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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청년정토회와 대학생정토회 정회원들을 위해 정초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지난 8일 동안 전국 8개 지부를 순회하며 정초법회를 했는데요. 오늘은 그 마지막 차례로 청년대학생 정회원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후 2시가 되자 서울제주, 강원경기동부, 인천경기서부, 광주전라 등 전국에서 총 83명의 청년대학생 정회원이 서울 정토회관 1층 법당을 가득 메웠습니다.
삼귀의, 반야심경 봉독이 끝나자 청년정토회 국장 소임을 맡고 있는 이효상 법우가 반갑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 청년정토회 이효상 국장
“오늘은 지도법사님을 모시고 정회원들을 위해 법회를 여는 날입니다. 모둠장 활동, 불교대학 운영, 천일결사 운영 등 각종 행사들을 도맡아 하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모인 것 같은데요, 프로그램도 알차게 준비했으니 마음껏 즐기시고, 또 정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들을 충분히 풀어놓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인사말이 끝나자 각 지역별로 참가자 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행정부 정회원, 서울제주 서초 청년팀, 서대문 청년팀. 송파 청년팀, 양천 청년팀, 노원 청년팀, 성동 청년팀, 인천경기서부 청년팀, 강원경기동부지부 청년팀, 대학생팀, 청년포럼 순서로 앞으로 나와 소임과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참가자 소개 후 신규 정회원이 된 7명이 무대로 나와 준비한 촌극을 보여주었습니다. 쭈삣쭈삣 거리며 무대로 나오더니 갑자기 촌극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7년 뒤 2차 만일결사가 시작된 상황이라고 알려준 후 법륜 스님의 법문을 영어로 말하고 통역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정토행자들이여 그대들은 전법의 길을 떠나라” 라는 외침과 함께 해외로 전법을 떠난 두 행자가 영어로 희망의 메시지를 외국인들에게 전하는 모습이 이어졌습니다.
“Don’t be lazy, keep hard.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Be free without any stress.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라)”
▲ 2차 만일결사의 모습을 촌극으로 표현하고 있는 청년정토회 신규 정회원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청년들을 보니 전 세계로 뻗어나갈 2차 만일결사가 가까이 다가온 것만 같았습니다. 촌극 마지막엔 마하반야바라말다심경을 힙합스타일로 랩을 하고, 팝송을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I Say 정토 You Say 행자!” 라고 함께 외치며 퍼포먼스를 마쳤습니다. 신규 발심행자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퍼포먼스였습니다.
다음으로는 청법가, 삼배, 입정 후 차분한 분위기에서 스님의 정초 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 청년정토회 정회원 정초법회
스님은 설명절 안부 인사와 함께 청년들은 정초기도를 잘 했는지 물어보며 “새해를 맞이해서 한 해를 잘 보내려면 시작할 때 마음을 정갈하게 가져야 한 해를 잘 감당해 낼 수 있다”고 하면서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저도 여러분들이 바쁜 거 알아요. 여러분들이 이렇게 봉사를 해주기 때문에 청년불교대학이나 대학생불교대학도 운영된다는 것을 압니다. 또 신자들이 모여서 ‘법문은 좋은데, 정토회에 빠지지는 마라. 거기 빠지면 큰일이다’ 하고 쑥덕거린다는 것도 알아요. 자기 짐이 무거워서 짐 덜려고 온 사람한테 제가 짐을 2개씩 더 올려주니까 ‘못 견디겠다’고 하는 게 이해는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지금 신자예요? 수행자예요? 수행자는 그런 얘기에 솔깃해 하면 안 돼요.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한번 살아보자고 모인 사람들입니다.
