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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경전반 졸업식이 열리는 날입니다. 충주 호암체육관에는 아침 일찍부터 전국에서 900여 명의 정토 경전반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졸업식이 아주 여법하게 열렸습니다. 원래는 정토불교대학 졸업식과 정토경전반 졸업식이 항상 함께 진행되었었는데, 올해부터는 졸업생 수가 많아져서 처음으로 각각 따로 열리게 되었습니다.
▲ 충주 호암체육관
행사장에 조금 일찍 도착한 스님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조길형 충주시장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충주시장님은 유튜브에서 스님의 육조단경 법문을 듣고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하면서 스님께서 충주에서 뜻깊은 행사를 자주 갖는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스님도 시장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새책 ‘행복’을 사인해서 선물했습니다.
▲ 조길형 충주시장님과 환담
삼귀의 반야심경을 봉독하며 산란했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후 먼저 이기혜 정토회 대표님이 무대로 올라와 졸업생들을 위해 축하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대선배로서의 따뜻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이기혜 정토회 대표님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반을 모두 수료한 사람은 전체 입학생의 절반도 채 못됩니다. 그런만큼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정말 소중한 분이라는 것입니다. 법륜 스님은 자신의 마음을 맑게 가꾸어 세상에 도움을 주는 수행자가 세상 사람들의 1%만 있다면 우리 사회의 많은 변화를 가져와 행복도를 높일 수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사랑하는 후배 여러분, 이 졸업이 새로운 시작이 되어서 이 사회의 1%가 되는 정토행자로 거듭나시길 기원드립니다.”
다음은 1250여 명의 졸업생 중에 많은 사람들의 추천을 받은 몇몇 졸업생들이 나와 졸업 소감문을 발표했습니다. 불법을 만나 조금 더 자유롭고 행복해진 체험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온갖 어려움이 있었지만 수행 정진을 통해서 좀 더 행복해졌다’, ‘예순이 넘었지만 새로운 인생을 만났다’, ‘이혼을 했고 어릴 때 불화가 많은 가정에서 자랐지만 그건 옛날 얘기이고, 지금 나는 행복하고,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 것이다’ 하는 소감들을 진솔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 울산법당에서는 한 교실 전체가 전원 개근을 하며 끈끈한 도반애를 보여주었는데, 교실 전체가 함께 나와 소감을 들려주었습니다.
▲ 학생 전원이 개근을 한 울산법당 주간 경전반 졸업생들
“정토회를 만나면서 제 인생은 60부터임을 실감했습니다. 61살에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고, 62살에 경전반을 마쳤으니 대학원까지 마친 셈입니다. 저는 법륜 스님의 법문을 듣고 억울하기만 했던 제 60년 인생을 모두 접었습니다. 특히 경전반에서는 봉사의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무엇보다 법당 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남편이 지금은 가장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는 최고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이 행복함을 여러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행복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며 졸업을 자축하는 신나는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정토경전반 졸업하면 봉사활동은 기본인거지 ♬ 함께 개근을 한 우리 도반들 진짜 멋쟁이 ♬ 저는 개근이루었기에 스님하고 인증샷! 스님하고 인증샷!”
스님과 인증샷을 찍고 싶다는 가사에 모두가 빵 하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자축 공연으로 벌써부터 졸업식은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이어서 자축 공연이 아닌 진짜 축하 공연이 있었습니다. 행자원 과정 중에 이번에 경전반을 졸업하게 된 행자님들이 아름다운 합창을 들려주었습니다.
▲ 행자원 학생들의 합창 공연
그리고 지난 1년 간 바른 법으로 인도해 주신 법륜 스님께 졸업생을 대표하여 천안정토회 김영은님이 꽃다발을 올렸습니다. 김영은님은 작년에 불교대학 담당 소임을 충실히 마치고 올해는 경전반 담당도 흔쾌히 맡았다고 합니다.
