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2.2 (인도 28일째) 둥게스와리 마을 리더, 유치원 교사, 청년회 미팅

▲ 둥게스와리 마을리더들과 함께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 둥게스와리 마을유치원을 둘러본 후 오후에는 마을리더, 유치원교사, 마을청년회 멤버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새벽 4시 30분, 아직 해가 뜨지 않아 껌껌한 가운데 수자타아카데미 전정각사에 도량석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스님은 9기 행자대학원생들과 함께 예불과 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2600년 전 부처님도 이곳 어딘가에서 명상을 하며 정진을 하셨을 것입니다. 

 

▲ 새벽예불

 

이어서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나서 스님은 어제에 이어서 전기를 아껴서 사용할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했습니다. 마을에는 아직 전기가 안 들어오는데 항상 마을 사람들과 비교해서 너무 격차가 나지 않도록 살고, 자연 채광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아침 8시 30분에는 산 너머 마을에 있는 유치원 4곳을 방문했습니다. 산 너머에는 양민들이 비교적 많이 살고, 정부학교가 들어서 있어서 JTS가 직영하는 유치원을 졸업하면 대부분이 정부학교로 입학하게 됩니다. 물론 까나홀 마을에는 JTS가 운영하는 수자타아카데미 분교가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해지기가 쉬워서 스님은 직접 방문해서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 산 너머 마을로 가는 도로

 

먼저 스리람푸르 유치원을 방문했습니다. 출근해야 하는 교사가 2명인데 1명 밖에 없었습니다. 나머지 1명은 어디 갔냐고 물으니 출근을 안 했다고 하고, 오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자주 출근을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성실하지 못한 교사 한 명을 금세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나머지 한 명의 선생님에게 매일 나오도록 잘 얘기하라고 당부한 후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었습니다. 

 

 

▲ 스리람푸르 마을유치원

 

특히 유치원 마당이 고르지 못하고 울퉁불퉁 했는데 스님은 마당을 시멘트로 깔아주면 좋은지, 아이들이 놀 수 있게 고운 모래를 깔아주면 좋을지 나중에 체크해 보기로하고 스리람푸르유치원을 나왔습니다. 

 

다음은 바가히유치원을 방문했습니다. 이곳에는 수자타아카데미 출신의 결혼한 여성이 유치원 교사를 하고 있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 바가히 마을유치원

 

먼저 스님은 교사들이 보고한 학생수와 오늘 출석한 학생수를 비교해보았는데 차이가 너무 많이 났습니다. 즉 결석한 학생 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일부가 사립학교로 옮기거나 부모님을 따라 벽돌공장에 갔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대화를 더 해보면서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첫째, 양민들이 사는 곳이다 보니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면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사립학교에 보낸다는 것이고, 둘째, 아직도 가난한 부모들 중에는 교육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난한 마을에도 빈부 격차가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유치원을 나오니 교사가 개선점을 한 가지 더 요구했습니다. 앞마당이 조금 더 지대가 높아서 비가 오면 물이 교실 쪽으로 들어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스님은 앞마당에 흙을 더 파내어서 지대를 낮추고 핸드펌프가 있는 플랫폼의 둔턱을 높여서 물이 흘러 넘치지 않도록 하고 마당에 수로를 깊이 파서 물이 잘 빠지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한 후 유치원을 나왔습니다.  

 

다음은 가왈비가유치원을 방문했습니다. 이곳은 교실 전체가 많이 어두웠습니다. 창문을 열고 자연 채광을 최대한 활용하면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보고,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선생님들을 격려해준 후 유치원을 나왔습니다. 

 

 


▲ 가왈비가 마을유치원 

 

다음은 까나홀유치원과 까나홀분교를 방문했습니다. 두 곳은 수자타아카데미에서 운영하고 있는 곳입니다. 운동장에 도착하고 나서는 가장 먼저 학교 앞마당 주위에 담장을 어떻게 칠지 둘러보았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자꾸 학교 앞마당에 와서 똥을 누고 가기 때문에 학교가 점점 화장실이 되어간다며 교사가 개선점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 동네 화장실이 되어가고 있는 까나홀 분교 운동장 

 

스님은 교사에게 담장을 제대로 쳐주겠다고 약속을 한 후 우물 앞에 핸드펌프가 고장난 곳을 살펴보았습니다. 

