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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정토법당에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있었던 주간반 정회원들을 위한 정초 법회에 이어서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정회원들을 위해 정초 법회가 열렸습니다.
광주 정토법당은 2년 전 새로 이전한 후 광주전라 지역의 중심 법당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곳입니다. 호남 지역의 각종 회의와 행사가 이곳에서 자주 열리는데 오늘도 많은 회원들이 참석해 스님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늦은 저녁에 장거리 운전도 마다 않고 달려온 전주정토회, 목포정토회, 순천정토회 정회원들의 등장은 훈훈한 온기를 더해 주었습니다.
법당 입구에는 한반도 지도에 통일에 대한 염원을 한 마디씩 적는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또 복도 여기저기서 공연 연습을 하는 새내기 정회원들의 모습은 마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장기자랑 준비를 하는 듯 신나고 풋풋해 보였습니다.
왁자지껄한 준비 시간이 지나고 7시 30분이 되자 광주전라 지부 저녁반 정회원 127명 중 8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삼귀의와 반야심경 봉독에 이어서 광주정토회 대표 소임을 맡고 있는 정상일 보살님의 인사 말씀이 있었습니다.
“마치 잔칫날 같은 분위기여서 너무 좋고, 정회원과 스님이 한 자리에 가까이 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갖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희망, 행복, 자유를 만끽하는 수행자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스승님 저희들 곁에 계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어서 광주전라 지부 사무국장 소임을 맡고 계시는 최란님의 성원 보고가 있었습니다. 광주전라 지부는 총 4개의 정토회와 7개 법당으로 구성되어 있고, 3월부터는 해남에서도 법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주간반에서 100명, 저녁반에서 127명, 총 227명의 정회원이 활동하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다음은 각 정토회별로 참가자들의 소임 소개와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전주정토회는 남원, 정읍, 전주에서 온 회원들이 작지만 나름 힘차게 구호를 외치서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순천정토회는 여수, 순천에서 온 회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일사불란하게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 실행하는 정토행자 앗싸 앗싸, 내가 도반의 희망입니다’ 라고 멋진 구호를 외쳐 주셔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목포정토회는 각자 소개에 이어 아주 강렬하게 ‘목포 딱 좋아!’라고 구호를 외쳐 순식간에 청중들을 사로잡았습니다.
또 광주정토회는 가장 많은 수의 회원들을 거느리고 나왔습니다. 두 줄, 세 줄로 서서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고 스님이 “오합지졸이네” 하고 놀렸습니다. 오합지졸의 오명을 벗어나고자 정렬을 가다듬고 ‘우리는 통일의병 가자! 통일로~ 한다면 한다! 통일 통일 파이팅!’ 이라는 구호를 나름 힘차게 외쳤지만 그것마저도 어설퍼서 모두에게 웃음을 제공하는 복만 짓고 들어갔습니다.
참가자 소개 중에 한 분은 약사였는데 약을 사러 오는 환자들에게 “병을 나으려면 약만 드시지 말고 즉문즉설도 한번 들어보라”고 권유를 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이 외에도 방석 깔기, 영상 틀기, 모금 담당, 희망리포터 등 다양한 소임을 맡고 있는 모습에 모두가 서로에게 큰 응원의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신규 정회원들의 축하 공연이 있었습니다. 하모니카 연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하자, 통일의병의 상징인 주황색 나비를 모두 손에 들며 통일의 염원을 표현했습니다.