정토회에서 ‘죽어서 극락 간다’고 가르치던가요? 아니지요? 그런데 정토회보다 더 많이 보시하고 봉사하는 단체들이 많아요. 정토회에 들어가면 바쁘다고 하지만 비교도 안 됩니다. 또 어떤 곳은 전 재산을 다 내놓는 곳도 있어요. 그런데 그게 다 조건부입니다. 죽어서 천당 간다든지, 그래야 복을 많이 받는다든지.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것이 없지요. 그런 얘기도 안 하는데 보시하고 봉사한다는 건 참 굉장한 일입니다. 외부에서 보면 연구해 볼만한 일일겁니다.(모두 웃음)
종교라는 건 나중에라도, 죽은 뒤에라도 뭐가 주어진다는 미끼가 있는데, 우리는 아무런 미끼가 없잖아요. 대신 우리는 해탈과 열반, 즉 행복을 추구합니다. 즉 ‘돈은 그가 나보다 많고, 지위도 나보다 높고, 나보다 더 건강하고, 인물이 잘 생겼어도, 행복한 것은 내가 그 사람보다 더 낫다’ 하는 걸 추구합니다. 여러분들은 그런 자부심이 있어요?”
“예.”(모두 웃음)
“저는 여러분들에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나는 늙었지만 젊은 너보다 행복하다. 나는 혼자 살아도 결혼한 너보다 행복하다. 나는 자식이 없지만 자식이 있는 너보다 행복하다. 나는 건강이 안 좋지만 건강한 너보다 행복하다. 나는 지식도 적고, 기술도 적지만 너보다 행복하다. 나는 사고가 덜 경직되어 있어서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죽어서 어디 가는지는 모르지만 죽음에 대해서도 덜 두렵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목표는 해탈과 열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부터 행복하기 그리고 행복 전하기’를 할 수 있는 거예요. 남한테서 희망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내 인생의 희망이 되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가 정토회의 8차 천일결사 모토잖습니까? 다들 그렇게 살고 있어요?
여러분은 아직 나이도 젊고 건강한데 뭐가 힘들다고 난리예요?(모두 웃음) 여러분은 직장생활이 힘들다, 연애가 힘들다, 뭐가 힘들다고들 하는데, 그렇게 신자가 되고 싶어요? 젊은이가 장부답게, 수행 정진을 해서 자기 짐을 자기가 가볍게 하고, 더 나아가 보시하고 봉사하면서 남의 짐도 좀 들어주고 그러면서 어깨를 펴고 환하게 웃으며 활기 있게 살아야지, 계속 하소연하고, 빌고, 그러면 안 되겠지요? 그러니 우리 정토행자들은 일단 스스로 수행해서 자기 짐을 자기가 좀 가볍게 해야 됩니다.
결혼 안 해서 괴롭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혼자 살면 홀가분하고 좋지 왜 괴롭습니까? 둘이 산다고 괴롭다고요? 둘이 살면 좋지 왜 괴로워요? 애 키우느라 힘들다고요? 고양이도 새끼를 5, 6마리 낳아서 키우는데 사람이 아이 하나 낳아서 키우면서 뭐가 괴롭다는 거예요?(모두 웃음)
‘힘들다’ 하면 끝이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정진하고, 옷 챙겨 입고, 직장 나가서 일하고, 점심시간에 카톡 점검하면서 봉사 좀 하고, 퇴근하면 법당에 나와서 봉사하고 그러면 되잖아요. 애인 없으면 여기 와서 남자친구들, 여자친구들 하고 놀면 되잖아요. 꼭 짝을 맞춰서 ‘내 애인이다’ 라고 정해야 속이 시원해요? 안 정하면 10명이 다 내 친구가 될 수 있는데, 정하면 딱 1명으로 끝이잖아요.(모두 웃음)
이렇게 활동을 많이 하고 집에 들어가면 잠이 안 올 수가 없어요. 여러분들은 ‘직장 가야지, 팀장 해야지,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제 얘기 한번 해 볼까요? 그러니 좀 활기 있게 삽시다. 우리가 행복해야 옆에 있는 사람들이 ‘저 사람들은 뭐가 좋아서 저럴까?’ 궁금해서 자꾸 따라오는 겁니다. 안 그러면 ‘정토회에 3년 있었다면서 저렇게 인상 쓰는 걸 보니까 스님 말이 저렇지 현실은 아니구나’ 하면서 다 가버립니다. 여러분들이 행복해야 하는 겁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삽시다.”
