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2.15 (주간) 정초순회법회 4일째 인천경기서부 지부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초순회법회를 시작한지 네 번째 날로 오후 2시에는 안양정토법당에서 인천경기서부지부 주간반 정회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고, 저녁 7시에는 일산정토법당에서 저녁반 정회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새벽예불과 기도를 마친 후 아침 7시부터는 조찬 모임으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 있었습니다. 최근에 개성공단이 갑자기 중단되고, 사드(THAAD) 배치가 논의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싸고 갈등이 점점 고조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을 해야할지 3시간이 넘도록 많은 토론과 논의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남북관계를 이렇게 전쟁으로 몰아가서는 절대 안 된다, 이렇게 되면 경제가 더욱더 어려워지게 된다, 미국이 과거에 우리를 도와준 것이 고맙기는 하지만 너무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부분들에 대해 많은 우려와 걱정이 제기되었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안양정토법당에서 인천경기서부지부의 주간반 정회원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안양정토법당은 3년 전에 개원하여 많은 활동을 활발하게 해오고 있는데, 오늘도 아침부터 많은 활동가들이 나와 모임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 안양정토법당

 

스님이 법당 안으로 들어오니 모두가 일어나 합장 반배로 인사를 하였고, 법회 시작 전에는 이번에 새로 나온 ‘행복’ 책 사인회 시간을 잠시 가졌습니다. 오랜만에 스님을 가까이에서 뵙고 새 책도 받아든 사람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표정이 가득했습니다. 

 


▲ 새 책 ‘행복’ 사인회

 

삼귀의 반야심경 봉독으로 법회가 시작된 후 인천경기서부지부 사무국장 소임을 맡고 있는 송순애님의 인사말이 먼저 있었습니다. “우리 지부에는 주간 200명, 저녁 177명, 청년 9명을 포함하여 총 386명의 정회원들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열심히 정진하여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발원한다”며 환영의 마음을 나눠주었습니다. 

 


▲ 송순애 인천경기서부지부 사무국장

 

이어서 정토회별 참가자 소개가 있었습니다, 우선 인천정토회 정회원들이 앞으로 나왔습니다. 인천법당, 부평법당, 송도법당 순서로 자기 소개를 하고 준비해 온 노래와 퍼포먼스로 대중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성불은 못해도 통일은 꼭 해보자’ 라는 문장을 만들어 보여주자 큰 박수와 웃음이 쏟아졌습니다. 

 


▲ 참가자 소개 시간

 

이어서 부천정토회 소속의 부천법당, 광명법당, 시흥법당에서 자기소개와 퍼포먼스가 있었고, 안양정토회 소속의 안산법당, 군포법당, 안양법당 소개에 이어 마지막에는 일산정토회에 대한 소개와 인사로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부천법당에서는 ‘통일은 내가! 통일은 우리가!’ 라는 구호를 했고, 안양법당에서는 홀로아리랑 노래를 개사해서 통일아리랑 노래와 율동을 보여주었습니다 

 


▲ ‘통일아리랑’ 노래를 부르는 안양법당 정회원들

 

인천경기서부지부 정회원들은 북한과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모두들 하나 같이 통일을 염원하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다른 지역보다 유독 통일의 열기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소개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왁자지껄한 소개 시간이 끝나고 스님의 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 인천경기서부지부 주간반 정초법회

 

스님은 정토회는 불교 신자들의 모임이 아니라 수행자의 모임이라고 강조하면서 정토회의 3대 모토인 바른 불교, 쉬운 불교, 생활불교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누구든지 정토회에 오고 싶으면 올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오늘 여러분들은 ‘나는 수행자가 되겠다’ 하고 원서를 쓰고 정토회의 정회원이 되어 오늘 이 자리에 왔습니다. 권력이나 재물과 같은 복을 비는 사람이 아니라 ‘부처님처럼 해탈, 열반의 길로 가겠습니다’ 하고 여러분들이 정회원이 된 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여러분은 적어도 이제 수행자로서의 품위를 지켜야 됩니다. 

 


 

복을 비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수행자의 길을 가는 것이 ‘바른 불교’예요. 그런데 그게 너무 어려우면 안 되고 누구나 다 알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게 ‘쉬운 불교’예요. 또 그것이 출가해서 스님들만 할 수 있는, 우리 생활과 유리된 게 아니라 직장 다니고 가정 생활하는 속에서도 마음공부를 할 수 있는 그런 불교라야 되지요. 그래서 ‘생활불교’예요. 이렇게 해서 정토회의 모토는 ‘바른 불교, 쉬운 불교, 생활불교’입니다. 