 

▲ 고장난 핸드펌프와 우물

 

핸드펌프가 고장이 난 것도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우물 안에는 각종 쓰레기들이 버려져 굉장히 지저분했습니다. 스님은 핸드펌프는 수리를 해줄테니 학교 앞마당에 담장을 칠 때 우물 안도 깨끗이 청소해줄 것을 부탁한 후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2학년 교실에 들어가서는 스님이 직접 수학 문제를 칠판에 써서 아이들의 실력이 어느정도 되는지를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자 여러 명이 자신있게 손을 들었지만 막상 문제를 풀도록 시켜보면 오답을 적거나 계산이 무척 느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 아이들의 실력을 체크하기 위해 수학 문제를 칠판에 적고 있는 스님

 

반면 노트 필기도 아주 깔끔하게 하고, 계산도 쑥쑥 잘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개별적으로 학습 수준의 편차가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1학년 교실에는 영어 알파벳을 배우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스님이 한 학생을 가리키며 알파벳을 읽어보라고 하자 앞으로 나와 아주 큰 목소리로 읽었습니다. 

 

▲ 초등학교 1학년의 알파벳 수업 

 

그런데 “H”, “F”, “X”의 발음이 모두 비슷해서 아직 이 아이는 그냥 소리만 흉내낼 뿐 정확히 구분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스님이 환하게 웃으면서 “내일 수자타아카데미에서 개교기념식과 마을잔치 하는 것 알고 있죠? 예쁘게 옷입고 와서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라고 하자 아이들은 아주 기뻐하며 “스님지, 단야와드!” (스님, 감사합니다) 라고 하며 합장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자르하르마을에도 유치원이 하나 더 있는데 시간이 부족해 방문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렇게 산 너머 마을유치원과 까나홀 분교 방문을 모두 마치고 스님은 까나홀분교 교무실에서 산 너머 마을유치원과 학교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카필데오지 선생님과 잠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결석하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됩니까?”

 

“입학생이 총 111명이었는데 그 중에 자르하르에 사는 6명이 학교를 그만두었어요. 나머지는 하루 이틀씩 결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학생들이 결석하면 왜 안 왔는지 제가 확인하러 찾아가 보기도 합니다.” 

 

“방금 유치원을 방문해보니까 한달에 400루피씩 주고 다른 사립 유치원에 간다는 학생들이 있던데요.”

 

“까나홀은 사립 유치원보다는 정부 유치원이 있어서 거기에 대부분 다녀요. 작년에 수자타 분교 2학년을 마치고 대거 정부 학교로 보내면서 3학년 인원이 유독 많습니다. 까나홀마을은 정부 학교가 있지만 자르하리와 가왈비가마을은 정부 학교가 없어서 대부분 까나홀분교로 옵니다.”

 

 

“수자타 분교에서 2학년을 마치면 전부 정부학교로 보내는 것이 나아요? 수자타아카데미로 좀 보내는 것이 나아요?”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수자타아카데미에 다니기를 원합니다.”

 

스님이 처음 수자타아카데미를 세울 때는 학교가 전혀 없었지만, 이 둥게스와리 지역에도 이제 정부 학교가 6개나 운영되고 있어서 JTS에서는 정부 학교가 있는 마을 아이들은 모두 인근에 있는 정부 학교에 다니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스님은 카필데오지가 연세도 있는데다가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수업은 하지 말고 관리만 하고 건강에 무엇보다 유념해줄 것을 당부한 후 인사를 하고 학교를 나왔습니다.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는 학교 담벼락을 살펴보았습니다. 정부에서 공원 조성을 한다고 학교 담벼락 바로 앞에 1미터도 채 안되게 바짝 붙여서 땅을 파고 담장을 높게 쌓아서 우기 때 비가 오면 담장 붕괴가 우려되었습니다.

 

▲ 학교 담장(왼쪽)과 정부에서 공원 조성을 위해 새로 쌓은 담장(오른쪽) 

 

점심 시간에는 학교 주위를 더 둘러본 후 오후 1시부터는 마을리더, 마을유치원 선생님들과 함께 둥게스와리 마을 발전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스님이 “작년 3월에 방문하고 1년 만에 왔는데, 그동안 잘 지냈어요?”라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마을리더들은 “올해 비가 적게 와서 벼농사와 밀농사 모두 잘 안 되었다”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어서 어느 마을에서 누가 참석했는지 일일이 확인한 후 마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건의를 받고 스님의 생각을 들려주었습니다. 