이 외에도 스님은 2시간에 걸쳐 정토회는 수행자들의 모임이라는 점과 수행자의 마음가짐, 수행, 보시, 봉사하는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어서 개인의 고민이나 활동하면서 들었던 의문을 묻고 답하는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네 명의 청년이 질문했습니다. 첫번째 질문자는, 불교는 무상, 공 이야기를 주로 하는데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삶과 불교를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물었고, 두번째 질문자는 나이가 마흔인데 아직 청년정토회 소속으로 있는 것이 눈치가 보인다며 청년정토회에 계속 참여할 기회를 열어줄 순 없는지 물었고, 세번째 질문자는 하고 싶은 일 세 가지가 있는데 세 가지 중에 어떤 걸 하는 게 이치에 맞는지 물었고, 마지막 질문자는 백일출가를 마치고 상근자원활동을 하고 있는데 직장에 다닐 때의 습관 때문에 주위에 상처를 주는 경우가 생겨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었습니다.
그 중 마지막 네 번째로 질문한 직장생활의 습관과 상근자원활동에 대한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저는 백일출가를 마치고 공동체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상근자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회에서 8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주로 청년들과 같이 일하면서 제가 사람을 보면 ‘상사, 경쟁자, 부하’로 딱 분류를 해서 거기에 맞춰 행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사면 무조건 엎드리고, 부하면 부리고, 경쟁자면 누르고요. 그런 습이 오래 되어서인지 여기는 수행하는 곳인데도 저는 자꾸 일하는 곳으로 착각합니다. 이곳을 자꾸 제 업무영역으로 사고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저랑 친한 사람이 제 밑에서 일하게 되면 저는 그 사람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아예 정리하고 부하로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사람들한테 상처를 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는 항상 ‘일보다는 사람이 먼저’라고 하셨는데, 제가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할까요?”
“모든 사람은 평등합니다. 그리고 ‘나’는 그 무엇도 아닙니다. 그러나 인연을 따라서 엄마가 되기도 하고, 상사가 되기도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질문자는 정토회든 직장이든 관계없이 ‘이 인연에서는 내가 책임자다’ 싶으면 책임자로서 효율적으로 일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 인연이 끝나면, 즉 그 업무영역에서 벗어나서 밥을 먹을 때는 그냥 친구가 돼야지요. 역할을 원활하게 왔다갔다 하는 게 수행입니다. 한 사람은 팀장이고 한 사람은 팀원이 되었는데도 계속 친구처럼 지내면서 팀장의 책임을 안 지거나 부원으로서의 역할을 안 하면 그 조직은 엉망이 되지요. 그렇다고 팀장이고 부원인 것만 생각하면 친구관계가 유지되지 못하겠지요.
직장에서 은퇴하고 나서 정토회에 나오는 분이 많은데, 경찰서장이나 세무서장을 했던 사람들이 은퇴 이후에 제일 적응하기 힘들어합니다. 본인이 경찰서장이나 세무서장을 할 때는 부하직원들은 물론이고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다 자기한테 머리를 숙였을 거 아니에요? 그 중에 한 분은 저한테 ‘엄청나게 배신당했다’면서 하소연을 했는데, 자기를 굉장하게 떠받들던 사람들이 막상 자기가 은퇴를 하고 나니까 아들 결혼식에 한 사람도 안 왔다면서 이럴 수가 있느냐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그건 너무 당연하다. 옛날부터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많은데, 정작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이 아무도 안 온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당신이 서장이란 직책에 있었어도 업무할 때만 서장 역할을 하고, 직장이 파하면 그들과 친구가 되어서 놀고 대화도 나누고 했다면 당신이 서장을 그만둬도 친구로 남았을 텐데, 그래서 친구 아들이 결혼한다면 축하해 주러 왔을 텐데, 당신이 직장상사 역할만 했으니까 당신이 그 직책을 그만두면 더 이상 상사가 아니지 않느냐?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친구도 아니고 상사도 아닌 사람의 아들 결혼식에 올 이유가 없지 않느냐. 그런데 그게 왜 배신이냐. 