 

이 길을 가는 데 있어서, 내가 진 무거운 짐을 덜기 위해서 하는 게 ‘수행’이고, 그러다가 한 손이 비었는데 옆을 보니까 이웃이 무거운 짐을 지고 힘들어하기에 ‘내가 좀 들어줄게요’ 할 수 있는 사람이 대승수행자, 즉 보디사트바, ‘보살’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수행자 안에서도 대승수행자입니다. 우리는 수행자 중에서도 대승수행자 그룹이니까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도 해야 됩니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 뭘까요? 남도 나처럼 수행자가 되도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이걸 ‘전법’이라고 합니다.

 

전법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두 가지입니다. 전법을 위한 물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첫째, ‘보시’가 필요합니다. 둘째, 누군가가 안내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그게 ‘봉사’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왕과 같은 사람이 후원을 해주고, 또 요즘은 재벌이 뒤를 봐주니까 점점 보시와 봉사를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게 수행자가 신자로 전락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부처님 당시에는 왕이 준다고 해도 부처님께서 안 받으셨어요. 걸식하고, 남루한 옷을 입고, 맨발로 다니고, 나무 밑에서 자니까 왕한테 의지할 필요가 없잖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부처님 당시처럼 그렇게 못 하니까 스스로 보시와 봉사를 해야 하는 겁니다. 

 

대부분의 신자들은 스님의 법문은 좋아서 정토회에 오고 싶지만 봉사하는 건 싫어해요. 신자들은 자기가 복을 받아야 되는 입장인데, 뭘 내놓으려니까 싫지요. 또 기독교 같은 데는 봉사를 하거나 보시를 하면 ‘죽어서라도 천당 간다’ 이러는데, 정토회는 그런 소리도 안 하잖아요. 그러니까 보시나 봉사가 부담스러운 거예요. 그래서 자기들끼리 이렇게 쑥덕거리지요? ‘여기는 법문은 좋은데 딴 건 문제야. 여기 가입하면 안 돼. 두 다리 다 빠뜨리면 큰일 난다. 뭐 맡으면 안 돼.’(모두 웃음)  

 


 

그런 사고방식이 바로 신자의 입장에 선 사고방식입니다. 저도 이해는 합니다만, 여러분들은 지금 신자가 아니고 수행자이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하거나 그런 얘기에 솔깃해 하면 안 됩니다. 정토회는 내가 수행하는 곳이니까 내가 봉사도 해야 되고, 내가 일부 경비도 부담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수행자로 살려는 사람들이니까 기와집은 필요 없어요. 가부좌 하고, 눈 감고, 마음을 코끝에 집중해서 들숨과 날숨을 관찰하는데, 무슨 명당이 따로 있겠어요? 그게 한국이든 미국이든 밤이든 낮이든 기와집이든 빌딩이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여기는 수행도량이고, 저기는 아니고, 이런 게 아닙니다. 저잣거리 한가운데에서도 한 마음 바로 잡으면, 바로 거기가 수행도량이고, 그 사람이 수행자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정초 법회에서 ‘정초기도는 이렇게 하는 거다’ 하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정초에 정회원들만 모아서 ‘당신은 신자가 아니고 수행자다’ 하는 것을 확인시키는 작업을 하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그것을 잊어버릴까 싶어서요.”(웃음) 

 


 

스님의 설명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무엇보다 부처님께서 가셨던 수행자의 길을 가야된다는 관점을 명확히 세워주어서 기쁜 마음이 되어 발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세 명의 질문자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보왕삼매론에 나오는 ‘배움이 넘치게 되나니’ 하는 구절이 이해가 안 된다며 그 뜻을 물었고, 두 번째 질문자는 정토회에서 봉사를 하다가 지금은 쉬고 있는 중인데 다른 명상센터를 나가볼 지, 결혼을 할 지, 백일출가를 할 지 진로 고민과 더불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에 대해 물었습니다. 세 번째 질문자는 정토회 활동을 미친듯이 열심히 했지만 지금은 하기 싫어서 소임을 내려놓았다고 하면서 이것이 조울증이 아닌지 걱정스런 마음을 얘기했습니다. 