또 분위기를 바꿔 ‘반갑습니다’ 노래에 맞춰 신나는 댄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춤사위와 율동에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어 법당이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이렇게 한바탕 신나게 어우러진 후 기다렸던 스님의 법문을 청해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4명의 질문자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직장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몸뚱이의 끄달림에서 벗어날 수 있는 팁 한 가지를 알려 달라고 부탁했고, 두 번째 질문자는 현재의 남북관계와 호남 지역의 정치 현실에 대한 스님의 의견을 물었고, 세 번째 질문자는 정토회도 생각이 비슷한 다른 단체들과의 연대를 모색하면 어떨지 제안을 했고, 네 번째 질문자는 108배 정진을 할 때 염불, 절, 일어나는 마음 세가지 중에서 어디에 집중을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광주전라 지부 정회원들은 호남이라는 지역적 특색이 있어서 그런지 유독 통일과 정치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정치에 관심이 많은지 물어보니 “우리는 정치가 곧 우리들이 해결하고 싶은 삶의 문제”라고 대답을 해서 함께 웃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통일을 위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호남 지역의 정치 현실에 대해 질문한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요즘 뉴스를 보니 남북 관계가 2000년 이전으로 회귀한 것 같은데, 스님께서는 우리 국민이 통일로 가기 위해서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또 스님께서는 지금 호남의 상황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이해하고 계신지도 알고 싶습니다.” (모두 웃음)
“미국은 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장기적 전략으로 일본을 재무장시키고 있고, 일본은 그런 미국의 이해에 편승해서 패전국의 멍에를 벗고 정상국가화하려고 하고, 중국은 자기 힘에 걸맞는 국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미국의 견제를 뚫고 나가려고 하고, 북한은 어떻게 해서든 자기 체제를 유지시키려고 하고. 이렇게 각 나라마다 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정세 하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국익을 지킬 수 있을까? 이게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먼저 전쟁이 안 나도록 해야 합니다. 전쟁이 나면 이제까지 우리가 일구어 놓은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게 됩니다. 또 전쟁하는 동안 주변국이 우리를 다 앞서가 버려서 우리는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게 됩니다. 심지어 긴장만 고조되어도 우리는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그것은 우리의 경제구조가 자급자족 시스템이 아니라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긴장만 고조되어도 바이어가 끊깁니다. 지금 수출이 확 줄었잖아요. 올해 들어와 지금까지 작년 1월에 비해 20%이상 줄었다고 합니다. 2~3%가 준 게 아닙니다. 물론 그게 중국의 경기 둔화와 세계 경기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긴장 고조는 우리 경제에 굉장히 나쁜 영향을 주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평화를 잘 관리하여 긴장을 완화시켜야 됩니다. 이게 안보인 동시에 경제 정책의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미·중은 지금 협력과 경쟁관계에 있지만 앞으로 갈수록 경쟁관계가 더 강화될 거예요. 그럼 우리는 그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에 그 경쟁관계에서 자꾸 자기편이 되어달라는 요구와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겁니다. 그래서 지금 미국은 미·일 동맹체계에 우리를 집어넣어 한미일 군사동맹체제를 만들려 하고, 중국은 한국이 거기에 못 들어가게 잡아당기고 있잖습니까. 남북관계가 좋으면 우리가 거기 들어갈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남북관계가 위기국면에 처하면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시키는 것을 국민들이 지지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 한·중 관계는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고, 그건 또 경제 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겠지요.
현재의 정세는 이런 위기를 피할 수가 없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평화가 우선이고, 다음에는 통일을 해야 됩니다. 통일을 해서 하나의 통일국가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수밖에 없어요. 남북이 적대하고 분단된 상태에서는 강대국의 완충지대이자 접점으로써 불꽃만 튀기는 곳이 됩니다. 그런데 통일을 하면 통일된 코리아가 중국과 미국 중 어느 쪽과 협력하느냐에 따라 동아시아의 판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조정만 잘하면 우리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가 힘의 균형을 이루어 평화지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미래의 이익을 위해서는 통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렇게 국가의 미래 이익을 위한 큰 방침이 정해지면 대한민국이 그 방침대로 나아가야 되는데, 그 방침을 현실화시키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정부를 구성해야 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를 선출해야 됩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 영남이냐, 호남이냐’ 하는 걸 갖고 선택의 기준을 삼으면 안 됩니다. 평화와 통일문제에 있어서 누가 더 바른 생각을 가진 지도자냐, 정당이냐가 선택 기준의 핵심입니다.