 

▲ 마을리더, 마을유치원 교사들과의 미팅

 

마을유치원을 오전에 방문해 보니 운영비를 안 내는 학부모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스님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먼저 유치원 선생님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다른 사립 유치원에 가면 한달에 400루피, 800루피씩 돈을 내야 하는데 왜 마을 어머니들이 10루피, 20루피 밖에 안 하는 유치원 운영비도 안 내려고 해요? 등록한 학생들이 다 운영비를 내요? 안 내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때까지 유치원이 다 무료였는데 왜 이제 와서 돈 달라고 하느냐며 안 줍니다. 운영비 안 내는 아이들에게 운영비 가져오라며 집에 보내면 가서 그냥 안 돌아온대요. (모두 웃음) 왜 이렇게 가난한 아이들에게 돈 달라고 하느냐며 항의해요.”

 

 

“지금까지는 무료로 했는데 10루피(한국 돈 180원)를 받는 이유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치는지 안 가르치는지 관심을 두지 않으니까 10루피라도 내어서 아이들 교육에 관심을 가지라고 그렇게 한 거예요. 또 마을유치원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잘 가르치면 수입이 조금이라도 늘어나기 때문에 열심히 가르치라고 이렇게 해본 거잖아요. 

 

산 너머 마을유치원은 중학생들이 가기가 어렵고, 마을에 맡겨 놓으니 유치원 문을 열지 않는다는 민원이 많은데, 학교에서 거리가 멀어서 매일 감독하기도 어렵고 해서 작년에 많은 의논을 한 끝에 만든 제도인데 또 이런 문제가 있군요.

 

그러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유치원을 새롭게 수리하고 단장을 해서 좀 더 좋게 만들고, 교육 기자재도 좀 더 갖추고, 여러분들도 더 열심히 가르쳐서 다른 사립유치원 보내는 것만큼이나 좋다는 생각이 들면 돈을 더 내라 해도 내지 않겠어요? 아무리 가난해도 한달에 20루피, 30루피 정도는 낼 수 있지 않아요? 그 정도도 못 낼 만큼 어려워요?”

 

“낼 수 있습니다. 한 달에 30루피라 해도 하루 1루피(한국 돈 18원)밖에 안 돼요. 지원 받는 게 얼마나 많은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관심이 없어서 그래요.”

 

이어서 핸드펌프가 고장났다며 새로 더 만들어달라는 건의가 있었습니다. 스님은 이에 대해 답해주면서 책임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유치원이 있는 마을에 10가구가 사는데, 물을 풀 수 있는 다른 핸드펌프가 없어서 유치원 안의 핸드펌프를 같이 쓰느라 고장이 잦습니다. 전에 수리 다 해놓고 잠금장치를 설치했더니 잠금장치도 다 부숴버렸어요.(모두 웃음) 다른 가구들이 쓸 수 있도록 유치원 밖에도 핸드펌프를 하나 더 설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마을마다 핸드펌프 하나 당 대략 몇 가구가 써요?”

 

“10가구 정도는 충분히 씁니다. 그러나 많이 쓰면 자꾸 고장 납니다.”

 

 

“왜 자기들이 마실 물을 얻는 핸드펌프를 스스로 고장 내는지 이해가 안 돼요. 고장 내서 못 쓰면 자기 손해잖아요. 살살 쓰도록 교육을 좀 시켜야 해요. 이렇게 자꾸 고장을 내니까 제가 수리비를 마을에서 절반 내면 JTS에서 절반 내겠다고 한 거예요. 돈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책임을 좀 지라는 뜻입니다.”

 

스님은 마을 사람들이 더욱더 책임감을 갖고 참여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연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천민들이 모여 사는 가장 가난한 마을인 아자드비가와 안투비가에서 최근에 먹고 살기가 무척 어려워졌다며 하소연을 했습니다. 