▲ 졸업생을 대표해 스님께 꽃다발을 건네는 김영은님
졸업생 모두는 스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스승의 은혜’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가슴 뭉클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무대로 올라와 졸업 기념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졸업을 축하함과 동시에 일과 수행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강조하면서 이제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이 이 길을 가도록 보살행을 실천하자고 당부했습니다.
“세상에 이미 많은 사찰이 있음에도 정토회가 창립되고, 또 각 지역에 그 지부가 생긴 것은 수행자 모임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정토불교대학에서는 부처님 법이 어떤 것인지를 올바르게 알도록 하는 게 그 비중의 절반입니다. 첫째, ‘불교란 무엇인가’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복을 비는 것이 불교가 아니고, 해탈과 열반을 증득하기 위해서 수행하는 것이 불교입니다. 둘째, ‘부처님은 어떤 분인가?’입니다. 우리가 원하면 뭐든지 해 주는 그런 신이 아니고, 해탈과 열반의 길을 끝없이 탐구하셔서 그것을 증득하시고, 우리를 그 길로 안내해 주시는 위대한 스승입니다. 셋째, ‘그 분의 가르침은 무엇인가’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은 중도, 사성제, 팔정도입니다. 이렇게 여러분들은 작년에 정토불교대학을 마쳤습니다.
이런 설립취지를 기초로 해서, 여러분들은 매일 근본불교의 가르침인 아함경을 독송했고, 경전반에 입학해서 대승불교의 초기경전인 금강경의 가르침을 배웠고, 대승불교의 요지가 결집된 반야심경을 공부했고, 선불교의 초기 가르침인 신심명과 육조단경도 공부를 마쳤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기존과 다르다고 이단도 아니며, 이거야말로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이고, 대승의 가르침이고, 선의 종지입니다. 여러분들은 이를 바르게 이해해서 ‘나야말로 정법을 알고 행하는 자’라는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믿음을 어떻게 갖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가 부처를 믿든 알라를 믿든 하나님을 믿든 개인의 자유 영역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척하거나 차별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가 무엇을 믿든 일단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에 귀의하면 그들 또한 해탈과 열반을 성취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종교 가운데 하나의 불교가 아니라 모든 종교를 포용하고 그것을 초월하는, 신자가 아닌 수행자입니다. 우리는 수행자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갖되 모든 종교를 포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해하고 알기만 하면 될까요? 아닙니다. 진짜 내 것이 되게 하려면 실천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토불교대학의 나머지 절반은 수행 체험입니다. 우선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정진을 해야 합니다. 복을 비는 게 아니라 깨우치는 정진을 해야 합니다. 또 깨달음의 장, 나눔의 장, 명상수련에도 참여해서 정진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해서 실현해 보고자 하는 수행공동체이고, 특정한 부자의 후원을 받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보시해서 회를 운영하고, 수행도량을 마련하고,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그 노동을 제공받는다든지 하지 않고, 필요한 일이 있으면 스스로 봉사하는 청정한 수행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수행’과 남의 행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시와 봉사’를 함께 해나가야 합니다.