지금은 국가적으로 보면 위기 상황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딱 맞는 사람이나 정당이 없다면 차선, 차선이 없으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됩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우선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무조건 특정 정당만 지지하는 관행이 좀 깨져야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전라도 쪽이 먼저 분화되고 있는 것은 일면 도움이 됩니다. 전라도가 분화되면 경상도도 좀 늦게라도 분화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여기가 똘똘 뭉쳐있으면 그 핑계대고 저기도 계속 똘똘 뭉쳐요. 북한이 저렇게 군사적 도발을 하면 그 핑계 대고 미국이 군비증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길게 보면 지금 전라도가 먼저 분화되는 건 괜찮은 겁니다.
첫째, 한국 사회가 좀 더 민주화되고, 복지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권력을 좀 분산시켜야 합니다. 한국 정치의 제일 큰 문제는 권력이 너무 중앙에 집중돼있다는 거예요. 지방은 식민지와 똑같습니다. 지방에서 좋은 것, 좋은 사람은 모두 서울로 보내는 통에 뭐든지 너무 중앙에만 집중이 돼있습니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심화되려면 지방 분권이 되어야 합니다. 거의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조세권도 지방 정부로 많이 넘겨주어야 합니다. 조세항목을 보면 중앙정부가 80%를 걷어가거든요. 그러니 광주시장이 중앙 정부에 대해 입도 뻥끗 못하는 이유가, 정부가 지원금을 안 줘버리면 시 운영을 못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시민들은 시장이 일을 제대로 못 한다고 난리칠 거 아닙니까? 반면 위에서 세금으로 지원을 해 주겠다고 하니까 전라도에서도 새누리당이 당선되잖아요. (모두 웃음)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돈이 필요하니까요. ‘어차피 여기 찍으나 저기 찍으나 아무 변하는 것도 없는데, 돈이라도 좀 받자’ 하는 생각이 들 거 아니겠어요?
둘째, 중앙권력을 대통령이 다 쥐고 있는데, 그것을 의회와 내각으로 분산시켜야 합니다. 우리나라 장관은 권한이 너무 적어요. 국회도 마찬가지예요. 마음에 안 든다고 막 잘라내고 거의 하수인 부리듯이 할 때가 많잖아요. 그러니 균형을 잡아서 삼권분립이 돼야 되고, 행정부 권력도 내각으로 많이 내려 보내서 장관들이 실제로 책임을 지도록 해야 돼요. 솔직히 세월호가 침몰된 게 대통령이 책임질 일은 아니지요. 장관이 책임져야 되는데, 장관이 아무 권한이 없다는 걸 국민들도 아니까 대통령한테 책임을 묻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 대통령한테 권한이 많이 주어지는 것은 대통령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 되기도 하는 겁니다.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할 부작용도 있지만 대통령이 무한책임을 져야 되니까 성공한 대통령이 나오기가 불가능한 구조인 거예요.
셋째,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지역주의에 뿌리박은 양당구조입니다. 지역주의에 뿌리박은 양당구조와 소선거구제는 소위 이긴 자가 다 먹게 되는 ‘제로섬게임’입니다. 부산의 경우엔 선거를 하면 여당지지표가 60% 나오고, 야당지지표는 40% 나옵니다. 그 40%는 지난 몇 십 년간 국정에 제대로 대변되지 못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민의가 크게 왜곡되는 겁니다.
그리고 투표할 때는 ‘이 사람이 좋냐, 저 사람이 좋냐? 이 당이 좋냐, 저 당이 좋냐?’를 보고 투표해야 되는데, 전라도와 경상도는 선출하기 전에 누가 선출될지 미리 다 알지요? 투표일은 정해져 있지만 투표하기 전에 이미 누가 당선되는지 다 알잖아요. (모두 웃음)
그러니 투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전라도와 경상도 사람들은 투표권이 없는 사람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마나한 투표를 하니까요. 국민의 투표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공천에서 결정되니까 국회의원들이 국민은 안 보고, 자기에게 공천을 준 사람한테만 목을 매는 겁니다. 이렇게 특정 정당이 말뚝만 박으면 무조건 당선되니까 진박 논쟁이라는 그런 우스운 일이 발생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지난번에 대구에 갔을 때 ‘여러분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에요. 여러분에게는 투표권이 없어요. 그러니 신민(臣民)이에요’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북한과 똑같습니다. 북한도 투표는 하지만 정해주면 가서 그냥 찍는 게 투표예요. 지금 경상도와 전라도가 그렇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찍어줘도 이익은 별로 안 돌아옵니다. 여러분들은 경상도가 지금까지 굉장한 이익을 봤다고 생각하지요? 오해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경제가 가장 나쁜 곳이 대구입니다. 왜 그럴까요? 경상도는 여당 집토끼, 전라도는 야당 집토끼잖아요. 지원 안 해 줘도 당연히 찍어주니까 크게 돌봐줄 필요가 없는 거예요.