 

 

“지금 아자드비가와 안투비가 마을에 문제가 많습니다. 2년 전부터 여기 벽돌 깨는 작업이 금지되어서 우리들이 먹고 사는 게 너무 어려워졌어요. 가족들이 애들까지 데리고 다른 데 가버리기 때문에 아이들이 지금 제대로 공부도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직 마을에서 소득이 될 만할 걸 만들 방법이 없잖아요.”

 

“분교 건물이 그냥 잠겨 있습니다. 분교 건물을 열어 뭔가 작은 사업 같은 걸 시작해서 생활비를 좀 벌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거기에서 마을 전체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레 같은 걸 놔두면 마을 사람들이 그걸로 생활비를 좀 벌 수 있을 겁니다.”

 

“물레 교실을 운영한다 해도 그 기계를 밤에 누가 훔쳐가 버리면 어떻게 지켜요? 그 문제만 아니면 물레 교실을 운영할 수도 있어요.” 

 

“우리 이익을 위해 사용할 우리의 물건이니까 이 문제는 마을에서 다시 회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관리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따로 이야기를 더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학교에 이렇게 담장이 높게 쳐져 있는데도 넘어 들어와서 병원 옥상에 있는 태양열 집열판까지 떼어 가잖아요.(모두 웃음) 

 

 

지금은 물레가 학교 안에 있지만, 사실은 두르가푸르 마을이나 자그디르푸르 마을에 두는 게 우리도 여러분들도 훨씬 나아요. 원래는 학교 안에 있을 시설이 아니지만 훔쳐가는 문제 때문에 할 수 없이 학교 안에 두고 있거든요. 마을에서 보호만 할 수 있다면 이걸 마을로 옮기는 게 더 좋아요. 여러분들이 사용하기에도 더 가깝고요. 

 

물레 말고 다른 아이디어는 또 뭐 있어요? 제가 지난번에 마을을 돌아보면서 염소를 먹이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풀이 별로 없어서 힘들 것 같았어요.”

 

“맞아요. 풀이 아예 없습니다. 그리고 염소를 그나마 풀이 좀 있는 곳에 매어놓으면 또 다 훔쳐갑니다.”(모두 웃음) 

 

 

“어쨌든 마을에서 아이디어를 내어 가져오면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지금 마을에서 집 짓는다고 시멘트 많이 쓰죠? 시멘트 한 포대에 얼마 주고 사요?”

 

“질에 따라 달라요. 310루피부터 500루피까지도 있습니다.”

 

“같은 질이라면 한꺼번에 살 때와 집집마다 따로따로 살 때의 가격이 다르잖아요. 그러면 전체가 쓸 양을 우리가 한꺼번에 많이 사서 창고에 넣어놓고 좀 싼 값에 공급하면 주민들에게 이익이 되겠네요. 마을 사람들이 시장에 가면 제일 많이 사오는 게 뭐예요? 시멘트, 벽돌? 또?”

 

“철근과 자갈이요.”

 

“돌은 동네에서 깨서 쓰잖아요.” 

 

“정부에서 깨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몰래 깨는 사람들은 있어요. 집 옆에 돌을 깨서 부순 티가 많이 나면 바로 와서 감독하고 막 잡아가요.”

 

 

“농사짓는 일반적인 시골이라면 염소나 소를 먹여서 수익이 되겠지만, 여기는 그런 농사짓는 데가 아니다 보니 염소나 소를 많이 먹일 수 없다는 게 문제예요. 여기에서 어떤 걸 하면 수입이 될 만할까요? 

 

우선 물레는 얼마나 수입이 되는지 우리가 실험적으로 해보고 있는 거예요. 수입이 된다면 조금 보완을 해서 마을마다 할 수도 있지만 물레가 지금 확실히 수입이 되는지 안 되는지 아직 평가를 못 하겠어요. 이익이 아주 조금밖에 안 남아서 그래요.”

 

“물레를 하면 10시에 와서 3시에 가고 중간에 점심 먹는 식으로 대충 해도 한 달에 1,500루피(한국 돈 23,000원) 법니다. 더 많이 하면 더 많이 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앞에서 구걸하는 것보다는 못하겠는데요.(웃음) 어쨌든 좋은 아이디어를 내보세요. 