이런 실천을 통해서 점점 내가 먼저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지는 그런 삶을 살아갑시다. ‘내가 남보다 지위는 좀 낮더라도, 재산은 좀 적더라도, 키는 좀 작더라도, 지식은 좀 적더라도, 인물은 좀 못났더라도, 몸에 장애가 좀 있더라도, 늙었더라도, 이 외에도 어떤 것이 많이 부족하더라도 나는 그 누구보다 자유롭고 행복하다.’ 이런 자신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오늘 경전반을 졸업한다는 것은 이 길에 대한 이해는 좀 되는 수준이다, 조금 실천도 해왔다, 조금 경험도 얻었다, 즉 체험해 봤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더 많은 실천, 즉 수행을 통해서 자유와 행복이 더 많이 늘어나도록, 그래서 괴로움과 속박이 더 줄어들도록 할 일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나만 해탈과 열반을 만끽할 것이 아니라 아직도 이 길을 몰라서 헤매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좋은 법을 전해서 그들 또한 나처럼 자유롭고 행복한 길로 나아가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걸 대승불교에서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고 하고, 정토회에서는 새로운 용어로 ‘수행하고, 보시하고, 봉사하는 보살의 삶’이라고 말합니다. 그 길을 지속적으로 가는 것, 그것만이 여러분들이 해야 할 앞으로 남은 과제입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수행과 남의 행복을 돕는 일은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내가 행복하면 우리 가정이 행복해지고, 남편과 자식이 행복하도록 도우면 나도 행복해지니까 이것은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일과 수행의 통일’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나뿐 아니라, 내 가정뿐 아니라, 내 이웃뿐 아니라, 내 지역뿐 아니라, 내 나라뿐 아니라 모든 인류와 모든 중생이 이런 길로 가도록 내가 수행 정진을 끝없이 해나가겠다’는 원을 세우셔야 합니다. 그래서 보살의 염원에는 ‘중생의 번뇌가 다함이 없으므로, 보살의 원 또한 다함이 없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이제 그 길의 새로운 출발선에 섰습니다. 공부를 완전히 마친 것은 아니지만 기본은 배웠으니, 여기서부터 실천해 가면서 배움을 더 확대하면 됩니다.
더 좁혀서 정토회로 보면, 여러분들은 이제 정토회의 정회원이 되셔야 합니다. 정회원과 회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신자까지도 용인하는 게 회원이라면, 정회원은 정토회의 창립 취지에 맞게 ‘내가 수행자다’라고 자부하는 사람입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다 ‘부처가 되겠다’는 원을 세운 발심행자가 되셔서, 자기 정진도 꾸준히 하시고, 정토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도 보살행을 실천하는 장으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지장보살은 지옥을 수행의 장으로 삼고, 관세음보살은 사바세계를 수행의 장으로 삼아서, 중생구제를 수행의 방편으로 삼았습니다. 우리도 그런 대승보살의 행을 본받아, 이 사바세계를 우리가 성불하는 수행의 도량으로 삼아서 부지런히 수행 정진해 나갑시다.
다시 한 번 여러분들의 경전반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여러분들은 불교대학에서 ‘불교란 무엇인가’ 하는 아주 기본적인 것을 배웠습니다. 불교가 변질이 되어가다가 대승불교라는 새로운 꽃을 피웠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래서 경전반에서는 대승불교의 핵심경전인 금강경과 반야심경을 배웠지요. 또 선불교의 요체인 신심명과 육조단경을 공부했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테라밧다, 즉 근본불교도 계승하고, 마하야나, 즉 대승불교도 계승해서 선의 입장에서 교도 수용할 수 있는, 나아가서는 다른 종교도 수용할 수 있는, 더 나아가서는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마저도 수용할 수 있는, 그래서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모든 것들을 융합해서 인간의 자유와 행복, 또 인간을 넘어서서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의 자유와 행복을 돕는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밖에서 내 인생의 희망을 찾지 말고 내가 내 인생의 희망이 되고, 내가 이 세상에 희망이 되자’ 이런 큰 원을 세워서 꾸준히 정진해 가십시다. 감사합니다.”
스님의 간곡한 말씀에 큰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졸업생들은 그동안 학생의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정토회의 주인이 되어 세상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나아갈 다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졸업장 수여가 있었습니다. 먼저 법륜 스님이 졸업생 대표인 목포정토회 손지원님에게 졸업장을 수여했습니다. 손지원님은 장흥에서 목포까지 열심히 수업을 받으면서 장흥지역 전법의 씨앗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 졸업장 수여
그리고 졸업생 모두가 무대 아래에서 지역 상임법사님들로부터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900여 명이 기러기 떼처럼 차례로 나와 졸업장을 받았고, 졸업장을 받은 학생들은 무대 위로 올라가 법륜 스님과 악수까지 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 졸업생 모두에게 악수를 하는 법륜 스님
스님은 졸업생 모두에게 정성을 기울여 일일이 악수를 해주었습니다. 많은 숫자에도 불구하고 서두르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눈을 맞추려고 하고, 환한 웃음을 머금어 주는 스님께 대중들은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어서 상장 수여가 있었습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업을 모두 들은 개근상 수상자가 전국에서 150여 명이나 되었습니다. 경주정토회 경산법당 허인숙님이 대표로 상을 수상했습니다. 허인숙님은 어린이집 원장선생님으로 근무하면서 음식물쓰레기제로 운동, JTS 저금통 분양 등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분입니다.