너무 당연한 거지’ 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한테 주어진 일시적인 지위가 자기인 줄 착각합니다. 결혼해서 살다가 남편이나 아내가 죽으면 힘들어 합니다. 배우자가 죽으면 나는 더 이상 아내나 남편이 아니에요. 그런데 자꾸 아내나 남편이라는 습에 배어서 아내나 남편이 아닌데도 자꾸 자기를 아내나 남편이라고 착각하니까 외롭고 힘든 겁니다. 그걸 ‘업식’이라고 해요. 진실이 어떻든 생각의 습관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그렇듯이 질문자가 정토회에서 일을 하는데 ‘무조건 평등하게 하자’고 하면 업무에 추진력이 없게 됩니다. 그렇다고 회사처럼 운영하면,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자원봉사자인데, 누가 질문자의 지시에 따르려고 하겠어요? 기분 나빠서 가버리지요. 여러분들이 직장 다닐 때 누가 자꾸 뭐라고 하면 기분이 나쁘지요? 그래서 확 집어치우고 싶지만 돈 때문에 붙어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여긴 돈도 안 주는데다 뭐라고까지 하면 기분 나쁘지요. 그래서 정토회에서 일하기가 까다로운 거예요. 봉사자는 직원하고 달라요. 비슷해 보이지만 안 그래요. 봉사자는 돈을 안 받기 때문에 다 자기 주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돈을 받든 안 받든 조직에 관계되면 조직적인 역할을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가끔 봉사자들은 ‘나는 돈을 안 받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닙니다. 돈 안 받는 거랑 관계없이 부서에 편재되면 그 역할을 해 줘야 되는 거예요. 또 위에 있는 사람은 업무효율을 위해서만 역할을 해야지 마치 회사에서 부하 부리듯이 하면 안 됩니다. 누가 거기에 따르겠어요? 그러니 역할을 유연하게 왔다 갔다 해야 됩니다.
회사에서 사장이었던 분이 정토회에 와서 대표가 되거나 팀장이 되면 업무를 굉장히 효율적으로 추진합니다. 회사에서 해봤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무 경험 없이 대학만 졸업하고 들어온 사람들은 업무 추진을 잘 못해요. 중구난방으로 합니다. 대신 회사를 다녔던 사람들은 대부분 질문자처럼 봉사자들을 직원 부리듯이 부려요. 그래서 처음에 일은 잘 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내가 니 부하냐?’ 싶어서 기분 나빠하고 충돌도 생기는 겁니다. 은퇴한 거사님들이 정토회에 오면 할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과 젊은이들은 같이 못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회사에서 늘 자기 부하들을 거느리던 사람들이다 보니까 비효율적으로 하는 걸 못 봐내는 겁니다. 그리고 일을 시킬 때도 사람을 부리듯이 대하니까 월급을 줘도 그러면 기분 나쁜데 월급도 안 주면서 그러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힘들어 해요. 그러니 나이가 많든, 경험이 있든, 여기서는 다 같은 자원봉사자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기의 경험만 잘 공유하면 될 텐데, 몸에 습이 배어서 잘 안 되는 겁니다. 그러면 젊은 사람만 기분 나쁜 게 아니라 그 사람들도 힘들어서 못 있어요. 보통 몇 달 있다가 가버립니다. ‘너무 비효율적이다. 질서가 없다. 봉사자들이 말도 안 듣고 일도 할 줄 모른다’ 고 합니다. 봉사자가 일 할 줄 모르는 건 너무 당연하지요. 전문가가 아닌데요. ‘내가 하고 말지’ 이러면서 ‘첫째, 전문성 없지, 둘째, 책임감 없지, 셋째, 시간 잘 안 지키지. 그러니까 없는 게 낫다. 봉사자 신경 쓰는 게 더 머리 아프다’고 하는데, 요새 돈 주는 직원도 전문성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돈도 안 주는데 나와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잖아요. 어쨌든 그런 봉사자가 많이 늘어야 업무가 추진될 거 아니에요.
그런데 또 문제는 그렇게 훈련시켜 놓으면 얼마 있다가 가버린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비효율적이 되지요. 그런데 그런 현상은 정토회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중소기업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요. 그런 비효율을 감당해 내면서도 우리는 웃으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정토회 입장에서는 비효율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훈련시켜서 내보내면 그 사람이 사회로 나가서 역할을 잘 하겠지요. 정토회만 보고 계산하지 말고, 또 지금만 보지 말고, 시간을 좀 길게 보고 계산하면 좋겠어요. 스님도 여러분들에게 돈 안 받고 강의해 주잖아요.