 

그 중 보왕삼매론에 대해 질문한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님을 안 만났으면 저는 다람쥐처럼 쳇바퀴만 계속 돌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았을 텐데, 스님 만나서 지금은 그 쳇바퀴에서 곧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항상 보왕삼매론의 세 번째 구절인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마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움이 넘치게 되나니’에서 ‘배움이 넘친다’는 이 단어에 계속 마음이 걸립니다. 저는 대부분 배움이 부족해서 문제이다 싶고, 공부를 한다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스님도 항상 강조하시는 부분이고, 견도도 그런 측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배움이 넘친다’는 것이 마치 탐욕이나 업신여기는 마음처럼 마장에 비유되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배움이 넘치게 된다는 말 속에는 이런 의미가 있습니다. ‘나는 다 안다’ 하는 안다 병을 의미합니다. 안다 병에 걸리면 귀가 막히고 눈이 멀어서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게 됩니다. 대통령을 모셨던 원로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누구라도 대통령이 돼서 딱 1년만 지나면 남의 말을 안 듣는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내가 외교를 잘 모른다. 북한을 잘 모른다. 경제를 잘 모른다’ 고 하면서 남의 얘기를 좀 듣다가 1년만 딱 지나면 자기가 외교전문가, 북한전문가, 경제전문가인 양 한다는 겁니다. 이번에도 전문가들이 ‘개성공단 닫으면 안 된다’고 반대했다는데도 결국 닫았잖습니까. 

 


 

왜 그렇게 되는 걸까요? 대통령이 되면 매일 국정원을 통해서 최고급 정보를 브리핑 받으니까 1년쯤 지나면 이 세상에서 자기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고 착각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원로들이 농담처럼 ‘대통령이 돼버리면 누구 말도 안 듣기 때문에 대통령 되기 전에 국가관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라는 겁니다. 또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당신 말을 잘 듣고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어떤 사람은 대통령이 된 이튿날부터 말을 안 듣는 다는 겁니다. 이것은 대통령이 나빠서가 아니라 ‘내가 다 안다’는 안다 병에 걸리기 때문이에요. 

 

누가 두 번 세 번 얘기하면 ‘알았어요!’ 이러지요? 한 번 더 얘기하면 ‘알았다니까요!’ 이러고, 한 번 더 얘기하면 ‘알았다니까 왜 그래요!’ 한단 말이에요. 그 말은 안다는 거예요? 듣기 싫다는 거예요?”

 

 “듣기 싫다는 거예요.”

 


 

“안다는 생각에 딱 사로잡히면 듣기가 싫어져요. 이게 ‘넘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장애가 있다는 것은 틀려서 오류가 생긴다는 뜻인데 오류가 생겨야 부족한 걸 알아서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하려고 하는 거예요. 

 

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안다는 병에 걸리기가 쉬워요. 그래서 소위 성공신화라는 것이 무서운 거예요. 성공신화를 가진 사람은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 안 된다고 해도 성공신화를 가진 사람이 얘기하면 뭐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하니까 그 사람한테 꼼짝을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누구든 다 넘쳐서 망합니다. 가끔 실수를 하면 늘 조심을 하는데, 성공을 거듭하면 남의 말은 안 듣고 자만에 빠지게 되지요. 

 


 

카지노 같은 데 가서 망하거나 주식해서 망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처음부터 한 번 두 번 만에 돈을 따면 다들 좋아하는데 그게 망하는 길입니다. 지금 잃어도 처음처럼 다음에 또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빠져 계속하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안다 병에 걸린다는 것이 ‘배움이 넘친다’는 말의 의미예요. 장애가 없으면 그렇게 되는 거예요.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안다는 병에 걸려서 수행에 큰 장애가 된다는 겁니다.”

 

“확실하게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모두 박수)

 

이해되지 않았던 구절이 명쾌히 이해가 되자 질문자는 환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을 새롭게 알게 된 대중들도 함께 공감을 표하며 크게 박수를 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질문자는 정토회에서 자꾸 봉사활동을 권하는 것이 불편하다며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봉사 활동이 곧 수행이 되는 원리에 대해 알려주면서 삶의 기준을 좀 낮추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정토회 활동을 미친듯이 열심히 했지만 지금은 하기 싫어져서 소임을 내려놓았습니다. 요즘은 아침에 108배 하고 명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정토회에서 자꾸 저더러 봉사를 나오라고 해서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건 그 사람 얘기이고, 본인이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지요. 정토회에서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닌데, 본인이 안 한다고 어떻게 하겠어요? 그런 것에 구애받을 필요 없어요. 봉사라는 건 내가 좋아서 하는 겁니다. 또 내가 싫더라도 수행삼아서 하는 것이 봉사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내가 결정해야 할 문제이지 누가 하라고 해서 할 게 아니에요. 