오히려 수도권이나 충청도 사람이 제일 이익을 많이 봤습니다. 한번은 이쪽 찍고, 한번은 저쪽 찍으니까요. (모두 웃음) 선거에서는 충청도를 잡는 사람이 승리한다고 하잖아요. ‘충청도로 행정 수도를 옮긴다, 충청도에 무슨 기업을 세운다’는 공약을 많이 하는 이유는 충청도를 잡아야 선거에서 이기기 때문입니다. 경상도와 전라도는 이미 표가 다 정해져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수도권에는 안 먹힙니다. 수도권은 이 당 찍었다가 저 당 찍었다가 하니까요. 지금 여당에서도 전략 공천을 경상도에서만 하지 수도권에서는 안 합니다. 왜 그럴까요? 수도권에서는 전략공천을 해 봐야 본선에서 떨어지니까요. 그런데 경상도에서는 공천만 하면 당선되니까 그 사람이 인기가 있든지 없든지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라도는 이제 경쟁 상대가 하나 생겼지요. 그러니까 하나로 확 몰지 말고, 반드시 비등비등하게 투표해야 돼요. (모두 웃음) 한쪽으로 쏠리게 투표하면 여러분이 손해예요. 몰표 받은 사람이 전라도가 자기 건 줄 착각하거든요. 지금까지 전라도가 자기 건 줄 아는 사람을 혼내주되, 그렇다고 또 너무 한쪽으로 몰아도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럼 그쪽도 또 전라도가 자기 건 줄 알아요. 그러니까 여러분들도 이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번 해보세요. (모두 웃음)
다만 영향력이 큰 경상도가 먼저 분화하면 더 좋은데, 그게 안 되는 게 좀 아쉽지만 전라도라도 분화해 주는 건 좋은 겁니다. 전라도 사람들은 특정 누군가가 좋아서 지지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밀어주겠다’ 하는 게 전라도 사람들의 마음이잖아요. (모두 웃음)
그런데 문제는 수도권입니다. 야당이 분화되었지만 수도권에서는 아마도 협력을 해야 될 겁니다. 삼자가 싸우게 되면 야당이 불리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무척 어려울 겁니다. 야당 두 개가 전라도에서는 경쟁하고, 수도권에서는 협력해야 되는데, 쉽지 않겠죠.수도권에서는 야당 두 개가 좀 싸우다가 막판에 가서는 협력을 해서 한 당이 절대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을 막아야 할 겁니다. 그렇다고 야당이 이긴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야당도 분화가 되어야 무조건 발목 잡는 것을 막을 수 있어요. 무조건 발목 잡는 것은 좋은 게 아니니까요.
양당 구조일 때는 여당은 무조건 밀고 나가고, 야당은 죽기 살기로 그 발목을 잡아야 되니까 아무 것도 진척이 안 됩니다. 그런데 삼당, 사당구조가 되면, 때로는 이렇게 협력하고 때로는 저렇게 협력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다당 구조로 가는 게 정치 발전에 좋습니다. 그래서 다당 구조를 분열이라고 말하는 건 특정 정당이 자기 혼자 다 해먹겠다는 속셈입니다. 정치 발전을 위해서 다당 구조는 좋은 겁니다.”