그런데 저는 나중에 다 본전 뽑아요. 지금 안 받을 뿐이에요. 나중에 여러분들이 뭘 해도 할 거 아니에요? 여기 지금 100명이 있다면 이 중 1명이라도 나중에 스님이 해외에 가면 통역을 해 주거나 돈을 많이 벌어서 보시를 하거나 스님이 어려움에 처하면 긍정적인 댓글이라도 하나 달아줄 거 아니에요?(모두 웃음)
전체적으로 보면, 계속 이렇게 확산이 되면 그가 뭘 도와도 돕는데, 그 계산을 너무 짧게, 너무 구체적으로 하면 수지타산이 안 맞습니다. 내생까지 계산하면 스님이 무료로 강의해 주면 사실 돈 받고 하는 것보다 더 돈을 많이 법니다.(모두 웃음) 우리 사회가 좋아지면 그것도 다 우리 재산이지 꼭 정토회 것만 우리 재산이 아니잖아요. 여러분이 휴지를 덜 써도, 교통사고를 덜 내도, 다 지구에 좋은 일이니까요. 그렇게 크게 계산할 줄 알아야 합니다.
질문자가 직장을 다녀서 그런 습이 있는 건 이해가 되는데, 그럴 때 마다 자기가 자기를 알아차리고 내려놓으면 됩니다. 업무는 직장에서 하는 것처럼 효율적으로 해 줘야 돼요. 정토회는 그게 잘 안 되어서 문제거든요. 대신에 봉사자는 상사나 종업원이 아니니까 항상 평등성을 염두에 두고 같이 일을 해야 합니다.
본래 그 무엇도 아니지만 인연을 따라서 그 무엇도 될 수 있는 사람이 수행자입니다. 그런데 자꾸 집착을 한다면 알아차리고 내려놓으면 됩니다. 사과하라는 게 아닙니다. 그러면 저절로 잘 됩니다. 제가 스님이라고 어깨에 힘주고 그러면 여러분들로부터 인사는 좀 받을 수 있겠지만 늙어서 힘 빠지면 아무도 나를 안 찾아와요. ‘그 영감 요즘 안 보이니까 다행이다’ 이러겠지요. 그러니까 역할을 할 때는 역할을 하고, 놀 때는 같이 놀고, 그러면 되지요. 우리는 그 무엇도 아니니까요.”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질문한 청년은 환하세 웃으며 큰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대중들도 격려의 박수를 크게 보냈습니다.
청년들은 직장을 다니면서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스님의 답변에 누구보다 공감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법회 후 질문자에게 다가가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직장다니던 습관에 떠밀려서 활동하는게 아니라 순간순간 알아차리고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수행의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습니다.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는 가운데 어느덧 법회를 시작한지 3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청년들을 위해 한번 더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제가 젊은이들한테 원하는 건 첫째, 백일출가도 많이 하고, 봉사자로도 많이 들어오시라는 거예요. 그러나 자기 나름대로 목표가 있는 사람은 사회에서 정치도 하고, 기업도 하고, 학문도 연구하고 하세요. 모두 다 공동체에 들어오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런데 세상에서 별로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냥 정토회에 들어오세요.(모두 웃음)
혼자 밖에서 있어봐야 한 10년 지내보면 아무 것도 되는 게 없어요. 정토회에 있다가 나간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나가서 해 보면 뭔가 될 것 같았는데 그렇지도 않더라는 겁니다. 세상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거든요. 그러니까 개인적인 것만 조금 내려놓으면 정토회를 통해서 뭐든 마음껏 해볼 수 있어요. 정토회에서는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지는 못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으니까 어렵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밥도 먹고, 옷도 입고, 잠도 잘 수 있어요. 미래에는 어차피 공동체성을 자꾸 강화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정토회에서는 같이 생활하고 협력하는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정부에서 돈을 지원받을 때만 되고 2년 후에 지원이 끊기면 망하는 경우가 많아요. 지속가능하지가 않습니다. 저희도 사회적 기업을 하자고 하면서 앞에 커피숍을 내자는 제안도 있었어요. 그러면 정부 지원으로 1억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대중이 많으니까 커피숍을 내면 유지는 되겠지요? 그런데 그럼 다른 커피숍에는 그만큼 사람이 덜 갈 것 아니에요? 그럼 그것은 새로운 직장이 창출되는 게 아니라 다른 가게의 소득을 줄여서 우리의 소득을 늘리는 게 되지 않습니까. 