▲ 개근상 수상자들을 대표해서 나온 경산법당 허인숙님
뒤이어 정근상도 80여 명이 나와 수상을 했습니다. 대중들은 한 분 한 분 상장을 받을 때 마다 격려와 축하의 박수를 크게 보내주었습니다.
이렇게 오전 행사를 모두 마친 후 점심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중들이 식사를 하러 간 사이 스님은 각 지역별로 졸업 기념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많은 인원이 사진을 찍어야 하다 보니 늘 이 시간은 혼잡할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수년 간의 노하우가 축적되어 오늘은 순서대로 착착 진행되어 모두들 기쁜 표정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 각 법당 별 기념사진 촬영
그리고 스님은 법사단, 행정처 간부들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졸업 인원이 많다 보니 졸업장이나 상을 수여할 때 시간에 쫓길 수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축하받는 느낌이 들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면 좋겠다”고 조언을 하며 스님의 아이디어도 몇 가지 들려주었습니다. 졸업생들에 대한 스님의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후 프로그램은 분당정토회 경전반 졸업생들의 자축 공연으로 활기차게 시작되었습니다. 영상으로는 지난 1년 동안의 경전반 봉사활동 모습이 담긴 사진슬라이드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신나게 울려퍼지는 음악과 졸업생들의 춤이 함께 어우러져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 분당법당 경전반 졸업생들의 자축 공연
이어서 대전정토회 대전법당에서 찔레꽃 공연을 재미나게 보여주어 큰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음악이 끝나고 나서는 “더이상 가슴 아픔 이별은 없다!”는 카드 섹션으로 통일에 대한 염원을 보여주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 대전법당 경전반 졸업생들의 찔레꽃 공연
이렇게 웃으며 신나게 어우러진 후 다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스님으로부터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졸업은 곧 새로운 출발이라고 하면서 수행, 보시, 봉사하는 정토회의 정회원이 되어 함께 행복해지는 길을 향해 나아가자고 당부했습니다.
“정토회가 창립되고 만일결사가 시작된 지 이제 24년째입니다. 정토회를 창립할 때 우리는 ‘정말 부처님 가르침대로 한번 살아보자. 그대로는 못 살더라도 흉내라도 한번 내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이미 사찰이 많고, 불교신자도 천만 명이 넘는다고 하지만 불교신자와 불교신자가 아닌 사람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 바위 앞에서 복을 비나 절에 가서 복을 비나 교회에 가서 복을 비나 마찬가지 아니냐? 우리나라의 기독교신자가 지금보다 배로 더 늘어난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변할 것도 없고, 불교신자가 배로 더 늘어난다고 해도 변할 것이 없지 않느냐? 불교신자가 늘어나면 도둑이 적어지든, 폭력이 적어지든, 술주정뱅이가 적어지든, 사기꾼이 적어지든, 뭔가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그런 불교를 우리가 해 보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사람을 계급으로 구분해서 천민과 여자는 소보다 못한 대우를 받던 시대였는데, 부처님께서는 계급차별을 부정하시고 만인의 평등을 주장하셨고, 성차별을 부정하시고 여성도 한 사람으로서 존엄하다며 비구니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지금이 아니라 2600년 전에 부처님께서는 이런 민주주의, 인권존중의 가르침을 펴고, 그런 실천을 하셨는데, 2600년이 지난 지금의 시대, 즉 민주화의 시대, 세계인권선언이 선포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불교인들은 세속도 못 따라가는 수준입니다. 