 


 

그런데 질문자가 정토회의 정회원이라면 자격유지를 위해서라도 조금은 봉사를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질문자가 아프다면 자격 유지를 꼭 해야 되는 건 아닙니다. 또 자격 유지를 하고 싶으면 다만 자격을 유지할 만큼만 하면 되잖아요. 정회원 여러분들이 보시와 봉사를 안 하면 누가 하겠어요?

 

그런데 무슨 일이든 맡아서 하면 수행이 많이 됩니다. 내 역량이 100인데 80만 하면 일하긴 쉽지만 역량은 안 늡니다. 내 역량이 100인데 120을 하면 처음에는 힘들어서 죽으려고 하지만 결국 두 가지 측면으로 역량은 커집니다. 정말 내가 역량이 커지든지, 다른 하나는 내가 남한테 부탁을 하든지 해서 커지든지요. 남한테 부탁하는 것도 내 역량이 느는 방법이예요. 남을 데려다가 같이 일하는 것이니까요. 그게 바로 조직을 운영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결국 역량이 커지는 거예요. 

 

스님은 평생을 과한 일만 하고 살았어요. 여러분은 과한 일을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지만, 등산갈 때 이미 과한 줄 알고 가듯이 일도 그렇게 임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어요. 108배 하는 것이 힘든 줄 알지만 어쨌든 내가 직접 자꾸 해야 극복이 되잖아요. 아마 하고 싶은 만큼만 절을 하고 그만둔다면 10년이 지나도 108배를 못 할 겁니다. 그런데 1000배나 3000배를 친구들과 어울려서 한번 해버리고 나면 108배는 아주 쉬워요.(모두 웃음) 

 


 

그래서 정토회에는 ‘총무를 한번 해야 수행이 된다’는 말이 있어요. 총무가 쉬운 것 같지만 안 그렇습니다. 아래, 위로 치이거든요. 위에서는 계속 지시가 내려오지요, 그것을 아래에 얘기하면 자꾸 시킨다고 항의를 하지요. 그 항의를 위에 보고하면 또 ‘줏대도 없이 흔들리냐’는 소리 듣지요. 그래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사표를 내니 어쩌니 합니다. 결국 총무라는 자리는 자기 수행이 안 되면 못 견딥니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건 일이 아니라 수행이에요. 그렇게 한 3년 하다 보면 수행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정토회에는 그래도 행정직 한번 맡았던 사람들이 수행력이 높아집니다. 그런 경험을 안 하면 단련될 기회가 없어요. 

 

여러분들이 있어서 정토회가 운영되는 건 100% 맞는 얘기예요. 그러나 여러분 중 한 명이 없다고 정토회가 안 되는 건 또 아닙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저 혼자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 다 그만두어도 저는 혼자서 계속 할 거예요.(모두 웃음) 

 

30년 전에는 제가 아무 것도 모르면서도 했는데, 지금은 제가 뭘 몰라서 못 하겠어요? 그러니까 없으면 없는 대로 또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여러분들이 있으면 더 좋지요. 봉사도 여러분들이 수행 삼아서 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억지로 원망해 가면서 입을 내밀어가면서 그렇게는 하지 말라는 거예요. 그러나 그런 과정을 겪는 것을 스스로가 수행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면 또 괜찮아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입을 내밀어도 저는 신경을 안 써요. 어차피 들어갈 입이니까요. 시간이 좀 걸릴 뿐이에요.(모두 웃음) 

 


 

저도 젊은 시절에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다 엎치락뒤치락 해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그런데 저의 장점이 있다면 딱 하나입니다. 이리 넘어지고 저리 자빠져도 포기 안 하고 이 길을 계속 왔다는 거예요. 저라고 처음부터 뭘 잘했던 건 아닙니다. 사람들은 결과가 좋으면 ‘태어날 때부터 뭔가 달랐다’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래서 어떻게 태어났든, 과거에 어땠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주어진 조건에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살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이혼을 했든 다리가 부러졌든 어릴 때 뭐가 부족했든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부족하면 부족한 것에 맞게끔 나는 또 행복하면 됩니다. 다리가 하나 없든 팔이 하나 없든 그건 좀 불편할 뿐이지 그게 행복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팔이 없으면 못 살까요? 아니에요. 발가락으로 밥 먹고, 글 쓰고,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미 지나간 것을 자꾸 문제 삼지 마세요.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살아 있으면 뭐든지 하면 되지 못할 게 뭐가 있어요? 