 

물레질 하는 것을 더 살펴보고 그게 과연 수입이 될 만한지도 잘 알아보고요. 물레질을 하려면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해요. 첫째, 그 정도 수입을 얻고자 이걸 할 사람이 있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둘째, 시설이나 여러 가지 보안을 유지하려면 누구 한 명이 지켜야 하고, 그 사람에게 월급도 줘야 해요. 학교는 그런 게 필요 없지만, 이걸 누가 할 것이며 월급을 어떻게 얼마나 줄 건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다른 할 만한 건 없어요? 어떤 걸 하면 수입이 될 수 있을지 여러분들이 아이디어를 주면 좋겠어요.”

 

 

스님은 마을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끌어내며 대화를 하였지만 아직 시원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각자 따로 살던 마을 주민들이 이렇게 함께 고민하고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는 그 무엇보다 큰 성과로 느껴졌습니다. 

 

스님은 이 외에도 다양한 건의 사항들에 대해 약 2시간 동안 마을 리더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마을 리더들은 스님의 명쾌한 해법에 아주 기뻐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마을 리더들에게 스님은 수자카아카데미에서 제작한 달력과 담요, 숄을 선물로 나눠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리더들과 한 번, 마을 유치원교사들과 한 번,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활짝 웃는 모습 속에서 둥게스와리마을의 희망 찬 미래가 가득 느껴졌습니다. 

 

▲ 마을유치원 선생님들과 함께

 

이어서 오후 3시 30분부터는 수자타아카데미가 자리하고 있는 마을인 두르가푸르, 자그디스푸르 마을에서 청년회 멤버들이 찾아와 스님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곳 청년들은 대부분 유영굴(부처님 성지) 아래에서 돌라(인력거)를 들고 나르며 생계를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오토릭샤를 운전하거나, 농사를 짓거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대학 공부를 하고 있는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청년들이 함께 자리했습니다. 

 

▲ 마을청년회 멤버들과 미팅

 

스님은 각각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한 명 한 명에게 모두 물어보고 확인하며 청년들이 어떻게 살고있는지 전체적인 정황을 파악하고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이번에 ‘마을 청년회’가 새롭게 조직되면서 마을 발전을 위해 청년들이 나서겠다고 발심을 했는데, 청년들이 마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스님은 많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청년 활동 하는 데 어떤 지원이 필요해요?”

 

“저희는 활동을 많이 안 해봤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만 잘 다닐 수 있으면 됐습니다. (모두 웃음)

 

마을에 어떤 문제가 있으면 우리 청년회 전체가 모여서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했고, 우리 선에서 안 되는 큰 문제는 JTS에 가져와서 의논해 오고 있습니다.”

 

 

“알았어요. 그러면 여러분들이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 제가 조언을 해드릴게요. 첫째, 여러분들이 이렇게 축구를 하거나 해서 일단 친목을 다지기 바랍니다. 둘째, 마을에 어떤 문제가 있으면 쉬람단(공동 노동) 같은 걸 해서 해결해 보세요. 샛째, 마을 전체에 이익이 되는 게 무엇이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아까 마을리더들과 이야기해보니까 생활이 조금 나아지고 있고 정부 지원도 있어서 집을 많이 짓느라 시멘트, 벽돌, 철근 이런 게 많이 필요하대요. 그걸 개인이 가게에서 구하는 것보다 우리가 한꺼번에 좀 싸게 구입하면 차익을 남길 수 있어요. 차익을 남겨서 나누면 5퍼센트든 10퍼센트든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데 이런 아이디어들을 우리가 내볼 수 있겠습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한 발전은 여러분들 개인이 알아서 하되 우리 마을 또는 이 지역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아이디어를 내서 우리가 같이 해볼 수 있겠습니다. JTS는 개인적으로는 도와줄 수 없지만 전체 이익을 위하는 것은 지원해줄 수 있어요. 그러니 그런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야기해 주세요. 