세속은 이미 봉건제가 철폐되어 민주사회가 되고, 남녀차별과 계급차별이 철폐되어 인간의 귀천이 타파된 시대인데, 불교 안에는 아직도 승속의 차별, 남녀의 차별 등 온갖 봉건적 요소가 남아있고, 인권이 존중되기 보다는 복을 더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요? 복에 너무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날 불교신자들은 부처님의 제자가 아니라 마왕 파순의 제자들이 됐습니다. 왜 그렇게 됐을까요? 복을 빌기 때문입니다. 마왕이 부처님을 유혹할 때 첫 번째는 욕망을 자극했고, 두 번째는 협박했고, 세 번째는 자재천의 자리, 즉 ‘뭐든지 원하면 다 되는 이 자리를 너에게 주겠다’는 제안을 했잖습니까. 그때 부처님께서는 ‘나는 아무 것도 바라는 바가 없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들이 기준을 세속에 두면 정토회에 다니기가 좀 피곤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수행자이니까 부처님의 삶에 기준을 놓고 우리의 삶을 비교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삶에 비하면 우리는 먹는 것도 잘 먹고, 입는 것도 잘 입고, 자는 집도 좋고, 불편할 게 하나도 없어요. 스님은 몸이 아파도, 어디 가서 일을 많이 해도 불평은 별로 안 합니다. 왜 그럴까요? 늘 부처님을 생각해 보면 저는 불평할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아니까요. 또 좋은 일을 하고도 욕을 얻어먹으면, 기분은 좀 나쁘지만, 그게 오래 가진 않습니다. 경전에 보면, 부처님같이 그렇게 원만한 인격을 가진 분도 세상으로부터 오해를 사서 비난을 받고, 모함을 받은 적이 많은데, 우리 같은 사람이 어찌 모함을 안 받고, 비난을 안 받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기분이 조금 나쁘다가도 ‘그래, 부처님도 그런 비난을 받으셨는데, 우리 같은 게, 뭐’ 이렇게 생각하면 별 게 아니더라는 얘기입니다.
지금 여기 모인 사람 중에는 불교를 종교로 가진 분도 계시고, 종교가 없는 분도 계시고, 간혹 개신교나 천주교를 종교로 가진 분도 계시고, 또 다른 종교를 가진 분도 계실 겁니다. 자기 종교는 자기가 알아서 믿으십시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 참여했다면, 여러분은 전부 붓다의 가르침에 귀의해서 해탈과 열반의 길로 가는 수행자임을 아셔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종교, 다른 문화도 존중할 줄 아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해탈과 열반을 추구하는 사람들이지, 누구한테 복을 비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래서 첫째 ‘내가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이 되자’, 둘째 ‘남는 힘을 힘들어하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데에 쓰자’는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지금은 ‘무엇보다도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안 나도록 힘을 모으자’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전쟁이 나면 비참해지잖아요. 여러분들, 시리아 전쟁 보셨지요? 자기네끼리 패를 나누어서 서로 죽이잖습니까. 시아파니 수니파니, 쿠르드족이니 무슨 족이니, 자기네끼리 나누고, 서로 싸워서 죽고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피난민들은 유럽에서 천대받고 그러잖습니까? 우리도 전쟁이 나면 그와 마찬가지가 됩니다. 이 안에서 죽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피난을 가서 전 세계를 떠돌아 다녀야 합니다.