지역주의에 뿌리박은 양당 구조를 극복하고 이제는 다당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씀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뉴스를 볼 때마다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머리가 복잡할 때가 많았는데,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통일을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일목 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머리가 아주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법회 후 질문한 분에게 다가가 스님의 답변을 듣고 난 소감을 물었습니다. “스님은 통찰력과 혜안이 있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일에 향한 간절한 염원을 느낄 수 있었다” 라며 아주 만족해 했습니다.
2시간 30분 동안의 즉문즉설 시간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스님은 의병의 자세로 통일에 기여하자고 강조했습니다.
“일단 내가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주어진 과제들을 회피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우리는 국가와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는 쪽으로 활동하려는 것이니까 너무 서둘러도 안 되고 회피해도 안 됩니다. 우리가 세상 일을 다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 것도 못 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작더라도 하나씩 해나가야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일하겠다고 통일의병 가입원서를 내고 가입한 것이니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이런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면 ‘내가 하겠다’고 나서야 됩니다. 그렇게 할 준비는 됐어요?”
“예.”
“아무 일도 할 필요가 없다면 ‘우리는 수행만 하자’ 하면 됩니다. 그러나 우리 역할이 필요하다 싶으면 나서면 됩니다. 의병이라는 게 그런 거예요. 정규군이 아니니까요. 농사짓다가 필요할 때만 잠시 참여했다가 오면 끝나고 돌아오면 됩니다. 계속 거기 붙어서 싸우면 정규군이 되는 겁니다. 우리는 수행하고 보시하고 봉사하다가 ‘이런 역할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으면 ‘오케이’ 하고 가서 역할을 하고, 끝나면 제자리로 돌아오고, 이렇게 해야 됩니다. 감사합니다.”
광주전라 지역은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인데, 통일을 위한 활동 또한 수행자의 자세를 견지해 가면서 해나가야 함을 명심할 수 있었습니다. 수행 정진의 끈을 놓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이 불끈 드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몇몇 분들에게 소감을 물었습니다. 한 분은 “수행자로서 바른 불교와 수행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세우는 시간이 되었고, 지금의 어려운 정치현실 속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짚어주셔서 희망적이었다.”고 했고, 한 분은 “스님을 뵈니 피곤한 기색이 눈에 띄는데 시종일관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셔서 저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법문도 소중하지만 그런 한결같은 모습이 늘 큰 가르침입니다.”라고 애틋한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이어서 스님께 세배를 올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두가 정성껏 세배를 올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라고 하자, 스님은 “나보고 복 많이 받으라고 했는데, 내가 복을 많이 받으려면 여러분들이 복을 많이 지어야 하잖아요. 그러니 새해에는 복 많이 지으세요” 라며 웃었습니다.
다음은 통일 염원을 표현하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남한의 무궁화와 북한의 진달래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한반도 지도를 들고 나왔습니다. 참석자 모두가 통일에 대한 염원을 하나씩 지도에 붙여 놓았는데, 사회자가 그 내용을 하나씩 발표해 주었습니다.
‘매일 아침 정성을 다해서 통일 발원 기도를 하겠습니다.’
‘광주전라 지역에서 법당 불사를 끝내면 이제 북한으로 이사를 가겠습니다.’
‘우리 남편부터 통일의병에 가입시키겠습니다.’
‘남한을 지나 북한을 거쳐가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싶어요.’
각자의 염원이 느껴져 가슴이 훈훈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각 법당별로 스님과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두들 환한 웃음으로 수행자로 거듭남을 다짐하며 촬영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스님의 신간 ‘행복’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먼 길을 가야 하는 사람들을 먼저 배려해 주며 차분히 줄을 서서 사인회를 마쳤습니다.
정회원들은 이번주 주말 천일결사 입재식에서 다시 반갑게 만날 것을 기약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스님을 배웅했습니다. 밤 11시 40분에 광주를 출발해 새벽 3시가 다 되어 서울에 도착한 후 오늘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오늘 광주전라 지부를 끝으로 8개 지부에 대한 정초법회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제 내일 있을 청년 정회원들을 위한 정초법회만 하나 남았네요. 언제나 행복한 수행자가 되기를 소원하며 내년 정회원 정초법회에는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하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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