 

또 여러분들이 이렇게 청년이 되었으니까 앞으로 우리가 협동조합 같은 걸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협동조합을 하면 세 가지 일을 할 수 있어요. 첫째, 공동구매를 통해 우리가 필요한 물건을 싸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둘째, 우리가 생산한 어떤 것을 팔 때 공동판매를 하면 조금 더 비싸게 팔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은 생산되는 게 별로 없어서 문제이긴 해요. 일반적인 농촌이라면 예를 들어 과일이나 우유를 공동으로 판매할 수 있어요. 개인이 조금씩 갖다 팔면 싸게 팔게 되지만 한꺼번에 많이 갖다 팔면 좀 더 비싸게 받을 수 있어요. 셋째, 마을금고, 즉 마을은행을 만들 수 있어요. 지금 마을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빌리기 힘들잖아요. 그렇다고 동네에서 빌리면 이자가 너무 높습니다. 또 돈을 가지고 있으면 금방 써버리기 쉬워요. 우리들의 돈을 조금씩이라도 모아서 마을 은행을 만들면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줄 때 이자율을 확 낮춰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마을 은행도 꼭 필요합니다. 제가 마을에서 확인해보니 개인적으로 빌렸을 때 이자율이 너무 높아요. 한 달에 10퍼센트라면서요? 1년에 10퍼센트 정도가 되어야 정상이에요. 돈을 빌리면 이자가 원금보다 더 많아지잖아요.”

 

 

“맞습니다. 1년만 안 갚으면 빌린 돈보다 이자가 더 많아집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는 거예요. 돈을 빌려서 염소나 소를 장만하려 할 때도 이자율이 너무 높아요.”

 

스님의 조언에 청년들도 모두 공감을 하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더 나은 방향을 계속 알려주는 스님이 있어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무엇보다 이제 마을마다 청년회가 조직되어서 협동조합 운동을 하게 되면 둥게스와리는 또한번 큰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스님은 2시간 동안 청년들과 많은 대화를 주고 받았습니다. 스님은 이제 청년들이 앞장 서서 둥게스와리를 멋지게 만들어보라고 당부를 하면서 모임을 마쳤습니다. 

 

 

“뭐 하고들 사나 궁금했는데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웃음) 앞으로 우리 모두 협력해서 마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봅시다. 지금까지 JTS는 아이들 교육시키는 것, 아픈 사람 치료하는 것, 마을에 우물 파주고 핸드펌프 설치해주는 것 같은 일을 주로 해왔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이 마을에서 리더가 되어가니까, 앞으로는 의논을 해서 아까 이야기한 협동조합 운동을 함께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청년들은 힘차게 박수를 쳤습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스님은 청년들에게 달력과 양말을 선물로 나눠주며 열심히 해보라며 기운을 북돋워 주었습니다.  

 

 

이어서 마을 청년들과도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청년들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 마을 청년회 멤버들과 함께

 

회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수자타아카데미 학교 스텝들이 마침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웃으면서 “마을 청년들이 너네 학교 스텝들과 축구 시합이나 크리켓 시합을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자신있어 하는데 한번 경기를 해보지?” 라고 물었습니다. 학교 스텝들이 “아닙니다. 저희가 이깁니다” 라며 당당하게 얘기하자 스님은 크게 웃었습니다. 앞서 청년들과의 모임에서 가야에서 열리는 축구나 크리켓 대회에 둥게스와리팀이 출전하면 3등 안에 들 수 있는지 스님이 물어보았는데, 조만간 둥게스와리 베스트 팀이 구성되어 수상 소식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 축구와 크리켓 시합을 제안하는 스님

 

저녁 시간에는 잠시 싣다르타하우스(기숙사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수자타아카데미 뒤쪽에  구입해 둔 땅에 어떻게 담장을 치고 어떤 건물들을 더 지을지 스님의 구상을 들려주었습니다. 쁘리앙카 교장선생님과 보광 법사님은 스님의 말씀을 경청하며 수자타아카데미의 미래를 함께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세 분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저녁 노을이 아주 아름답게 드리워지고 있었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한국인 봉사자 모두가 홀에 모여 집중 회의를 했습니다. 우선 내일 있을 수자타아카데미 개교 22주년 기념식과 마을잔치 프로그램을 점검한 후, 음식 배분 계획, 내외빈 선물 준비 상황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했습니다. 그리고 모레 인도인 스텝들과 함께 소풍을 떠날 계획인데 어디로 떠날지 무엇을 준비할지 역할 분담을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마지막에 컴퓨터 교실 운영 방안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면서 스님은 컴퓨터의 경우 도난 사고에 대한 우려 때문에 보안 장치가 중요한데, 숫제 여학생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컴퓨터 교육을 받도록 하면 어떤지 새로운 방안을 제안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중학교부터는 숫제 남학생보다는 여학생들을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하면서 여러 가지 훈련을 시키면 좋을 것 같아요. 어제 중등학생들과 얘기를 나눠보니까 집에서 나와서 결혼도 안 하고 JTS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여학생들이 열 명이 넘게 있었어요. 그러면 아이들 부모들과 직접 얘기를 해서 괜찮다고 하면 기숙사에서 생활하도록 하면 어떨까요? 