개인이 그렇게 하는 건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정토회가 그러는 건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제가 반대했습니다. 뭔가 남에게 피해가 안 되고 새로운 걸 개척하는 일이거나 폭리를 취하는 데가 있기 때문에 그걸 좀 나누는 일이라면 괜찮겠지요. 그런데 작은 가게를 내고 겨우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가 그런 곳에 나쁜 영향을 주면 그게 무슨 비전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젊은이들이 정토회에 많이 들어와서 같이 통일을 위해서, 새로운 세상을 위해서, 전법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하든 축 처져 있지 말고, 그렇다고 욕심도 내지 말고 하세요. 욕심을 내니까 축 처지는 거예요. 욕심대로 안 돼서 좌절하니까요. 자꾸 잔머리 굴리면 시간만 낭비합니다. 처음에는 빠른 것처럼 보이는데 지나 놓고 보면 시간을 낭비한 게 됩니다.
스님도 ‘어리석다. 효율도 없는 일을 한다. 좋은 재주를 그렇게 쓸데없는데 다 갖다버린다’고 얼마나 많은 지적을 받고 살았는지 알아요? 그런데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는 말이 있잖아요. 인생은 꾸준히 살아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어요. 그런데 꾸준히 살려면 욕심이 없어야 꾸준히 살아집니다. ‘나는 아무 것도 안 되어도 좋다. 밥만 먹고 살면 된다’ 이 정도가 되어야 어떤 일을 꾸준히 하지, ‘내가 뭔가 되어야 되겠다’고 하면 오래 할 수가 없어요. 그러면 조금만 하다가 ‘내가 이래 살아서 뭐가 되겠어? 쟤는 벌써 결혼해서 애가 있네. 쟤는 벌써 저래 됐네’ 이렇게 남을 쳐다보게 됩니다. 자, 이제는 얼굴을 좀 펴고 사세요.”
스님의 당부에 청년들은 환하게 웃으며 박수 갈채를 보냈습니다. 직장생활과 정토회 활동을 병행하면서 고민이 많았는데, 오늘 스님의 법문이 너무 좋아서 다들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며 기쁜 표정을 지었습니다.
법문을 마치고 다함께 단체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고, 불끈 주먹을 쥐어보이며 “화이팅”을 외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모두 둥글게 손을 잡고 서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노래 후 스님은 정회원 모두에게 악수를 해주었고, 그 뒤를 따라 청년들도 악수 릴레이를 이어갔습니다. 전체가 다같이 악수를 하려니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매번 법회나 행사 때마다 많은 분들과 악수를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스님의 노고가 다시 한번 느껴졌습니다.
악수 릴레이를 마치고 스님은 퇴장했고 청년들은 법당에 남아 정회원 퀴즈 시간을 가지며 친목을 도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새책 ‘행복’이 상품으로 걸려 있어서 퀴즈 시간의 열기는 한껏 달아올랐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모둠별로 마음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법회의 감동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내가 욕심내고 있었구나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한결 편안해진 마음입니다”, “내가 무겁다고 느꼈던 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걸 알게 되었고,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을 낼 수 있었습니다”, “스님과 악수할 때 힘이 전해진 것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짐을 무겁게 들고 있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고, 그나마 스님 법문 접한 덕분에 가볍게 살고 있구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등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 마음나누기 시간
청년정토회 자원활동팀에서는 집으로 향하는 정회원들에게 직접 염주 알을 꿰어 만든 단주를 하나씩 선물했습니다. 정성이 깃든 선물을 받고 모두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법당을 나섰습니다.
내일은 정토회 제8차 천일결사 8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국군체육부대 실내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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