그러니 통일은 나중 문제이고, 최소한 전쟁은 안 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꼴이 어떻습니까. 딱 전쟁이 날 것 같은 분위기이잖습니까. 지금 남북은 전쟁을 못해서 환장한 사람들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막상 전쟁 나면 다 도망갈 사람들이 말입니다. 그러니까 정신을 좀 차려야 합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니까 전쟁이 안 나도록 우리가 정성을 기울여 기도도 열심히 해야 되지만, 기도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고 했으니까, 우리가 전쟁을 부추기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감정에 치우쳐서 ‘그래, 저런 놈들은 죽여버려야 돼. 그러려면 미국의 최신 무기 들여와야 돼. 사드 배치도 해야 돼. 우리도 핵 개발 해야 돼’ 이러잖습니까. 그러면 상대는 가만히 있겠습니까? 북한은 북한대로 ‘남한은 경제규모도 우리보다 크고, 최신 무기도 가졌고, 일본과 미국 등 큰 나라가 뒤에서 돕고 그러니까, 우리는 굶어죽더라도 죽기 살기로 목숨 걸고 싸워서 악으로 버티자’고 하는 거잖아요. 이렇게 해 봐야 누구 손해입니까? 우리끼리만 손해입니다. 돈이 들더라도 우리 돈이 들고, 사람이 죽더라도 우리가 죽습니다.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입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진짜 바보 같은 짓인데, 왜 이러는 걸까요? 감정 때문입니다.
우리가 조금 더 힘을 기울여서 적어도 전쟁은 안 일어나도록, 전쟁을 부추기지는 못 하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최소한 평화를 가져오도록 해야겠습니다. 평화를 가져온다는 건 무엇을 말합니까? 지금 우리가 더 잘 살지는 못 하더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까먹지는 말자는 겁니다. 우리가 지난 50년간 얼마나 피땀 흘려서 노력해 왔습니까. 그러니까 재화를 까먹지는 말아야지요.
거기서 조금 더 한다면, 조금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봐야겠습니다. 남북이 협력해서 통일을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힘으로 통일하면 통일된 이후에 중국과 갈등을 빚겠지만, 즉 하나는 해결해도 또 문제가 생기지만, 남북이 화해, 협력해서 통일하게 되면 통일이 통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중국, 일본,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계기도 되고, 그러면 결국 동아시아평화지대를 만들 수가 있습니다. 그런 것에 우리들의 남는 힘을 써야지요.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정회원 이상이면 통일의병에 가입하게 하고 있습니다. ‘정회원 이상’이라고 규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반회원들은 통일의병이 되기 이전에 자기 수행부터 먼저 하라는 겁니다. 자기 스스로도 못 살아서 복 비는 상황에서 무슨 통일을 위해서 일을 한단 말입니까.(모두 웃음)
그러니까 신자가 아닌 수행자 정도는 돼야, 즉 ‘내 짐은 내가 책임진다’ 하는 수준은 돼야, 거기서 더 나아가서 ‘내가 남의 짐을 좀 들어줘야 되겠다’ 라고 할 수 있어야 통일의병 운동을 할 수 있는 겁니다. 하기 싫은 사람은 안 해도 되지만, 가능하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안전과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작은 노력이라도 좀 보태보자는 의미에서 정회원 이상은 통일의병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남을 돕는 게 그 사람만 위한 게 아닙니다. 결국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만약 평화와 통일에 있어서 우리 정토회가 아주 획기적인 기여를 한다면, 통일된 뒤에 정토회도 발전하겠지요. 한반도에 전쟁이 날 것을 정토회가 막아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상상해 보세요. 굉장한 일이지요?(모두 박수)
그런데 지금 한국은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급급해서 그런 미래를 못 보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활동이 우리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남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결국 남을 위하는 게 곧 우리를 위하는 게 됩니다. 정토회는 약간 미래를 보고 가고 있습니다. 환경적 미래, 평화적 미래, 통일의 미래, 동아시아의 미래 등을 좀 보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앞으로 인도와 동남아도 중국처럼 발전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우리가 미리 투자해 놓으면, 나중에 훨씬 더 많이 수확할 수 있는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너무 자기 잘난 맛에 도취해 혼자만 잘 살려고 하지 말고, 잘났더라도 조금 숙여가지고 정토회에 붙어있으세요.(모두 웃음과 박수)
여기에서 보시도 하고, 봉사도 하고, 아까처럼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그렇게 재미있게 지내세요. 그러다 보면, 우선 지금도 재미있지만 결국은 이런 물결이, 정토회는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자연히 규모도 커지고, 영향력도 커지고, 그래서 좋은 일도 많이 하게 돼 있습니다. 너무 혼자 잘난 척하지 말고 여기 붙어서 같이 하면, 지금은 좀 손해나는 것 같아도 나중에 다 본전 뽑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알았지요?(모두 웃음)