 

 

앞으로 수자타아카데미도 행정 업무가 엄청나게 많아질 것이거든요. 그러면 이 아이들이 일을 맡을 수 있잖아요. 그리고 기숙사 생활을 하면 저녁에 공부할 시간도 많아지고요. 기숙사 생활을 하면 굉장히 많은 소임들을 나눠서 할 수 있거든요. 왜냐하면 출근한다고 시간 보내고 퇴근한다고 시간 보내고 낭비가 많거든요. 또 집에 가면 집안일도 해야죠. 그런데 아예 공동체 생활을 하면 밥은 돌아가면서 당번을 정해서 해먹으면 되고, 여유 시간도 훨씬 많이 생기거든요. 사실 지금 마을에는 부모가 너무 가난해서 돌보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고, 고아들도 많거든요. 학교 안에 고아원도 있긴 있어야 해요. 또 여러 가지 사업을 하려면 활동가가 많아져야 합니다. 

 

그런데 남자 아이들은 좀 곤란해요. 똑같은 인간인데 남자들은 혼자는 못 사는가봐요. 꼭 장가를 가더라고요. 아니면 돈 더 버는 곳에 취직을 하거나요. 그런데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고등학생 쯤 되면 결혼 안 한 아이가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절반 이상이 결혼을 아직 안 했더라고요. 

 

불교용품을 판매하는 기념품가게 운영, 신용협동조합 등 여러 사업들을 하려면 행정 업무가 많아지고 컴퓨터도 잘 해야 하거든요. 컴퓨터 교육은 중학교부터 가르쳐야지 늙으면 습득이 잘 안 돼요. 그러면 컴퓨터 교실은 기숙사 안에 두고, 항상 컴퓨터로 공부하고 문서 쓰도록 교육하면 될 것 같아요. 

 

학교 전체를 봉사 시스템으로 가져가면서 고급 학교로 만들어가려면, 월급이 없는 대신에 스스로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해요. 또 여기 있는 동안에는 봉사를 하지만 밖에 나가면 언제든지 취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갖춰주면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싶어할 것 같아요. 

 

 

앞으로 20년 정도를 내다보면 인도 여성들의 활동이 굉장히 활발해질 겁니다. 한국의 경우 이제 남자보다 여성의 활동이 더 활발하잖아요. 이렇게 학교의 종합적인 변화 방향에 대해서는 내일 또 더 의논합시다.”

 

스님의 제안에 모두들 공감을 했습니다. 항상 현실을 자세히 파악하고, 변화된 상황에 맞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는 스님의 모습에서 오늘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있었습니다. 

 

회의는 밤 9시가 넘어서 마쳤습니다. 오늘은 회의가 빨리 끝난 덕분에 내일 큰 행사를 앞두고 다들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었습니다. 어제는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해 점검해 보았다면, 오늘은 마을 개발 전반에 대해 점검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내일은 마을 주민들과 학생들을 모두 수자타아카데미로 초대해 개교 22주년 기념식과 둥게스와리 마을 잔치를 열 예정입니다. 

 

▼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합니다, 아픈 사람은 치료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제 때에 배워야 합니다. JTS는 인도 불가촉 천민 마을 둥게스와리 아이들을 위해 수자타아카데미를 설립하고 기아, 질병, 문맹 퇴치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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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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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진

수자타 아카데미의 일이 곧 나의 일임을 알고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2016-02-12 12:01:03

김태희

머리가 저절로 숙여집니다.
감사히 살도록하겠습니다

2016-02-07 22:29:04

김태허

머리가 저절로 숙여집니다.
감사히 살도록하겠습니다

2016-02-07 22: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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