때문에 자기 나름대로 역할을 하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부부관계에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삶에서 자기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이니까 여러분들이 좀 인정을 해 주시면 아내들이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들이 아내들을 후원해 주기 때문에 이렇게 가정생활도 유지하고, 정토회 활동도 할 수 있는 거거든요. 배우자의 후원이 없으면 정토회도 유지될 수가 없습니다. 정토회는 정부나 재벌의 지원을 받아서 운영되는 게 아니라 우리들이 낸 보시금과 우리들의 봉사로만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 말씀을 드리고요.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번씩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릴 테니까 이럴 때 좀 해소를 하세요. 아마 5년 정도 지나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지금 보다는 좀 더 이해되리라고 생각합니다. 20년 전에는 정토회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을 완전히 미쳤다고 그러고, 부모들은 자식을 찾으러 오는 등 완전히 사이비 종교 취급을 당했습니다만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조금 있으면 쨍 하고 해 뜰 날이 있을 테니까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모두 웃음)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스님의 당부 말씀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부부들에게 스님은 새책 ‘행복’을 사인해서 한 명 한 명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일일이 악수를 건네며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함께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모임을 시작하기 전 굳어있던 표정들은 온데 간데 없고 환한 웃음만 남아 있었습니다. 가슴에 쌓아 둔 답답함이 많이 풀어졌나 봅니다.
▲ 기념 사진 촬영
스님은 입구에 서서 모든 분들이 나갈 때까지 배웅을 했습니다. 이기적인 경쟁심이 팽배한 요즘 같은 사회에 정토회에 나오시는 주부활동가들도 정말 훌륭한 분들이시지만, 이 분들의 배우자들은 더욱 훌륭한 분들이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 활동가 부부를 배웅하는 스님
모임을 마치고 스님은 요리, 서빙, 설거지를 도맡아 해 준 실무자들과 행자들을 격려해준 후 밤 11시가 다 되어 서울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내일도 역시 아침 7시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평화재단에서 연이어 회의와 미팅을 가질 예정입니다. 특히 아침에는 여러 종교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전쟁 위기 상황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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