보시하고 봉사하면 나중에 그 이상으로, 회사에 가서 일하는 것보다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공덕이 돌아올 것입니다. 그건 부처님이 주시는 게 아니라, 마치 씨앗을 심어서 농사를 지었더니 가을에 100배 이상을 수확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저 위에서, 누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나에게 복을 주는 게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그런 농사를 짓는 것이니까, 오늘 이 졸업식에 참여한 사람은 한 사람도 중도탈락하는 일 없이 다 정토회의 중심 일꾼이 되어서 함께 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정토회’라는 한 공동체만을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잖아요. 정토회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은, 정토회를 통해서 이 세상에 좋은 일을 하기 위함이고, 나도 행복하고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함께 하기 위함입니다. 혼자 힘은 적으니까요. 그렇게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리면서 오늘 졸업식이 그런 삶을 위한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의 감로와 같은 법문을 들으며 졸업생들은 기쁜 마음이 되어 수행 보시 봉사하는 삶을 살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했습니다. 스님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대중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일러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님의 애정이 깃든 격려 말씀에 모두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다음은 오늘 졸업식이 있기까지 간절한 마음으로 이 날을 기다렸을 분들이 무대로 나왔습니다. 바로 경전반 담당자들입니다. 졸업의 기쁨을 학생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축하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노래를 개사해서 불러 주었는데 “학생들은 불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우리들은 봉사를 하는 과정에서 더 큰 배움이 있었다”는 대목에서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 경전반 교실을 운영한 담당 봉사자들의 축하 공연
졸업생들은 자신들을 1년 동안 뒷바라지 해 준 담당자들에게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전국 148개 지역의 주간, 저녁, 청년 경전반 담당자들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스님도 무대로 올라와 담당자들 모두에게 악수를 건네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 1년 동안 경전반을 운영해 준 담당 봉사자들
이 분들 덕분에 오늘 졸업하는 1250여 명이 내 인생의 주인이 되고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지는 법을 배울 수 있었지요. 나와 남이 함께 행복해지는 길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끝으로 사홍서원과 산회가를 부르며 제 15기 정토경전반 졸업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과 법사단 모두 무대로 올라와 집으로 돌아가는 졸업생들에게 환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졸업 기념사진 촬영은 계속 되었습니다. 점심 시간에 기념사진을 다 찍지 못한 지역들이 많아 늦게까지 촬영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수십 차례의 계속된 촬영에도 스님은 늘 웃음을 머금어 주었습니다.
졸업식을 마친 후 스님은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수련원에서는 원고 교정과 더불어 각종 보고서들을 확인하며 업무를 보았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독일정토회 회원들과 함께 화상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독일정토회에서 총회를 열어 함께 의논을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스님의 바쁜 일정 상 독일로 직접 갈 수가 없어 부득이 화상으로 연결하여 회의를 열었습니다.
▲ 독일정토회 회원들과 화상회의
스님은 “참 좋은 세상이다” 라고 하면서 재미있게 회의를 했습니다. 독일정토회 회원들은 “화상으로 보니 법회 때 영상으로 보는 스님의 모습과 똑같은 것 같다”고 하면서 스님의 목소리를 듣고 무척 반가워 했습니다.
스님이 멀리 이국 땅에서 해외 전법을 위해 고생하는 활동가들을 격려해 주자, 독일정토회 활동가들은 화면 앞이긴 하지만 정성을 기울여 스님께 삼배를 하며 새해 인사를 올렸습니다. 화상회의는 밤 11시가 넘어서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정토불교대학 졸업생들을 위한 수계식 및 졸업식이 충주 호암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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