 

50년 전 우리 어머니 세대들은 6.25 전쟁이 나서 남편은 군대 가서 죽고 애 둘 데리고 피난 와서 머리에는 반티를 이고, 하나는 등에 업고, 하나는 팔에 걸고 해서 장사하면서 다 살았잖아요. 우리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그것보다는 낫잖아요. 그런데 뭘 못 살겠다는 거예요?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여러분들이 보기에는 스님이 고생스러워 보여도 저는 즐겁게 사는 이유는 일단 기준을 부처님으로 잡기 때문입니다. 어디서 자도 나무 밑보다는 낫고, 뭘 먹어도 얻어먹는 것보다는 낫고, 뭘 타고 다녀도 걸어 다니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그러다 비행기에서 자든지 버스에서 자든지 공항에서 자든지 하면 되지요. 사람들은 ‘스님, 이런 곳에서 주무시면 어쩝니까’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공항보다 더 좋은 집이 어디 있어요? 집에 자던 사람한테 공항에 가서 자라고 하면 힘들겠지만 저같이 아프가니스탄을 돌아다니다가 공항에 가면 살 만해요. 공항엔 물도 나오지, 화장실도 있지, 비행기 타면 밥도 주지, 없는 게 없으니까요. 

 


 

그러니 뭘 기준으로 삼고 사느냐가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이 자꾸 기준을 높여서 살기 때문에 앞으로 1인당 GDP가 3만 불에서 30만 불이 되더라도 여러분은 여전히 괴롭게 살 거예요. 스스로 행복하려면 기준을 좀 낮춰야 합니다. 사실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거든요. 그렇게 생각을 좀 바꿔야 돼요. 안 그러면 죽었다 깨어나도 행복하지 못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한번 해 봅시다. 알았지요?”

 

“예.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삶의 기준을 낯추게 되면 좀 더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말씀에 모두들 기뻐하며 큰 박수를 쳤습니다. 무엇보다 정토회 정회원으로서의 어떤 태도와 관점을 갖고 활동해야 하는지 들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몇몇 분들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정회원들끼리 모여서 그런지 편안하면서도 열기가 뜨거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또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으면서 나에게도 적용해보는 시간이 되었다”며 “스님의 따뜻하고 자상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에게 새해 인사로 새배를 드리려고 했으나 자리가 비좁아서 대중들은 선 채로 두 팔을 하트로 만들어 “스님 사랑합니다” 하고 외쳤습니다. 스님은 “자리도 비좁은데 아주 좋은 아이디어네요” 라고 하며 웃으면서 하트를 받았습니다.   

 


▲ 스님에게 하트로 새해 인사를 대신하고 있는 정회원들

 

이어서 기념사진 촬영이 있었습니다.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2016년에는 인천경기서부지부 주간반의 맹활약이 기대되었습니다.  

 


 

사진 촬영 후에는 정회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스님이 격려의 악수를 해주었습니다. 스님이 “새해에도 행복하세요” 라고 하자 모두들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정회원들만의 특별한 혜택이지요. 

 


 

또 모두가 원을 그리고 손을 맞잡고 서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다함께 불렀습니다. 최근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얼어 붙고 있는데 정토행자들의 이 마음이 온 국민들에게 전해져서 작은 온기라도 불어넣어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함께 부르며

 

오후 5시 30분에 안양 정토법당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일산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일산정토법당에서 인천경기서부지부의 저녁반 정회원들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퇴근길에 차가 막히면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어 서둘렀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됩니다.


2016년 '법륜 스님의 정토불교대학'이 신입생을 모집합니다. 불교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분들은 지금 신청하세요.   


전체댓글 32

0/200

이석호

합장! 배움이 넘친다는 의미를 새겨봅니다. 감사합니다. ♥

2016-02-18 08:41:09

이경훈

스님 감사합니다

2016-02-17 10:51:35

허수정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욕심내지 않고, 지금 이대로도 행복합니다. ^^

2016-02-17 08:36:06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